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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밥벌 - 성선경(1960~ )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산지니) 中 세상이 나에게 다그쳐 묻습니다. 젊은 시절 품었던 꿈과 이상은 어찌한 채 밥벌이하느라 그렇게 바쁘냐고.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너의 과거는 모두 거짓이었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대가로 내려진 벌을 받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집을 나섭니다. 세상의 수많은 가장이 자식 입에.. 2016. 5. 3.
제72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성선경『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지난 4월 20일(수) 제72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 저자와의 만남은 성선경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로 꾸며졌는데요, 시만큼 위트가 넘치는 성선경 선생님의 입담으로 한 시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저자이신 성선경 시인과 최학림 부산일보 논설위원의 대담으로 진행된 이날의 행사는 시 속에 들어 있는 의미와 그 의미를 통해 시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이야기한 여러 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 편을 옮겨 볼까하는데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시의 의미와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성선경 (이하 성) : 먼저 제목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라는 제목에서 .. 2016. 4. 25.
제71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신정민『나이지리아의 모자』 어제였죠? 3월 23일(화) 제71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책은 산지니 시인선 열두 번째 작품인 신정민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였는데요, 저자 신정민 시인과 문학평론가 구모룡 선생님의 대담으로 진행됐습니다. 오늘 행사의 포문을 열어주신 잠홍 편집자님!『나이지리아의 모자』 중에서 을 읽고 식곤증을 이겨내셨다는데요.'좋아한다'는 말이 '전어를 죽이고, 회 한 접시를 만들어낸다'라는 시를 보면서제목과는 또 다른 반전이 숨어있는 시집이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사실 이 날의 행사는 시인과 문학평론가의 '대담'이라기 보다함께 시를 읽고,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혹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편의 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 중 기억에 남는(저의 아주~ 지극히~ 개인.. 2016. 3. 25.
봄날의 시를 좋아하세요?- 신정민 시인과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햇살이 따뜻한 오후입니다.생동하는 생명이 이끄는 기운에 맞추어 좋은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시만 있고 사랑이 없다면단어들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내일은 오겠지만 당신이 없다면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당신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손끝에서 태어나는 모자생명과 두려움그 둥근 실타래를 풀어 뜬다 ― 「나이지리아의 모자」, 부분 바로 신정민 시인의 「나이지리아의 모자」입니다.한 NGO단체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을 바라보면서 시인이 느꼈던 먹먹한 감정을 풀어내고 있는 시입니다. 따스한 봄날에 맞추어 서정을 자극하는 시가 아닐까 하네요. 신생아 모자뜨기 사업이란 ..?매년 전 세계에서는 태어나는 날 100만 명의 신생.. 2016. 3. 21.
내게 힘이 되어주는 시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요즘 낮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는걸 보면 이제곧 저녁에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올것같네요. 여름에 밤공기 마시면서 자전거타고 공원에가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느낌을 참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못하지만^^; 저녁에 운동 끝나고 하늘을 멍하게 쳐다보다 귀가하곤 합니다. 지금은 밤에 하늘을 쳐다보면 별이 잘 보이지 않지만 대학시절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살아서인지 별이 정말 많이 보였어요. 난생 처음으로 유성도 봤답니다ㅎㅎ 너무놀라서 소원은 못빌었지만 아직도 그 소름돋는 기분이 잊혀지지 않아요. 갑자기 별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를 소개하고 싶어서 입니다. 2006년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된 명왕성을 주제로한 장이지 시인의 이라는 시인데요 저는 이시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 2016. 3. 17.
고독은 나의 힘-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시인 북토크 고독은 나의 힘 -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시인 북토크 안녕하세요. 인턴 기자 정난주입니다. 저는 지난 7월 2일(목), 올해의 원북원부산 선정도서인 최영철 시인의『금정산을 보냈다』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출판된 도서로서, 시집으로서 최초로 원북원으로 선정되어 그 의미가 더 뜻깊은데요. 최영철 선생님께서는 이 이례적인 현상(?)을 부산 사람들의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고 싶어하는 성질 덕분이 아닌가, 하시며 그들의 '부산성'에 공을 돌리셨습니다. ^^ 부산이 사랑한 시인, 최영철 선생님의 북토크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북토크는 범어사 역 근처에 있는 금정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금정중학교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금정도서관이 나오는데요, 금정중학교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아름다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2015.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