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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만남과 연대를 통해 로컬의 네트워크를 상상하다_『문학/사상』 8호 출간 기념 저자와의 만남

by ellelitunlivre 2023. 11. 10.

산지니는 부산에 위치한 출판사인 만큼 지역의 이야기와 문화를 소개하는 도서를 다수 출간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은 “주류 담론의 지형을 뒤흔들다”는 기획 아래 지역과 관련한 사유를 이어왔습니다.

그 사유를 발전시켜, 『문학/사상』 8호는 '트랜스로컬'이라는 주제와 함께
로컬 사이를 횡단하며 발생하는 지역 간의 모순, 차이, 이율배반 등을 다룹니다.
로컬이 무엇인지, 로컬 사이를 횡단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신 독자분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지난 9일, 김만석 편집위원, 윤인로 편집주간과 함께 '트랜스로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학/사상8-트랜스로컬』

 

윤인로 편집주간이 『문학/사상』의 방향성을 언급하며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앞선 2호(주변성의 이행), 3호(오키나와), 5호(로컬의 방법)에서 로컬을 주제로 다룬 바 있는 『문학/사상』. 편집주간은 이런 흐름에 따라 "『문학/사상』이 로컬의 문제를 특화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로컬을 이 잡지의 색깔로 밀도 있게, 장기간에 걸쳐서 추구해 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문학/사상』이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로컬의 앞에 '트랜스'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김만석 편집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트랜스로컬은 일종의 '접촉지대'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상이한 두 가지 질서가 부딪치는 각축장, 그 사이에서 힘 관계가 발생하고, 힘이 더 센 쪽으로 그 힘이 옮겨간다. 자본과 폭력이 그 강력한 힘이라고 한다면, 자본과 폭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힘이 옮겨가는 형태 속에서 그 힘에 맞설 수 있는 무언가를 창안해 보는 게 우리가 가져야 할 트랜스로컬의 담론이다. 지금 한국을 살펴보면 자본이 곳곳에 침투해 있다. 이런 국면에서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전환할 수 있을까를 상상하고 사고해야 하는 시점에 도착했다. 그것을 문학과 함께 사유하자는 것이 『문학/사상』 이번 특집의 중요한 맥락 중 하나다."

 

이야기 나누는 윤인로 편집주간(좌)과 김만석 편집위원(우)

 

김만석 편집위원은 로컬을 말하며 가와미츠 신이치가 구상한 헌법안을 예로 듭니다. 이것은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헌법안을 말합니다.

"경계를 가장 쉽게 뛰어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면 자본과 폭력이다. 특히 전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폭력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아시아에서는 폭력이 교환되는 일이 끊임없었다. 국가 내에서 폭력의 경험도 많았는데, 이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시아가 경험한 공통적인 일이다. 폭력이 지역의 경계를 넘어 국가를 초토화할 때, 국민들이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자산으로 그 경험을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군정에 있던 오키나와(류큐)가 일본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신이치는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될 것이 아니라 일종의 군도로 존재해야 한다고 하는 반복귀론을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헌법C사안'이 등장했다. 신이치는 여기서 우리만의 헌법을 만들어 보자고 말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놀이와 유희의 형태, 예술의 형태로 헌법을 만들어 보면 일본의 국민국가 체제가 폭력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오키나와의 예술가들이 이 작업에 뛰어들었는데, 그 처음을 열었던 사람이 가와미츠 신이치이다."

윤인로 편집주간은 가와미츠 신이치가 말한 '이바의 사상'이 어쩌면 트랜스로컬을 일컫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바'가 '다른 장소'를 의미하기 때문인데요, 김만석 편집위원은 '이바의 사상'이 '다른 장소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합니다.

