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 제1호 '다시 지역이다' 출간


5·7문학협의회의 정신을 기리고, '5·7의 마음'을 오늘의 지역문학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활동이 시작됐다. 5·7문학 무크 제1호 '다시 지역이다'(사진)가 산지니출판사에서 최근 나왔다. 무크는 부정기간행물을 뜻한다. '다시 지역이다'를 기획하고 엮은 편집위원은 강동수 소설가,구모룡 문학평론가, 최영철 시인이다. 5·7문학협의회는 소설가이자 민주화운동가 요산 김정한 선생이 주도해 1985년 5월 7일 부산에서 결성한 문인단체이다. 구성원은 모두 부산의 문인이었다. 군부독재가 절정에 이른 시기에 출범한 이 문인 결사체는 민주화운동에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부산작가회의의 뿌리가 됐다. 무엇보다 여기 참여한 문인들은 저항도 했지만, 작품도 잘 썼다. 이렇듯 뜻깊은 참여와 창작의 전통과 정신을 오늘의 지역문학현장으로 가져와서 살리자는 것이 이번 무크지 '다시 지역이다' 발간에 담긴 뜻이다.

편집위원 세 사람은 '1980년대 이후의 문학과 지금-이곳의 문학이 갈 길'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내용을 책에 실었다. 이 대화는 '5·7문학' 지향과 활동 방향을 보여준다. "전지구적인 위기를 감지하는 곳도 여기고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을 건져올리는 곳도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최영철)

"그것은 피상적인 관념이 아닌 실체요, 구체라는 점에서 지역은 늘 저에게 처음을 되묻고 현재의 당면한 문제를 감지하고 돌파하게 하는 힘의 원천입니다."(최영철)

"5·7문학은 지역성에 토대를 두면서 우리 시대의 화두를 리얼리즘 정신 속에서 새로이 제기하는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강동수)

"문학이 구체를 놓치고 추상과 관념을 경배할 때 자기도 모르게 세계의 속박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구모룡)

"그렇다면 답은 다른 방법으로 찾아야 하는데 그 답이 저는 예전과 같은 소집단 운동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그렇게 다시 가난해지고 다시 외로워져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문학의 하향 평준화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최영철)

이 책에는 조성래 조향미 성선경 이응인 성윤석 등의 신작 시, 조갑상 강동수 정영선 허택 소설가의 신작 소설, 최영철 시인론(허정 평론가)과 윤정규의 '얼굴 없는 전쟁' 비평(전성욱 평론가) 등을 실어 새 기운과 읽을거리를 다 갖췄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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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역이다 - 10점
5.7문학 편집위원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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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0년 전 그날 기념만 잘해도 부산 예술문화 돌파구 열린다


화국반점 거사 재연



지난 7일(5월 7일) 부산 중구 동광동 화국반점에서 '화국반점 거사'를 30년 만에 기념하고 재연하는 뜻깊은 행사(사진)가 조촐하게 열렸다. 30년 전 화국반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5년 5월 7일 화국반점 2층에 '열 명이 조금 넘는' 부산의 문학인이 모였다. 저항과 참여의 상징 요산 김정한 선생이 좌장이었다. 윤정규 이상개 조갑상 오정환 김문홍 류명선 강영환 구모룡 최영철….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그 시절, 이들은 경찰과 기관원의 감시를 피해 그날 이 자리에서 '5·7문학협의회' 결성을 선포했다.


5·7문학협의회(이하 5·7)는 쟁쟁하거나 패기 넘치는 부산의 문학인들이 뜻을 모아 폭력과 압제투성이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활동을 펼친 단체다. 돌이켜 보면, 독재에 저항한 예술인 모임 5·7문학협의회가 없었다면 부산 문화는 부끄러워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던 전국 단위 문인 모임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1974년)가 1987년 9월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 개편한다. 그해 11월 5·7도 '부산민족문학인협의회'로 확대 개편한다. 이 단체가 결국 지금의 부산작가회의로 이어지면서 부산 예술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지난 7일 화국반점에서 열린 '5·7문학협의회 30주년 기념모임'은 최영철 시인과 구모룡 문학평론가가 주도했다. 30년 전 이 자리에서 5·7의 출범식에 직접 참가했던 문인들이 함께 자리했고,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진과 소설가 시인 등 후배 문인도 왔다. 참가자는 모두 20명이었다. 구모룡 평론가는 '진보적 문학 전통의 복원과 계승-1980년대 문학운동과 57문학협의회'라는 뜻깊은 글을 발표했다.


이 행사가 무척이나 반갑고 뜻깊었다. 제대로 기념만 잘해도 예술문화의 돌파구는 열 수 있다. 한국 예술가들이 입만 열면 했던 말이 "파리에 갔더니 사르트르가 앉았던 카페의 테이블을 그대로 보존해놨더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갔더니 대단하더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였다. '사르트르 카페'든 대영박물관이든 결국 출발은 기념과 보존이고, 이것만 잘 해도 예술문화의 돌파구는 연다.


현대 부산 예술사와 사회운동사에서 의미가 큰 5·7은 30년 전 결성 장소인 화국반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같은 영화를 찍을 만큼 옛 모습을 잘 간직했다.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문학인들도 있다. 후배들은 부산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게 갖춰져 있는데도, 그간 화국반점에서 요산문학제 뒤풀이는커녕 5·7을 기념하고 재조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다는 점은 서글프고 아프다. 


   

구 평론가가 이날 발표한 글에 따르면, 5·7과 관련해 바로잡아야 할 기록과 사실관계도 적지 않다. 문단 선후배들이 모여 자신들의 소중한 전통을 더욱 잘 가꾸고 나누는 모습을 기다린다.


조봉권ㅣ국제신문ㅣ201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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