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16세월호참사3

[다시 읽는 소설] 조명숙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③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 수록된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를 연재합니다. 점심의 종류 조 명 숙 “ 시신도 만져 보지 못한 채 유미가 사라졌다. 그런데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 마지막 화 검찰은 사고 직후 종적을 감춘 선주를 찾느라 법석이나 떨고, 매스컴은 선주의 비리를 캐는 데 열을 올리기나 할 뿐, 사고의 원인 규명이 점차로 유야무야되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애를 두고 혼자 빠져나올 수 있어? 죽더라도 같이 있었어야지. 참고 또 참았던 말을 결국 영애는 내뱉고 말았다. 시신도 만져 보지 못한 채 유미가 사라졌다. 그런데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국정조사, 청문회, 재판 같은 절차는 마치 사고 기록 지우기를 목표로 한 듯 차근차근 진행되었지만 원인을 먼저 규명하.. 2017. 4. 19.
[다시 읽는 소설] 조명숙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②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 수록된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를 연재합니다. 점심의 종류 조 명 숙 “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서 유미의 죽음이 심연처럼 가라앉을 때, 마침내 고통은 고통끼리 부딪쳤다. ” 2화 영미가 숟가락을 뺏으려 한다.“미장원 갔다가 옷도 좀 사자.” 완강하게 뿌리치면서 영애는 쟁반을 들고 뒤로 물러난다. 영미가 깬돌의 모서리처럼 모난 눈으로 노려본다. 그러고 보니 영미는 방금 미장원에 다녀온 모양이다. 사흘 전보다 머리가 조금 짧아졌고, 헤어에센스 냄새도 난다. 물 한 모금 마신 영애는 영미가 가리고 있는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목을 뽑는다. 중학생 모자를 쓰고 교복을 입은 장동건과 원빈이 구두를 구경하고 있다. 선.. 2017. 4. 17.
[다시 읽는 소설] 조명숙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①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조명숙 소설집 『조금씩 도둑』에 수록된 단편소설 「점심의 종류」를 연재합니다. 점심의 종류 조 명 숙 “ 캡을 쓰고 작업복을 입으면 유미가 사라지기 전의 시간 속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어코 되돌려 놓고 싶은 순간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 1화 블라인드를 올리고 밖을 내다본다. 육 층에서 내려다보는 바깥은 고요하다. 이른 가을, 잔잔한 바람이 지나가는지 화단의 나뭇잎이 아주 조금 흔들린다. 숲에는 떨어진 나뭇잎이 이끼와 돌을 덮고 있을 즈음이다. 현관을 나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숲으로 가는 길이 있다. 오십 미터 간격으로 의자가 있고, 의자 아래에는 담배꽁초나 껌 같은 것이 떨어져 있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오가고, 가끔은 개들도 지나가는 길이다. 숲에서는 여전히 .. 2017.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