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에 해당되는 글 348건

  1. 2018.11.20 세상에 나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세상에 나를 추천하라』 (책소개)
  2. 2018.11.19 47가지 음식으로 전하는 부산 이야기 ::『부산 탐식 프로젝트』(책 소개)
  3. 2018.11.07 기후변화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없다:『2℃-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책소개) (2)
  4. 2018.11.01 역사와 삶의 모순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 『유산』 (책소개)
  5. 2018.10.29 영화가 곧 삶이다-『영화 열정』(책소개)
  6. 2018.10.29 한국인의 공동체 의식을 말하다-『그날이 올 때까지』(책소개)
  7. 2018.10.22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말하다-『마니석, 고요한 울림』(책소개)
  8. 2018.10.05 외로운 투쟁을 옮기다 -『빌헬름텔 인 마닐라』 (책소개)
  9. 2018.09.05 삶의 애환, 상처, 환희 등을 원숙하게-『다독이는 시간』 (책소개)
  10. 2018.09.04 서로 다른 깨달음의 의미 :: 『인도불교의 역사』 (책소개)
  11. 2018.08.29 ‘재난고사’ 독해로 재탄생한 중국고전의 걸작 서유기 :: 『서유기 81난 연구』 (책소개)
  12. 2018.08.28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연속 :: 나는 나, 강은 나 (책소개)
  13. 2018.08.16 원통한 죽음을 기억하는 것의 의미 ::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 (책소개)
  14. 2018.07.24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책 소개)
  15. 2018.07.12 문학 평론가의 눈으로 들여다본 세계를 담은 ::『시인의 공책』(책 소개) (1)
  16. 2018.07.11 중국경제법의 현단계 발전현황을 담은 ::『중국경제법의 이해』(책 소개) (1)
  17. 2018.07.06 빛을 머금은 어둠의 시간을 통해 삶을 그려내는::『슬로시티』(책 소개)
  18. 2018.07.03 한국발 동아시아론의 과제와 루쉰의 만남::『루쉰과 동아시아 근대』(책 소개)
  19. 2018.06.26 이반 일리치를 좋아하시나요?-『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책소개) (2)
  20. 2018.06.18 서울 도심에 나타난 고마운 습지!-『습지 그림일기』(책소개)
  21. 2018.06.07 마르크스의 노년이 궁금하신가요?-『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책소개)
  22. 2018.05.30 탈북자, 그들에게 남쪽은 정말 따뜻한 곳일까? :: 정영선 장편소설『생각하는 사람들』(책 소개)
  23. 2018.05.28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읽는 동양의 사유 :: 『깨달음』(책소개)
  24. 2018.05.26 새로운 해석으로 만든 또 하나의 <대학>::『대학, 정치를 배우다』(정천구 지음)
  25. 2018.05.15 삶과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 :: 정광모 소설집『나는 장성택입니다』(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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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를

추천하라

 

정쾅위 지음

곽규환·한철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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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면 차리지 말고 죽을 각오로 임하라”
    대만의 노력천재 정쾅위, 그가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중화권에서 가장 뻔뻔한 사람으로 불리는 정쾅위. 그는 자신을 어필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능한 작가이자 사회자다. 대만과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각종 신문, 잡지, 방송 등에 기획서를 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 강연, 부산국제영화제 대만영화인의 밤 진행(2017년, 2018년), 광주문화재단 초청 강연 등 그는 ‘자기 추천’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자신을 알리고 있다.

정쾅위의 수많은 도전과 경험들의 원천을 만날 수 있는 자기계발 에세이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가 출간됐다. 저자는 체면 차리지 않는 도전 정신과 긍정적 마인드로 자신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조금은 뻔하고 식상한 비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세계적 진행자의 꿈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도전 정신과 긍정적 마인드는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자 원천이다. 물론, 뜨거운 열정을 뒷받침할 만한 실력과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발 빠른 행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책은 4개 국어를 독학한 저자의 언어 공부 방법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던 경험들을 함께 녹여 원하는 꿈을 이루는 자신의 방법을 전하다.

 

 

▶ 세상에 나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는 저자의 대학 진학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진학할 학과를 선정하는 것부터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 차선의 선택을 해야 했던 이야기까지, 비범하고 비상한 인물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옆집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을 대만의 보통 소년이었다고 말한다. 단지 유년시절 아버지께서 누누이 강조하신 ‘글로벌 인재’ 소리를 들으면 자랐다는 것이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일 것이다. 그랬던 그가 보다 큰 무대를 꿈꾸게 된 것은 세계의 여러 문화를 접하면서부터였다. 특히 대만 국비유학생으로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그 사회의 문화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친구들을 사귀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삶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예의바르고 공손하며 선배(혹은 교수)들의 말을 따르던 모습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능동적인 태도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런 그의 경험들은 ‘자기 추천’이라는 그만의 삶의 방법을 만들게 된다. 정쾅위는 점잖게 뒷짐 지고 서서 기회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기추천이라는 방법으로 먼저 손을 내밀고 말을 건다. ‘유명한 사회자가 되는 것’이라는 단순하고 명료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가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시도할 용기가 있다면, 실패해도 다시 시도했다. 계속 시도했다. 방법을 바꿔가며 시도했다. _ P.288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는 세상이 당신을 눈물짓게 할지라도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 꿈이 저자와 같이 유명해지는 것일 수도 있고, 식당을 차리는 것일 수도 있으며, 원하는 직장에 취업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의 꿈이든지, 그것은 당신의 삶을 보다 뜨겁게 만드는 연료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성공, 꿈, 도전… 한물간 단어?
    어쩌면 지금 우리가 다시금 떠올려야 하는 단어일지도!

 

자기 계발과 인생 설계에 대한 서적이나 강연이 인기 있었던 2000년대, 그 이후 생계나 존재 자체의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뚜렷한 성공보다는 자신만의 행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오늘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는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까?

 

소위 말하는 삶의 방향은 당신 스스로가 개척하고 걸어가야만 점차 보일 것이다. 스스로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당신은 무슨 일이든지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타인이 엄두도 내지 못할 실력을 쌓으면서 부단하게 스스로를 반성하고, 이 모든 과정을 인생의 가장 빛나는 경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길._P. 53

 

저자 정쾅위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마음을 다한다. 그는 면접을 볼 때면 면접관의 논문을 모두 찾아 읽고, 국제대회 참가 신청에 불합격하지만 다시금 메일을 보내 자신의 의지를 전하며 내년을 기약한다. 그의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보여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노력과 도전, 그리고 꿈으로 향하는 여정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시류에 휩쓸려 미뤄뒀던 뜨거운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행처럼 번지는 소확행의 시대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게 아니라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_P.100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는 솔직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솔직함이 발칙하게 보일지언정, 저자 정쾅위는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명료하게 답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모두들 제쳐둔 단어들은 꺼낸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에게 있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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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당신은 타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일한다. 모든 노력과 투자는 당신의 경쟁력을 높인다. 절대, 단지 생계를 위해 관심도 흥미도 없는 일을 선택하지 말라.

 

P.63      ‘좋은 꽌시’는 세계 어디서든 통한다. 이는 특별한 우정과 기회, 협력의 기초다.


P.100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게 아니라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들이 당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 당신을 낯짝이 두꺼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따위는 아무 걱정 마라. 주저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이 기회를 놓쳐서 받게 될 고통과 다른 사람들의 의미 없는 수근거림 중 무엇이 중요한가? 답은 바로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P.181     나는 욕망과 유혹에 맞서 내 원칙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본심과 초심을 지켜야만 큰 목소리를 내며 머리를 꼿꼿이 세워 가슴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정쾅위(鄭匡宇)

 

대만 정치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캠퍼스에서 무용사 및 무용이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만 실천대학교 영어학과 겸임 조교수, 한국 홍익대학교 교양학과 중국어 전임 강사, 대만 동오대학교 중국어 교육센터 부주임 등을 역임했다.
이후, 강연자 및 사회자로 이름을 알리며 미국 페이스북 본사, 중국 알리바바 본사, 북경대학교, 대만대학교 등에서 강연을 했다. 그 밖에도 부산국제영화제 대만영화전, 세계 지문인식 기술개발업체 SYNAPTICS 기자회견, 2017 유니버시아드 한국대표단의 기자회견, <아시아신추세 대만대미래> 포럼 등에 사회를 맡았다.
중화권에서는 20여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며, 자기계발과 인간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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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를 추천하라 - 10점
정쾅위 지음, 곽규환.한철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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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맛있는 음식 인문학

 

부산 탐식 프로젝트 •

 

최원준 지음

 

 

 

▶ ‘돼지국밥은 어떻게 부산의 소울푸드가 되었을까? 

밀면은 왜 공유와 배려의 음식일까?’

47가지 음식으로 전하는 부산 이야기

 

부산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때문에 일제강점기 부산 사람들의 식탁에는 일본 식문화가 넘나들었고, 6.25 전쟁 당시에는 여러 지역의 피란 이주민들의 식문화가 수용되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도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과 식문화가 뒤섞여 형성된 독특한 음식들이 많이 남아 있다. 시인이자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인 최원준은 이러한 부산의 음식을 통하여 사람, 역사, 문화를 탐구했고, 그 ‘탐식(探食)’ 과정을 『부산 탐식 프로젝트』에 담아냈다.


 

 

 

▶ 낙동강, 기장, 원도심, 골목까지

부산의 진짜 ‘맛’을 찾아서

 

『부산 탐식 프로젝트』의 저자 최원준은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더 행복해진다”라는 신념을 가진 부산 사람이다. 한때 질풍노도의 젊은 시인이었던 그는 무작정 부산의 구석구석을 오래도록 걸어 다니던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산재해 있던 음식 속 부산의 역사와 사회상, 문화일반을 접하게 되었고, 이를 독자와 공유하기 위해 글로 쓰게 되었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 칼럼, 방송, 강좌 활동 등으로 음식인문학과 음식문화사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는 음식문화칼럼니스트로서 자리매김하였다.


저자는 언제나 그랬듯 여행하듯 부산을 떠돌며 음식을 탐구(탐식探食)한다. 본서에서는 그렇게 탐구한 총 47가지 음식을 지역에 따라 ‘낙동강, 기장, 원도심, 골목’ 총 4부로 엮었다. 낙동강 지역에서는 강과 바다가 뒤섞인 물에서 자라 기막힌 맛을 내는 낙동김과 구포시장의 명물 구포국수를, 기장 지역에서는 바다의 향긋함을 품은 설치와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철마한우를 만난다.


또한 원도심권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에 의해 탄생한 서민음식들을 소개한다. 두투, 양곱창 등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탄생했지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음식들의 이야기는 부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서글펐던 역사까지 품는다. 그 외에도 원래 부산 음식이 아니었던 밀면, 돼지국밥이 어떻게 부산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 속에 담긴 음식의 탄생배경, 전래 과정, 조리법 등을 소개한다.
 

 


▶ SNS를 수놓는 화려한 ‘맛집’ 대신

묵묵하게 거기 있던 ‘음식’과 ‘사람’에 주목하다

 

최원준은 항상 거기, 묵묵히 있었던 부산의 음식과 사람에 주목한다. 그는 탐식가(探食家)답게 지역, 음식, 이야기와 역사를 두루 살피며, 온몸으로 음식을 맛본다. 그리고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지역민과 함께 먹고 마시고 떠들며 체득한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로컬푸드와 지역의 정체성, 문화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식구가 된 듯, 따뜻해진다.


이 책에는 ‘맛집’ 정보는 없다. 그러나 음식과 관련된 문화와 사람, 사회학적 부문을 함께 조명한 ‘맛나는 글’이 있다. 항구도시로서,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거처로서 격동기를 거친 부산의 사회와 문화, 사람, 역사를 음식을 통해 담은 ‘음식 인문학’ 도서인 것이다.  

 

 

 

『부산 탐식 프로젝트』와 함께 따뜻한 ‘부산’의 맛을 찾아

함께 ‘슬로우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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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최원준 

시인이자 음식문화칼럼니스트.
1987년 부산의 대표 무크지 『지평』으로 등단했으며, 1995년 시 월간지 『심상』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오늘도 헛도는 카세트테이프』, 『금빛 미르나무 숲』, 『북망』이 있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로서 부산학과 현장인문학을 중심으로 강좌, 저술, 연구 활동으로 각계각층의 부산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문화기획자이기도 하다.

