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걸의 글방'에 해당되는 글 68건

  1. 2017.06.05 [제주한국지역도서전] 송인서적 부도 이후 지역출판의 과제 - 발제자 : 강수걸 대표
  2. 2017.03.28 [스토리 펀딩] 지역출판 하는 우리는 '우주의 별'
  3. 2016.06.02 부산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1)
  4. 2016.03.24 책으로 지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5. 2015.07.20 아내의 빈자리 (6)
  6. 2015.07.04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
  7. 2013.12.10 신형 대국 관계와 미·중 인식 (1)
  8. 2013.11.14 문화융성과 엇박자 나는 '문학나눔' 폐지
  9. 2013.10.15 사라져가는 동네서점 (1)
  10. 2013.09.23 '마타투' 승객들과 문화정책
  11. 2013.07.24 출판은 돈이 모두가 아니다 (3)
  12. 2013.07.16 세상을 바꿀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3. 2013.06.17 책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2)
  14. 2013.05.13 나와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법
  15. 2013.04.23 희망발언대
  16. 2013.04.15 열정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
  17. 2013.03.18 글로벌 전자책 삼국지와 출판의 미래
  18. 2013.03.01 지역출판과 대학지성 (4)
  19. 2013.02.12 재미와 현실을 접목한 흥미로운 여행서 (1)
  20. 2013.01.14 살얼음 낀 내리막길서 어떤 선택할건가
  21. 2012.12.17 지금 우리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인가
  22. 2012.11.19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23. 2012.10.22 당신은 어떤 대한민국을 선택할 것인가
  24. 2012.10.08 대통령에게 바란다
  25. 2012.09.24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송인서적 부도 이후 지역출판의 과제

 

 

강수걸 산지니 대표

 

 

1. 송인서적은 2016년 매출 524억(영업이익 11억)의 국내 두 번째 도매서점이었다. 출판사 매입률이 61%, 서점 공급률 73%, 순이익률 12~15%로 도매서점 1위인 북센보다 이익률이 더 높은 회사였다. 그런데 2017년 1월 2일 지불을 정지하고 어음 부도를 냈다. 견제가 없는 내부통제 구조(주주, 이사회, 경영진, 세무회계법인 모두가 가족과 지인으로 구성, 감사와 견제기능 부재, 방만한 경영), 높은 금융비용, 과도한 부채부담이 부실의 원인이다. 2000개 출판사의 피해액은 어음 103억 원, 책 잔고 204억 원, 서점 잔고 142억 원, 은행 59억 원, 기타 18억 원이다.

청산 시 회수 가능한 채권 파악 불가, 도매시장 과점화, 출판사 보수적 경영으로 서점 영업활동 위축, 중소형 출판사의 지방서점 영업활동 위축, 베스트셀러 중심의 시장 가속화로 출판 다양성 붕괴 등 여러 가지 회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3월 28일 출판사 채권단은 전체회의를 열어 인터파크가 우선인수협상기업이라는 사실을 공식화하였다. 4월 7일 950개 출판사(채권액 대비 71.89%)가 다음 내용의 동의서에 동의하였다. (1) 기업회생 신청 후 채무조정을 통해 송인서적을 제3자에 매각하는 것에 동의 (2) 기업회생 개시 후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송인서적에 기존의 조건대로 도서를 공급하는 것에 대한 동의 (3) 기업회생 시 채권단 대표, 양대 출판단체, 인수회사로 구성된 경영진 선임에 대한 동의.

4월 10일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출판계 단체와 출판사 대표 및 인터파크 임원으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 그리고 4월 2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2017회합100080)하였다. 5월 1일 서울회생법원은 송인서적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다. 개시결정은 회생 신청 기업의 경영에 대해 본격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법원의 결정이다. 법정관리의 시작인 셈이다. 법원은 송인서적의 각종 비용 지출과 계약을 통제해간다. 법원의 개시결정에 따라 송인서적 회생절차의 일정도 공개됐다. 채권자들은 자신의 채권 규모를 5월 22일까지 회생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송인서적은 6월 2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고 7월 중순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고 8월 중순 회생절차를 종결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송인서적의 신속한 영업 재개, 시장에서의 조기 신뢰회복을 돕기 위해 책 구매 등 영업활동은 계속 유지하도록 포괄 허가를 내릴 예정이다. 인수 의향자인 인터파크로부터 운영자금 5억 원 차입과 송인서적 퇴사 직원 재고용 신청 등도 허가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위장 말) 매각방식으로 송인서적에 대한 인가 전 인수합병을 진행한다. 인터파크가 제시한 ‘송인서적 지분 55%를 50억 원에 인수’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참여자가 나오면 인터피크가 아닌 새 참여자가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 어음 피해액은 20% 수준에서 보상(80% 탕감)하고 잔고 차액과 어음 피해액을 합산 조정하여 45% 지분으로 전환하는 것은 회생절차가 종결된 이후 신설 법인이 발족되면 이루어진다.

 

2. 송인서적 부도 이후 산지니는 출판사의 존폐를 걱정하면서 피해액(총 1억 2천5백만 원/어음4천만 원, 책 잔고 8천5백만 원)을 언론에 공개했다 2000개 출판사 중에서 피해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출판사가 살아남기 위한 호소문을 1월 17일 전국의 독자들에게 보냈다.

 

<호소문>

 

 

송인서적 부도와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확인하는 주문장. 오늘은 과연 몇 부의 책이 찍혀 있을까? 휴~우. 매달 돌아오는 배본비, 인쇄 제작비, 인세는 책을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데 잘되겠지, 자조하며 지내는 나날. 산지니 출판사의 소중한 책이 서점 진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덩어리째로 반품될 때 심정은 찢어질 듯했습니다. 책을 만들수록 가난해지는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대형출판사 베스트셀러 위주의 진열에서 밀려난, 아니 빛도 보지 못한 채 스러지는 책들을 대할 때마다 지역출판사 대표로써 느끼는 자괴감도 이제는 익숙해지기까지 합니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출판사에서 서점으로 책을 유통하는 대형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가 났습니다. 거래하는 출판사가 2천 곳이 넘는 유통사인데 50억 원의 부도를 막지 못했고 최종 피해액은 2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송인서적과 거래하는 다수의 출판사는 소규모입니다. 현금으로 거래해온 대형출판사와 달리 그동안 소형출판사는 몇 달 뒤에나 현금화시킬 수 있는 어음으로 거래를 해왔습니다. 산지니 출판사도 그 가운데 한 출판사였습니다. 부당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거래처를 늘리기 위해 소형출판사들은 어음을 받고 책을 넘겨야 했습니다. 그래서 송인서적의 부도는 소형출판사들의 연이은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출판관계자들은 진단합니다.

부산에서 12년 동안 출판시장을 선도해 온 ‘산지니 출판사’의 타격도 큽니다. 어음 4천만 원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책 재고 8천5백여만 원 가량은 회수가 불투명합니다. 구간(출간 후 18개월 지난 책)에 대한 유통은 물론 신간에 대한 인쇄, 제조 공정과정의 연쇄적 압박 등등. 새해벽두부터 터진 악재를 수습하기 위해 저를 비롯한 임직원은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긴급 경영자금 확보를 위해 서울로 달려가야 하고, 당장의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고분 책 매입도 서울시와 문광부만 쳐다봐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사태수습을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거운 어깨는 내려앉고 옭죄는 압박에 가슴이 묵직합니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중소규모 출판사에게는 재앙과도 같습니다. 특히 산지니 출판사를 비롯한 부산지역출판사의 고통은 배가됩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모토로 수백 권의 책을 만들어 온 자부심으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당장을 버텨내더라도 이후의 상황이 더 걱정입니다. 책 읽는 독자는 점점 줄어들고, 책 읽는 문화는 점점 더 왜소해지는 상황에서 출판사를 한다는 것은 독립운동과도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산지니는 계속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출판사는 일개 회사가 아니라 사회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 작가가 사라지는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도서 구매 한 권이 출판사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7년 1월 17일

산지니 출판사 대표 강수걸 드림

 

 

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6년 출판산업 실태조사(2015년 기준)를 2017년 4월 17일 발표하였다. 2015년 매출 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3675개로 전년(3614개) 대비 1.7% 증가하였고, 이 중 전자책 매출 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584개로 전년(531개) 대비 10% 증가하였다. 매출 실적이 있는 오프라인 서점은 1754개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온라인 서점은 144개로 전년(119개) 대비 21% 증가하였다. 국내 출판사의 매출 규모는 4조 2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8% 감소했으며, 그 여파로 출판사업체 종사자 역시 2만 8483명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전국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 규모는 1조 3천8백억 원, 온라인 서점은 1조 1천8백억 원, 도매·총판은 8천7백억 원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서점의 수는 비수도권(62%)이 수도권(38%)보다 많지만, 매출은 수도권이 69%(서울47%)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종사자들의 실질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있어 출판노동과 관련한 분쟁도 점차 격화되는 중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의 <2016년 출판시장 통계>(2017.4.27)를 보면 71개 주요출판사 와 주요서점을 분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활용한 출판시장 분석이다. 주요출판사는 자산총액이 120억 원 이상 또는 부채총액이 70억 원 이상이고 자산총액이 70억 원 이상 또는 종업원 수가 300명 이상이고 자산 총액이 70억 원 이상인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출판사의 소재지는 서울과 파주이며 학습지, 전집, 교구, 교과서, 참고서, 단행본, 외국어, 기타로 나누어진다. 특히 『채식주의자』의 창비와 『미생』의 위즈덤하우스는 매출과 영업 이익률이 큰 폭으로 성장하였다. 베스트셀러를 내는 소수의 출판사로 과점화가 더 심화되었다.

또 하나는 온라인서점을 통한 판매가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온라인 전문 3사(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의 매출액은 8701억으로 14.6%증가하였으나, 온/오프 병행 3사의 매출액은 7759원으로 0.5% 증가에 그쳐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서 출발한 3사의 매출액이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3사의 매출액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16년 한 해 동안 교보문고가 9개, 영풍문고가 5개, 서울문고가 3개 등 3사가 17개를 새 매장을 개점하였다(총 72개 운영). 알라딘은 중고서점9개, 예스24는 중고서점 2개를 열었다. 6대 서점의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통한 도서시장 장악으로 지역서점의 폐업과 ‘책의 발견’ 문제가 생겨났다. 대형서점이 들어서면 그 일대 중소형서점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매출이 부진하고 이익률이 낮은 서점은 임차료가 더 싼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아예 영업을 중단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대형쇼핑몰이 개점 초기에 대형서점을 유치하여 그 일대의 중소형서점을 궁지로 내몰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대형쇼핑몰이 고객 유치에 기여한 대형서점을 토사구팽하는 상황이 한국의 유통계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송인서적의 부도를 비롯해 도매서점의 축소도 지역의 소매서점 경영악화와 관련이 깊다. 도매서점 1위인 북센도 2016년도 매출 1074억 원(전년대비 -16.4%), 영업이익 40억 원(전년대비 -16.9%)로 악화되고 있다. 출판협동조합, 북플러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도매총판 중 대형 전국 도매상은 평균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4.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2월 16일 제4차 출판문화산업 진흥 기본계획(2017~2021)을 발표하였다. 송인서적 부도사태로 출판거래의 투명성과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유통 선진화 전략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서점 POS(판매시점정보관리) 시스템,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서지정보시스템, 국제도서정보교환 규약인 ONIX 기반 출판유통시스템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생산·유통 시스템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ISBN 데이터와 출판유통정보를 통합하는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설립을 추진한다. 2017년 기초조사를 하고 2018~2021년까지 민간이 설립해 운영하게 될 출판유통정보센터에 관리과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문제는 각 서점이나 출판사들을 이 통합시스템에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이다. 정부의 강제조항이 없다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결국 예산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이후에 들어설 새 정부에서 출판정책과 관련하여 신속히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다

