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내부에 꿈틀거리는 폭력과 주체가 살아가는 외부적 구조가 양산한 폭력의 층위를 고찰하는 『폭력』의 논의는,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폭력적 사건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근대 국민국가라는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비)국민에게 가해지는 폭력, 글로벌한 시대에 일상적 불안을 불러오는 테러, 질서와 폭력, 이성과 폭력, 우정과 적대 등의 논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지금 여기의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를 '폭력의 세기'라 명명했습니다. 전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전 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죽음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세기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사건으로 인해 폭력은인간의 야만적인 행동이 아니라 합리성과 이성이 얽혀 있는 것임을 확인했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기문 역자님께서 말하셨듯이, 오늘날의 글로벌 테러, 근대 국민국가의 폭력 등은 21세기에도 폭력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저자 우에노 나리토시는 아렌트, 슈미트, 벤야민,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 20세기 전반 독일어권 학자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폭력의 근원을 다시 물으며, 폭력과 뒤얽힌 근대, 국가, 전쟁, 정치, 이성 등의 논점을 충실하게 파고듭니다.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폭력 그 자체에 집중해 폭력이 지닌 여러 층위를 고찰하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대학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논문과 학술서 출판이 아닌, 대중들을 위한 교양서 집필에 매진하는 연구진들을 위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분야 우수저서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사업은 특히 저자 지원금을 지원하는 제도라 우수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들에게 격려하는 차원의 제도이며, 타 기관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지 않고 출간된 인문사회분야의 우수한 교양서에 대하여 사후에 포상 성격의 사업비를 지원함으로써 연구자들의 저술의욕을 고취하는 목적에서 제정된 사업입니다.
산지니의 저자는 무려 5종의 책의 12명의 저자분이 수상하였습니다.
(유토피아라는 물음이라는 책에서 여덟 명의 필진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한국연구재단의 2014년 인문사회분야 우수저서로 선정된 책은 59종이라고 합니다.
그럼, 산지니 수상도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내용은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에 있는 접수과제정보의 연구요약에서 발췌하였습니다.(저자분들께서 하나하나 직접 올려주신 내용입니다.^^)
연구요약: 학문하는 자가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들, 그 속에서의 사고들
이 책은 전체 10장으로 구성된다. 서론 「상황적 사고」에 이어 본론 여덟 장이 배치되고 보론「사상은 어떻게 가능한가」로 마무리된다. 본론은 학문하는 자가 겪게 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전개한 사고들을 담았다. 저자 자신의 체험에서 고민의 소재를 취해 일반 독자와 공유하려 시도한 것이다. 특히 저자는 사회학자이자 동아시아 사회사상사를 공부하는 지역연구자로서 타국을 오가고 외국의 언어와 정신을 익히는 동안 생겨나는 상황 속에서 일반 독자와 공유할 사색거리를 발굴해낸다는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작성했다. 다음은 일반 독자도 겪을 수 있는 네 가지 상황을 본문에서 취해 요약한 것이다.
(1) 외국어를 배워나가는 상황 - 「맥락의 전환」
처음 외국어를 입에 담으면 이물감이 느껴진다. 낯선 발음이 불편하고 상대에게 온전한 의미로 전달될지 불안하지만 점차 숙달될수록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진다. 일반 독자가 모국어도 추상 개념을 익히는 일은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어석했던 표현들이 어느새 몸에 익으면 외국어 실력은 붙은 셈이나, 외국어로 경험해야 했던 날것의 피부감각은 잊히고 만다. 마찬가지로 애초 생경했던 어떤 추상 개념이 점차 익숙해져 점차 개념과의 긴장관계를 잃어버리면 그 개념은 일반 독자에게 사고를 다듬기보다 안이하게 만드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외국어 학습 상황은 한 가지 사례로서 「맥락의 전환」은 이처럼 외부의 맥락을 통과하는 가운데서 어떻게 모어의 정신세계에 관한 이해가 심화될 수 있는지를 다뤘다.
(2) 외국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상황 -「다케우치 요시미의 독자」
삶의 일부로 삼아 몰입할 책이 있다. 만약 그 책이 타언어로 써진 것이라면 그 책은 번역할 만한 가치를 갖는다. 번역하는 까닭은 남들에게 소개하기에 앞서 자신이 그 책을 진정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책을 외국어인 채로 남겨둔다면 대강의 의미에 만족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번역의 시련을 거친다면, 마음에 드는 문장만이 아니라 논리적 흐름과 말투까지도 읽어내야 하니 정말로 이해했는지가 가려진다. 나아가 번역자는 번역을 통해 과거의 정신, 외국의 정신을 지금 자신의 사회 속에서 되살려낼 수 있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독자」는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일본 사상가의 번역자로서 저자가 번역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체험을 사색거리로 빚어내고 있다.
