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7편 수록… 표제작 두지않아
- 섬세한 시선·탄탄한 문장 눈길


작가 최시은의 첫 소설집 제목은 ‘방마다 문이 열리고’(산지니)이다. 대개 단편소설 여러 편을 책 한 권으로 묶은 소설집에는 표제작이 있다. 수록한 단편소설 여러 편 가운데 한 편의 제목을 책 제목(표제작)으로 쓰는 방식이다.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에는 표제작이 따로 없다. 수록 작품은 ‘그곳’ ‘잔지바르의 아이들’ ‘누에’ ‘환불’ ‘3미 활낙지 3/500’ ‘요리’ ‘가까운 곳’ 7편이다. 작가가 표제작을 따로 두지 않고, ‘방마다 문이 열리고’를 소설집 제목으로 삼은 이유를 소설집의 두어 군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최 작가의 개성과 작품 세계가 꽤 진하게 드러난 수록작 ‘누에’의 끝 문장은 이렇다. “향기가 사라진 후 여자는 다시 오지 않았고 엄마는 땅속에 묻혔는데, 그렇다면 이것들은 아버지와 여자가 사라진 그 너머에서 온 것인가. 그녀는 향기가 사라진 그 너머로 조심조심 걸어간다. 그곳에도 산벚꽃이 피고 방마다 닫혔던 문들이 열린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는 이렇게 썼다. “그럼에도 나는 도서관 열람실을 자주 찾았다. 숨어 있기 좋은 방처럼 열람실 서가는 아늑했다. 어쩌면 숨기 위해 그곳을 자주 찾았는지도 모른다.”


     

첫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를 펴낸 최시은 소설가. 산지니 제공


 

‘방마다 문이 열리고’라는 제목은 소설가 최시은의 작품 세계에서 밀폐돼 있되, 문은 있고,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방’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주는 듯하다. 동시에 소설가로서 첫 소설집을 내면서 비로소 ‘방문’을 열고 나온 그의 마음과 처지를 상징한다.

 

최시은 소설가는 1970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바다와 산이 자연스레 성장 배경’인 고향에서 살다 초등 6학년 때 부산 영도 산동네로 옮겨와 줄곧 부산에 살았다. 2010년 진주신문 가을문예로 등단했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문학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며, 섬세하고 탄탄하게 문장을 다듬는 소설가가 부산 소설단에 또 한 명 나왔음을 알린다. 단편소설은 등장인물이 세상의 진실과 삶의 진실 사이를 치열하게 또는 절박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엔 세상의 진실과 삶의 진실이 가진 단면을 명징하게 그려내는 데 좋은 장르라 할 수 있다.

수록 작품에서 세상은 가끔, 문득 행복으로 향할 듯한 문이나 지금의 절박한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줄 비상구를 보여주지만, 끝내 쉽게 열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중삼중의 짐을 등장인물의 어깨에 얹는 모순된 상황으로 향할 때가 많다.

 

‘잔지바르의 아이들’은 그런 점을 거의 ‘끔찍한’ 수준으로 밀어붙인다. 주인공은 생계를 이어야 했기에 두 번째 남편을 맞이한 여성이다. 사회에서 무능한 존재인, 나이 어린 새 남편은 주인공의 어린 딸을 성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런데 주인공은 법정에서 이 끔찍한 남자의 형량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가장 큰 이유는 생계에 대한 걱정이다. 부분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에서 독자는 분노와 무력감으로 어안이 벙벙해진다.

 

등단작인 ‘그곳’은 늙고 병든 부모를 부양하며 살아야 하는 가난한 중년 여성의 곤경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환불’과 ‘3미 활낙지 3/500’ 등에서 최 작가는 튼튼한 취재로 삶의 현장을 활력 있고 세심하게 그려내는 힘을 보여주면서 모순된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시선을 유지해 관심을 끈다.

 

[국제신문 조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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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마다 문이 열리고 - 10점
최시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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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지난 목요일 따끈따끈한 첫 소설집을 내신 최시은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작가님이 자주 가시는 남포동의 카페로 갔으나, 문을 닫은 바람에 다시 찾은 아늑하고 예쁜 카페로 향했어요. 우연히 간 곳이었지만 너무 포근한 곳이었어요, 마치 그날의 분위기만큼요. 지금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인턴 김민주 이하 김: 첫 소설집을 내시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시은 작가님 이하 최 : 사람들 반응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이 다들 보면 쓴소리는 잘 안 하고 좋은 소리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긴 해요. 그래도 쓴소리도 있어요. ‘너무 어둡다’, ‘좀 밝은 얘기를 쓰지, 이런 어두운 얘기를 쓰냐’. 그래서 제가 뭐라고 하나면, 사람이 즐겁고 문제가 없으면 소설 거리는 아니다. 소설이라는 건 결국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거예요. 문제가 있고, 그 문제 속에 인간이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소설 속에 가지고 오는 거 같아요. 이렇게 주변 이야기 들으며 지냈습니다.

