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되멍 모두 행복해질 거라 믿었주. 

경헌디 사름만 다 죽어 불고..."


뒷말을 잇지 못하는 김 노인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하다. 문식이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빈 지게를 어깨에 짊어진 박도 침묵을 지킨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나무의 가지며 풀이 흩날린다. 힘없이 이리저리 휘돌리는 이름 없는 잡풀처럼 제주 민초들의 삶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_<레드 아일랜드> 본문 중에서



2018년 4월 3일

Posted by 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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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nzinibook
  • 출근하려고 나와보니 길이 젖어있네요. 밤새 비가 내렸나봐요. 촉촉한 겨울비와 함께 온 올해 첫책입니다.
  • .
    11년만에 다시 나온 개정판으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부산을 들여다본 에세이
  • .
    개정판에는 초판에서 만났던 장소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구포에서 시작된 저자의 발걸음은 중앙동과 완월동을 지나 을숙도와 남해에서 멈춘다. 초판과 개정판 사이의 11년, 그 사이 흘러가 버린 줄 알았던 풍경과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은 그곳에 켜켜이 쌓여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갑상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머물고 거닐었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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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걷다 #한국근대소설 #부산
  • #책스타그램 #우수문학도서 #조갑상 #산지니 #동백꽃

  • slowrabbitco인스타 잘보고가요!✨
  • sanzinibook@slowrabbitco 반갑습니다.^^
  • rangflower사진잘봤어요~👌
  • sanzinibook@rangflower 감사합니다. 꽃이 예뻐서 주인공이 되었네요.


이야기를 걷다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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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실릴 신간 광고 만드느라 오전 내내 바빴네요. 텍스트 위주의 책 편집과 달리 광고 편집은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서요.

 

카피를 뽑고, 평면적인 책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포토샵으로 다시 만들고, 언론에 소개된 기사들을 정리하고. 이 모든 이미지와 글을 한 면에 보기 좋게 앉히면 끝입니다. 글로 쓰니 간단하네요.^^;

 

광고는 컬러, 흑백 두 가지로 만들어 두고 잡지사에서 요청하는 것을 보냅니다. 대부분 흑백이 많지요. 인쇄용으로 쓸 수 있게 파일 형태로 보내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메일링할 때 제목에 '광고' 글자가 들어가면 안됩니다. 스팸메일로 처리되어 휴지통에 처박힐 수 있거든요.

'광고'를 '광고'라 부르면 안되는 거지요.

 

오늘 작업한 안지숙 소설집 광고는 부산소설가협회와 부산작가회의에서 나오는 잡지 <좋은소설>과 <작가와사회> 2017년 봄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2005년 「바리의 세월」로 신라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 안지숙 소설가의 첫번째 작품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이 새 독자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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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깎은서방님 2017.02.24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홍... 우리 사회의 이야기... ㅠㅠ

지난 몇주간, 저는 아침마다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여러 번 지각을 할 뻔하기도 하고,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해 종일 찜찜한 기분이기도 했어요. 

매일 아침 '오늘은 도대체 뭘 입지?'의 고민과 함께 저를 괴롭힌 이 질문은 바로 - 

'오늘 아침엔 도대체 뭘 읽?!'

출판편집자에게 읽을거리야 언제나 넘쳐납니다만 (교정지님 안녕;_;), '통근시간만큼은 읽고 싶은 것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저는 아침마다 소설이나 시를 읽습니다. 어쩌다보니 주로 한국문학을 읽고 있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얼마 전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어서 한국문학 내 권력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었습니다. 독자로서, 저는 놀라기도 했고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이런 사건을 맞아 발현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최근에는 한국문학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출근길에 단편소설에 빠져 시간 지나는 줄 모르던 저에게, 한국문학계의 위기(?)가 매일 아침의 위기로 나타난 것이죠.

그러던 중, 한국의 작가 10인과의 대화를 담은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 2

이 책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부터 저는 이 비관적이면서도 고집스러운 제목이 좋았습니다.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나라와 시대라고 하지만, 그 수많은 어긋남들 속에서도 실제로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는 '그럼 이거라도 읽자'는 심정으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오늘날 한국문학이라는 너른 마당 속에서 뚜렷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열 명의 소설가와 시인을 젊은 비평가들이 만났습니다.

정유정, 김유진, 고은규, 김성중, 최진영, 

이승우, 서효인, 김경인, 조혜은, 이안. 

저에게 '그래도, 그러니까 한국문학'이란 생각을 들게 한 글귀 몇 구절을 옮겨 적습니다. 