부산 구석구석을 거닐며 탐식(探食)하는 것을 좋아하는 음식문화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칼럼, 방송, 강좌 활동 등으로 음식인문학과 음식문화사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음식 관련 저서로 『음식으로 부산현대사를 맛보다』, 『이야기 숟가락 스토리 젓가락』(편저) 등이 있다. 또한 ‘부산광역시 식품진흥기금 운용심의위원회’ 운용심의위원과 ‘부산광역시 맛집 선정위원회’ 선정위원, 부산광역시 주최 ‘푸드스토리 인 부산’ 공모전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미식도시 부산의 음식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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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탐식 프로젝트 - 10점
최원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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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안녕하세요. Y편집자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산지니 화제의 신간 『2-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이정표』입니다. 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미세먼지도 그렇고, 초미세먼지도 그렇다. 그런데 이것들은 우리를 괴롭히고 위협한다. 이산화탄소 역시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다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아니면 우리의 탐욕의 눈으로는 정말 볼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다 보고 있다. 

그 모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우리가 모두 만들어 냈다는 것을. 이제 보이지 않은 것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들이 점점 쌓이면서, 모이면서 분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위험한 존재로 나타났다. 전 지구상의 일상이 되었다.


여름날의 폭염, 겨울의 한파, 태풍, 가뭄, 폭우...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기후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기후 변화는 이제 전 생태계를 위협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애써 무시하면서 지낸 건 아닐까요.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가 뜨거워지는 걸 연구했고,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하는 이유임을 밝혀냅니다. 그거 아시나요? 19세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은 0.7~0.8도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겨우 1도 올랐는데 어마한 환경재앙이 일어났습니다. 앞으로 1도가 더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은 이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정리해놓았습니다. 지구 온도가 왜 뜨거워졌고, 수많은 국제 이슈와 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협약(파리협정)에서 197개국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이유에 대해서요. 

이제 인류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합의 속에 미국 트럼트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며 파리협정에서 미국의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안타까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에너지산업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저자는 이 책에서 이제 인류는 산업화 시대의 에너지 시대와는 이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의 마지막 글입니다.

‘2도’ 목표는 산업혁명 이후의 핵심 가치인 개발과 경제 성장과의 결별이며, 경제 성장, 환경보호와 사회통합성이 동반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로의 전환이다. ‘2도’ 목표는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미래세대를 포함한 장기적인 공공 이익을 추구한다. 지구 생태계와 글로벌 인류 사회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추구한다.

화석에너지 시대의 낡은 이익과 관습에 매달리는 세력들의 저항을 물리칠 수 있는 큰 용기를 ‘2도’ 목표는 필요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서. 소통하며 상호 공존하는 새로운 기후 거버넌스를 위해서.

책은 2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 2도 목표 달성을 위한 다차원적인 어려움과 갈등, 이미 앞서 기후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사례 등의 소개를 통하여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세한 책 소개]



모호하고 느슨했던 기후변화 대응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졌다

21세기에 지구 평균기온이 '2이상 상승하지 않은 것이 목표

기후변화 시대, 생태 근대화를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다

 

계절이 사라지고 있다.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여름은 아주 길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지고 있다. 보통 더위를 넘어 살인적인 더위로 인간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놀라운 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겨우 1도 정도 더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지금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1도 이상 올라간다면 엄청난 생태위기가 올 것이다.

지금껏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이란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언제, 어떻게,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이후로 23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비로소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구체적인 합의와 함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게 되었다.

2도 제한이라는 한계선은 정해졌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이산화탄소 제안은 사회 전반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 여러 분야에 대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 책은 2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2도인가에 대한 목표 설정의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면서 2도 목표가 가지는 의미와 2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다차원적인 제약 요인을 상세히 설명한다.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기후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기후정책 사례를 소개한다. 인류 사회가 18세기 산업화 시대의 석탄에너지 시대에서 벗어나 저탄소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을 제안하며, 인류가 함께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2도 목표 달성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2도 목표 설정을 위한 배경과 내용

1장은 2도 목표를 추적해본다. 왜 하필 2도인가, 2도 목표에 도달하는 역사적 배경과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2도 목표와 연관된 다양한 차원의 범위를 규명해본다. 기후학자나 지질학자 등의 자연과학자, 경제학이나 정치사회학자 등의 사회과학자, 그리고 권력의 정상들이 독특한 관점과 다양한 과정을 통하여 2도 목표에 도달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

2장은 2도 목표에 이르는 내용과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도나 정책을 다루고자 한다. 2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경제적, 정치사회적 방식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조건과 기술적 여건을 고려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도, 탄소세, 재생에너지 촉진법, 에너지 효율성 개선 정책 등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미 앞서 기후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독일의 사례 등의 소개를 통하여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2도 목표 달성을 위한 다차원적인 어려움과 갈등

3장은 2도 목표의 성과, 제약, 그리고 갈등의 측면을 살펴본다. 2도 목표는 다차원의 복합방정식을 넘어서 다차원의 갈등복합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로 한 지역의 석탄발전소가 폐기되면서 태양광발전소로 전환되는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일종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실업, 고용, 지역 발전, 기술개발, 비용 및 재정 투입, 새로운 갈등 조정 및 운영 체계의 구축 등 여러 측면이 연관되어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전환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의 제 측면을 살펴본다.


2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과 방향

4장은 2도 목표를 위한 새로운 기후체계에 관한 장이다. 기후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알아보고, 기후 거버넌스의 구조, 과제와 특성에 관해 한걸음 들어가 본다. 현재 한국 기후정책의 현실적인 단계와 기후체계를 가지기 위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독일연방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틀과 유럽연합 차원에서 적극적인 공조를 이루어가면서, 2007년 이후 지구평균 기온의 ‘2상승 억제 목표를 공식화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독일 기후보호 정책의 내용과 시행 방식의 특성을 찾아보면 합리적이고 풍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생태 근대화를 위한 인류 사회의 인식 전환 촉구

마지막 5장은 2도 목표를 위한 인류 사회의 노력과 그 궁극적 의미를 읽어내고자 한다. 이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핵심 가치인 자연개발이나 경제 성장과 결별해야 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며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켜가는 가치로 인식과 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자는 전환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고통이 따르더라도 화석에너지 시대의 낡은 이익과 관습을 버리고, 재생에너지 시대의 소통하며 상호 공존하는 새로운 기후 거버넌스 지향을 촉구한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임을 시사한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9 ‘2도’라는 한계선은 사실 자연이 설정해주었지만, 그 목표를 실현하는 것은 고스란히 인류 사회의 몫이다. ‘2도’ 상승 억제라는 엄중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2050년까지 제한된 시간 내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은—우리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꼭 필요한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은—이제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인 과제가 되었다.

P.17 ‘2도’ 목표가 우리가 이루어내야 할 목표이자 걸어가야 할 목적지라면 가야만 한다. 그 목표가 보다 안전하고, 깨끗하며, 상호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으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누구에게나 지속가능한 번영을 약속한다면,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야 한다.

P.118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기존의 지속 불가능한 체계에서 지속가능한 저탄소 발전 체계로의 대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변화, 곧 체계의 전환은 갈등의 소지가 많다. 그리고 갈등이 복합적이다. 이 전환에는 모든 영역이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P.151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제정부터 기획재정부 장관이 할당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어 할당기본계획과 기업별 할당량을 결정한다. 할당량 및 할당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은 환경부가 아니고, 할당위원회의 위원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주어진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계획과 배출허용량 배분에 있어서 환경적인 논리보다 경제적인 논리가 더 우선됨을 의미한다.

저자 소개

김옥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사회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사회발전론을 강의하였고, 현재 한라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기후변화, 독일환경과 사회, 사회발전론 및 민주주의를 주제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온실가스 관리기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세계자연보전연맹 한국위원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환경 분야 NGO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회계층과 발전전략(독문),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번역서로는 권력, 유럽정신사의 기본개념 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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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10점
김옥현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유산

 

박정선 장편소설

 

 

 

 

▶ “내가 태어나 자란 집, 할아버지가 분신처럼 아낀

우리 집을 해체하기로 한다.”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를 주유하며
일제강점기, 그 이후의 시대에도
계속되는 역사와 삶의 모순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국 근현대사와 인간 본원적인 문제에 대해 치열한 통찰을 이어온 작가 박정선이 새로운 장편소설로 찾아왔다. 소설 『유산』은 친일파의 후손인 주인공(이함)이 자기 내부의 모순을 극복하고 가문의 친일과 그 잔재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 과정 속에 우리 민족의 수난사, 윤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현실적 문제와 공포, 역사의 줄기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등 친일 청산을 둘러싼 다양한 각도의 문제들을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작가는 “날개가 작가적 소명을 몹시도 채근했다.”라고 말한다. 이어 좌우 날개를 펼쳐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이데올로기의 잔재로 인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소설 『유산』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염원을 두고 있으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결되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게 한다. 그리고 친일 청산이라는 문제의 현재성에 주목한다. 우리는 어떤 역사를 걸어왔고, 다시 어떤 역사를 만들 것인가? 소설은 한국사회에서 내재적 모순에 빠져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정면으로 바라보며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 “하지만 여전히 두렵기는 마찬가지예요.
제가 과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정말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국가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
매 순간 고민하고 갈등하고 선택해야 하는 개인의 존재에 대하여

 

소설의 주인공 이함은 친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 즉 조부들의 친일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순조롭게 판사직에 오른다. 반면, 이함과 비슷한 연배의 김준호는 독립운동을 한 조부 때문에 극빈자로 살다가 열악한 환경 탓에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소설은 김준호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나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이함의 죄책감과 부끄러움, 그리고 심리적 갈등과 고민을 박진감 있게 서술한다.


소설은 이함 조부의 친일행적과 이와 대비되는 김준호 조부의 독립운동 행적들을 보여주며 광복 이후, 우리 사회에서 친일과 반일의 프레임이 어떻게 작용됐는지 보여준다. 특히 이함의 조부는 일제 말기에 군수를 지낸 인물로 일제의 파시즘 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기여했고, 이는 김준호의 비극적 가족사와도 연결된다. 해방 직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 세력은 소설 속에서 ‘한남동 할아버지’(이함의 작은할아버지)로 대표되는데, 이 인물은 독재정권과 결탁해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한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이함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한다. 할아버지로 상징되는 가문과 김준호, 아버지로 상징되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걸어가야 하는 길을 고뇌하는 것이다. 특히 이함의 망설임은 그저 탐욕적인 악인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조부의 인물됨과 관련하여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조부는 학식과 교양을 겸비한 인물로, 손녀인 이함에게도 훌륭한 어른으로 기억되어 있다. 작가는 친일 고위 관료였던 조부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이함의 고민이 왜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함의 행복한 유년기를 만들어준 집안의 추악한 과거, 이함은 50여 년이 지난 후, 가문의 얼룩진 행적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집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권위적이다.”
집과 유산, 그 의미에 대하여

 

이함은 오랜 고민 끝에 자신의 고향인 상암리로 향한다. 상암리는 그녀의 집이 있는 상리와 김준호의 집이 있는 하리로 나눠진다. 상리는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는 높은 지대에 있고, 하리는 푹 꺼진 지형으로 비가 많이 오면 번번이 집이 물에 잠겼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은 이 집에 사는 인물들의 삶과도 고스란히 연결된다. 김준호가 살면서 겪은 고난의 시간들은 마치 퍽퍽하고 낡은 그의 고향 집과 닮아 있었고, 이함은 그녀의 기세 좋은 고향 집 마냥 순탄하고 여유로운 삶을 걸었다.


또한 집은 조부와 집안, 가계 등을 의미하며, 언젠가 이함이 물려받게 될 ‘유산’이라는 점에서 이 글의 제목을 연상하게 한다. 여기서 유산은 이함과 그녀의 고향 집처럼 이미 주어진 것이나 물려받은 것과 같이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함이 자신의 집안이 걸어온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려고 하는 시점부터 유산의 의미는 철저히 남은 자의 몫으로서 변화의 의미를 가진다.


세상의 온갖 권력과 권세를 흡수하던 그곳, 상암리 고향 집. 가문의 모순을 깨달은 후손이 선택한 길에서 이 집의 운명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남겨질 유산은 무엇일까? 작가 박정선은 소설 속에서 상징적 소재들을 활용해 친일 청산 문제의 본질이 이제는 우리 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책 속으로

 

p.20    일 년에 두 번 제사를 지내러 가는 고향 집은 할아버지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옛날에 지어진 육중한 대문에서부터 서너 채 기와집과 넓은 마당을 돌아 뒤뜰 대나무 숲까지 근엄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우리 집은 할아버지 그 자체라고 해야 옳다. 그러므로 우리 고향 집은 고향 사람들도 함부로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우리 가문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p.46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집은 그냥 바라만 보아도 권위적이 다. 고관대작이 살았던 집이거나 왕족들이 궁궐을 벗어나 따로 살았다는 이궁처럼 보였다.

 

p.89   “가서 니네 할아버지께 전해, 군수 댁 제사 음식 따위는 개나 줘야 한다고.”

