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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16

그 동네에 있던 가게는 어디로 갔을까_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골목상인 분투기> 그 동네에 있던 가게는 어디로 갔을까 어린 시절부터 다니던 교회 앞에는 ‘우정슈퍼’라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와 친구들은 예배만 마치면 그 곳으로 달려가 쌩(?)라면을 사서 부셔 먹곤 했다. 작은 크기에, 가게 안은 어두침침했지만, 그곳은 오랜 기간 우리에게 훌륭한 간식 조달처였다. 그러다 교회 아래쪽에 큰 마트가 생겼다. 교회가 가파른 오르막길에 있어서 마트에 다녀오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교회 앞의 작은 가게 대신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마트를 갈 때면 슈퍼 아저씨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다녀오곤 했다. 마트 ‘봉다리’를 들고 올라오다가 우정슈퍼 주인아저씨를 마주치면 왠지 모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간의 정이고 뭐고 마트의.. 2020. 1. 2.
루카치를 아시나요?_편집자 기획노트 루카치를 아시나요?『삶으로서의 사유』, 게오르크 루카치 지음, 김경식·오길영 옮김, 산지니 [사진은 팀장님:] “루카치를 아시나요?” 아마 이 질문에 “네”라고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930년대부터 루카치가 우리나라에 수용됐고, 문학이 진보적 담론을 주도하던 1980년대 전반까지 루카치만큼 문학 담론에 강한 영향을 미친 사상가는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가면서 루카치는 서서히 잊히기 시작했고 오늘날 루카치는 낡고 오래된 사상가가 되었다. 그러나 2008년 자본주의의 위기 이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좌파의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마르크스 사상을 연구한 루카치가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래서 시리즈 이름을 “루카치 다시 읽기”로 짓게 되었다.시리즈 1권은 김경식 저자가.. 2019. 10. 29.
작가의 숨결로 재탄생한 1500년 전 신라 여성들_<출판저널> 작가의 숨결로 재탄생한 1500년 전 신라 여성들 랑: 김문주 장편소설 김문주 지음│342쪽│산지니 아름다운 두 여자를 원화로 뽑아서 무리를 맡게 했다. 두 여인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서로 질투했는데,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에 유인해 억지로 술을 권해 취하게 되자 끌고 가서 강물에 던져 죽였다. 준정이 사형에 처해지자 무리들은 화목을 잃고 흩어지고 말았다. - 삼국사기 기록에 짧게 나온 ‘원화’에 대한 기록이다. 누구나 한 번쯤 ‘화랑’에 대해 배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국사 시간이나, 하다못해 어설픈 그림체로 그려진 역사 만화책을 읽으면서 화랑이 ‘얼마나 멋있고 대단했던 청년들’이었는지 배웠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항상 원화는 그저 시기와 질투로 점철된, 그래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주변 인물이라는.. 2019. 4. 29.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의 귀향_<출판저널>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의 귀향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정상천 지음 | 316쪽 | 16000원 처음 이 원고의 제목은 “잊혀진 독립운동가 서영해”였다. 여전히 많은 독립운동가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영해는 더더욱 잊힌 인물이었다. “미국에는 이승만이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당시 임시정부의 양대 외교 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역사에 묻혀 있었다. 서영해는 당시 국제정세의 중심지였던 파리에 고려통신사를 설립해 일본의 한반도 침략의 부당함과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렸고 한국인 최초로 불어소설을 집필해 일본 식민주의자들이 말살하려고 했던 한국의 역사와 민담을 외국에 소개했다. 오랜 세월에 묻힌 서영해를 이번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저자가 .. 2019. 4. 17.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 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저자의 진심이 전해진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편집자에게도 열 원고 중 마음에 담지 않는 원고는 없지만, 유독 더 보듬고 싶은 원고는 있다. 나에겐 가 그러하다. 면접을 보고 산지니에 온 첫날, 사무실 한쪽에 빽빽이 꽂혀 있던 책들 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익숙하지 않은 생경한 그곳, 그곳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연구는 어떤 사명감을 갖고 하게 되는 일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얼마 뒤 운명처럼 그 책의 저자가 쓴 원고를 담당하게 되었다. 처음 원고를 받고 저자 프로필을 보았다. “노용석 교수는 2006년부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주관한 13개 유해발굴을 주도했고, 2011년부터는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 2018. 11. 13.
행복한 인생 후반전에 대하여 ::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행복한 인생 후반전에 대하여”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이기숙 지음) 산지니 편집부 정선재 일요일 아침, 거울 앞이 분주하다. 나와 엄마가 서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단장에 여념이 없다. 청첩장을 받아 든 나는 분홍빛 원피스를 입었고, 문자로 날아온 부고 소식에 엄마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같은 날, 같은 공간 나와 엄마는 함께 거울을 보고 있지만 우리의 옷 색깔만큼이나 너무나도 다른 삶의 얼굴을 만날 준비를 한다. 아직은 탄생, 시작, 출발이라는 단어가 가까운 나이라 그런지 처음 이 원고를 받아 들고는 매우 낯설었다. 그러곤 지금까지 내 삶에서 마주했던 죽음들을 반추해보았다. 할머니의 죽음, 선생님의 죽음, 유명 연예.. 2017.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