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5.12.23 지역에서 책을 펴내고 팔기까지-『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책소개) (7)
  2. 2015.11.09 지역에서 책 만들기, 지역에서 책 팔기 ① 부산 출판사 '산지니' 강수걸 대표 (전북일보)
  3. 2015.09.11 원북(One Book)으로 시를 줍다 - 최영철 시인 초청 강연회 (2)
  4. 2015.09.04 오늘의 문예비평 '신경숙 표절' 특집…"신경숙 진솔하지 못해 실망" (뉴시스)
  5. 2015.09.02 부산문인들 "창비 신경숙 옹호글, 식견 의심스러워" (연합뉴스)
  6. 2015.07.17 '2015 원북원부산 선정 작가' 최영철 시인 "꿈꾸는 시인이 없다면 세상은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요?" (부산일보)
  7. 2015.07.06 고독은 나의 힘-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시인 북토크 (5)
  8. 2015.06.11 "은유의 남발은 동일성의 확대재생산" (국제신문)
  9. 2015.06.05 함께 읽는 시의 느낌 :: 구덕도서관 최영철 시인 초청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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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2015.05.06 김해와 책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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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2015.02.27 주간 산지니-2월 넷째 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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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2015.02.16 Top5에 등극!: 원북원부산 후보『금정산을 보냈다』
  25. 2014.11.10 최영철 성장도서 『어중씨 이야기』 2014년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부산 지역출판사 산지니가 출판사의 창업에서부터 다사다난했던 출판사 운영과정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 창업을 준비한 강수걸 대표는 2005년 2월, 척박한 맨땅에 부딪히는 기분으로 출판사를 시작했다고 술회하고 있는데요. 첫 책 『반송 사람들』을 시작으로 300여 권의 책을 펴낸 산지니의 기록을 한데 모았습니다.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을 홍보하러 서점 관계자를 찾아갔던 이야기, 출판사 작명에 관한 이야기, 저자에게 원고를 청탁했던 이야기, 인쇄사고, 서점부도 등 10여 년에 걸친 지역출판사의 생존기록인 셈입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라는 산지니 출판사 사례를 통해 부족하지만 지역의 독자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향후 지역출판의 과제와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지역출판사는 오래가기 어렵다? 편견에 부딪힌 산지니의 반격!


10년간 출판사를 운영하는 과정 속에 어려움도 많았다. 언론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책이 팔리지 않는다든지, 지역서점의 부도로 책을 회수할 수 없어 손해를 입은 일까지 대한민국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 게다가 ‘지역’에서 책을 출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책 만드는 일을 밥벌이 삼아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 바로 산지니 식구들의 10년의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책은 출발했다. 요즘에서야 지역에 출판사가 하나둘씩 자리 잡고 있는 추세이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출판은 서울과 파주출판도시에만 편중된 심각한 쏠림 현상으로 인해 ‘출판을 하려면 서울로’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였다. 저자풀, 유통망, 인쇄·제본 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산지니 출판사의 강수걸 대표는 출판사 근무 경험도 없이 출판사를 10년간 이끌어왔고, 그의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지역에서도 출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이 책은 출판에 대한 그의 열정과 함께 한 권씩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저자와 함께 인연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행복’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뒤바뀐 페이지, 독촉전화, 도서전 출장…

좌충우돌,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

이 책은 출판 업무에 대한 딱딱한 이론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에세이처럼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역출판사의 창업과 역사를 더듬으며, 한 출판사가 생존하기 위해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예비 편집자뿐만 아니라, 지역출판사 창업을 꿈꾸는 이, 나아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출판사의 속내를 궁금해하는 일반독자들도 모두 즐길 수 있을 만큼 유쾌한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부산 콘텐츠를 담은 『부산을 맛보다』를 일본출판사에 수출하면서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책 홍보 우편물을 만들기 위해 전 직원이 가내 수공업으로 봉투에 풀질을 하기도 하며, 일본인 독자가 출판사를 방문하기도 하는 등 출판사의 업무를 소개하는 단순한 내용을 넘어 ‘행복’하게 출판 일을 하는 이들의 에세이를 싣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특별히 장별 말미에 배치된 ‘주간 산지니’는 출판사 식구들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소개하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소중함


부산의 중견 시인 최영철 선생을 처음 본 것은 광주에서였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 2006년 5월, 광주에 있는 거래서점 충장서림과 삼복서점을 둘러보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 몇 달 후 최영철 선생의 시집 『호루라기』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고 부산 영광도서에서 독서토론회가 열렸다. 영광독서토론회는 지역 서점에서 책과 함께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최영철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행사 때 뵈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왜 아는 척을 안 했느냐”며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했다. _「최영철 시인과 조명숙 소설가 부부」, 107-109쪽.


강수걸 대표는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 저자들을 연결해주기 쉽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산지니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보이기 쉬우나, 오히려 지역 저자들을 매개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저자들은 출판사에 번역서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새로운 기획을 제안하는 등 출판사의 도서목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일등공신이다. 저자의 원고를 책으로 펴내는 데 출판사가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저자의 원고가 없었더라면 300여 권의 책을 출간하고 10여 년간 지역출판사를 이끌어오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의 저자와 소통하며 고유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책을 매개로 인연을 쌓아온 산지니는 앞으로도 지역이라는 변방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와 연구자, 문화종사자과 함께 소통하는 출판사이고자 한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이 책은 출판사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우수출판기획안을 지원하는 사업인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2015년도 선정작이다. “지역공동체의 활성과 가치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며 지역콘텐츠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 단지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묻혀버리고 마는,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가치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 다양한 콘텐츠가 살아 숨 쉬는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행복이라는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책을 펴내는 산지니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글쓴이

강수걸 : 산지니 대표. 1967년생. 부산대학교 법학과 졸업. 80년대 대학을 다니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구매부서와 법무팀에서 10년간 일했다. 2004년 퇴사 후 1년 동안 창업 준비를 한 끝에 2005년 부산에서 산지니 출판사를 설립했다. 이후 10년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도록 출판 일만 고민하면서 살고 있다.

권경옥 : 산지니 편집장. 어쩌다 출판계에 들어와 편집자 생활 시작하면서 태어난 막내가 어느덧 열 살이 되었다. 여전히 원고와 씨름하고 아이와 싸우면서 성장하는 중. 한 권 한 권 나의 손을 거쳐 만들어져 나오는 책의 물성에 감격한다.

권문경 :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며 20대를 보내고 2005년부터 산지니에서 북디자인과 제작을 맡아 300여 권의 책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책을 만들까 고민하느라 흰머리가 늘고 있다.

양아름 : 서점에서 구입한 책의 면지에 그날의 기분을 낙서하는 게 취미인 4년 차 편집자. 저자가 갖고 있는 날것의 사유를 종이결에 아름답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산파 역할을 하고 싶다.

윤은미 : 잡지사와 신문사를 거쳐 출판사에 안착. 사람들의 마음속에 흩어진 이야기를 모으는 중. 선명한 불빛보다 희미한 불빛 따라 걷는 걸 좋아한다.

문호영 : 인류학을 공부하다가 대학 졸업 후 부산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도 편집 일도 ‘얻어 걸린’ 복 같다. 이미 누군가가 한 말이지만, “출판노동자들을 보람차게 하는 좋은 독자가 되고 싶다.”

박지민 : 며칠 전 경력 1년을 막 채운 산지니의 새끼디자이너. 북디자이너를 꿈꾸다 운 좋게 산지니의 식구가 되었다. 매일같이 컨펌과 수정을 반복하며, 모두가 따뜻한 이곳에서 벌써 두 번째 겨울을 나는 중.

정선재 : 산지니 막내 편집자. 책(특히 문학), 영화, 연극 등 이야기가 있는 문화콘텐츠들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 요즘 매일 배우고, 매일 설레며, 매일 자책하는 중이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강수걸 외 지음 | 인문사회 | 국판 | 272쪽 | 15,000원

2015년 11월 15일 출간 | ISBN : 978-89-6545-321-5 03010

부산 지역출판사 산지니가 출판사의 창업에서부터 다사다난했던 출판사 운영과정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을 홍보하러 서점 관계자를 찾아갔던 이야기, 출판사 작명에 관한 이야기, 저자에게 원고를 청탁했던 이야기, 인쇄사고, 서점부도 등 10여 년에 걸친 지역출판사의 생존기록인 셈이다. 산지니 출판사 사례를 통해 지역의 독자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향후 지역출판의 과제와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한다.

 

 

차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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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15.12.23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담당 편집자로서 고생했어요. 마지막까지 우리 힘내요!

  2. BlogIcon 잠홍 2015.12.23 10: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운 편집자님의 아름다운 꽃이군요. /칭찬세례 따라하기/

  3. BlogIcon 단디SJ 2015.12.23 14: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말 분위기가 물씬~~ >.<

  4. BlogIcon 오지랖er 2016.01.29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들렀어요.
    인턴한지 벌써 몇년 지났네요 ㅠㅠ 저 기억 못하실테지만 다들 잘 지내시죠?
    책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나중에 서점 한 번 들러야겠어요. 내용이 궁금해지는 표지네요

    • BlogIcon 산지니북 2016.01.29 13: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 들어가서 알았어요 ^^ 2012년도에 인턴하셨던 김*라 씨 맞죠? ㅎㅎ 기억하고 있어요^^. 이렇게 몇 년 뒤에라도 블로그를 통해서 인사하게 되서 반갑네요. 잘 지내고 있나요? ㅎㅎ 지행출도 한번 읽어봐주세요.. 감사해요 :) 늘 건강하시고요. ㅎㅎ

10여 년간 250여권 출판 / 지역 작가·단체와 연대도 / 

홍보 다각적 전략에 주력 / SNS 활용 독자 소통 앞장



 
▲ 전국적으로 책을 유통하고 있는 부산 ‘산지니’ 강수걸 대표.

지역에서 책을 만들고 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독서인구가 크게 줄어든데다 일부 유명 서점의 판매망 독점, 온라인 유통의 증가 등으로 지역 출판사와 서점의 생존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물론 정글 같은 출판시장에서도 차별화전략으로 주목받는 지역출판사와 서점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경영전략으로 입지를 넓히며 책을 매개로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들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역출판’을 주제로 한 릴레이 강연을 열고 있다. 지역에서 책을 만들고, 팔면서 지역공동체를 확장해가는 이들의 고군분투기를 네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10여 년 동안 250여권이 넘는 단행본과 문예잡지, 번역서에 수출도서까지 낸 지역출판사. 부산의 ‘산지니(대표 강수걸)’는 전국적으로 책을 유통하는 드문 지역 출판사다.

부산은 서울 다음의 도시지만 출판 산업은 도시규모에 못 미치는 수준. 지난 2005년 창업당시 출판사가 몇 곳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역출판사가 그러하듯 문학인들이 운영하며 문학서적을 만드는 상황으로 여건이 좋지 않았다.

지역 사람으로, 지역에서 콘텐츠산업을 해야겠다고 작정한 강수걸 대표가 출판사를 설립하고 낸 첫 책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김대갑 지음)과 <반송사람들>(고창권 지음). 지역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지역성’은 지역출판사가 특화할 수 있는 최선의 덕목. 강 대표는 ‘영화도시’ ‘항구도시’ 부산에 주목했고, <무중풍경> <영화로 만나는 현대중국> <20세기 상하이영화> 등의 영화관련 서적과 <바다가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해양풍경> 같은 바다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냈다. 지역 작가와도 손을 잡았다. 조갑상 소설가, 최영철 시인, 조명숙 소설가부부 등 부산을 대표하는 작가와 함께 책을 만들어 전국에 유통했다. 지역 작가들과의 작업이 출판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출판 장르 확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철학 등 인문·사회과학 서적도 출판했는데, 지역 대학의 교수와 시민단체 등과 협업, 인도와 일본의 종교·역사·철학서적도 펴냈다.

‘만든 책’을 ‘잘 팔기’위해 다각적인 전략도 모색했다. 무엇보다 홍보활동에 주력했다. 언론사에 책을 적극 알리고, 출판사 출간목록을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산지니’가 주목받는 활동의 하나는 지역과의 활발한 소통이다.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자리를 자주 만든다. 서점, 대학, 시민단체, 독서모임 등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모두 찾아다니며 독서문화 확산에 나선다. 독자와 소통하지 않고는 출판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오프라인의 행사는 모두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와 연계한다. 지역 출판사, 서점, 도서관, 대학이 공생하는 방안 모색에도 앞장서고 있다.

  
▲ 출판사 산지니 블로그에는 산지니 소식뿐 아니라 부산지역과 전국 출판계 소식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강 대표는 세계시장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2013년 <부산을 맛보다>(박종호 지음)라는 책을 일본에 첫 수출했는데, 국제도서전에 책을 꾸준히 출품하고 있다.

‘산지니’의 가족은 강 대표를 포함해 모두 8명. 대한민국학술원,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위원회 등이 선정하는 우수도서를 여러 권 만들어내고, 지역출판정책을 이끄는 성공모델로 꼽히지만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강 대표는 “지역에 있다는 것이 불리하지만,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다. 관건은 기획능력과 다품종 소량출판을 통해 책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책, 서울의 출판사들이 다루지 못한 보석들을 책으로 만들어 틈새시장을 찾아낼 수 있다”며 지역출판계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은수정 | 전북일보 | 2015.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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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립중앙도서관 저자 초청 강연회 

 

원북(One Book)으로 시를 줍다

'최영철, 신정민의 시로 나누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단디SJ 편집자입니다.

요즘 하늘만 봐도 가을의 모습이 묻어 있는데요.  

가을이 성큼 다가와서 그런지 

책과 관련된 크고 작은 문화행사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어제였죠?

9월 10일(목) 부산 시립중앙도서관에서

2015 원북원 도서『금정산을 보냈다』의 최영철 시인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1. 시는 무엇인가?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이우걸 시인의 「첫사랑」을 읽어주셨습니다. 