 

p.117   그날도 친구와 함께 교수님 인쇄물을 찾으러 갔었고, 우리가 인쇄소로 들어가는데 바로 옆 인쇄소에 서 나오는 남자가 있었다. 다소 긴 머리가 얼굴을 가렸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눈빛이 선명하게 빛났다. 나는 직감적으로 준호를 떠올렸다.

 

p.141   누가 하나하나 자세하게 읽어 준 것처럼 그의 기도 소리가 내 귀에서 맴돌았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가슴이 서늘해진 것 은, 어릴 때 그가 나에게 쏘아붙였던 말이 다시 떠오른 탓이었다. 준호가 그들이라고 지칭하는 무리 속에 우리 할아버지가 포함된 것만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p.152   “연좌제 폐지한다고 했지만 그건 법적인 문제이고, 현실적으로 꼬리표는 떼기 어려울 거야. 그리고 아나키스트가 이념이든 아니든, 반공을 국시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사회주의 사촌으로 본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생각해 봐, 무정부주의니 연합이니 하는 게 사회주의와 다를 게 없잖아. 좌파라니까. 보수와 반대란 말이지.”

 

p.204   윤태영의 말은 세상이 준호에게 있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었 다. 정작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은 세상 밑바닥을 헤매야 하고, 그렇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개탄하는 말이었

다.

 

 

저자 소개  

                                                           

소설가 박정선
박정선 작가는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소설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심훈문학상, 영남일 보문학상, 해양문학상 대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아 라홍련문학상 대상, 천강문학상, 김만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장편으로 『수남이』(2006년 한국예술위 창작지원 선정), 『백 년 동안의 침묵』(2012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동해아리 랑』(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작품), 『가을의 유머』, 『새들의 눈 물』(김만중 문학상), 『남태평양엔 길이 없다』(한국해양문학 상 우수) 등이 있으며 소설집으로 『청춘예찬 시대는 끝 났다』(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내일 또 봐요』, 『와인파 티』, 『변명』, 『표류』 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바람 부는 날엔 그냥 집으로 갈 수 없다』 외 10권을 출간했다. 이 외에 에세이집 『고독은 열정을 창출한다』, 평론집 『사유와 미학』, 연구서 『인간에 대 한 질문-손창섭론』, 『해방기소설론』, 『오영진론-현대 장르』 등이 있다. 명진초등학교(부산) 교가를 지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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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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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라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든 사람”-장 뤽 고다르
영화를 구한 사나이, 앙리 랑글루아

“앙리 랑글루아는 누구인가?”

 

1968년 2월 말, 드골 대통령은 자신의 보좌관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그가 들은 대답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공동창립자이자 사무총장이며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는 사람.’ 이 대답에는 틀린 것이 없지만 충분한 대답은 아니다. 이 간단한 설명으로는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가 랑글루아를 해임했다고 해서 프랑스 영화계 전체가 거리로 나선 까닭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 ‘앙리 랑글루아는 누구인가?’


『영화 열정: 시네마테크의 아버지 앙리 랑글루아』는 앙리 랑글루아의 생애를 담기 위해 그의 지인 및 관계자 76명을 인터뷰해 만들어졌다. 괴짜 영화광에 대한 흥미로운 평전인 이 책은 랑글루아 개인의 궤적을 따라가면서도 무성 영화에서 70년대에 이르는 영화문화사의 형성기를 들여다본다.


1920년대, 대부분의 사람들(심지어 영화 산업 종사자들까지도)은 영화를 그저 값싼 일회성 오락의 형태로 인지했다. 하지만 앙리 랑글루아에게 있어 영화는 보존할 가치가 있는 귀중한 예술의 한 형태였다. 그리고 1935년, 그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설립한다. 이곳은 잘 알려진 대로,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등 누벨바그 감독들의 주요 모임 장소였다. 고다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랑글루아는 당시 젊은 감독들에게 그야말로 ‘빛을 준’ 인물이었다.

 

 

 

 

 

 

▶ “우리에게 천국이었다. 은신처이자 집이었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었다.”- 프랑수아 트뤼포
전설적인 영화인들의 학교이자 도서관, ‘시네마테크 프랑수아’

 

1935년 프랑스, 무성영화가 사라지던 시절 청년 앙리 랑글루아는 무성영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무성영화만을 상영하는 ‘영화의 서클Cercle du Cinéma’을 만든다. 이후 영화의 서클은 세계 각국의 영화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로 재탄생한다.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는 시네마테크를 향해 “영화에 대한 신념을 깃들게 하는 영화 교회이자 전설적인 영화인들을 배출한 영화 학교이자 도서관”이라고 칭했다. 이처럼 시네마테크는 영화를 상영하고 보존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등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세계관을 키워나간 곳이자 세계 영화사를 다시금 쓴 곳이라 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의 위협 속에서도 2만 편이 넘는 영화를 지킨 앙리 랑글루아는 1948년 본격적으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운영한다. 그곳에는 수많은 예술인과 영화관들이 매일같이 넘쳐났다. 영화관이었지만 때때로 영화를 주제로 한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를 경험한 당시 어린 관객들, 시네마테크의 아이들은 이후 세계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누벨바그의 감독들이 되었다.

 

 

 

 

 

 

▶ “앙리 랑글루아에게는 영화가 곧 삶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그의 생애를 통해 영화사의 복원하고 재발견하다 

 

이 책에 나오는 앙리 랑글루아의 삶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그의 과대망상적 성향과 음모론에 대한 믿음까지 겹쳐지면 정말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필름 아카이브의 역사와 필름 보존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다. 영화산업의 쇠퇴(혹은 변모)라는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세기의 말부터이지만 그와는 역방향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영화사의 재발견 혹은 영화사의 복원이라는 움직임이다. 이 분야는 무엇보다도 아카이브의 존재가 중시되는 분야이다. 특히, 책의 5장 「시네마테크의 아이들」에서 언급되는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웨딩 마치>의 사운드판 복원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은 분실 내지는 결손된 작품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은 이를 통해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앙리 랑글루아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단지 영화필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 사회적 가치들을 발견하고 공유하며 이를 통해 배우고 소통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들을 지켜나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세상에서 가장 영화를 사랑했던 어느 괴짜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에 예술과 문화의 존재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리차드 라우드는 정말로 중요한 책을 썼다. 영화 역사에 대한 중요한 공헌 중의 하나로 손꼽힐 것이다. _마르셀 오퓔스, <아메리칸 필름>

 

『영화 열정』은 개인적인 회상록이면서 동시에 필름 아카이브의 짧은 역사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가 오늘날 영화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랑글루아가 어떻게 거의 혼자 힘으로 이룩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_댄 이삭, <뉴욕 타임즈> 북 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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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역자 소개                                                         

 

글쓴이 리차드 라우드 Richard Roud

미국의 영화비평가이자 영화 큐레이터. 1929년에 태어났으며 1950년 위스콘신 대를 졸업했다. 1951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파리로 갔고 이후 런던에 머물면서 비평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내셔널 필름 씨어터의 프로그래밍을 맡았으며 런던 필름 페스티벌, 뉴욕 필름 페스티벌의 디렉터로 일했다. 프랑스 및 유럽 영화를 영미권에 소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누벨 바그의 감독들과 절친한 사이였다. 편집한 책에 『영화: 비평 사전Cinema: A Critical Dictionnary』(1980, 2권)이 있으며 쓴 책에 『고다르』(1967, 증보판 1970), 『장 마리 스트라우브』(1972) 등이 있다. 1989년 프랑스 님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번역자 임재철

영화평론가.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다. 서울 시네마테크 대표, 광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엮은 책에 『알랭 레네』, 『장 마리 스트라우브/ 다니엘 위예』 등이 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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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정 - 10점
리차드 라우드 지음, 임재철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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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는 그날까지! 
   그날을 바라는 원로 작가의 외침

 

제3회 경남작가상 수상자인 김춘복의 산문집 『그날이 올 때까지』가 출간됐다. 저자는 유년 시절부터 여든을 넘은 원로 작가로 자리매김한 지금까지의 58년 세월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소년기에 전쟁을 겪고 전후 혼란의 시기에 청년으로 지냈던 질곡 많은 개인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녹여낸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산문집 1부에서는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 고유 풍속과 거기에 얽힌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에서는 소설가로 등단한 뒤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동료 문학인들에 대한 회고록을 담았다. 3부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저자의 직간접적인 체험기가 담겨 있다.

 

 


▶ ‘우리’라는 한민족의 가치와
    한국인의 공동체 의식을 말하다

‘우리’라는 단어는 한민족이 한반도에 자리 잡고 고난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살아오는 동안, 개인을 집체 속에 철저하게 귀속시켰던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따라서 이 ‘우리’라는 말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값진 정신적 유산이라 할 것이다.                            - 「‘나’ 아닌 ‘우리’로서의 삶을 위하여」에서
 

 

1부에서 저자는 「‘나’ 아닌 ‘우리’로서의 삶을 위하여」로 한국인 특유의 공동체 의식을 말하며 문을 연다. 네 집 내 집 나누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했던 가을걷이, 신식혼례와는 달리 온 동네 사람들이 혼례의 참여자였던 신랑달기놀이, 나 혼자만을 위하기보다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겼던 다듬이질을 소개한다. 저자가 말하는 풍속에 담긴 의미는 한국인 특유의 공동체 의식으로 자연스레 모인다.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작가의 경험담을 읽다 보면 정 많던 그 시절에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고, 자연스레 잊고 살았던 ‘우리’라는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 그때 그 사람들과 지금의 촛불집회
   바뀌지 않는 것과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외곬을 따라 걸어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틀거릴망정 결코 쓰러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며 비바람 속을 뚫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 「책머리에」에서

 

1938년생 작가 김춘복이 살아온 길은 곧 역사가 된다. 2부에는 윤정규, 이재금, 김용원, 김기팔 등 저자와 함께 부산 경남 문학의 큰 거목으로 활동해온 이들의 에피소드가 담겼다. 각 인물의 삶에 담긴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기복 많았던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다. 한 많은 시절을 직접 겪었기에, 또 동료들과 함께 피하지 않고 맞서서 행동했기에 그의 글은 더욱 마음을 두드린다.


3부에서는 국가보안법,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 입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가감 없이 담았다. 또한 2016년 10월에 발생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 참가기를 담아 현장감을 더했다. 저자는 ‘바뀌어야 할 것’을 위해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표현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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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때로는 자장가처럼 감미롭고 은은하다가도 이내 천둥이 치듯 격렬해지고, 때로는 목탁소리처럼 경건하다가도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지는 다듬이질 소리. 이는 옷감을 손질하느라 두들기는 단순한 물리적인 음향이 아니라, 시부모에 대한 며느리의 정성과 공경심, 남편과 자식에 대한 배려와 사랑, 거기에다 시집살이의 한과 고달픔까지 포괄하여 표출했던 심리적인 음률이었던 것이다.

 

P.109    한 인간을 두고 ‘삶’과 ‘죽음’이라는 생체학적 개념으로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본다. 평생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사귀지만, 살아 있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뇌리에 떠오르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허다한가. 그들은 모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반면에 비록 유명은 달리 했지만, 오매불망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이들 또한 허다할진대, 정녕 그들은 살아 있으면서, 다만 만나볼 기회가 없을 따름이다. 정규 형이 그러하다.

 

P.150   한마디로 요약해서, 인혁당재건위사건은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이 요원의 들불처럼 번지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던 박정희 정부의 조작극에 다름 아니었다. 결국 김용원·도예종·서도원·송상진·여정남·우홍선·이수병·하재완 등 8명은 대통령긴급조치 및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내란예비음모죄 등 대역죄인의 누명을 뒤집어쓴 채, 1975년 4월 8일 사형을 선고받고 18시간 만인 다음 날 새벽 4시부터 시작해 차례로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다.
        (…) 이로 인해 국내외로부터 ‘사법살인’이라는 비판을 들었으며, 특히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협회는 이 날을 ‘사법 암흑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p.212    그렇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경쟁적 동반자이지, 결코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으며, 수레의 양 바퀴와도 같은 것이다. 보수가 옳은가, 진보가 옳은가 하는 것은 우문에 불과하다. 보수가 있음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진보가 존재하며, 진보가 있음으로 해서 보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좌와 우가 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상호 보완할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반목하고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부터 새 출발을 해야만 한다.