 

김: 저도 한국어문학과 학생이다 보니 작가님들의 소설 집필 과정에 관심이 많은데요, 소설을 쓰실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는지, 주로 작업 방식이 어떻게 되시나요?

 

최 : 소설 소재는 일상에서 가져와요. 누가 이야기하는 거, 주변에서 보이는 거. 제가 느끼고 냄새 맡고, 듣는 거. 모든 주변이 소설 레이더망에 잡혀요. (웃음) 글은 컴퓨터로 쓰는데, 책을 쓰고 있을 때는 가능한 다른 책을 잘 안 읽습니다. 색깔을 읽어버릴 수도 있어요. 그 작품의 톤을 따라가야 하는데,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서 다른 책을 읽으면 혼동하게 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요즘 시대에 소설을 집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작가님이 소설을 계속해서 집필하게 하는 힘, 나아가서 조금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소설’, ‘문학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최 :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그냥 내 안에서... 그냥 쓰게 만들어졌어요. 어쩔 수 없어요. 나에게 소설은 견디는 힘을 줘요. 삶을 견디는 힘. 부조리하고 힘든 현실을 살아낸다는 것도 있지만, 살아내는 것과 견디는 것 반 반씩인 거 같아요. 소설이 나를 견디게 해주는데 결국 그게 살아내는 거 같아요.

 

 

: 이번 소설집을 엮으실 때 가장 많이 든 생각과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최: 현실적인 얘기인데 교정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제 작품을 수도 없이 읽어야 하는데 그래도 오탈자가 또 나오더라고요.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김: 작품에서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아무래도 작가님의 아이덴티디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지역의 특색이자 소중한 산물인 사투리는 사라지고 표준어만 지향하는 현실 속에서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나온 사투리들에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혹시 따로 꼭 사투리를 써야지 하셔서 쓰신 건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최: 부산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건데, 또 문학에서 사투리가 들어가면 더 사실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생생하게 말이에요. 오히려 어떤 사람은 저보고 사투리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하다는 얘기도 하던데, 사투리가 적당하게 들어가면 오히려 더 사는 거 같아요.

 

김: 일곱 편의 단편 모두가 여성의 시각으로 서술되는데 특별히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내놓으신 이유가 있나요?

 

최: 아무래도 제가 여자니까 그렇겠죠. (웃음) 소설을 쓰다 보니 편한 게 여성 시선이고 내가 여자인데 남자가 되어 그 의식으로 들어가는 것도 참 힘든 일이더라고요, 내가 여자라서 아마 여성 화자가 소설을 쓰는데 편한 시선이 되니까 그렇게 썼던 거 같아요.

 

김 : 소설집을 읽으며 제가 알지 못했던 씁쓸한 삶의 이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단편 마다 그들의 현실이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요, 때로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서 읽기 힘들었던 부분들도 있었어요. 작가님은 글을 쓰시며 이런 점이 힘드시지는 않으셨나요?

 

최: 당연히 힘들죠. 제 주변 지인들도 읽는데 너무 힘들어해서 제가 읽지 말라고도 말했어요. 저도 마지막 단편 <가까운 곳>은 중편으로 썼던 걸 단편으로 만든 건데, 살인 장면을 쓸 때는 일부러 낮에 도서관에 가서, 사람들 많은 데서 썼어요. 안 그러면 너무 힘들더라고요. 살인했던 방법을 보면서 쓰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읽는 독자도 힘든데, 작가도 사실 그 부분을 쓸 때 심리적으로 힘들어요.

 

김 : 저는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잔인한 현실을 자세하게 그려내며 비판하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소설 속에서는 어쩌면 획일화된 젠더 이미지가 보이는 듯해요. 그런 것들이 남성의 입장으로 한 말과 행동이기 때문에 현실을 비꼬는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진짜의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최: 소설 속에서 인물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서 그가 사물을 보는 시점이나 말투를 적나라하게 적을 때도 있어요. 그건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지, 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 속 잔인하고 짐승만도 못한 남자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자 장치일 뿐인 거예요. 그저 캐릭터로 바라보지 않고 작가의 의식으로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 남자 캐릭터는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겨요. 그래서 처음에 소설을 공부할 때는 좀 흐릿하게 표현했는데, 엄청나게 야단맞았어요. 인물을 왜 이렇게 애매하게 그리냐고. 그래서 제가 그런 것들은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말과 행동인데 여자를 비하한다거나 젠더 감수성이 불공평하게 들어가 있는 식으로 본다면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까 어쩔 수는 없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김 : 소설 속에서 제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상황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싶기도 했습니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페미니즘운동과 관련하여 기득권 세력, 즉 가부장제 사회가 부패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룸살롱 장면을 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느냐같은 인권을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비판도 일고 있는데요, 저도 아직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옳은 것인지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최: 정말 중요한 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 속에 여자가, 남자가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비판적인 반응이 독자에게서 온다는 것도 수용해야겠지요. 작가는 이렇게 썼지만, 독자는 다양하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작품 속에 세련되지 못한 표현을 비판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기는 해요. 그거는 고유한 독자의 몫이기 때문에. 문학작품은 문학 작품으로 고유하게 비판하는 건 맞고, 그래서 제 작품도 만약 젠더 감수성대 대해서 문제화시킨다면, 남성우월주의나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것에 대해 물고 늘어질 게 있어요. 그리고 다른 작가들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거를 문제화하려면 얼마나 많아요. 문학작품에. 하지만 저는 그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서 하려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젠더감수성과 연결하면 안되고. 예를 들어서 현실에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남자가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인물을 소설 속에 담아낸다면 그 인물의 행동이나 말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어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건 젠더 감수성과는 또 다른 문제에요. 그걸 그렇게 연결시키면 안 되고, 그러면 밋밋하게 그리면 모든 사람이 표준화된 남녀가 나와요.