(3) 외국에서 지내는 상황 - 「내재하는 적대성」
외국에서 생활하면 홀로 있어도 날몸으로 다니는 게 아니다. ‘나’라는 개체는 이미 기억과 정보로 구성된 맥락의 덩어리다. 그래서 외국살이에서는 이질적 맥락들 사이에서 충돌과 교착, 교섭과 소통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나’는 타인과 만나 한국인으로서 발화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하는데, 그때 ‘나’라는 개체가 한국사회의 상황이나 역사를 얼마만큼 동일시해도 되는가는 결코 자명한 문제가 아니다. 그 고민을 통해서야 진정한 국제감각을 지닌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4) 한국에서 외국의 사태를 대하는 상황 - 「‘멀다’와 ‘가깝다’ 사이」
2011년 3월 11일 대지진과 해일이 도호쿠 지역을 덮쳤고, 다음 날 후쿠시마현에 있는 도쿄전략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원자로 노심 용융이 발생했다. 그동안 수만 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생겨났고, 그보다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으며, 그보다 많은 사람이 지금도 방사능에 노출된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인국에서 벌어진 사태의 심각성은 한국사회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멀다’와 ‘가깝다’ 사이」는 이웃나라 사람들이 치른 막대한 희생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그 희생의 하중을 조금이라도 이식하고자 이웃나라의 상황으로부터 얻어야 할 한국사회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파고들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더듬어 간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억압적이고 지배적인 권력보다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작동하면서 사회에 순응하는 예속적 주체를 양산하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들뢰즈와 푸코의 권력 이론을 참조한다. 이 책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우리가 너무나 당연히 여기기에 간과하고 있는 권력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무관심한 정치와 고루한 일상에서 권력이 우리를 현재 지금 어떻게 옭아매고 있는지를 밝힌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고, 각각의 장은 하나의 고원으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서로 연결되어 내용을 보완하기도 한다.
먼저 프롤로그는 전반적인 들뢰즈와 푸코와 저자의 소개와 더불어 영화와 실생활 등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이 편재되어 있는 몇몇 실례들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간과하는 권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고 하는 소개의 글이다.
1장은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언어에 나타나는 권력적 속성을 다룬다. 이 주제는 “언어의 기능은 명령”이라는 들뢰즈의 언어에 대한 기발한 접근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상 언어에서 드러나는 명령어적인 속성을 영화와 CF와 TV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등을 예로 들면서, 들뢰즈 이론을 쉽게 설명하고 적용한다.
2장은 1장 언어와 권력과 연결되어 얼굴에 나타나는 명령어적인 속성을 이야기한다. 언어는 얼굴표정과 함께하기에 얼굴은 의미화와 해석을 위한 근거가 된다. “얼굴은 정치”라고 정의하는 들뢰즈의 테제를 역시 영화와 일상에서의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얼굴이 명령어적인 속성이 강한 기표적인 전제적 체제와 그 체제를 탈주하는 탈기표적인 체제를 중심으로 얼굴의 정치성을 설명한다.
3장은 먼저 들뢰즈가 예술철학에서 강조하는 재현 담론 속에 숨겨진 권력적 속성을 이야기한다. 재현의 권력적 속성을 탈영토화하는 실례를 예술작품을 통해 밝힌다. 또한 언어의 권력적 속성인 “언어의 통일성”을 서울 표준말과 방언을 비교하여 이야기하고, 언어의 권력으로부터 탈주할 수 있는 예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들뢰즈가 분석하는 권력의 위험을 다양한 예들을 통해 설명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탈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창조성의 정치학을 제시한다.
4장은 주디스 슈클라의 속물근성을 들뢰즈의 파시즘과 전체주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슈클라는 출생과 연관된 세습 속물근성과 파벌 속물근성으로 분류하는데, 이것들은 우리나라에 너무나 만연하고 있고, 들뢰즈의 파시즘과 전체주의 이론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두 가지 속물근성은 파시즘적 속성과 전체주의적인 속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 파시즘적이자 전체주의적인 파벌 속물근성과 세습 속물근성이 권력의 작동 방식을 통해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다양한 병리적인 현상이 되는 실례들을 분석한다.
