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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5

"해방되멍 모두 행복해질 거라 믿었주" "해방되멍 모두 행복해질 거라 믿었주. 경헌디 사름만 다 죽어 불고..." 뒷말을 잇지 못하는 김 노인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하다. 문식이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빈 지게를 어깨에 짊어진 박도 침묵을 지킨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나무의 가지며 풀이 흩날린다. 힘없이 이리저리 휘돌리는 이름 없는 잡풀처럼 제주 민초들의 삶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_ 본문 중에서 2018년 4월 3일 2018. 4. 4.
겨울비와 함께 온 2018년 첫 책 sanzinibook출근하려고 나와보니 길이 젖어있네요. 밤새 비가 내렸나봐요. 촉촉한 겨울비와 함께 온 올해 첫책입니다.. 11년만에 다시 나온 개정판으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부산을 들여다본 에세이. 개정판에는 초판에서 만났던 장소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구포에서 시작된 저자의 발걸음은 중앙동과 완월동을 지나 을숙도와 남해에서 멈춘다. 초판과 개정판 사이의 11년, 그 사이 흘러가 버린 줄 알았던 풍경과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은 그곳에 켜켜이 쌓여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갑상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머물고 거닐었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기록했다.. #이야기를걷다 #한국근대소설 #부산#책스타그램 #우수문학도서 #조갑상 #산지니 #동백꽃 slowrabbit.. 2018. 1. 5.
'광고'를 '광고'라 부르지 못하고 잡지에 실릴 신간 광고 만드느라 오전 내내 바빴네요. 텍스트 위주의 책 편집과 달리 광고 편집은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서요. 카피를 뽑고, 평면적인 책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포토샵으로 다시 만들고, 언론에 소개된 기사들을 정리하고. 이 모든 이미지와 글을 한 면에 보기 좋게 앉히면 끝입니다. 글로 쓰니 간단하네요.^^; 광고는 컬러, 흑백 두 가지로 만들어 두고 잡지사에서 요청하는 것을 보냅니다. 대부분 흑백이 많지요. 인쇄용으로 쓸 수 있게 파일 형태로 보내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메일링할 때 제목에 '광고' 글자가 들어가면 안됩니다. 스팸메일로 처리되어 휴지통에 처박힐 수 있거든요. '광고'를 '광고'라 부르면 안되는 거지요. 오늘 작업한 안지숙 소설집 광고는 부산소설가협회와 부산작.. 2017. 2. 23.
매일 아침의 위기를 함께 넘긴 책 -『불가능한 대화들 2』 지난 몇주간, 저는 아침마다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여러 번 지각을 할 뻔하기도 하고,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해 종일 찜찜한 기분이기도 했어요. 매일 아침 '오늘은 도대체 뭘 입지?'의 고민과 함께 저를 괴롭힌 이 질문은 바로 - '오늘 아침엔 도대체 뭘 읽지?!' 출판편집자에게 읽을거리야 언제나 넘쳐납니다만 (교정지님 안녕;_;), '통근시간만큼은 읽고 싶은 것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저는 아침마다 소설이나 시를 읽습니다. 어쩌다보니 주로 한국문학을 읽고 있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얼마 전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어서 한국문학 내 권력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었습니다. 독자로서, 저는 놀라기도 했고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이런 사건을 맞아 발현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 2015. 7. 8.
담담한 진술과 더욱 젊어진 문장 (김해뉴스) 중단편 9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통해삶에 휘둘리지 않는 작가 뚝심 엿보여 "달라졌다. 조명숙 작가의 소설이 달라졌다." 조명숙 작가의 네 번째 창작집 (산지니 펴냄)을 읽고 난 다음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그의 소설이 새로 발표될 때마다 읽어왔던 터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조명숙의 소설은 과 그 이전의 소설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의 소설이 조금은 다정하고, 정감이 있는 푸근한 소설이었다면 은 훨씬 담담한 진술방식을 택하고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남아있는 수분 같은 걸(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말끔하게 닦아낸 다음 독자에게 내밀고 있다고나 할까. 또 하나는 작가가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2015.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