"당시의 오키나와는 폭력으로 점철된 공간이었다. 그 섬을 바꾸는 일종의 예술적 전략이 필요했다. 신이치가 보기에 특정 장소를 다른 장소로 만드는 핵심 에너지는 두 가지였다. 자본과 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자본은 아무것도 없던 어느 장소를 관광의 장소로 바꾸고, 폭력은 순식간에 어떤 장소를 초토화시킨다. 가와미츠 신이치는 자본과 전쟁이 어떤 공간을 다르게 만드는 환상의 능력을 갖고 있듯이 평화 헌법을 상상하고 구축하면 그 장소에 놓인 폭력과 자본의 세계를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폭력과 자본의 장소를 평화가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평화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일 것이다. 문화예술의 에너지가 각각의 지역을 (바다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연결시키고 우리를 연결할 것이다." 

 

'트랜스로컬'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만석 편집위원

 

기존 헌법의 바깥을 상상하는 작업과 유사한 형태의 공동체가 제주도에도 있었습니다. 현기영 소설가의 『제주도우다』에서 나타난 공동체가 일종의 제헌적인 공동체였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윤인로 편집주간은 4.3사건 이후 제주도에 있었던 공화국의 질서를 거부하는 흐름이 신이치의 '오키나와 헌법 C사안'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일어났던 일이 제주도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4.3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국가폭력 일련의 과정이 오키나와와 굉장히 유사하다.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제주도, 오키나와 문화예술인 간에 연대가 있어 왔다. 지금은 압도적인 자본의 힘이 오키나와와 제주도를 자본의 공간으로 만들어 그 공간에 있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와 고통을 가리고, 사람들을 개별적인 소비자로 분절시켜 그 연대를 막고 있다. 자본이 공간을 바꿀 때, 역설적이게도 그곳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 될 수가 없어진다. 그럼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몰라도) 평화를 상상하는 것이다. 지금과 다른 모습의 삶의 터전을 고안해 보는 것, 그것을 문학적으로 가장 잘했던 사람이 소설가 현기영과 김정한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소설에서 트랜스로컬과 폭력, 자본에 맞서는 평화의 힘이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요? 김만석 편집위원은 '해안선'에서 힌트를 발견합니다. 해안선은 고정되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며 이동과 스밈을 특성으로 하기 때문인데요, 서로 다른 것들이 뒤섞이게 만들기 때문에 이곳에서 지배적인 폭력과 자본에 맞설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과 폭력이 점유하고 있는 장소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것에 부딪쳐 본 경험이 중요하다. 오키나와와 제주는 해방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해안선에서는 다양한 접촉이 이루어진다. 바다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란 불가능하다. 이 말은 서로 다른 세계가 해안선을 중심으로 부딪치고, 또 다른 문화가 생성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작가들 중 이런 경험치들을 포착한 대표적인 사람이 김정한과 현기영이다. 이들의 소설에서 특징적인 것은 '서로를 돌보는 장면'이다. 폭력이 어떤 공간을 지배하는 순간 동네 사람들은 안부를 묻듯이 서로를 돌보기 시작한다. 서로의 연대를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런 모습은 일순간에 나타나는 것들이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까지 로컬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정책과 제도가 아닌, 이런 돌봄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날 윤인로 편집주간은 '로컬리티의 색인'이라는 말로 『문학/사상』의 작업을 설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조 가능하도록 로컬리티에 관한 색인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 『문학/사상』의 많은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대화의 자리 또한 하나의 색인을 형성하는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력을 경험했던 제주도와 오키나와라는 두 지역의 로컬리티를 문화예술적으로 다루는 일은 어렵고 지난하겠지만 꼭 필요한 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을 찾아주신 분들과의 기념사진

 

수많은 문화가 충돌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해안선, 산지니의 『문학/사상』도 그곳에서 오가는 다양한 경험과 예술이 지역들을 연결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문학/사상』 9호는 어떤 주제 아래 어떤 담론을 다루게 될지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그렇다면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문학/사상』 9호를 관심 갖고 기다려 주세요! 정기구독을 통해 『문학/사상』이 제안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알아가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럼 산지니는 다음 행사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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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상』 8호에서 다루는 트랜스로컬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문학/사상 8 : 트랜스로컬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취지로 창간한 『문학/사상』이 8호를 발간한다. 이번 호 ‘트랜스로컬’에서는 『문학/사상』이 끊임없이 견지해온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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