5장은 들뢰즈가 자신의 철학에 강조하는 예술이론을 적용하여 두 가지 시작품을 분석한다. 예술가의 창조적인 작업을 매우 우선시하는 들뢰즈의 접근은 기존의 재현적인 내용과 형식을 탈주하는 시작품을 분석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김혜영과 황병승의 작품에 수록된 시들을 욕망, 기호, 그리고 생성의 관점으로 재현의 권력으로부터 탈주하는 예들을 이야기한다.
6장은 푸코의 권력 작동 방식을 구체화한다. 규율과 감시를 통해 하나의 담론이나 지식이 지식-권력으로 작동하면서 신체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생체-권력을 설명한다. 규율을 통해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취업과 시험의 예를 통해 분석하고, 일망감시 체제를 통해 비가시적으로 감시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규율과 감시를 통해 어떻게 지식-권력과 생체-권력이 작동하는지를 밝힌다.
7장은 푸코와 들뢰즈의 권력 담론 속에서 유사한 점을 분석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이 일상에서 작동하는 예들을 이야기한다. 들뢰즈의 언어의 권력에서 화용론적 접근과 푸코의 언표와 담론의 접근은 불확정성의 원리를 따른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한다. 또한 권력이 생산적이라고 테제와 권력은 미시-물리적이라는 테제는 들뢰즈와 푸코 모두에게 해당된다. 이 테제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권력이 편재되어 훈육적 혹은 예속적 주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들뢰즈의 노마드적 주체와 푸코의 윤리적 주체를 비교한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통해 수동적인 주체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를 되돌아보고, 신체 규율과 인구통제 두 측면으로 작동하는 생체권력이 자본주의에서 우리를 얼마나 속박하는지를 고발하고, 그 속박으로부터 탈주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한다.
공공미술은 노후한 마을에 다시 활력을 되찾게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정신적 재생의 역할을 하는 것이 현대의 공공미술 개념이며 정설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통영 동피랑,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공공미술 마을이 있다. 이곳들은 한결같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벽화를, 공공미술을 구경하는 우리는 왜 공공미술을 하는지? 누가 벽화를 그렸는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어디에서나 비슷비슷한 벽화가 있다고 퉁명스러운 얘기만 한다. 오래된 벽화는 낡고 헤어진 모습에 흉물이 되었다며,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주최측과 작가에게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본 ‘공공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는 마을에서, 도시에서 보이는, 즉 현존하는 미술의 현황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현대에 왜 공공미술이 성행 하는지를 우선 미술사의 관점과 예술가의 입장에서 풀어본 책이다.
저서에는 우선 대중 속에 미술과의 접목이 일어나는 장소인 도시로부터 시작한다. 도시가 발전하다가 쇠퇴하게 되면, 다시 재생을 꾀한다. 이 과정에 공공미술이 개입된다. 그러나 모든 도시공간에 미술이 개입되지 못한다. 그래서 공공이라는 장소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공적과 사적공간에 관해 언급한다. 그리고 공공미술이 근대적 미술 개념인 '사적 미술'의 경계를 넘어선 것으로, 예술이 사회를 위한 예술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로, 다시 사회를 위한 예술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시 예술은 왜 '공공'이라는 용어와 접목하려 하며, 접목해야 할까? 아니면 접목 당하고 있을까?' 의 의문으로 들어가 공공미술을 하는 작가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지역마다 공공미술을 통한 마을만들기를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산의 경우 40여개가 넘는 공공미술마을이 있다. 이 중 골목길 부활, 달동네, 산복도로 등 장소와 지리적 특징이 반영된 15개소를 소개하며 장·단점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공공미술이 도시 속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작가와 행정가, 주민들 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래에 대한 제언이 담겨있다.
필자 가의 「유토피아의 초상―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에서 디스토피아를 읽다」는 유토피아/디스토피아를 동시적인 하나의 묶음으로 이해한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함으로써 교조화된 마르크스주의의 유토피아적인 버전 속에 맞물려 있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의 창출을 드러낸다.