 

김: 음 그래서 저는 소설을 읽으며 든 생각이 그런 전형화된 여성과 남성 캐릭터는 이미 너무 많으니까, 굳이 내가 쓰지 않아도 많으니까. 나는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 저번에 저자와의 만남 때 평론가님이 '전형화된 인물들이 나온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맞아요. 전형화된 인물에서 현실적으로 여자가 능동적으로 헤쳐나가지 못하는 그래서 제가 이게 전형화된 인물이라면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도 역시 정형화된 인물이에요. 그래서 이거는 그렇게 접근할 게 아니고, 저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상황에 의해서 그 여자가 그렇게 된 걸 그린 거예요. 물론 그 반대쪽 인물도 한번 그려봐야겠지죠.

 

김: 소설 속 하나의 <잔지바르의 아이들>을 읽고 끔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인물을 보며,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는데요, 아직도 어떤 판단이 옳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작가님도 특정한 대답을 하지 않으시고 물음을 던져주시는데, 혹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최: <잔지바르의 아이들>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는, ‘과연 그런 인간에게 형벌이란 무엇일까에요. 감옥 속에 가면 그 인간은 돈도 벌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 소설을 쓸 때 화두는 과연 죄는 누가 지었고 형벌은 누가 받냐는 거에요. 남겨진 사람들이 벌 받는 거예요. 법리적 해석을 하면 그런 사람을 죗값을 치르고 형을 받아야 하겠지만 정말 이 사람에게 실제적, 현실적으로의 형벌은 남겨진 이들을 위해 힘들게 일해서 다 먹여 살리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만약 제가 그 여자의 캐릭터라면 인연을 끊겠어요.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에요. 결코 변하지 않아요. 심지어 이런 남자라면 생이 거칠고 힘들게 되겠지만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 저는<환불>을 읽고 모성애와 이방인에 대해 사유를 하게 되었어요. 작가님께서 밥 먹고사는 이야기이자 밥 먹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대답하신 것을 봤는데, 거기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를 알기 가장 힘들었던 단편인 거 같아요.

 

최: 안 그래도 사람들이 <환불>뭔 말하려고 그랬어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목인 환불의 뜻은 이미 지불한 돈을 되돌려줌돈이나 물건을 바꾸어서 지불하는 것두 가지가 있는데, 어느 하나로 정하지 않고 독자가 알아서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예전에 물난리가 난 뉴스 인터뷰에서 아침에 밥도 못 먹고 우리가 이 변을 당했다라고 말한 인터뷰를 본 순간 아 밥 먹고 당하는 거 하고, 밥 먹지 않고 당하는 거에는 차이가 있겠구나생각했어요. 그때 밥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라디오에서 낙타가 왜 북미대륙을 떠나서 사막에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쓴 거에요.

 

김: 마지막 단편, <가까운 곳>은 나머지 여섯 편과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고 저는 느꼈는데요, 어쩌면 장르적인 소설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런 설정을 하고 오신 건가요?

 

최: 맞아요. 저는 장르로 가는 게 목표거든요. 그게 사이코패스 이야기인데, 생각해보니까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가까이 있거든요. 예전에 우리 집 근처에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있다고 법원에서 종이가 왔더라고요. 그때 그런 사람들이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가까운 곳에 누군가가 있다라고 생각해서 강호순 사건을 가지고 와서 확장해서 썼어요.

 

김: 각 단편 모두 서사가 흥미로워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각각 에피소드의 소재들을 어디서 영감받으셨는지 궁금해요. 그중에서도 누에고치를 키운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는데요, 여기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최: <누에>는 제가 들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만들어보려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에서 출발해요. 이것을 어떻게 갖다 붙일 것인가, 소설이라는 건 메타포, 즉 은유의 세계잖아요.

