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옛 역에서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새잎들

 

 

기차 타고 하동 여행

 

부전역에서 무궁화 타고 하동역까지 3시간

놀멍 쉬멍 걸으멍 마을 구경

시장에서 얼큰한 동태찌개 한냄비

송림공원도 가고

섬진강도 보고

다시 하동역에서 부전역까지 3시간

 

2017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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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50회 저자와의 만남 

『기차가 걸린 풍경』의 나여경  







지난 21일 서면 러닝스퀘어에서 50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50회의 주인공은『기차가 걸린 풍경』의 나여경 소설가입니다. 특별히 50회라서 준비한 건 아니지만 나여경 작가와 대화하던 중 낭송 이야기가 나와 소박하게 작가낭송을 준비했습니다. 조용히 작가의 목소리로 책 속 문장을 찬찬히 들어보니 어딘가 모르게 다급했던 마음도 편안해졌습니다. 그럼 '지친 내 영혼을 위해 떠나는 기차역 여행'처럼, 하동역으로 먼저 떠나볼까요.


이날 낭송한 하동역 편「용이를 만나러 가는 길」중에서 


찬 기운 속에 서로에게 기대어 새날을 기다리는 이들을 떠올린다. 살아갈 이유들이 녹진녹진하게 그들에게 다시 스며들기를 바라본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바람이 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조그만 종착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면 참 좋겠다. 

 




나여경 작가: 살면서 여행을 다녀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연재 자체를 많이 망설였는데 본격적으로 스물여섯 개의 역을 다니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는 기자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어요.


아침에 나설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취재를 마친 후 기차를 타고 돌아올 땐 안 좋았던 일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구나, 아―여행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지요. 종종 사람들에게 어느 역이 제일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어느 것 할 것 없이 모두 참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박형준 사회자: 취재하러 가기 위해 역에 내리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나여경 작가: 역에 내리면 아는 사람도 없는데 허무맹랑하게 누군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또 누군가를 제가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박형준 사회자: ‘기차는 영원한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인용하셨듯이 기차는 이별과 만남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역에 내려서 역을 바라보면서 선생님이 생각하는 이별과 만남, 기다림 등 사연 있는 곳은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나여경 작가: 북천역이 기억나네요. 보통은 기다리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는 역에서 취재를 위해 사람들을 만났는데 북천역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작정하고 간 곳이에요.


제가 유홍준 시인을 좋아하는데 유홍준 시인이 이병주 문학관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고 마침 북천역이 그 근처에 있어 그분을 만나러 갔어요. 그의 시를 읽고 말 한마디도 가슴을 스윽 벨 것처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 보니 친근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가기 전에 취나물을 취재하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취재를 마치고 다 같이 피순대를 먹는 자리에서 유홍준 시인이 치마무덤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조지서는 연산군의 강직한 스승이었는데 연산군이 어릴 때 엄하게 다스렸다고 해요. 그게 앙금처럼 남아있던 연산군이 왕이 되고 나서 조지서를 불러들여 맷돌에 갈아 죽인대요. 그런 후 시신을 강물에 버렸는데 그 부인이 남편의 시체도 흔적도 없으니까 그 강물에 치마를 적셔서 무덤을 만든 게 조지서 치마무덤이래요. 그 기막힌 야기를 듣고 왜 그런 곳을 소개시켜주지 않았냐니까 분명 말을 했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치마무덤이 취나물 취재로 둔갑했던 겁니다. 기막힌 이야기를 품고 있는 치마무덤 취재를 놓쳤고 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갔던 북천역이라 기억에 남아요.


(자세한 내용은 북천역 편「지극함에 대한 소고」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치마무덤을 취나물로 오해해서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



박형준 사회자: 오히려 조지서 무덤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북천역의 사연을 더 풍요롭게 만든 거 같습니다.


나여경 작가: 맞아요. 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고 싶은 사연이 있기 때문에 더 애절하게 마음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박형준 사회자: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사진을 잘 찍으신 줄 몰랐습니다. 사연 있는 사진이 있나요?