 

 

저자 소개                                         

                            
김춘복

 


1938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여 부산중·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으며, 홍제중·세종고·영남상고·중대부고·한샘학원·양지학원 등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959년 『현대문학』 6월호에 단편소설 「낙인 烙印 」으로 초회 추천을 받았으나 17년간 침묵을 지키다가 1976년 『창작과비평』에 장편 『쌈짓골』을 발표하면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품집으로 장편 『쌈짓골』·『계절풍』·『꽃바람 꽃샘바람』·『칼춤』, 중·단편집 『벽』 등이 있으며 경남작가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한국작가회의·경남작가회의·밀양문학회·교육문예창작회·농어촌주부문학회·경남민예총·밀양민예총 등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향리인 밀양얼음골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e_mail : simud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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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올 때까지 - 10점
김춘복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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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 마니석, 고요한 울림ㅣ페마데첸 지음, 김미현 옮김ㅣ산지니ㅣ336쪽

 

*마니석: 중국의 소수민족인 장족은 돌에는 영혼이 있어 꾸준히 노력하고 매일 밤 석판에 육자진언을 새기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도필을 가지고 힘든 작업을 계속하며 석판에 경전의 문장, 각종 불교, 행운을 불러오는 문양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한다. 작업이 끝나면 평범했던 돌과 석판은 마니석(瑪尼石)으로 재탄생된다.

 

 

▶ 티베트의 이야기꾼 페마체덴,
   그가 들려주는 낯설고도 가까운 티베트 문학을 만나다

 

티베트 출신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페마체덴의 단편 소설집 『마니석, 고요한 울림』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표제작 「마니석, 고요한 울림」을 포함해 모두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페마체덴은 티베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도 줄곧 소설을 썼고, 그의 영화는 대부분 자신이 쓴 소설에서 연유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표제작인 「마니석, 고요한 울림」도 영화로 각색되어 벤쿠버 영화제 및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상영되기도 하였다. 그 밖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통해 2018년 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오리종티 각본상을 받았다.


페마체덴의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베트의 세계로 데려간다. 그러나 티베트의 ‘다름’을 과장해서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페마체덴의 소설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지만,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작가는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베트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그 속에는 티베트인의 삶과 죽음이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 묘하게 닮은 두 단어
   마술적 사실주의와 티베트

 

페마체덴의 소설을 말하며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라는 용어는 중요하다. 『마니석, 고요한 울림』에서는 현실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들, 현실의 법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과를 그려낸다. 소설 속에서 티베트는 현실적 공간이기도 하면서 판타지적 공간이기도 하다.


표제작「마니석, 고요한 울림」에서는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이 빛을 발한다. 소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니석 두드리는 소리에 르싸네가 귀를 기울이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문득 바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동기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내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조각공을 꿈속으로 불러낸다. 죽은 조각공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마니석에 육자진언을 새기는 행위를 통해, 아들 르싸네는 부모의 죽음에 대한 의례를 치른다. 이야기는 르싸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판타지로 풀어내며 독자를 마술적 사실주의의 체험으로 이끈다.

 

 

 ▶ 작품을 거니는 인물들
    활불, 돌마, 그리고 이방인

 

『마니석, 고요한 울림』에는 수많은 형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은 셋으로 모아진다. 바로 활불, 돌마, 이방인이다.


활불은 「마니석, 고요한 울림」, 「우겐의 치아」, 「기억 속 두 사람」에 등장한다. 활불은 덕행이 아주 높은 승려를 이르는 말로, 티베트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서 티베트의 전통을 대표한다. 그러나 활불은 고상한 체하는 존재가 아니다. 활불은 언제나 티베트 사람들 곁에서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인자한 존재다.


돌마는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여자보살을 지칭하는 단어로, 「낯선 사람」, 「오후」, 「죽음의 색」에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돌마는 작품 전체에서 삶의 처처에 자리하고 있는, 그러나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욕망을 대표한다.


이방인은 ‘낯선 사람’의 형상으로 등장한다. 「낯선 사람」의 ‘낯선 사람’은 티베트 마을에 문득 나타나 마을을 휘젓고 사라지는 사람이다. 이방인은 티베트 마을 밖, 대도시 또는 소도시에서 들어온다. 「아홉 번째 남자」에서 용우파엔이 만난 트럭 기사, 잘생긴 남자 등은 모두 도시에서 왔다. 티베트 공간에 들고 나는 ‘낯선 사람’이란 존재는 티베트 바깥의 모든 이들로 상징된다. 그들은 한족 중국인, 티베트를 행정구역화한 공무원, 푸른 눈의 이방인 등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들을 처음으로 경험하며 놀라고 두려워한다. 그러나 티베트 바깥사람들은 티베트 사람들을 오히려 무언가 신비에 둘러싸여 있는 인물들로 이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마체덴의 단편집은 티베트에 대한 이해의 현실적 반영이다.


페마체덴은 이처럼 활불과 돌마, 이방인이라는 상징과 표상을 통해 티베트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티베트 안과 밖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교차하는 시선을 그려내고 있다.

 

 

▶ 인민과 장족 사이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말하다
 
「타를로」에서는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중국과 티베트의 관계를 보여준다. 「타를로」에서 타를로는 신분증을 만들러 도시에 나갔다가 다양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생 첫 경험과 마주한다. 신분증을 만드는 행위는 티베트의 전통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건 중국의 행정구역 안에 사는 ‘인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위치시키는 일이다. 타를로가 티베트 바깥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이라는 공식적인 둘레 안으로 전치하는 과정이다. 그는 행정력이 요구하는 대로 머리를 잘랐다가, 땋았다가 한다. 그리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마오쩌둥의 어록을 외움으로써 ‘중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자네, 《인민을 위해 봉사하다》 한번 읊어보게. 우리 경찰들 시야 좀 넓혀줘.”
타를로는 경찰들의 표정을 보면서 군소리 하지 않고 거침없이 암송하기 시작했다.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 1944년 9월 8일, 마오쩌둥. 우리 공산당과 공산당이 이끄는 팔로군, 신사군은 혁명 대오입니다. 우리 혁명 대오는 오로지 인민의 해방을 위해, 철저히 인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장쓰더 동지는 우리 혁명 대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죽음의 의미는 모든 사람에게 같지 않습니다. 중국 고대 문학가인 사마천은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죽음은 태산보다 무거울 수도 있고 깃털보다 가벼울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다 맞는 죽음은 태산보다 훨씬 무겁고, 파시스트를 위해 일하거나 인민을 착취하거나 핍박하다 맞는 죽음은 깃털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장쓰더 동지는 인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다 숨졌으므로 그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 「타를로」 중에서

 

티베트 사람으로서 타를로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불통의 경험을 반복한다. 그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티베트의 전통은 마치 그의 꽁지머리처럼 잘려나간다. 중국이라는 행정구역의 지도가 그의 삶으로 다가올 때, 그는 혼란을 경험한다. 중국식 교육에 어쩔 수 없이 함몰돼 있는 그이지만, 그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지식과 경험은 마오쩌둥 어록이 아니라 ‘양치기 방법론’이다. 작품에서는 티베트가 맞닥뜨린 정체성의 위기가 그렇게 그려진다.

 

 

▶ 그럼에도 어디에나 있는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

 

소설 속 이야기는 티베트에서 일어났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삶에 관해 말한다. 『마니석, 고요한 울림』 속 작품들은 ‘티베트’라는 소재에 기대어 ‘낯선 티베트의 종교 혹은 문화’를 그럴듯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 소재를 경유해 인류 보편의 일상적 물음인 삶과 죽음, 우정과 사랑을 진솔하게 다루어, 인간에 대한 보편적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아홉 번째 남자」에 있는 용우파엔의 아홉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티베트 사람들의 온갖 형상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는 티베트에서 일어났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삶에 관해 말한다. 용우파엔이 만난 남자들은 우리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비(allegory)다. 아홉 남자, 그러니까 인생은 각각 종교, 사랑, 재물, 타향, 외모, 섹스, 권력, 자식, 지식을 추구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티베트, 티베트 소설은 낯설다. 그러나 인류 보편의 일상적 물음을 담은 『마니석, 고요한 울림』속 작품들은 풍부한 상징성과 문학성을 띠면서도 독특한 티베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 페마체덴의 작품들은 한국 독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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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페마체덴(萬瑪才旦)

티베트인으로서 작가이자 영화감독, 번역가다. 시베이 민족대학에서 티베트어와 문화를, 베이징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1991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티베트어 소설집 『유혹诱惑 』, 『도시 생활都市生活 』과 중국어 소설집 『방랑 가수의 꿈流浪歌手个梦 』, 프랑스어 소설 『Neige』, 일본어 소설 『영혼을 찾아서寻找智美更登 』가 있다. 그의 작품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체코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2002년부터 티베트의 문화와 생활을 깊이 있고 세심하게 그려낸 영화를 만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고요한 마니석静静的嘛呢石 >, <진파撞死了一只羊 >, <영혼을 찾아서 寻找智美更登>, <올드 독老狗 >이 있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각본상, 상하이영화제 아시아 신인 최고감독상, 중국 진지상 최고연출가 데뷔작상, 도쿄 FILMeX영화제 최고영화상, 브루클린 영화제 최고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 중이다.

 

옮긴이 김미헌
성신여대 중문과와 제주대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외대 중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중국 안칭직업기술대학 외국어과 교수를 지낸 바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영상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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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석, 고요한 울림 - 10점
페마체덴, 김미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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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 빌헬름텔 인 마닐라ㅣ아테네 훅 지음ㅣ산지니ㅣ264쪽

 

 

▶ 문학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독일 문학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작가 ‘아네테 훅’
그녀가 전하는 언어, 문학, 역사 그리고 자유

 

아네테 훅(Annette Hug)은 스위스 연방문화재청이 수여하는 스위스 문학상(Literaturpreis des Schweizer Bundesamtes für Kultur, 2017)을 수상한 독일어권 문학의 떠오르는 소설가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여성학과 개발학을 공부하면서 글쓰는 이의 존재 의식과 언어의 힘을 배웠다. 세 번째 장편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지금까지 작가가 품어온 세계와 의식들이 폭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필리핀의 실존 인물이자 국가적 영웅으로 언급되는 호세 리살(José Rizal, 1861~1896)을 주인공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오가며 풍부한 비유와 암시, 환상적 전개 등이 인상적이 작품이다. 실제 호세 리살은 프리드리히 쉴러의 희곡 『빌헬름 텔』을 따갈로그어(마닐라의 토착어)로 번역했고, 그 작품은 필리핀 독립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 독립을 이끈 전설 속의 인물 빌헬름 텔과 그를 소재로 한 희곡 『빌헬름 텔』, 그리고 작품을 번역해 고국의 독립운동에 불씨를 지핀 호세 리살.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문학이 세상을 향해 쏘는 붉은 화살과 같은 힘이 아니었을까?

 

 

 

 

 

▶ 이야기를 옮기다, 자유를 옮기다, 외로운 투쟁을 옮기다

 

의사이자 작가인 호세 리살은 안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1886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안과 수술을 집도하면서도 형의 부탁으로 시작한 『빌헬름 텔』의 번역을 이어나간다. 독일어를 자신의 모국어인 따갈로그어로 하나씩 옮길 때마다 그는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작가 쉴러의 자유에 대한 사랑에 감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독일 유학은 안과학 공부뿐만 아니라 언어의 탐험, 식민지가 된 고국의 곤경을 깊게 바라보게 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필리핀의 국가적 영웅에 관한 전기와 여러 편의 영화들이 있지만, 그중 소수만이 호세 리살의 작품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리살의 산문에 국한되어 있다. 작가 아네테 훅은 올바른 말을 찾기 위한 리살의 고된 번역 작업에 집중한다. 리살의 번역작업에 대한 묘사는 현실적 감각을 무디게 하여 환상의 세계로 보일 만큼 감각적이다.

 

또한 작가는 리살의 번역 작업을 통해 깊고 깊은 언어의 세계, 의식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작가가 이와 같은 서사를 보이는 이유는 하나다. 외국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언어 사이에 빠져 있는 주인공의 모습과 고민이 자유를 향한 외로운 투쟁이기 때문이다. 호세 리살의 번역물은 식민지 지배에 대항하여 일어날 수 있는 희망의 노래가 된다. 즉, 번역의 혼란은 혁명의 혼란이다. 그가 옮기는 단어 하나는 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향해 쏘아 올린 화살과 같다.

 

 

 

 

▶ 빌헬름 텔과 호세 리살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로 맞힌 빌헬름 텔의 일화는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이야기다. 중세 시대 의적으로 꼽히는 빌헬름 텔의 이야기는 쉴러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데, 평화로운 마을에 닥친 정치적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 텔이 했던 선택들(바움가르텐을 호수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터전을 마련케 하며, 폭력의 지배를 일삼던 성주를 죽임.)은 330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온 필리핀의 역사에 선물과 같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루손섬 칼람바 출생으로 부유한 지주의 집안에서 태어난 호세 리살. 그는 해외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한편 필리핀 식민지의 개혁을 요구하는 언론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번역한 『빌헬름 텔』은 필리핀 혁명(1896~1902)에 불씨가 되었다. 그리고 호세 리살은 마닐라에서 일어난 폭동과 반역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공개 처형된다.

이 야심찬 소설은 본질적으로 문학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한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역사의 진실과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문학이 자리하고 있음을 오롯이 보여준다.

