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은 지역의 지식 정보를 축적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가치 있는 역할을 합니다.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경남 지역 출판사는 800곳이 넘지만, 실제로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책을 내는 곳은 10곳이 안 된다는 것이 지역 출판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어려운 지역 출판 현실 속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서점에 유통되는 책을 내는 지역 출판사가 하나둘 생겨났습니다. 앞으로 주 1회 이들 출판사를 찾아 어떤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지 조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는 지역 출판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단지 지역이라는 이유로 묻혀버리고 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움직임들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게 우리(지역 출판사)의 할 일이라는 암묵적 약속이 이뤄졌다."

부산 출판사 '산지니'가 지난해 말 운영 10주년을 맞아 낸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라는 책 내용의 일부다.



실제로 지역 출판사는 지역이 아니면 생산할 수 없는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 알려나가는 중요한 일을 한다. 하지만 지역 출판사는 생존조차 쉽지가 않다.

출판사 현황 자료를 들여다보면, 지역 출판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한 전국 출판사 수는 4만 6982개. 이 가운데 서울, 경기에 있는 출판사 수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경남 지역은 839개로 전체의 1.8% 수준이다.

매출액도 마찬가지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1월 말에 발표한 2013년 지역별 출판사 매출액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에서 서울은 56.6%, 경기도가 28.7% 비율로 나타났다. 서울, 경기를 합하면 85.3%를 차지한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출판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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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경남에서 전국 서점 유통망을 가진 출판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지역에서 만든 콘텐츠를 전국에 판매하며 지역 콘텐츠를 알려나가고 있다.

'남해의봄날', '상추쌈', '펄북스', '도서출판 피플파워' 등이다. 자비 출판이나 관급 인쇄물을 찍어주는 등의 형태가 아니다.

'남해의봄날'은 지난 2011년 서울에서 기획회사 일을 하던 정은영 대표가 안식년에 통영을 찾았다가 정착해 꿈꾸던 출판업을 하고자 만든 회사다. 2012년부터 꾸준히 지역 콘텐츠를 발굴해왔다.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섬에서 섬으로 바다백리길을 걷다>,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 등을 냈다. 최근 '화가 전혁림에게 띄우는 아들의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그림으로 나눈 대화>라는 책도 발간했다.

하동에 귀농한 부부가 만든 '상추쌈'이라는 출판사도 있다. 2009년 출판사를 차렸지만, 첫 책 <스스로 몸을 돌보다>는 2012년 나왔다. 이후 <나무에게 배운다>, <다시, 나무에게 배운다>, <한 번뿐인 삶 YOLO>를 냈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낸 셈이다. 전광진 대표는 "지역에 계신 저자를 발굴하고, 시골에 살면서 알게 되는 것, 마을 이야기 등을 담은 책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지역 서점을 30년간 운영하고 있는 여태훈 대표는 지난해 '펄북스'라는 출판사를 차렸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시집과 번역서를 출간했다. 박남준 시집 <중독자>, 박노정 시집 <운주사>,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등이다. '지리산권 이야기'를 장기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달에도 진주 유등 등 지역 콘텐츠를 토대로 신간을 발간할 예정이다.

<경남도민일보>도 지난 2011년 '도서출판 피플파워'라는 출판사를 통해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 <경남의 재발견>, <맛있는 경남> 등 10여 권을 냈다.

이 외에도 경상대출판사는 지난해부터 경남 지역을 스토리텔링한 기획 도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앤유 로컬북스'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 <조선 선비들의 답사 일번지>, <나는 대한민국 경남여성> 등의 책을 펴냈다.

모두 지역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지역 출판 움직임에 대해 강수걸 '산지니' 대표는 지역 출판은 '지역민의 표현의 자유'를 구현할 수 있는 활동이기에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이 함께 가는 길이 지역 출판이라고 생각해서 '산지니'를 열었다. 10년 넘게 출판사를 유지하면서 지역 출판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 출판사는 묻혀 있는 지역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낙진 한국출판학회 지역출판연구회 회장(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은 지난해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어느 국가 혹은 지역에 좋은 출판사가 있다는 것은, 그 국가나 지역에 좋은 대학이 하나 더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역에 양질의 출판사가 있다면, 그 지역에는 우수한 대학이 하나 더 있는 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우귀화 | 경남도민일보 | 2016-01-15

원문읽기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사)한국출판학회 제27회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10월 4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습니다.

"지역 출판의 현실과 희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각 지역에서 출판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출판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였습니다.