나여경 작가: 75페이지에 실린 사진인데요, 사진 찍는 데 정신이 팔려서 렌즈를 놓고 그냥 와서 다시 간 곳이에요. (웃음) 멀리서 봤는데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박형준 사회자: 역도 여객만 하거나 운송만 하는 등 여러 가지 역이 있는데 역마다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나여경 작가: 운송만 하는 나원역 철길 자갈돌 근처 산에서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로에 깔린 돌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솔사역은 선로가 있어서 기차는 지나가지만 사람이 탈 수 없는 곳입니다. 철로 가에서 기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걸 본 어떤 분이 소리를 쳐서 위기를 모면했어요. (웃음)


다솔사는 폐역으로 기차는 지나가지만 사람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갑니다. 기차를 보낸 후의 황량함은 다른 역과 또 다른 감회가 느껴졌어요


박형준 사회자: 여행을 다니면서 시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거 같습니다. 역사에서, 역의 흔적에서, 길 속에서 만난 시간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나여경 작가: 죽동역의 소제목이 ‘이루지 못한 사랑 위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인데 잃어버린 것, 사라진 것, 또 이루어지지 않은 사연은 시간이 비껴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 시간의 사랑이나 사물이 이루어지고 사라지지 않았다면 기억에서 쉽게 떨쳐버릴 수 있을 텐데 미완의 것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나간 시간을 현재로 소환시켜 돌이켜보고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형준 사회자: 삼랑진역 편에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사랑스럽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나여경 작가: 제가 하동역과 삼랑진역을 두 번 갔는데 삼랑진역을 두 번째 갔을 때 기차를 놓쳐버렸어요. 다시 기차를 2시간 반 동안 기다려야 했는데 주변에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막 욕을 하고 큰소리로 떠들었어요. 그래서 짜증이 조금 났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들의 말을 시로 여기자 생각했지요.


박형준 사회자: 그럼 제가 그 부분을 한 번 읽어볼까요?


여기도 씨벌

저기도 씨벌

씨벌이 살아서 펄펄 날아다니는데

처음엔 귀를 어떻게 간수해야 할 것인지 차마 난감하더니

나도 몇 잔 탁배기에 담궈 보니

씨벌 참 좋다.


나여경 작가: 조기호 시인의「조껍데기 술집」인데 시처럼 그 시간을 즐긴 거지요. 추워서 피할 곳도 없고… 대합실에 앉아 그런 소리들을 들으면서 그래, 차라리 시로 여기자 생각하니 그 말이 사랑스럽게 와 닿았어요. 그러자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박형준 사회자: 시를 읽으면서, 위트가 느껴졌습니다. 저도 버스를 탈 때 학생들이 욕 할 때 벌이 날아든다고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웃음)


(대담이 끝나고 독자분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다시 유쾌한 답변이 오갔습니다. 연신 웃으면서 대담을 듣다 보니 어느새 함께 여행을 떠난 것 같았습니다. 마치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 뒤풀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 속에 담긴 시간과 풍경, 이야기를 간직한 추억이 책 속 구절처럼 또 다시 구워지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나여경 작가는 "앞으로 소설가니까 소설 열심히 써서 또 소설로 뵙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고, 박형준 사회자는 진심을 담아 책 속 문장을 낭독하며 이날의 짧고도 아쉬운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박형준 사회자:


(낭독)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네가 진저리나게 그리워도 절대 울지 않을 것이다. 푸성귀 가득한 비빔밥을 꼭꼭 씹어 삼킨다. 헛헛한 기분이 잠시 사라지는 것도 같다. 가당치도 않은 순간의 기억을 밀치고 행장을 꾸린다. 오늘, 누구라도 만나는 이가 있으면 가볍게 실토할 것 같은 마음도 단단히 추스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목숨 줄을 놓으려 했던 이의 기사를 읽었다. 웬일인지 뾰족하게 일어난 심경이 주저앉질 않는다. 그래도 번잡하고 호들갑스럽게 살지 말자.


일광역 편「사랑이 떠난 자리」중에서


(짝짝짝)




저자와의 만남이 끝난 후, 독자에게 싸인해주시는 나여경 작가.


*

*

선생님, 좋은 소설로 다시 만나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나여경 여행 산문집 『기차가 걸린 풍경』



  부전역에서 기차 타고 제천에 가는 길. 천천히 달리는 무궁화호 차창 밖에 바다가 보입니다. 아직도 그 기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제가 여행한 최고의 기찻길.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나 이제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로 해운대에서 송정구간은 산 쪽으로 이설된다고 합니다. 복선화되기 전에 얼른 다시 바다가 보이는 그 기찻길로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친구와 약속을 했지요. 복선화되기 전에 여행가자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개봉했지만 우리는 기꺼이 나여경 소설가의 『기차가 걸린 풍경』을 타볼까요.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 만에 다녀오는 여행 코스도 가능합니다. 6개월 동안 직접 발로 찾아가 취재하고 사진 찍으며 쓴 26개의 기차역이 일상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위로의 풍경이 전해주리라 믿으며. 우리만의 풍경을 더하러 가봅시다! 