지역서점 상생발전 체계 구축과 지역핵심 거점별 출판 인프라 구축을 이야기한다. 지역서점은 출판 산업의 실핏줄이고 지역사회의 자생적 문화공간이다. 지역서점 경쟁력 향상을 통해 출판유통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책과 함께 생활하는 문화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방법으로 (1) 지역서점 통합 전산망 구축(지역서점 포털사이트 서점ON의 활성화를 통해 독자유도 추진 및 신간 도서 DB 연계 지역서점 양서 유통 확산) (2) 지자체 지원 지역서점 활성화 체계 확산을 제시한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를 거점으로 영남권 지역출판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고 호남권은 전주를 출판 관련 연구 허브로 육성할 것을 제시한다. 2017년에 북비즈니스센터 설립을 위한 기초조사를 하고 2018년 이후 설립 및 단계별 확대를 추진한다. 문제는 자세한 정보 제공과 의견수렴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5. 출판평론가 장은수는 「출판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세계출판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출판사는 독자들과 직접 연결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독자 정보를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통해 책의 판매에서 최소한 방아쇠 역할을 할 수준의 발견성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오늘날 출판산업에서는 ‘독자 직접 연결 모델’을 통해 독자를 직접 개발하고 관리하며 충성도를 높여서 미리 독자를 확보한 후 출판하고 판매하는 모델이 점점 매력적인 것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는 “이름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독자”가 아니라 “이름과 나이와 얼굴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독자”를 출판사가 확보하는 과정이다.

 

지역의 출판사도 충분히 고민할 문제라고 본다. 산지니는 송인서적 부도 이후 전국의 독자들에게 지원을 호소하고 직접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최근에는 ‘산지니 프렌즈’를 출범시켰다.

 

수원의 문화잡지 <사이다>에서는 직접 서점을 운영하는데, 이러한 모델도 앞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형 체인서점은 전문성에 대한 요구와 수준을 갖추고 있지만, 그 목적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판매행위이며 자본의 이윤추구이다. 지역의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을 지역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창구로서 서점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

부산에서는 ‘지역서점과 연계한 지역출판사 시민희망 대출제도’를 2017년 하반기에 실시할 예정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지역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시민이 지역 서점에서 구입하는 대신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서점은 시민들이 대출해 간 책을 반납 받은 후 책의 목록을 작성해 시에 제출하고, 시는 이 책을 구입해 작은도서관이나 도서 희망기관에 배부한다. 이런 구조를 통해 지역 출판사와 지역 서점은 안정적으로 책을 유통할 수 있다. 이는 용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부산시는 이를 좋은 제도라고 보고 채택하여 현재 시의회의 예산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지역의 출판사가 연대하여 수도권의 거점인 마포 경의선 책거리 공간 같은 곳에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독자들에게 다양한 지역의 책을 홍보하는 공간은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를 내고 방법을 찾아본다면 실현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출판사과 연대하여 전국도서전을 직접 개최하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다. 책은 정보와 지식, 지혜와 감성을 담은 우리 문화의 원천이며 책과 독서문화를 아우르는 출판문화는 그 나라의 문화적 총체이다. 특히 지역문화의 중심에 지역출판사가 존재한다. 한국출판의 위기 극복은 변방에서 약탈적 독점유통자본과 맞서고 베스트셀러가 아닌 다양한 출판문화를 고민하는 지역출판사의 연대라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불씨가 활활 타올라 광야를 불사르지 않을까.

 

 

*(사)한국출판학회,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공동 라운드 테이블 "지역출판,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의 발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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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디SJ

지역출판, 서울이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따르릉~ 따르르릉.”

 

안녕하십니까. 산지니출판사입니다.”

 

? 무슨 출판사요?”

 

... 출판사요!”

 

뭐라고요? 산진미요?”

 

백두산의 ’, 지구할 때 ’, 어머니의 입니다.”

 

아하. 그런데 산지니가 뭔 말이래요?”

 

매 종류예요. 왜 민요에도 나오잖아요.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

 

! .”

 

출판사 이름이 그리도 낯설었나. 전화를 받을 때면 항상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었다. 몇 마디 설명 끝에 수지니는 사람 손에 길든 매고, 산지니는 산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를 말합니다하고 덧붙이는 것까진 좀 어려웠지만.

높이 날고 오래 버티는 산지니라는 이름. 처음엔 낯설어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 이름 덕에 출판사가 이만큼이나 버텨올 수 있었다고 이해해 주는 것 같다.(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산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

 

사실 산지니란 이름은 대학 시절, 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의 이름이기도 했다. 그 당시 서점에 죽치고 앉아 책 보는 게 일이었고, 그렇게 산지니책방 덕분에 젊은 혈기로 뜨겁기만(?) 했던 세계관을 차곡차곡 다듬어 갈 수 있었다.

 

90년 이후 사회과학 서점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산지니 서점마저 어느 순간 문을 닫았다. 가슴 뻐근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 이름을 되살리고 싶었다. (허구한 날 서점 귀퉁이에서 책만 파고들던 나를 말없이 지켜봐 주셨던 사장님,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기찻길 옆 출판사. 산지니가 처음 둥지를 튼 부산 거제동 풍경

 

200312. 10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영혼 없이 일하는 것보다 오매불망 하고 싶었던 일, 출판사를 해 보겠노라고. 그 뒤로 창원에서 매주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다. 도서관, 서점을 탐방하고, 출판 관련 행사와 강연도 부지런히 챙겨 듣고, 출판계 관계자들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들을 경청했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을 준비하다가 20052, 드디어 산지니출판사의 문을 열었다. 태어난 곳이자 내 삶의 터전인 부산에서!

 

그나마 문학 하시는 분들이 출판사를 열면 2~3년은 버티지요. 왜냐면 지인들이 책도 사주고 도와주거든요. 그런데 아무 경험도 없고 연고도 없는 분이 출판사를 열었다가는 2년을 버티기 힘들걸요.” 안타까운 시선의 충고. 출판사 운영이 녹록치 않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덩그러니 사무실만 열었을 뿐 받아 놓은 원고 하나가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또 걱정. ‘이러다 책을 언제 내나, 낼 수는 있을까.’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녔지만 당장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번역출판을 해야겠다 싶었다. 에이전시를 통해 일본번역서를 소개받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어 판권을 신청했다.

 

내가 이 꼴 보려고

출판사 했나?

 

일본 출판사로부터 받은 답신은 허망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출판사가 어떻게 이 책을 번역 출판할 수 있겠냐.” 상대 출판사는 일본에서 매출 1위의 출판사였다. 결국 첫 번역 출판 건은 무산되었다. 시쳇말로 존심이 상했다. 이 일은 내게 로컬 퍼스트(Local First)’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누구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그해 10<반송사람들>,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 두 권을 출간했다. 출판사 문 연 지 8개월 만에 책을 냈지만 홍보가 문제였다. 두 권의 책을 들고 서점을 찾았다. 서점관계자는 표지디자인이 촌스럽다고 혀를 끌끌 찼다. “요즘은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겉표지는 더 중요합니데이. 그래야 독자들에게 선택받지예.” 애정 어린 충고를 하면서도, 같은 지역이라고 괜찮은 조건으로 유통계약을 해주었다.

 

 

 

출판사를 차리고 8개월 만에 나온 책 <반송사람들><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

   

한 달에 한 권 정도 꾸준히 책을 내다 보니 출판 담당 기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웬 지역출판사에서 이렇게 꾸준히 책을 내나? 쉽지 않을 텐데.” 사실 곧 망할 거라는 속뜻이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예상처럼 위기도 많았다. 2006년의 대구 제일서적 부도는 그나마 당시 출간종수도 적었고, 서점 측의 협조로 위탁 도서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부산 청하서림과 면학도서 부도는 달랐다. 직거래 서점이었는데도 도매상에서 책을 모두 싹쓸이해 간 나머지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 몫이었다.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협력사 부도에는 면역 백신도 없더란 말인가. 아픔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해 신년 벽두부터 터진 도매상 송인서적부도로 산지니는 125백만 원의 직접 피해를 봤다. 출판사를 연 이래 가장 큰 위기. 어음은 휴지가 되고, 나간 책은 회수가 불투명했다. 긴급 자금 대출을 받고, 신규 유통망을 확보하고, 각계의 도움으로 숨통은 트였지만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이래서 다들 힘들 거라고 했구나. 내가 이 꼴 보려고 출판사 했나?’ 박모 씨의 자괴감과는 결이 다른 상실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출판사의 생존, 나아가 지역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노력을 중도에 포기할 수 없기에.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 첫 책 <반송사람들>이 나온 뒤 주민자치센터에서 출간기념회 겸 마을잔치를 벌였다. 반송 주민들은 자신들이 함께 만든 10년의 역사를 보며 뿌듯해했다. 이 책은 그 뒤로 산지니 출판사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단지 지방이라는 이유로 묻혀버리고 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움직임들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는 암묵적 약속이 이뤄진 것이다.

 

반송 마을 전경. 장산을 중심으로 윗 반송과 아랫 반송으로 나뉜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를 걷다>, <금정산을 보냈다>, <바다를 바라보다> 같은 지역문학 관련 책 수십 종이 나왔다. <부산을 맛보다>, <왜성 재발견>처럼 부산의 문화예술을 다룬 책들도 여러 권 이어 나올 수 있었다. 특히 부산의 특성을 살린 지역문화 콘텐츠 <부산을 맛보다>는 산지니의 저작권 수출도서가 1호가 되었다. 2011년 서일본신문사 출판부에서 일본어판 출간을 하게 된 것. 불과 6년 전 일본 번역서 출판 무산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준 쾌거였다.

 

첫 저작권

수출도서가 나오다

 

부산지역의 특성을 잘 살린 특화된 문화 콘텐츠를 찾아 알리는 일이 소중하다.

 

                  서일본신문사에서 출간된 일본판 <부산을 맛보다> 표지와 내용 일부

 

 

산지니는 설립 초기부터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의 출판단체에 가입해 저작권 수출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언제까지 우리 출판계가 비싼 로열티를 물면서 해외 번역서 출판에만 매달릴 수 없기에. 그래서 도쿄국제도서전, 베이징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 등등에 협회, 단체를 통한 위탁도서 출품 노력을 계속했다. 독자 부스를 만들어 참여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서전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책을 펴내면 독자들에게 그 책을 알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혀 있다. 온오프 서점의 진열대는 베스트셀러, 대형출판사 책 위주다. 지역출판사 책은 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소위 발견성이 떨어진다. 아니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터이다. 공들여 만든 좋은 책이 빛도 보지 못한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꿈꾸는 많은 지역출판인들. 문화 다양성의 보물창고 지킴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는 점점 위축된다.(저만 그런 거 아니겠지요.ㅜㅜ)

 

국내외 도서전이 활발하지만 지역출판사에게 그 문턱은 높다. 그래서 질렀다. 우리가 하자고.

 

 

서울이란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겠다

 

꽃피는 봄이 오면 국내외 안팎으로 도서전이 많이 열린다.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여러 캠페인과 행사도 더러 열리지만 일회성이거나 생색내기용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자금과 여력이 부족한 지역출판사로서는 모두가 그림의 떡이거니와, 어쩌다 떨어지는 떡고물 얻어먹는 것도 솔직히 말해 지친다.

