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권력과 일상』편집후기



안녕하세요. 온수 편집자입니다:)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는 편집후기는 아닙니다. 

늘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해서 편집후기를 미뤘지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담당 편집자인 저에게는 특별했지요.

오랜만에 들뢰즈와 푸코 두 철학자의 사유를

맛본 즐거운 시간이었거든요.


야외극장에서 상영되는 단편영화 같은 느낌으로

『천 개의 권력과 일상』을 편집하면서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를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했습니다


투고 원고로 시작한 이 원고는 저자의 이력과 원고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름도 특이했지요. 사공일. 필명이 아닐까 했지만 본명입니다. 이때 제가 찾아본 이력은 이러했습니다.


1.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한 점

2. 대학 다닐 때 연극반을 한 점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특이한 이 이력을 보고 저는 저자를 만나게 되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지니 내부에서 면밀한 검토와 열렬한 토의 끝에 이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기로 했고 드디어 저자와 미팅 날이 잡혔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보다 더 궁금했던 건 들뢰즈였습니다. 저자의 이력에는 논문 이외에도 『들뢰즈와 창조성의 정치학』, 역서로 『들뢰즈와 음악, 회화, 그리고 일반예술』과 『일상의 악덕』으로 온통 들뢰즈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들뢰즈의 매력에 대해 저도 좀 엿듣고 싶었지요


첫 미팅을 한 날, 원고에 대해 또다시 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저는 살며시 저자에게 이력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학 때 연극반에 푹 빠지게 되었고 이후 연극이론을 공부하다 들뢰즈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이후 들뢰즈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퍼즐이 착착 맞춰지는구나!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저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서문에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서술되어 있으면 그 책을 읽는데 몰입도가 훨씬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졌고요.


물론 그런 의미도 있지만 저자에게도 그러했듯 들뢰즈가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존재로 다가가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이 책의 프롤로그입니다. 다소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흔쾌히 집필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가 좀 거창하게 썼네요. 독자분도 재밌게 읽어 주세요. 하하


+ 프롤로그 9쪽

"회사 생활 동안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연극에 대한 생각이 한 번씩 표출되다가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2년 차에 가까워지던 때였다. 정확히 21개월 된 후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해 영문학 희곡비평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을 입학한 후 비평이론을 공부하면서 들뢰즈를 처음으로 조우했다. 2000년 당시 국내에는 들뢰즈에 대한 연구가 초기 단계라서 한글로 된 다양한 책이 없었기에, 들뢰즈 이론이 상당히 난해했다. 


하지만 들뢰즈 이론은 지적 호기심에 목말라 있던 나의 텅 빈 머리를 조금씩 채워주는 역할을 하면서, 세상을 차이와 생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들뢰즈와의 만남은 대학 연극반이 20대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나에게 또 다른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와 의 만남은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 사건이자,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한겨레신문에 기사가 났을 때 첫 문장이 이러했습니다. 


"복잡하기로 이름난 현대철학자 들뢰즈와 푸코의 이론을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하며 일상의 권력을 분석했다." 한겨레신문 2014년 7월 14일자 학술. 지성 새책


사실 저 역시 이 책을 편집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들뢰즈와 푸코는 어렵다. 심지어 들뢰즈와 푸코는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편집하면서 이런 생각은 깨끗이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들뢰즈와 푸코는 내 취향이야, 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물론 알기 쉽다고 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나름 철학 이론을 설명한 책이니까요. 그러나 저자가 영화나 드라마를 예로 들면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다소 어려운 이론은 다음 장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서술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구간과 쉬운 구간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느새 읽기에 탄력이 붙으며 두 철학가의 매력에 빠진답니다.


무엇보다 권력이 특정한 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편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권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생활에도 소소한 변화가 있었는데요. 철학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생각의 변화도 있었지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조금 더 능동적으로!


이 책이 가져온 소소한 변화가

독자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합니다.



▲ 책 소개가 궁금하시면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천 개의 권력과 일상

      사공일 지음






▶ 들뢰즈와 푸코가 사유하는 일상의 권력과 탈주

권력에 대항하는 자세를 기르는 지침서


현대철학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철학가 들뢰즈와 푸코로 일상의 권력을 사유한 책. 딱딱한 이론서라기보다 두 철학자의 핵심 이론으로 권력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책으로, 처음 들뢰즈와 푸코의 이론을 접하는 입문자들에게도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친숙한 소재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들뢰즈는 일상의 무의식을 통제하는 권력과 체제를 탈영토화하고, 획일적이고 위계적인 사유를 탈주하려는 이론을 펼쳤다. 푸코는 지식, 권력, 생체 그리고 새로운 주체화에 관한 연구를 했고 그의 연구는 권력에 대한 보고서라 할 만큼 권력 중심의 이야기다. 이처럼 두 철학가의 권력 이론은 흡사한 데가 있으며, 특히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는 데 용이한 구석이 많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보이는 권력에 복종하고 아부하거나 혹은 신체를 구속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관계와 주변에 만연해 있는 권력을 거부하며 살아갈 수 없다. 일상에 스며든 권력은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순응적인 주체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들뢰즈와 푸코의 권력이론을 참조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여 하나의 정치가 되는지, 어떻게 보이지 않게 편재되는지 짚어본다. 권력에 대한 두 철학가의 사유는 우리가 조금 더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탈권력을 사유한 들뢰즈,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 제안