 

첫사랑

이우걸

 

배경은 노을이었다

머릿단을 감싸 안으며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같은 눈을 보았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준비해둔 말이 없었다

 

 최영철(이하 '최') 

 

사랑인 것 같지만 사랑이라 하기엔 어리숙한 '첫사랑'의 묘미를 잘 살린 시조입니다. 이 시조를 통해서 '시'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생각하는 첫사랑의 속성들을 쭉 나열하는 것, 그것은 시가 될까요? 혹은 그 속성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고르고, 행간을 나누면 시가 될까요?

 

아닙니다.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곧이 곧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시가 아니라 산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 말하지 않고 더 말하는 것"입니다. 시의 말하기 방법은 일상적 말하기 방법을 극복하고 탈피하는 것에 있습니다. 자, 그럼 시 「첫사랑」으로 다시 이야기 해보죠.

 

첫사랑의 상대인 소녀에 대한 아름다움을 '그녀는 무엇무엇이 예쁘다, 아름답다'고 표현했다면 시가 되지 않았겠죠. 하지만 이 시에서는 그녀의 특징(아름다움)을 '눈'으로 잡고 '호수'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투적인 느낌을 피하기 위해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라는 표현을 사용해 작가가 기억하는 소녀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의 특징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네, 바로 '에둘러 말하기'입니다.

 

'묘사'라고 이야기 하면 더 이해하기 쉽겠죠? '기쁘다', '슬프다', '좋다', '싫다' 등 감정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 시의 묘미입니다. 이 시에서는 종장 부분이 관건인데, 첫사랑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첫사랑의 서툼, 어리숙함, 풋풋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요, 여기 앉아 계시는 여러분들이 직접 쓴 시 중에서 몇 작품만 골라서 낭송해보고 앞서 제가 말한 시의 특징들을 대입해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2. 시로 나누는 이야기

 

 

소녀가

서명숙

 

꿈많던 소녀가 있었네

그 소녀 20대엔

가족을 위해 살았네

30대엔 누군가의 아내로 살았네

40대엔 한 아이의

어미로 살았네

하지만 이젠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꿑많은

소녀 '나'로 살아야 할때네

 

 

서명숙 님 : 지금 저의 삶을 생각하면서 쓴 시입니다. 한때는 꿈이 많던 소녀였는데, 생각해보니 '나'로 살았던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

 

 

: 참 공감이 많이 가는 시지요? 아마 여기 계시는 분들 모두 공감하시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볼 것은, 이 시가 시의 조건(미덕)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까 제가 시의 말하기는 일상적 말하기와는 다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명숙 님의 「소녀가」라는 작품은 일상적인 말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시는 공감과 이해를 너머 '감동'의 경지까지 이르게 하지요. 그런 면에서 생각할 때는 시의 말하기 방식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냥이

박보배

 

도드라진 광대뼈가 더 슬프게

애절한 눈빛으로 냐아옹

그렁그렁 젖은 눈망울

긴꼬리 바짝 세우고 슬금슬금

밥 좀 주이소

문턱 안으로 들여 놓을듯 말듯 치든 앞발

빼꼼히 열린 문사이로 마주친 시선

저리갓, 주방 아줌마의 된소리에 놀라

휘리릭 불티나게 한구석으로 도망칩니다

임자 없는 길냥이는 앳띠도 벗기 전

비정한 존재 편은 이미 다 뗐습니다.

 

박보배 님 : 제가 사는 동네에 마른 길고양이를 보면서 쓴 시입니다. 광대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마른 고양이들을 안타까운 모습을  시로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 시는 과정이 아니라 삶의 정지된 한 부분(정점)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시를 다 쓰고도 계속해서 버리는 작업을 해야하죠. 정말 공들여 쓴 구절 하나를 버려야 하는 심정은 제 살을 자르는 것처럼 힘들고, 고통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박보배 님의 시를 보면서 퇴고의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밥 좀 주이소'라는 구절은 왜 넣게 되셨나요?

 

박보배 님 :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길고양이들이 냐옹하고 우는 소리가 '밥 좀 주세요'라고 하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 네~ 처음 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 말하지 않고 더 말하는 것'이 시라고 했습니다. 만약 '밥 좀 주이소' 저 부분을 과감히 버린다면,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냐아옹'라고 우는 길냥이들에게서 배고픔, 그리움, 슬픔 등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가 어떠한 감정을 느끼라고 말하지 않는 시가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 퇴고의 작업을 거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P.S 이 외에도 「찔레꽃」, 「혹시 너니?」,「안개꽃 같은 선풍기 사랑」에 대해서도 낭송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 Q&A

 

시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인 자리,

시인 최영철 선생님께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Q1. 30여년간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께 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여전히 어려운 질문 중 하나 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생각은 많은데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니 어딘가 배출해야 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릴적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몇 달을 병원에 가만히 누워있어야만 했죠. 안 그래도 내성적인 아인데 병원에만 있으니 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부탁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굉장히 힘들고 불행한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이 시간이 저를 시인으로 만드는 운명적인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수행하게 했고, 작은 끼적임들과 그때 읽은 책들로 시를 쓰게 되었으니까요. 제게 시는 제 속에 쌓이고 짓누르는 견딜 수 없는 것들을 발산하게 했던 도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Q2.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시 한 편을 뽑아본다면 어떤 작품입니까?

 

: 없습니다. 저는 제가 쓴 시를 모두 기억하지 않습니다. 제 다음 작품에 혹여나 영향을 미칠까 염려가 되기도 하고 망각이 주는 힘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집 역시도 가장 좋아하는 시가 없는데요, 많은 분들이 표제작인 「금정산을 보냈다」를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이 시에는 해외로 보내는 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원북원 도서에도 선택이 되서 참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3. 시의 생명은 무엇입니까?

 

: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시는 만물에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모든 것이 서열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시만은 서열화하지 않으며 만물의 존재 무게를 모두 똑같이 생각합니다. 시야 말로 생태적 상상력이 발현되는 분야고, 그래서 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유럽에서는 시 교육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접하고 배울 때 시로 공부를 한다고 해요. 시는 자신의 삶의 배경들에 다양한 생각의 가지를 뻗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시가 계속해서 사랑받고 성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Q4.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 준비랄 것까지는 없지만, 좋은 시를 많이 접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권해주세요. 좋은 시를 알아보고 읽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은 시를 쓰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시를 좋아하고, 직접 써 보기도 하지 않습니까? 이미 여러분들은 시를 쓰기 위한 준비를 모두 갖춘 시인이라 생각합니다.

 

 

 

 

+ 덧붙이는 사진

 

강연회가 끝나고, 소녀 팬들에게 둘러싸인 최영철 선생님의 모습입니다 ^__^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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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5.09.11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시란 그런 것이군요.
    다 말하지 않고도 더 말하는 것.

  2. BlogIcon 잠홍 2015.09.11 1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영철 작가님께서 직접 코멘트를 해주시는 행사가 있었다니!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소설가 김곰치·평론가 구모룡 "표절은 확실"
전성욱 편집주간 "사랑 결합하는 서사구도 유사"


부산 지역 문인들이 소설가 신경숙(52) 표절 사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3일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위치한 산지니 출판사 회의실에서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이하 직함 생략)가 참석해 좌담이 진행됐다.

이들은 표절 논란에 휩싸인 후 신 씨가 보인 태도, 그를 옹호하고 나선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61) 평론가의 글, 백낙청(77) 창비 편집인의 글에 대해 비평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김곰치는 "한국문학에 신경숙과 함께 소속돼 있다는 생각을 평소 별로 하지 않아선지, 동료애랄 게 없어 솔직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몇 평론가들이 십몇 년 전부터 이 소설가의 표절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그것이 널리 알려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공론화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숙의 표절행위로 그의 작품들에 대한 냉정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빈자리를 다른 새로운 작가들이 채울 기회를 얻게 되니까 좋은 일이다"며 "왜곡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일이고, 드디어 그런 기회가 왔다는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같은 작가 입장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든지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맞겠다'라는 식의 신경숙 답변은 말이 안된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가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구모룡은 "표절이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이미 다 결판났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자조차 기억이 안 난다. '아몰랑'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치판이나 문학판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기억과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 만큼, 신경숙의 태도가 진솔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 기회에 신경숙 문제만이 아니라, '읽고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2015-09-03

이어 "신경숙의 글은 신경숙의 읽고 쓰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백낙청 선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신경숙 문학의 강점으로 신경숙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을 꼽았다. 문제는 신경숙이 가진 기억과 경험이 소진됐다는 것이다. 자신의 명망이나 자본과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보니 이 사람의 글쓰기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성찰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작가가 자신이 얻은 허명의 노예가 되거나 자본에 종속될 때 어떻게 귀결되는가, 이런 반성을 신경숙을 통해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욱은 "어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정래 선생께서는 '왜 하필이면 이 작품이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1936년의 2.26사건, 즉 청년 장교들이 천황의 친정을 주장하며 일으킨 우익 쿠데타를 다룬 작품이다. 국가에 대한 사랑과 남녀 사이의 사랑, 삶과 죽음의 문제를 결합시켜 아주 농밀한 에로티시즘으로 천황에 대한 우국의 지성(至省)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설'도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며 "두 작품에서 공통된 구도는 남자가 나라를 위해 떠나야 한다는 설정이다. 특정 문단의 일치 여부와는 별도로, 국가주의와 남녀의 사랑을 결합하는 서사적 구도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구모룡은 "'전설'이 수록된 소설집의 원래 제목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창비, 1996)이다"며 "정문순 씨의 평론에서 두 작품의 문장을 나란히 비교해 놓은 것을 보면 명백한 표절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영철은 "신경숙 작가는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며 "이는 작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도덕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의 대표작가가 그런 정도라면, 오늘날 작가들의 문학적 도덕성 또한 우려해야 할 수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과거 '문예중앙'에 실린 정문순 평론가의 표절 지적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작가 본인은 정문순의 평론을 묵살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찔렸을 텐데, 왜 개정판을 내면서 해당 단편을 빼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출판사에서 제목만 바꾸고 수록작은 똑같다. 왜 그랬을까 싶다"고 말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신경숙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잡담 제하고 신경숙의 해당대목이 의식적인 베껴쓰기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할 정확한 진실은 저도 모른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와 관련한 토론도 이어졌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은 왜 오판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백낙청 선생은 신경숙의 출신, 즉 신경숙이 가지고 있는 공장 여성노동자로서의 경험을 과도하게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는 백 선생의 태생적 한계가 작동하고 있다. 백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진보적인 리얼리즘을 주장한 분이다. 이 분의 맹점은 가난함 속에 자란 경험을 모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일종의 무지로 한 몫 접어두고 신경숙을 보게 되니, '창비'는 문학주의가 아닌데도 신경숙을 두고는 '문학동네'와 뜻을 같이 해버리는 묘한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백낙청 선생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사진=뉴시스 DB) 2015-09-03

최영철은 "지금 출판 자본과 작가의 관계만 주목하는데, 사실 중요한 것은 독자"라며 "제삼자인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지금 독자들의 수준과 성향이 표절을 부추긴 한 요인일 수 있다. 10만부 넘게 팔리는 책이 있으면 1만부나 5000부가 팔리는 책도 있어서 나란히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출판시장은 좋은 책을 1000부 팔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갈수록 독자층이 잘 팔리는 작가와 작품 쪽으로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따지고 보면 독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독자가 잘 감시했다면 인기작가 신경숙이 아닌 좋은 작가 신경숙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층의 특질이 그런 작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 했다는 점이다"며 "하지만 제가 읽은 '전설'은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국'은 미시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완벽한 문장을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단편임이 느껴진다"며 "미시마는 작품 발표 뒤 약 10년 뒤 '우국'의 자살 장면을 자신의 자살로 재현했고, 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단편소설 하나에 목숨을 건 이런 집중력을 저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전설'은 참 허접하다. 표절 문제를 떠나 억지로 쓴 가짜 작품이다"고 말했다.

김곰치는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였다"며 "부산문단도 무차별화 등 문제가 많지만, 이 표절 사건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창비도 무섭게 타락했다"고 말했다.

전성욱은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특히 이른바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그리고 언론에서 만들어낸 신화화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탄로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문학장의 정치적 역할 때문에 억압되고 말았던 진실"이라며 "이렇게라도 드러나게 된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고, 그 진실을 보존함으로써 지금까지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또 결국에는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효령 | 뉴시스 |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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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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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을호 게재 윤지관 글에 비판 '한목소리'

"감정적 대응보다 지속적 논의가 중요...창비 공과 구별해야"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게재된 윤지관 평론가의 신경숙 옹호글에 대해 부산 지역 문인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1일 출판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문단을 대표해온 계간 문예지 '오늘의 문예비평'(산지니)은 통권 98호째를 맞은 가을호에 특집좌담 '신경숙이 한국문학에 던진 물음들'을 실었다. 전성욱 편집주간의 사회 아래 소설가인 조갑상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김곰치, 시인 최영철, 평론가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가 지난달 21일 대담한 내용(이하 직함 생략)이다.

좌담에선 표절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이어가기보다 이번 사태가 노출한 한국문학의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들이 잇따랐다. 그러한 맥락에서 표절 논란 확산을 촉발한 창비 가을호 편집 방향과 백낙청 편집인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과 비판들이 제기됐다.

김곰치는 "충격적인 것은 창비가 표절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신경숙의 작품이 더 뛰어나다'면서 무마하려했다는 점"이라며 "제가 읽은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에 비하면 전설은 참 허접하다. 윤지관 평론가는 '전설'이 더 뛰어나다 했는데, 믿을 수 없는 비평적 언사"라고 지적했다.

