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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0 아내의 빈자리 (6)
  2. 2014.06.27 주간 산지니-6월 넷째 주 (4)
  3. 2013.08.02 주간 산지니-8월 첫째 주 (3)
  4. 2010.04.06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2)



아내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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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아내가 집을 나갔다. 그것도 한 달 동안이나. 
 
20년의 결혼생활 동안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행은 있었지만 이렇게 장시간 집을 비우긴 처음이다. 그간 아이들 때문에 엄두를 못 냈지만, 이번에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큰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막내아들은 엄마의 부재가 걱정이다. 엄마의 밥상에 익숙한 큰아들은 먹는 문제를 걱정한다. 막내아들은 학교 숙제는 누가 봐주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외국으로 출국하여, 한 달간 나와 아이들과 이별하였다.
 
한 달 휴가 받아 출국 감행한 아내 
큰아들, 막내아들 모두 전전긍긍 
가족의 소중함은 부재가 일깨워
 

2005년, 처음 출판사를 시작했을 때는 일이 없어서 문제였다. 10개월이나 지나서야 첫 책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우리 부부는 일 속에 파묻혀 살았고 교정, 교열에 회계 업무까지 도맡아 하던 아내는 더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출판사 10년 차를 맞이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5년 근속 한 달 유급휴가 제도'를 아내는 즉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출국 전, 자리를 비우게 될 한 달 동안의 회사업무를 미리 처리한다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전자계산서 발행 등 필수 업무 요령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아내에게 한 달 휴가를 주겠다고 했을 때는 한 보름 여행하고 돌아와 보름 정도는 집에 있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아내는 인터넷으로 제일 싼 유효기간 1개월짜리 항공편을 검색하더니 한 달을 꽉 채워서 발권까지 해 버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저돌성이라니. 이제 와서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갔고 아이들은 빨리 적응하였다. 큰아들은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자기가 먹을 빵을 샀다. 막내아들은 학교 준비물을 먼저 챙기고 필요한 것을 사러 가자고 아빠에게 요구하였다. 친구하고 논다고 정신없이 보내면서도 엄마가 부재한 자리를 스스로 채우고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막내아들은 엄마한테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낸다. '엄마 뭐해? 나 너무 심심해 놀고 싶은데 엄마, 새로 치킨집 생긴 거 알아? 사람 진짜 많더라고. 엄마! 오늘 정말 힘들어. 그래도 자장면이랑 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엄마! 나 잘 지내고 있어.(형아 땜에 짜증 나기도 해) 나도 비엔나 가고 싶어. 나 꿈에 클래시 오브 클랜 꿈 꿨당! 요기 새로 생긴 치킨집 냄새가 완전 대박이야. 또 편지 쓸게! 근데 수학 답지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엄마, 아빠가 이상해. 엄마 빨리 왕♥.' 

수학 문제를 풀 생각보다 답지를 찾는 막내아들의 메일에 엄마는 스스로 문제를 풀라고 응답한다. 목욕을 함께 가고 손톱과 발톱을 아빠가 다듬어주자 막내아들은 좋아한다. 증조할아버지 제사에 가서 절도 하고 할아버지로부터 용돈을 얻자 매우 흡족해한다. 엄마랑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던 아들이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아빠하고 마음을 맞춘다. 

드디어 아내가 귀국하는 날이다. 딱 한 달 만이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비행기의 결항이 많았지만, 베이징발 비행기는 무사히 김해공항에 도착하였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자리에서 엄마의 부재가 만든 곤란한 한 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재미나게 전개된다. 부재로 인해 그 자리가 소중한 걸 알게 되는 가족의 모습이다. 우리는 일상을 바쁘게 보내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생각하지 못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의 소중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강수걸
  
 
산지니 출판사 대표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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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전성욱 2015.07.20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좋은 글(마음)이네요^^

  2. BlogIcon 단디SJ 2015.07.20 1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 오늘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집에 가는 길에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해야겠습니다 ㅎㅎ

  3. 권디자이너 2015.07.21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재밌네요.
    엄마의 부재 덕분에 가족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4. BlogIcon 정난주 2015.07.21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막내 아드님의 편지에 글을 읽는 저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도 오늘 집에 가서 오랜만에 다 같이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5. BlogIcon 엘뤼에르 2015.07.21 16: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 빵 터졌네요.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라서 절로 웃게 됩니다^^

  6. BlogIcon 찜디 2015.07.22 1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너무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이에요ㅎㅎ 막내의 편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내내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_^ 비행기 결항되지 않고 조심히 잘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흐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치즈빵 두 개가 한 봉지에 들어있었는데 하나는 멀쩡하고 하나는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둘의 차이는 뭐였을까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이 좋았나? 아니면 홍삼을 먹어서 면역력이? 그것도 아니면 그냥 곰팡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인지? 아직도 궁금하네요. 물어보고 나서 먹을걸...