 

그래서 질렀다. 우리가 하자고. 전국의 지역출판사들이 모여 오는 5월 제주에서 ‘2017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연다. 정부나 지자체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이렇게 행사비용 마련을 위한 스토리 펀딩이란 것도 해 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도서전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자리 잡기 위하여!

 

남들이 돈 안 된다는 출판업. 그것도 지역에서 출판 일을 하며 다가오는 이중 삼중의 부담. 거기에서 지는 빚은 결국 을 향해 가는 징검돌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서울은 모든 걸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지만, 지역출판을 하는 우리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드넓은 우주의 빛나는 별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내고, 내일도 책을 낼 것이다. 바로 이곳, 부산에서.

 

 

강수걸 산지니출판사 대표

 

 

 

후원을 해주신 분들께 소정의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스토리 펀딩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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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이달의 출판사 - 산지니

부산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부산지역 출판사 산지니 강수걸 대표

 

 

지난해 말에 출간된 책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는 산지니가 지난 10년간 부산지역 출판사로서 고군분투해온 생존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2005년 발간한 첫 책 <반송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부터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여러 저자들과의 에피소드, 독자를 만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들까지……. 산지니 강수걸 대표와 편집자 5인이 함께 모은 의미 있는 기억들이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기록되어 있다.

 

 

Q1. 부산에 있는 지역출판사로서 10여 년 동안 300권 넘는 책을 꾸준히 펴내면서 끈기와 저력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산지니는 어떤 출판사인지 <책&>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2005년에 시작해서 이제 만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생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부산에 기반을 두었지만 산지니는 처음부터 전국의 독자들과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출간해온 콘텐츠들도 지역에 기반을 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다양하게 공존합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경우라도 부산만이 아니라 전국의 독자들까지 눈여겨볼 만한 콘텐츠를 개발해왔고요. 인문사회과학에 집중하면서 국내 저자는 물론 중국과 인도 등 해외 저자의 책들을 꾸준히 번역 발간해왔고 몇 년 전부터는 문학서들도 하나둘 발간해왔습니다.

지금껏 10년 동안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책을 출간해왔는데 이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지역출판사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라는 산지니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을 내려놓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Q2. 산지니만의 특성 혹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요?

 

산지니는 지금까지 기획과 교정교열, 디자인 등 편집공정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화해왔습니다. 외주를 주지 않고 가능한 내부에서 모두 진행해왔어요. 어떤 책은 기획방향이 잘못되었을 수 있고 또 어떤 책은 표지 디자인이 독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는데, 그러한 실패 경험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다음에 더 나은 기획과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내부에서 이러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고 그것이 산지니의 저력이 되어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의 저자들도 든든한 힘입니다. 초창기 저자로 만났던 분들이 이후에도 꾸준히 도움을 주면서 산지니가 외연을 확장하고 내실을 갖추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좋은 인연을 소개해주거나 산지니에서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하면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셨지요. 저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으실 텐데, 산지니에서 책을 내고 싶다고 말씀 드렸을 때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신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Q3. 전국은 물론 해외로도 책을 유통하고 있으신데요.

 

부산에서 출간한 책을 전국으로 유통하려고 보니 처음에는 장벽이 꽤 높았습니다. 유통 시스템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부산에 머물지 않으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콘텐츠를 확장해온 노력이 10년 동안 쌓이고 쌓여 산지니의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산지니의 저작권 수출 1호 도서는 <부산을 맛보다>로, 전국의 지역신문 가운데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맛 담당 기자인 박종호 기자가 부산일보에 매주 연재한 기사를 재편집한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부산의 맛이나 맛집을 소개한 도서를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전라도 음식이 맛있지 부산에는 먹을 만한 게 없다.’고 오해하시는 타지 분들을 보면서 이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1년 6월에 책이 출간되었는데 11월 일본의 서일본신문사 출판부로부터 일본어판 출간 문의가 들어왔어요. 부산은 예전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였기에 일본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거라 판단했던 것이지요. 일본어판은 2013년 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함안 출신 독립운동가 이태준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번개와 천둥>이 지난 3월 몽골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이태준 선생이 몽골에서 신의(神醫)로 존경받던 인물이라 몽골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진 듯합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는 곧 대만과 저작권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인구규모나 출판시장 상황 등이 많이 비슷한데, 산지니가 걸어온 지난 10년이 대만의 지역출판사들에게 지혜를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산을 맛보다> 일본어판(좌), 몽골에서 출간된 <번개와 천둥>(우)

 

 

Q4. 출판산업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은 어떤 도시인가요?

 

부산은 인구 350만의 대도시지만 출판만 놓고 보자면 매우 열악한 도시입니다. 등록된 출판사가 900곳 정도라는데 이번에 진흥원에서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90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부산의 인구가 약 5%를 차지하는 데 비해서, 출판산업에서의 매출은 2%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서점은 8% 정도이니 출판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지요. 이는 인쇄와 제본 등 제작시설이 열악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출판산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 도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Q5. 산지니의 새로운 10년을 계획하면서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부산은 고령화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현재 14%나 되는데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얼마 안 있으면 20%에 도달할 것이라고들 합니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서 우리나라 50․60대 인구의 독서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젊었을 적에 즐거운 독서경험을 맛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출판계 입장에서는 점점 늘어나는 고령인구들이 책을 편안히 접하고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산지니에서는 큰글자도서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행사 등도 장기적으로 시도해나갈 생각이고요.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독서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시니어들의 독서환경에도 이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고령화 현상이 뚜렷한 부산에서 먼저 시작해야 하겠지요.

젊은 세대들은 또 그들대로 취업과 경제적인 문제가 당장 급한 나머지 즐거운 독서경험을 갖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출판사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서 독서환경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책을 잘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독서률을 높이는 문제가 그만큼 시급하니까요. 우리 출판사들이 노력한다면 독서률을 높이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위 인터뷰는 2016년 5월 제451호 <책&>에 실린 글입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부산을 맛보다 - 10점
박종호 지음/산지니

 

번개와 천둥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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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디SJ

ISSUE 지역출판이 살아가는 법

책으로 지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





강수걸(산지니 대표)


‘산지니’는 산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를 말합니다. 수지니가 사람 손으로 기른 매라면 산지니는 야생의 매이고, 보라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매라면 산지니는 다 자란 매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 매입니다.

오래 버티자는 바람을 담아 ‘산지니’라는 이름으로 2005년 2월 부산에 출판사를 설립한 이후 340여 종의 단행본을 발간하였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출판학회로부터 경영·영업 부문 대상을 수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역사를 담아 작년에는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산지니 직원들이 함께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집필하여 펴내었습니다. 지역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출판으로 이어지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기에 저희 출판사의 주요 저자가 부산·경남에서 활동하는 작가, 연구자, 언론인이라는 사실은 출판활동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가장 큰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산지니는 지역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지역에 발을 딛고 인류 공동의 질문들을 파고들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산지니는 대표인 저와 5명의 편집자, 2명의 디자이너 등 모두 8명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로 보면 서울의 출판사 기준으로는 4~5명이 최적이겠지만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외주 없이 내부에서 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영은 항상 어렵습니다. 급여가 나가는 25일과 제작비를 지불하는 월말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물론 경영은 대표인 저의 몫입니다. 하지만 8명의 내부구성원이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산지니는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한 10년의 실험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 자세히 나오기 때문에 생략하고 앞으로 나아갈 고민의 단상을 조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월 8일, 아마존과 부산시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부산시 강서구에 유치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아마존의 한국 상륙은 하나씩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SK그룹과 국내 파트너로 결합하는 2015년 12월 협약 이후의 행보입니다. 

아마존이 영업을 시작하면 저의 출판사도 직거래를 비롯한 숙제에 직면하겠지요. YES24와 공급률 조정도 해결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엄청난 공룡 상륙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좋은 사례를 『지적 자본론』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츠타야서점은 고객의 가치를 우선에 두고 모든 기획과 실행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존이 말하는 독자중심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불과 10년 사이에 만여 곳의 서점이 문을 닫았는데도, 기존 대형 서점들이 투자를 축소하며 맥을 못 추는데도 승승장구하는 츠타야서점. 또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인터넷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교통이 불편한 도심 외곽과 지방 도시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츠타야서점. 

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 가치의 창출’과 ‘라이프 스타일 제안’으로 지적자본의 시대에 ‘제안력’이 지닌 절대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보문고가 고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든지, 어음결재를 현금으로 바꾸고, 인문출판사 응원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도 츠타야서점의 한국판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교보문고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지역출판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16 CES(국제가전박람회) 기조연설을 맡은 IBM 지니 로메티 회장은 IBM의 인공지능(AI) 시스템 ‘왓슨’이 장착된 로봇 페퍼와 함께 등장해 인공지능 기계가 IT산업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다보스 포럼(Davos Forum)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학 등의 기술 발전으로 2020년까지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미래 보고서가 공개됐습니다.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똑똑한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새로운 시장을 열어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 수요를 창출해왔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로 촉발되는 기술혁명은 인간의 삶과 생계수단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노동자에게는 큰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숨어들어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 엔진, 아마존의 도서추천,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등은 사실 익숙한 것들입니다. 그 밖에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응용되고 있고, 그 가치를 먼저 알아챈 소수의 사람들은 이제 미래의 부까지 거머쥐려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필요 없다』는 인공지능 기술 시대의 빅뱅을 앞둔 지금, 갈수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예측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미래사회가 ‘자산 대 사람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속화하는 기술 발전은 자본이 있는 소수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주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가진 것이 노동력뿐인 사람은 점차 일자리를 잃게 되고 풍요와 번영은 과거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더 큰 위험은 우리가 그 위기를 인식하기도 힘들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한국출판은 글로벌 기업 구글, 아마존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는 서울에 있는 출판사든 부산에 있는 출판사든 마찬가지이고, 상당히 버거운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문제는 해결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난 3월 4일, 부산 남산동의 금샘마을도서관에서 지역출판사 대표로서 지역출판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2월 24일 열린 ‘2016 한국출판콘퍼런스’ 자료집에 나오는 2013년 OECD 가입국의 독서율 및 독서 빈도에 대한 통계자료를 가지고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한국인의 연간독서율(74.4%)은 OECD 평균치(76.5%)와 비슷하지만 16~24세 독서율(87.43%)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55~64세 독서율(51%)로 가장 낮았습니다. 이는 청소년기는 책을 읽지만 노년으로 갈수록 급격히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시험을 위해, 성적을 위해 책을 읽다 보니 읽는다는 행위가 너무 괴롭습니다. 즐거운 책읽기의 경험 부재는 사회에 진출하면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책 읽을 시간 확보의 어려움과 맞물려 55~64세의 독서율은 최저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지역에서 출판하는 저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면서 은퇴한 세대가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큰글씨책, 오디오북 생산)과 함께 독서생태계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인공지능도 자기학습을 통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확장하듯이 우리도 읽기와 토론하기로 세상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이 수립되는 해입니다. 지난번 5개년 계획(2012~2016)은 지역출판육성 부분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동시에 대구출판산업단지 조성에 예산이 집중되었다는 문제점도 있었다고 봅니다.


지역출판이 지역에 관계없이 골고루 육성되면 좋겠고, 지역 서점이나 출판사에 임대료 지원 등의 직접지원도 검토하면 좋겠습니다. 도서정가제 개정 이후 지역서점이 살아나는 모습은 지역출판사로서 매우 좋은 소식입니다. 또한 지역출판사는 유통 문제가 큰 부담입니다. 출판유통이 주로 파주나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도서 주문은 소량인데 책값보다 물류 유통비가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신문처럼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국의 독자에게 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물류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을 계획할 때 출판사의 자생적 노력과 지원시스템의 정비가 함께 논의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 이 글은 <기획회의> 412호에 실린 글입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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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온수입니까



아내의 빈자리

[원문읽기]

▲ 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아내가 집을 나갔다. 그것도 한 달 동안이나. 
 
