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현실 "풀잎에 매달려 있는 이슬"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 13년 상인운동 기록 '골목상인 분투기' 펴내
자영업은 산업 구조적 문제로 접근, 근본적 치유 필요
지역화폐와 제로페이 혼합하면 실패 확률 높아

■ 방송 : 부산CBS 라디오 <라디오매거진 부산> 표준FM 102.9MHz(17:30~18:00)
■ 진행 : 김정현 아나운서
■ 대담 :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거대한 대형마트, 골목상권까지 파고드는 대기업에 맞서 오랜 세월 고군분투해왔습니다. 그간의 이야기를 엮어 '골목상인 분투기'라는 책을 펴내셨어요.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 만나봅니다.

◇ 김정현> 안녕하세요. 활동가 이전에 상인이셨어요. 원래 어떤 일을 하셨죠?

◆ 이정식> 소매점에 두부, 어묵 등 먹거리를 납품하는 일을 했습니다.

◇ 김정현>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 아닙니까? 다들 아우성치는데 어떻게 상인운동 전면에 나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이정식> 아무래도 아주 절박한 마음이 생기면 뭐라도 할 것입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 2006년 부산에 출점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대기업에 우리 생존권, 사업장을 다 내 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습니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습니다. 특히 2000년 해운대에 이마트가 들어온 이후 주변 지역 상인들은 피해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피해가 너무 커 어려운 상황을 경험했던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두 번 다시 당하지 말자 하는 그런 생각이 있었고 특히 대기업이 어떻게 구멍가게까지 하는가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국가도 문제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에게든 우리 문제에 대해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자 그렇게 생각해서 시작했던 거죠.

◇ 김정현> 그래서 어떻게 되셨어요. 첫 싸움의 결과는 어땠나요.

◆ 이정식> 그때 저희가 2008년 2월에 첫 집회를 했는데 몹시 추운 겨울이었죠. 그때 해운대 홈플러스 앞에서 상인 200명이 모여 집회를 하고 그때 제가 삭발을 하면서 피해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점포 출점을 막지는 못했어요. 중요한 것은 지역 언론이 대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됐습니다. 대기업이 서민 경제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보도가 나가니 결국 홈플러스에서 추가 출점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까지 부산에서 추가 출점을 하지 못했습니다.

◇ 김정현> 처음에 상인이셨다가 지금은 아예 상근을 하고 계신 거죠?

◆ 이정식> 2년 전에 상근직으로 전환했는데 11년 정도는 봉사 형태로 또는 우리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주체자로 나섰던 상황이었죠. 그러다 보니 제 업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고 상인회장을 비상근이라도 하기 어렵다. 사업이 너무 어려우니까 다른 분을 좀 구해서 하면 좋겠다고 이사회와 확대 임원진에 통보했는데 한 달 반 만에 돌아온 것은 상근 회장을 맡아서 해달라고 많은 회원이 그렇게 이야기했죠. 무엇보다 제 아내가 사업하는 것에 대해 너무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업 안 하면 불안감이 없어지겠다고 해서 결국 아내의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 김정현> 참 길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오셨는데요. 이번에 책을 내셨습니다. 골목상인 분투기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이정식> 책을 편다는 것은 여성분의 산고에 해당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저같이 역량이 떨어지고 형편없는 사람이 책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여건도 안됐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노동운동, 학생운동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그 기록을 토대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상인들 이야기는 대기업과 일어난 문제점으로 투쟁했다. 해결되든 해결되지 않든 그냥 하나의 가십거리, 뉴스거리로 끝이 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죠. 철저하게 어떤 상황에 대한 과정, 결과 그런 부분을 기록문화로 남겨야 이게 나중에 제도적으로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13년 동안 상인들이 대기업과 싸우는 과정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들었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은 없는지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제 살을 도려내듯이 상인들의 부끄러움도 민낯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대기업과 일부 상인이 결탁하는 음성적인 기금 문제가 많았는데 상생기금이라는 허울로 씌워 대기업 돈 몇 푼에 자기의 상권을 팔아버리는 이런 부분은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록 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또 하나는 못나고 실력 없는 회장을 믿고 따르는 회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가족, 아내에 대한 솔직한 심정은 가장으로서 부끄럽고 그런 미안함을 책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부분을 토대로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다. 단 역사적인 기록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실명과 실제 일어났던 사실관계를 정확히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내게 됐습니다.