광주와 제주, 부산, 춘천에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거나 출판을 연구하시는 분들께서 사례발표를 해주셨는데요, 부산에서는 저희 산지니 사례를 듣고 싶다고 초청을 하셔서 부득이 제가 발제를 맡게 되었네요. 하필이면 대표님께서 출판산업진흥원 주최 서점교육에 강의를 나가시는 날과 겹쳐서 말이지요. ㅠㅠ

먼저 동서대학교 영상매스컴학부의 이완수 교수님께서 <한국 지역출판의 현황과 특성>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여러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역출판의 현실은 말 그대로 열악하지 그지없었습니다. 저희는 직접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피부로 느끼던 것이 통계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더군요. 이완수 교수님은 "지역 출판은 지역문화발전의 핵심적인 요체이다. 그 지역의 문화적 수준은 결국 지역 출판산업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가에 좌우된다"고 하시면서 그런데도 지역출판의 현실은 서점 등의 감소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정도라고 진단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와 출판계가 머리를 맞대로 이런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이번 세미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지역 출판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 지역출판기금 조성, 지역 우수도서선정 지원, 공공도서관의 지역출판물 의무 구매, 출판사와 도서관 연계, 출판사와 서점의 연계 등 여러 가지 정책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안현주 선생님께서 광주지역 출판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출판의 역사를 공부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조선시대 출판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짚어주셨는데요, 이렇게 유구한 지역출판의 역사가 우리한테 있었는지 미처 몰랐네요. 현재 광주지역에는 등록된 출판사나 인쇄소가 1500곳이나 되지만 의미 있는 출판활동을 하는 곳은 서너 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어서 이종국 전 출판학회장님과 박몽구 순천향대 교수님의 지정토론이 있었습니다.

 

잠시 티타임을 가지고 2부에서는 <부산지역 출판환경에서 9년째 생존하고 있는 산지니>라는 제목으로 제가 산지니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역시 '산지니'라는 이름은 이 자리에서도 주목을 끌었는데요, 발표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시며 공감해주시던 여러 분들이 무척 감사했습니다. 9년 동안 200여 종의 출간 종수도 그렇지만 그 가운데 40여 종이 여러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는 모습을 보이시더군요. 또한 부산시에서 도서관에 지역출판사 책들을 5% 구매하도록 권고하고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역우수도서를 선정해서 지원한다는 사실에 큰 관심을 나타내셨습니다.

다음은 제주에서 올라오신 '각' 출판사의 박경훈 대표님 사례발표가 있었습니다. '각' 출판사는 사실 제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출판사이고 그 역사도 저희보다 더 오래되었더군요. 비록 출간종수는 저희보다 적지만요. ^^ 또한 제주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유통비가 많이 들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올레길이나 관광 등 피상적인 측면에만 한정되어 있다 보니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 전문 출판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고 하시면서도 '각'은 망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불태우셨습니다.

지정토론은 춘천에서 '문화통신'이라는 지역문화정보지를 만들면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신 유현옥 편집주간께서 해주셨습니다. 강원도 콘텐츠를 키우는 출판의 꿈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후 자유토론에서는 출판사를 단순한 영리 목적의 사기업으로 보는 지방정부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데 출판학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출판은 사기업의 영리행위가 아니라 공공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파주출판단지의 게스트하우스를 지역출판 관계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지역출판사들의 도서목록을 따로 만들어서 홍보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등등의 말씀을 듣고 정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4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시종 진지한 모습으로 발제와 토론과 질문, 제언 등이 이어졌는데요, 저한테는 무척 뜻 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 사회를 맡으신 경인여대 윤세민 교수님께서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출판을 열심히 하고 계시는 분들"이라고 소개할 때 별 사명감 없는 저는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서너 시간에 걸쳐서 지역출판이 지역문화 발전에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지역출판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업을 논의하고 제안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감동이 되기도 하고 뿌듯함과 함께 없던 사명감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이어지는 뒤풀이 시간에도 시종일관 출판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갔답니다. 홍대 앞에서 열린 학술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홍대거리는 구경도 못했네요. 하지만 서교동에 인접한 곳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북카페가 많았습니다. 행사 시작 전 잠시 들른 카페 옆자리에서도 출판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는데 시간이 겹쳐 가보지 못한 게 좀 아쉽기도 했지만 지역에서 올라왔다고 너무 환대를 받아 감사하고 민망한 하루였습니다.

 

 

 

 

Posted by 아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