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13 전자책과 종이책 (4)
  2. 2009.09.16 맨눈이 최고, 대활자본이 효자!

 

 서울에서 열린 전자출판 세미나에 다녀왔다. 출판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 대부분이 경기도 파주의 출판단지나 서울에서 열린다. KTX의 탄생으로 서울 부산 이동시간이 짧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왔다갔다 하루길이다. 3시간 강의 들으러 9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 사장님이 출판사 창업할 때 10이면 10사람 모두 부산에서 출판사 차리는 걸 말렸다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몇년전 e-book(전자책)이란 물건이 출판업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출판사들은 긴장했다. e-book 이란 종이가 아닌 전용리더기나 컴퓨터 모니터 등을 통해 읽는 디지털 서적을 뜻한다. 전자책은 우선 보관하기 쉽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종이책이 만원이면 똑같은 내용의 전자책은 5~6천원 밖에 안하니, 가뜩이나 힘든 출판시장에서 종이책이 더 안 팔리는 건 아닐까? 혹은 가격이 비록 싸다고 해도 2~300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모니터로 읽으려는 독자가 과연 있을까? 온갖 영상매체들의 범람으로 현대인의 눈은 갈수록 피로해지는데 말이다.


그런데
전자책 전용 단말기가 시장에 나오면서 출판업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란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기기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출시한 '킨들'이다. E-ink방식을 채택한 킨들은 기존 컴퓨터모니터와는 달리 오래 봐도 눈이 덜 피로하고(마치 종이책을 읽는것처럼) 가볍고 크기도 작아 그냥 자그마한 문고판 책 한권 들고 다니는 수고로 그 안에는 수천권에서 수만천권까지 책을 보관할 수 있고, 휴대폰이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건 필요한 책을 무선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읽을 수 있다. 아직 흑백으로만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킨들

 

킨들로 책을 보는 남자

 
'킨들'이 해외에서 히트하며 성장가능성을 보이자 올초부터 삼성전자와 아이리버 같은 국내 기업들도 전자책단말기를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아직 아마존 킨들에 비해 기능은 좀 떨어지지만 IT강국 한국의 기업들은 곧 킨들을 따라잡아 한층 성능 좋은 기기들을 계속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 전자책 단말기가 계속 팔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휴대폰이 진화하는 것을 보면, 전자책 단말기도 하드웨어 면에서는 진화할 것임이 분명하지만 관건은 내용이다. 아직 전자책 단말기로 볼 수 있는 전자책의 종수가 그리 많지 않다. 출간된 종이책 중 일부만이 전자책으로 나와있는 상태다. 만화나 아동그림책, 문학, 장르 소설 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4~50만원의 거금을 들여 전자책 단말기를 장만하더라도 정작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나와 있지 않으면 그 비싼 기기는 무용지물이다.  비싼 기계로 만화나 소설책만 볼 순 없지 않나. 아마존이 보유한 35만권 이상의 전자책 컨텐츠가 없었다면 킨들이 히트칠 수 있었을까.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단말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읽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휴대폰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책에 중독되어 책을 안읽고는 하루도 못 살겠다는 사람은 많이 못본것 같다. 아무리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전자책단말기가 나오더라도 단말기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흰 바탕에 껌정 글씨가 점점이 박혀 있는 책일 뿐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책에는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전자책 혹은 종이책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어떤 물건일 뿐이다.

 

지금까지 출간한 80여권의 산지니 책 중 약 40여권이 올 9월부터 전자책으로 서비스되고 있다.(산지니 e-book 보러가기) 나온지 3년이 넘은 책부터 6개월이 채 안된 신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아직 개인 구매보다는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수요가 많고 종이책에 비해 매출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전자책이 출판사의 효자가 될는지 알수없다. 게임과 영상에 폭 빠져있는 사람들을 더 유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거리 여행에 지참해야할 필수 품목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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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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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풀잎 2009.10.14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전 종이책이 더 좋을 것 같아요.ㅠㅠ

    • 산지니 2009.10.14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풀잎님, 전자책이 종이냄새빼놓고는 모든 걸 종이책과 비슷하게 구현한다고 하지만 저도 아직까진 종이책이 더 정이 갑니다.

