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출판사 첫 책] 반송 사람들


부산 변두리에 위치한 반송은 1968~1975년 부산시가 도심의 판잣집들을 철거하면서 실시한 집단이주정책으로 조성된 마을이다. 철거민들의 마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반송은 2005년 10월 진주에서 열린 제5회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당당하게 최우수상을 차지하였는데, 그 뒤에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현 희망세상)이라는 지역 활동 단체, 그리고 그 단체를 설립한 고창권씨가 있었다.

내가 고씨를 안 것은 출판사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다. 출판사를 하기 전 나는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아내는 부산의 병원에서 일을 했는데, 고씨가 그 병원의 의사였다. 회사 나들이 모임에서 만난 고씨는 1997년부터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고 이끌면서 주민들과 함께 문화공동체, 자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마을신문을 발간하고 벽화를 그리고 어린이날 놀이 한마당, 좋은 아버지 모임 등을 개최하는 일에 고씨는 10여년 간 헌신적으로 매진하고 있었다. 그는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며, 특히 반송처럼 작은 지역이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일들이야말로 책으로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역의 소소한 움직임들까지 포착해주는 출판사는 없었다.

2005년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고씨를 찾아갔다. 부산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지만 소중한 일들을 책을 통해 전국의 독자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고씨야 말로 첫 저자로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내자는 말에 그는 선뜻 확답을 주지 않았다. “내가 무슨 책을….” 그는 자기 이름으로 책을 펴낸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워했다. 애가 탔던 나는 재차 찾아가 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역으로 설득했고, 그는 그제서야 “한 번 정리해보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책이 나온 뒤 주민자치센터에서 출간기념회 겸 마을잔치를 열었다. 반송 주민들은 자신들과 고씨가 함께 만든 10년의 역사를 보며 뿌듯해했다. 이 책은 이후 산지니 출판사의 방향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단지 지방이라는 이유로 묻혀 버리고 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움직임들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는 암묵적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다.책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 나도 고씨도 순전히 ‘초짜’였으나,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인지 출간 작업은 순조로웠다. 저자는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땀의 결과물을 보내왔다. 원고 교정을 보고 편집을 거쳐 그 해 10월 31일 드디어 첫 책이 출판되었다.

올해는 산지니 출판사가 설립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변방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당신의 활동이 책이 될 수 있다”고 말을 건네는 출판사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강수걸ㆍ산지니 대표


한국일보ㅣ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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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 사람들 - 10점
고창권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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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꽃피우는 지역공동체 희망세상

 

희망세상은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로 발전하는 데 뜻을 같이하는 시민모임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주민들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고 인간존엄의 정신을 실현하여 따뜻하고 정이 흐르는 지역공동체 희망이 꽃피는 세상을 실현하려 한다. 세상사람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는 그날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지낼 때가 있었다. 어떤 삶을 살지 결정 못하고 선택을 미루고 있었다. 누구는 머리를 자르고 속세를 떠나 공동체의 삶을 선택하였고 취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K 선생을 처음 만났다. 선생 자신의 결혼식이 열린 모교의 금정회관이었다. 신부 측 하객으로 참석해서 신랑을 처음 대면했던 것이다. 그는 이후 반송에서 병원을 개원하였고,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마을을 가꾸는 일을 시작하였다. 그해 나는 취업을 선택하였고 직장생활을 시작하였다.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반송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10년 직장생활을 끝내고 2005년 2월에 부산에서 출판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반송에서 해운대 구의원을 하면서 병원 일을 하는 K 선생을 다시 만났다. 1998년 창립하여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였다. 상업성을 선택하기보다는 주변의 살아 있는 이야기에서 기획 출판을 시작하자는 출판에 대한 나의 초발심이 제안의 배경이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31일 『반송사람들』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를 만나고 통화하며 괴롭히는 시간이 지속되었다.


『반송사람들』은 부산 해운대 반송 지역 주민들과 그곳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실천적 삶의 이야기이다.

『반송사람들』책소개 더보기


반송은 부산 변두리에 위치하며 1968년부터 1975년까지 부산시가 도심의 판잣집들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으로 실시한 집단이주정책으로 철거민들이 옮겨오면서 마을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촌 동네, 못 사는 동네라고 은근히 멸시를 받아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10월 진주에서 열린 제5회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반송은 당당하게 최우수상을 차지하였다. 그 뒤에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활동 단체가 있었다.