전성욱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설'이 '우국'보다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는) 윤 평론가의 글은 평론가로서 식견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며 "설득력이 없으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설'의 문학적 성취를 표절 비난에 대한 반박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윤지관의 논거를 약화시키는 지점이다. 앞서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하는 '문학과사회' 가을호에서 김영찬 평론가 또한 "'전설'은 문학적 성취에 있어 실패한 작품에 가까우며, 성공한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설'의 표절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새로운 진술도 나왔다. 최근 '우국'을 읽어봤다는 김곰치는 "표절은 확실하다"며 "대중 앞에 나서서 작가로서 거의 죽을 정도의 서러운 결단으로 고백을 하든지 신상발언을 해야 하는데, 신경숙의 대응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표절의 정황 증거로 지목한 대목은 '전설' 속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라는 표현이다. 이는 창비가 '우국'에 비해 '전설'의 뛰어난 대목이라고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앞의 문장 흐름에서 이 말을 살려주는 서술적 근거는 없다. 깨끗하고 속되지 않다는 뜻의 '청일하다'는 말은 흔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서른 즈음에 참 맛깔나고 매력적인 한자어를 사용했군, 하고 신경숙의 단어 감각 하나는 인정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우국'의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청일함'이란 단어가 나온다. 너무 고약하다." (김곰치, 29쪽)

그러나 좌담 참석자들은 신경숙이 재충전해야 할 때 출판자본에 이끌려 자신을 소진한 측면에 무게를 뒀다. '표절' 의혹이 작가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출판자본에 종속돼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공헌하는 비평가와 매체 등을 뜻하는 '문학권력'에 대해 일정 부분 창비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의 책임을 지목하면서도 이들의 공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모룡은 "백낙청 선생이 상업주의적으로 신경숙을 띄운 것은 아니다"며 "백낙청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리얼리즘을 주장했는데, 신경숙은 여공 출신 작가로서 성공을 이뤄냈다. 이점 때문에 백낙청이 신경숙을 한 수 접어두고 본 것이 판단착오"라고 주장했다.

전성욱은 "(문단이) 그동안 애써 살피지 못했던 어떤 진실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주류 문예지와 출판사, 신화화한 작가와 작품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관건이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온 사람들을 견책하고 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배| 연합뉴스 |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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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예비평 2015.가을 - 10점
산지니 편집부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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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호ㅣ부산일보ㅣ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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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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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나의 힘

-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시인 북토크

 

 

안녕하세요. 인턴 기자 정난주입니다.

저는 지난 7월 2일(목), 올해의 원북원부산 선정도서인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출판된 도서로서, 시집으로서 최초로 원북원으로 선정되어 그 의미가 더 뜻깊은데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이 이례적인 현상(?)을 부산 사람들의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고 싶어하는 성질 덕분이 아닌가, 하시며 그들의 '부산성'에 공을 돌리셨습니다. ^^

부산이 사랑한 시인, 최영철 선생님의 북토크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북토크는 범어사 역 근처에 있는 금정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금정중학교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금정도서관이 나오는데요, 금정중학교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아름다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북토크가 시작하는 오후 2시가 되자, 시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취미는 고독

최영철 선생님의 학창시절에는, 지금 학생들이 SNS를 즐겨하는 것처럼 펜팔이 굉장히 유행이었다고 하셨어요.

펜팔의 자기소개란의 취미는 재미있게도 대다수가 고독이었다고 하는데요.

최영철 선생님께서 추억 속의 그때처럼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조 한 편을 읽어주셨습니다.

배경은 노을이었다
머릿단을 감싸 안으며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 같은 눈을 보았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준비해둔 말이 없었다 

/「첫사랑」 , 이우걸

북토크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최영철 선생님과 동년배인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신 것처럼 이 시에 많은 공감을 해주셨습니다.

 

고독은 나의 힘

옛날은 고독을 취미라 할 정도로 고독이 인기였는데, 요즘은 고독할 틈이 없지요.

혼자 있고 싶은 날에도 어김없이 "까톡! 까톡!"울리는 전화에 감은 눈을 뜰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독이 필요한 여러분께, 작가님께서 금정산을 보내셨습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 「금정산을 보냈다」 中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이 시로, 시간이 지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내며 우리의 고독을 허락하는 산을 전하고 싶으셨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시는 실제로 작가님의 아드님께서 중동의 회사로 취직 되어 떠나시면서 쓰신 시라고 합니다.

아버지로서 미안함에 이 시를 쓰시기 시작하셨는데 다 쓰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후련한 기분이 드셨다고 합니다.

이것 또한 산의 침묵이 주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살고 계시는 도요리 마을에 대한 자랑도 해주셨는데요.

그곳 또한 고독의 소중함을 아는 마을이라고 합니다.

고독을 단순히 외부와의 단절이 아니라,

매일 아침 일어나 마당의 꽃잎을 만지며 하루를 시작하는 최영철 선생님처럼 '고독할 줄 아는' 하루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최영철 선생님의 소식은 http://blog.daum.net/jms5244/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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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5.07.06 1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미는 고독'이라는 표현이 상당히 시적이네요. 시인과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 북토크 취재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 BlogIcon 잠홍 2015.07.06 14: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펜팔 자기소개란의 취미가 대부분 '고독'이었다는 게 너무 재밌네요ㅋㅋ 그런 자기소개글이 실린 곳은 당시 문학소녀소년들의 집결지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취재하느라 수고하셨어요!

  3. 권디자이너 2015.07.06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재밌네요.
    산지니 블로그 데뷔 축하해요.
    첫 포스팅 잘 읽었어요.

  4. BlogIcon 단디SJ 2015.07.06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손 안에 인터넷이 들어온 이후, '고독할 줄 아는 하루'가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느껴요. 이 포스팅을 보니 오늘이라도 고독의 소중함을 느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5. BlogIcon 찜디 2015.07.07 15: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포스팅 재미있게 잘봤어요 ^_^펜팔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니 우리가 스마트폰이전에 문자를 사용하던 때가 재밌었다고 그리워하는 것 처럼 부모님들은 편지를 쓸 때는 그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말씀하시던게 떠오르네요ㅎㅎ 취재하느라 수고많으셨어요♥

구모룡 평론가 '저자와 만남'서 "시인은 나르시시즘 극복해야"


중진 문학평론가 구모룡(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평론집 '은유를 넘어서'(산지니)를 최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시인과 시가 다시 변화를 감행할 시점에 닿았다고 고찰했다. 그 방식은 '은유를 넘어서'라는 제목이 상징한다.

'은유를 넘는 것'는 어떤 걸까. 지난 9일 산지니출판사는 부산 러닝스퀘어 서면점에서 구모룡 평론가를 초청해 제67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을 열었다. 은유를 넘어서는 것의 의미와 접근법이 궁금한 이들이 많았던 듯했다. 좌석 30여 석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사회와 진행을 맡은 최정란 시인,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저자를 친절하게 대하는 척하다가 이내 돌변해 몰아치듯 질문했다. 저자는 꿋꿋하게 의견을 내고 설명했다. "사실 언어 자체가 일종의 은유('A는 B다' 또는 '내 마음은 호수다' 식의 표현)다. 그러므로 은유 없이 소통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그의 설명은 은유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게 아니라, 죽은 은유를 남발하거나 무의식 상태이든 의도를 했든 간에 과도하게 은유에 기대어버리는 시 창작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남 또는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계속해서 이런 식 은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한 동일성의 확대재생산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동일성의 확대재생산'은 실제로 시에서 굉장히 위험한 요소다. 별 고민 없이 'A는 B다'라고 해버리거나 '내 마음은 호수다'라는 식으로 식상하게 표현할 경우 이는 일단 창작 주체인 시인 내면에 아무 변화도 못 일으키고, 'A를 B'에 '내 마음을 호수'에 가둬버려 문학을 파괴할 공산이 매우 커진다.

저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므로 서정시인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이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이다. 시인이 자기 이야기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걸 넘어서야 한다. 그 점을 표현하려니 '은유를 넘어서자'는 제목을 고르게 됐다. 이 중에서도 자기 아름다움에 도취하는 나르시시즘은 큰 문제 아닐 수 있다. 언젠가 극복 과정에 가닿을 수 있으니까. 문제는 타자를 외면한 나르시시즘이다."

수많은 이가 자기 세계에 갇혀 의미 없이 과장하고 호들갑 떠는 시를 쓰는 세태를 그는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최영철 송경동 시인 등을 언급하며 시와 삶이 일치하는 시인, 세월호 사고를 예로 들며 주체에서 확장을 거듭해 세계로 나아가는 소통의 시를 강조했다. '은유를 넘어서' 갈 방향이었다.

조봉권 | 국제신문ㅣ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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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를 넘어서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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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쨍쨍했던 목요일 (6/4), 구덕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앞마당에는 폐백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도서관을 두르는 울타리 건너편으로는 숲으로 난 산책길이 보이는 곳.

나무그늘 아래 책 읽기 좋은 

아담한 '동네 도서관' 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 구경/소개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이 날 제가 도서관에 간 건

가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올해의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다 말하지 않고 더 말하는" 시


최영철 선생님은 시가 오늘날에는 소수자의, 변방의 장르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여셨습니다.

80년대에는 문창과 학생들 대부분이 시를 쓰는 이들이었던 데 비해 

오늘날은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쓸모와 효율의 논리가 지배적인 지금, 시는 주변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러나 "다 말하지 않고 더 말하는" 시의 속성 때문에

최영철 시인은 "그래도 시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고 하십니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시를 한 편 나누기로 합니다. 

선생님께서 낭독하실 테니, 저희 참석자들은 시를 써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시를 눈으로 읽다가 소리내어 말하고 들으면 다르듯이, 

써보는 것도 느낌이 새롭습니다.


    첫사랑 

              -이우걸

배경은 노을이었다

머릿단을 감싸 안으며

고요히 떴다 감기는

호수 같은 눈을 보았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준비해둔 말이 없었다


3장 6구로 이루어지는 시조에서는, 마지막 두 구가 클라이막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의 마지막 두 줄이 그리는 풍경은 뜨겁기는커녕 오히려 심심합니다.

최영철 시인은 청산유수로 상대를 유혹할 수 있다면 그건 첫사랑이 아닐 것이라 하셨습니다.

아직 경험이 없어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머뭇거리는 

그 순간을 추억하는 시를 함께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은 근본적으로 바람쟁이다"


시의 또 다른 특징은 익숙하고 훈련된 것이 아니라 

낯설고 처음인 것마냥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시인은 근본적으로 바람쟁이다"라는 선언(?!)을 하셨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봄이고 꽃이지만, 시인은 그 꽃을 매번 새롭게 봅니다.

"수없이 마음을 뺏기는" 사람이 시인인 것입니다.


"동네에 자기만의 나무를 가져보라"

최영철 선생님께서 즐겨 찾으시는 수영 사적공원의 곰솔나무


시인은 표제작인 <금정산을 보냈다> 이야기를 꺼내시며

가난한 아버지 때문에 아들이 요르단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아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시인들은 사실 엄청난 부자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빈손이어야 삼라만상이 자기에게 안깁니다. 

좋은 차 타고 흙길 밟지 않는 사람에게는 들꽃이 보이지 않습니다."


"동네에 자기만의 나무를 가져보세요." 라는 제안을 하실 때에는

선생님이 오래 사시던 수영에 있는 

사적공원의 푸조나무에 대한 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동반 강사로 자리해주신 조명숙 소설가님!


최영철 시인의 짧은 강연이 끝난 뒤, 

조명숙 소설가의 진행으로

시를 함께 읽고, 읽은 시에 대한 질문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표제작 <금정산을 보냈다>를 참가자 분의 낭독으로 함께 읽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 이 시의 주제는 부모의 사랑입니까? 시가 너무 어렵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같은 시는 평소에 쓰는 말로 쓰여져 있어서 이해하기 쉬운데요.

답: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어야 시입니다. 이것은 시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좀 몰라야 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시를 이해할 수 있나요?

답: 시의 관문은 이해가 아닙니다. 이해는 서사적입니다. 시는 공감의 예술입니다. 또, 시는 이해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 걸 볼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문학적 소양이 없는가'하지 마시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이해의 통로로 접근하기보다, 느낌을 주는 시를 찾아 읽으시길 바랍니다. 



번외 질문: 시집 뒤에 실린 대담에서 선생님께서는 들꽃을 만지실 때도 꼭 "만져봐도 되겠습니까?"하고 묻고 만지신다 읽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답: 네, 정말 그렇습니다. 물어봐야 되요. 꽃을 만져보면 꽃이 부끄러워서 몸도 비틀기도 하는데, 그 정도로 내밀한 소통을 하는 게 시심을 가진 자들이 누리는 특혜라고 생각합니다.


 

강연회를 마치고 나오니 구덕도서관의 얼굴마담이라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사람마다 계단참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를 반갑게 쓰다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시가 우리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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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2015 원북 독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

 

 

5월 20일(수) 부산시민도서관에서 2015 원북 독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최영철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원북 선포식 이후 처음 가지는 행사에 산지니 식구들도 들뜬 마음으로 연수에 참가했습니다. (^^)

 

『금정산을 보냈다』최영철 작가와의 대화에는 학생들부터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분들이 참석했는데요,『금정산을 보냈다』가 현실을 응시하고 시의 서정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민도서관 입구에 이렇게 안내 표시판을 따라가니

오늘의 행사가 있는 곳까지 금방 나오더라고요!

 

 

최영철 작가님의『금정산을 보냈다』와 원북 도서토론동아리 상반기 연수 자료집을 받았습니다!

자료집 앞에 쓰인 "세상아, 시를 춤추고 노래하게 하라" 저는 이 문구가 참 좋더라고요.

덕분에 최영철 작가님과의 대화가 더 기대됩니다 >_< 

 

 

 

최영철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한 많은 시민 여러분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학생들부터 일반 시민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간이 의자에 앉으신 분들도 계셨어요.