엄마가 아들을 엄청나게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왜곡된 관계를 그리려 했어요. 엄마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있고, 아들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즉 콤플렉스가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엄마 의식 속에는 아들이 성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거예요. 그 거부를 뭐로 가져올지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애벌레를 생각했어요. 엄마는 아들이 자라지 못한 애벌레이기를 원한 거죠. 성체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엄마의 무의식 세계를 그리려고 어떤 애벌레가 있을까 생각하다 누에가 나왔어요. 엄마는 누에의 성장 과정에서 오령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계속 누에를 버리잖아요. 또 새로운 누에를 사고. 결국 아들은 저 누에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엄마가 왜 저걸 키우는지도 알고요. 그래서 죽이는 거죠. 어릴 때부터 유리관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이 나인 걸 아는 거죠.

 

그리고 작가님이 웃으시며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문장이 <누에>에 있다며 알려주셨습니다.

 

최: 아직도 어떻게 써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문장이 온 거 같아요. (웃음)

 

스스로 분사(憤事)한 주검처럼 죽은 누에들이 오히려 생생하고 또렷하다.

_99<누에> 중에서

 

 

김: 이제 첫 책이 출간되셨는데요, 더 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최: 지금 쓰고 있는 거는 장편인데, 이미 써 놓은 거를 가지고 새로 이야기를 짜고 있어요. 뼈대를 바꿔서 이야기를 새로 구성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 있어요. 부산에 많이 있는 냉동 창고를 보며 그 안에 뭐가 있을까에서부터 시작한 살인사건 이야기입니다. 원래 장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장르와 정통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쓰고 싶어요. 단순히 장르만 있는 게 아니라, 사건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거기에 인간이 녹아있어야 해요. 이 인간이 왜 살인을 하고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장르문학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김: 그럼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제가 체질적으로 상처를 잘 받기도 해서 아픔이 많은 사람이에요.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지만, 그걸 크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상처를 많이 받긴 하는데 그래야 사실 또 소설이 되긴 합니다. (웃음) 그것을 치유해준 게 소설이었어요. 내가 누구 작품을 읽고 감동을 하고 내가 치유 되고 행복해진 것처럼 상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가 소설이었거든요. 그 소설 속 인물을 보며 얘는 나구나.’ 내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되는 거예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래서 누군가가 제 소설을 읽고 제가 그때 느꼈던 치유의 감정을 가진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겠어요.

 

 

 

헤어질 때 작가님께서 "소통이 된다는 건 이렇게 즐거운 거예요"라는 말씀을 남겨주셨다. 소설 속 인물을 넘어 또 한 사람으로서 작가님과 뜻깊은 만남이었다.

 

작가님이 본인을 치유해준 게 소설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에게도 문학은 삶의 힘들었던 한 시절을 견디게 해 준 힘이어서 작가님 말씀에 더 반갑고, 깊이 공감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늦게까지 오래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책에 관해 작가님을 인터뷰하는 거였지만, 그 이전에 소설을 먼저 쓰신 선생님을 만난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고 좋은 경험이었다.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 감사합니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 - 10점
최시은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ㅣ저자소개ㅣ

 

최시은

1970년 경상북도 울진 출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으로 이주, 영도 산동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2010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

부산작가회의,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이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2010년 진주가을문예 당선작 <그곳>을 비롯해 <잔지바르의 아이들>, <누에> 7편이 실린 최시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굳게 닫혀 있던 문들이 하나둘 열리며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에 가로막혀 차마 알 수 없었던 그들의 목소리가 그 틈이 열리면서 들려온다.

 

소설을 쓰며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으므로 다른 인간들이 궁금해졌다. 인간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미처 보지 못한 인간들이 거기 있었다. 아니, 그들은 본래 거기 있었는데 내가 제대로 보지 못한 것 뿐이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들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극사실주의적인 현실 반영과 묘사는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동안 닫아놓고 외면했던 삶의 모습임이 분명하다. 안다는 것은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불편하게 나를 찌른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랬다. 가부장적인 남편, 폭력적이고 허영에 가득 찬 남성,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성폭력범 등 나를 불편하고 화나게 하는 인물이 계속되는데, 그렇다면 그 반대쪽에는 피해를 본 여성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상 곳곳에 그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을 지워버린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 결국 그들은 문을 닫고 제 방으로 들어가 갇힌다. 이제 우리는 그 방을 열고 문 속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그곳>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이 많은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얼마 되지 않는 수입과 국가에서 주는 생활비로 생계를 버틴다. 현실적인 묘사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

 

그러므로 상황이 변하지 않은 한 우리는 동등했다. 그 동등함이 사랑보다 더 단단하게 우리를 묶을 것이다. 서로 그런 조건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갈 수 없으니.

p.35

 

힘겨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힘내라는 말보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 저 문장을 읽었을 때 마음이 먹먹했다. 사랑이란 참 우습구나. 그 뜨거운 감정도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테니 말이다.   