『반송사람들』의 저자는 지역에서 개인의원을 열고 있는 의사이면서 1997년부터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모임을 만들고 이끌면서 주민들과 함께 문화공동체, 자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과 활동 내용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 나서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는 것이 주민자치이며, 작은 지역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네트워크’ 공동의장이자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황한식 교수가 전문가의 시각에서 반송형 모델에 대해 계속 분발을 촉구하고 내용의 추천사를 써주었다.


그렇게 책을 내고 산지니는 8년차를 지나는 중견 출판사가 되었고 2005년에 ‘희망세상’으로 이름을 바꾼 반송형 모델은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아이들이 놀러오고 아줌마들이 수다 떨고, 할머니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아빠와 이이들이 함께 캠프를 하는 마을의 사랑방이 되었으며, 카페와 도시락사업을 하는 마을기업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윗반송에 있는 문화 공간 '느티나무도서관'

 

구체적으로 ‘희망세상’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월 10일, ‘희망세상’을 방문하였다.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 중인 ‘희망세상’ 김혜정 회장을 마을기업 카페 ‘나무’에서 만났다. 김혜정 회장은 1997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질 때부터 실무로 일을 시작해서 이후 2005년 ‘희망세상’으로 조직의 이름을 바꿀 때도 그 중심에 있었으며, 지난 총회에서 ‘희망세상’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반송사람들』 출판기념회 때 얼굴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출산휴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활동을 다시 시작할 시점이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대면하게 되어 매우 반가웠다. 700명 조직의 수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고 부산문화계와 소통하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

카페 '나무'에서 마을공동체 '희망세상' 김혜정 대표를 만나다

카페 ‘나무’가 예술가와 접점을 찾고 아래반송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꿈꾼다는 김혜정 회장은 윗반송의 문화공간인 느티나무도서관이 희망세상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면 카페 ‘나무’도 아래반송에서 대중의 관심 속에 확대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2011년 11월 17일 오픈한 카페 ‘나무’는 영산대학교 학생들과 아래반송 사람들이 중심입니다. 3월 개학하면 예술가들이 마을 카페 ‘나무’를 발표의 장으로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전시의 공간, 후루꾸의 반란을 꿈꾸고 싶습니다.”


또 다른 마을 기업으로 도시락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이사업이 반응이 좋다고 한다. 제법 수익도 나는 모양이다.


“날마다 소풍 도시락 사업은 20개 이상이면 반송 이외 지역에도 배달을 합니다. 안락동, 센텀 등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하루 80개 판매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는 마을기업입니다.”


마을기업은 2012년까지 지원이 되지만 그 이후에는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생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회원 수 증가로 자생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산지역의 예술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등 부족한 점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고 또 지원도 필요해 보였다.


김혜정 대표

“마을 도서관에 사서가 있어 대출반납 기능이 작동되는 관리가 되어야 합니다. 부산시가 사서 인건비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강사료와 회원의 회비로 70만 원의 사서인건비 마련이 매우 힘든 실정입니다. 그리고 부산문화재단은 문화공간에 강사를 파견하는 강사 지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사립공공도서관에 대한 약간의 지원이 있어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원 700명의 회비가 실제적으로 큰 힘입니다.”


마을기업이라는 변화의 길을 선택한 희망세상. 2007년 NGO형 민간도서관이라는 선택으로 대중화에 성공하며 마을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지 5년. 갈 길이 멀지만 고민의 지점은 다른 마을도서관과 비슷하다. 공공도서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사서에 대한 유급지원이 필요하고, 예술가 등 강사의 지원을 통해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회원이 많은 느티나무도서관도 그동안은 회원의 자발성이 무기였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주변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마을기업 모델은 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단순한 조직이다. 마을기업처럼 작은 규모의 기업이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 산지니라는 조그만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얼마나 경영이 힘든지 경험하고 있기에 카페나 도시락사업을 하는 마을기업이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자유로운 개인의 연대와 협동을 통해 더 바람진한 사회와 도시, 마을을 만드는 총론에 동의하면서도 더 구체적인 전략과 성공사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하지만 15년을 버티며 성장한 풀뿌리의 힘을 믿고 싶은 마음이 걱정을 잠재운다. 스페인의 마을공동체 몬드라곤에 대한 책 두 권을 며칠 전에 읽었다. 몬드라곤은 기업 목표인 고용 창출을 위해 고객 중심(고객과의 전략적 협력), 발전(성장, 국제화, 시너지 효과 극대화), 혁신(혁신 경영, 기술 개발), 수익성(경쟁력 제고), 공동체 참여(기업의 책임), 협동을 하위 목표로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운동성과 사업성의 두 측면을 통일시키며 계속 성장하기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토론을 하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반송형 모델도 부산지역사회와 발전방향을 함께 토론하며 고민을 함께 나누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번 문화 생성지대 탐방을 통해 나 역시 대안 모색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강수걸: 산지니출판사 대표, 소통과창조를위한문화포럼 사무국장 역임

