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이주홍 문학상 시상식 후기 

- 『거기서, 도란도란』 수상을 축하합니다. 



5월 25일 금요일 저녁, 동래 온천동에 위치한 이주홍 문학관에서 올해도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1981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해 수상작을 배출하고 있는 이주홍 문학상은 올해로 38회를 맞았습니다. 소설가이자 아동 문학가였던 향파 이주홍 선생은 문학을 통해 부산 지역의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문학관과 문학상 역시 이러한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건립되고 제정된 것이겠지요. 그만큼 향파 이주홍 문학상은 산지니와도 인연이 깊습니다. 


2011년 조갑상 소설가의 『테하차피의 달』(제31회)2012년 조명숙 소설가의 『댄싱 맘』(제32회), 얼마 전 타계한 부산 문단의 큰어른 이규정 소설가의 『치우』(제34회)등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2018년 제38회 이주홍 문학상에는 아동문학, 일반문학, 문학연구상 등 세 분야에서 수상작이 선정되었습니다. 박선미 동시집 『햄버거의 마법』(2017, 섬아이) 이상섭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2018, 산지니) 박형준 평론가의 「이주홍의 유인본 교과서와 문학교육 - 『신고국문선』을 중심으로>가 그 주인공입니다.


산지니에서 출간된 이상섭 소설가의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파란 수국 한다발을 들고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출간에 이어 수상 소식까지 더해졌으니, 열여섯 편의 팩션으로 부산 이곳저곳을 담은 『거기서, 도란도란』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시상식이 열린 당일의 풍경을 담은 몇 컷의 사진과 함께, 작가의 수상소감과 심사평을 전해드립니다.    




이주홍 문학관으로 향하는 길

담벼락에는 향파 이주홍 작가를 소개하는 팻말과 함께 

대표 작품 몇 편이 나란히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이주홍 문학관 전경 



시상식이 끝난 뒤



(왼쪽부터) 박형준 평론가, 류청로 이주홍문학재단 이사장, 박선미 작가, 이상섭 작가 




38회 이주홍문학상 일반문학 분야 심사평 


일반문학 분야에서는 논의 대상이 된 작품들이 다소 있었으나, 작품이 지닌 높이와 새로움이란 측면에서, 이상섭의 『거기서, 도란도란』에 견줄만한 작품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 작품은 부산 지역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는 지역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간 소위 팩션에 해당하는 작품 모음집이다. 장소성과 역사성을 근거로 하면서 함께 풀어내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전개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점을 높이 평가하여 향파문학상 수상작으로 이상섭의 『거기서, 도란도란』을 선정했다. 




『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작가의 수상소감 


70년간의 기억 투쟁, 그렇게 해방공간 제주도에서 일어난 4·3은 제주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채 묻어두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4·3이 올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추념식에 참가하여 국가폭력을 사과하면서 비로소 '사건'이 아니라 '항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제주도에서는 당시 실종자 신고를 다시 받았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신고자 수가 다시 3,000여 명이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사는 어느 교사 시인이 그러더군요.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하루는 자신을 불러 4·3과 같은 소재의 이상한 시는 제발 쓰지 말라고요. 썼다가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자신은 지금 유족인데도 말도 못 하고 이렇게 살고 있다고 하면서요. 말하는 순간 공산주의자, 빨갱이 소리를 듣게 되니 그럴 수밖에요. 그런 그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를 찾은 그 날, 행사장에 나타났더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제주의 4·3은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산 자에게도 아픔이자 고통이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들은 것은 때마침 제주에서 열린 <4·3항쟁 70주년 기념 전국작가대회>에서였습니다. 행사장 인근에 있던 4·3평화공원기념관을 둘러보던 중이었을 겁니다. 책을 펴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말에 저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순수소설집도 아니고 그저 부산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에 나 자신의 상상력만 덧붙였으니 이게 무슨 경천동지할 일인가 싶더군요. 그랬는데 되레 부산지역의 역사와 장소성을 살린 독특함이 오히려 수상작이 된 이유라더군요. 게다가 이야기 재미 속에 문학성이라는 울림까지 갖추고 있어 <이주홍문학상> 수상작으로는 맞춤한다고 추켜세워 주시기까지 하더군요. 그 바람에 덜컥 수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이 상을 과연 제가 받아야 하나 저어되기만 합니다. 저보다 더 부산을 사랑하고 작품을 잘 쓰는 작가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제가 한 것이라고는 그저 열심히 쓰려고 노력한 것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이번 상은, 향파 선생님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왔다는 격려와 함께 더욱 가열한 노력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믿고 이 상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선생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또 쓰겠다고요. 끝으로, 수상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이주홍문학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상섭 李相燮
 1961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하였다. 199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슬픔의 두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바닷가 그집에서, 이틀』 『챔피언』이 있으며, 르포집 『굳세어라 국제시장』『을숙도, 갈대숲을 거닐다』를 썼다. 2010년 백신애문학상, 2013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해운대관광고교 국어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지음 | 240쪽 14,000원 2018년 4월 16일 출간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창작된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천착하며 아직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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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제17회 향파 이주홍 문학축전 개최소식 (부산일보)

  

오는 18일부터 이주홍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인 '제17회 이주홍문학축전'은 예년과 달리 보다 풍성해진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난다. 올해 예산(5000만 원)이 지난해(3000만 원)에 비해 대폭 늘어나면서 전시회는 물론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강의도 열리게 된 것이다.

