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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1 인터뷰 ::『마르타』, 장정렬 번역가 (4)


 안녕하세요. 414.입니다.

 저는 지난 2월 4일 목요일, 장정렬 번역가를 만나 뵀습니다. 질문을 드리고 여러 말씀을 들으며, 엘리자 오제슈코바 作 『마르타』의 여운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정렬 번역가는 자상하고 유쾌한 분이셨습니다. 중간중간 농담을 하시는 걸 좋아하셨고, 질문 하나에도 진지하고 성심껏 대답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 후에는 따로 제 메일을 통해 독자들의 서평과 에스페란토 발표 자료를 보내주시는 등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은 정말 즐거웠고, 게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참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도 『마르타』를 색다르게 즐기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장정렬 번역가









 『마르타』는 여성, 노동 소설로서 주인공 ‘마르타’는 매우 처절하고 아픈 삶을 살아가는데요. 마르타를 가장 고통스럽고,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당시 폴란드 사회나 1900년대의 한국 사회가 비슷하더군요. ‘마르타’는 사회로부터 아픔을 얻었다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 사회와 한국 사회를 비교해보면 폴란드도 한국 못지않게 어려운 시대를 앓았습니다. 사회적 문제도 다양했고요. 특히, 남성 위주의 사회다 보니 여성이 직업을 얻는 게 어려웠다는 게 작품에서도 드러나죠. 또 아이가 있으니까 더 취업하기가 어려웠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남편도 여의게 되니 심적으로 부담감이 상당했을 겁니다. 저도 그 비참한 시대상이, 마르타가 처한 현실이 ‘마르타’를 가장 아프게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르타’가 사회에 나와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선 그녀는 사회생활에 뛰어들어야 하는 실제적인 삶에 맞닥뜨리지 않았습니까. ‘일자리’가 생겨야만 일을 통해 소득이 생기고 생활이 안정될 텐데…. 저도 때로는 ‘마르타’와 비슷한 문제에 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계 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국제 무역을 배웠는데 둘은 전혀 다른 학문이죠. 그러면 종종 물어보세요.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이냐”고. (웃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일종의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면, ‘기술을 갖고 있거나, 교육적으로 준비되어있거나’와 같이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지금의 일자리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표와 준비가 꾸준하고 명백해야 합니다. 사회에 내던져진 ‘마르타’로서는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당장 사회에 나갈 수 있다는 ‘준비’가 아닐까요.


 저는 글을 읽으면서 ‘올레시우’가 인상 깊었습니다. 폴란드 사회상과 보편적 인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 생각했거든요. 혹시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이 있으신가요?

고민하는 장정렬 번역가

 구라고 꼭 집어 말하기 그러네요. 이 작가분이 인물 묘사를 정말 잘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서구의 작가들은 사람에 대한 묘사가 정말 치밀합니다. 독서가로서 항상 책을 읽고 있지만, 저는 작가들의 그 치밀함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인물의 묘사를 생각해봤을 때, 저는 ‘마리아 루진스카’가 몹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마르타’를 돕기 위해 정말 많은 시도를 합니다. 작가는 ‘마르타’를 향한 그녀의 측은지심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죠. 그런데도 사회가 마르타를 받아 주질 못한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마르타』는 산업화, 근대화 과정의 폴란드에서 여성의 문제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여성 문제가 존재하는데요. 사회 속에서의 여성의 역할이나,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 1970년대나 80년대 이전부터 그런 문화가 관례로 행해져 왔는데, 요즘은 많은 사람이 자각해서 그런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이 많죠. 특히, 여성이나 많은 노동자의 인권문제는 개선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변화가 더딘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남녀가 취업하는데 성에 대한 장애나 벽이 없는 거겠죠.


 『마르타』는 ‘폴란드어-에스페란토-한국어’의 과정을 거쳐 번역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에스페란토’는 독자에게 매우 생소한데, ‘에스페란토’는 무엇인가요?

 스페란토는 1859년도에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 ‘자멘호프’가 만들었습니다. 그가 살던 곳은 당시 러시아령의 도시로서 폴란드·독일·유대·러시아의 네 민족이 섞여 살았습니다. 그는 이민족 간의 불화 원인이 언어의 다름으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출발한다고 믿었죠. 그래서 사람들의 말이 똑같으면 좀 충돌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국제어’를 제안하게 됩니다. 자멘호프는 필명이 ‘에스페란토’였는데 사람들은 ‘에스페란토 박사’라고 불렀어요. 점점 ‘에스페란토 박사가 만든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자 그 명명을 간편하게 하려고 그의 필명을 따 ‘에스페란토’라고 부른 것이죠.

자멘호프 Ludwig Lazarus Zamenhof, 출처:두산백과

 동양의 에스페란토는 일본, 한국, 중국의 유학생들이 시작합니다. 중국에는 루쉰, 한국은 김억 선생 같은 분이 계시죠. 김억 선생은 당시 폐허라는 동인지를 냈는데 그때 폐허의 표지에 에스페란토 시가 실려 있습니다. ‘La Ruino’라는 시죠. 서울대학교의 김윤식 교수도 후에 에스페란토에 관심을 가지고 논문을 썼습니다. 일제에는 다양한 정치적 색깔을 가지신 분들이 에스페란토를 배웁니다. 정지용의 ‘이른 봄 아침’이라는 시에는 에스페란토를 흥얼대는 문장이 나오기도 해요.