 

오히려 내 삶의 연결망들도 엄마의 손상된 뇌세포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p.40

 

엄마 아버지가 간 그곳도 경계가 지원진 흰빛의 세상일까. 그런데 나는 왜 눈물이 나지 않는지....... p.47

 

세상은 그녀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는다. 마치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내몬다.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마음속에 맴돈다.

 

 

<잔지바르의 아이들>은 남편이 재혼한 아내의 어린 딸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아내는 그 사실을 알자마자 남편을 신고하지만, 이내 그의 항소심에 동의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녀는 가난으로 생활비조차 힘든 상황에서, 남편이 형을 받아 감옥에 있는 것보다 집에서 가족을 부양하며 함께 궁핍한 것이 더 형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멍했다. 아무리 생활이 힘겨웠다 해도, 자신의 어린 딸을 성폭행한 사람의 항소에 동의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어떤 심정일까. 무력해진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어떤게 옳은 행동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뭐가 법이고 정의인지. 법적인 죗값을 치른다면 그는 먹고, 자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피해를 본 가족들은 여전히 당장 오늘 생계에 허덕일 것이다. 그것은 과연 그에게 형벌일까, 지독한 삶으로부터 구원일까. 아직도 쉽게 결론짓지 못한 물음들이 떠다닌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가치와 잣대로 판단할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누에>는 성범죄자 아들과 함께 사는 엄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범죄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심정은 어떠할까. 사회 속에서 낙인찍힌 그녀는 과연 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이를 서른씩이나 먹은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엄마가 곁에 있을 수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그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환불>에서는 탈북녀와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뒤 소설을 쓰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북에서 내려온 그녀는 가난해도 마음 편한 곳은 오히려 북한이라 말하며 한국 사회에서 소상공인으로 살아가는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3미 활낙지 3/500>은 3살 된 어린아이를 잃은 이후, 삶을 살아가야만 여성의 이야기이다. 상실 이후,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삶이란 얼마나 힘겹고 버거운지 느낄 수 있다.

 

 

< 요리>는 돈 많은 남자의 비위를 맞춰주며 생활을 충당해나가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여성은 모든 걸 남성에게 맞춰주는 듯하지만, 그의 권력과 허영심을 비꼬고 있다. 그 남성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자신을 포장하려 들수록 그 속이 텅 비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다.

 

 

<가까운 곳>은 살인과 실종 등 으슥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의문이 드는 사건을 통해 독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고 궁금증을 자아내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는 이들 삶의 이면을 살펴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작가는 공통되게 중년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평소 잘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현실 곳곳에 가득한 공포와 불안으로 떨고 있는 그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사투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여려 편에서 공통되게 그려지는 젠더 이미지가 보이는데, '머리가 긴 뒷모습으로 봐 카운터를 보는 건 여자애다.', '다리고 여자처럼 가늘고 길다', '삶은 감자처럼 포슬포슬 여자의 얼굴에 분이 났다. 예뻤다. 그래 저게 여자지. 사십을 넘긴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등 획일적인 여성과 남성상을 그린 게 조금 아쉬웠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추악한 남성 캐릭터들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느껴졌다.

분명 이야기 속에서 여성과 남성 캐릭터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처한 삶의 조건이 팍팍하다 할지라도, 가난과 자기 삶의 힘겨움이,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절대로 그것으로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현실이 그렇기에 현실을 끄집어내는 하이퍼 리얼리즘을 향한 점은 좋았으나, 현실반영을 넘어서 미친년, 화양년, 계집애 등 차별적 표현이 조금 불편했다. 혼자 남겨지는 게 더 두려워서 폭력적인 남자를 포기 못 하는 등 주체적이지 못한 여성의 이미지 또한 아쉬웠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보겠다는 작가님의 말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한다.

 

 

소설집에는 공통으로 삶에 대한 힘겨움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나온다. 가난을 비롯한 삶의 무게와 고통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끝에서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한다. 그 속에서 물러날 곳 없이, 그래야만 했었던 인물들의 심리를 잘 들여다볼 수 있다. 내가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무언가와 현실이 부딪히는 상황을 보며, 인물들에 몰입하여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었다. 현실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

최시은 지음 l 234l 20181130l 15000

 

최시은 작가의 첫 소설집.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세상의 문들이 열린다. 이번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에서는 폭력, 상처, 가난, 아픔 등 저마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말 못할 고통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냉동창고, 토막살인, 강간범, 개장수, 탈북 여성, 누에, 복어 등 날것의 소재들이 현장감 있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데, 그만큼 작품 세계가 단조롭지 않다. 딸을 강간한 두 번째 남편을 고소하지만, 막상 생계를 위해 그의 항소를 도울 수밖에 없는 여자나 토막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그의 앞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는 여자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삶의 비릿한 냄새를 쫓아간다. 섬세한 묘사로 완성한 최시은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삶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방마다 문이 열리고 - 10점
최시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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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지난 금요일, 2018년의 마지막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우리들,킴』의 저자 황은덕 작가와의 만남으로 시작한 2018년 저자와의 만남이

한 해동안 부지런히 달려 어느새 89회가 되었습니다.