 

 

작가와의 대화는 전성욱( 前 산지니 편집주간이자 현재 계간 『오늘의문예비평』 주간) 선생님의 진행과 최학림 기자님(부산일보 논설위원), 그리고 최영철 작가님의 대담으로 이뤄졌습니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부산의 시(詩)면서 좋은 시(詩)"

 

최학림 기자님께서는 이번 원북원 도서로 선정된『금정산을 보냈다』가 부산의 시(詩)면서 좋은 시(詩)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좋은 시는 자신의 삶의 터가 드러나는 시(詩)며, 최영철 작가님의 『금정산을 보냈다』는 그러한 시의 감성과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 작가의 삶의 터전인 부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번 시집의 부산성(釜山性)과 지역성을 담은 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삶의 터전이 드러나는 시를 통해 부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한계 혹은 모종의 정서적 열등감과 같은 좋지 않은 자의식을 깰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금정산을 보냈다>는 최영철 작가님께서 아들을 요르단으로 보내며 쓴 시라고 합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아들을 먼 타지로 보내며 금정산을 선물한 셈인데요. 작가님께서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모종의 정서적 열등감을 깰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이면서, 작가님에게는 '금정산'이라는 키워드가 그러한 대상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금정산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은 아니지만, 부산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봄직한 산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감성은 『금정산을 보냈다』를 만든 기본 뼈대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편리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죠"      

 

최영철 작가님께서는『금정산을 보냈다』를 2009년부터 쓰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 살게 되면서 오히려 도시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매일 마주하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도시의 소음, 매연 등과 같은 문제점들이 시골의 어느 시인의 눈에는 더욱 자세히 보였던 것 입니다. 최영철 작가님께서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도시의 물질과 속도에 대해 당부를 전합니다.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작가님께서는 강을 건너서 보니 현재, 도시의 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게 되셨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작가님께서는 도시에 살고 있더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몇 발짝 물러서서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일상을 낯설게 보는 힘, 이것이 바로 시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 사진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찍고 싶었으나 열띤 대담에 행여나 방해가 될까 싶어

카메라의 줌(ZOOM)만 바짝 당겨서 찍었답니다. (소심소심... 긁적긁적 )

 

 

이어 독자들과의 질의문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 시간 관계상 모든 분들의 질문을 받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ㅜ.ㅜ) 하지만, 시민 분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작가님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인사말들 덕분에 현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았습니다.

 

 

 

 

아래는 작가와 독자간의 질의 응답 내용입니다.

 

 

Q. 시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데, 시집 한 권을 다 읽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 )

산문과 달리 시는 많은 이들의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시는 기호식품에 가깝죠.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오늘은 A란 시가 좋았다가 내일은 B라는 시가 더 눈에 들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시를 쓰기도, 찾기도 힘듭니다. 시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코드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시를 읽을 때는 여러 작가들의 시가 모여있는 시집을 읽고, 그 중의 자신과 코드가 맍는 시를 찾아 그 시인의 시집을 읽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

 

Q. 작가님 본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가 있다면 낭송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최 )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그렇 듯, 저 역시도 제 시 중에서 좋아하는 시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좋아할 저의 시를 만나기 위해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시 하나를 낭송해보자면...

 

천지사방 나무

 

결국, 귀이개나 이쑤시개

낙서쪼가리 같은 게 되어

마구 흩날릴 테지만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가려워서 등돌리고 기다리는

그대 하늘의 넓디넓은 등을

앞다투어

긁어주었던 녀석들 

 

 

나무 한 그루가 하늘 위로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 하늘의 등을 긁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쓴 시입니다.

 

Q. 『금정산을 보냈다』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최 )

 제가 생각한 것, 느낀 것 그대로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독자를 억압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많은 독자 분들께서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는 자신이 캐내고 싶은 것면 캐내면 됩니다. 책은 영상과 달리 받아드릴 준비가 필요한 매체입니다.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조금 더 보이고, '읽다'라는 독자의 수고로움이 동반되죠. 그래서 독자의 부지런함이 책 한 권의 의미를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시 한 권을 모두 이해하려하지 마십시오. 시 한 편, 한 줄, 혹은 시의 일부라도 자기화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시를 읽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산문 장르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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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5.05.21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재하느라 애쓰셨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 BlogIcon 잠홍 2015.05.22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 한 편, 한 줄, 혹은 시의 일부라도 자기화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시를 읽는 것'"이라고 하신 게 위안이 되네요 :) 취재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3. BlogIcon 엘뤼에르 2015.05.22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이 애착을 가지신다는 시 한 편의 느낌이 너무 좋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
    시를 읽는 방법, 시에게 다가가는 요령을 알려주셔서 더 좋았고요~

[조봉권의 문화현장] 

30년 전 그날 기념만 잘해도 부산 예술문화 돌파구 열린다


화국반점 거사 재연



지난 7일(5월 7일) 부산 중구 동광동 화국반점에서 '화국반점 거사'를 30년 만에 기념하고 재연하는 뜻깊은 행사(사진)가 조촐하게 열렸다. 30년 전 화국반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5년 5월 7일 화국반점 2층에 '열 명이 조금 넘는' 부산의 문학인이 모였다. 저항과 참여의 상징 요산 김정한 선생이 좌장이었다. 윤정규 이상개 조갑상 오정환 김문홍 류명선 강영환 구모룡 최영철….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그 시절, 이들은 경찰과 기관원의 감시를 피해 그날 이 자리에서 '5·7문학협의회' 결성을 선포했다.


5·7문학협의회(이하 5·7)는 쟁쟁하거나 패기 넘치는 부산의 문학인들이 뜻을 모아 폭력과 압제투성이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활동을 펼친 단체다. 돌이켜 보면, 독재에 저항한 예술인 모임 5·7문학협의회가 없었다면 부산 문화는 부끄러워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던 전국 단위 문인 모임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1974년)가 1987년 9월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 개편한다. 그해 11월 5·7도 '부산민족문학인협의회'로 확대 개편한다. 이 단체가 결국 지금의 부산작가회의로 이어지면서 부산 예술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지난 7일 화국반점에서 열린 '5·7문학협의회 30주년 기념모임'은 최영철 시인과 구모룡 문학평론가가 주도했다. 30년 전 이 자리에서 5·7의 출범식에 직접 참가했던 문인들이 함께 자리했고,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진과 소설가 시인 등 후배 문인도 왔다. 참가자는 모두 20명이었다. 구모룡 평론가는 '진보적 문학 전통의 복원과 계승-1980년대 문학운동과 57문학협의회'라는 뜻깊은 글을 발표했다.


이 행사가 무척이나 반갑고 뜻깊었다. 제대로 기념만 잘해도 예술문화의 돌파구는 열 수 있다. 한국 예술가들이 입만 열면 했던 말이 "파리에 갔더니 사르트르가 앉았던 카페의 테이블을 그대로 보존해놨더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갔더니 대단하더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였다. '사르트르 카페'든 대영박물관이든 결국 출발은 기념과 보존이고, 이것만 잘 해도 예술문화의 돌파구는 연다.


현대 부산 예술사와 사회운동사에서 의미가 큰 5·7은 30년 전 결성 장소인 화국반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같은 영화를 찍을 만큼 옛 모습을 잘 간직했다.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문학인들도 있다. 후배들은 부산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게 갖춰져 있는데도, 그간 화국반점에서 요산문학제 뒤풀이는커녕 5·7을 기념하고 재조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다는 점은 서글프고 아프다. 


   

구 평론가가 이날 발표한 글에 따르면, 5·7과 관련해 바로잡아야 할 기록과 사실관계도 적지 않다. 문단 선후배들이 모여 자신들의 소중한 전통을 더욱 잘 가꾸고 나누는 모습을 기다린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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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해와 부산에서 책에 관한 훈훈한 이야기를 여러 건 접했습니다.

 

▲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해의 책 추진협의회'는 매년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시민들이 함께 읽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한 독후 활동도 다채롭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015 김해의 책'으로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과 어린이 도서 <어느 날 구두에 생긴 일>을 선정했습니다. 어린이 도서를 선정하는 곳은 김해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김해에 '책의 꽃'이 만발하길 바랍니다.
 
부산에서는 부산일보사와 부산시·부산시교육청이 공동주최하고 부산지역 25개 공공도서관이 주관해, 부산을 대표하는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원북원부산(One Book One Busan)운동'입니다. 직접 책을 읽은 시민들이 온·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최영철 시인의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가 채택됐습니다. 12회 째를 맞는 동안 시집이 '원북원'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최종 후보 도서로는 <상실의 시간들>(최지월),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녁이 깊다>(이혜경) 등이 있었는데, <금정산을 보냈다>는 총 투표인단 1만 3천649명 중 3천206표를 얻어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아들이 중동 갈 적에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에 대해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열사의 나라로 일하러 떠나는 아들에게 금정산을 선물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정산처럼 묵직하고 넉넉하면서도 자식 걱정에 늘 마음 한 구석이 저린 부모의 마음이 읽힙니다. 한편으로는 세계가 마침내 금정산 같았으면 좋겠다는 염원도 보입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줄임)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그 놈의 품은 원체 넓고도 깊으니 황망한 서역이 배고파 외로워 울거든 그걸 조금 떼어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일렀다" (시 '금정산을 보냈다' 일부)
 
최 시인은 김해 생림 도요마을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도요'란 이름의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영철이 하고 농사짓기> 같은 따뜻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왔습니다. 도요출판사는 매월 저자들을 초청해 '맛있는 책읽기'란 고급 문화행사를 열고 있기도 합니다. 김해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로, 최 시인은 <김해뉴스> 창간 초기에 '금바다칼럼'의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최 시인의 문학 도반이자 부인이면서 <김해뉴스>에 '김해의 설화'를 연재 중인 조명숙 소설가도 네 번째 소설집 <조금씩 도둑>(산지니)을 펴냈습니다. 조 소설가는 생림에서 태어나 자란 여인인데, 창녕 출신의 최 시인과 동상동시장 등지에서 소주, 막걸리 같은 걸 마시며 연애를 했다더군요. 그렇다면 김해 시민들에게 최 시인은 '최서방'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책들이 김해 시민들과 출향인들에게 두루두루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한 끼니의 국밥을 거르더라도 반드시 이 책들을 사서 읽음으로써, 저자들에 대한 예의도 갖추어 주었으면 합니다. 꾸벅.

이광우ㅣ김해뉴스ㅣ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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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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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의 나마스테!] 시인 최영철·소설가 조명숙 부부

낙동강변 도요마을에 가랑비가 내렸다. 삼랑진역에 내렸을 때부터 비는 그치지 않았다. 시인 최영철과 소설가 조명숙 부부가 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겠다고 만류했는데 굳이 도요마을에서 차를 끌고 나왔다. 이들은 5년 전 부산을 떠나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로 이주해 살고 있다. 도요마을에 도자기 굽는 가마나 도요새 군락지 같은 건 없다. 천태산과 무척산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옆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삼한시대부터 주요 마을이라 하여 도읍 도(都)자에 중요하다는 맥락의 요(要)자가 붙어 도요마을로 명명된 것인데, 시적인 마을 이름처럼 풍광도 아름다운 건 사실이다. 이윤택 시인이 대표로 있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창작스튜디오가 있고 그들의 주거지까지 자리 잡은 연극촌으로도 호가 높은 마을이다. 이윤택과 형제처럼 살아온 최영철 시인도 이 연극집단이 2009년 이곳에 자리 잡을 때 부산의 집을 내놓고 들어왔다.

경남 김해 도요마을 옆 낙동강에 선 시인 최영철, 소설가 조명숙 부부. 이들은 5년 전 부산을 떠나 도요마을로 들어와 변방에서 중심을 누리고 있다.

“도시 변두리에서만 살면서 그곳을 무대로 시를 캐낸 터라 이제 환경을 바꾸면 좋겠다 싶었어요. 저로서는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별 볼일 없는 변방에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었던 거지요. 그 즈음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맥이 빠져 있던 때라 이윤택 선생의 제안을 두 번 생각 안 하고 바로 받아들였습니다.”

최영철(59)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중견시인으로 활약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각광받아온 인물이다. 올해는 부산에서 12년째 진행해온 책읽기운동 ‘원북원부산’의 책으로 그가 작년에 출간한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가 뽑혀 명실상부한 부산의 상징 문인이 되었다. 전문가집단이 5권까지 후보를 압축해놓은 뒤 이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부산시민들이 투표로 한 권을 선정하는 방식인데, 부산 출신 문인이 그것도 시인이 시집으로는 처음으로 1만3000여 표를 얻어 뽑힌 경우여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 시집을 놓고 올 10월까지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인데 지자체에서 인문의 향연을 벌이는 돋보이는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처음에는 진저리를 쳤어요. 성장기에 촌에서 자란 데다 바로 건너 마을이 친정 동네여서 한 다리만 건너면 전부 아는 사람인 처지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까 걱정한 거지요. 게다가 소설을 쓰는 공간이 저에게는 중요한데 이곳은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집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여건이었어요. 처음 1년은 두 집 살림을 하다가 이곳에 정착했는데 지금은 중심에 있다고 착각하는 도시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하게 여겨집니다.”

소설가 조명숙(57)은 1996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와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과 소설집을 펴낸 중견작가다. 이달 초에는 네 번째 소설집 ‘조금씩 도둑’(산지니)을 펴내 건재를 과시했다(세계일보 4월17일자 참조). 개인이 안고 있는 작은 상처들의 내력을 핍진하게 되짚어온 조씨가 남편 최영철을 만난 건 1970년대 후반이었다. 부산에서 발행되는 동인지에 시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역시 문학청년이었던 최영철이 물어물어 그네를 김해까지 찾아간 것이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고 당시만 해도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야 했던 김해와 부산을 번질나게 오가며 연애를 했던 것인데, 이를 안 양가 집안은 서로의 교제를 극렬하게 반대했던 모양이다. 이제 갓 스물 한두 살인 어린 사람들인 데다, 조명숙은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고 최영철 또한 중학교 때 사고를 당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처지였다. 이들의 사랑을 부모들은 불장난으로 치부했다.

