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뜻한 오후입니다.

생동하는 생명이 이끄는 기운에 맞추어 좋은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시만 있고 사랑이 없다면

단어들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

내일은 오겠지만 당신이 없다면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

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

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

당신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

손끝에서 태어나는 모자

생명과 두려움

그 둥근 실타래를 풀어 뜬다

              ― 「나이지리아의 모자」, 부분


바로 신정민 시인의 「나이지리아의 모자」입니다.

한 NGO단체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을 바라보면서 시인이 느꼈던 먹먹한 감정을 풀어내고 있는 시입니다. 

따스한 봄날에 맞추어 서정을 자극하는 시가 아닐까 하네요.


신생아 모자뜨기 사업이란 ..?

매년 전 세계에서는 태어나는 날 100만 명의 신생아가 사망하고, 한 달 안에 290만 명의 아기가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하네요. NGO단체에서 제공하는 신생아 모자뜨기 키트를 통해 모자를 제작한 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대의 신생아들에게 NGO단체로 보내온 모자를 전달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저체중, 영양부족으로 면역성이 떨어지는 신생아들에게 털모자를 씌우고 포대기로 감싼 후 안고 있으면 아기는 엄마의 따뜻한 체온과 심장박동 소리에 맞추어 호흡하며, 안정감을 얻고 생명의 힘을 키워나간다고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소개 참조)


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시인의 인간적 유대와 연민이 담긴 이 시 외에도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안에는 일상 속에서 미학을 발견해내고, 

문학을 통해 일상의 다양성을 그려내고 있는 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모룡 평론가와 함께하는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

신정민 시인과 함께 봄날의 시를 온전히 느끼고

다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려요.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나이지리아의 모자』




일시 : 2016년 3월 23일(월) 오후 6시 30분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대담자: 구모룡 (문학평론가)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저자: 신정민

196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03년 부산일보 신춘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 만행』이 있다.


 

산지니 출판그룹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anzinibook 

산지니 출판그룹 트위터 : http://twitter.com/sanzinibook



나이지리아의 모자 - 10점
신정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최영철 시인 열번째 시집… 경험 녹아든 표제시 등 68편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지음 l 산지니 l 142쪽 
l 1만1000원

언제 왔는지 모를 봄이 가고 있다. 활짝 핀 꽃들은 어느새 제시간을 다해 사그라져 간다. 가는 봄에게 무어라 말하지 못한 우리들은 속으로 서럽게 눈물을 삼킨다. 그렇게 계절처럼 사람도, 사랑도 떠난다.
 최영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총 68편의 시가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생성과 파멸의 연속, 환희와 비명의 공존하는 삶의 눅진함에 대해 그린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함부로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 그 놈의 품은 원체 넓고도 깊으니 황망한 서역이 배고파 외로워 울거든 그걸 조금 떼어 나누어줘도 괜찮다고 일렀다 그렇게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살다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무엇보다 먼저 그것부터 잘 모시고 와야 한다고 일렀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렀다 이아비의 어미의 그것이라고 일렀다”(‘금정산을 보냈다’ 중)
 특히 표제시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인의 경험이 녹아든 시다. 대학 졸업 후 100여 번 낙방 끝에 어렵사리 한 기업에 취업했다. 요르단에서 근무한다는 조건으로. 시인은 그런 아들을 말리지 못했다. 그럴 명분도 그럴 여건도 되지 못했다. 시인은 아들을 떠나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이 시를 썼다. 시인이 덤덤하게 써 내려간 단어 하나하나가 내 아비의 마음과 같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는 현대시가 가진 난해함을 벗어던지고 ‘공감’을 단 하나의 강력한 무기로 내세웠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저릿하던 마음 한구석에 반창고를 붙인 듯하다. 
 그는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의 연속이라고 그저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집은 다른 시집과 달리 해설 대신 대담을 실었다. 최 시인과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과의 가감 없는 대화는 이 시집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가긴 꼭 가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어디로 가시려는지, 뒤를 한번 돌아봐 주면 안 되는지 물었습니다. 가는 길이 춥지는 않으신지, 그 말은 왜 끝내 안 해주셨는지 물었습니다. 내일도 어제처럼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인지, 갈 때는 그렇게 아무 말도 않는 게 좋은지 물었습니다. 어제가 해 맑고 쨍한 날이었는지, 내일이 더 그런 날인지, 이제 그만 옆구리 아프지 않아도 되는지, 처방전 끊지 않아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거기도 꽃 지고 있는지, 눈물 한 방울 촉촉이 꽃 피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때 박은 가슴의 대못은 언제 빼주시려는지 물었습니다. 가실 때는 미처 그러하였으나 다시 오실 때는 미리 전갈이나 해주시려는지 물었습니다.”(‘문상’ 전문)
 봄 한 철을 위해 사력을 다해 폈던 꽃잎이 바람에 졌다. 영국의 시인 T.S엘리엇은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어나게 하고 추억과 정욕을 뒤섞어 버리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뒤흔드는 4월이 흐르고 있다. 100여 년 전 태어나 살다간 영국의 시인과 김해 촌락에서 살고 있는 한 시인은 시로써 소통하고 있다. 아스라이 져가는 꽃잎들이 아린 것은 아마도 그것이 우리의 숙명이기 때문이 아닐까. 쓸쓸한 봄바람에 꽃잎이 지고 있다.