20년의 결혼생활 동안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행은 있었지만 이렇게 장시간 집을 비우긴 처음이다. 그간 아이들 때문에 엄두를 못 냈지만, 이번에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큰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막내아들은 엄마의 부재가 걱정이다. 엄마의 밥상에 익숙한 큰아들은 먹는 문제를 걱정한다. 막내아들은 학교 숙제는 누가 봐주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외국으로 출국하여, 한 달간 나와 아이들과 이별하였다.
 
한 달 휴가 받아 출국 감행한 아내 
큰아들, 막내아들 모두 전전긍긍 
가족의 소중함은 부재가 일깨워
 

2005년, 처음 출판사를 시작했을 때는 일이 없어서 문제였다. 10개월이나 지나서야 첫 책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10년 동안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우리 부부는 일 속에 파묻혀 살았고 교정, 교열에 회계 업무까지 도맡아 하던 아내는 더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출판사 10년 차를 맞이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5년 근속 한 달 유급휴가 제도'를 아내는 즉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출국 전, 자리를 비우게 될 한 달 동안의 회사업무를 미리 처리한다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전자계산서 발행 등 필수 업무 요령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아내에게 한 달 휴가를 주겠다고 했을 때는 한 보름 여행하고 돌아와 보름 정도는 집에 있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아내는 인터넷으로 제일 싼 유효기간 1개월짜리 항공편을 검색하더니 한 달을 꽉 채워서 발권까지 해 버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저돌성이라니. 이제 와서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갔고 아이들은 빨리 적응하였다. 큰아들은 스스로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자기가 먹을 빵을 샀다. 막내아들은 학교 준비물을 먼저 챙기고 필요한 것을 사러 가자고 아빠에게 요구하였다. 친구하고 논다고 정신없이 보내면서도 엄마가 부재한 자리를 스스로 채우고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막내아들은 엄마한테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낸다. '엄마 뭐해? 나 너무 심심해 놀고 싶은데 엄마, 새로 치킨집 생긴 거 알아? 사람 진짜 많더라고. 엄마! 오늘 정말 힘들어. 그래도 자장면이랑 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엄마! 나 잘 지내고 있어.(형아 땜에 짜증 나기도 해) 나도 비엔나 가고 싶어. 나 꿈에 클래시 오브 클랜 꿈 꿨당! 요기 새로 생긴 치킨집 냄새가 완전 대박이야. 또 편지 쓸게! 근데 수학 답지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엄마, 아빠가 이상해. 엄마 빨리 왕♥.' 

수학 문제를 풀 생각보다 답지를 찾는 막내아들의 메일에 엄마는 스스로 문제를 풀라고 응답한다. 목욕을 함께 가고 손톱과 발톱을 아빠가 다듬어주자 막내아들은 좋아한다. 증조할아버지 제사에 가서 절도 하고 할아버지로부터 용돈을 얻자 매우 흡족해한다. 엄마랑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던 아들이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아빠하고 마음을 맞춘다. 

드디어 아내가 귀국하는 날이다. 딱 한 달 만이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비행기의 결항이 많았지만, 베이징발 비행기는 무사히 김해공항에 도착하였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자리에서 엄마의 부재가 만든 곤란한 한 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재미나게 전개된다. 부재로 인해 그 자리가 소중한 걸 알게 되는 가족의 모습이다. 우리는 일상을 바쁘게 보내면서 가족의 빈자리를 생각하지 못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의 소중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강수걸
  
 
산지니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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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2015년 5월 11일 '지역출판 진흥과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 산지니 강수걸 대표님의 토론문입니다. 이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의원실, 배재정의원실, 김태년의원실, 박주선의원실 주최로 열렸으며, 최낙진 교수(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의 발제문에 대한 토론문임을 밝혀둡니다.



지역 출판환경의 현황과 과제


토론자가 대표로 있는 산지니는 부산의 출판사로서, 도시 단위의 다양한 출판 발전을 이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매월 저자와의 만남’(66회 실시)이라는 행사를 주최하여 책에서만 존재했던 작가의 모습과 작가가 직접 말하는 작품세계를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문화와 문학을 이야기하는 소통구조를 만들어왔다. 25년 된 비평 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을 발행하며 문학과 비평에 대한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잡지를 지원하는 제도에는 ()한국잡지협회를 통한 우수콘텐츠잡지 선정 제도가 있다. 오늘의 문예비평2012년에 선정된 바 있는 이 제도는 20152월에 100종을 선정하였다. 시사/경제/교양지 20. 여성/생활정보지 8, 스포츠/취미/레저지 14, 문화/예술/종교지 24. 과학/기술지 13. 산업/농수축산지 12, 교육/학습지 6, 지역지 3종으로 구성되었다. 지역지에 대동문화, 전라도닷컴, 청풍이 선정되어 3%를 차지한다. 나머지 97% 잡지는 서울 잡지로 구성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우수문예지를 선정하는 제도가 있다. 2014년에 예산 10억 원을 배정하여 55종을 선정하였는데, 오늘의 문예비평도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제도의 예산이 3억 원으로 축소되었고, 당연히 선정 종수도 14종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마저도 100% 서울 잡지로 구성되었다. 특히 선정결과도 비공개로 하였고, 탈락 이유를 문의하는 곳에 한해서 비공식적으로 선정잡지 목록을 통보해주었다. 문화융성이라는 말과는 엇박자 나는 모습이라고 판단된다.


문학은 언어라는 장벽만 극복한다면 국가. 성별. 인종. 세대 등의 경계를 넘어 상호 소통의 희망을 주고받을 수 있는 훌륭한 장르이다. 특별히 문학나눔이라는 제도를 통해 창작자를 보호하고 지역민들에게 좋은 문학작품을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특히 지역출판물에 5% 쿼터를 만들어 지역출판을 장려하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4대강사업으로 예산이 축소되면서 지역쿼터를 없앴고 현 정부에서 문학나눔 사업은 폐지 위기를 겪다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으로 사업의 주체가 넘어가 한때 심사기준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에서 2015년 실시 중인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은 전체 선정 편수의 25% 내외를 1인 출판사 및 지역출판사 응모작 가운데 선정한다고 한다. 사전지원제도에 한정된 소식이지만 조금 진전된 제도라고 판단된다. 사후지원제도인 세종도서 학술부문, 교양부문, 문학나눔 부문에도 어느 정도 지역출판에 대한 비율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역출판 도서의 물류비 부담은 토론자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산지니도 고통받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최낙진 교수의 발제문에도 나오지만 지역출판사로 주문이 들어오는 도서는 소량 주문일 때가 많다. 책값보다 물류 유통비가 더 큰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물류창고는 파주나 서울에 있고 서울 밖의 지역에서는 전국 유통에 과다한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지역신문처럼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국의 독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물류비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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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열도



지난달 해운대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 관련 심포지엄 자리에 참석해서 중국 쪽 발표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중국 해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발표자는 커진 중국의 국력에 걸맞은 대우를 미국 쪽에 요구하며 타이타닉호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논조로 발언을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조심스럽게 해왔던 표현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였다.


덩샤오핑이 설계한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서 탈피해 중국군이 공세적 국방개념인 주동작위(主動作爲) 전략으로 전환하며 동아시아의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에게 신형 대국 관계를 내세우며 영토 등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중국,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도전


중국은 한국 관할인 이어도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이 계속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중국의 최대 안보 핵심지역인 동남해안에서 미국과 일본의 패권을 뒤집기 위한 자기 근거를 만든 것이다. 중국이 이번에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노골적으로 크게 파고들어 갔다는 점에서 매우 도발적이다. 상대방의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이 구역에 진입할 경우 군사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일본, 대만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주체는 냉전시대 미국이며 중국의 이번 조처는 70년 가까이 관철돼온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한 첫 도전인 것이다.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틀 후에 미국이 첨단 전략 무기인 B-52 폭격기를 내세워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미국의 핵심적 이익과 관련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옳기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미국 외교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산지니)의 저자인 마이클 H. 헌트는 미국 외교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 관찰해서는 안 되며, 그 이면에서 미국 외교 정책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어떤 거대한 '이념의 덩어리'(저자의 용어로 '이데올로기')를 먼저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은 친중, 반일 정책을 펴다가 태평양 전쟁 이후 30년간은 거꾸로 친일, 반중 정책을 펴게 된 것도 그 어떤 신비한 숙명 때문이 아니다. 또 미국이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세력균형 게임의 주인공이 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세계대전에 두 번이나 뛰어든 것, 또 기존 제국들이 붕괴한 1945년 이후 유럽에서 힘의 공백을 메우려고 뛰어든 것도 미리 정해진 역사의 숙명이 아니었다. 검증과 정련의 과정을 거쳐 미국 민족주의의 바탕으로 녹아든 미국 외교 정책 이데올로기가 20세기에 미국으로 하여금 국제정치와 해외전쟁의 덤불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19~20세기 중국 텍스트 번역 과제


중국이 추구하는 신형 대국 관계는 미국의 수락 없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중국의 실체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9~20세기는 중국 전통 지식과 서구 근현대 지식이 융합하여 중국의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공간으로, 중국이 학문적으로도 급성장함에 따라 그 진원지로서 세계 중국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 분야의 연구를 위해선 무엇보다 중국 근현대 지식을 창출한 주요 텍스트들의 번역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이러한 텍스트들의 번역이 공백으로 남아 있는데, 이는 근현대 중국의 텍스트들이 중국과 서구의 사상과 지식이 복잡하게 융합되어 있고, 언어적인 면에서도 쉽게 읽히는 현대 중국어가 아니라 난해한 고문과 아울러 서구 지식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복합되어 있어서, 번역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자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강수걸 출판사 산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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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융성을 말하는 박근혜정부의 내년도 문화예산이 지난 10월 1일 발표됐다. '우수도서 선정 및 보급' 사업 예산이 2013년 45억 원에서 2014년 142억 원으로 대폭 증액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은 2012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던 문학나눔 사업(올해 예산 40억 원)을 내년부터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일반 예산으로 전환하여 문학나눔 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 운영키로 정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학출판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걷다』 저자 조갑상 소설가


지역 문학출판 지속시킨 힘… 폐지라니


출판계에서 문학출판은 출판사에 소위 돈이 안 되는 '레드오션' 분야다. 2005년에 출판사를 창업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서울 출판사 대표들은 필자에게 문학출판은 피하라고 당부하였다. 국내 작가의 작품은 독자의 구매 비율이 낮고 판매 기간이 너무 짧아 채산성을 맞추는 출판사가 희소하다는 이유였다. 


그런 영향인지 필자는 2006년 조갑상 소설가의 산문집 '이야기를 걷다'를 출간하면서도 문학출판 장르라기보다 지역콘텐츠 출판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9월에 책을 냈는데 문학나눔이라는 사업이 2005년부터 생겼다는 정보를 듣고 뒤늦게 급히 신청하게 되었다. 1년여 공들인 책이 한국문학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됐고 2천 권을 구매해 주어 출판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출판사 9년 동안 42종이 각종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는데, 이 가운데에서 문학나눔은 16종이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부산에서 문학출판을 지속시키는 힘이 되었다.


