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더, 오래>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2005년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보험영업에 뛰어들었다. 남편의 부도로 인해 가정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무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기본에 충실하고 아이들과 남편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새로 간 구두 굽이 며칠 되지 않아 또 갈아야 할 정도로 걷고 뛰었다. 얼마 후 가정은 안정되었고 일을 시작하며 세웠던 목표도 이뤘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일을 통해 만나고 교류해 온 사람들과의 시간이 소중하고 보람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들을 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지침을 세우기도 했고 그들을 보며 끊임없이 나를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꿈꾸었던 국문학도로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 그래서 수필을 쓰게 됐다. 수필을 쓰며 내면의 상처가 치유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해 과거와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와의 만남의 하이라이트. 수필집 중에서 딸아이에 대한 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정문숙]

저자와의 만남의 하이라이트. 수필집 중에서 딸아이에 대한 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정문숙]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수입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주체할 수 없이 깊이 빠지게 되었다. 통장의 잔고는 줄어도 만족감은 그 이상으로 커졌다. 2015년, 50세의 나이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소설을 공부하게 되었다. 2017년에는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라는 수필집이다. 

  

대학원을 다니며 조교 일을 병행했다. 직장과 학업 조교 일이 힘들었지만 모든 일이 꿈처럼 행복했다. 대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일이었는데 내 아이들 또래라서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챙겼으며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진로를 찾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2017년,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사로 근무하며 찍은 사진. [사진 정문숙]

2017년,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도서관에서 글쓰기 강사로 근무하며 찍은 사진. [사진 정문숙]



수필집을 낸 후, 학교 도서관에서 리빙 라이브러리도 하게 됐고 수필에 대해 강의도 하고 있다. 내심 작가의 길에 대한 열망이 더 크지만 현실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기에 심기일전해서 직장에서도 열심히 뛰고 있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4년째, 직장생활과 작가의 길,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소설을 쓴다. 처음 소설을 쓰고자 했던 이유는 이 시대 어머니 아버지의 시대적인 상처와 아픔, 그리고 치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 욕심을 내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소설집 발간을 앞두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 

  

또 9시까지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본다. 바쁜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만의 방에서 아침에 쓴 글을 다시 이어 쓴다. 앞으로 내 삶은 또 몇 번의 환승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환승역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다른 환승이 두렵지 않으리라 믿는다. 


서영지 기자



정문숙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지음 | 214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8-8 03810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 10점
정문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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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의 주인공이자 저자의 어머니인 한동익씨가 알바니아 여행 중 현지인과 손잡고 걷고 있다.
 

테마 여행사가 권하는 여행법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정통 가이드북뿐만이 아니라 테마 여행서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이 나와있는지를 보면 최근 여행 트렌드가 보인다. 최근에는 ‘미식 여행’이나 ‘해외에서 살아보기’와 같은 주제가 대세다. 요즘 나온 테마 여행서는 대부분 디자인이 감각적이라 실용성과 무관하게 한 권 쯤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서점 세 곳(교보문고·알라딘·예스24)의 추천을 받아 최근 5년 이내에 나온 주목할 만한 테마 여행서를 추렸다.
이 책들이 추천하는 2017년식 여행법도 정리했다.

 

미쉐린 가이드도 모르는 맛집을 찾아

 

 2017년 한국인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음식이다. 2016년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이 처음 발간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했다. 맛을 찾아 여행을 갈지 말지 기준을 정해주는 책이니 그럴 만하다.

『미쉐린 가이드』가 파인 다이닝 열풍을 일으켰다면 최근 서점가에는 미쉐린 가이드는 절대 모를 법한 숨은 맛집을 콕콕 찝어주는 미식 가이드 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행작가 노중훈의 『식당 골라주는 남자』(지식너머)가 그런 책이다. 전국 맛집 104 곳을 소개했는데 대부분 노포들이다. 노씨는 이런 집을 일컬어 ‘풀뿌리식당’이라 한다. 서울 을지로에서 불혹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호프집 OB베어, 선어회의 명가 전남 여수 41번 포차 같은 곳이다. 노씨는 “책에 나온 작고 허름한 식당 대부분은 맛도 있지만 그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곳이라 일부러 찾아가볼 만하다”며 “식당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숨은 지역명소를 알아내기도 하니 맛집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 출판사가 그 지역 전문가와 함께 만든 여행 서적도 빼놓을 수 없다. 산지니출판사는 2011년 부산과 경남 지역 맛집을 다룬 『부산을 맛보다』를 낸 뒤 2016년 11월엔 부산 맛집 231곳을 다룬 『부산을 맛보다 두번째 이야기』를 다시 펴냈다. 산지니출판사 권문경 디자인팀장은 “부산 토박이인 부산일보 기자들이 큐레이션을 했다는 점에서 인터넷에 흔한 정보와는 깊이와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대표음식인 돼지국밥을 다룬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15개 식당 맛을 깐깐히 분석한 뒤 “부산 식당들은 다대기를 국에 넣지 말고 따로 내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오사카 키친』에 나온 타코야키 맛집.

일본에서 오사카(大阪)의 지위는 우리의 부산과 비슷하다. 모든 먹거리가 있는 수도 도쿄(東京)보다 개성 강한 지역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오사카다. 이 도시를 맛깔나게 묘사한 책 『오사카 키친』(알에이치코리아)이 비슷한 책 중에선 가장 잘 팔린다. 오사카·교토(京都)·고베(神?) 지역 맛집 79곳을 소개했는데 책에 나오는 집들이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가 맛집과 음식을 감각적으로 그리고 설명했다. 일본 가정식 도시락집 콤비, 80년 전통을 지킨 오므라이스집 메이지켄 편을 읽다보면 절로 군침이 돈다.
 


몇 년 새 한국인 방문이 급증한 대만을 다룬 가이드북도 쏟아진다. 『대만 맛집』(미니멈)은 국내에선 처음 나온 대만 맛집 책이다. 대만 국적의 화교 4세 남편과 잡지 디자이너 출신 아내가 만든 책답게 내용이 알차고 디자인은 화려하다. 저자 페이웬화는 “최근 타이베이(大北) 유명 식당을 가면 한국어 밖에 들리지 않는데 그런 관광객 많은 곳보다 현지인이 많이 찾는 집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며 “닭고기 덮밥이나 또우장(豆漿) 같은 대만인 소울푸드를 한국인도 먹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후략)


2017-02-10 | 중앙일보 |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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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맛보다 두 번째 이야기 - 10점
박종호.박나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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