이 ‘대책 없는’ 문학청년들은 먼저 ‘사고’부터 치고 결혼을 밀어붙였다. 혼전 임신과 출산을 거쳐 첫딸이 기어다닐 무렵 결혼식을 올렸다. 가난과 박대의 터널 속에서 이들의 결혼 생활은 시작됐다. 최영철 시인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잠시 서울에서 출판사 편집장 생활도 했지만 끝내 도시적 삶에 길들여지지 못한 그이는 가족들을 설득해 부산 변두리로 내려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업시인으로 살아왔다. 전업작가 아내와 전업시인 남편이 꾸려온 생활의 가난이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들은 밝고 따스하게 아이들을 키웠고 두 자녀는 보란 듯이 서울과 부산의 국립대를 나와 딸은 박사과정에, 아들은 지금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6년 전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100여 곳에 취업 원서를 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어렵게 요르단 근무를 전제로 취직해서 떠나게 됐다. 이때 시인 아비는 아들을 멀리 보내는 아픔을 담아 ‘금정산을 보냈다’를 썼다. 부산의 상징적인 금정산을 아들에게 통째로 선물한 것이다. 아들은 무사히 돌아왔고 부산 시민들은 시인이 새로 쌓은 금정산을 따스하게 안아준 셈이다. 문인 부부로 사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서로 격려할 것 같지만 반대예요. 피차 아는 처지에 글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어차피 겪기로 한 이상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요. 상대방의 작품에 대해서는 날 선 감시자 역할을 하는 편입니다. 남보다 더 인정사정없이 비판해요. 이런 게 외려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균형감각을 잃지 않도록 남편이 스승 역할을 한 건 확실합니다.”

낙동강에서 사진을 찍고 도요마을 흰 집으로 들어와 식탁을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소설가 아내 조명숙은 시인 남편과 사는 소회를 말했다. 사실 시는 조명숙이 먼저 문청 시절 시작했지만 남편에게 ‘양보’를 한 셈이다. 결혼해서 양육하느라 10여년을 글쓰기와 멀어져 있다가 소설로 다시 문학을 경작해왔다. 최 시인은 “지금이라도 내가 시를 포기하고 산문을 쓸 테니 시로 돌아가라”고 농을 건네자 아내는 “이젠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시도 많고 소설이 더 낫다”고 받아쳤다. 최영철은 “나는 눈물이 더 잦아졌다. 망치를 들고 세상을 깨부수고 싶은 날이 있다. 시는 더 절박하고 절실해야 할 것이다”고 시집 후기 대담에서 언급했거니와 “세상은 미궁 속으로 추락하는데 다른 소리만 하는 시가 너무 많아져 걱정된다”면서 “시로 이야기할 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명숙도 “시와 소설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동시대를 반영하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시인 남편과 문학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같음을 확인했다. 

조명숙은 부산 여성소설가들 중에서 맏언니 격에 속한다. 부산에는 등단 작가만 80여명,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도 반이 넘는다. 그네는 인터넷과 교통수단이 발달한 이즈음에 중앙과 지방문단의 구별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도시에 있는 이들은 자신들이 중심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켜서보니 그런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시인 남편이 옆에서 덧붙였다. 특히 상부, 하부 조직으로 체계화된 문인단체의 구성 때문에 중앙, 지방이 구분될 따름인데 이제 이런 단체들도 해산될 때가 됐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실 작금의 문학 환경은 어디에 머무느냐보다 ‘의식’이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끊임없이 변방으로 내려가 자신을 낮추어 중심을 제대로 관찰하고 반성하는 자세야말로 문학의 기본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나오는 길, 도요마을 하얀 집 대문 문패에 아내가 심었다는 인동초 덩굴이 드리워져 있다. 35년 넘게 서로 마음의 다리가 되어 문학이라는 지팡이를 짚고 애틋하게 낮은 변방까지 걸어온 이들 부부의 이름 위로 곧 아름다운 ‘금은화’(金銀花)가 피어날 절기다.

조용호ㅣ세계일보ㅣ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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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댄싱 맘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 10점
최영철 지음, 박경효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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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5.04.30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분 포즈가 참 고전적이네요.(두 번째 사진)
    사진 찍을 때 꽤 어색하셨을 듯.^^

최영철 시인 열번째 시집… 경험 녹아든 표제시 등 68편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지음 l 산지니 l 142쪽 
l 1만1000원

언제 왔는지 모를 봄이 가고 있다. 활짝 핀 꽃들은 어느새 제시간을 다해 사그라져 간다. 가는 봄에게 무어라 말하지 못한 우리들은 속으로 서럽게 눈물을 삼킨다. 그렇게 계절처럼 사람도, 사랑도 떠난다.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총 68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생성과 파멸의 연속, 환희와 비명의 공존하는 삶의 눅진함에 대해 그린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 그 놈의 품은 원체 넓고도 깊으니 황망한 서역이 배고파 외로워 울거든 그걸 조금 떼어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일렀다 그렇게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살다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무엇보다 먼저 그것부터 잘 모시고 와야 한다고 일렀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렀다 이아비의 어미의 그것이라고 일렀다”(‘금정산을 보냈다’ 중)
 특히 표제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인의 경험이 녹아든 시다. 대학 졸업 후 100여 번 낙방 끝에 어렵사리 한 기업에 취업했다. 요르단에서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시인은 그런 아들을 말리지 못했다. 그럴 명분도 그럴 여건도 되지 못했다. 시인은 아들을 떠나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이 시를 썼다. 시인이 덤덤하게 써 내려간 단어 하나하나가 내 아비의 마음과 같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는 현대시가 가진 난해함을 벗어던지고 ‘공감’을 단 하나의 강력한 무기로 내세웠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저릿하던 마음 한구석에 반창고를 붙인 듯하다. 
 그는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의 연속이라고 그저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집은 다른 시집과 달리 해설 대신 대담을 실었다. 최 시인과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과의 가감 없는 대화는 이 시집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가긴 꼭 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시려는지, 뒤를 한번 돌아봐 주면 안 되는지 물었습니다. 가는 길이 춥지는 않으신지, 그 말은 왜 끝내 안 해주셨는지 물었습니다. 내일도 어제처럼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인지, 갈 때는 그렇게 아무 말도 않는 게 좋은지 물었습니다. 어제가 해 맑고 쨍한 날이었는지, 내일이 더 그런 날인지, 이제 그만 옆구리 아프지 않아도 되는지, 처방전 끊지 않아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거기도 꽃 지고 있는지, 눈물 한 방울 촉촉이 꽃 피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때 박은 가슴의 대못은 언제 빼주시려는지 물었습니다. 가실 때는 미처 그러하였으나 다시 오실 때는 미리 전갈이나 해주시려는지 물었습니다.”(‘문상’ 전문)
 봄 한 철을 위해 사력을 다해 폈던 꽃잎이 바람에 졌다. 영국의 시인 T.S엘리엇은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어나게 하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어 버리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뒤흔드는 4월이 흐르고 있다. 100여 년 전 태어나 살다간 영국의 시인과 김해 촌락에서 살고 있는 한 시인은 시로써 소통하고 있다. 아스라이 져가는 꽃잎들이 아린 것은 아마도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기 때문이 아닐까. 쓸쓸한 봄바람에 꽃잎이 지고 있다.


이경관ㅣ경북도민일보ㅣ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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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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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보냈다』

원북원 선포식 현장







지난 화요일, 부산시청 1층 대강당에서 최영철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2015 원북 도서 선정을 기념해,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저와 짐니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출판사 식구들이 현장을 다녀왔는데요.

그동안 몇 번 원북원 선포식 행사장을 다녀왔지만,

우리 출판사가 선정된 것은 출판사 역사상 처음이여서 더욱 더 설레고 신났답니다.


선포식을 시작하기 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웠더군요.

앞쪽에 사회하시는 분의 유머넘치는 진행 멘트에,

선포식 행사가 자칫 지루할 뻔도 한데 그야말로 빵빵 터졌습니다 하하.





김석준 부산시교육감님과 서병수 부산시장님의 인사말씀과 격려사가 이어졌고요.



이국환 원북원부산운동 운영위원장, 김석준 부산광역시 교육감, 서병수 부산광역시장, 손상용 부산광역시의회 부의장, 성세환 BNK 금융그룹 회장 다섯 분께서 『금정산을 보냈다』를 2015년 원북도서로 선포하며 선포식 본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이윽고 이윤택 연출가와 최영철 시인과 함께 밀양연극촌/김해 도요마을에서 함께 숙식하며 연극을 하는 '연희단패거리'에서 축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최영철 선생님의 시 「부산이라는 말」과 「금정산을 보냈다」의 시구로 극이 연출되었는데요.

신나고 경쾌한 무대였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감상하실까요? ㅎㅎ







시극 공연이 끝나고 바로 본무대인, 오늘의 주인공 최영철 시인의 초청 강연식이 이어졌습니다.

최영철 시인께서는 강연 중 시가 가지는 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원북원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 중에 '시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시는 난해한 것' '시의 쓸모없음'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고, 이에 대해 최영철 시인께서는 사람들이 시를 바라보는 인식을 듣고는 못내 안타까웠다고 하셨습니다.

원북원도서가 선정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가 홀대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말이죠.

원북원도서 『금정산을 보냈다』의 맨 앞장에 보면 이런 구절이 시인의 자필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나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최영철


더불어 「금정산을 보냈다」의 시작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동으로 아들을 취업보낼 수밖에 없는 못난 아비였음을 토로하셨습니다.

그 정서가 바로 시에 녹아 있는 거겠죠.

하지만, 이 시에도 '쓸모있음'이 존재한다며 일화를 말씀해주셨는데요.

아들을 요르단으로 떠나보내며 김해공항 출국장에 이 시를 쥐어보내면서

모 일간지 칼럼에 에세이를 썼던 것이 당시 요르단 한인사회에 소문이 나서,

아들이 유명인사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못난 아비가 그래도 아들에게 하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어찌나 먹먹하던지요.

시의 쓸모있음, 시의 힘이란 바로 그런 거겠죠.




마지막으로 독자 사인회가 이어졌는데요.

어찌나 많은 시민들이 시인께 몰려들던지

출판사 식구들은 식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답니다 T_T


마지막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모든 행사를 마쳤습니다.

맨 왼쪽 고생하신 산지니 출판사 대표님과, 왼쪽에서 다섯 번째 시민도서관 관장님, 여섯번째 원북원도서 운영위원회장 동아대학교 문창과 이국환 교수님도 보이시네요.

무엇보다 한가운데 최영철 시인님도 밝게 웃어주시고

뜻깊은 행사 자리가 마무리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판사 식구 단체 컷입니다.

행사를 파하고 회식자리에서, 원북원 선포도 좋지만 수고하신 출판사 식구들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고 시인께서 말씀해주셔서, 역시 출판사를 알뜰살뜰 챙기시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실제로 강연하면서 제일 먼저 대표님을 불러세워서 칭찬해주시고 부산출판사를 응원해달라고 시민들께 당부하시기도 하셨고요.^^

좌로부터 전성욱 前 산지니 편집주간이자 현재 계간 『오늘의문예비평』 주간님. 강수걸 대표님, 그리고 저 ^^;, 박지민 디자이너, 최영철 시인님, 윤은미 前 편집자, 권문경 디자인 팀장님.. 그리고 여기 선포식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손수경 편집자와 문호영 편집자 모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면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다함께 좋은 책 많이 만들어요^^


BONUS CUT +

원북원 선포식에 가는 도중 전성욱 선생님과 강수걸 대표님의 뒷모습이 너무 비슷해서 찍어보았습니다. 가방끈을 한쪽으로 풀고 있는 모습조차 비슷하신 거 있죠?^^


원북원 책 구매는>>

(반양장)

금정산을 보냈다 (반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양장)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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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5.04.28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북원선포식 현장에 처음 가봤는데
    규모가 너무 커서 놀랐어요.

  2. 김원북 2015.05.09 1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내용 중간에 원북 선포는 부산시장, 부산시교육감, 부산일보사장, 부산시의회부의장 이렇게 4분은 맞는데 나머지 1분은 성세환 BNK 금융그룹 회장님이 선포하셨습니다. ^^

[주경업이 만난 부산의 문화지킴이들] - (38)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2015년 04월 13일 (월) 13:27:35
 



 
 편집에 바쁜 틈을 내어 잠깐 포즈를 취한 강수걸 대표

지난 3월 이규정의 장편소설 「번개와 천둥」 발간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우선, 이 소설은 문단에서 거의 외면하다시피 해온 순국선열 이야기로서 특히 국권상실기의 비극을 다루고 있었다. 소설은 암울하던 시절 몽골에 건너가 몽골국왕의 어의가 된 데다 그가 경영하는 동의의국이 독립운동이 거점이 되므로 일본군에 의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대암 이태준 이야기다.

다음으로 이 소설이 부산 소설가의 끈질긴 답사와 추적으로 쓰여졌으며, 그 출판을 부산의 도서출판 ‘산지니’에서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산지니’는 어떤 출판사이며, 대표 강수걸 씨는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거제동 검찰청 건너 도서출판 ‘산지니’에서 강수걸(姜洙杰, 1967년 생) 대표를 만났다. 복도 끝자락 출입문을 여니 켜켜이 쌓인 책더미 속에서 젊은이가 알은 채를 한다. 강수걸 대표다. 몇 차례 인사를 주고 받았으나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지 않던 강수걸 대표의 준수한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부터 받는다. 이 젊은 분이 부산 출판계를 휩쓸고 서울과 파주 출판 관계자들에게 부산 도서출판의 웅지를 대변하고 있었구나. 반가웠다.