새새끼와도 언어수작을 능히 할까 싶어라.

날카롭고도 보드라운 미음씨가 파다거리여.

새새끼와 내가 하는 에스페란토는 휘파람이라.

새새끼야, 한종일 날어가지 말고 울어나 다오,

오늘 아침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처럼 외로워라.

 (정지용, 이른 봄 아침」 中에서)

 세계 에스페란토 협회가 있는데 매년 7월 말쯤 되면, 한 주간 세계 여러 사람이 모여 행사를 합니다. 작년이 100회였어요. 내년 서울, 한국 외국어 대학교에서 102회를 연다고 하네요. 에스페란토 사용자의 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각지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엘리자 오제슈코바는 ‘폴란드인의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저명한 작가입니다. 그만큼 작가의 작품 활동이 매우 왕성하고 활발했는데, 그 중 『마르타』를 번역하게 되신 동기가 있으세요?

 가가 유명하신 분인 줄은 저는 사실 몰랐어요. 나중에 자료를 보니, 당시 노벨상 후보로 오르기도 하셨더군요. 저는 번역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마르타』를 누가 지었는가에 대한 관심은 사실 없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유명했으니까, 한국에서도 번역하면 어떻겠냐”라는 말을 듣고 일본에서 『마르타』 에스페란토 본을 일단 사게 된 게 계기였다면 계기겠죠. (웃음) 제가 이제 지인 중 폴란드 출판인이 한 분 계시는데, 이분도 이메일 인터뷰 요청을 하셨고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왜 마르타를 선택하게 됐는지. 신기하군요.

『마르타』를 번역한 장정렬 번역가


 『마르타』를 번역하실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리자 오제슈코바 작가의 특징은 아주 섬세하게 표현한다는 점이에요. 문장이 길어서 호흡을 같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문학적인 감성도 전달하기가 어려웠죠. 예를 들면 에스페란토나 폴란드어로는 주로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써서 번역할 때 그대로 적어 냈는데, 우리말 같은 경우는 접속어가 다양해서 편집자분들께서 ‘그러나’, ‘그런데’, ‘그리고’ 등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문맥을 환기할 필요가 있어서겠죠. 편집자분들이 매끄럽게 하신다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말로 보기에는 낯선 문장이 많을 텐데, 여러 번 다듬어 더 멋진 문장으로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해요.


 한국어 번역을 시작하시면서 가장 바라고 기대하신 것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책이 출간되면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억지로 읽어달라는 건 아니지만(웃음). 요즘 대중들에 관심에서 책이 멀어졌다는 게 아쉽습니다. 전자매체에서 받을 수 있는 감동은 책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도서관의 신’, ‘책의 신’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여러 매체나 강의에서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흔히 하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또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만난다고 해요. 도서관에 가게 되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는 거죠. 장르와 관계없이 책을 빌리고, 또 읽는 행위는 다른 책을 빌리는 계기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많은 분이 책을 읽어 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번역한 다양한 책들과 장정렬 번역가



 '마르타'가 처한 현실은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는데요. 아마 요즘 세대의 취업 현실과 맞닿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르타’를 읽는 20대 독자께 한 말씀 해주세요.

 제도 중요하고, 오늘도 중요하고, 내일도 중요해요. 하루하루는 연속되어 있습니다. 내일이라고 해서 오늘하고 전혀 다른 내일은 없어요. 어제와 오늘은 연결되어있고, 오늘과 내일은 연결되어있습니다. 제가 지금 번역 일을 하는 것도 그동안 번역 일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 있는 거죠. 또 오늘 이렇게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내일도 내일 일을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오늘 할 일을 해야만 하는 거겠죠. 우리 사회의 속도는 너무 빠르잖아요. 좀 어지러울지도 모르지만, 북극성처럼 높은 목표라도 그 꾸준함만 있다면 내일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르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역자의 후기에서 ‘세상 살아가는 맛이 나나요?’라고 질문 하셨습니다. 이번엔 제가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요즘, 세상 살아가는 맛은 어떠신가요?

 을 때는 그저 세상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십 대에 들어서니까 세상이 좀 팍팍해요. 건조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연결되어 있듯 우리는 여러 사람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주변을 돌아보고 관계를 다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립된 인생의 맛은 너무 써요. 사람과의 관계는 쓴 커피에 설탕을 뿌리는 거죠. 저는 요즘 인생의 맛이 너무 쓰지 않도록, ‘약간의 설탕을 가미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말씀 적는 장정렬 번역가




 장정렬 번역가는 인터뷰를 마치고, 저에게 덕담 한 말씀과 사인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장정렬 번역가의 덕담과 사인. 응원받은 414.



 사인은 장정렬 번역가의 에스페란토 성함이라고 합니다. 응원도 해주셨습니다.

 인터뷰 시간 동안 힘드셨을 텐데도, 장정렬 번역가는 에스페란토에 관심을 보이는 제게 내일 당장 월 5만 원에 강습할 수 있다는 농담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유쾌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긴 시간 동안, 또 다른 『마르타』를 아낌없이 보여주신 장정렬 번역가께 감사드립니다.





마르타 - 10점
엘리자 오제슈코바 지음, 장정렬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