정유정


저는 소설을 ‘이야기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전환점과 결말의 상황(극화)을 통해 이야기를 안으로부터 뒤집어 보여주고 싶고, 그것을 통해 ‘나는 인간을, 삶을, 세계를 이렇게 바라본다’라고 제시하는 것이 미학적 요소를 구현하는 제 나름의 방식이고요. 저절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하나쯤 있다 해서 한국문단이 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차별화된 소설이란 그런 의미입니다. (22~23쪽)



김유진


소설은, 서사가 간소화되어 있지만, 서사를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인물의 감정을 절제하는 것과 배제하는 것은 다른 의미인것 같고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하지는 않았어요. 모든 묘사와 풍경, 방향, 인물들의 행동은 저의 머리를 통해, 제가 드러내고자 하는 정서와 분위기, 감정의 결을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읽히고자 했으나, 그림으로 보이고자 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것은 소설이니까요. (63쪽)



고은규


저를 자주 흔들어놓는 감정은 연민입니다. 연민이 저를 움직이게 하고 글쓰기를 재촉합니다.  () 아프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고, 자신의 프레임에 넣어 엉터리로 사건을 재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사회는 나쁜 곳으로 굴러 떨어지겠지요. 문학이 낭떠러지를 지키며 미력하나마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87~88쪽)




김성중


보이지 않는 손’에 맞서는 ‘보이는 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손은 당연하게도 우리의 팔에서 뻗어 나온 두 손, 나의 두 손이겠지요. 약하고 무디고 쉽게 다쳐 잘 아물지도 않지만 바로 이 손이야말로 유일한 손입니다. (…) 그 손을 치켜들게 만드는 다른 상상들, 꿈과 질문들이 새로운 서사를 이뤄나갈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102~103쪽)



최진영

이 세계와 내가 너무나 닮았다는 것. 이 세계의 무자비함과 폭력성이 바로 나의 속성라는 것. 저는 이제 겨우 그만큼 압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실, 아는 그것을 받아들이기도 힘에 부쳐요. 그러니 저는 주장하기보다 보여주고 싶고, 말하기보다 듣고 싶어요. 각자의 탈출구, 각자의 희망, 서로 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 되는 무수한 욕망과 그것을 담은 삶, 고독하게 메아리치는 저마다의 질문을. (138~139쪽)



이승우

나는 인간이 좀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우리가 가진 그물, 법과 이성으로 다 덮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의 이해의 그물 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근거이고,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겸손의 방법입니다. () 세계는 없다고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세계만 있는 건 아니다, 라고 말하라는 것입니다. (163쪽)

 


서효인


시는 학대받는 언어를 그러모으는 작업이 아닐까요. 이것은 서정시에 대한 옹호가 아닙니다. 습관적인 언술과, 비슷비슷한 이미지로 무한히 반복하는 여러 시들은 SNS의 안부인사와, 유튜브의 엽기 영상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언어’가 아닌 ‘예술’에 있다고 봅니다. 생채기 난 언어를 모아 생채기를 부각시키는 일 혹은 망가진 언어를 모아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것. (183쪽)




김경인

저는 언어는 근본적으로 투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조차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데요. 그래서 시인은 잘 받아 적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에서 저는 타인의 슬픔을 위무하는 것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트레이싱 페이퍼처럼요. 그것이 설령 타인의 인생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렇게 타인을 내 안에 깃들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12쪽)



조혜은

제 시에서는 소통하고 싶어 하는 화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것들이 잘 전해지지 못했을 때, 자폐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제 시의 화자들은 자폐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순간에도 누구보다 소통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청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화자와 청자는 다른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소통에 서투르고, 관계 맺기에 서투르기 때문에 어긋나고 있을 뿐, 서로를 향해 분명히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모든 관계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236쪽)



이안


시, 또는 세계가 호락호락, 단순하게 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면(裏面)이나 전면(全面)을 포함하지 못하는 단편적 현상 제시는 세계 인식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보고요. 앞으로 시를 써나가면서 경계하려고 하는 대목입니다. 대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서 언어의 끈을 결코 느슨하게 풀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며, 어느 한쪽에 맥없이 투항해버리지도 않으리라 다짐하고는 합니다. (266~267쪽)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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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5.07.08 15: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뭘 입지? 뭘 먹지? 뭘 읽지? 는 하루동안 하게 되는 최고의 고민인 것 같아요 ㅋ.ㅋ
    저는 요즘 2015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읽고 있는데, (정유정 작가님의 말을 따라하자면)그럴싸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그래도, 그러니까, 한국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 BlogIcon 찜디 2015.07.09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는 표지만든거 색깔 이뿌게잘나왔네! 하고 정작 펼쳐서 읽어보진 않았다는..ㅋㅋㅋ이번기회에 한번 저두 읽어봐야겠네요^_^

    • BlogIcon 잠홍 2015.07.09 1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이번 불가능한 대화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컬러로 이쁘게 나온 거 같아요 :) 디자인도 좋고 내용도 재밌는 불대2 당당하게 편집자 추천입니다!!

