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시인 여덟번째 시집… 

삶·시간·존재 등 자기연민 묘사 깊은 울림 자아내


“희망이란 뭐 별건가?/내년이면 아들은 졸업반/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어디냐?/나는 다시 힘이 나고 용기가 솟는다/이야 이야 이야오.(‘아주 꾀죄죄한 희망’ 부분)
 궁색하고 누추한 우리의 생을 삶의 언어로 노래하는 성선경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최근 출간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태 씨’를 통해 “늙어감의 문제와 관련된 존재의 불가항력적 슬픔과 무력함”(김경복, 해설)을 드러낸다.
 꽃이 피고 지고, 모래가 부서지는 시간의 무상 속에서 말라빠진 명태처럼 푸석한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 골계와 아이러니 기법으로 푼 시가 우리의 인생과 닮아 서글프다.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나무를 보고 꽃을 보는 일/아직은 내게 너무 어려워/자주 몸이 기우뚱하고 발이 꼬인다”(‘하산(下山)’ 부분)
 시인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처럼 스스로의 생애가 이제 장년에서 노년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쉰 이후에 마주하는 삶의 문제를 고뇌하고 시간의 속절없음과 존재에 대한 사색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발이 꼬여’ 제대로 된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없는 ‘내리막길’의 구석에서 느끼는 자기연민의 묘사가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문학평론가 김경복은 추천사에서 “무력함과 무상함에 노출된 존재의 원형적 감정의 한 형상을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삶이 뭐 별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성 시인은 “삶이 별거 이기 때문에 살 만하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감이 힘들다”고 말한다.

이경관 | 경북도민일보 | 201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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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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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성선경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발간

말맛이 살아있는 속담이 시가 됐다.
창원 성선경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를 내놨다.
‘봄 풋가지행’을 내놓은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 떫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부쩍 밝아진 표정이었다.
말을 잇는 입꼬리도 싱싱했다. 그가 명퇴한 ‘명태 씨’가 됐기 때문이다. 

성선경 시인.

지난 2월 29일 그는 30년간의 교직생활에서 물러나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석간신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우리지역 석간신문들이 다 조간이 돼서 안타깝지만요.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8편의 연작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를 쓰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요즘 말로 ‘웃픈(웃기고도 슬픈)’ 자화상을 이 시에서 드러내고 있는 시인은 시집 전체에도 살려냈다. 특별한 형식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그는 속담을 끌어왔다. 속담 시집이라 부를 만하다.

밥벌이는 밥의 罰(벌)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 ‘밥罰-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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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그 답이 속담과 격언이었어요. 오랜 시간 구전돼 쌓인 이야기를 적층문학이라고 하는데, 단순하면서도 많은 민중들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쓰면서도 재밌었어요.”


읽으면서도 재밌다. 우리가 아는 속담이 풀려 시가 되면서 장면을 일깨운다. 30년 시력은 능청스럽게 감정의 냉온을 오가며 속담이 갖고 있는 해학·골계미를 띤다. 손에 잡히지 않는 현대시와는 달리 한 편 읽을 때마다 이야기를 품은 영상이 지나간다. 투명한 수채화가 아니라 질박하면서도 다채로움을 잃지 않은 민화에 가깝다.

한 마리가,/그것도 딱 한 마리가/온 세상을 흙탕물로 만들었다면/아마 그건 미꾸라지가 아니지?/(…)/그건 용이지 아마!/그런데 왜/가만히 있는 미꾸라지를 왜/사람들은 왜 물풀에 몸을 숨기고/자는 듯 죽은 듯 숨어 있는/미꾸라지를 왜/무슨 이무기나 용 취급하지?

-‘가만히 있는 미꾸라지를 왜’ 일부

속담 시의 대부에는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가 담겨 있다. 삶의 새로운 시작에 선 그가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어떻게든 표 나는 일을 하려는 우리에게, ‘해봤자 표 나지 않는’ 화분에 물 주기가 ‘가장 귀한 일’임을 알려준다.

“아들이랑 말없이 화분에 물 주는 일이, 이 보잘 것 없는 일이 내 일생에서 가장 남겨져야 할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야 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거죠.”

책장이 계속 넘어간다. 독자들이 그가 비틀어 놓은 속담 속에서 ‘꾀죄죄한 희망’이나마 찾고, ‘이야이야오’ 콧노래 부르게 될 것이다.

이슬기 | 경남신문 |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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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10점
성선경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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