한비자, 제국을 말하다/정천구 지음/산지니 펴냄

‘한비자’는 통치에 관한 대표적 고전으로 통한다. 인간의 갖가지 행태들을 분석해 복잡하고 혼탁한 세상을 무탈하게 다스리는 지혜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비가 나오기 전에 이미 법가사상이 있었다. 법가에는 세 갈래 큰 학파가 있었는데, 첫째는 법(法)을 강조한 상앙이고, 두 번째는 술(術)을 강조한 신불해, 세 번째는 세(勢)를 강조한 신도였다. 한비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한 가지로 통치할 수 없으며, 군주는 법, 술, 세라는 도구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철저히 이기적 존재인 인간에게 공과에 따른 상벌을 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같은 사상 위에 유가와 노자 사상을 아우르며 법가사상을 집대성했던 것이다.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는 한비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진단한 책이다. ‘한비자’가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방책을 서술한 책이라면, 이 책은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옛날보다 훨씬 복잡한 형세를 띠고 있는 우리 시대 현상을 살펴보는 책이다. 252쪽, 1만5천원.

조두진 | 매일신문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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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제국을 말하다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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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란 괴물이 꿈틀대는 '욕망의 바다'…북양어장 가는 길

  


 
 



북양어장 가는 길/최희철 지음/해피북 미디어 펴냄

바다와 함께 바다처럼 살았던 선원들, 어획 대상이었던 물고기들, 트롤어선과 어구들, 거센 바람과 어둠, 파도와 눈보라, 안개와 대양, 검푸른 대양에 상처처럼 솟아 있는 회색빛 섬들….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에게는 수없는 사건이 있었지만, 원양 어업이라는 거대한 이름 아래 어떤 역사도 남기지 못했다. 적어도 기록으로서 역사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젊은 시절 원양 어선을 탔던 지은이는 그러나 ‘몸의 기억, 검은 주름, 포효하는 바다’에서 그들이 새겨놓은 역사를 찾는다. 무심한 눈으로는 결코 볼 수 없는 기록들이다.

책은 출항 준비에서부터 선원들의 계약 방식, 뇌물, 선적용품 단가 후려치기, 출항, 고기잡이 과정, 합작사업, 혹한 노동, 그물사고, 비바람, 대포 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파도 부딪히는 소리, 피항, 당직, 부표와 등대, 운반선과 만나 어획한 고기를 보내고 필요한 물자를 전달받는 과정, 어군탐지기보다 더 발달한 ‘소나’가 가져다준 혼란과 욕망, 선상의 훌라 등 원양 조업과 원양 어선 선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북태평양 어장에서 항해사로 근무했던 지은이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북태평양 어장에서 경험했던 일을 ‘미시적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행문도 아니고, 학술서도 아니고 논문도 아닌 당사자의 기록이다. 그렇다고 일기도 아니고 사건 기록도 아니다. 바다에서 보낸 세월을 통해 바다살이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큰 범주에서 독특한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은 바다를 푸르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관광객에게는 사납고 두려운 바다를, 언젠가 바다로 가리라는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는 바다살이의 고충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격한 노동 속에서 무심한 눈으로 보았던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항해사로 일했던 지은이는 야간조업 중에도 다른 배에 달린 불빛의 위치나 숫자만으로 배의 종류나 이름을 파악해야 했고, 국제어장의 다른 어선들과 통신으로 소통하며 배의 예망코스를 정했다. 어군을 찾아내고 무사히 투망하는 일도 어렵지만, 그물을 끌고 다니며 다른 어선의 그물과 엉키지 않게 하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예망코스를 결코 변경하지 않으려는 북양어장의 무법자 폴란드 어선, 특공대 일본어선…. 그들과 그물이 엉키지 않도록 하면서 어군을 쫓아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바다 그 자체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바다까지 따라온 자본논리 역시 원양에서는 무시무시한 괴물인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광포하면서도 촘촘하게 엮인 공간인 것이다.

명란철이 되면 선원들은 하루 16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오직 먹고, 자고, 배설하며 고기만 잡는 것은 아니다. 휴식시간에 거듭 수입을 계산하며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육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작은 모형배 기념품을 만들기도 한다.

선원들은 흔히 우리가 아는 것처럼 ‘터프한 사나이들’만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드러운 연인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들이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배를 탄 사람도 있고, 바다가 좋아 배를 탄 사람도 있고, 원양 어선을 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생활한 사람도 있고, 바다가 처음인 사람도 있고, 수산대학 등에서 바다와 고기잡이를 배운 사람도 있다.

북양어장의 추위는 그 자체로 극복하기 힘든 하나의 노동조건이었고, 위험의 상징이다.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치고, 그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안간힘이 늘 가슴 한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 두려움 속에서 그물을 던지고 고기를 잡아야 했다. 두려움에 대한 응전은 살아있는 것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대양에서 눈보라와 파도를 만났을 때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엔진을 최소한으로 쓰며 어느 정도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위험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운명에 몸을 던지는 것, 운명을 긍정하는 일이 운명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지은이와 함께 원양 어선을 탔던 선원들은 “뱃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머니 품 같기도 하고, 변심한 애인의 얼굴 같기도 했다. 그 시절 젊은 마린보이들의 꿈은 거친 파도 장단에 따라 춤을 췄다”고 회고한다.

197쪽, 1만3천원.

매일신문ㅣ조두진 기자ㅣ2014-12-13 

원문읽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2993&yy=2014#axzz3LvTgSkNp

북양어장 가는 길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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