한 권으로 끝내는 와인의 기초와 실전 -『와인의 정석』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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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연어회 2014.06.27 14: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갓 따낸(?) 인턴 친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_*)/

    • 온수입니까 2014.06.27 1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의 어색함은 곧 사라질 거에요ㅎㅎ

  2. 온수입니까 2014.06.27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조간신문처럼 읽어야 하는 주간 산지니...오늘은 석간처럼 읽었네요. 모두의 입소문을 뒤로하고 이제 읽지만 이번 주도 통통^^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오늘은 여름 들어 거의 처음으로 출근하고 에어컨을 켜지 않았습니다.

날이 좀 덜 더우니 살 것 같네요. 아이구~ 시원하다~(온수입니까 편집자 말투로)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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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8.02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내리실 역은 기차가 걸린 풍경^0^

  2. BlogIcon 온수입니까 2013.08.02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구~시원하다는 정말 몸에서 우러나오는 소리ㅎㅎ

  3. BlogIcon 엘뤼에르 2013.08.02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 나가면 고생이라니는 말은 정말 진리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방콕(방에서 코옥~)으로 떠나 보아요~!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어디로? 산과 들로~ 아님 바다로.
지난 주말 꽃놀이 많이들 다녀오셨죠. 요즘 이곳저곳 봄맞이 축제가 한창이네요.
저는 가능한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자는 주의인데요. 평일 하루 종일 컴퓨터와 책이랑 씨름했는데 주말까지 그러기엔 어쩐지 인생이 불쌍하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주말 FULL로 놀고 싶은데 제 사회적 위치가 위치인 만큼 내 뜻대로만 할 수는 없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항상 불쌍한 우리집 식탁을 위해 부식거리나 기타 생활용품도 사러 가야 하고 도서관도 한 번 가줘야 하고...

그래서 항상 시간은 빠듯하답니다. 그러나 이런 자질구레한 일만(물론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죠) 하다 주말을 다 보내면 일주일이 시들하답니다. 그래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전 무조건 밖으로 나갑니다.

당연히 멀리 갈 시간은 안 되죠. 한 번씩은 기분 내키는 대로 쬐게 멀리 가지만 보통은 가까운 곳에서 놉니다. 그래서 주로 가는 곳이 집 근처에 있는 삼락강변공원인데요. 워낙 넓어 오늘은 이곳 다음에는 저곳 해도 아직도 다 못 본 것 같습니다.


삼락강변공원은 낙동대교 아래의 낙동강 둔치 좌우측으로 펼쳐진 아주 넓은(면적이 472만 2,000㎡) 강변공원인데요. 축구, 야구, 농구 등 여러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을 비롯하여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코스 등 아주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죠. 더구나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잔디광장이나 야생화단지, 자연초지와 습지 등을 볼 수 있답니다. 집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지난 주말은 벚꽃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많더군요. 저는 벚꽃은 멀리서 일별하고 쑥 뜯으러 갔습니다. 지난주에 갔을 때 여기저기 쑥이 많이 보여서 오늘은 마음먹고 칼 들고 봉다리 하나 들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아들놈은 연 날리고 우리 공주는 그림 그린다고 바쁘고 저는 쑥 뜯었습니다. 쑥 뜯다 한 번씩 고개를 들어보면 아~ 말이 필요 없습니다. 도심에서 이런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봄의 정기를 머금고 이제 막 돋아나오는 연초록의 잎들과 노란 유채꽃이 어울려 마냥 길 따라 걷고 싶어집니다. 지난주에 왔을 때는 유채꽃이 발밑에 있었는데 한 주 새에 엄청 컸더군요. 다음 주에는 아마~ 상상이 됩니다*^^*


행복한 오후 한나절을 보내고 뜯어 온 쑥으로 달래쑥전을 부쳐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있겠지요.^^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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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2010.04.07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락공원이면 저희 집에서도 멀지 않은데
    쑥 캐러 한번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