소설로 열었던 2018년을 소설로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2018년 저자와의 만남 대미를 장식해주신 저자는 바로,

『방마다 문이 열리고』의 최시은 작가님입니다.

성탄절과 연말을 앞두고 모두가 분주했던 가운데,

많은 분이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아쉽게 참석하지 못한 여러분들을 위해 그날의 후끈후끈했던 이야기를 지금, 공개합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진행에 관해 이야기 나누시는 최시은 작가님과 김대성 문학 평론가님.

 

-김대성 문학 평론가(이하 김)

첫 책 『방마다 문이 열리고』를 내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최시은 작가(이하 최)

저는 사실 작가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최시은은 필명인데, 아직 동료들이 필명을 부르면 생소합니다.

집에 도착한 책을 쌓아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 마치 늦둥이를 낳은 기분이랄까요? 애비 없는 늦둥이 같은 기분이었습니. 저게 어디서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교정 과정에서 글을 계속 보다 보니까 늦둥이인데 보기 싫은 늦둥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지인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까, 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습니.

작가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고 아직은 붕 떠 있는 기분입니다.

 

-김 │제가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고 입주해서 밤에 거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어리벙벙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 같아요그 감정이 글 쓰는 이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자 특권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최 특권적인 건 아닌데? (웃음)

특별하고 낯선 감정이 맞는 것 같아요.

든 못 됐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책을 냈다는 게 뿌듯한 느낌도 있어요.

 

 

-김 │ 특권적이라는 말은 실언은 아니었고요. 왜냐하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보상받을 길이 많이 없거든요. 주위에서는 뭐길래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 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런 조건 속에서 글을 쓰고 결국 책으로까지 엮어냈을 때, 외부에서 보상받지 못하지만 그 감정이 특권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최 작가로서 책을 내고 느끼는 뿌듯한 감정을 특권이라고 표현하셨다면, . 특권적인 감정 맞습니다.

 

-김 │8년 전, 5년 전에 써두신 소설을 다시 엮으며 문장을 고치고 덧붙이고 빼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이 궁금합니다. 책을 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부의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최 │소설 잔지바르의 아이들」이 그 경우에 해당할 것 같아요. 써 놓고 한참을 넣어둔 작품이에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며 다시 소설을 보았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 일주일을 교정을 보며 헤맸어요. 경향신문의 짧은 기사를 가지고 소설을 만든 것인데, 기사 속 여자를 볼 때 마음이 참 안되었어요.

죗값을 치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봤어요. 소설 속 남자에게 감옥에 있는 것은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했을 때 죗값을 치르는 것은 감옥에서 나와서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는 것이었죠.

소설은 질문의 형식이라고 생각합니. 답을 주는 소설은 재미가 없죠. 잔지바르의 아이들」이 소설적으로 썩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질문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

 

 

-김 │소설집 중에서 마음에 들고 뿌듯함을 느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최 │일곱 편 중 두세 편이 마음에 들어요. 소설적 완성도 면에서는「누에」가 마음에 들어요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 모든 것을 다 설명해줘야 했기 때문에 집필할 때 힘들었어요. 전자발찌를 찬 30대 남성의 심리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사실 경찰서를 통해서 실제 성폭행범을 만나 보려고 하기도 했는데 쉽지는 않더라고요.

 

-김 │소설집 제목이 '방마다 문이 열리고'인데요. 이 구절이 수록 작품「누에」에서 따 오신 거로 압니. 이 표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 │소설적 상황을 보자면 '문이 열리기 전'에는 엄마가 아파서 집에 누워 있죠. 엄마에게 필요한 건 아버지이고, 아버지에게 필요한 건 그 여자입니다. 아버지가 그 여자를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아버지로 인해 엄마는 생기를 얻고, 집에도 생기가 돕니.

아버지가 옴으로 방에 문이 열리고, 봄이 와서 산벚꽃이 피듯 집에 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자가 수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엄마들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합니.

 

 

-김 │이 소설의 남성들이 굉장히 전형화되어 있습니. 성적인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말이죠.

젠더의 위계가 전형화되어 있는데, 이는 작가가 의도하고 쓰신 것이라고 보입니.