필자 나의 「유토피아, 충돌의 공간―한센인 집단 거주 용호농장에 대하여」에서 분석되고 있는 용호농장은 다수와 소수자 간의 유토피아적 의식이 충돌하고 길항하는 공간이다. 이윤과 직결된 도시적 공간 확보라는 도시인들의 유토피아적 의식과 한센인들의 생존 공간 확보라는 유토피아적 의식이 충돌하는 과정, 그리고 끝내 단절적이며 폐쇄적인 공간으로서의 용호농장이 탄생되고 소실되는 과정을 오현석은 섬세하게 찍힌 자신의 르포사진들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필자 다는 김사과의 천국에서를 통해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작동하는 유토피아적 전망이 세상을 디스토피아로 만들고 있는 상황, 물신화된 유토피아 관념의 허위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그리고 이를 경유하여 윤성희의 구경꾼들을 통해 새로운 유토피아를 실천하는 삶의 자세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필자 라의 「아토포스로서의 “제4세”―「선(線)에관한각서」의 안팎」은 작가 이상의 문학 속에 들어있는 묵시적이고 파국적인 심판의 이미지를 당대의 전시체제를 인지하는 이상의 역사신학적 관점의 반영으로 읽고 있다. 달과 지구의 충돌, 멸형(滅形)의 시간, 절대의 추구 등 이상이 말하는 ‘불세출의 그리스도’가 도래시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삶을 군국의 단순한 질료로 재편하는 체제에의 불복종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필자 마의 「우울 이후, 안티-유토피아―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에 나타난 파국의 희망」은 광대한 사유화의 영역을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오늘, 유토피아라는 개념과 그 내실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누구의 것인지, 어디에서부터 가능하고 또 불가능한지를 다시 정의하지 않을 때를 상상한다. 타락한 유토피아적/건축적 세계와 맞서는 세계감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필자 바의 「동일성의 구축으로 이루어진 유토피아」는 유토피아의 추구가 물질적 조건의 변혁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작성되었다. 이러한 유토피아의 기획이 해방기 이기영의 소설 『땅』에서 형상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세세히 분석한다.
필자 사는 「싱글이 넘치는 신세계―결혼과 유토피아의 안과 밖에 대한 질문」은 일부일처제 사회, 가족 공동체 사회를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세계를 구상했었던 푸리에의 유토피아, 이른바 팔랑스테르의 실재적 가능성을 통해서, 현재 구상할 수 있는 유토피아란 어떤 것일까를 더듬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최윤교의『싱글빌』과 2006년 세계문학상 당선작이었던 『아내가 결혼했다』가 보여주었던 결혼 및 가족에 대한 시각을 재조명한다. 그리고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의 질문법을 통해 국가에서 싱글인 ‘나’들이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한다.
이들 7편의 비평에 이어져 있는 기획번역 2편은 포스트 유토피아 인류학이라는 공동비평집에 수록된 글들로 필자 바와 필자 자의 공동번역으로 싣게 되었다. 도미야마 이치로(冨山一郎)는 자신의 글「유토피아들」을 통해 여러 유토피아‘들’에 대한 총괄적인 입장을 제안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이 되는 것은 그가 말하는 ‘감촉(촉감)’의 존재이다. 그는 ‘운동’에 내재적이면서도 동시에 그 한계에 구속되지 않는 어떤 장소로서의 ‘포스트’의 상황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실례로 두 번째 번역글 카스가 나오키의 「유토피아의 무게, 포스트 유토피아의 위안」은 피지 섬에서 수행된 인류학의 분석이 유토피아의 발로를 놓쳐온 것을 돌아보면서, 피지 선주민의 ‘식인’ 풍습을 취급하는 인류학자들의 선입견이 낳은 몰이해에 대해 비판한다. 인식에서 쓰여진 글이다. 카스가는 ‘선주민,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붙이고, 언어를 통한 이해 너머를 지향한다. 이렇게 카스가는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상상된 세계가 현재에 출현했을 때,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모색한다.
2013년 현재 미국에는 약 7만여 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있다. 이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라고 한다. 대학원생이 많았던 과거와는 반대로 점점 대학(학부)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미국 대학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뜨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 대학의 현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한민국에 있는 대학교에 20년 이상 몸담은 교수이자 미국 대학의 호기심 많은 방문자인 저자는 건물, 시설 등 ‘대학의 하드웨어’와 운영, 교육, 제도 등 ‘대학의 소프트웨어’ 속에 숨겨진 미국 대학의 힘과 경쟁력을 예리하게 발견해 독자에게 전한다.