*부산문화재단 계간지 '문화공감'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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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동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반송동을 찾아가려고 해운대 바닷가나 신시가지 쪽에서 택시를 잡아타면 요금이 10,000원도 더 나옵니다. 같은 해운대구 내에 있지만 반송은 그만큼 해운대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반송 전경. 장산을 중심으로 윗반송과 아랫반송으로 나뉜다


충렬사가 있는 동래 안락로타리를 돌아 명장동, 서동을 거쳐 꽃시장으로 유명한 석대를 지나면 갑자기 창밖 풍경이 달라집니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논밭이 펼쳐지고 이제 부산을 벗어나 한적한 시외로 향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얼마간 가다보면 반송 마을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반송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길밖에 없어 189번, 112번 등 시내버스의 종점이고 그 너머는 기장, 울산으로 이어집니다. 반송은 부산에서도 끄트머리 변두리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 들었고, 산이 많은 부산의 지형상 평지가 모자라니 사람들은 산으로 산으로 판잣집을 지어 올라갔습니다. 자연히 산동네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부산에는 유난히 산복도로가 많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부산시는 도심재정비사업을 위해 이런 판자촌을 없앨 계획을 세우고 부산의 변두리 지역인 반송동, 반여동, 서동 등에 집단이주촌을 만들어 철거민들을 이주시켰습니다.

1970년대 반송천에서 머리 감고 빨래하는 아이들


반송은 1968년부터 1975년까지 수정동 산동네, 조선방직 부지, 경부선 철도변에 살고 있던 철거민들이 집단으로 옮겨오면서 마을의 기본 틀이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부산에서도 반송하면 ‘못사는 동네’, ‘교통도 안 좋고,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동네’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그런 반송이 20여년 설움의 세월 끝에 지난 2005년 10월 진주에서 열린 제5회 전국 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당당하게 최우수상을 차지하였습니다. 그 뒤에는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현, 희망세상)이라는 지역 공동체와 반송 주민들이 흘린 땀, 눈물, 노력이 있었습니다.

희망세상 :
1998년 생긴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7년동안 반송 지역에서 지역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희망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지역공동체. 행복한 나눔가게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느티나무 도서관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 돕기나 농촌 자원 봉사 활동, 좋은 아버지 모임 등을 꾸려 나가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http://www.sesang.or.kr/hope/main.html


스스로 놀라버린 어린이날 행사

어린이날 우리 아이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어린이날 놀이한마당’이었습니다. 1999년 운봉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회 어린이날 놀이한마당은 제2회부터 반송에 있는 동부산대학 캠퍼스에서 10년째 열리고 있습니다. 행사는 해마다 커지고 내용은 더 풍성해졌고 주민들은 이런 너른 공간을 제공해준 대학을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어린이날 놀이공원이나 북적대는 인파 속에서 시달리고 지친 경험이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습니다. 이제 어린이날 놀이한마당은 ‘희망세상’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면서 반송 지역의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지금은 소문이 나서 반송뿐만 아니라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들 찾아온다고 합니다.

반송에서 지역축제로 자리잡은 어린이날 놀이한마당



또 하나의 날개, 좋은 아버지 모임


초기 ‘희망세상’의 회원은 대부분 주부들이었습니다. 다양한 소모임이 꾸려지고 저녁 회의도 잦아지면서 주부 회원의 남편들은 퇴근해 집에 오면 저녁에 아내가 없다고 불평을 해댔습니다. 그러나 '마을'이란 지역공동체의 주체가 낮에 집에 있는 주부들만의 몫은 아니지요. 아버지이자 남편인 남성들도 당연히 마을의 주체입니다. 고창권 샘은 밤마다 술병을 들고 가정방문에 나섰습니다. 회원들의 집을 찾아가 남편들을 설득하기 시작한 거죠.