이 문제는 앞으로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 계속 언급이 되고 쟁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

 

-최 │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왜 남자를 그렇게 그렸을까요... (웃음)

 

-김 │ 왜 인물들을 이렇게 그렸어야 했는가를 이야기해보자면, 인물들이 대부분 도시 빈민이에요. 생존이 최우선인 삶의 조건에서 가치 있는 행위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요즘 통념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처한 삶의 조건을 이해하면서 인물의 행동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 │페미니즘이 많이 언급되는 이 시대에 제 소설 속 캐릭터는 낡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밥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직접 목격도 했고, 그런 상황을 보며 눈물이 날 때도 많았어요.

 

-김 │ 소설 속 아버지, 남편, 아들, 애인 등 남성들은 성적대상으로 여성을 욕망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여성들은 존중받지 못하는 돌봄 노동 속에서 학대당하고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그런 남성들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지요. 젠더적 위계성이 굉장히 도식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 │글이라는 것은 내 의식의 반영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소설에서는 조금 다른 여성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자 질문제가 「환불」을 읽었는데, 작가가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애매모호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듣고 싶습니.

 

-최 │ 이것은 밥 이야기입니다. 밥 먹는 이야기이자, 밥 먹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 제 의도는 그렇습니다.

 

 

-김 │ 소설 속 '수진'이라는 인물을 묘사할 때 헤픈 육체라 표현을 쓰셨는, 전체 소설집 중 수진이라는 등장인물이 가장 자유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최 │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수진에게 다시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웃음)

 

-김 │작가도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은 작가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이후에 작가님 소설 속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관계 맺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 │ 소설 쓰면서 인간 됐다는 말 많이 해요. 작가일 때와 독자일 때가 참 다르더라고요. 소설을 쓰면서 자유로워졌어요. 내가 인간이 되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좀 잘 쓰고 제대로 된 작품을 쓸까 고민하고 있고요. 쓰고 있는 장편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김 │소설 속 인물들도 인간이 되어가면 좋겠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너무 고착되어 있어서 좀 안타까웠습니. 작가님이 자유로워졌듯이, 작품 속 인물들도 자유로워지면 좋겠습니.

 

-최 │그 사람들이 인간이 되면 소설이 될까요? (웃음)

 

-김 │ 인물들을 잘 보내주는 것도 작가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자 질문 │요리가 작품마다 중요하게 나오는데요. 작가가 일상생활에서 요리로 치유를 받은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 │요리를 먹으면서 위로가 많이 받습니다. 저는 술을 좋아해요. 혼술도 좋아하고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뉴를 만들어서 먹으면 내가 치유가 돼요.

작품 속에 고등어탕이 나옵니다. 엄마가 해준 고등어탕을 먹으면 모든 근심이 사라질 것 같아요.  요리가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

실제로 제가 요리를 잘하기도 합니다. (웃음)

 

-김 │첫 번째 소설을 내시는 것이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

작가가 닫힌 문을 열고 나오는 거라면, 방을 나온 작가와 인물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 │네, 늘 잘 쓰려고 머릿속에서 소설이 떠나지 않죠.

그런데,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는 안 물어보시나요? (웃음)

어느 행사에 가니까 마지막에 물어보시길래 준비해왔는데... 

저는 쥐스킨트의 『향수』를 너무 좋아해. 제가 지향하는 것은 장르와 정통문학을 결부시켜 잔인하면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쓰는 거예요. 

그렇게 신들린 것처럼 쓰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게 제 목표입니.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왔던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2019년의 첫 번째 저자와의 만남은 창작동화 『해오리 바다의 비밀』과 함께 시작합니다.

[행사 알림] 90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 http://sanzinibook.tistory.com/2663

조미형, 박경효 작가님과의 만남에 많은 분들 참석 기다리겠습니다. :)

 

모두 따듯한 성탄절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방마다 문이 열리고 - 10점
최시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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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마다 문이 열리고

 

 

최시은 소설집

 

 

 

▶ “그건 꽃이라기보다 상처 같다” 
    거칠고 복잡다단한 세계를 구현하다

 

최시은 작가의 첫 소설집.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세상의 문들이 열린다. 이번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에서는 폭력, 상처, 가난, 아픔 등 저마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말 못할 고통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냉동창고, 토막살인, 강간범, 개장수, 탈북 여성, 누에, 복어 등 날것의 소재들이 현장감 있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데, 그만큼 작품 세계가 단조롭지 않다. 딸을 강간한 두 번째 남편을 고소하지만, 막상 생계를 위해 그의 항소를 도울 수밖에 없는 여자나 토막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그의 앞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는 여자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삶의 비릿한 냄새를 쫓아간다. 섬세한 묘사로 완성한 최시은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삶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 누에고치의 고요한 웅크림과
    냉동된 분노가 살아나는 활낙지의 발작

 