미국에서는 좋은 미식축구 팀이 있다면 별도의 대학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미식축구에 대한 인기가 높다. 그래서 학교 홍보나 재정 안정에 기여하는 미식축구팀 코치에 높은 연봉을 준다. 또한 기금 조성에 실패했을 경우 대학 총장이 사임하기도 하는 등 현실적 경제논리에 입각한 미국 대학의 운영방식이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대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학문과 진리 탐구를 수행하는 데 우선적인 것은 그에 필요한 재정 확보일 것이다. 저자 역시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다고 고백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대학이 ‘고객’인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면은 눈여겨보아야 한다.
시민들이 앉아 스케치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대학 건물, 냉난방과 각종 시설이 잘 구비된 강의실,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대학 경찰(University Police)과 비상 전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셔틀 버스(University Bus), 수영장․축구장․야구장․테니스코트․미식축구 경기장 등 각종 운동 시설,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는 문서 교정 서비스 같은 각종 편의 서비스와 장학지원 제도, 입시 제도 등 미국 대학의 면면은 한국 대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점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아직 회사 책상에 앉아보기도 전에 그러니까 내가 가장 먼저 출근한 곳은 회사가 아닌 비평공동체 <해석과 판단>의 포럼이 열리는 자리였다. 입사를 코앞에 둔 나는 긴장도 됐지만 아 포럼이라니, 이거야말로 출판사 편집자다운 일이구나 하며 은근히 좋아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날 포럼은 <해석과 판단> 멤버들이 정해진 주제에 따라 각자 공부한 내용을 발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공부 주제는 하나였지만, 각자 발표한 내용은 모두 달랐다. 그들은 모두 젊었고 그때는 여름이었고, 그래서일까, 나는 조금 뜨거워진 듯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나는 줄곧 <해석과 판단>을 담당해 왔다. 비평공동체라는 수식을 붙이듯, <해석과 판단>은 학교도 전공도 서로 다른 젊은 비평가들이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정기적으로 만나 공부하며 교류하는 모임이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각자 공부한 결과물을 책으로 묶어 낸다.
<해석과 판단>이 2006년에 결성된 이후 우리 출판사와는 지금 소개할『유토피아라는 물음』까지 총 일곱 권의 비평집을 발간했다. 그중 나는 지난해 발간한 『공존과 충돌』까지 두 권의 책을 그들과 함께했다. 담당 편집자라는 말에는 사실 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늘 그렇듯,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동안 작가의 원고 사정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정도 고려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번 비평집도 그렇듯, 서로 다른 멤버들의 원고를 잘 묶는 일도 큰일이었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각자의 사정이었다. 멤버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는 젊은 비평가들이다. 대학에 인문학과가 통폐합되면서 그나마 시간 강사의 자리도 불안한 시대가 되었다. 마감 날짜에 맞춰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각자의 사정을 듣고 있으면 지역에서 젊은 비평가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러나 각자 다른 사정 속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은 알 것이다. 소설조차도 잘 팔리지 않는 시대, 비평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할까, 그들은 그 질문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비평집에서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토피아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논의하고 유토피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표출해야 된다고 말한다. 멤버들은 책 표지에 문이 닫힌 지금의 사진을 실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책 뒤표지 역시 문 사진을 실어 달라고 했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다시 나오자는 의미로.
이번 책에는 멤버들의 수만큼, 소설, 영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비평이 담겨 있다. 그들이 펼쳐내는 비평의 다양성이 우리가 조금 더 다양한 삶의 주제로 살아갈 수 있는 표출이 되기를, 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에 담긴 그들의 표출이 미약하게라도 전해졌으면 한다.
찾아가기는 어렵지만 운치있는 이주홍문학당지난 겨울에 발간한 제5호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과 이날 콜로키움 발표자료과 나란히
<해석과 판단>비평공동체 콜로키움을 기다리는 사람들
드디어 모였습니다.
6월 23일 토요일 오후 온천장에 위치한 이주홍문학당에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콜로키움이 첫번째로 열렸습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비평공동체 멤버 이외에도
비평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평론가들이 모여 더욱 뜨거운 자리였습니다.
이날은 <해석과 판단> 비평 멤버들이 함께 모여 각자 공부한 비평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문학 뿐만 아니라 영화와 지역의 정체성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논의해 비평의 장을 넓혔습니다.
1호는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 2호는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 3호는 지역이라는 아포리아, 4호는 일곱개의 단어로 만든 비평, 5호는 비평의 윤리,윤리의 비평으로 각 호마다 주제를 정해서 지금까지 총 5권의 비평지를 냈습니다.
이날 발표한 비평의 이야기와 또 각자 공부한 비평의 글들을 수정 보완해서 올 가을에 새로운 주제로 비평서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응원하고 기대해주세요.