  3. BlogIcon 엘뤼에르 2015.07.10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책은 읽지 못했고 『오늘의 문예비평』 잡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간간이 읽어왔는데 책을 읽다 보면,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유정 작가도 나오고 기대가 됩니다 +_+

중단편 9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통해

삶에 휘둘리지 않는 작가 뚝심 엿보여

"달라졌다. 조명숙 작가의 소설이 달라졌다." 조명숙 작가의 네 번째 창작집 <조금씩 도둑>(산지니 펴냄)을 읽고 난 다음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그의 소설이 새로 발표될 때마다 읽어왔던 터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조명숙의 소설은 <조금씩 도둑>과 그 이전의 소설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의 소설이 조금은 다정하고,  정감이 있는 푸근한 소설이었다면 <조금씩 도둑>은 훨씬 담담한 진술방식을 택하고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남아있는 수분 같은 걸(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말끔하게 닦아낸 다음 독자에게 내밀고 있다고나 할까. 또 하나는 작가가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젊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았다. 

 
작가에게 '담담한 진술' '젊어진 문장의 느낌'이라는 말을 했더니, 작가는 "다행"이라며 웃었다. 작가는 "초창기 작품들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진솔한 의미와 상황을 문장에 담게 됐다. '튀지 않는 진술'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나이가 든 만큼 좀 노련해진 것 같다고나 할까. 젊었을 때처럼 애를 쓰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창작집 <조금씩 도둑>에는 9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 '이치로와 한나절', '점심의 종류', '러닝 맨', '가가의 토요일', '거기 없는 당신', '사월', '나비의 저녁', '조금씩 도둑', '하하네이션'.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은 매일 매순간의 시간을 '꾸준하게 메워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등장인물들은 제각각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다 못해 쓰러지기 직전이다. 그 삶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하게 진술할 수 있는 작가의 뚝심은 이 창작집 책갈피마다 엿보인다. 
 
'점심의 종류'는 세월호로 딸을 잃은 여인 영애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 어디에도 세월호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소설의 몇 페이지가 넘어갈 때까지 지독한 아픔을 견뎌내는 여인의 독백인 줄로만 알았다가 세월호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소설의 배경은 오는 2024년. 가족을 잃은 채 10년을 살고 있는 한 여인의 일상과 기억을 보여준다. 딸 유미를 그만 잊으라고 말하는 동생 영미를 향해 물이 담긴 컵을 던지는 영애. 소설을 통 털어 영애가 보인 격렬한 행동은 이것이 전부이다. "매일 조금씩 희미해지는 유미, 그렇기 때문에 영애는 살아 있어야 했다. 내 속에서도 점점 희미해지는 유미를 누가 기억해줄까?" 딸을 잃은 채 10년 째 살고 있는 어머니의 존재 이유에는 이런 슬픔이 짙게 배어있었다. 그 어머니의 하루 중 몇 시간을 다룬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가가의 토요일'은 부산 지하철 수영역 입구에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한 남자 가가의 토요일을 그린 소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는 가가는 '가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가가는 새벽에 일어나 작은 수레를 끌고 가서 정성을 다해 맛있는 프렌치토스트를 만든다. 성실한 노동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던 가가는 수영로터리를 지나가는 시위대열과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렸던 부산의 하루와 가가의 토요일을 담고 있다. 1987년 6월 부산역 광장에서 뻥튀기를 팔던 가가는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과 외침 속에서 귀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가가는 '가가'를 외치며 그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그때가 다시 온 것인가 하면서 가가는 2005년의 토요일에도 시위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소리들은 다시 사라져버리고 가가는 혼자 낡은 슬레이트 집으로 돌아간다. 
 
조명숙 작가는 "전통적인 소설 플롯을 버리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팽팽한 긴장으로 계속 이어가는 이런 방식을 '지진성 플롯'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주변의 모든 것이 소설로 보인다. 주위의 힘든 상황, 참아내기 힘든 사람들도 모두 객관화 되어 보인다. 그런 것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잔영만 남았을 때 어느 순간 그 잔영이 문장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하하네이션'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작가의 꿈을 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장차 작가가 되려고 했지만,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떤 소설이 현실보다 리얼하겠어?" 
 

박현주ㅣ김해뉴스ㅣ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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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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