◇ 김정현> 사실은 극한투쟁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만큼 중소상인들의 목소리가 미약하다는 얘기겠죠.

◆ 이정식> 어떻게 하면 이렇게 어려운 절절한 내용을 사회가 알아줄까 사회와 시민사회가 알게 하기 위해서는 언론 방송에서 관련된 내용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할 방법이 뭘까 해서 제가 2번의 단식을 하게 된 거죠. 2010년 2월에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법 개정을 위해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7일간 단식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그때 당시 전통상업보전구역 500m 안에는 SSM이 등록하는 것을 구청장이 제한할 수 있는 그리고 또 상생법으로는 대기업이 가맹점까지 진출했을 때 대기업 자본이 51%만 들어가면 제한할 수 있는 사업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개정을 통해 만들어 냈으니 상당히 큰 효과는 있었습니다.

또 부산 이마트 타운 연산점 입점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고 대기업과 일부 상인의 결탁 의혹이 소문으로 나오면서 문제 제기를 했던 도심 중심에 산을 깎아 복합쇼핑몰이 들어온다. 이럴 때 지자체장이 영업등록을 제한하지 않으면 문제 있다고 생각하고 안 된다고 모두가 얘기할 때 할 수 있는 방법이 저 스스로 회장으로 책임지는 모습 그때 17일간 단식을 했죠. 물론 단식 4일째 만에 구청장은 영업 등록 인가를 수리하더라고요. 구청장의 평상시 태도를 볼 때 충분히 예견했던 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게 상인들의 의식이 달라졌습니다. 사회를 보는 눈이라든지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 이런 부분이 많이 달라졌고 그 내용이 나중에는 상인들 만명이 모이는 궐기대회를 하거나 지역상권 활성화 대회를 여는 큰 힘이 됐습니다. 그 사건 전과 후는 상인들의 정치의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실패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 김정현> 물론 다는 아니지만 일자리 시장에서 밀리고 밀려서 마지막으로 자영업을 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땅에서 상인, 자영업자로 산다는 것은 뭘까요?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이 6일 부산CBS <라디오매거진 부산>에 출연해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과 상인운동 분투기 등을 밝히고 있다. (사진=부산CBS 박상희 기자)

 

◆ 이정식> 한때는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이 자기 가게를 여는게 꿈인 시절도 있었습니다. 자기 특화된 차별화된 능력을 키워보겠다. 요즘은 그런 부분은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일자리가 없어 밀려 나와서 그나마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식당을 열거나 슈퍼를 하거나 납품을 하거나 이런 고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자영업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은 그나마 마지막 희망의 보루입니다. 내 아이들 학교도 보내야 하고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어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나를 채용해줄 데가 없다는 거죠.

지난주에 한 상인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요즘 경기에 그나마 빚에 쪼들려 살더라도 업이라도 돌아가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면 좋겠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든다. 지금 지탱도 어려운데 옆에 계속 새로운 경쟁 점포가 생기고 대기업이 들어오고 하니까 나는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다. 이것마저 무너지면 내 목숨을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위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자영업자들 상황은 풀잎에 매달려 있는 이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거죠.

◇ 김정현> 열심히 발버둥을 쳐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어디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보세요?

◆ 이정식> 지금 대기업 시스템에서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런데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는 부분이고 지금 자영업 현실이 이렇게 극단적인 부분 과당 경쟁이 왜 이렇게 심해졌을까 하는 부분은 원인부터 파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부의 자영업 정책이 오로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자영업이 퇴출당하게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그런 정책을 취하려고 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진입을 제한하는 그러면 자영업마저도 못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사회에서 문제 제기를 했었는데 자영업 퇴출과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 말고는 일부 금전적인 지원 말고는 사실은 없었거든요. 저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어떤 문제점에 대해 접근하려는 방식이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을 위해 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단 하나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이 중소기업이라든지 이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인식이 돼 가고 있다는 차기 정부는 더 그렇게 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건강한 자영업의 생태계가 유지되면서 안에서 경쟁을 갖출 수 있도록 그렇게 산업 구조적인 부분이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경대에서 자영업 관련된 심층 공부를 하고 있는데 대기업이라든지 특화된 산업에 대한 관련 논문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자영업, 중소상공인 관련 논문은 대다수는 전통시장이라든지 또는 활성화 지원 정책에 대한 논문은 그나마 있습니다. 정부에서 용역비를 주고 하니까 그런데 실태 파악을 해서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한다는 논문은 많이 없습니다.