*<해석과 판단>은 2006년에 결성된 비평공동체로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젋은 비평가들의 대학이라는 담장을 허물고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협력의 장을 만드는 자리로 지역의 자산이자 비평의 자산이 되고자한다.
2011년 <해석과 판단>은 '폭력', '실재', 공동체' 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 있다.
1부 _ 폭력
고은미「폭력의 스펙터클과 윤리적 되갚음」
<아저씨>,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악마를 보았다>를 중심으로 잔혹한 폭력 이미지와 복수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 영화 속 폭력 이미지는 대중의 피해 의식과 불안, 배설 욕망을 포착하였지만, 자본주의적 교환 의지를 바탕으로 전시 욕망의 스펙터클을 위해 활용될 뿐이다. 앙갚음을 원하는 복수극 안에서 분개심의 정의를 넘어 윤리적 되갚음을 고민하는 영화적 시선이 필요함을, 글쓴이는 역설하고 있다.
김필남「폐쇄된 세계, 역류하는 신체 - 김기덕론」
김기덕 영화는 관객들에게 ‘구역질’을 유발하는데 이 의미는 몸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을 게워내려는 가역반응이다. 봉합하고 감추기 급급한 이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구역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사회 규칙과 규범 등을 부정하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에 실패했으며, 이 지점이 바로 개인들에게 윤리적 존재가 되게끔 강요하는 사회를 똑바로 직시하게 만든다.
박정민 「고통의 심연」
이창동의 영화 <밀양>(2007)과 <시>(2010)가 고통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창동은 자극적인 사건의 재현을 생략한 채, 인물들의 고통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대화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은 시선의 반복되는 상호교차 속에서 손쉬운 이해와 연민으로 남기를 거부한다. 고통을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는 이창동의 안간힘 앞에서, 우리는 고통과 함께, 타자의 고통의 심연을 그 윤곽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시>의 마지막 수업시간, 미자의 시를 읽기 전에 시인은 시 써온 사람 또 없느냐고 묻는다. 수강생들이 "어려워요"라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을 때, 그 모습은 고통의 재현물 앞에서 가벼운 연민 뒤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2부 _ 실재
오선영 「환상은 없다-황정은론」
황정은 소설에서 나타나는 ‘환상’의 배치와 맥락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황정은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 자신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서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기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담담한 태도에 놀라는 것은 독자, '우리들'이다. 여기에서 황정은 소설의 새로움과 특별함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황정은의 환상은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이면을 들추어내면서 예외적 존재들의 자기 목소리를 들려준다. 거기서 삶의 진실에 대한 앎이 아닌 행동의 문제를 제기할 때 주체의 윤리적 태도는 나타날 수 있다.
조춘희 「노동하는 사람들-박현덕 시조(時調)를 읽는 한 방식」
과연 노동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라는 역설적인 물음 앞에 오늘에 복무하고 있는 우리가 던질 수 있는 답변이 있을까. 현대시조가 설 자리를 탐색하는 하나의 방식은 노동의 오늘을 진단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박현덕의 시조에서 찾을 수 있다.
손남훈 「르포르타주와 글쓰기의 윤리-김곰치의 르포·산문론」 김곰치의 르포르타주에서 글쓰기의 가능태를 보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작금에 일어나는 르포르타주 글쓰기는 당대 현실의 부조리에 반하는 실재를 향한 충동의 결과인데, 김곰치의 르포르타주는 ‘직각’과 ‘의심’의 글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글쓰기=행동에 근접하고자 하는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의 어느 길거리, 그들이 왜 한낮에 부산역까지 가는 초행의 길에 있게 되었는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막내야, 니가 물어봐라, 했던 듯이 셋을 '대표하여' 가장 젊은 축의 사내가 나선 것이고, 길을 묻는 일에 '대표'가 필요했구나, 하고 나는 직각(直覺)했다.
-김곰치 「한 사람」『지하철을 탄 개미』
그의 르포르타주는 논리적 근거를 찾아 자료들을 많이 읽고 준비해가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되레 현장의 생생한 사태들과 맞부딪칠 때 생겨나는 "고유성"과 "유일무이함"을 그는 신뢰한다.