 

우선 1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문학관의 향파문학당에선 '향파 이주홍 詩 부채 전시회'가 선보인다. 이주홍 선생과 청남 오제봉 선생의 두터운 교류를 기리는 뜻을 담아 축전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번 특별전에선 청남문화 이사장이자 청남 선생의 조카 동헌 오용준 선생을 비롯한 서예작가 14명이 부채에 이주홍 선생의 시와 그림을 그린 작품 37점을 전시한다. 


오는 10월 31일 열리는 세계 석학들의 담론 장이자 세계 인문학 축제인 '세계인문학포럼' 사전행사 격인 '어린이인문학한마당'도 새로 도입된다. 19일 오전에는 설흔 소설가의 초청 강연으로 꾸며지는 '문학관으로의 인문학 여행', 오후에는 이주홍문학관과 금강공원 향파 시비, 동래향교, 장영실과학동산으로 이어지는 '문학관 밖으로의 인문학 기행'으로 구성된다. 8~15일 접수할 수 있다.


제38회 이주홍문학상 시상식은 25일 오후 6시 30분 문학관 향파문학당에서 열린다. 아동문학 부문엔 동시집 <햄버거의 마법>을 펴낸 박선미 동시인, 일반문학 부문은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의 이상섭 소설가, 문학연구 부문에선 <이주홍의 유인본 교과서와 문학교육-신고국문선 을 중심으로>을 발표한 박형준 문학평론가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주홍어린이백일장은 26일 오전 10시~오후 2시 금강공원 이주홍문학의 길에서 마련된다. 초등학생은 누구나 현장접수로 참여할 수 있다.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주홍문학기행은 27일 오전 8시 30분~오후 7시 30분 경남 합천과 사천 일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8~18일 접수 가능하다. 051-552-1020. 


윤여진 기자

(기사원문 보러가기)




『거기서, 도란도란』 책 속으로                                           


P.40-41      자, 이제 눈을 떠봐. 눈을 떴을 때, 사방은 안개에 뒤덮인 듯 흐릿했다. 할아버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쉿, 할아버지가 말했다. 눈앞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듯싶더니 성당 건물이며 바닷가에 위치한 부두 건물들도 사라지고 오래된 어촌 풍경이 나타났다. 우와, 할아버지 여기가 대체 어디에요? 여기가 어디긴, 여기가 여기지. 발아래엔 초록 보리밭이 펼쳐져 있고 아늑한 바닷가에는 작은 목선들이 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봐.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정말 쇠로 만든 소 같은 바위가 언덕배기에 놓여 있었다. 저게  소바위, 우암이란다. 그래서 알았다, 이곳이 왜 우암동이란 지명이 붙었는지를. 근데 할아버지, 저 바위는 어디 갔어요? (「뭐뭐 - 우암동 소막 이야기」부분)


 P.51      어쩌면 이것 또한 운명일지 몰랐다. 바람을 닮은 녀석. 녀석의 몸속에 든 바람 또한 이 땅이 만들어낸 것, 그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바람을 눌러 죽이는 방법은 없다. 저절로 제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았다간 되레 불길을 일으켜 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터. 바람은 흐르는 대로 두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어쩌면 단점이야말로 바람 없이는 날아오를 수 없는 방패연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둘이서 저리 어울려 산이며 바다를 헤맬 수밖에. (「저기 둥둥 떠 있던 - 용호동 신선대」부분)


 P.101-102     아치가 고향을 떠나 입대한 것이 지난 1950년 9월 7일의 일이었다. (…) 장장 23일간의 기나긴 항해 끝에 이국의 작은 항구도시 부산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2월 18일이었다. 그때까지 아치가 전쟁이 일어난 코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들은 거라고는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뿐이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구축함에서 내렸을 때에는 일본식 가옥들이 눈에 걸렸다. 이곳이 일본인들의 집단적 거주지였다는 사실은 며칠 뒤에 알았다. 하지만 그것 빼고는 모든 게 평화로워 보였다. 어쩌면 그 이유가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둥글둥글하게 생긴 낮은 지형 탓인지 모른다. 이런 곳이 평화를 잃고 전쟁 중이라니 믿기지 않는군. 곁에 있던 빅토르가 중얼거렸다. 빅토르의 말에 아치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영원히 함께 - 캐나다 참전용사 허시형제 이야기」부분)


 P.148      언니, 언니는 어디로 갔나요? 언니가 혹시 나타날까 봐 지금도 이렇게 가끔 밖으로 나서곤 한답니다. 오늘은 유모차에 의지해 기어이 미우라의 저택까지 오고 말았네요. 이곳도 엄청 변했답니다. 그 많던 배나무들은 사라지고 건물들이 들어서서 적산가옥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미우라는 과수원을 헐값에 넘기고 도망치듯 제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도 언니는 소식조차 없더군요. (…) 언니는 처음부터 이곳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떠나려야 떠날 수 없는 몸이었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한 번도 날 찾아오지 않을 리 있겠습니까. 미우라는 자신의 죄를 숨기려 아주 깊은 곳에 언니를 묻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도망치듯 허겁지겁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언니, 오늘은 내가 쓰러지더라도 과수원 일대를 샅샅이 뒤져볼 작정입니다. 혹시 압니까, 억울해 삭지 못한 언니의 뼈마디 하나가 오늘 불쑥, 고개를 내밀지요. (「마지막 숨바꼭질 - 강서구 대저동 적산가옥 이야기」부분)





 


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지음 | 240 | 14,000원 2018년 4월 16일 출간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창작된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천착하며 아직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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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