이경관ㅣ경북도민일보ㅣ2015-04-20

원문 읽기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최영철 시인과의 만남


"사물에 깃들인 시간, 기억의 순간을 말하다."


강연에 앞서 시집에 사인을 하고 있는 최영철 시인의 모습입니다.^^



9월 20일, 한국독서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2014 가을독서문화축제'에서 최영철 시인을 만나고 왔습니다.

강연 이야기의 포문은 영도다리에 관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침 강연이 있던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영도다리 근처에 있었기도 하고요. 

많은 시인들이 영도다리를 두고, 시로 노래하기도 하였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영도다리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 '도개 기능'을 갖춘 독특한 다리였기 때문입니다.


벌렸다 다물고 다물었다 벌리는,

강철 개폐교 이빨 새에,

낡은 포구의 이야기와 꿈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리라만,

그렇다고 나는 저 산 위 올망졸망한,

오막들의 고달픈 신음 속에,

구태여 옛 노래를 듣고자 원하진 않는다.

― 임화, 「상륙」 부분


이 외에도 영도다리를 두고 노래한 많은 시인이 있듯,

부산시민에게 있어 '영도다리'는 많은 시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작년 2013년 신대교가 개통하면서 옛 다리를 없애자, 라는 의견으로 분분했다고 합니다.

최영철 시인은 '옛'이라는 표현은 '낡았다'라는 표현인데 '나이듦과 젊음'에 대한 수식어는 생명이 있다는 발언이다, 과거 영도다리에서 약속장소를 잡으며 성장한 세대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남기기 위해서라도 '영도다리'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진:: 2014books.blog.me


이어, 최영철 시인은 이윤택 연극연출가가 초등학교 시절 썼던 시를 들려주며,

시가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아야 아야 아야야,

아이구 아파.

-이윤택, 「운동장」


참 특이한 시죠?

운동장에 가만히 앉아서 축구며 아이들의 장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운동장의 처지를 시로 표현한 어린아이의 상상력에 최 시인은 무릎을 쳤다고 합니다.

보통의 상상력이 아니라고 말이죠^^ 하하.




마지막으로 최근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중동으로 일하러 가는 아들에게 보낸 선물을 시로 담았다고,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이라는 고향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공항에서 건넨 쪽지가 바로 이 시였음을 말이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의 일화도 흥미로웠습니다.

시집을 받아 들고, 기자들이 부산의 '금정산'이 서울의 '남산'과 같은 곳이냐고 묻자 시인께서는 부산을 상징하는 곳이라며, 시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 산을 아들에게 통째로 선물할 수 있겠냐며 시가 가진 위대한 능력을 한번 더 강조하셨습니다.



잠시 시 낭송이 있었고, 이어 시 창작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에 관심을 갖고 또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기도 했고요^^

기념촬영이 끝나고, 행사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들은 많지만 시인의 입으로 직접 듣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시가 한결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진출처:: 2014books.blog.me




금정산을 보냈다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