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은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를 발굴해서 지역민뿐만 아니라 다수에게 알리는 귀중한 역할을 한다. 지역에 있는 지역 출판사가 아니라면 해낼 수 없는 일이기에 이들의 더딘 발걸음은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독서 인구, 출판사, 매출액 감소 등의 전국 공통적인 문제에다 출판계의 수도권 집중화, 도서유통망인 지역 서점 급감 등의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먼저 지역출판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최낙진 한국출판학회 지역출판학연구회장(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은 지역 출판을 공공재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해 지역 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지역 출판은 지역 문화산업 중 지역의 지식 정보 축적과 문화 형성을 위한 '지식 문화 공공재'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정부는 지역 출판 분야를 사적 영역이 아닌 공공재로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하기에 공공도서관에 준하는 공공재로서 법적, 제도적 정책 마련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1999년부터 17년째 '도서출판 각' 을 운영하고 있는 박경훈 대표도 지역 출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출판사와 인쇄소도 구별하지 못하는 행정의 무관심과 지역 책은 돈을 주고 사기보다는 거저 받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린 지역 지식인들의 풍조 등으로 지역 인문서적이 팔리지 않는다. 육지부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올레이야기' 빼면 제주에 별반 관심이 없다. 하지만, 제주 섬의 인문 활동의 결과물인 출판서적들은 제주사람만이 기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인문출판사는 지역문화의 산실이자 지식 저장소"라고 강조했다.
각 지자체가 지역 출판물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중요하다. 부산의 사례가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지역출판문화 및 작은도서관 지원사업'으로 지난 2012년부터 지역 소재 출판사의 우수 도서를 선정하고, 그 도서를 구매해서 지역 내 도서관에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2012년부터 매년 심의를 통해 지역 출판사의 우수 도서 5권을 선정해, 5000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책을 구입했다.
부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구청 공공도서관에서 책 구입 시에 지역 출판물을 구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16개 구·군에 지역 출판물 구입 권고 안내 공문을 보낸다.
부산시 기획행정관 관계자는 "올해 책 구입 전체 예산이 9억 4500만 원이다. 지역 출판물을 구입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 예산 중 일부를 지역 출판물을 발굴해서 살 수 있게 하는 협조 사항"이라고 전했다.
지역 출판의 가치를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지역 문화를 키울 수 있는 법 제도 신설도 논의되고 있다.
지역의 출판사와 잡지사 등이 전국지역문화잡지출판연대(가칭)를 꾸려서 지역 출판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출판진흥법'(가칭)을 만들고자 한다.
지역 출판의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배송비 지원, 도서관 지역출판물 의무구입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오는 4월 1·2일 지역 출판사, 잡지사 관계자 40여 명이 순천에 모여서 지원법 등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황풍년 전라도닷컴 대표는 "순수하게 지역 문화를 지켜가고자 하는 지역 출판, 잡지를 운영하는 곳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 문화 생태계를 지키려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경남도민일보에서 강수걸 '산지니' 대표를 만나, 지역 출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최근 '산지니'가 부산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 출판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책을 냈다.
"지난 2005년에 출판사를 시작해 올해 12년 차다. 지역 출판사가 많지만, 생존기를 정리한 책이 없어서 만들게 됐다. 지역 출판은 나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이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 지역 출판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부산에서 시행하는 우수도서 지원 사업이 지역 출판사에 도움이 된다. 우수 도서로 선정되면 출판사별로 1000만 원씩 지원이 된다. 이러한 사업이 다른 지자체에서도 생기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 지역 출판사에서 낸 책은 지역에서 구매하는 쿼터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규슈)이나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 지역 출판사를 왜 지원해야 하나?
"책은 문화산업의 기초 토대산업이다. 다양성을 가진 양질의 지역 콘텐츠가 계속해서 생산되게 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제도적으로 지역 출판사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지역 출판은 지역민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부산의 한 출판사가 특별한 책을 냈다. 작가의 글이 아닌, 바로 출판사를 꾸려가는 그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기에 그렇다.
지역출판사 ‘산지니(대표 강수걸)’가 엮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강수걸 외 지음)는 작은 출판사가 10여 년 동안 부산에서 300여권이 넘는 단행본과 문예잡지 등을 펴낸 기록을 담고 있다.
독서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데다 판매망을 독점한 소수의 대형 서점들, 온라인 유통 활성화 등으로 지역 출판계는 칼바람을 맞고 있고 산지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산지니는 전국은 물론 해외로도 책을 유통하는 부산지역의 대표적 출판사로 거듭났지만 지난 10년의 세월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지난 2005년 2월 출판사 문을 연 뒤 8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 직거래 서점의 부도를 몇 차례 겪으며 고스란히 손해를 보기도 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창업을 준비하던 강수걸 대표에게 사람들은 “2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고, 그 말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지역의 소소한 일상이나 가치를 담아내는 특화전략으로 어느덧 험난한 출판시장에서 10년을 버티게 됐다.
산지니의 첫 책인 <반송사람들>(고창권 지음)도 부산 변두리에 위치한 반송마을에서 자치공동체를 이끌던 고창권 씨를 강 대표가 수차례 설득한 결과물이다. 또 조갑상 소설가, 최영철 시인과 그 부인인 조명숙 소설가 등 지역 곳곳의 작가들과 손잡고 부산을 배경으로 한 문학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부산의 중견 시인 최영철 선생을 처음 본 것은 광주에서였다. (중략) 영광독서토론회는 지역 서점에서 책과 함께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최영철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행사 때 뵈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왜 아는 척을 안 했느냐’며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 했다.” (109쪽)
이처럼 강수걸 대표와 7명의 직원들은 지역과, 저자와 함께 단순한 책이 아닌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보이기 쉽지만 오히려 지역의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데 있어 강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출판사 직원 각자의 경험담과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모은 이 책은 지역의 작은 출판사가 생존해나가는 이야기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엿 볼 수 있으며, 예비 편집자나 지역출판사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진지한 조언도 담겼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임서가 들려주는 강호 이야기
책은 청나라 말기의 이름난 번역가이자 문학가인 임서가 쓴 필기소설집이다. 책은 당시 필기의 자유로움과 소설의 서사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중국 근대 필기소설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임서는 강호들의 일화에서 ‘협’과 ‘의’의 정신을 내세우며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
저자는 강원도에서 10년 넘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다시피 하면 하루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 하는 극장 같은 학교에서 때로는 관객으로, 배우로, 프로듀서로 지냈다.
인간의 권리
기본권의 실정권론을 반박하고 기본권의 자연권론, 천부인권론을 강조하기 위해 연구하고 강의해 온 김철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 재임 25년을 기념하며 <인간의 권리>를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권의 자연권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인권 사상을 살펴본다.
베스트셀러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어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2020년 부산 원북원도서 선정도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벽이 없는 세계
★국경 없는 시대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포퓰리즘 부상을 필두로 한 50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룬 책이다. 미국, 중국, 터키,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의 지정학 전략을 통한 국제 정세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측면에서 분석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