사람이 생각한 바를 무엇에든지 기록하여 전달하기 시작한 것은 먼 옛날부터였지만, 같은 내용의 것을 한꺼번에 여러 번 만들어낸다든지, 그것을 영업적으로 만들어 팔게된 것은 서기 전 336년 그리스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전하여진다. 우리나라의 출판은 고려 때 활자의 재료를 나무가 아닌 금속으로 만든 「직지심체요절」(1377)로서, 「구텐베르크(Gutenberg. J) 성서」(1455) 보다 78년 앞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근대적인 출판사 도입은 1883년의 「한성순보」 발행으로부터 시작하여 광인사(廣印社)의 「충효경합벽」(1884), 안종수 저 「농정신서」(1885) 등을 들 수 있는데, 해방 후 해마다 200여 개의 출판사가 등록되고 그만큼의 수효가 망해서 문을 닫는 일이 계속해 왔단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의 출판사의 부침(浮沈)은 대충 추측컨데 100여 사가 등록하면 그중 1%인 단 한 출판사가 살아남게 되는데, 그나마도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는 출판사를 다시 추린다면 500:1 꼴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884)은 기록하고 있다. 2010년 현재 부산의 등록출판사도 9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부산의 신지리지」, 부산일보).

과연 이들 중 지금껏 몇 출판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출판사로는 ‘산지니’를 으뜸으로 꼽아도 좋을 것이다.

회사원이었던 강수걸 대표 부친은 경남 하동군 횡천면 청암에서 태어나 직장을 따라 진주에서 근무하다가 74년 소년의 나이 8살 때 부산 전포동에 와서 정착한다. 소년은 2남 1녀의 막내로 성전국민학교와 금정중·내성고에 배정받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한다. 집과 가까운 시립 부전도서관에서 도서열람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대학에서는 특히 사회과학 계통의 책을 학교 앞 서점의 서가에서 뽑아 열람하거나 구입하면서 책과 가까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졸업 후 창원의 한국중공업에서 11년 근무하면서도 책과의 인연은 계속되었고, 내가 사는 부산에서 출판사를 창업해 보는 것이 꿈이 되었다. 모두들 서울로 쏠리는 편견을 애써 떨치고 책 만드는 시설이야 서울에 뒤지겠지만 부산에서 시작하리라 다짐했다. 내가 살면서 잘 아는 부산에서 웅지를 펴야했다.

2004년부터 준비작업을 하면서, 그간 적립한 자금으로 이듬해 2월 출판사 문을 열었다. 출판사 이름을 ‘산지니’로 등록했다. 자전적 의미로 ‘산 속에서 자라서 오랜 해를 묵은 매나 새매’를 일컫는 「산지니」의 뜻을 쫓아 야생의 매같이 기운차게 오래 버틸 수 있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이름 값을 하리라. 소박하게 시작하였으되 오래버틸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평소에 마음속에 둔 이름이리라.

일단 부산 지역과 관련된 책부터 만들었다. 저자가 부산 사람이어야 하고 부산 관련 서적이라야 했다. 시·소설·비소설 등 문학을 아우르고 차츰 분야를 망라하여 갔다. 인문·정치·철학·불교 관련 지역 작가를 만나면서 그 분야가 넓어졌다. 그리고 부산의 독자들이 관심가지는 중국·인도 등의 번역서도 출판하였다. 이 분야만큼은 전국에서 전문성을 띤 저자를 수소문하였다.

독자 층도 전국으로 넓혀갔다. 그럴려면 부산에서 책 만들어 전국서점으로 택배 운송하는 번거러운 체계를 개선해야겠다. 경기도 파주출판사단지의 물류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면서 합리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파주와 부산을 이원화시키기로 했다. 부산에서 기획편집을 마치면 데이터를 파주출판단지로 보내어 출판과 배송을 위탁하였다. 파주는 부산이 안고 있는 시설적인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특히 학술서 등 특수도서의 양장제본은 파주출판단지의 능력이 탁월하였기에 책의 성격에 따라 알맞는 양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시작이야 인문학 출판으로 부터였지만 사회학·청소년 등으로 확대하였다. 보통의 출판사들이 어린이책·문학책 등 특정분야로 출판분야를 한정하기 마련이었지만 ‘산지니’는 이를 혁파했다. 학술회 논문 등도 발간하였다. 그러다보니 출판 종이 늘어나고 연간 발행하는 책도 쌓여갔다. 2014년 한해 50종 280여 권의 책을 발행하였다. 서울의 출판사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획출판 인원을 풀가동해야 했다. 강수걸 대표를 비롯하여 디자이너 2명, 편집사원 4명이 먼눈 팔 사이없이 편집에 매달리고 있다. 심지어 여러 책을 동시에 편집해야 할 때도 있다. ‘산지니’는 그런 노하우쯤은 벌써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책을 내다보면 실패한 때도 있기 마련. 1,000명의 독자를 예상했는데 200부 판매에 그치는 경우이다. 실패한 원인이야 저자일 수도 있고 편집디자인일 수도 있으나 독자에게 다가가지 못한 책이라는 것이 패인이었다. ‘산지니’는 이런 실패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갔다. 원고를 정독하여 원고와 선행도서들에서 유사점을 비교하여 출판을 가늠하고 출판부수를 많게 또는 적게 조정하였다. ‘산지니’의 특징은 이런 분석들의 선행에서 발행예측 부수를 가늠하는 데 있다.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밤의 눈」처럼 문학상을 수상한 글도 있을 수 있고 학술도서나 우수도서로 선정된 도서를 발행하기도 하였지만, 「부산을 맛보다」처럼 일본으로 수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젊은 대표 강수걸 씨의 예리한 통찰력이 이런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부산 사람으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2014년 출판도서 중 부산 독자들에게 권장하고픈 책을 추천받는다.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정천구의 「맹자, 시대를 찌르다」와 이규정 소설 「번개와 천둥」 등이 성공한 책들이다. 강수걸 대표의 책은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다. 당대 독자들을 위한 책이지만 고전은 과거사람들의 이야기듯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대화인 것이다. 오늘을 봄으로써 과거를 말할 수 있고 어쩌면 미래까지 생각하면서 대화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매체로 책의 사명을 얘기한다. 그래서 책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한다.

저자들은 자기 책 많이 팔리기를 원하고 출판사도 책이 많이 팔리게끔 노력해야 한다. 서점 수도 줄어들고 대학 앞 서점들이 문을 닫으며 전자책이 활보하고 있으나, 활자로 찍혀진 책의 수명이 오래인 것을 강수걸 대표는 잘 알고 있다. 아침 8시 반이면 칼출근하여 스텝들을 독려하고 찾아온 저자들을 만나 독자들에게 다가갈 책만들기 위해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루를 보낸다. 부산을 사랑하고 부산 사람을 사랑하기에 혼신을 쏟고 있는 강수걸 대표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주경업ㅣ리더스경제신문ㅣ2015-04-13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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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북원부산에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

시집 선정 12년 만에 처음
2015-04-01 [23:14:03] | 수정시간: 2015-04-01 [23:14:03] | 2면


강승아ㅣ부산일보ㅣ2015-04-01

원문 읽기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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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최영철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가 원북원부산 후보도서에 올랐어요.
여기서 투표하시면 됩니다. http://www.siminlib.go.kr/

 

투표 다 하고 심심하실 땐 여기 http://ask.fm/weekly_sanzini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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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율 2015.02.28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주만에 돌아온 주간산지닌가요? 역시 전복라면 편집자님의 센스는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0^ 짧은 시간이었으나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감사드려요^^

한 권의 책으로 하나되는 부산

원북원부산운동


"One Book One Busan"



바로 어제부터 부산시 공공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원북원부산운동"의 후보도서 투표가 시작되었는데요.

부산시민이라면 모두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부산출판사 산지니의 책 『금정산을 보냈다』에 많은 독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부산을 주무대로 활동한 최영철 시인이, 부산에게 바치는 헌사가 담긴 시집이기도 한데요.

「서면 천우짱」과 「부산釜山이라는 말」이라는 시에서 최영철 시인의 부산에 대한 애정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서면 천우짱

최영철 

지금도 서면 천우장 앞이라고만 하면 다 통한다

30년 넘은 약속장소

비밀스런 상처를 서로 덧내지 않으려고

누구도 그거 옛날에 없어졌잖아,’ 하고 말하지 않는다

천우장 앞에서 시작하고 끝낸 사랑이 어디 한 둘이었겠는가

10년도 전에 20년도 전에, 그 전의 전에도

천우장이라는 고급 음식점에는 도통 들어가 본 적이 없지만

서면 천우장 앞이라고만 하면 다 통한다

그 길목 모퉁이 엉거주춤 어떤 자세로 서있으라는 건지도 다 통한다

큰길 버스 내리는 녀석의 구부정한 어깨가 잘 보이는 지점

지하도 건너 불쑥 떠오르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찰랑대는 지점

저쪽 뒤편 시장골목을 지나 치맛자락이 나풀대며 걸어오는 지점

서면 천우장 앞은 그렇게 걸어온 것들이 와서 멈추는 곳

주머니에 든 몇 닢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한번은 환하게 달려와 줄 것 같은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린 곳

없어진지 오래인 서면 천우장 앞

그때 매정하게 돌아서 간 청춘이 불쑥 돌아올 것 같아

푸른 시절이 걸어 나간 길 저편을 악착같이 바라보며

조금 두둑해진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는데

천우장 자리 들어선 새 건물 3층 천우짱노래방이

하염없이 목을 빼고 있는 첫사랑을 비틀고 있다

천우짱 천우짱 숨 가쁜 맥박소리로

쿵덕쿵덕 흘러간 세월을 비틀고 있다 


지역을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혹은 고향을 떠나 다른 곳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부산을 기억하는 매개는 단연 과거의 추억을 상기하는, 변함 없는 장소성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면의 천우장은 최 시인이 청춘을 함께 보냈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겠죠.

마치 지금의 저 또래들이 사라진 동보서적과 지금의 서면 단골 약속장소인 쥬디스태화를 기억하듯이 말이죠.

추억을 기억할 장소가 사라진 기분, 아마 「서면 천우짱」은 그런 쓸쓸한과 애잔함이 서려 있어 아직 어린 제게도 뭔가 모를 애틋함을 안겨 주는데요. 고등학교 시절 하릴없이 동보서적에서 책을 읽으며 일본 문학 소설을 읽던 제 기억이 떠올라 더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

기억이 희미해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소중한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는 법이겠지요.



어제 저는 반납할 책이 있어 서면의 부전도서관을 들렀는데요.

「서면 천우짱」이라는 시를 특히 좋아하기도 해서 그런지 서면의 북적이는 인파들 사이에 조용히 위치해 있는 도서관이 유독 반갑기도 했습니다.

대출을 하고 집에 가려던 찰나, 원북원 투표용지를 발견하고 반갑게 핸드폰으로 찍고온 사진들입니다.^^




투표용지는 보시듯이 다섯 가지 책 중에서 선택하여 기관명(저는 자주 대여하는 부전도서관 회원이라고 적었습니다^^)과 이름을 써서 고이 접어 투표함에 제출하면 되는데요.

좀 더 많은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살짝 들었습니다.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서관 방문하시면서 한번씩 투표 부탁드립니다.

온라인으로도 투표 가능합니다.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 Click!



부전도서관의 정경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2동 | 부전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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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솔율입니다. 축하2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제가 추위도 물리칠 만큼 아주 따끈따끈한 소식을 가져왔는데요. 바로 이전에 포스팅 하기도 했던, <산지니>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인선의 첫 주자, 금정산을 보냈다의 저자 최영철시인을 제가 만나 뵙고 왔습니다. 문학을 좋아하고 특히 시와 소설을 주로 썼던 저는 마치 우상을 뵙는 기분이었는데요. 선생님을 만나 뵙기 전부터 벅찬 가슴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만남은 특별히 수영사적공원 일대를 거닐며 이루어졌습니다. 문학이야기와 함께 과거 수영에 얽힌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참 뜻깊은 시간이었는데요. 구체적인 여정이 궁금하시다면 어서어서 오세요!

 

# 수영을 거닐다

  2015210일 화요일 오후 130, 솔율은 함께 인턴을 하는 규형92’님과 지하철 3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선생님과의 약속 장소인 수영역으로 가기 위해서였는데요. 일일 사진사를 맡으신 규형92님께 DSLR 카메라에 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도착!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렀던 덕에 근처에 있는 수영팔도시장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기다림 후, 짜잔! 드디어 최영철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선 곧 환갑이 다가온다 하셨지만 너무나 정정하신 모습에 저희는 연세를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답니다) 선생님께선 저희를 수영 사적 공원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 한적한 골목을 따라 드문드문 점집이 보였는데요. 선생님께서 산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수영은 과거 어촌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어부들이 많은 만큼 점집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은 분명한데요. 수영을 비롯해 영도다리 근처와 같은 바다 어귀엔 현재까지도 옛날 점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또한 저희가 미리 다녀왔던 수영팔도시장 역시 옛날 모습에서 크게 변하진 않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센텀시티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과거엔 강과 바다를 끼고 많은 물자들이 드나들었던 수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골목의 끝에 야트막한 언덕과 같은 곳, 수영사적공원이 있었습니다. 옛날 수영성의 위치에 조성되어 있는 이 공원은 국보급 천연기념물 나무가 두 그루 있고, 수영야류 전승관도 있습니다. 공원으로 들어서기 전 뒤로 아파트 몇 채가 보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과거 아파트자리엔 군인아파트가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잠깐, 생각나는 시가 한 편 있네요.