  2. BlogIcon 낭만인생 2009.10.16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지니출판사..
    멋집니다. 이렇게 블로그까지 운영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부산을 쓴다도 있군요..
    부산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관심이 많습니다.
    또 제가 워낙 책을 많이 읽다보니.. 출판사는 호감이 갑니다.
    좋은 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



얼마 전 책 정리를 하다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옥편을 발견했다. 누런색 크라프트 용지로 거풀이 씌어진 옥편은 참 곱게 낡아 있었다. 식민지 시대에 건너온 물건인 듯, 한자-한글이 아닌 한자-일본어 사전이라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옥편을 잠깐 쓸어보노라니, 어린 시절 기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내가 해야 할 커다란 임무가 있다는 듯이 한 번씩 부르시곤 했는데, 달려가 보면 한자 책과 메모지가 펼쳐져 있곤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깨알같이 작고 복잡한 한자를 크고 시원시원하게 ‘그려 드리는(!)’일이었다. 부수도 획순도 모르던 꼬맹이였던 데다, 인쇄 상태도 조악한지라 그것은 마치 커다란 임무처럼 여겨졌다. 때로는 “할아버지, 글자가 너무 복잡해서 못 그리겠어!” 하고 도망간 적도 있었는데, 그 일이 이토록 잊히지 않을 줄 몰랐다. 늙음을 탓하며 잠시 책을 덮기도 하셨겠지, 하고 생각하니 죄송할 뿐이다.
 


   두 가지 버전의 <차의 책>


오카쿠라 텐신이 쓰고, 정천구 선생이 옮긴 <차의 책> 대활자본이 발간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에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을 위한 대활자본 도서 보급'사업을 실시했는데, 거기에 <차의 책>이 선정된 것이다. 20종(22책) 400만원 상당치를 '문학관, 도서관에 문학작가 파견' 사업에 참여한 80개 도서관ㆍ문학관에 배포했다고 하니, 아직은 ‘시범’ 단계인 셈이다. 앞으로 사업이 보다 확장되어 어르신들이 도서관에 발걸음하시는 횟수가 늘어나면 좋겠다. “여가는 있어도, 눈이 침침해서…….” 하셨던 분들께 부디 희소식이 되면 좋겠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주로 독서 확대기에 의존해온 약시자들에게도 ‘대활자본’은 유용할 것 같다. 독서확대기를 통해서 보거나, 특수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대활자본을 펴들 수 있다면 책 읽는 기쁨이 두 배로 늘어나지 않을까.

(위) 일반인들을 위한 <차의 책> : 11포인트.
(아래) 노인 및 약시자들을 위한 <차의 책> 대활자본 : 17포인트.

조만간 교보문고 매장의 한켠에 ‘대활자본’ 코너가 생긴다고 한다. 아무쪼록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서점 나들이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의 향기와 더불어 늙어가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지 않겠는가. 책을 좋아하는 어르신들께 아들딸, 손주, 며느리들이 대활자본 책을 선물해드리는 것도 좋은 일일 것 같다.

  얼마 전, 아마존에 들어갔다가 “어머니(아버지)의 날을 맞아, 킨들을 선물하세요.”라는 배너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절묘한 프로모션이란 생각이 들었다. 활자 크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의 이점을 강조해, 중․장년층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할부금을 부어가며 전집을 사주셨던 부모님의 은혜를 되갚는 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돋보기도 거추장스러운 어르신들께, 전자책 단말기는 더욱더 먼 나라 얘기일 터. 뭐니뭐니해도 맨눈이 최고라면, 대활자본이야말로 효자가 아닐까 싶다.

(좌) 킨들의 광고. (우) 독서확대기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
대활자본은 전자책 단말기나 확대기 없이도 맨눈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덧)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사장님께서 <출판문화> 9월호에 대활자본 기사가 실렸다며 참고하라고 주신다. 나사렛대학교 점자문헌정보학과 학과장이신 육근해 선생님께서 쓰신 <출판의 새 지평을 열며-큰글자도서 출판에 부쳐>에는 큰글자도서 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매년 장애인용 대체자료 구입비를 확보, 출판된 도서를 일괄 구매한다.’ 그리고 ‘정부는 장애인용 대체자료를 출판한 출판사에 국가 기여도를 인정한다’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달리 말해, 노인과 장애인들을 포함, 모두를 위한 책(Books for everybody)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서는, 출판사와의 정부의 협동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공도서관이 노인들 및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출판된 책이 없어 안타까워했다는 소문은 이제 그만 사라지길. 아무쪼록 <차의 책>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대활자본을 펴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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