총 7편의 소설에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성범죄자 아들과 함께 사는 엄마(「누에」), 남자 하나를 두고 싸우다 임신한 상대 여자를 만나자 말없이 돌아서는 여자(「3미 활낙지 3/500」),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뒤, 소설을 쓰는 여자(「환불」), 노부모와 함께 살며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자(「그곳」)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모든 소설에서 현장을 취재한 듯 꼼꼼하게 서술된 배경들과 각 인물의 상황들은 마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작가 최시은은 긴장감 있게 작품을 끌고 가다 특정 부분에서는 숨 고르기를 하는데, 이는 소설 「환불」과 「그곳」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서사와 서사 사이에 사유의 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작품의 배경과 상황, 인물에 대한 이입을 돕는다. 더불어 「가까운 곳」에서는 소설 초반, 동네에 풍기는 이상한 냄새와 이것이 강씨의 살인 때문임을 빠른 전개로 풀어나가다 중후반, 선생님인 정희의 이야기로 옮겨오면서 소설은 속도를 조절한다. 마치 떨리고 초조한 정희의 발걸음을 따라가듯 말이다. 이렇듯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작품의 속도와 긴장감을 조절하며 독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인한다. 그리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들 속에는 행복해 보이는 표면 아래에 자리한 삶이 보인다.

 

 

▶ 아픔 속으로 한없이 들어가,
    사회의 구조와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삶의 어둠을 거둘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와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본연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설집의 첫 포문을 여는 「그곳」은 제대로 된 직장 없이, 나이 많은 부모와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자전적 경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사회가 매달 던져주는 생활비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녀에게 삶은 희망이라는 빛보다 견뎌내야 하는 하루의 무게에 더 가깝다. 작가 최시은은 현실적 묘사와 상황 설정들을 통해 가난과 삶의 무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설 「잔자바르의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에 직면한 개인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두 번째 남편이자 함께 사는 남자가 딸 소희를 성폭행한다. 아동성폭행범으로 체포된 남자, 하지만 그녀는 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변호에 나선다. ‘악’마저도 무너지게 만드는 ‘사회의 구조’는 무엇인가? 이 작품은 ‘가난’에 따른 범죄의 되물림, 처벌과 해결 과정에 내재된 사회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소설 「누에」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 아들과 살아가는 중년 여성의 일상을 담담한 고백체로 전하는 작품이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범죄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고, 더 이상 행복이란 단어를 끌어 올 수 없는 한 개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소설 「가까운 곳」은 산에서부터 마을로 내려오는 이상한 냄새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멧돼지가 죽어서 나는 냄새라는 강씨의 말을 믿고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한편 불량 학생으로 낙인찍힌 지은이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자 담임인 정희는 지은의 학적을 정리한다. 그날 이후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꾸는 정희. 그러던 어느 날 퇴근 무렵 아이들의 체험활동수업 결과물을 실고 온 강씨와 마주친다. 외진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실종. 소설은 자극적 소재와 스릴러적 분위기를 통해 인간 내면의 폭력성에 집중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게 들여다본다.

 

 

 ▶ 여성과 여성, 그리고 여성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의 작품들은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 서술자로 등장한다.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여성(「환불」), 아이를 잃은 여성(「3미 활낙지 3/500」),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의 비위를 맞추는 여성(「요리」) 등 각기 다른 사정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환불」은 자궁을 들어낸 이후 소설 쓰기에 매달리기 시작한 중년 여성의 특별한 여름을 묘사한 작품.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여성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중년 여성이 소설을 통해 자신을 다듬어 가기 위한 작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3미 활낙지 3/500」의 정옥은 선천성 폐쇄부전증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낳는다. 3년 후 아이를 잃은 정옥은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고, 이후 지금의 사장을 만난다. 하지만 사장의 여자라고 자신을 밝히는 사람이 임신한 배를 안고 걸어 들어온다. 정옥은 그 여자를 보자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 마구 솟구친다. 이 작품에서는 아픔을 제대로 달래지 못한 채 생을 이어가야 했던 여자의 힘겨운 몸부림이 느껴진다. 「요리」는 성적으로 착취되는 동시에 그 착취를 일삼는 남성의 권력을 비꼬는 여성의 자조적인 고발이다. 요리, 분위기, 음악, 여자.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의 말투에서 가공된 우아함이 떨어진다. 남자는 자신의 입맛대로 만들어지는 요리처럼 여자와의 잠자리 또한 자신의 고상한 취향에 맞춰져야 한다. 여자는 남자의 요리와 잠자리에 감탄사를 내뱉지만 사실 한 번도 배가 부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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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최시은

1970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났다. 그곳 어촌들 대부분이 그렇듯 내가 태어난 곳도 농업과 어업을 함께했다. 그랬으므로 바다와 산은 자연스레 나의 성장 배경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으로 이주, 영도 산동네에서 지독히 가난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 어렴풋 작가를 꿈꾸었으나 포기. 대학에서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 잡다하게 책을 읽었다. 마흔에 소설 공부를 다시 시작. 2010년 진주가을문예로 등단. 그러나 여전히 소설은 어렵다. 부산작가회의,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이다.

 

목차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