◇ 김정현> 부산에서 큰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 이정식> 지역화폐가 제대로 된 정책에 의해 발행된다면 한 달에 2번 휴무하는 대형유통업체 의무휴업보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중소상공인의 매출을 증대해 골목상권에 대한 활성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산시가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있습니다.

그게 뭔가 하면 저희가 부산시에 요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성공사례를 보고 그것을 벤치마킹해서 어려운 부산의 중소상공인 지역경제를 살리자 하는 취지였는데 부산시가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된 실용적이지 않다고 벌써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제로페이 정책하고 혼용해서 지역화폐를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는데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그 취지는 훌륭합니다만 상인들만의 문제로 접근하는게 아니고 소비자와 같이 평등한 선에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올 수 있는 유인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소득공제 40%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체크카드를 사용해도 소득공제 30% 됩니다. 그런데 소득공제 40% 받기 위해서는 연 소득의 일정 부분은 소상공인 관련된 지출로 사용이 돼야 하고 또 40%라는 부분이 지금 눈에 보이지 않으니 혜택으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주 불편하죠. 제로페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형마트, 백화점, 전국 어디든 사용 가능하다는 겁니다. 지역 내에서 선순환해야 지역화폐와는 개념이 다른데 이것을 혼합시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2개 다 실패할 수 있는 그런 확률이 아주 높다는게 문제입니다.

◇ 김정현> 오랜 시간 애를 쓰셨는데.... 성과랄까? 변화가 좀 있나요?

◆ 이정식> 부산시정이 25년 만에 바뀌면서 처음에는 저희도 변화가 느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과연 그게 변화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것을 지역화폐를 통해 많이 느꼈습니다. 이런 거죠. 시민이나 관련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듣지 못한다고 하면 변화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조금 시민과 상인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돼야 해요.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물음표가 더 크다고 봅니다.

◇ 김정현> 사실 상인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죠. 결국은 법과 제도의 뒷받침. 행정과 정치의 역할이 중요한데, 일선에 직접 겪어 보니까 어떤가요? 힘이 좀 돼 주던가요?

◆ 이정식> 기초자치단체장의 역량이나 마인드에 따라 이전과 비교해 다름을 많이 느끼는 게 있습니다. 부산 동구청 같은 경우 부산시가 하지 않았을 때도 지역화폐를 먼저 발행해 일정한 효과를 내는 상황도 있죠. 부산진구도 마찬가지로 상인 목소리 많이 듣기 위해 다니고 그런 정책을 계속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해운대구청 같은 경우 저희가 실제 만나서 건의를 드렸는데 납품업체가 영업시간 내에 소매점 앞에 차를 세워놓고 납품을 해야 하는데 CCTV를 찍을 때 15분 안에 차를 옮기지 않으면 주차 단속으로 벌금을 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인데 15분이면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하니 일도 못 하고 사고 촉발될 확률이 높다고 얘기했더니 해운대구청은 지침을 새로 마련해 최소한 30분 정도는 연장하게끔 하고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어 보겠다 하는 그 자리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과거하고는 달라진 모습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앞으로도 많은 소통을 통해 정책화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정현> 골목상인들을 대신해서 시민과 소비자들에게 하고픈 말씀은?