지난 8일 민영·천양희 시인과 현기영·윤후명 소설가, 염무웅 문학평론가 등 원로문인 13명은 문학나눔 사업 폐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본래 이 사업은 문학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겨 왔던 것이다. 이제 출판산업 진흥이 목적인 공공기관으로 사업을 이관시키겠다는 것은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윤후명 작가는 "문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행정의 뒤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홀대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문학인에게 글을 쓰는 최소한의 자유가 맡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문학계 등 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정교한 사업설계를 통해 배포처의 적절성, 심사의 공정성, 배포 후의 활용도 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52억 5천만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2005년 시작된 문학나눔 사업의 초창기 사업 이름은 한국문학의 회생을 위한 '힘내라 한국문학' 프로젝트였다. 침체에 빠진 한국문학을 되살린다는 목적하에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산간벽지,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계층)에 보급해 온 사업이다. 올해는 320종을 선정해 종당 1천200부씩 구입, 배포해 왔다. 양서이기만 하면 초판 물량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문학출판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 장치였던 셈이다.


정책 기조와 안 맞아 재검토 촉구한다 


문학나눔 사업이 9년간 진행되며 이룬 성과 중 대표적인 것은 신인작가 쿼터제와 지역출판물 쿼터제를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비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국내 유일의 제도로 지역 출판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좋은 작가와 작품들을 내놓으며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지역 문학의 저력을 보여줬다. 문학나눔이 신인이나 지역 작가의 책들을 꼼꼼히 살펴봐 준 덕분에 시장성이 떨어지지만 문학성이 높은 지역작가들의 소설이나 평론집을 낼 수 있었다. 


문학나눔 사업의 폐지로 내년부터 유명한 저자의 책과 보기에 화려한 책들이 우수도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명 문학도, 지역출판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문화융성위원회의 최근 발표와도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 엇박자이다. 재검토를 촉구한다.


강수걸 산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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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서 종종 지하철 근처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곤 한다. 온라인상에서 충분히 신간 정보를 파악하는 편이지만, 따끈한 온기가 배어 있는 실제 책을 보면 소장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저절로 생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볼까 한참 고민하다가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계산하고 나오기까지 서점 주인은 고객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1980년대 대학교 앞 서점 주인은 말도 잘 걸고 책도 잘 추천해 주었는데 요즘 동네서점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단골 미용실·빵집과 같은 동네 서점


사회학자 정수복의 '책인시공(冊人時空)'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동네 서점이 살아남는 이유를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이 깊었다. 파리지엔들의 구매 습관과 파리 서점 주인들의 적극적 역할을 예로 든 부분이다. 파리 사람들에게는 단골로 가는 약국, 미용실, 빵집, 과일가게와 마찬가지로 단골로 다니는 서점 역시 있다. 책을 사면서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알리고, 바캉스 다녀온 이야기 같은 사생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서점 주인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면서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을 전달하는 것을 자신들의 일로 삼는다는 것이다. 파리 사람들에게 서점은 꼭 사야 할 책이 있을 때만 가는 장소가 아니라, 지나가다가 심심하면 들러보는 곳이다.


이처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서점이 도시의 중요한 문화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서점을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상업적 공간으로 보지 않고, 책의 소비재와 문화재라는 양 측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공공성에 방점을 두면서 도시의 중심 지역에 서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한다. 미국 지역서점들은 대형서점처럼 수익사업을 다양화했다. 독자 특성에 맞춤한 서점 전문화와 감성적 접근을 유도하는 카페화로 대형서점에 맞서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폭넓게 활용해 서점이 지역 독자에 밀착되게끔 한다. 다른 나라의 적극적인 서점육성 정책과 서점들의 자구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역 서점들이 생존하려면 지역 사회에서 '지역 제품을 먼저 구매하는 운동'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에 사는 사람이 지역신문을 보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영국의 '책은 나의 가방 안에(Books Are My Bag)' 캠페인이 있다.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자는 캠페인이다. 유명 작가와 연예인들이 서점과 일터, 혹은 거리에서 홍보 가방을 메고 다닌다. 캠페인 이미지는 다운로드 받아 서점과 지역 미디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 서점이 추천목록을 만들어 이를 홍보하면 지역민들이 적극 호응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지역서점에서의 책 구입으로 연결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서점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함부르크의 펠릭스유트(Felix Jud)는 1923년에 문을 열었으며 반스앤노블(Barnes and Nobles)은 1917년 뉴욕에서 문을 열었다. 파리의 지베르(Gibert)는 세느강변의 가판대에서 2년간 헌책을 판매하다가 1888년 매장을 얻어 이전했다.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서점이 문구점이나 정부 간행물과 교육 출판물을 발간하고 종교 텍스트를 판매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인도 마드라스의 하긴보탐즈(Higginbothams, 1844년 설립)나 호주 시드니의 앵거스앤로버트슨(Angus and Robertson, 1884년 설립)과 같은 회사의 오랜 역사는 문자 문화의 중요성이 얼마나 컸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역 제품 구매 운동 확산되기를


1997년 5천407개이던 서점이 2011년 1천752개로 급격히 축소된 게 한국 실정이다. 국회의 도서정가제 개정 입법과 함께 생존에 허덕이는 지역 서점 육성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2009년 동보서적 폐업으로 지역 서점 육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다가 최근에는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동 책방골목, 어린이 전문서점 '책과 아이들', 지도 전문서점으로 유명한 '문우당서점',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공간을 자랑하는 '영광도서', 모두가 소중한 공간들이다. 지역 서점에 대한 부산시민의 많은 관심이 정책적으로 조직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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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미니밴, 마타투(matatu)


아프리카 케냐의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하고 싶다면 장거리 이동수단인 14인승 미니밴 '마타투'를 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게 좋다. 평소에는 친절하고 차분한 케냐 남자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눈을 부릅뜨고 승객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마로 돌변한다. 이를 입증하듯 케냐는 1인당 교통사고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서비스 정신 부족한 한국 문화정책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연구팀은 난폭한 케냐 기사들의 행동을 바꿀 수단을 고안해 냈다. 연구자들은 마타투 안쪽에 영어와 스와힐리어로 쓴 스티커 5장을 붙였다. 승객들이 기사에게 속도를 줄이라고 설득하거나, 기사가 아슬아슬하게 운전할 때 항의하거나 꾸짖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부탁하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스티커를 부착한 마타투에 탄 승객이 기사를 설득하는 경우가 스티커가 없는 경우보다 3배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험금 청구 내역을 조사한 결과,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의 보험금 청구 건수가 전년 대비 3분의 2나 줄었다. 승객들이 때로는 기사를 집요하게 설득하며, 때로는 꾸짖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게 주요 원인임이 밝혀졌다. 


이처럼 기여하는 것, 즉 서비스의 넓은 정의는 마타투 승객들의 행동처럼 다른 이들의 삶을 개선하고 나아가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기여(서비스)하는 마음가짐을 최대한 발휘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움직이면, 그저 자원을 교환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례는 말해 준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정책 입안자들은 마타투에 탄 승객들이 지닌 기여(서비스)의 정신이 부족해 보인다. 때로는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설득하며, 때로는 상황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자세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문화재정 2% 달성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타 부처의 반대가 많아서 그런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제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다. 이럴 때는 마타투에 탄 승객들처럼 현실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지난 7월에 문화융성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출범하고 지역문화현장 토론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필자는 얼마 전 열린 부산·경남 토론회에 참석해 다양한 의견과 김동호 위원장의 구상을 들어 보았다. 이날 많은 참석자는 문화융성위원회의 출범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시했다. 문화정책 패러다임을 시민문화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지역문화 융성을 외치지만, 정작 문화융성위원회에는 지역 인사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거론됐다. 여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은 조만간 출범하는 4개 전문위원회에 지역인사들을 가급적 많이 참여시켜 지역 의견을 여과 없이 듣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출범한 문화융성위원회 산하 4개 전문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문화예술(9명), 전통문화(10명), 문화산업(9), 문화가치확산(7명) 전문위원 35명 가운데 지역 인사는 고작 9명뿐이다. 



문화융성위원회 인적 구성 유감


그마저 각 전문위원회에 부산 경남 출신은 전혀 보이지 않고 대구 출신(4명)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산업이자 원천산업인 출판 분야가 구성원에서 배제되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문화융성위원회 지역문화현장 토론회가 결국 의례적인 형식에 그치고 말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마타투 승객들처럼 기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행동 습관과 말하는 방식을 보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의 문화정책 입안자들은 상대방의 행동 습관과 말하는 방식을 여간해서는 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지역문화와 관련된 현안들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자신의 힘을 줄여 타인의 관점을 수용해야 문제가 발견되며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마타투에 탄 승객들의 상황 개선 의지와 기여(서비스)의 정신은 우리의 문화정책 입안자들이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교훈이다.



산지니 대표

강  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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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도서정가제 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다. 나날이 어려워져만 가는 출판 현실에 대하여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계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목소리를 내는 릴레이 시위였다. 영하 15도의 맹추위에 발이 꽁꽁 얼었지만 개인적으로 출판 현안을 더 고민하게 되는 작은 계기가 되었다. 






도서정가제, 책 사재기, 그리고 하루키 


당시 출판계 요구를 반영하여 올 1월에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4월에는 국회에서 도서정가제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7월 현재 법안 심사를 포함한 후속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만약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입법화에 실패한다면, 출판시장 경색과 유통질서 혼란은 더욱 가속이 될 게 뻔하다.


지난 5월, 한 방송사는 명백한 불법행위인 책 사재기의 실태를 파헤친 바 있다. 방송을 통해 몇몇 출판사 실명이 거론되었고 논란의 중심에 선 황석영 작가는 해당 책에 대하여 절판을 선언하면서 명예훼손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황석영 작가의 기자회견으로 언론의 관심은 책을 쓰고 팔고 구입하는 모든 주체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정작 사재기의 주체가 다시는 사재기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큰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 7월 1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출시되자마자 수많은 팬들이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유독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강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 책의 선인세는 천정부지로 올라 있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 16억 원 이상이라고 하니, 그의 엄청난 이름값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2008년 한·미 FTA, 2011년 한·EU FTA 발효에 맞춰 개정된 저작권법 중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조항이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국내외 저작자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크게 늘어났다. 한·미 FTA에 따라 향후 20년간 출판물과 관련해 추가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는 연평균 31억 6천만 원, 한·EU FTA에 따른 추가 저작권료는 21억 3천만 원이다. 둘을 합하면 연평균 52억 9천만 원, 20년간 총 1천58억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FTA 수혜품목인 자동차, 전기전자와 달리 출판은 피해업종이다. 그런데 정부는 2017년까지 농어업을 위해 24조 원의 재정지원 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출판 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상으로 사재기 처벌이 불가능한 구조, 사상 최고액에 이른 외국 작가의 선인세 갱신, 그리고 FTA 실행에 따라 위기에 처한 출판 산업의 모습을 대략적이나마 그려 보았다. 좋은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와 좋은 책을 읽는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고 있는 한국 출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좋은 책, 좋은 출판은 보호되어야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을 여덟 살 막내아들한테 소리 내 읽어주면서 행복한 책읽기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가장 적극적인 독서 행위는 무언가에 맞서는 책 읽기일 것이다. 모든 독서는 저마다 무언가에 대한 저항 행위이다. 우리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사상적, 문화적 상황에 맞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도 죽음에 맞서 책을 읽는다. 카프카는 아버지의 바람을 거역하면서 책을 읽었고 신문 기자였던 카우프만은 베이루트 감옥에 갇혀 '전쟁과 평화'를 책장이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책 읽기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무상의 행위다. 인류의 진보와 발전은 고난의 역사임을 다양한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는 행위는 개인의 내밀한 경험이면서 또한 공동체와 연대하는 행위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돈이 되는 출판에만 매달린다면, 출판은 공공성을 잃고 출판생태계의 종 다양성은 사라져 버리지 않겠는가. 또한 삶의 공간에서 다양한 책 읽기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삼풍백화점처럼 급속한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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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는 2008년 금융 위기에 따른 충격과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력조정 등 단기적 처방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며 융합형 혁신인재 양성에 국가, 기업, 대학의 운명이 달려 있다. 경제 회복과 장기적인 국가의 번영은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고 기업가들은 과학, 기술, 공학 분야에서 혁신을 창출할 더 많은 젊은이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 번역 출판된 프랭크 모스의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과 토니 와그너의 '이노베이터의 탄생'은 한국 독자에게 시사점을 준다.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The Sorcerers and Their Apprentices)'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MIT 미디어랩을 세계 최고의 기술연구소로 성장시킨 프랭크 모스의 경영 현장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MIT 미디어랩은 세상이 어떻게 발전하고 돌아갔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 25년 뒤에 어떤 기술이나 기기가 인류 미래를 향상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인공지능형 로봇부터 전자잉크, 가상현실, 터치스크린, 유비쿼터스, 착용식 컴퓨터 등 많은 성과를 쏟아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산학협력의 성공적 모델이자 과학과 실생활을 접목해 기술 혁신을 이루는 '꿈의 연구소', '상상력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MIT 미디어랩이 앞으로 사반세기 동안 수행하기로 한 미션은 다음과 같다. "보통 사람들도 정말 대단한 일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인 건강과 부와 행복 또한 자기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그들의 능력을 발전시킨다."