집 근처 폐가로 방치된 군인아파트

나는 날로 기울어져가는 그걸 바라보며

날로 기울어져가는 우리 문학을 생각했던 것인데

그걸 정부보조금으로 빌려 한국문학 부활 프로젝트

간판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군인아파트니까 보초는 군인들이 서는 게 좋겠지

아무 쓸모없는 꼬투리나 물고 늘어지는 글쟁이들에게

모종의 적개심 또는 열등감을 키워온

그래서 인정사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그리고 또 한 부류

웬만한 글 앞에서는 미동도 않는 노장들로 심사위를 구성해

잘 써야 하는데 배가 불러지면서 잘 못 쓰고 있는 놈

잘 쓸만한데 뚜렷한 전기가 없어 허송세월하는 놈

백 명쯤 추려 쥐도 새도 모르게 체포해 오는 거야

모든 우아한 소지품 압수

사흘 정도 냅다 굶기고 두들겨 패는 거지

지랄발광들을 하겠지 눈을 시퍼렇게 뜨겠지

이유라도 알려달라며 통사정이겠지

- 최영철, 한국문학 생생 프로젝트전문, 금정산을 보냈다, 2014.

  살짝 시를 언급하자, 선생님께선 시에 담긴 의도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전에 우리 문학이 가장 왕성했던 때는 군사독재시기, 거슬러 일제시기, 조선왕조시대 선비들의 귀향살이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문학의 역사는 오래 되었는데요. 한국문학 생생 프로젝트는 스러져가는 아파트를 다시 세워 글을 잘 쓸 수 있음에도 농땡이를 치는 문인들을 그곳에 넣어서 질타를 하고 싶은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시입니다.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문인들에게 강한 일침을 날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공원으로 들어서자 돌담 아래 작은 비석들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25의용단인데요. 25의용단은 왜구가 바다를 통해 침략해왔을 때, 성주들이 다 떠나고 전투에 참여했던 부하들과 수영성 어민 중 끝까지 싸우다 전사하신 25명의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지어진 사당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최영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

 

  25의용단을 지나 조금 올라가자 옆으로 자라는 나무가 나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 나무를 와목(臥木)이라 이름 붙이셨는데 누워있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앞서 선생님께서는문학의 장소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실재하는 공간은 필요 없이 오로지 상상으로만 만들어 내기도 하고, 구체적인 공간을 가지고 쓰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장소성인 것이지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구체적인 장소, 성장하고 자랐던 공간에서 소재를 많이 얻으신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과거 수영에 사시면서 (수영을 배경으로) 4~5권정도의 시집을 내셨다고 하셨습니다. 수영사적공원을 매일같이 거니시면서 시를 많이 낚았다고 말씀하셨네요.^^

내 머리맡 어디쯤 쓰러져 크고 있는 사철나무를

와목이라 이름 붙였다

기울어진 나무는

자기를 슬며시 쓰다듬고 가는 여인에게로 기울다가

행장 챙겨 무작정 따라나서기도 하다가

저렇게 호된 회초리를 맞고 쓰러졌을 것

위로만 바라보아야 할 본분을 잊고

옆으로 옆으로 한눈 판 죄를 벌하려고

하늘이 나무의 다리몽둥이를 꺾어놓았을 것

그러나 그때

나무를 쓰다듬고 간 그 여인은

먼 여정에 눈앞이 아득해져

잠시 손 짚어 찰나를 쉬었다 갔을 뿐

- 최영철, 수영성 와목

  실제로 와목은 사철나무며 넘어진 채로 죽지 않고 살아서 크고 있는 나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문학적 대상을 볼 때 자신과 동일시를 많이 하지요. 선생님께서도 마찬가지라 하셨습니다. 10대 때 교통사고로 병원생활을 오래 하셨을 때와 와목을 동일시 한다고 하셨는데요. 산책을 가실 때마다 와목을 쓰다듬으며 얼마냐 힘드냐한마디 남기시기도 하고 꿋꿋이 살아있는 모습에 기특함을 느끼기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산책을 하면서 처음 일 년 정도는 그런 나무가 있는지도 모르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고 하시네요. ‘나무가 나를 오래 기다렸을 텐데 바라봐주지 않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하고 와목을 쓰다듬는 선생님의 손길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오목조목 돌들이 박혀있는 예쁜 돌담을 지나 수영야류전승관도 잠시 들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전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공연장에 지붕이 생겨서 이제 우천시에도 공연이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더운 여름에 햇빛을 가려주고 비를 막아주는 것도 좋지만, 저는 없어도 그 나름대로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전통 탈놀음을 즐기는 기분,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전승관을 넘어 아래로 걸어가며 저희는 선생님의 지난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수영사적공원과 팔도시장의 기운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사적공원을,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면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느껴지신다고 하셨네요.

  보통 성장환경이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선생님께서는 태어난 창녕보다는 부산에서의 추억이 더 많으십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기 부산으로 나와서 범일동 산동네 단칸방에서부터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또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매축지라는 곳에 사셨다고 하셨네요. 매축지는 부산진시장에서 부두 쪽으로 가면 보이는 동네로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선생님께선 지금도 가끔 찾아간다고 하셨는데요. 옛 골목이나 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성장기를 보냈기에 번화가보다는 오밀조밀한 동네가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셨습니다.

 

# 시간 앞에서 잠시 머물다

  5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앞에 있는 벤치에 선생님과 저는 잠시 몸을 기댔습니다. 앞에서 수영사적공원에는 천연기념물인 나무가 두 그루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 나무가 바로 국가 차원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푸조나무입니다. 처음 선생님께서 이 나무를 보셨을 땐 쓰레기와 연탄재에 뒤덮여 있었다 하셨는데요. 나무치료사들이 치료도 하고 시에서도 여러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의 멋진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푸조나무와 공원 안에 있는 또 다른 천연기념물인 곰솔 소나무는 원래 무당들이 치성을 드리던 나무였다고 하네요.

  선생님께서는 푸조나무가 살았던 시간에 비하면 자신이 산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라 하셨습니다. 힘들거나 절망스러울 때마다 종종 들리셔서 나무를 보고 만지시면서 오백년을 묵묵히 견디는 나무도 있는데 나는 엄살이 심한 것이 아닌가하며 반성을 하신다고 하네요.

  세월이 지나 고향에 왔을 때, 그곳이 자신의 고향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자연물들입니다. 사람, 건물은 조금씩 변화하길 마련이니까요. 선생님의 말씀처럼 자신의 마음속의 표적으로써 이런 나무가 남아있으면 잠시 멀리 떠났다 돌아오더라도 이전의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누군가가 만졌던 가지를 또 만지면서 좋은 기운을 나누는 것 또한 가슴 따뜻한 일이겠지요. 이렇게 깊은 의미가 담긴 푸조나무는 선생님의 작품 중 푸조나무 아래라는 부제가 달린 연작시로도 남아 있습니다.

잎 하나 피우는 내 등 뒤로

한 번은 당신 샛별로 오고

한 번은 당신 소나기로 오고

그때마다 가시는 길 바라보느라

이렇게 많은 가지를 뻗었답니다

 

잎 하나 떨구는 발꿈치 아래

한 번은 당신 나그네로 오고

한 번은 당신 남의 님으로 오고

그때마다 아픔을 숨기느라

이렇게 많은 옹이를 남겼답니다

 

오늘 연초록 벌레로 오신 당신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이렇게 많은 잎을 피웠답니다

- 최영철, -푸조나무 아래

  푸조나무의 풍성한 가지들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지들이 조금은 애달프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벤치에서 일어나 선생님의 뒤를 따르니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서 말했던 곰솔 소나무인데요. 작은 소나무는 부산시에서 지정한 보호수이며 큰 소나무는 국가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큰 소나무를 남성성으로 보고 작은 나무를 여성성으로 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주보고 서로 이야기도 하고 의지를 하면서 오랜 시간을 꿋꿋이 버텨온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북적함, 그 속의 묵직함

  곰솔 소나무 앞에는 남문이 있습니다. 그곳을 따라 내려오면 수영팔도시장이 이어집니다. 시장을 따라 걸으며 정겹고 소담스러운 시장의 북적북적함 속에서 선생님과 저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지니 시인선 1호이자, 부산 원북원 프로젝트 후보도서에도 오른 금정산을 보냈다는 부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집을 편집하면서 구성이 바뀌는 일도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처음엔 가벼운 분위기의 시들을 배치하고 후반부로 가면서 무게가 있는 시를 배치할 예정이었으나 편집과정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거운 시를 앞으로 보내셨다고 하네요. 시 한 편 한 편에도 있지만 어떻게 배치하느냐와 같은 편집과정에서 들어가는 의도도 중요한 것이라 말씀해 주셨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주 밝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 어둠을 대중문화나 소비를 통해 피해가려고도 하는데요. 누군가는 그 어둠을 정면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것이 바로 기초 장르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시인의 역할은 위기에 반응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며 출판 역시 문제적이고 중요한 고민들을 엮어서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산지니>는 힘든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아주 잘 해내고 있어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는 아낌없는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순수문학과 실용문학의 흐름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문학의 힘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두 가지 경향의 비율이 어느 정도 평균을 이룬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문청으로써 동감했네요. 시나 소설보다 장르문학, 영상매체가 이슈가 되는 요즘. 문학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최영철, '부산釜山이라는 말' 中

  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시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나가는 것이 필요하지요. 한 가지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유추하게 하는 것이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의 문학은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아 그것이 오히려 문제적인 현상이 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우려도 살짝 내비쳐 주셨습니다.

 

# 문학으로 가는 길

  팔도시장을 나와 선생님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맞은편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엇! 저의 가방이 없었습니다. 머리를 스치는 장면, 바로 푸조나무였습니다. 잠시 앉았던 벤치에 가방을 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과 규형92님께 양해를 구하고 저는 다시 수영사적공원으로 달렸습니다. 다행히 가방은 벤치 위에서 묵묵히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선생님께서 반갑게 저를 맞아주셨습니다. 제 어깨에 들려있는 가방을 보시곤, ‘푸조나무 할매께서 지켜주셨네!’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셨습니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게 시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푸조나무 할머니 이야기를 하며 선생님과 저희는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카페에서는 선생님과 함께 현재의 문학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도 문창과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부산 여전, 부산 예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 문창과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남아있는 곳도 통합이 되어버려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 세기마다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18세기는 18세기 나름대로, 21세기는 21세기 나름대로의 기운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1세기로 오면서 장점도 보이지만 단점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문학이라는 장르가 균열을 직면하고 아픈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지요.

  선생님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현대 사회가 오히려 문학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며 남들보다 잘 살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문학과 같은 선의의 장르들이 본연의 기운을 잃고 잘 팔려야 한다, 독자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평균을 유지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 선생님도 저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을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만은 아닙니다. 제가 선생님께 작품을 쓰시는 것 말고도 출판일을 하시면 글을 쓰시는 분들도 많이 보실 텐데 그런 분들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드는지 여쭤보았더니 이렇게 답변해주셨습니다.

 출판을 한다는 건 문학사회 안에서 산다는 건데 좋은 친구들도 많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섞여 사는 즐거움이 있지. 물론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책이 많이 팔리는 것도 좋은 거지만, 순수한 예술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서 서로를 위해주면서 힘들 땐 잘 도와주고 도움 받고 하니까 좋지. 그게 문학하는 즐거움이지."

  선생님의 말씀에 저도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예술, 그중에서도 문학의 자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지금도 소설을 쓰고 시를 쓰는 문청들은 많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글을 쓰고 글을 논하는 사람들을 저 또한 많이 만나고 있지요. 서로 얼굴을 맞대고 토론하고, 합평하는 그 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보수와 능력과는 상관없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장르를 열정적으로 논하는 그 시간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아주 값진 시간이 아닐까요.

 

싸인을 하시는 최영철 선생님 (feat. 뒷풀이장소)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문학이 가야할 길은 상처와 균열을 조명하며 아픈 소리를 내지르고 사람들도 그 아픈 소리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선생님뿐만 아니라 많은 문청과 문학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쉽게 읽히는 책도 좋지만 약간의 무게가 있는 도서, 혹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는 책 또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선생님의 바람 또한 공감이 되었습니다.

  많이 보는 TV프로그램을 좋은 시간대에 배치하고, 많이 팔리는 책을 서점에서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것, 이러한 구조를 바꿔야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요. 이슈가 된 원북원 프로젝트를 비롯해 책을 선정하는 방식이 많이 팔리는 책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기준은 바뀌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많이 팔리고 독자들이 많이 찾는 것과 같이) 단지 양으로 판가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좋은 기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완전한 다수결이 아닌 시민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의 많은 의견을 듣고 종합하여 기준의 절충안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께서는 출판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출판 본연의 의미를 가지고 출판사가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격려가 필요하고, 부산시에서 시행하는 부산문화재단 우수도서선정과 같은 제도가 출판사들에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현상을 통해 시()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주면서 지역출판을 장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제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선생님의 작은 바람입니다.

 

  보통의 인터뷰 형식과는 달라 많이 당황하셨죠? 수영 일대를 거닐며 색다르게 진행된 만큼 리뷰 역시 딱딱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어떻게 느끼실지 흠흠..). 최영철 선생님과의 만남, 저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스승님이자 함께 문학을 하는 든든한 동반자를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학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시고 계신 선생님을 본받아 저 역시 쉽게 흐트러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세상엔 아직 치열하게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사회 속에서의 고독한 싸움이겠지요. 그러나 결코 의미 없는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흔쾌히 만남을 응해주신 최영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이상 저자 인터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뿌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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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뤼에르 2015.02.24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자 인터뷰였지만 마치 문학기행 수필을 읽는듯, 너무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특히 마지막의 feat.뒷풀이장소가 인상 깊네요 ㅎㅎ
    푸조나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산을 살고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동네이야기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이야기들 감사해요.♥

  2. BlogIcon 잠홍 2015.02.24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 시간의 인터뷰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풀어내셨네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나무 한 그루 그냥 지나치치 않을 정도로 자신이 있는 곳을 아끼며 묵묵히 시를 써 오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북원 부산운동 "올해 부산 대표 도서 한 권 골라 주세요"


2015-02-22 [22:38:57] | 수정시간: 2015-02-22 [23:05:34] | 6면


강승아 기자 ㅣ부산일보ㅣ20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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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솔율입니다호호

  요 며칠간 날씨가 매우 스펙터클 했지요. 귀가 떨어져나갈 듯 추웠던 날도 있었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금정산. 부산광역시 금정구와 경상남도 양산시 동면(東面) 경계에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산

  오늘은 또 하나의 서평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산지니>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인선의 첫 주자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라는 시집인데요. 최근 원북원 부산 프로젝트의 후보 도서로도 올라 후끈후끈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이 활동무대였던 최영철 선생님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집이기도 한데요. 더불어 물질과 속도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마주해야 할 세계의 진면목 또한 담고 있습니다. 그럼 차근차근 얘기해보도록 할까요?