◆ 이정식> 보통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한집 건너 한집이 상인 관련돼 있는 식구다. 누님, 형님 또는 조카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산시는 자영업 비중이 25%가 훨씬 넘습니다. 이 사람들 삶이 바로 시민 삶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일자리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역화폐가 제대로 되게끔 시민들도 부산시에 당부를, 쓴소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CBS 박상희 기자] 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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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인 분투기 - 10점
이정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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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자본에 맞선 골목상인 연대…현실 인식 없인 실패”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

 

 

- 중소상공인들 투쟁기 책 펴내
- 힘 합친 상인도 서로 경쟁자
- 대기업 상생점포는 갈등 초래
- 거대 권력에 이리저리 휘둘려
- 허울에 현혹되지 말고 뭉쳐야

“사람과 업체 이름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회한을 담은 자서전이 아니라 상인의 발자취를 담은 기록물로 읽혀지길 바랍니다.” 이정식(54)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최근 자신이 출간한 책을 꺼내 보이며 이렇게 소개했다. 책 표지엔 ‘골목상인 분투기’라고 쓰인 제목 아래 ‘거대 자본에 맞서 지역 상권을 지킨 중소상공인살리기 운동, 그 13년의 기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골목상인분투기’를 출간한 이정식 ㈔중소상인살리기협회 회장은 “상인의 발자취를 담은 기록물로 읽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효 전문기자

 

이 회장이 책을 낸 이유는 단순하다. 중소상공인의 실상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단다. 이 회장은 “그래야 주변에 도움도 요청하고, 자영업자 스스로 앞으로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을 하면서 자동차 룸미러를 보는 이유는 뒤로 가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가려는 것인데 이와 같은 이치다.

이 회장은 2008년 한 슈퍼마켓 점주를 통해 중소상공인의 실상을 처음 목격하고, 집필을 결심했다. 당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한 상가의 슈퍼마켓 주인이 같은 건물에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입점을 추진한다며 이를 막고자 도움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에 SSM 입점 제한을 위한 사업조정신청을 하려 주변 점포 20곳의 동의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했다. 조정 신청을 마쳤을 때 그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슈퍼마켓 주인이 수억 원의 권리금을 받고 점포 자리를 또 다른 SSM에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투쟁에 동참한 상인 모두 허탈감을 느꼈다. 배신감과 회의감이 밀려와 한동안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자본 권력 앞에선 한없이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중소상공인의 현실을 알게 됐다. 현실에 발을 디딘 중소상공인 투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의 ‘중소상공인 살리기 운동’은 막연하지 않았다. 투쟁 대상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쳤고, 목적도 확실했다. 그가 최근 벌인 부산지역 이마트타운 입점 저지 운동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관련 영업등록 인가 과정에서 음성적인 기금과 합의서가 오갔다고 주장하며 두 차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고발도 했다. 1·2심 행정소송 모두 증거 부족과 영업 허가에 대한 구청장의 재량권 등을 이유로 패소하고 형사 고발 건도 무혐의 처분됐지만, 이 회장은 청탁금지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관련 기업을 재차 고발했다. 이 회장은 이달 초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이 사태를 알렸다. 당시 그는 ‘민생 경제 분야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검찰 개혁’을 언급했다가 국회의원에게 욕설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 이 회장은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하소연이 무참히 걷어 차였다”며 격앙된 감정을 보였다.

이 회장은 ‘힘없는 중소상공인’이 살길은 현실에 기반한 ‘연대’라고 강조한다. 각기 다른 영업 규모와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연대는 구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3년 울산에서 대기업 점포 입점 반대에 동참했던 도매업자들이 신생 중대형 소매점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동지였던 중소 소매점과 반목하는 것을 봤다”며 “상인은 서로 경쟁자인데, 이런 현실을 간과한 채 우산만 같이 들자고 했으니 함께 비 맞을 마음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회장이 책의 첫머리부터 마지막 기록까지 강조한 것은 명확한 현실 인식이다. 그는 “유통 대기업이 전통시장에 매장을 차리고 ‘상생 점포’를 내세우는 바람에 이를 받아들인 시장 상인과 반대하는 골목 상인 간에 입장이 달라졌다”며 “상인 간 연대를 공고히 하려면 허울에 현혹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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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인 분투기 - 10점
이정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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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인 분투기

∥오늘도 행복한 자영업자를 꿈꾸다

이정식 지음

 

 

거대 자본에 맞서 지역 상권을 지킨

중소상공인살리기 운동, 물러설 수 없는 싸움 그 13년의 기록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동네에 있던 작은 슈퍼마켓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서고,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이 골목과 동네를 잠식해 버린 것이다.