3부_공동체
장수희 「죄의식의 정치, 윤리의 기술(Art)」
지금까지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되어온 소설가 이기호를 읽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기호가 화두로 삼아온 ‘죄의식’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근대 체제를 만들어온 이 죄의식을 벗어나기 위한 이기호의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것은 이기호의 근작(近作) 「밀수록 더욱 가까워지는」과 『사과는 잘해요』에 잘 드러나고 있으며,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서 죄의식의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소설과 소설가의 작업 내용은 소설가 이기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나중에 혹시 나한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말이야." "그러면?" "그냥 너한테 해."
-이기호 『사과는 잘해요』
이 말은, 죄의식을 지배하는 자에 대한 기계적 사과의 공허함을 체득한 자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용서의 말이다. 반성적 사유를 통해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그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이기호는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죄의식과 고백의 무한 순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희원
「‘아무도 아닌 자들’의 윤리 ― 배수아의 『북쪽거실』을 읽는 어떤 시선」 배수아의 장편소설 『북쪽거실』을 통해 공동체의 윤리적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에서 동일성의 논리로는 계산해낼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진실과, 그것에 충실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정념과 소통의 방식, 그 속에서 흔적으로 남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좇아가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북쪽거실』의 인물들은 충돌로 서로 도래하고 일체화된 합일로서의 소통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계를 단절하는 것에도 특별한 고통이 따르지는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러한 인물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는 매우 건조해 보이며 때때로 공동체에 대한 상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이 건조함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그들의 입장이 비동일적인 낯섦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지 열정이 없거나 무관심한 때문은 아니다.
김수현 「경계, 불안, 눈(seeing)」 영화 <황해>(나홍진, 2010)와 <무산일기>(박정범, 2011)를 통해 조선족과 탈북자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입장과 태도를 분석한다. 이는 영화 속의 이방인의 존재가 국민국가-자본주의라는 틀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윤리란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인 주체의 입장과 태도에 관련된 질문을 의미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황해>의 카메라가 빠르게 질주하는 방식을 통해 조선족의 삶을 밀어내고 외면한다면, <무산일기>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머뭇거리고 서성이는 방식을 통해 탈북자의 삶에 밀참함으로써 현실의 구조를 반추하고 되돌아보게 만든다.
박형준 「불화의 공동체-지역학문공동체와 지역학의 윤리」
우리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중앙 그 자체가 아니라, 중앙이라는 대타적 관념을 작동―점멸시키는 정치회로다. 비평적 논쟁의 실종과 침묵의 공모를 가능하게 하는 주체의 취약함,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에 발린 지역적 연대가 아니라, 오히려 지역, 더 넓은 의미에서의 ‘로컬’을 ‘불화의 장소(local trouble)’로 사유하는 것이다.
학문적 논쟁이 실종되고 풍문과 추문이 횡행하는 지역학문공동체, 이 불화로 가득한 장소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이 '지역'이라는 곤혹스러움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임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 해석과 판단5
| 문학 | 평론 해석과 판단 지음 출간일 : 2011년 12월 30일 ISBN : 9788965451686 신국판 | 270쪽
2011년 한 해 동안 '폭력', '실재', '공동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사유한 결과물.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 현대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들을 찾아보고자 찍은 방점으로 각각의 글들은 지금-이곳의 현실성에 대한 비평적 개입이자 가장 치열한 방식으로 현재를 사유한 글들이다.
》저자 :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2006년에 결성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에 임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이 대학이라는 학연적 위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 비평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평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온전히 돌출해내고, 그것에 치밀하게 개입함으로써, 단지 ‘부산’ 지역의 비평이 아닌, 보편적으로 정초 가능한 비평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부산이 땡(!!)하고 얼어버린 1월 26일 금요일, 출판사 사무실에는 따끈하다 못해 뜨거운 신간이 도착했습니다. 신간은 뜨거웠지만 책에서는 냉기가 뿜어져나왔다는 후문은 제가 만들어 뿌리는 중입니다.
그 책은 다름아닌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이하 해판)'의 5번째 연구서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입니다. 책 제목에 주눅들어 도망가시나요? 돌아오셔요.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비평집과는 달리 재미있는 소재(영화<아저씨>, <악마를 보았다>와 같은 상업영화)와 관심가는 이야기(지역적인 것, 환상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기쁜 소식은, 책이 도착한 바로 그! 날! 저자인 해판과 '제 31회 저자와의 만남'이 계획되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칙칙폭폭 지하철을 타고 백년어서관으로 가는 동안 날씨는 점점 더 꽁꽁 얼어갔지만 우리 행사의 뜨거운 분위기를 식힐 수는 없었답니다.