'이노베이터의 탄생(CREATING INNOVATORS)'에서 토니 와그너는 미래 경제의 성장 동력을 혁신에서, 혁신적인 젊은이들의 육성에서 찾는다. 혁신이란 새로운 어떤 것이 탄생하는 절차와 관련된 것으로서, 하나의 접근법이다. 동시에 가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얻고, 그것을 보완해서 많은 사람이 수용하고 채택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혁신의 과정에서 창의적인 요소가 없거나 혁신이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흥미를 가지고 시작한 창의적인 놀이가 심층적인 관심을 낳고, 이 관심은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이르러 직업과 인생 목표를 향한 보다 심오한 목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놀이, 열정, 목표, 이 세 가지는 젊은 이노베이터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에필로그에 있는 젊은 혁신가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혁신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비전을 믿는 것이며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즐거움을 찾되 몇 가지 규칙을 지킬 필요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규칙은 일할 때는 정말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작업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집중인데,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않고는 그 어떤 중요한 것도 성취할 수 없으며, 셋째는 자기 성찰, 즉 자신에 대해 잘 알수록 결정은 현명해진다는 것이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 10점
프랭크 모스 지음, 박미용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이노베이터의 탄생 - 10점
토니 와그너 지음, 로버트 콤프턴 영상제작, 고기탁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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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파동의 여파로 출판계가 매우 어렵다. 독자가 떠난 자리에 상처받은 출판사와 서점은 부진한 매출로 휘청거리고 있다. 위기의 현장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책을 찾다가 조금은 위로가 될 만한 책을 발견하였다. 최근에 번역 출판된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 '배를 엮다'(은행나무)와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르포 '서점은 죽지 않는다'(시대의창)이다.


미우라 시온은 2006년 분게이슌주(文藝春秋)가 주관하는 나오키상(直木賞)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젊은 소설가이다. 참조로 나오키상은 '화염의 탑'(산지니)의 저자 후루카와 가오루 소설가가 1990년 '유랑자의 아리아'로 이를 받은 바 있으며, 필자는 지난 5월에 분게이슌주의 관리부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미우라 시온은 '배를 엮다'(일본에서 2011년 출간)로 지난해 일본서점 대상 1위를 수상하며 대중성을 인정받아 일본 출판계를 놀라게 했던 작가이다.


미우라 시온은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 매일 출퇴근하며 자료 조사를 하고 소설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배를 엮다'는 출판사 겐부쇼보의 사전 편집부에서 사전 만들기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날카로운 언어적 센스를 가진 마지메가 이곳에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전 만들기에 일생을 바친 편집자 아라키와 감수자 마쓰모토 선생, 사전 편집부의 분위기 메이커 니시오카, 눈치 빠른 여성 편집자 사사키, 패션지 경력을 가진 어린 편집자 기시베 등은 10여 년에 걸쳐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묵묵히 사전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마지메가 한눈에 반해버린 여인 가구야가 등장해 연애 스토리가 곁들여진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누군가와 서로 통하기 위해서 모든 말이 있는 것이다"라고 한국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종이 사전'으로 대표되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전한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일본에서 2011년 출간)는 출판시장 전문 주간신문 '신분카' 편집장 출신인 저자가 일본 각지의 개인 경영 서점을 순회한 르포이다. 저자가 만난 서점인은 공통으로 일본 출판유통과 서점 운영이 지나치게 팔리는 책 위주의 매출 지상주의로 치닫는 현실을 비판하는 이들이다. 도쿄 한 상점가에 겨우 5평짜리 히구라시문고를 연 하라다 마유미, 전자책에 맞서 종이책의 우위를 말하는 논객 후쿠시마 아키라, 주민이 100명인 마을에서 잡화점 겸 서점을 운영하는 이하라 마미코, 카리스마 서점인으로 불리는 이토 기요히코, 그의 제자인 다구치 미키토와 마츠모토 다이스케, '보통 서점'을 실천하는 나라 도시유키, 그리고 후루타 잇세이. 이 여덟 명의 서점인들은 다양한 배경을 지녔고 서로 다른 서점에서 일하지만 공통으로 독자가 원하는 한 권의 책을 전달하는 서점의 위상과 소중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소비를 위한 책도 존재하지만,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한 권의 책을 파는 곳 또한 서점이다. 책의 미래를 짊어진 서점 장인의 분투기를 보며 작지만, 후세의 현명함에 도움이 될 만한 역할의 소중함과 각오를 다지는 좋은 시간이었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배를 엮다 - 10점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은행나무

서점은 죽지 않는다 - 10점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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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여덟 살 막내는 아침저녁으로 엄마 아빠를 피곤하게 만든다. 인내력에 한계를 느낄 때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자유와 허용은 아이를 버릇없이 만들까 염려스럽고, 참견과 규율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소심하게 만들까 걱정스럽다. 최근에 번역 출판된 '프랑스 아이처럼'과 2013년 원북원부산에 선정된 '가족의 두 얼굴'이 약간의 지침을 제공한다.






"좌절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는 불행하다!" '프랑스 아이처럼'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 엄마가 본 '프랑스식 아이 키우기' 보고서이다. 프랑스식 육아는 프랑스의 기본 철학에서 출발해 루소에 이르러 꽃을 피우고 프랑스 혁명과 시민사회를 거치면서 다양한 사상가와 전문가들에 의해 체계화한 프랑스의 양육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온 나라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부양을 위한 사회적 자원이 무상으로 주어진다. 엄마는 아이 양육과 교육을 위해 자기희생을 강요받지 않는다. 아빠는 무관심과 재정적 지원만 요구받는 반쪽짜리 부모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이 하나를 위해 온 가족이 희생하는 일 따위는 없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좌절과 인내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득한 아이.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그렇기에 뭔가를 받으면 뭔가를 돌려줘야 함을 아는 아이. 한껏 자유롭지만, 부모의 권위에 복종할 줄 아는 아이. 이 책은 당신의 아이를 그런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러려면 부모의 철학이 담긴 육아법이라는 씨앗이 온전히 뿌리내려야만 된다.



원북원부산 선포식에서 '가족의 두 얼굴'의 저자인 최광현 교수를 만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글도 재미있지만, 사랑은 소통이라는 말도 강한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저자는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가족치료사로 활동하면서 따뜻함보다는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슬픔과 아픔, 피해의식과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을 더 많이 만났다고 고백한다. 서로 아끼고 보듬고 사랑을 키워야 할 가정이 잘못하면 불행의 싹을 자라게 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오늘날의 가족이다. 이 책은 가족이 갖고 있는 두 얼굴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깨진 소통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다.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그리고 진실한 소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왜곡하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어떤 때는 아이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켜주어야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주지 않고 잠시 연기하거나 때로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일도 필요하다. 자신의 즉각적인 욕구를 누르고 통제하는 능력은 부모가 아이를 적절하게 좌절시키는 훈련 속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건강한 가족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욕구의 유예, 고통과 불편함의 인내 모두가 필요하다. 막내와 나의 갈등도 원인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아는 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아닌가 한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프랑스 아이처럼 - 10점
파멜라 드러커맨 지음, 이주혜 옮김/북하이브(타임북스)

가족의 두 얼굴 - 10점
최광현 지음/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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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콘텐츠와 지역 출판의 육성을 강조하는 대표님의 희망발언.
한번 들어보실까요?ㅎㅎ

현대 HCN 부산방송에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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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

4천 원 인생- 전종휘·임인택·임지선·안수찬 글 /한겨레출판사



출판사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밥은 먹고 사느냐는 말이다. 저임금의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밥도 먹고 가끔 외식도 한다고 대답하지만, 약간은 곤혹스럽다. 대한민국 문화산업 종사자의 대부분이 최저생활비 수준에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최근 통계는 책 만드는 현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출판사의 젊은 편집자가 열심히 읽고 있는 '4천 원 인생',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현시창'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밥 먹고 살기의 어려움이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라는 부제를 단 '4천 원 인생'은 바로 최저임금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불안노동(precarious labor)의 현장 이야기다. 2009년 9~12월 넉 달 동안 '한겨레21' 기자 4명의 현장취재를 통해 연재된 '노동 OTL'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언론은 항상 노동을 다룬다. (…) 그런데 정말 알고 있나? 이 질문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2009년 7월, 우리는 '불안정 노동'에 천착하기로 했다. "직접 취업해서 일해 보면 어때." "하루 이틀 말고, 적어도 월급 받을 때까지, 똑같이 먹고 자고 입는 게 좋겠어." 그때만 해도 우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것이 거대한 삶의 무게를 다루는 일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맺음말' 중에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3명의 저자가 사회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20명의 젊은이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육성을 토대로 '열정 노동'이라는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략을 밝혀낸다. '너희가 원하는 일을 하니 참아!'라는 명령과 '너희 말고도 그 일을 할 사람은 많아'라는 협박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한국 역사의 특수성과 세계 자본주의의 보편적인 흐름이 함께 만들어 낸 합작품임을 밝힌다. 열정의 도덕, 열정의 현장, 열정의 역사, 열정의 미래 4부를 통해 세대론에 감추어져 있던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을 투명하게 보여 준다.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는 부제를 단 '현시창'은 '당신의 고통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아래 청춘 저마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노동, 돈, 경쟁, 여성을 키워드로 묶은 24편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나쁜 사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는 개인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한계적인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란다. 청춘의 고통스러운 사연을 통해 이것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3권의 책을 보면서 출판을 비롯한 여러 현장에서 열정 노동과 불안노동은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기 위한 힘은 결국 개인의 협력적 열정과 생존을 위한 치열한 균형 감각에서 동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 '쿵푸 팬더'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힘은 주인공의 평정심에서 나오듯이.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4천원 인생 - 10점
안수찬 외 지음/한겨레출판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10점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현시창 - 10점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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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자책 삼국지와 출판의 미래









출판사 산지니는 매달 월례회의에서 한 권을 정해 상호토론을 하는데, 이번 달은 이경훈의 '디지털 콘텐츠 퍼블리싱'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환경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보고 출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 책이다. 