그곳에 있던 슈퍼마켓 주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 그 슈퍼마켓에 납품하던 납품업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편의점의 편리함과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에 생업이 무너지며 그들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이를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여겼다. 사라진 가게와 시장,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했다.

그러나 골목을, 지역을, 그리고 거대 공룡자본에 스러져간 이웃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식품대리점을 운영하던 저자 이정식은 자신의 영업 관할지였던 해운대에 이마트가 들어와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또다시 홈플러스가 동네에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자,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 동네 상권의 몰락으로 함께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골목까지 밀려드는 자본에 맞서 동네 상권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마주했다. 그리고 저자는 지역의 상인들과 함께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를 만들어 상인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평범했던 자영업자가 생업까지 뒤로하고 중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단식과 삭발투쟁에 나선다. 거대자본에 스러져가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듣고, 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외쳤던 목소리가골목상인 분투기에 담겨있다.

 

당신도 자영업자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어제는 치킨집, 오늘은 빵집.’ 하루가 멀다하고 주인이 바뀐다. 폐업 전문 용달차가 누군가에겐 마지막 희망이었을 법한 각종 집기를 나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흔히 보는 골목상권의 모습들이다.” _김영춘 국회의원 추천사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OECD 주요 회원국 중 매우 높은 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8월 기준, 25.5%OECD 평균인 15.9%에 비해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자영업자가 많은 걸까?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은 은퇴자들에게 꿈을 이룰 오아시스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번듯하면서 리스크가 낮다는 판단에 대기업 가맹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맹 본사는 오로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한국은 전국에 가맹점이 22만 개가 넘는 가맹점 대국이 되어 버렸다. 결과는 가맹점주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만 남았다.

저자는 전국 자영업자의 사례를 들며, 그들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을 가감 없이 전한다. 세계 제빵 대회에서 1등을 했지만, 대형마트의 횡포에 매장에서 무방비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파티셰, 지금은 세계적인 카페거리가 된 상권을 초창기부터 일궈온 카페 사장이 건물주의 말 한마디에 가게를 비워줘야 했던 사연,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온 후 폐업까지 하게 된 유제품 납품업자들의 이야기까지.

 

 이 땅에 자영업자의 편은 있는가

  부산 이마트타운 입점을 반대하기 위해 상인들은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재판정에서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많았다. 이마트의 음성적인 금품수수 비위 사실에도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에 법은 가장 보수적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자의 현실을 무시한 법원의 판결과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는 힘센 자들의 편인 것처럼 느껴진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고자 외국계 대형마트의 건축허가를 반려한 한 구청장이 구상금 판결로 아파트를 경매 처분할 상황에 놓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 자영업자의 열악한 사업 환경을 적극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과 그 과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 거리에서, 언론에서, 청와대에서, 관련 행정기관에서 외치는 그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가 그동안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공세 앞에 소리 없이 사라져간 이웃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상도(商道)’의 공동체 정신

  저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고민하며, ‘두리조합을 시도하는 등 사회적 경제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낸다. 그는 지역민들이 지역 상품을 소비하여 자본이 지역 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지역화폐의 성공 사례인 인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역화폐가 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에 중요한지 역설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지역민들이 지역 언론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한다.

  시장경제의 시스템 속에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이 바로 상도(商道)’의 공동체 정신이라고 말한다. 자본 만능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에 저자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우리에게 여전히 지켜야 할 가치와 이웃이 그곳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식 저자의 13년간의 상인운동 기록을 통해 전국에 700만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상인운동이 단순히 이익단체를 뛰어넘어 대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혁신하고자 하는 사회혁신운동으로서의 상인운동이라는 인식을 하게 할 것이다.

 

 

지은이 : 이정식
쪽 수  : 344쪽
판 형  : 신국판
ISBN  : 978-89-6545-625-4 03330
가 격  : 16,000원
발행일 : 2019년 10월 4일
분 류  :
사회과학 > 사회운동
사회과학 > 사회문제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정책

 

 

 

 

골목상인 분투기 - 10점
이정식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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