또!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그건 이번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 부산 KBS 'TV 문화 속으로(매주 수요일 밤 11시 40분 ~ 12시 25분)'에서 취재를 나오셨어요. 피디님, 작가님, 카메라 감독님까지 3분의 스텝분들이 와서 함께 행사에 참여해 주셔서 모임이 넘치도록 풍성해졌답니다. 이번 촬영분은 다음 주 수요일(2012년 2월 1일)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행사는 질의 응답의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날이 선 질문과 그에 따른 치열한 답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진지했지만 의미있고 또한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비평이란 다양한 텍스트를 두고 텍스트를 둘러싸고 있는 콘텍스트적이고 텍스트를 생산하게 하는 요인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박형준 선생의 대답 中
가장 기본적인고 근원적인 물음, 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폭력을 전시하는 현실 상황의 문제, 문학 작품 속에 드러나는 환상적인 것과 그것이 시사하는 의미,
또 지역과 지역적인 것, 공동체의 불화와 불화를 통한 공동체로의 나아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누가, 비평을 해야하나요. 자신을 억압하면서 쓰는 비평이 과연 윤리적인 것인가요."
"누군가에 대한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지 다시보고 또 다시 볼 수 있는 작업에 대한 문제이지요. 다시보고 또, 다시보면서 텍스트(작품)과의 싸움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비평가이고 또 비평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비평 작업은, 자기부정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작품에 비춰보며 상충을 일으키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한 관객분의 질문에 고은미 선생님의 대답은 모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모두가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고은미 선생님의 말에 힘입어 저도 어디에다 서평이나 영화평이라도 써볼까 용기를 잠시 냈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한번! 작품과의 겨루기 한 판! 비평에 도전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아기자기한 소품, 직접 담그셨다는 말에 더욱 맛있던 레몬티, 뜨거운 분위기, 넘치던 논의들을 뒤로한 채 2012년 1월 첫번째『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저자와의 만남 행사는 막을 내렸지만! 함께 했던 뜨거운 이야기들은 잊혀지지 않도록 마음에 깊이 새겨보겠습니다.
2012 첫 저자와의 만남은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와 함께 합니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이라는 다섯번째 연구서의 발간을 앞두고 있는 젊은 비평가 10명, 과연 어떠한 새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됩니다.
『비평의 윤리, 윤리의 비평』라는 큰 제목 옆에는 「타자성의 윤리적 접점을 성찰하는 비판적 사유」라는 소제목이 달려있습니다. "타자성", 혹은 "타자성의 윤리". 그야말로 요즘 시대의 화두입니다.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말을 섞습니다. 헌데도 소통과 교류가 부족할 뿐 아니라 메말라 가고 있다고들 합니다. 도대체 '타자'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있는 걸까요? 다른 몸과 생각을 갖고 있는 '타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윤리적이 되는 걸까요?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 그런 물음에 대한 단초를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일시 ㅣ 2012년 1월 26일(목) 저녁 7시
장소 ㅣ백년어서원
참가비 ㅣ 5,000원 (차와 떡 제공)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
2006년에 결성된 <해석과 판단> 비평공동체는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 그룹이다.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에 임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이 대학이라는 학연적 위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 비평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비평의 현재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금·여기의 문제들을 온전히 돌출해내고, 그것에 치밀하게 개입함으로써, 단지 '부산' 지역의 비평이 아닌, 보편적으로 정초 가능한 비평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임서가 들려주는 강호 이야기
책은 청나라 말기의 이름난 번역가이자 문학가인 임서가 쓴 필기소설집이다. 책은 당시 필기의 자유로움과 소설의 서사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중국 근대 필기소설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임서는 강호들의 일화에서 ‘협’과 ‘의’의 정신을 내세우며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
저자는 강원도에서 10년 넘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다시피 하면 하루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 하는 극장 같은 학교에서 때로는 관객으로, 배우로, 프로듀서로 지냈다.
인간의 권리
기본권의 실정권론을 반박하고 기본권의 자연권론, 천부인권론을 강조하기 위해 연구하고 강의해 온 김철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 재임 25년을 기념하며 <인간의 권리>를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권의 자연권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인권 사상을 살펴본다.
베스트셀러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어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2020년 부산 원북원도서 선정도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벽이 없는 세계
★국경 없는 시대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포퓰리즘 부상을 필두로 한 50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룬 책이다. 미국, 중국, 터키,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의 지정학 전략을 통한 국제 정세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측면에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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