 

 

 

 

▶ 아네테 훅,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 해외 작가 선정

 

10월 18일, 부산 독자와의 만남 진행 예정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주최하는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에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작가 아네테 훅이 초대됐다. 오는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될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지금 여기 있습니까(Nowhere/ Now Here)’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 30명(국내 16명, 해외 14명)을 초청해 작가들의 수다, 낭독 등 다채로운 문학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아네테 훅은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간되는 게 이번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가 처음이며, 동시에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도 처음 가지게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국제작가축제 웹사이트 http://siwf.klti.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0월 18일, 제8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작가 아네테 훅 편으로 진행된다. 부산 아난티 코브 이터널 저니에서 저녁 6시부터 진행될 이번 행사에는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을 번역한 서요성 교수(대구대 독어독문학과)가 사회를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저자 아네테 훅과 한국의 독자들이 만나는 시간을 통해 작품 속 숨은 이야기와 책 속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연 관련 문의는 이터널 저니와 산지니 출판사(T.051-504-707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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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소개                                                    

 

아네테 훅 소설가
아네테 훅(Annette Hug)은 1970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취리히 대학에서 역사학을, 마닐라의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여성학과 개발학을 전공했다. 귀국한 뒤로 대학강사와 노동조합 비서로 활동하면서 수필집, 단편소설, 세 편의 장편소설을 써냈다. 그는 세 번째 장편소설인 『Wilhelm Tell in Manila(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통해 필리핀 사람들의 언어인 따갈로그어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아가 글로벌 세계에서 모국의 모습을 상상했다. 본 소설은 저자에게 자유 문필가로서의 존재의식을 심어주었고, 2017년 스위스 연방문화부 문학상(Literaturpreis des Schweizer Bundesamtes für Kultur)을 수상했다. 저자는 같은 해 상하이에서 두 달간 체류하는 동안 동아시아에 더욱 관심을 가지면서 다른 공간에서 세상을 사고하는 방법을 깊이 배웠다.


 

옮긴이 서요성
서요성은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언어문예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독일어권 문학 및 문화를 비롯하여 매체, 인지, 정신의 상관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 『베르톨트 브레히트: 도축장의 성 요한나』(2011), 저서로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2015), 논문으로 「인식과 문화의 맥락에서 미디어의 고찰. 마샬 맥루언의 감각, 말, 글 개념에 대한 비판적 독해」(2017) 등이 있다. 현재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                                                            

빌헬름 텔 인 마닐라
감사의 말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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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열심히 썼던 시절을 회고하며

삶의 애환, 상처, 환희 등을 원숙하게 다독이다


김나현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으로, 저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애환, 상처, 환희 등을 원숙하게 풀어냈다. 쉽게 꺼내기 힘든 개인사의 상처도 글로 단정하게 담았다. 따끔거리며 읽다가 지나온 삶을 다독거리는 작가의 긍정에 힘이 난다.

저자는 자신의 근원을 찾듯,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때, 날마다 방바닥에 엎드려 쓰고, 지우고, 고치며 편지를 써서 라디오에 보냈다. 돌아보면 문장을 만드는 힘은 이때 다졌을 거라 생각한다. 이후 문예지에 글이 실리고 등단하기까지 삶을 돌아보며 수필가로 산다는 것, 수필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특별한 삶일 수도 있고 평범한 삶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오늘을 만족하고 내일을 감사해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백하게 전해진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는 물론, 일상의 다양한 일화를 솔직하게 보여준 저자 덕분에 읽는 이의 마음이 욕심 없이 맑아진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일상의 소란을 담다


저자는 일상의 소란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 저자에게 올케가 셋이 있다. 그중 큰올케는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살림꾼이자 버팀목이었다. 친정아버지가 자리보전하셨을 때 큰올케는 읍내에서 이웃집 드나들듯 시골집을 드나들었다. 아버지는 쓰러진 그해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 보였지만 올케의 지극정성 간호 덕분인지 병상에서 일어나 거동까지 했다. 그러던 큰올케가 뇌출혈로 쓰러져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하게 됐다. 걱정되는 마음에 올케를 만나러 병원에 갔는데 올케 머리를 반으로 가로지른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저자는 불쑥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올케를 걱정하는 마음보다 늙은 어머니는 누가 돌볼지 걱정부터 앞섰다는 것이다. 저자가 풀어낸 일화를 읽고 있으면 오히려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반갑고 고맙게 느껴진다.



자신을 찾아가는 유년 시절에 대한 고백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나를 낳아준 부모와 내가 자란 환경에 대해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듯 저자는 자신의 문학에 빠질 수 없는 게 “고향”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와 생일이 같아 조기를 얻어먹을 수 있었던 겸상의 추억, 풀을 포식한 소를 몰고 돌아오는 길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혼자 크게 불렀던 노래 <소양강 처녀> 등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을 써내려갔다. 좋은 기억만 있지 않다. 혼자였던 시간, 외로웠던 시간도 있다. 작가의 유년 시절에 대한 고백은 지금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글을 읽는 이도 자신을 찾아가는 유년 시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수필가로 살아온 세월에 대해 말하다


나 자신을 수필가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질문을 안고 거슬러 올라간다. 라디오에 보낸 글이 방송에 속속 나오고, 문예지에 글이 실리고 본격적으로 대학교에서 수필창작 수업도 듣는다. 포털 사이트 칼럼 메뉴에 저자가 쓴 글이 추천 칼럼으로, 베스트 칼럼으로 종종 칼럼 메인에 오르기도 했다. 성실히 쓰고 노력하며 하나씩 일구어낸 이력들이 저자를 수필가의 삶으로 이끌었다. 

세상과 사물에 대해서, 내면에 자리 잡은 고독에 대해서,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나 자신에 대해서 저자는 놓치지 않고 “스스로 경탄할 문장을 짓기를 갈망한다.”고 고백한다. 열심히 쓰려고 노력했던 저자의 삶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김나현

경남 거창에서 출생했다. 2004년 『수필과비평』 신인상, 2014년 『여행작가』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외 정과정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천강문학상(동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여행작가』 편집위원을 하면서 『월간부산』 객원기자를 겸하고 있다. 수필집 『바람의 말』, 『화색이 돌다』, 시집 『달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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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이는 시간 - 10점
김나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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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글동글봄

 

 

 

 

 

 

불교 출현 이후 불교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석존 이후부터 밀교까지 인도 불교의 사상을 정리

 

인도 보드가야에는 지금도 석존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가 있고 이 나무 아래 큰 석탑 안쪽에 금강보좌가 놓여 있다. 여전히 많은 불교신자들이 이곳 사원을 방문하고 석존의 깨달음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곳에서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절도, 불상도, 보살도 없다. 그렇다면 불교는 최초 출현 이후 어떻게 전개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은 걸까?

이 책은 석존의 생애부터 입멸 후 부파불교의 전개, 대승불교의 출현, 공의 논리, 유식의체계 등 인도불교 사상사를 정리한 책으로 불교의 출현과 교리, 분파의 전개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으로 아시아 불교의 근원인 인도불교 사상의 발전과 전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한국에 유입된 대승불교의 출현에 대해서 좀 더 심도 깊게 알아볼 수 있다.

 

 

 

 

 

인도불교를 이루는 여러 개의 축을 체계적으로 기술

 

인도불교는 크게 다섯의 축으로 구축된다. 하나는 삼세실유(三世實有)와 법체항유(法體恒有)를 근간으로 법자성(法自性)을 주장하는 설일체유부, 둘은 법의 본성이 자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찰나멸에 있음을 간파한 경량부, 셋은 법에 의해 구성되는 아()만이 무자성·공이 아니라 그 법마저도 무자성·공이라고 주장하는 중관학파, 넷은 유식무경(唯識無境)을 근간으로 일체법공(一切法空)을 논증하고자 하는 유식학파, 다섯은 설일체유부의 법유론과 경량부의 찰나멸론, 중관학파의 일체법공사상, 유식학파의 유식 무경사상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하여 구축된 불교인식 논리학파이다. 이 책은 초기불교와 설일체유부, 경량부, 대승불교, 대승중관불교와 대승유식불교를 체계적으로 기술했다.

 

 

 

 

 

대승불교의 출현, 불교 분파의 흐름에 따라 설명

 

기존의 불교가 전문화, 고립화되고 민중과 멀어지면서 이에 반기를 든 대승불교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서기 기원 전후에 출현한 새로운 불교로 문학적으로 뛰어난 경전을 많이 산출하고 공의 철학이나 유식의 철학도 체계화했다. 중국, 한국, 일본 및 티베트 등 동남아시아에는 대승불교가 전파되어 지역의 풍토와 문화에 따라 독자적으로 전개된다. 7~8세기 이후의 인도에서는 대승불교를 계승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성불의 방법론에서 독자적인 주장을 하는 밀교가 번성하게 된다.

책에서는 대승불교의 출현과 함께 대승불교의 경전인 반야경, 화엄경, 법화경, 무량수경을 소개하고 각 경전이 가지는 특징들을 알기 쉽게 풀이한다.

 

 

 

 

 

 

인도불교의 쇠퇴와 밀교

 

저자는 인도불교가 분파로 전개된 이후 밀교와 쇠퇴까지 설명한다. 650년경부터 밀교도 행해지나, 1203년 이슬람 침공으로 인도불교는 파괴되어간다. 불교는 인도에서는 소멸하였지만 다른 나라에 유입해 들어갔고 그 지역에서 계속해서 생존했다. 중국과 일본, 한국에도 불교가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독자의 불교, 즉 원효의 화엄종이나 지눌의 선불교 등으로 발전했으며, 일본에서는 친란이나 일련의 종교 등을 발달시켰다고 전해진다.

이 책으로 인도불교의 출현과 전개, 쇠퇴, 주변국으로 전파된 과정까지 한 권의 책으로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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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다케무라 마키오

194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문학부를 졸업하다. 전공은 대승불교사상이다. 문화청 전문직원, 미에대학 조교수, 쓰쿠바대학 교수를 거쳐서 현재 도요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저서로는 유식의 구조, 유식의 탐구, 선의 철학, 대승불교입문, 불교는 참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 반야심경을 읽고서, 입문 철학으로서의 불교, 대승기신론독석, 성유식론을 읽다등이 있다.

 

역자 소개
도웅 스님

대한불교 천태종 구인사에서 출가하였다.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에서 석박사를 졸업하였다.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석사논문으로는 불교 효사상의 전개-유교의 효사상과 관련하여(2007)가 있고, 박사논문으로는 麗末鮮初 儒敎佛敎相互對應에 관한 연구-鎭護國家說異端論難을 중심으로(2017), 저서로는 효사상과 불교(2017)가 있다.


권서용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원시불교의 오온설 연구(석사), 연기에 관하여, 다르마끼르띠의 인식론 연구(박사), 다르마키르티와 화이트헤드 사상의 접점(1), 의상과 화이트헤드등이 있다. 저역서로는 무상의 철학, 인도인의 논리학, 티베트불교철학, 근대일본과 불교, 다르마키르티와 불교인식론, 불교인식론과 논리학, 대승기신론, 유마경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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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불교의 역사 - 10점
다케무라 마키오 지음, 도웅 스님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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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예솔

 

아시아 총서 30


서유기 81난 연구


재난고사에 담긴 마음 닦음의 여정과 그 의미

 

 

 

 


▶ ‘재난고사’독해로 재탄생한 중국고전의 걸작 서유기

 

중국고전을 대표하는 걸작이자 동양 판타지의 효시로 알려진 『서유기』를 다룬 선구적인 논문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부산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취임을 앞둔 저자 서정희 교수는 중국고전을 중심으로 비평과 집필 활동에 매진해오며 30여 편의 서유기 관련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책은 서정희 교수가 약 40년 전 대만에서 집필한 석사 연구 논문을 번역한 것으로, 저자의 독창적인 서유기 독해의 원류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서유기 모험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81개의 재난을 중심으로 서유기 서사를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밝혀, 기상천외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과 삶의 정신을 탐색한다. 형식과 주제, 기교적 측면에서 소설 서유기의 작품성을 밝히는 등 해석의 다양성이 확보되던 시점에서, ‘81개의 재난’을 중심으로 작가 오승은의 창작 의도를 비롯한 서유기의 문학성을 밝힌 저자의 성과는 서유기 읽기의 영역을 한층 확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번역은 부산대 중국소설연구회가 맡았으며, 대만 현지에서 발표된 『서유기 81난 연구』 원문을 부록으로 수록하였다.

 

 

 


▶ 서유기 81난에 담긴 '고난'의 상상력


“사부님께선 걸음마다 어려움이 있고, 곳곳에서 재난을 만나야 하시니.”