아이들과 아버지만 참가하는 '좋은 아버지 캠프'에서 아이들이 그려준 옷을 입고 의기양양한 아빠들


드디어 희망세상에 가입한 아빠회원들이 10명을 넘어섰고 정식으로 ‘좋은 아버지 모임’(조아모)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장산 해맞이 행사나 어린이날 행사, 집회활동 등 지역현안문제에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거, 거의 머슴 돌쇠 수준으로 부려 먹는구만’ 푸념을 하기도 했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힘도 좋은 아빠회원들은 여러 활동에서 유감없이 실력발휘를 했습니다.


'좋은 아버지 캠프'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도전 골든벨 - 아빠가 즐겨보는 TV프로는?



빈 벽에 그리는 희망, 벽화 그리기

벽화 2호는 반송1동 진입로 벽에 어린이동화를 주제로 그린 그림인데, 주민들이 힘을 모아 벽화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다고 합니다. 마침 한 주민이 수고한다며 집에서 국수를 삶아왔는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자며 스무 번은 넘게 사진을 찍더니 정작 방송에는 국수 가져오는 장면이 안나왔다네요. 사람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답니다.

반송1동 입구에 그려진 벽화2호. 벽화를 직접 그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통일가족기행

희망세상 회원들이 여비를 조금씩 모아 통일가족기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체험활동이나 짧은 역사기행은 많이 했지만 3박4일 동안 아이들까지 데리고 통일을 주제로 하는 기행은 처음이었고, 33인승 버스를 빌려 타고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숙식은 야영으로 해결하는 만만치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한국전쟁때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진 경산의 폐코발트광산을 시작으로 천안 독립기념관, 광릉수목원, 오두산 통일전망대, 임진각을 거쳐 연세대에서 열린 통일대축전까지 참가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여행이었습니다.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며...


교육, 복지, 문화가 함께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

2000년대 초 반송에는 네 개의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그 중 한 학교는 학교 형편상 1,2학년에게는 급식을 안했습니다.

'오늘도 밥을 못 먹었다.  내일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당시 한 저학년 학생의 일기내용입니다. IMF 이후 가정은 붕괴단계에 있었고 저소득층이 많은 반송 지역에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힘든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일기내용은 결국 교육청에까지 전달되었고 저학년 급식을 위한 추가예산이 지원되었습니다.

희망세상에서 실천한 교육복지사업 중 가장 인기프로그램인 '청소년 농촌 활동'에서 땀흘리며 배우는 아이들


반송의 세 개 중학교와 희망세상이 연계해 실시하는 농촌봉사활동과 청소년 문화축제는 반송지역의 특성을 잘 살린 사업으로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학부모들도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고, 학생들도 새로운 세상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므로 참여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반송동 주민자치센터와 희망세상을 방문한 일본 치바대학 나가사와 교수와 학생들


지금 반송은 한마디로 잘나가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땅값이 오르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라, 주민들이 행복한 동네가 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부산에 도서관이 있는 마을이 얼마나 될까요. 반송에는 느티나무도서관이라는 마을도서관도 생겼습니다. 해운대구에서 지어준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십시일반하여 부지를 구입하고 건물, 내부 인테리어, 장서 등은 책사회(책읽는사회국민운동본부)와 기업체의 지원, 자체적인 조달, 또 이러저러한 도움의 손길로 마련했다고 합니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주민자치활동과 자발적인 지역주민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으로 손꼽히며 견학도 많이들 온답니다. 멀리 일본에서도요.


고창권 지음

부산 해운대 반송 지역 주민들과 그곳에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가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실천적 삶의 이야기이다. 주요 지역 활동으로 마을신문 발간, 벽화 그리기, 다양한 소모임 활동, 어린이날 놀이 한마당, 좋은 아버지 모임,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운동이 소개되고 있다.