필자는 출판이 IT산업과 결합하는 벤처(스타트업)산업으로 진화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글로벌 전자책 시장에서 3대 강자인 아마존닷컴, 애플, 구글에 관한 자료조사와 관련 서적을 읽었다.

"3~5년 안에 전 세계 출판사, 언론사, 방송사, 영화사는 아마존 유통망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리처드 L.브랜트의 '원 클릭'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마존의 창업주인 제프 베저스의 출생 비밀부터 성장, 아마존 창업, 비즈니스 확장에 이르기까지 관련 삶과 경영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담고 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저스의 네 가지 비밀은 첫째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둘째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는 것, 셋째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넷째 언제나 처음처럼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교보문고 류영호의 '아마존닷컴 경제학'은 아마존을 3C(Commerce, Contents, Cloud computing) 관점에서 사업 구조와 성과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분석한다. '겟 빅 패스트(Get Big Fast)'를 모토로 달려가는 아마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와 한국시장 진출 시나리오와 변화도 짚어본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 유명한 CEO들에 비해 한국에 덜 알려진 제프 베저스는 아마존을 탄생시켰고, 지금도 성장의 중심에서 아마존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월터 아이작스의 '스티브 잡스'에는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온 위대한 제품에 관한 이야기와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들었던 위대한 조직과 그 조직을 이끌었던 위대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900쪽이 넘는 이 책에는 21세기를 새롭게 그려 나간 창조자 스티브 잡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한미화의 '잡스 사용법'은 스티브 잡스의 파란만장한 삶, 회사를 경영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면서 이룬 성과, 인생에 관한 열정과 비즈니스 분야에서 남긴 유산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 언행을 한마디로 가치 있게 요약하면 '자신의 삶과 일을 사랑하라'가 된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책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애플은 자사의 아이튠스에 아이북스토어를 iOS 기반 플랫폼으로 구축해 전자책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판매를 통해 디바이스 경쟁력도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 구글플레이를 통해 전자책을 유통할 수 있게 만들었고, 구글은 2004년부터 시작한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 사업으로 1000만 종 이상 유·무료 전자책 콘텐츠풀이 구축되어 있다. 글로벌 전자책 삼국지의 치열한 경쟁을 바라보면서 사재기 등 거짓에 기반을 둔 마케팅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출판계가 오프라인 서점을 지켜내기 위해 더 적극 노력(완전한 도서정가제 입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원클릭 - 10점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아마존닷컴 경제학 Amazonomics - 10점
류영호 지음/에이콘출판

스티브 잡스 - 10점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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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과 대학지성






부산지역에서 9년차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지역(local)의 대학현실을 목격하노라면 절망과 희망이 교차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영향으로 대학은 필자가 20대에 경험한 현실과 너무도 달라졌다. 1997년 IMF구제금융 전까지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어 대학사회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관심을 가질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졸업생의 취업률로 대학이 계량적으로 평가되면서 오로지 취업률 증대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출판사인 산지니도 지역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사회가 수도권으로 이탈하지 않고 20대의 취업률을 올리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산지니는 한국해양대학교와 산학협력가족회사로 활동하고 있고 동아대학교 인문대학 학생들의 인턴활동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살인적인 등록금에 비해 취업률은 너무 저조하여 20대는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만 소화할 수 있는 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출판사는 문화상품의 특성을 가진 책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동시에 당대독자와 소통하며 후대독자까지도 고려하는 양질의 책을 발행할 책임 또한 갖고 있다. 지역의 교수들과 출판을 협의하는 중에 발생하는 가장 큰 생각 차이는 바로 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대학교수는 1년간 집필한 논문과 저서로 평가를 받는다. 1년 동안 열심히 연구한 교수에게 더 격려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쉽게 결과물이 발생하기 힘든 인문학 전공 교수로서는 난감한 대목이다. 질로 평가하기보다 양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문제를 발생시킨다. 집필에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지만, 출판에도 시간축적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출판사의 욕망을 존중하는 대학교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그저 시간 내에 빨리 결과물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판사에서 대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편집자이다. 대부분의 저자는 대표와 이야기하려하지만 출판사는 편집자들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미래독자를 포함)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신간 기획과 진행, 교정·교열, 홍보 등 출간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대체로 책을 내는 과정은 개인이 아닌 팀의 협업 아래서 진행되기 때문에 편집자는 무엇보다도 타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원고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원고를 검토하고 분석한 다음,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출판사의 장래와 방향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수들이 이 부분을 존중하여 좋은 원고가 좋은 책으로 발전하여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특정 분야의 책만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산지니를 비롯한 지역 출판사는 종합출판을 추구한다. 무릇 출판의 역사는 늘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하였다. 대학이 도시를 중심에 놓고 발전한 부분과 마찬가지이다.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출판의 기본정신이라고 하면 대학의 자율성에 의해 학문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대학의 기본정신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을 지키는 것은 지역민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된 출판의 모습이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왜곡되었지만, 이런 부분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대학 구성원의 적극적 의지가 지역출판에 관심을 기질 때 가능하다. 출판사를 학교 앞 복사집처럼 인식하는 구성원이 많은 현재의 대학은 대학의 위기 극복에 출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없다. 산지니는 향후 10년 안에 아시아 10대 출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국내외 대학과 협력할 생각이다. 부산지역의 대학을 거점으로 아시아의 독자와 소통하는 활동을 자본의 지원 없이 독립출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게릴라가 지역민의 도움으로 거대 제국 미국에 승리한 경험이 바로 산지니가 갈 길이라고 생각하며, 지역대학과 협력을 통해 그 길을 이루어나가고자 한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교수신문 <세평> 코너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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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카펫 장수에게 가격 흥정을 시도하는 저자 코너 우드먼.



출판사에 투고되는 원고 중 절대다수는 해외여행을 다룬 원고다. 최근에 남미를 다녀온 젊은 대학생의 원고, 아프리카를 여행한 젊은이, 유럽여행을 다녀온 교사 부부의 원고가 들어왔다. 투고 원고에 여행 원고가 많다는데 비례해 서점에서도 여행서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기존 여행서와 차별 지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판매는 매우 저조하다. 이런 면에서 여행과 자본주의 경제를 연결해 서술한 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런던 금융가의 전직 애널리스트. 그가 세계를 누비며 물건을 사고파는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을 기록한 책이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이다. 저자인 코너 우드만은 컴퓨터로 하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고 발로 뛰며 세계 경제 현장을 경험하기로 결심한다. 2만5000파운드(약 5000만 원)로 아프리카 수단에서 시작해 6개월 동안 4대륙 15개국을 돌며 물건을 사고팔았다. 그 결과 여행 경비를 제외하고도 5만 파운드(약 1억 원)를 버는 데 성공했다. 이때의 경험을 기록한 책(원제는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은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20대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도 2011년에 번역 출판된 후 스테디셀러로 판매 중이다.


코너 우드먼의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는 기차 여행 중에 마신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다. 공정 무역 과정을 역추적하는 내용의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에서 저자는 중국, 아프가니스탄, 콩고, 니카라과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 9개국을 목숨 걸고 누볐다. 위험한 자본주의 체험기인 이 책(원제는 UNFAIR TRADE)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독특한 경험과 무모한 모험 정신으로 파헤치고 불공정한 세계 경제의 현실을 생생하게 폭로하며,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공정무역은 영국에서만 그 시장 규모가 64조 원에 달할 만큼 의식 있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너도나도 공정 무역 인증 로고를 붙이는데 왜 세상은 나아지기는커녕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는 걸까? '일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인 자본주의를 바꿀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저자는 방문한 모든 나라에서 기적적인 성공 스토리가 하나둘씩 꼭 있었다고 말한다. 더 오래 사업을 하고 싶은 기업, 최고의 품질을 원하는 농장주들이 자신의 사업에 적극 투자한 덕분이었다. 저자가 발견한 모범적인 기업이나 농장주는 사회적 책임이나 공정 무역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사업 성과와 최고 품질을 강조했다. 생산자를 파트너로 여기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때 사업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대한민국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10점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갤리온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10점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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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헤럴드경제



지난 12월 19일 대선이 끝나고 예상치 못한 높은 투표율을 보인 50대를 분석하는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50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동시에 자기들은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란 분석과 함께 저성장과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다시 잘 살아 보세'를 연말 대선에서 선택했다는 결론을 접하게 된다. 자녀의 높은 대학등록금과 저조한 취업률에 편안한 노후대책은 꿈꾸지도 못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불안하고 우울한 새해 전망을 접하고 서점에서 책을 찾다가 김선호의 '그래야 살길이 보인다', 김경훈의 '거품청년, 스마트에이전시로 살아남다'를 발견하고 일독하였다. 


"내내 울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저 역시 두렵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대 출신에 고위공무원, CEO, 대학교수였던 '그래야 살길이 보인다'의 저자도 먹고 사는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은 한강 다리 위에 올라 자살까지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아내가 용기를 냈다. 30년 전업주부 생활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남은 돈을 모아 작은 반찬가게를 냈다. 부부가 함께 반년을 꼬박 창업에 발품을 팔았고, 하루 14시간씩 휴일도 없이 죽도록 일했다. 인생 마지막까지 함께할 이는 배우자밖에 없다는 동료의식이 강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창업 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던 저자이니 만큼 해결책도 현실적이고 강렬하다. 저자의 조언들은 30~40대 후배들에게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다는 희망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한국형 창업의 성공 방법을 알려준다.

   

김경훈의 '거품청년, 스마트에이전시로 살아남다'는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이머징 트렌드 키워드에 대한 해설과 일반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사례들이 나열돼 있어, 저성장 시대에도 성공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전언이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불안과 모색의 시대,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10개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거품청년(Bubble Young man), 스마트 에이전트(Smart Agent), 하이 사이클링(Hi-cycling), 이미지 라이징(Image Rising), 지능형 아카이브(Intelligent Archive), 프리크라임(Precrime), 클린 리워드(Clean Reward), 가격 아닌 가격(Price Non Price), 시민참여도시(Citizen Friendly City), 핫아시안(Hot Asians). 어떤 트렌드는 불안을 배경으로 하는 것에 가깝고, 또 다른 트렌드는 모색 쪽에 힘이 실린다. 


한국 사회 전체로 보면 우리는 현재 아슬아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저성장, 빈부격차, 대기업과 수출 위주의 편중된 경제구조, 세대 갈등, 미래 첨단산업의 동력 부족 등 숱한 난제들 속을 비틀거리고 있다. 이렇게 살얼음 낀 내리막길에서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 그래야 살길이 보인다


- 김선호 지음/다산북스


# 거품청년, 스마트에이전시로 살아남다


- 김경훈 지음/퍼플카우콘텐츠그룹



그래야 살 길이 보인다 - 10점
김선호 지음/다산북스

거품청년, 스마트 에이전트로 살아남다 - 10점
김경훈 & 한국트렌드연구소 지음/퍼플카우콘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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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출판문화 살리기 1인 시위가 140일째 이어지고 있다.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는 도서정가제 확립 등 출판 관련법과 제도 정비, 출판문화진흥기금 5000억 원 조성, 공공도서관 3000개 설립 및 자료구입비 연 3000억 원 확보,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추진 등을 대통령 후보들에게 요구하며 다음 정부에서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출판계 상황은 너무나 암담하다. 서점의 부도와 폐업이 속출하고, 경영이 어려운 출판사들의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려는 선구자들의 책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출판계 입문 30주년을 맞이한 출판평론가 한기호의 '새로운 책의 시대', 출판평론가 변정수의 출판평론집 '출판생태계 살리기'가 대표적인 책이다. 