국내 대표적인 중국고전 연구자 서정희 교수는 명말의 작가 오승은(吳承恩)이 소설을 통해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펼쳐 보인 풍자와 해탈의 정신세계에 일찍이 주목하며 소설『서유기』의 함의를 드러내었다. 저자는『서유기 81난 연구』에서 신진 연구자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사유를 통해 세월의 흐름에도 퇴색되지 않는 고전 서유기의 문학성을 탐색했다.
저자는 5장에 걸쳐 서유고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81난, 즉 삼장 일행이 대승 경전을 구하기 위해 서천으로 가는 모험의 과정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논지를 전개해나간다. 도입부에서는 81난의 의미가 먼저 고찰된다. 삼장을 비롯한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으로 이루어진 취경단이 서행길에 올라 겪는 고난은 그들 스스로를 고통과 불행으로 이끄는 재난과도 같다. 저자는 취경길의 시작과 끝을 가로지르며 복잡하게 얽힌 재난고사야말로 서유기의 핵심적인 문학적 장치이자 작가 오승은의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목임을 간파하여 ‘고난’의 전개과정을 소개하며 고난의 표층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통찰의 의미를 먼저 제시한다.
이어 2장 81난의 구성요인과 결합방식, 3장 81난의 주요 원흉 - 요괴, 4장 81난의 기본구조에서는 본격적으로 재난고사를 분석함으로써 서유기 서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동양적 상상력이 집약된 서유기의 문학성을 밝혀내는 통로로 81개의 재난을 채택한 저자의 해석이 빛을 발하는 대목은, 취경단원을 비롯한 신선, 요괴의 성격과 행위를 인간 본성의 발로로 해석한 지점이다. 저자의 통찰에 기대어 취경단이 맞닥뜨린 재난을 중심으로 서유기를 읽어나갈 때, 기상천외한 상상이 집약된 환상 모험담은 ‘삼장’이라는 나약한 한 인간이 “고난과 의문의 인생길에서 지향해야 하는 정신세계의 방향”(「저자 서문」중에서)을 그려나가는 끝없지만 유쾌한 인생길임이 드러난다. 저자의 통찰과 더불어 적재적소에 어우러진 재난고사의 원문을 발견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 취경단이 오른 의문과 역경의 서행길,
   해학과 유머 그 너머에 담긴 마음 닦음의 여정

 

국내에서 서유기는 만화 영화, 게임, TV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로 패러디되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문화 상품인 동시에, 동양적 상상력의 정수가 담긴 대표적인 고전 문학작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한편, 대중적 인지도 및 작품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국지에 비하면 원전을 읽은 독자가 극히 드물 정도로 소설 서유기에 대한 관심과 해석은 여전히 열린 영역으로 남아 있다. 역자들이 강조한 대로 융의 원형비평 이론을 원용하여 취경단이 오른 고행의 의미를 분석한 이 책은 『서유기』의 문학성을 성실하게 분석한 연구서일 뿐만 아니라, 고전을 경유해 삶의 방향과 목적을 고민하고 기록한 흔적이기도 하다. 동양 모험담의 원천인『서유기』에 담긴 해학과 유머를 ‘마음 닦음의 여정’이라는 세상사의 진리로 재구성한 저자의 시각은 『서유기』를 처음부터 다시 만나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오승은은 문학적 기교를 통해 ‘내면세계’의 체험을 ‘외부세계’로 전달하였고, 이로써 생명의 최종답안을 제시하였다. (…) 때문에 남녀노소는 물론 저잣거리 장사꾼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다. 작가는 그의 문학적 천재성에 기대어 수많은 서민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을 창작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서유기』가 생명력과 매력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문학적 성취 뒤에 숨어 있는 정신적 측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색다르고 신기한 환상세계를 활용하여 인간본성의 깊고 보편적인 여러 측면을 독자에게 알려주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유기』 속 탁월한 유머와 순수한 풍자를 단순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서유기』의 드러난 이야기 배후에 숨어 있는, 독자의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는 인생철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결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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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서정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중국연구소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고전소설, 중국문학비평, 중국문화 등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저술하였다. 주요저서로 『西遊記八十一難硏究』, 『兩種三遂平妖傳比較硏究』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근현대중국사(상)-제국의 영광과 상처』, 『근현대중국사(하)-인민의 탄생과 굴기』와 『중국사회와 서양의 물결(西潮)』 등이 있다.

 

옮긴이 부산대학교 중국소설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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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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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81난 연구 - 10점
서정희 지음, 부산대 중국소설연구회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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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실버 편집자






“나무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거야”

지리산 용유담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배경으로

계절마다 쌓여가는 솔이와 은강이의 우정 이야기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간의 편리한 생활만을 위한 개발이 시작되었지요. 보라매 시리즈 열 번째 작품 『나는 강, 강은 나』는 생태동화로, 지리산 용유담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배경으로 솔이와 은강의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계절 한 계절 쌓아가는 우정을 따라 지리산 자락의 동식물들을 만나고, 자연과 호흡하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작품은 지리산의 품속에서 동화와 소설을 쓰고 있는 이성아 작가가 집필했으며, 오치근 작가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더했습니다.




“은강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별 밭이었습니다”

도시 아이 은강, 지리산의 품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지리산 용유담에 위치한 솔이네 집에 손님이 찾아옵니다. 바로 도시에 살고 있는 은강이지요. 솔이는 은강을 데리고 지리산의 봄을 구경시켜줍니다. 숲길을 가득 메운 꽃들을 보기도 하고 400년이 넘은 나무를 안아보기도 하죠. 은강이는 솔이가 인디언 소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솔이와 은강이는 자연과 함께 놀며 친구가 됩니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은강이가 다시 지리산 왔습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물놀이는 하지 못했어요. 은강이가 아팠거든요. 아픈 은강이는 물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함께 계곡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감자도 나눠 먹고, 다슬기 잡고, 지리산 용유담의 전설들을 이야기했어요. 지리산 자락에 수놓인 많은 생명과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도시 아이 은강이가 인디언 소년 솔이와 함께 뛰놀면서 그간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나무, 물, 바람, 들꽃. 이 모든 것이 친구인 셈이지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모두 은강이의 시선으로 솔이를 따라다니며 지리산의 계절을 오롯이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느끼게 되지요. 우리는 모두 자연의 품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소나무 오두막 잘 지켜야 돼”

은강이와 솔이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느 날, 솔이는 약초와 버섯을 따러 가는 길에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수상한 남자들은 은강이와 솔이가 함께 안아줬던 400년 된 나무에 빨간 띠를 둘렀어요. 그러곤 “멀쩡한 나무 수장시키지 말고 팔아라”고 재촉합니다. 이곳에 댐을 건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아름다운 계곡과 나무들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거죠. 솔이는 소나무 오두막을 잘 지키기로한 은강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까봐 두려워졌어요. 



“코 아우 테 아우아, 코 테 아우아 코 아우

(나는 강, 강은 나)” 




  은강이가 솔이에게 전해준 뉴질랜드 마우리족의 말이에요. 황거누이 강을 지키기 위해 160년 동안 싸웠다는 이야기, 강을 해친 사람들이 처벌받도록 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과 사람은 똑같다.’ 솔이는 은강이 가져다준 희망에 힘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강, 강은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꽤 오랫동안 지리산은 댐을 만든다는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이 동화의 배경인 용유담도 댐 후보지 중 하나입니다. 이 동화 속 주인공인 은강이와 솔이의 약속처럼 소나무 오두막도, 아이들의 추억도, 자연의 아름다움도 모두 지켜지길 바랍니다. 자연은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니까요.  




[책 속으로]




 

 

 

 

P.16~18 솔이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은강이에게 손짓을 했어요.

“너도 들어봐.”

“뭘?”

“나무가 말하는 거.


P.20~21 “우와, 굉장하다.”

솔이는, 뭐 이 정도 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어요.

“너 엄청난 부자구나.”

“부자?”

“전망이 이렇게 좋은 집은 비싸거든.”


P.32 “너도 하나 약속해.”

“뭘?”

“소나무 오두막, 잘 지키고 있어야 돼.”

“사백 년 넘게 저기 서 있었는데? 내가 나무를 지키는 게 아니고 나무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거야.”

“좋아. 인디언 소년만 믿을게.”


P.39~40 솔이는 오늘도 소나무에 올라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계절을 따라 용유담도 조금씩 변해갑니다. 솔이 그림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자연의 풍경은 단 한순간 도 같은 적이 없으니까요. 


P.67 산이나 나무는 우리 모두의 것인 줄 알고 있던 솔이는 충격을 받았어요. 게다가 이 나무를 뽑아서 팔 생각인 가 봐요. 소나무에도 빨간 줄이 묶여 있었어요. 


P.77 세상 만물이 얼어붙었지만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잠시 쉬는 겁니다. 여유를 가지고 깊어지는 계절입니다.


P.84 “황거누이강을 해치거나 더럽히면 사람에게 한 것과 똑같이 처벌을 받는 법을 만든 거야. 강을 사람하고 똑같이 대하는 법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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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글 이성아   

  지리산 자락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숲길과 별과 달이 흐르는 밤하늘, 강물과 새벽을 알리는 새소리를 좋아합니다. 마당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도 좋아합니다. 때가 되면 잊지 않고 피고 지는 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가끔은 긴 여행을 합니다. 한참 만에 돌아오면 나의 단골 길고양이들이 짜증을 냅니다. 그러면 얼른 생선을 삶아 대령합니다.   아파트에만 살던 제가 지리산에 둥지를 튼 이유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였습니다. 이번에 그 이야기를 조금 풀어놓았습니다. 지리산에 살면서 자연과 나눈 이야기를 어린이 친구들과 계속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작은 씨앗이 꾸는 꿈, 숲> <누가 뭐래도 우리 언니> <안녕, 꿈틀이> 등이 있습니다. 



그림 오치근

  미술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고 백석 시인이 쓴 동화시 열두 편을 만나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구례에서 살며 가족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2007년에 ‘스톤 워크 코리아’ 평화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요즘은 학교나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함께 섬진강, 지리산을 돌아다니며 함께하는 ‘자연미술놀이’ 이야기를 어린이잡지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든 <초록 비 내리는 여행> <아빠랑 은별이랑 섬진강 그림여행>과 <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이 있고, 그린 책으로 <오징어와 검복> <집게네 네 형제> <개구리네 한솥밥> <바보 도깨비와 나무꾼> <고양이가 왜?> <꿈이 자라는 나무> <강이 울 때> <산골총각> <우리 겨레 옛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나는 강, 강은 나

이성아 글 | 오치근 그림 | 12,000원 | 2018년 8월 20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간의 편리한 생활만을 위한 개발이 시작되었지요. 보라매 시리즈 열 번째 작품 『나는 강, 강은 나』는 생태동화로, 지리산 용유담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배경으로 솔이와 은강의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계절 한 계절 쌓아가는 우정을 따라 지리산 자락의 동식물들을 만나고, 자연과 호흡하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작품은 지리산의 품속에서 동화와 소설을 쓰고 있는 이성아 작가가 집필했으며, 오치근 작가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더했습니다. 

 


 



나는 강, 강은 나 - 10점
이성아 지음, 오치근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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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피학살자 유해발굴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연구와 유해발굴 사업을 주도해온 노용석 교수가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 전후기 국가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의 전개과정을 밝히고, 더불어 피학살자들의 유해발굴 과정과 그 상징적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국가폭력의 기원과 과정을 ‘뼈’와 ‘발굴’이라는 요소를 통해 접근한다는 것이다. 유해발굴은 법의학적 기술을 동원해 땅속에 묻혀 있던 유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 이상으로, 한 사회의 기억과 기념 정치의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표상이 된다. 유해발굴의 주체와 구체적 방법이 국가폭력 사건의 본질과 위상을 해당 사회에서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해발굴의 과정을 현장에서 얻게 된 풍부한 사례와 자료에 이론을 더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더불어 유해발굴의 의미를 단순히 가족의 시신을 발견하는 ‘좁은 단위’에서 국가와 인간의 보편적 인권을 이야기하는 ‘넓은 단위’로 확장하고, 나아가 한국 현대사에서 잊혔던 ‘비정상적 죽음’을 정치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표상으로서 나타낸다.









