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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7 바다 냄새가 난다.

“오늘은 양주 한잔하고 싶어요. 커티샥으로 하죠.”

“커티샥?”

“왜 대양을 헤쳐 가는 큰 범선이 그려진 위스키 말이에요. 186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빠른 배 이름에서 유래되었대요.”

“정 기자는 범선에 흥미가 있는 거야 아니면 술에…….

그는 웃으며 웨이터를 불렀다.

“꽤 부드러우면서도 이름만큼이나 빨리 취하죠. 그러면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듯한 여행 기분에 빠질 수도 있구요.”

- 문성수, 「출항지」27p

소설 속 주인공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듯한 여행 기분'에 빠지기 위해 커티샥을 마신다. 커다란 범선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화장품 ‘올드 스파이스’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뭇 남성들에게 선호되어 오지 않았을까? ‘커티샥’처럼 혹은 ‘올드 스파이스’처럼 이 소설에서도 바다 냄새가 물씬 난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커티샥’ 한 잔 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봐도 좋으리라. 문성수 선생님의 젊은 시절 꿈이 바다로 나가는 것이었다면, 중년에 이른 선생님의 꿈은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한다. 아래에 <부산 일보> 김건수 기자의 기사를 인용한다. 



"장편소설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꿈"
문성수 등단 20년 만에 첫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출간

"세상에 지독한 병이 3개 있습니다. 고시병·상사병 말고 또 다른 하나가 뭔 줄 알아요? 바로 글병이랍니다."

이런 우스갯소리를 꺼낸 이는 문성수(57·사진 위) 소설가다. 그는 1989년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으로 등단했다. 지역에서 소설 등단의 통로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벌써 20년 세월이다. 문성수 소설가가 등단 20년 만에 첫 소설집을 냈는데, 겸연쩍었던 것이다. 그는 "나의 게으름 탓이고 다만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그동안 글병에 시달리면서 그럴 듯한 장편을 먼저 내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이제는 흩어진 채 방치된 글편들을 돌아보고 보듬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는 설명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발표한 중·단편 8편 모음
원형적 심상으로서의 바다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근원을 묻다


이번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산지니)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사이에 발표한 중·단편 8편을 모아 놓고 있다. '출항지'를 비롯한 앞부분의 4편은 바다를 소재로 존재론적인 근원을 찾는 작품들이다. 작중 주인공은 새로운 세계로의 출항을 꿈꾸면서도 결국 떠나지 못하는 비루한 현실을 반복하고('출항지'), 대서양어장에서 사고로 죽은 동생의 환영 때문에 현실에 정착하지 못한다('배는 돌아오지 않는다'). 바다를 소재로 하는 이들 단편은 다분히 해양소설의 여지를 풍긴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작품의 소재일 뿐이다. "젊은 시절 방황이 심했고, 배를 타고 싶었다. 출구로서 바다를 생각했던 것 같다"는 것이 작가의 말. 작품에서 바다는 지리적 장소일 뿐만 아니라 소통의 한 창구, 나아가 원형적인 심상을 지닌 추상적 공간, 출발과 도착의 순환론적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변주되는 모습이다. 바다에서 들리는 원시음에서 어떤 구원의 가능성을 엿보는 단편('그는 바다로 갔다')이 그런 맥락이다. 중편 '춤추는 나신'을 비롯한 나머지 4편 역시 해양을 배경으로 하지 않지만,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일관적이다. 그것들은 일상 속 폭력성이 낳는 삶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장편소설은 여전히 버릴 수 없는 꿈"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세월 동안 월남 가족이 뿌리 없는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신산한 여정을 담은 대하소설을 그는 지금 집필 중이다. "이북이 고향인 부모님에 대한 부채감이 있다. 현재 소설의 절반 분량을 쓴 상태인데, 내년에는 빛을 볼 것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이며, 부산 연제고에 재직하고 있다. 

김건수 기자

부산일보 | 19면 | 입력시간: 2009-04-17 [09:04:00]


그는 바다로 갔다 - 10점
문성수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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