한기호는 새로 등장한 뉴미디어인 전자책이 올드미디어인 종이책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고, 종이책은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새로운 책의 시대'라는 기로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탐구하고, 책이라는 매체는 소멸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 거듭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책의 역사와 미디어 환경 변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출판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은 '오늘날 책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변정수는 출판산업 침체의 원인을 독자 감소에서 찾는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책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인류 지적재산 차원에서 볼 때 출판은 한 가지 책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 적게 팔리더라도 다양한 책이 존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책의 가치 또한 "만들어지기 전에는 누구도 그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지닐지 단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 위험에 따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출판공공화의 최소한의 기반으로 공공도서관을 제시한다. 출판물의 생산-유통-소비 그 모든 과정을 '공공적 질서' 속에서 재편하기 위한 인프라인 것이다.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의 저자 오쓰카 노부카즈는 이와나미쇼텐에서 보낸 40년을 회상하며 저자와 편집자의 공동작업을 통해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출판을 정의한다. 2012년을 정리하며 책의 운명과 출판산업의 미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우리의 사고력은 쇠퇴하게 되고, 대한민국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형편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새로운 책의 시대 - 10점
한기호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생태계 살리기 - 10점
변정수 지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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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1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버락 오바마의 재선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바마의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이 화제의 책이 된 2008년과는 대조적으로 2012년 한국 독자는 미국 대선에 무관심함을 보였다. 4년마다 열리는 미국 대선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주었고 중심인물인 대통령 후보의 사상을 알려는 독자의 움직임으로 출판계에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이번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바마의 재선이 예상된 점도 있지만, 과거보다 약해진 미국의 힘과도 관련이 있다.


     반면, 11월 8일부터 열린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제18차 당대회)는 신문과 방송의 관심뿐 아니라 출판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 이은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거쳐 10년간 중국을 지도하였던 후진타오가 퇴진하고 앞으로 10년간 시진핑이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의 책 중 대표적인 책으로 가오샤오가 쓴 『대륙의 리더 시진핑』, 샹장위의 『시진핑과 조력자들』과 『시진핑 리커창』, 사토 마사루의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최근에 출판되었다.


     정치적인 문제로 필명을 사용한 가오샤오는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시진핑을 조사하는 작업에 참여한 관리를 여러 차례 접견해가면서 『대륙의 리더 시진핑』을 집필하였다. 시진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아버지 시중쉰의 일대기는 물론 시진핑이 중국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샹장위는 1960년대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정부 기관에서 일했고 그 후에 기자생활을 했으며 근래에는 중국 정치인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단행본을 집필하고 있다. 언론과 출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본토에서 출판하지 못하고 대만에서 출판된 책을 번역하였으며 중국공산당의 실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토 마사루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니혼게이자이신문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시진핑 시대의 중국』을 통해 향후 10년간 중국이 어떤 환경에 놓일 것이며 국제사회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그리고 다가오는 중국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사토 마사루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논리로 중국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할 수 있는 변수들을 살피고 이를 통해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방정식을 제시한다.


     이번에 권력을 잡는 시진핑을 비롯한 태자당의 상당수는 1958년 대약진운동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66년 문화대혁명 시절 10대 청소년기에 시골로 쫓겨나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위화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30여 년 동안 중국의 기적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무수히 벌어진 문화대혁명식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2년, 다양한 종류의 폭력이 혁명의 이름으로 미화되는 일은 중국사회에 만연해 있고, 그로 인한 민간의 불만 정서와 사회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 시진핑이 다수의 중국인의 고통을 자기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중국사회를 개혁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산지니 대표 강수걸



대륙의 리더 시진핑 - 10점
가오샤오 지음, 하진이 옮김/삼호미디어

시진핑과 조력자들 - 10점
샹장위 지음, 박영인 옮김, 지해범 감수/대가

시진핑 리커창 - 10점
샹장위 지음, 이재훈 옮김, 강준영 감수/린(LINN)

시진핑 시대의 중국 - 10점
사토 마사루 지음, 이혁재 옮김, 권성용 해제/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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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횡무진 한국경제

- 김상조 지음/오마이북


-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외 지음/부키

차기 정부를 선택할 시간이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경제상황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꼬인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게 얽히고 헝클어진 상태다. 김상조 교수의 강의를 정리한 '종횡무진 한국경제', 장하준·정승일·이종태의 대담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지난 3월에 출간되어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거대담론부터 미시정책까지 한국경제를 종적으로 분석하며 50여 년 동안 한국경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경로를 탐색한다. 재벌, 중소기업, 금융, 노동 등 꼭 살펴봐야 할 한국경제의 여러 부문을 횡적으로 분석한다. 한국경제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의 이유를 짚어보고 각 부문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이데올로기에 따라 불공정하고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재벌, 이들이 시장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도움을 주는 모피아. 저자는 한국경제 종단·횡단의 과정 내내 이들에 대한 경계를 당부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들은 기업에 유리한 통계수치를 발표함으로써 시장 이데올로기를 조종하며 모피아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낙수효과를 잊지 못하고 서민경제 몰락, 극심한 산업 양극화 등을 외면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 책은 8가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한국경제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주제는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일 뿐이고 양극화 해소가 본령이다'로 압축할 수 있다. 

반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저자들은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 화두에서 이미 실패로 입증된 진보의 착각이 되풀이되는 것을 발견한다. 장하준 교수는 자유주의가 근본적으로 시장주의라고 잘라 말한다. 시장주의나 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 민주화론과 재벌 개혁론은 지난 시기에 엄청난 정책적 실패를 낳았는데 이명박 정부가 밉다고 해서, 재벌이 동네 치킨 집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잘못된 수술칼을 다시 똑같이 집어 들 것이냐고 반문한다. 중요한 것은 재벌이 우리 사회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주주 자본주의 규제, 기업 집단법 제정, 재벌이 첨단 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산업 정책 등을 현실적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GDP 대비 복지 예산을 살펴보면, OECD 평균에 가까운 이탈리아가 19.3%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9%이다. 이탈리아 수준의 복지를 실현하려 해도 현재보다 GDP 대비 복지 예산을 10% 더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140조 원이다. 대단히 큰 액수이기에 매년 단계적으로 복지 예산을 늘려 10년 뒤에는 OECD 평균의 복지국가를 만드는 구상이 필요하다. 복지 예산의 증가는 세금의 증액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금을 빼앗기는 돈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으로 보고 복지 지출을 공짜가 아닌 공동 구매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모범으로 알려진 스웨덴 시스템도 결코 평탄하게 실현된 것이 아니다. 반세기 가까이 있었던 온갖 정치, 경제적 논쟁과 대립을 극복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 형성한 것이다. 당신은 내일을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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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바란다

-독서출판문화를 위한 제언
 





 부산이라는 변방에서 대한민국 출판미디어 산업을 보면 세계 10위 출판국으로서 기초체력이 너무나 부실하다. 국민독서진흥을 위한 여러 정책을 이야기하지만,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하드웨어부터 체크하자면 오천만 국민이 집에서 10분 거리에 도서관과 서점이 존재하는가? 전국 곳곳에 지역을 대표하는 출판사가 존재하는가? 사회의 양극화와 경제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담론이라고 하지만 출판에 한정하면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후진성 극복이 당면과제이다.


 도서관은 지식기반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 인프라일 뿐만 아니라 시민의 지식․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면서 높은 공익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안전망이며, 지역자치의 중심센터이고 ‘시민의 대학’이자 ‘창조와 생산의 기지’이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선진국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도서관의 공공서비스를 감당할 인력을 법적 기준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 또한 도서관의 자료구입비를 획기적으로 증액하여야 한다.


 온․오프라인 간 경쟁을 통해 동네서점을 몰락시킨 불완전 도서정가제를 즉시 폐지하고 완전한 도서정가제 확립을 통해 국민에게 서점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도시 곳곳에 서점이 존재할 수 있도록 서점 임대료의 절반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노르웨이와 프랑스 사례를 참조해서 100년이 가는 선진국 수준의 차별화된 서점을 전국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문화콘텐츠산업의 토대인 출판산업을 소외시킨 상태의 스토리텔링 담론, 게임을 비롯한 영상산업 육성에 역대 정부는 목을 매고 있었다. 5년을 이끌 다음 정부의 대통령은 책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대통령 후보자는 ‘책 읽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확고한 정책 공약을 제시하고 5년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강수걸(산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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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9월 5일, 베트남을 처음 방문했을 때 호찌민시는 동냥하는 아이들과 소매치기 등 전쟁의 상처가 잔존하는 곳이었다. 호찌민시는 '사이공의 흰옷'(2006년 '하얀 아오자이'로 재출간)이라는 소설의 주 무대로, 이 책을 처음 출간한 출판사는 1986년 당시 부산에 있던 '친구' 출판사였다. 소설은 소박한 성공을 꿈꾸던 평범한 소녀가 학생운동을 통해 다른 삶에 눈뜨며 겪는 사랑과 우정, 성장의 아픔을 잘 그려내 1980년대 대학을 다니던 세대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1992년 국교수립 후 양국교류가 시작되면서 베트남으로 30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하였고 직접 고용자 수만 60만 명이 넘는다. 최근에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으로 베트남에서는 한국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그 열기에 비해 베트남 관련 한국 출판물은 어느 위치에 있을까?


2007년에 부산을 방문하였던 응웬옥뜨 소설가의 '끝없는 벌판', 올해 베트남어판을 저본으로 번역된 바오 닌 소설가의 '전쟁의 슬픔', 반레 소설가의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등 몇 작품에 한정된다. 베트남 문학은 상흔에서 피어난 생명의 문학이다. 베트남 전쟁문학은 조국통일과 민족해방의 영광, 정의로운 항쟁, 구국의 의지, 집단을 위한 개인의 영웅적이고 숭고한 희생을 노래하는 것이 전부였다. 응웬반봉의 '하얀 아오자이'도 더 큰 꿈을 위한 희생을 잘 묘사한 전형적인 베트남 전쟁문학에 속한다. 반면, 통일 이후에 출간된 소설 중 '전쟁의 슬픔'은 전쟁만이 아는 슬픔을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려낸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권헌익 교수의 저서 '학살, 그 이후'와 시민단체 '나와우리'의 회원들이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 자전거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답사하고 집필한 '미안해요! 베트남'은 베트남전쟁이 지금도 진행 중인 과거임을 환기하게 한다. 권헌익 교수의 '학살, 그 이후'는 인류학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어츠상 수상작으로, 1994년 베트남 중부지방 하미를 비롯한 꽝남성의 여러 민간인 학살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학살의 역사를 마을 차원에서 민족지적으로 연구한 결과이며,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의 모든 죽음은 좋은 죽음이든 나쁜 죽음이든, 이편의 죽음이든 저편의 죽음이든 애도와 위로를 받을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 


   

2004년 다시 베트남을 방문하였을 때 민간인 학살지역에서 목격한 이야기 중 남부 베트남 군인 또는 경찰 가족 또한 한국군에게 학살되었고 통일 이후에도 베트남 당국의 소극적 대응에 유가족이 슬퍼하던 장면이 다시 기억이 난다. 기억을 통해 우리는 하잘 것 없어 보이는 낱낱 인간들이 지니는 생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영토 문제로 한국과 일본 간에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도 기억해야만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함이다. 지금 하잘것없어 보이는 상대라고 넘기기엔 베트남은 너무나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 하얀 아오자이


- 응웬반붕 지음/동녘/1만2000원


# 전쟁의 슬픔


- 바오 닌 지음/도서출판 아시아/1만2500원


# 학살, 그 이후


- 권헌익 지음/아카이브/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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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