민간인 학살의 개념과 과거사 청산의 의의부터

풍부한 피학살자 유족들의 증언, 생생한 유해발굴 과정까지…

발로 뛴 지식인의 기록


  노용석 교수는 2006년부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주관한 13개 유해발굴을 주도했고, 2011년부터는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에 참여해 한국전쟁기 국가폭력의 진상 파악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연구범위를 한국 사회로부터 라틴아메리카 사회까지 확장하여 세계적 차원에서 국가폭력의 치유와 상징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간다. 「서론」에서는 죽음, 의례의 정의부터 과거사 청산의 의의와 유해발굴이 성행하는 이유까지 과거사 청산과 유해발굴에 대한 배경 지식을 소개한다. 1장「시체를 찾는 ‘귀신들’」에서는 한국전쟁기의 민간인 학살 개요와 규모, 형태에 대해 상세히 밝힌다.  2장 「유해의 수습과 새로운 공포」와 3장 「약화된 ‘공공의 비밀’과 유해발굴의 다양화」에서는 민간인 학살 이후 이념의 대립으로 쉽지 않았던 유해발굴의 과정과 4.19 혁명 이후에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유해발굴의 과정을 다룬다. 4장 「국가와 유해발굴」, 5장 「사회적 기념으로의 전환」, 6장「위계화된 죽음과 사회적 기념의 국가주의화」에서는 노무현 정부 이후 국가 주도하에 이루어졌던 유해발굴과 유해발굴이 사회적인 행위로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보론 「라틴아메리카 과거사 청산과 유해발굴」에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유해발굴 사례를 들며 고민의 범위를 넓힌다.









왜 지금,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이

다시 정의되어야 하는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과거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되었던 피해자들의 유해가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으며, 그 가족들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원한’을 사회에 그대로 남겨둔 채 우리는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또한 사회의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항상 새로운 법적 장치의 보완과 같은 활동일까? 

_ p.13 「머리말」에서

 

 

 

 




  노무현 정부 이후 ‘과거사 청산’ 법 개정이 본격화되었고, 2005년 설립된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공권력의 남용으로 민간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이후 유해발굴 작업은 몇 년 동안 멈춰 있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는 과거사 청산 작업이 다시 활발히 이루어지는 지금 이 시점에 유해발굴의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유해발굴을 위한 법적 장치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유해발굴이 사회적 기념으로서 전환되는 행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유해발굴은 국가만의 획일적 작업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까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폭력과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생각해보고,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와 그 회복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걸어갈 길을 찾을 수 있다.



[책 속으로]


 

 

 

 

p.45 ) 학살과 희생은 크게 ‘우연성’과 ‘고의성’이라는 측면에서 구분할 수 있다. 즉 학살은 ‘의도된 정책 하에서 자신들의 사상 및 정책과 반대되는 이들에 대한 살해’를 말한다. 주로 이러한 학살은 규모면에서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의 ‘대량 학살(massacre)’의 개념과 일치하고, 국가와 같은 거대 권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53 )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사회의 학살에 대한 개념은 ‘양민’에 고정되어 있었다. 즉 ‘양민’과 ‘민간인’의 범주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던 셈이다. 이때 ‘양민’이라 함은 ‘착한 백성’, 즉 좌익혐의가 전혀 없는 깨끗한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2000년대를 전후해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학살의 범주를 ‘민간인’으로 재규정했으며, 이때 ‘민간인’은 ‘무장하지 않은 비전투요원’의 범위로서 좌익 혐의자라 할지라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참하게 학살된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다. 


p.208 ) 2006년부터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 이외 국가기관에 의해 수행된 다수의 유해발굴이 있었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가 과거사 청산을 주요 개혁과제로 공포하면서 각종 과거사 청산 관련 유해발굴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발굴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과거사정리기본법 이외 독자적인 과거사 청산 법률을 가지고 있던 제주 4.3사건과 노근리 사건 등의 영역에서 실시되었다. 


p.220 ) 이와 같은 발굴 단계의 ‘과학화’ 및 ‘공식화’는 발굴된 유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였다. 1960년도 유해발굴 당시 유족들은 발굴된 유해가 자신의 가족들이라 인식하였지만 사회적 ‘증거’나 ‘표상’으로 공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유해발굴에서는 많은 발굴이 전문적 발굴팀의 주도하에 작업이 이루어짐으로써, 개인적인 연고를 주장하며 유해를 자의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개별적 지위에서 거리를 둔 ‘사회적 표상’으로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p.252 ) 이렇듯 사회적 기념을 완성하기 위해서 국가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들도 과거사 청산의 마무리를 국가가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국가주도 기념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국가주도의 사회적 기념은 자칫 또 다른 방식으로 개별적 기억을 억누르면서 국가주의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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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노용석

  2005년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논문 제목「민간인학살을 통해 본 지역민의 국가인식과 국가권력의 형성」)를 취득하였다. 이후 2006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발굴 사업을 총괄하였다. 현재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폭력과 소통』(공저)『트랜스내셔널 노동이주와 한국』(공저)이 있다.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

노용석 지음 | 320쪽 | 25,000원 | 2018년 7월 31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연구와 유해발굴 사업을 주도해온 노용석 교수가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 전후기 국가폭력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의 전개과정을 밝히고, 더불어 피학살자들의 유해발굴 과정과 그 상징적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 - 10점
노용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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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 28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

 

 

 


 

오래된 미래,

중국식 사회주의의 기원을 찾아서

 

 

 

 

 ▶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국식 사회주의’의 정치철학적 연원을 찾아서

 

 중국 근현대 정치, 사회 철학을 연구하며 사상과 정치현실의 상호 접속에 관한 학술적 작업을 개진해온 이연도 교수의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중국 정치사상의 흐름을 알기 쉽게 소개한 입문서로 중국 사회 및 학계의 움직임을 조망할 수 있는 사상적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자는 캉여우웨이의 대동사상을 시작으로 근현대 시기 중국에서 대두된 이상사회론의 정치철학적 의미를 지속적으로 규명해왔으며, 특히 중국 특유의 전통적 이상사회관의 흐름을 중심으로 ‘중국식 사회주의’에 내재한 사상사적 의미를 고찰하는 데 힘썼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존의 문제의식을 심화, 확장하여 근대 이후 중국에서 제기된 다양한 이상사회론의 내용과 의미를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현 중국 체제를 포함하여 근대 이후 중국의 정책 목표 기저에 흐르는 의식을 밝히는 것으로 나아간다.

 

 

 


 장쩌민 체제의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 후진타오의 ‘화해사회주의(和諧社會主義)’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제기된 ‘중국의 꿈(中國夢)’. 집권 전환 시기에 따라 채택된 이 구호들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가 천명한 대표적인 정책 슬로건으로, 중국식 사회주의의 목표와 지향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제도적 측면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도입 및 G2부상에 따른 국가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한 이 구호들에 공통적으로 담긴 의식은 무엇일까? 저자는 근대 이래 지속되어온 ‘이상사회’에 대한 열망이 바로 현 중국 체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임을 강조하며 책의 서문을 연다.

 

 

 

 

▶ 공상적 유토피아? 유일무이한 대규모 유토피아 실험?
 ‘이상사회론’으로 고찰한 중국 혁명의 역사

 

 ‘이상사회론’을 통해 근현대 중국 정치철학의 흐름을 살핀 이 책은 전공자뿐만 아니라 현 중국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심층적으로 중국의 정치체제 및 사회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저자는 총 9장에 걸쳐 동양의 정치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인물과 사상을 소개하여 이상사회론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상사회 건설 의지가 정치 체제에 대한 사유로 정교하게 정립되기 시작한 근대 중국에서부터 ‘중국식 사회주의’로 요약되는 현 체제에 이르는 시기를 아우르며, 캉여우웨이, 량치차오, 장빙린, 쑨원, 량수밍, 슝스리, 마오쩌둥에서부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에 이르는 인물들의 사상과 행보가 중국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펼쳐진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근대 중국에 이르러 대두되기 시작한 대동(大同)사상을 소개하며 사상에 내재한 실천성을 통해 중국 내부에서 이상사회론이 촉발된 배경과 의미를 탐색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정치, 사회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유가 사상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며 서양의 유토피아론과 근본적 차이를 갖는 동양 이상사회론의 연원이 드러난다. 이후의 장에서는 캉여우웨이의 대동사상을 비롯, 량치차오의 이상국가론, 장빙린의 부정적 유토피아론, 쑨원의 삼민주의, 량수밍의 향촌 건설 이론, 슝스리의 외왕학, 중국식 사회주의의 모태가 된 마오쩌둥 사상이 차례로 소개된다. 각 장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사상은 연대기적 흐름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중국 특유의 전통 이상론인 대동이 진화하고 다각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동이라는 이상은 공상적 유토피아에 불과한 것일까? 중국 현대사를 휩쓴 ‘인민공사’나 ‘문화대혁명’과 같은 대규모 유토피아 실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사상의 계보를 따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만나게 된다.

 

 

 

 

 

 

▶ 중국에 잠재된 불가능한 미래,
  이상사회론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

 

인민공사와 문화대혁명으로 대변되는 마오쩌둥의 거대한 유토피아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마감되었지만, 중국은 그 공과(功過)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 문화에 혁명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겠는가.

단지 정제(政制)나 체제 개혁이 아닌,

생활 세계 문화 전반의 혁명을 꿈꾸었던 이 거대한 실험은 다시는 되풀이되기 힘들 것이다. 문화대혁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시도가 의미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후기> 중에서

 

 

 저자는 근현대 시기 중국 체제의 기저에 흐르는 이상사회론의 다양한 양상을 통해 유토피아적 사유에 내재한 긍정성을 도출하는 동시에 언제든 디스토피아로 전환될 수 있는 정치 이론의 모순 또한 놓치지 않는다. 사상을 기치로 삼아 실천된 운동과 혁명은 급진적이었지만 희생과 그늘을 동반했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가 재차 강조하듯 초월과 현실의 긴장이 동양 사상의 생명력이라면, 이상사회론에 내재된 현실 변혁의지, 실천성, 부정(否定)의 힘, 균평(均平)의 가치, 자기 각성과 윤리의식의 고양, 인민의 주관 능동성 등의 가치가 품은 가능성은 말 그대로 잠재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잠재성은 중국 정치 현실의 향방과 더불어 비판적으로 검토되고 끊임없이 사유되어야 한다. 오늘날 중국이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실재하는 한, 중국을 이끌어가는 의식형태 또한 ‘현재진행형’으로 실재하는 것임이 반복해서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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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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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

이연도 지음 | 319쪽 | 23,000원 | 2018. 6. 30

 

중국 정치사상의 흐름을 알기 쉽게 소개한 입문서로 중국 사회 및 학계의 움직임을 조망할 수 있는 사상적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자는 캉여우웨이의 대동사상을 시작으로 근현대 시기 중국에서 대두된 이상사회론의 정치철학적 의미를 지속적으로 규명해왔으며, 특히 중국 특유의 전통적 이상사회관의 흐름을 중심으로 ‘중국식 사회주의’에 내재한 사상사적 의미를 고찰하는 데 힘썼다.

 

 

 

 

 

 

 

근현대 중국 이상사회론 - 10점
이연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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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룡 인문 에세이

 

시인의 공책

 

 

 

 

▶ 문학 평론가의 눈으로 들여다본 세계의 깊이와 넓이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 주제를 넘나드는 사유의 향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후 부산을 거점으로 문학 평론가로 활동해온 구모룡의 에세이집 『시인의 공책』이 출간됐다.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한 저자는 부산 문학 평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감성과 윤리』, 『은유를 넘어서』 등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활동을 했다.
구모룡 인문 에세이 『시인의 공책』은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 하얀 공책에 차곡차곡 써내려가듯
공(空)으로 향하는 문학에 대한 사유

 

 

‘공책 하나만 들고 온 세상을 서술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은 서재에 갇혀 온갖 가려움에 시달리며

나의 영혼은 낡아만 간다. 언제쯤 글쓰기의 모순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그 누군가 내 글을 읽지 않는다면 내 글은 빈 여백과 다를 바 없다. 다행히 그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 하여도 그가 생성하는 의미가 전부 내 것이라고 우기지 못한다.’

 

_ p.5 「서문: 글쓰기의 여백」 중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의 활자와 문장을 쉴 틈 없이 읽어야만 빈 여백을 빽빽이 채워나갈 수 있는 ‘글쓰기의 모순’에 봉착한다. 그는 긴 고민 끝에 하얀 공책에서 답을 찾는다. 텍스트의 본디 모습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텅 빈 ‘공책’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와 같은 깨달음은 이 책의 전체 메시지와도 닿아 있다. 『시인의 공책』은 공(空)의 사상에서 출발해 1부 「시인의 정의」에서는 시인으로서, 나아가 문학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추구해야 하는 선한 가치에 대해 서술한다.

 

 

 

 

▶ 촛불 집회부터 후쿠시마 사태까지
통찰과 사색의 글을 통해 사회를 보듬다

 

 

자기의 몸을 녹이면서 타오르는 촛불은 희생과 정화의 이미지를 가진다. (…)

촛불은 어둠에 맞서는 빛이자 따스한 온기이다.

단독자로서 홀로 타오르면서 자기를 응시하지만

결코 홀로 버려지지 않는 공동의 삶을 갈망하게 한다.’