 

  먼저 최영철 선생님은 1956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부산광역시에서 보내셨습니다. 1986<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으며 제2백석문학상, 2010년 제10최계락문학상, 2011년 제6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선생님 작품의 특징은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며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건강한 서정시라 볼 수 있습니다. 대표작으론 시집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 2010),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 2008),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산지니, 2014) 등이 있습니다.

 

  시집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봅시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앞서 말했듯이 산지니 시인선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그리고 최영철 선생님의 등단 30년을 기념하는 열 번째 시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표제인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 제목이기도 한데요. 아들을 요르단으로 보내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 단숨에 써 내려갔다는 시는 아버지로써의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서역의 바람이 드세거든 그 골짝 어딘가에 몸을 녹이고 서역의 햇볕이 뜨겁거든 그 그늘에 들어 흥얼흥얼 낮잠이라도 한숨 자두라고 일렀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대를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입사 지원서를 내 모두 떨어졌다. 간신히 한 대기업에 걸렸는데 조건이 요르단 근무였다. 환경도 그렇고 위험해서 말렸는데 아들은 가겠다고 했다. 그게 다 무능한 애비를 만난 탓인 것 같아 미안했다. 딱히 줄 건 없고 뭔가는 줘야겠기에 시로 금정산을 선물했다." 아비는 힘 넘치는 젊은 혈기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하고자 했던 것이다.  - 최영철 시인 인터뷰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2014-10-13 본지 23

  저는 이 시에서 부모자식 관계에서의 아버지와 함께 남편으로써의 아버지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었는데요.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이 짧은 대목에서 어머니보다 물러나 있는 아버지의 위치가 느껴졌습니다. ‘혹여 아비의 안부가 궁금하거든이라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 자식과의 미세한 거리를 화자가 은연중으로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의 외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시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과 함께 남편, 그리고 가장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그리 편하진 않을 터

 

  최영철 선생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한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지난 발자취가 드러나는 작품이 많은데요. 선생님의 주요 무대였던 부산, 그리고 지금 살고 계시는 김해 도요마을이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합니다. 이번 시집에서도 금정산을 보냈다를 비롯해 서면 천우짱, 부산釜山이라는 말등 부산을 품은 작품이 많은데요.

집과 학교 사이 가로막고 섰던 하야리아 부대

하루 두 번 그 길 빙 돌아 오가며

세상에는 눈앞에 두고도

바로 지나갈 수 없는 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반도의 남쪽에 그어진 또 하나의 분단선

지름길 막아선 총부리에 걸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을 빙빙 돌아서 갔습니다

<중략>

스무 살 무렵 부대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기도 했으나

나의 꿈은 오래 주눅 들어 힘없이 뚝뚝 끊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오래전 일제 차지였고 동란 후 미군 차지였던

언젠가부터 나는 그 길을 피해서 걷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앞집 옆집 양공주들이 붉은 등으로 걸리고

양키들이 낄낄대며 그 등을 하나씩 거두어 갔습니다

버터냄새 풍기는 불빛들이 다 잦아든 뒤에도

양공주들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담은 다시 헐렸지만

분수가 요염하게 춤추는 평화로운 주말이 되었지만

동강난 길은 여전히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 하야리아 부대

  여러분, 하야리아 부대를 아시나요? 하야리아 부대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범전동 및 연지동에 설치되어 있는 주한 미군의 기지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의 경마장으로 사용하다가 1945UN 기구,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주한 미군 부산 사령부가 설치되었습니다. 2006810일에는 공식적으로 부대가 폐쇄되었고, 이후 주한 미군과 반환 협상이 이어지다가 2010127일 부산시에 반환되면서 부산시민공원조성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부산시민공원이 위치한 곳이 바로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자리입니다.

  위의 시를 읽으며 저는 하야리아 부대에서 부산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세월이 작품 속에 녹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시민공원으로 바뀌어 분수가 자리 잡은 모습까지 담겨 있어 후반부가 인상깊게 들어왔는데요. 공간의 변화와 함께 하니 동강난 길이 여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문구로 전해져오는 씁쓸함과 같은 것이 더욱 배가 되어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모습 1

과거 하야리아 부대의 모습 2

 

  또한 에 관한 화자의 생각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습니다. 시인, 한때 시와 같은 작품들을 읽으며 우리문학이 처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뜨겁고 생생했으나

그때는 서로 앞서가겠다고 야단법석이었으나

마을 입구 공동수도 끝없이 줄선

양동이 다 채우고도 철철 넘치던 봇물이었으나

산동네 꼭대기까지 나누어 쓰던 한 바가지 선심이었으나

비수처럼 번득이던 표적이었으나

잠든 그대 머리통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간 기별이었으나

이제는 흘러갈 곳 잃은 도랑물

천리길 한달음에 와놓고 남은 백리 앞에 주저앉은

아무도 받으러 오지 않는 헌혈 차량의 사과 반쪽

부끄럼만 늘어난 미지근한 침묵

출처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로 진화한

겨울 탕자 당신만이 입 훔치는 후식

이 엄동설한 떨지도 않고 배회하는 해독 불능의 허기

그래, 좋아, 죽어도, 당신만이 받아먹고 배 두드리다

어디 먼 곳 적선할 수도 내다버릴 수도 없게 된 미지근한 정표

그래도 괜찮다고 찾아오셨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

천리만리 가시다 배고픈 동무 만나면

아직 저 길모퉁이 끝집 아무 술꾼이나 받아주는

만만한 주막거리 하나 있더라 전해주시길

다 타버린 꽁초로 떠내려가다

마지막 남은 재로, 흐릿한, 문질러진 자국

/ 한때 시전문

  과거엔 양동이 채우고도 철철 넘치던 봇물, 비수처럼 번뜩이던 표적과 같은 것이었으나 현재는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헌혈차량의 사과 반쪽, 그리고 부끄러움만 늘어난 미지근한 침묵과 같은 것. 이렇듯 화자는 이렇게 과거의 시가 아닌 현재의 시를 조명합니다. 치열했던, 날카로운 비수 같았던 시들이 지금은 적선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과거에 비해 시가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인공호흡을 해줄 사람조차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시인은 배고픈 동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화자는 아무 술꾼이나 받아주는 만만한 주막거리를 알려주며 그들을 위로하고픈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 세상과의 고달픈 싸움

 

  앞에서 과거의 시가 날카로운 비수 같았다고 말씀드렸지요. 금정산을 보냈다속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가진 시가 등장합니다.

옛날 시계 분침보다 시침이 더 길었다는 사실

분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

분침 따위 무시해도 좋은 잔챙이였다는 사실

그런 분침이 지금 시침을 졸병으로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사람들이 야금야금 시간을 다 파먹었다는 사실

이대로 가다간 초침이 제일 길어질 날 올 거라는 사실

그 아래 조금 작은 분침이 돌고

그 아래 시침은 떨어져 나와

서랍 속 다이어리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

/ 시간의 진화전문

  「시간의 진화는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에 일침을 던집니다. 현대 사회는 흔히 속도전이라고도 하지요. ‘빨리빨리가 대중화 되어버린 세상에서 느리다는 것은 배척 받을 행동이 되고 맙니다. 화자는 시계바늘을 통해 점점 빨라지는 사회를 직시합니다. 시간 단위가 점점 짧아져 초를 넘어서는 아주 미세한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된 지금, 시 속의 내용대로 어느새 시계에서 시침이 사라지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속도의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 스마트폰

 

  배추 한 포기 오백원입니다 허리 한 번 숙인 값 오원입니다 땅을 향해 절한 값 오원입니다 비지땀 한 방울 오원입니다 도어보이 치어걸 하루 삼만원입니다 허리 숙여 웃어준 값 삼원입니다 어서 오라 또 오라 인사한 값 삼원입니다 손 한 번 내어준 값 십만원입니다 가슴 한 번 드러낸 값 백만원입니다 지랄발광 물리치지 않은 값 천만원입니다 요리조리 배팅 한 번 억입니다 아무렇게나 내던져 굴러온 십억입니다 밑져도 그만이라고 던져놓은 수백억입니다 한 끼 오백원입니다 저 흑장미 요염한 웃음 한 번 억입니다 백의 눈물과 억의 웃음 뼛속 깊이 사무칩니다 그 먼 거리를 넘나드느라 세상은 이토록 바쁘고 아득합니다 그 먼 거리를 은폐하려고 세상은 이토록 빛나고 향긋합니다

/ 향긋한 양극화전문 

  위의 시는 양극화 된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과거에 발생했던 배추값 폭등을 기억하시나요? 배추 한 포기가 5000~10000원을 넘나든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배추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받는 돈은 포기당 500원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돈을 펑펑 쓰면서도 돈을 벌고 누군가는 메말라가면서도 돈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의 간극이 너무나 크지요.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점을 시로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배추 한 포기 오백원입니다 허리 한 번 숙인 값 오원입니다 땅을 향해 절한 값 오원입니다 비지땀 한 방울 오원입니다 /「향긋한 양극화」 中

 

  이처럼 금정산을 보냈다에는 가족을, 부산을, 시를,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특히 현재에 소멸되어가는 과거의 것들을 놓치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데요. 시 속에 많은 현실이 담겨져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넘어 시가 가야 할 온전한 방향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꾸밈없이 드러내는 것, 짧은 문구 속에 강력한 힘이 들어 있는 것이 바로 가 아닐까요. 그렇기에 우린 시를 더욱 보듬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발을 담고 있는 그 자리를 잊지 않고 깊게 바라보면서요. 최영철 선생님께서 묵묵히 부산을 담아내고 있으신 것처럼…….

 

  이상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2015년엔 모두에게 행복한 일만 가득가득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스토랑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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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민도서관에 들렀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산지니 시인선 001호 『금정산을 보냈다』였는데요.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원북원 후보 책들의 소개 전시에

한 자리를 담담히 꿰차고 있었습니다.


TOP5의 붉은 왕관이 표지의 초록빛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


원북원부산(One Book One Busan)운동은 한 권의 책으로 하나 되는 부산을 만들자는 범시민 독서생활화 운동입니다.


원북원부산운동이란?: 담당 사서가 말하다!


올해로 12년째 진행되고 있는 원북원부산.

매년 한권의 책을 부산 시민들이 투표로 선정하여 고르는데요.


올해 후보도서 Top5에 든 『금정산을 보냈다』는 

후보도서 다섯 권 중 유일한 시집이자, 

유일하게 부산 출신 글쓴이가 쓴 책입니다.




멀리 중동으로 떠나는 아들의 가슴 주머니에 쥐어 보낸 무언가,

그것은 고향의 금정산이었다고 시인은 썼습니다.


부산에 대한 애정은 물론, 어두운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는 

시인만의 '우둔함'이 담긴 이 책은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입니다.

지난달에는 부산시 공공도서관 이달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지요. 


파멸과 비명 속에도 어둠을 직면하며-『금정산을 보냈다』(책소개)



이제 2/24일이면 원북원부산 도서 투표시작됩니다.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습니다 :) 



2015년 원북원부산 도서 투표하기

 

 

후보도서

 

금정산을 보냈다 | 최영철 지음 | 산지니

상실의 시간들 |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지음 | 사계절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저녁이 깊다 | 이혜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투표기간 :  2015년 2월 24일(화) ~ 3월 23일(월)

투표방법 : 온라인 투표지

문의 : 시민도서관 도서관정책부(051-810-8291~5)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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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입니다.

매년, 분기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교양도서' 사업의 여름분기에 어중씨 이야기가 선정되었습니다.

분야는 과학기술 3종, 문학예술 15종, 사회문화 4종, 역사 4종, 종교철학 4종 등 총 30종입니다.

그중, 문학예술 15종에 산지니에서 펴낸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가 당당히! 뽑혔습니다.

여름 분기에 신청을 받고 가을에 책을 보급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소식이 늦게 전해졌네요.^^


드디어 마크를 달고, 최영철 시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이야기들이 청소년들에게 전해질 생각을 하니 설레입니다.


이 책은 도시에 살다가, '도야마을'에 정착한 어중씨의 삶을 그리고 있는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입니다.

느리고 답답해 보이지만 모든 것에 너무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는 어중씨의 삶은 아마 청소년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잃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책의 배경이 되는 도야마을과 이름이 비슷한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에서 최영철 시인은 살고 있습니다.


편집자인 저희 아버지도 직장인이신데, 종편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애청하시며 퇴직 후 귀농을 꿈꾸고 계십니다.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낀 현대인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따뜻한 시골 생활,

조금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곳에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겠죠.


아름다운 '어중씨 이야기'의 시골 마을 이야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시에 살며 잊고 지냈던 따뜻한 감성을 배워 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할 듯 싶습니다.


여유로운 어중씨는 저자 최영철 시인과 비슷한 듯 안 비슷한 모습입니다^^ 위트와 재미가 넘치는 동화의 매력으로 빠져 보세요~


아울러, 청소년 도서에 선정된 『어중씨 이야기』 많이 많이 애독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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