(책을 읽고 찾아간 곳이 있다면 산지니에 연락주세요! 독자가 찾아간 역만 모아보죠.)









▶ 위로의 풍경을 전하는 기차역 여행

   “지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느냐, 나의 영혼아!”


   소설 『불온한 식탁』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여경 작가가 이번에는 인적이 드물어 간이역이 되었거나 폐역이 된 기차역들을 찾아 떠난다. 지나간 추억을 어루만지며 웃음과 눈물, 만남과 이별을 간직하고 있는 기차역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과 내밀함으로 주변 풍경과 시간을 재해석한다.

   저자가 떠난 간이역 여행은 모든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다. 엄마에게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에 마음을 뒤척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한 친구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또는 내리는 빗속에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가 떠난 기차 여행은 이러한 일상의 무게와 고민을 안고 떠나는 여행이지만, 오랜 시간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간이역들을 찾아가면서 저자는 어느새 일상의 고민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역명판만 존재하는 역사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우리의 인생을 반성하기도 하고, 한적한 시골 간이역을 찾아가면서 옹색하게 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저자는 “다 이룸을 행이라고, 또 다 이루지 못함을 불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자각은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시간에 얻은 사유의 선물이다”라고 말하며 간이역 여행 속에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의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


   

   

   다솔사역에서 멈추지 않고 지나치던 그 기차의 속도감을 생각한다. 정신을 흔들고 빨아들일 것 같던 그 아찔한 질주를 떠올린다. 앞으로만 달려가야 하는 기차의 운명을 생각해본다. 우리 인생의 기차도 그토록 빨리 달려 과연 어느 역에 도착하려 하는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다솔사역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거느리고 있음을 느낀다. 저 멀리 눈앞에 와인 빛 낙엽 깔린 오솔길이 보인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갈 수 없는 나의 영혼을 기다리는 이 시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행복하다.

지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느냐, 나의 영혼아! 「지친 내 영혼을 위해-다솔사역」, 86쪽



▶ 역의 생애와 주변 명소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또 하나의 삶이 구워지고 있구나”


   저자는 단순히 역에 대한 감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역의 생애를 들려주며 주변 명소에 숨겨진 이야기도 함께 찾아 나선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역의 생애에는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솔사역은 근처 다솔사의 이름을 따서 역명이 지어졌다고 한다. 다솔사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이 독립운동을 도모했던 곳이다. 이제는 한용운이 함께 활동해온 김범부, 김범린 등과 함께 식수한 황금편백나무가 안심료 앞마당을 지키고 있다.

   산 위에 있는 기차역, 서생역 주변에는 옹기마을이 있다. 옹기마을 내에는 옹기의 제작 과정과 쓰임새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옹기 아카데미관, 옹기 문학관, 옹기마을공원 지구 등이 있다. 저자는 옹기에서 지난한 과정과 흙, 물, 바람, 불의 조화 속에 만들어진 옹기 안에 깃든 삶을 되새겨본다.






   지난날 메야에 앉아 있던 친구와 나는 검댕 하나 그을려지지 않은 빛깔만 고운 옹기였다. 그녀와 나의 안과 밖을 그을리며 버겁게 하는 지금의 검댕은 탄탄하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믿는다. 검은 연기에 그을리고 휩싸이는 고단한 시간을 지나 언젠가 저 차지게 빚어진 옹기처럼 빛을 내는 언젠가 그날이 오면 친구야, 그때 또 새로운 우리의 노래를 듣자꾸나. 저기 멀리 가마 굴뚝에서 토해내는 연기가 석양에 섞여들고 있구나. 또 하나의 삶이 구워지고 있구나. 「언젠가 그날이 오면-서생역」, 96쪽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합실과 전설을 간직한 절과 탑, 마을의 역사와 함께 자란 나무, 그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저자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들과 직접 만난 사람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는, 사소한 것에도 풍요를 발견하는 색다른 여행으로 사람들을 이끌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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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동아> 문화면에 실린 '간이역 여행' 기사 읽기 (클릭) 