들뢰즈의 중요한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가 재현이다. 재현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고 그 기준과 동일성을 유지하며 강화하는 방식으로 다시 나타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동일성의 사유는 차이를 거부하고 그 기준이 중심이 되면서 획일적인 사유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차이의 사유를 거부한 재현은 또 하나의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들뢰즈는 이러한 재현 권력에 항거하며, 이질적인 요소들과 결합하고 공존하는 리좀, 재현의 권력에 나타나는 동일성을 제거하고 생성적인 힘과 창의적인 변이를 표현하는 창조성의 정치학,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긍정하는 흐름인 탈주선 등 권력체제에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사유를 펼친다.

저자는 들뢰즈의 권력 사유로, 우리 일상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권력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하며, 우리가 조금 더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도록 제안한다.



 감시체제를 비판한 푸코, 훈육적인 주체 경계

푸코 역시 들뢰즈와 같이 권력에 대항하고 비판적 권력 담론을 소개한다. 푸코는 권력의 개념보다 권력이 침투해 들어가는 경로의 추적에서 발견되는 권력의 전략에 더 주목했다. 푸코는 이 과정에서 근대 권력이 만들어내는 것은 훈육적 주체라고 한다. 권력체제에서 객체화된 주체와 훈육적 주체를 만들기 위해 실시했던 효과적인 방법은 규율과 감시였다. 


저자는 가장 쉬운 예로 토익을 든다.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토익 시험은 취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되었다. 기업들이 입사 지원학생에게 토익 점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고득점의 토익 점수를 받아야 했다. 기업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지만 토익 시험은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침투하여 학생들을 훈육시키는 하나의 규율로서 작동한다. 저자는 푸코의 핵심 이론인 규율과 감시, 지식-권력, 생체-권력 등을 설명하면서 권력의 감시체제에 무력화되고 훈육적인 주체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일상에 스며 있는 권력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들뢰즈의 말대로,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잠재성을 깨닫지 못한 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더불어, 기존의 일상의 권력이 그런 능력과 잠재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혹은 활용하지 못하게 통제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일상의 권력이 우리의 무의식을 잠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_에필로그 219쪽


저자는 대학 시절 들뢰즈를 만난 것이 자기 인생에 최대의 사건 중 하나라고 한다. 무비판적이고 순응적인 존재가 아닌 차이를 인정하며 새로운 것을 생성하자는 들뢰즈의 이론은 저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후 들뢰즈 연구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번 책은 그의 첫 번째 집필서로, 취업에 몰두한 제자들이 조금 더 다양한 사유를 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 책이 권력에 대항하는 거대한 담론이나 지침서는 아니지만, 권력이 우리의 잠재성을 잠식하지 않도록, 저자는 들뢰즈와 푸코의 사유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권력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글쓴이: 사공일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동아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졸업 후 욱성화학 연구소에 입사하였고, 사직한 후 부산외국어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경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 부산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박사 학위는 들뢰즈 예술철학에 관한 주제였고, 학위 후 들뢰즈와 푸코 사상과 노장 사상에 나타나는 권력 담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관심 있게 진행 중인 연구 분야는 정치권력, 자본권력, 창조적 노동, 공동체 등에 관한 담론이다. 저서로는 『들뢰즈와 창조성의 정치학』과 『세계 변화 속의 갈등과 분쟁』(공저)이 있고, 역서로는 『들뢰즈와 음악, 회화, 그리고 일반예술』과 『일상의 악덕』이 있다.




『천 개의 권력과 일상』

사유 여행자 들뢰즈와 푸코가 안내하는

일상의 권력과 탈주


사공일 지음 | 현대 철학 | 신국판 양장 | 224쪽 | 16,000원

2014년 7월 10일 출간 | ISBN : 978-89-6545-257-7 04100


현대철학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철학가 들뢰즈와 푸코로 일상의 권력을 사유한 책. 딱딱한 이론서라기보다 두 철학자의 핵심 이론으로 권력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책으로, 처음 들뢰즈와 푸코의 이론을 접하는 입문자들에게도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친숙한 소재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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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권력과 일상 - 10점
사공일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