<반송사람들>의 저자 고창권은 어린 시절 부산 해운대 반송에서 자랐으며 의과대학 졸업 후 부산경남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였다. 1995년 반송에 해인의원을 개원하면서 지역주민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1998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주민모임을 만들어 이끌면서 지역 활동에 전념하였다. 2005년 <반송사람들>이란 책을 써 주민들과 함께 문화공동체, 자치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과 활동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5년간 지역주민모임을 이끌면서 창의적인 지역 활동의 여러 모범을 만들었으며 200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여 현재 해운대구 구의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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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조용래 2009.05.04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희망세상회원입니다. 저희단체 소개를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 놓으셨길래 제 블로그로 퍼갑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 바랍니다. 끄벅OTL

  2. 지나가는 행인 2009.06.19 17: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근데 어쩨 제목이 글쓰는 사람으로써, 좀 그러네요..(물론 반송에서 살았던 1인으로서도 말입니다.)

    • 산지니 2009.06.19 2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나가는 행인님. 제목은 <반송사람들> 속의 구절을 일부 빌려온 것인데 맘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책을 쓴 고창권 샘도 30여년 넘게 반송에서 살아오면서, 특히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산, 아니 전국 어느 동네에서도 해내기 힘든 일을 반송사람들이 해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제가 비록 반송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요.

  3. 지나가는 행인2 2014.05.26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한마디 남길게요.

    사실 반송은 지역적으로 중간에 석대동이라는 그린벨트지역으로 떨어져 있어서 더욱 그 지역을 돋보이게 하는 측면은 있습니다. 물론 부산의 낙후된 지역 중 한 군데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사실 알게 모르게 부산은 그런지역이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신 반여, 서동 등 외에도 재송 그리고 멀리 만덕, 영도, 그리고 아예 서구나 사하구쪽은 전체지역이 낙후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감만, 보수동, 안창마을 등등 매우 많지요. 다만 반송이란 지역이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지역적으로 끄트머리에 있고, 인접지역과 떨어져 있다는 점이 이 지역을 더 특수하게 만들지요.

    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입니다.
    반송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러한 활동이 무척이나 대단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너무 안좋았던 면만을 강조하는것조차 별로 좋아보이지 않네요. 반송사람들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이런 글을 퍼왔다고 한들, 못살고 낙후된 동네였다고 계속 언급하는 것을 반송사람들이 더 좋아할까요? 제 생각에는 이는 반송사람들에게 더 상처를 주는 일이며, 저런 활동을 한 몇사람에게만 공이 돌아가는 행위 아닐까 싶네요. 일례로 고창권씨는 애초에 의사로 잘 사는 사람인 것이고, 지역사회의 운동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정치권에 들어가서 구의원, 국회의원후보, 시장후보에도 나오고 있더군요. 오히려 저 사람이 자신의 스펙을 위해 반송을 이용한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제가 지역사회운동에 대해 퍼온님만큼 많이 알지 못해, 저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는 모르겠지만, 사실 반송에는 이미 다른 지역과 달리 시립도서관도 있고, 대학교도 2개나 있어, 도서관시설을 활용하기에는 다른지역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현재는 오히려 이용자가 줄어 열람실을 줄였을 정도이지요) 그런과정에서 생긴 느티나무 도서관,. 왠지 제 생각에는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일종의 성과) 만들기 위해 한 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그런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 어떤 일이든 순기능이 있는 반면 역기능도 있습니다. 지역사회운동을 하는 분들을 기본적으로 존경합니다. 저 또한 서울의 모 지역에서 야학교사 생활을 했기에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이런 이런 일을 해냈다고 책을 쓰기 시작하고, 그러한 유명세로 정치권에 나간 사람이라면, 그 책의 내용이 어떤 의도로 씌였건 간에 일단 목적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치계로 나가기 위해 자신을 알리는 목적이 크게 된 셈이지요. 그런데 책에 묘사된 반송지역은 어떻습니까? 아이러니컬하게도, 반송 사람들이 해냈다고 하는 일이 대단하다고 할수록, 책에는 반송의 낙후된 모습을 지나치게 대비해서 많이 보여줄수밖에 없고, 그러한 점은 오히려 지금도 묵묵히 살아가는 반송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또한 이렇게 퍼나르는 행위도 물론 그에 일조할 수 있는 것이구요.

    어차피 이런글조차 이 블로그에 쓴다는 것이 웃길수 있다는 거 압니다. 왜냐하면 자기 출판사에서 낸 책을 홍보하는 것은 자본주의관점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댓글을 보면, 적어도 과거 그리고 현재 반송사람들이 이런글들이 알려지고 서로 퍼가는 것을 좋아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것에 대한 배려는 없는것 같네요.

  4. 반송역사가궁금... 2015.04.07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한다 반송의 역사적배경을 알수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