기적소리 떠난 자리 추억이 지키고 있었네
전국 간이역 다양한 모습으로 새 단장… 7080세대 낭만과 세월 여행 장소로 인기

2013-07-29 박은경 객원기자




역사·문학 체험학습지로 탈바꿈


경기 양평군 지평면 구둔역 광장에 서 있는 소원성취나무.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위치한 남평역은 나지막한 산을 배경으로 역사 앞마당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항아리 수십 개가 가지런히 놓인 너른 장독대와 오래된 벚나무, 자연 그대로 옮겨놓은 통나무 탁자를 품고 있어 한적한 시골 간이역 특유의 정취를 풍긴다. 군데군데 조각상을 설치해 갤러리로 꾸민 이곳은 가수 서인국의 ‘부른다’ 뮤직비디오 속 배경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철길을 따라 향나무 수십 그루가 늘어선 선로변에서는 기차체험장을 만들려고 레일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전북 군산시 임피면 임피역도 등록문화재다. 전북 익산 춘포역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임피역은 현재 장항선 열차만 간간이 지나칠 뿐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 역 광장과 대합실에는 이곳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소설 속 인물상이 군데군데 놓였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이 역과 승객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구성해 보여주는 역사·문학 체험학습 관광지로 최근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간이역 마니아들은 장항선 선장역, 동해남부선 서생역과 더불어 이곳을 ‘간이역 3대 비경역’으로 꼽는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서생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으로, 초록색과 갈색이 뒤섞인 댓잎, 억새가 어우러진 한적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불쑥 나타난다. 10여 년 전 역사가 철거돼 유리로 된 간이대합실과 녹슨 역명판, 선로 양편에 선 가로등만 관광객을 맞는다. 하마터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3대 비경역’이 살아남은 건 산골에 위치한 역 주변 풍광이 아름답고 주변에 간절곶, 옹기마을 등 유명 관광지가 많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전남 보성군 노동면 명봉역은 서생역과 함께 아름다운 무인역으로 손꼽힌다. 드라마 ‘여름향기’ ‘신데렐라 언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붉은색 벽돌담으로 지은 아담한 역사는 특히 앞마당에 자리한 오래된 벚나무와 꽃잔디가 한가로운 시골 정취를 자아낸다. 대합실 벽에 걸린 커다란 액자에는 드라마 스틸사진과 함께 ‘여름향기’ 주인공 송승헌, 손예진의 친필사인, 드라마 대본 표지 등이 담겨 있어 역을 찾은 관광객의 기념촬영 배경이 된다. 역을 나서면 맞은편 도로변을 따라 1960~70년대 지은 낡은 주택들이 지붕을 맞대고 옹기종기 자리해 정겨운 고향 동네를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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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이 시가 되는 시간

   곳곳에 풀어낸 문학과 음악, 섬세한 문장




   기차를 놓치고 쉴 만한 곳을 찾다 아저씨 둘이 큰 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다. 욕설로 시끄럽게 오가는 불편한 자리에 저자는 오히려 욕을 시로 생각하기로 한다. 조기호의 「조껍데기술집」을 빌어 저자는 이 시간을 ‘탁배기가 없어도 욕이 시가 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저자는 소설가다운 감수성으로 여행하는 곳곳에 문학과 음악을 풀어낸다. 하동을 여행하면서는 「토지」의 용이와 월선이를 하동 혼례길에 불러내고, 경주역에서 오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산울림의 「청춘」을 부른다. 원동역에서는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한 홍수진의 「경부선 원동역」을 읊는다.

   

   찬 기운 속에 서로에게 기대어 새날을 기다리는 이들을 떠올린다. 살아갈 이유들이 녹진녹진하게 그들에게 다시 스며들기를 바라본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바람이 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조그만 종착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면 참 좋겠다. 「용이를 만나러 가는 길」, 19쪽


   저자가 풀어낸 시와 소설, 노래와 이야기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버무려져 여행을 더욱 섬세하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조그만 종착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말처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덧입혀진 시간과 풍경은 반복되는 일상에 메말라 있던 우리에게 포근한 정착역이 되어줄 것이다.




글쓴이 : 나여경


서울 출생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금요일의 썸머타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0년 단편집 『불온한 식탁』을 발간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여행 산문집『기차가 걸린 풍경

나여경 지음 

문학 여행 산문 | 신국판 변형 올컬러 | 264쪽 | 16,000원
2013년 7월 29일 출간 | ISBN :
978-89-6545-222-5 03810


소설 『불온한 식탁』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나여경 작가가 이번에는 인적이 드물어 간이역이 되었거나 폐역이 된 기차역들을 찾아 떠난다. 지나간 추억을 어루만지며 웃음과 눈물, 만남과 이별을 간직하고 있는 기차역에서 작가는 특유의 섬세함과 내밀함으로 주변 풍경과 시간을 재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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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걸린 풍경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