 

_ p.56 「촛불에 대한 잡감」 중에서

 

 

 2부 「장미의 이름으로」에서는 위의 글처럼 촛불 집회에 대한 단상, 거리 민주주의 정신,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디아스포라에서 볼 수 있는 전체주의와 파시즘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낮은 곳으로부터의 저항과 외침에 주목한다.

 

 

‘모든 삶의 방식이 문화이고 그 삶을 표출하는 형태가 문화이다.

문화는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이다.

열린사회일수록 이 같은 문화가 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

새로운 장르, 기성을 부정하는 스타일, 자유로운 몸짓들이

매체를 채우고 거리를 떠돌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_ p.99 「문화는 진보한다」 중에서

 

 

 3부 「문화는 진보한다」에서는 ‘문화’를 모든 삶의 방식이며 삶을 표출하는 형태라고 정의하며, 개인들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는 실천의 행위로 서술한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멋과 삶의 관계, 여름날 화려한 비키니 차림과 대비되는 시민 의식, 모두가 열중인 몸 담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염증처럼 퍼져 있는 크고 작은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파헤치며 지식인으로서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 우리는 어떤 장소에 살고 있는가
장소와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구체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찌 보면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을 깨치는 일과 무연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반복되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의미 있는 장소가 사라지고

공간이 획일화되는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갖게 된지 모른다.’

 

_ p.174 「북항을 바라보며」 중에서

 

 

 4부 「장소의 혼, 장소의 멋」에서 저자는 어쩌면 너무 가깝게 있었기에 인식하지 못했던 ‘장소’의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 근대에 들어 달라진 아파트 등의 주거 장소성과 우포 늪, 황학대 등 부산·경남 지역의 사라져가는 장소에 대해 서술하며 안타까움과 각성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현대문학의 메카로서의 부산! 이는 나만의 공상이 아니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해양문학, 추리문학 등 모든 영역에서 부산은,

한국현대문학의 중심적 가치들을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소중한 가치를 부산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_ p.183 「부산은 현대문학의 메카다」 중에서

 

 

 5부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에서는 오랫동안 부산에서 활동한 지식인으로서 부산 곳곳의 장소성과 그에 따른 부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며, 부산은 ‘늙은 도시’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해 문화 정책과 도시계획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활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또한 임시 수도로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부산에서 전개된 리얼리즘, 모더니즘 계열의 현대문학, 바다를 옆에 둔 지리적 특성과 1960년대 근대화와 더불어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 해양문학, 근대의 과학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추리문학까지 부산 지역에서 전개된 문학과 그 특성을 이야기하며, 부산 문화의 미래와 결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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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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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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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 27

 

 

중국경제법의

이해

 

중국경제법으로 이해하는 중국경제

 

 

 

 

▶ 중국경제법으로 이해하는 중국경제, 법리적 쟁점으로 파헤치다


 2007년 중국에서는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반독점법」이 제정됐다. 이후, 중국경제법은 법제도적 개선에 있어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으나 중국 또한 경제발전을 위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늦춘 끝에 뒤늦게 정식으로 「반독점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 책은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사실상 국가자본주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국경제법의 현단계 발전현황을 알아보고 어떠한 법리적인 쟁점이 존재하는지 파악해 보는 책이다.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경제법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중국경제법, 중국에너지법 및 중국 IT법에 대하여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김종우 강남대 교수가 집필하였다. 

 

 

 


▶ 한국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경제법편제를 통해
중국 경제법을 설명하다


이 책의 저자인 김종우 교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경제법편제의 틀 안에서 중국경제법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말한다. 단순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한정되지 않고, 한국 및 다른 국가들의 경제법체제에 포함되어 있는 소비자법률이나 전자상거래 관련 소비자법률보호제도, 사업자단체, 약관규제법, 유통영역에 해당하는 가맹사업법률문제 및 광고법률문제 또한 거론하고 있다. 경제법개념의 학설에 해당하는 중국경제법의 기초이론이 과거 수십 년 동안 어떠한 변천과정을 거쳐 왔는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영토가 넓은 개발도상국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나, 관료들의 행정권 행사로 인하여 인위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중국의 행정 독점에 대해서도 고찰을 시도한다.

 

 

 


▶ 중국경제법이 담고 있는 각종 규제법과 행정 독점에 대해 


1장 「중국경제법 총론」에서는 중국경제법 학설의 시대별 발전 동향과 평가, 중국경제법 대상의 범위와 중국경제법 학설의 발전방향을 제시한다. 2장 「중국 반독점법」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 기업 결합의 규제, 경제력 집중의 규제, 국가지주회사 및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에 관하여 고찰한다. 2장에서 다루는 중국의 각종 규제와 행정 독점은 중국이 국가자본주의 사회의 길을 걸어오면서 어떻게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중국 내에 자리 잡게 했는지, 법률적 쟁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3장 「중국 소비자보호법」에서는 중국 「반독점법」 내 소비자 권익보호 현황과 권익침해 유형, 소비자권익보호의 개선 방안 등을 다루고 있다.


 

 

 

▶ 중국경제법을 통해 글로벌한 중국 경제활동을 짚어보다


중국경제법은 중국 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무역과 다국적 기업의 중국 진출,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 외국인들의 중국 내 경제 활동, 자국의 소비자나 생산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진출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각종 규제나 법망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업가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변화를 알기 힘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과 경제활동을 함께해야 한다면, 법리적 쟁점으로 중국경제를 이해해보는 이 책은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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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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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법의 이해

 

김종우 지음 | 554쪽 | 35,000원 | 2018년 6월 29일

 

이 책은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사실상 국가자본주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국경제법의 현단계 발전현황을 알아보고 어떠한 법리적인 쟁점이 존재하는지 파악해 보는 책이다.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경제법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중국경제법, 중국에너지법 및 중국 IT법에 대하여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김종우 강남대 교수가 집필하였다.

 

 

 

 

중국경제법의 이해 - 10점
김종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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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시조집

 

 

슬로시티

 

 

 


 

 

 새벽 세 시, 시를 쓰는 시간

빛을 머금은 어둠의 시간을 통해 삶을 그려내다

 

  삶과 자연의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김종목 시인의 네 번째 시조집 『슬로시티』가 출간됐다. 김종목 시인은 197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가을에』가 당선된 이후 1975년에 첫 시조집 『고이 살다가』를 발표했고, 이후 『모닥불』(1990년), 『무위능력』(2016년)을 출간했다. 시인은 시조뿐만 아니라 시, 동시, 수필,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해왔으며 지금까지 20여 권의 작품집을 선보였다. 약 30년간 이어져온 그의 글 쓰는 습관은 사물에 대한 관심과 생生을 성찰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 6시까지 엎드린 채 글을 쓴다는 김종목 시인. 세상의 빛이 움트기 시작할 무렵, 그의 작품들이 꿈틀거리는 셈이다. 이번에 출간하는 시조집 『슬로시티』는 하루의 시작점에서 써내려간 작품 중 90여 작품을 추려서 만들어졌다. 이번 시조집을 통해 빛을 머금은 어둠을 간직한 새벽, 시인 김종목이 사유한 시간들 속에 머무는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제천 수산면에서 느린 시간을 만난다
옥순봉과 청풍호로 흘러가는 맑은 시간
거기에
달팽이로 기어가는
시간을 볼 수 있다.

 

박달재와 더불어 열한 번째로 지정받은
슬로시티에 걸맞은 선비 같은 시간들이
바둑을
두듯 맑은 곳에
뿌리 내려 살고 있다

 

 

_「슬로시티」 전문 

 

 

 

 

▶ 온몸을 돌고 있는 피와 함께 시심詩心도 돌고 돌아

이윽고 시의 꽃으로 피어나니

 

 김종목 시조집 『슬로시티』는 총 5부로 구성돼 덧없이 흘러가는 자연과 시간, 그리고 우리네 삶의 깊숙한 부분들을 노래한다. 김종목 시인의 작품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은 아주 일상적인 부분이나 자연의 찰나를 포착하여 감정과 생각들을 노래하듯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마치 삶의 일부분이 시조인 것처럼 보인다.

 

 「꿩 소리」는 시인이 꿩 한 마리를 잡아 상자에 넣어 왔더니 죽어버린 꿩을 보고 쓴 시조다. 본문 중 ‘소리통인 꿩을 잡아 돌아오긴 했지만/어느 새/소리는 달아나고/ 빈 통만 들고 왔다’는 구절이 인상적인데, 꿩의 죽음으로 인한 작가의 감정과 일상을 통해 삶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시간과 시대의 변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삶의 풍경들을 그린 작품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삼성역 5」을 꼽을 수 있다. 삼성역은 남천면 사람들이 한때 자주 이용하는 역이었으나 지금은 화물만 간간이 오르내릴 뿐 지금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역으로, 이 작품은 역과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도 이름만은 차마 버릴 수가 없어/낡은 역으로만 기우는 세월 따라/산그늘 짙은 서러움에 축 처져 늘어졌다’는 구절을 통해 구수한 사투리 소리도, 시골 장으로 향하던 어르신들의 분주한 발걸음도 사라진 역에 대한 아쉬움과 회포를 읊고 있다.


 

 

▶ 바탕을 잡는 것, 인생도 시조도 모두 이것에서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시조를 잘 쓸 수 있을까? 이에 김종목 시인은 ‘바탕이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쓰든 그것은 전적으로 자유이며 시인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시 속에는 시의 마음, 시의 결을 결정짓는 시심詩心이라는 것이 있는데, 김종목 시인은 이것이 바로 하나의 시의 바탕이 되는 작가의 개성이라고 전한다.

 

 김종목 시인은 이번 시조집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바탕을 보여준다. 평범한 사물과 일상을 따뜻한 감성과 예민한 감각을 통해 격을 높인다. 이러한 시인의 바탕은 시조집을 채우고 있는 작품의 각기 다른 소재를 하나의 결로 만든다. 이별, 그리움, 자연, 시간, 생활, 추억, 노동 등 여러 모습의 삶의 조각이 가장 자연스럽고, 감각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인의 삶 또한 한 편의 시조를 완성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은 시조집 『슬로시티』를 통해 작품의 결과 바탕뿐만 아니라 시인 김종목의 인생과 생각들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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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시티

김종목 지음 | 132쪽 | 12,000 | 2018630

삶과 자연의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낸 김종목 시인의 네 번째 시조집. 김종목 시인은 197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가을에'가 당선된 이후 1975년에 첫 시조집 <고이 살다가>를 발표했고, 이후 <모닥불>, <무위능력>을 출간했다. 시인은 시조뿐만 아니라 시, 동시, 수필,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해왔으며 지금까지 20여 권의 작품집을 선보였다.

 

 

 

 

 

 

슬로시티 - 10점
김종목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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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26

루쉰

동아시아

근대

 

루쉰을 따라가는 동아시아 사상의 여정

 

 

 

 


포스트 동아시아와 도래하는 루쉰

   국내 루쉰 연구자가 조망하는 동아시아의 미래

 

동아시아 근대성에 천착하여 루쉰 문학을 독해하며 관련 번역서를 소개하고, 루쉰 전집번역위원회 소속으로 전집 발간에 참여한 저자 서광덕의 첫 저서가 출간됐다. 그간의 연구 이력의 집대성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대문호 루쉰의 삶과 사유를 경유하여 동아시아 지역내 갈등과 연대, 세계시민으로서의 동아시아인의 주체성에 대해 본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 루쉰 전집 20권이 완간되면서 국내에서도 루쉰의 사유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루쉰을 독해하고, 루쉰을 거점으로 동아시아의 미래를 조망하는 이 책은 루쉰 읽기의 중요성과 더불어 어떻게 루쉰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준다. 저자는 루쉰의 글쓰기 행위와 정신에 담긴 사상적 측면을 전면화하여 동아시아 사유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는 한국 지성계에서 제기된 동아시아론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되, 근대 경험을 체화한 루쉰이라는 인물을 통해 동시대 동아시아 발화의 인식론적 위상을 재점검한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자국의 역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기했던 지식인들의 루쉰 수용사를 정리한다. 후반부에서는 루쉰의 집필번역 활동 이력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동시대 동아시아 사유의 유산으로서 루쉰의 근대 경험을 도출해낸다.

  

 

 

한국발 동아시아론의 과제와 루쉰의 만남

   근현대를 관통하는사상이라는 접점

 

저자 서광덕은 아시아 지역에서 제기된 동아시아론의 배경과 형성 과정을 개괄하고 담론에 내재한 문제의식을 재점검하며 책의 서론을 연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타이완, 일본 각지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학술적 사유는 지역 내부의 근대를 성찰하는 계기로서 촉발되었다. 각국의 학인들은 서구중심의 근대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아시아를 모색하는 공통과제를 공유하면서도 각국의 사상과제를 일순위로 삼을 수밖에 없는 모순에 부딪혔다. 동아시아를 말하는 것만큼 발화 주체의 중심화위계화 문제 극복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저자는 한국발 동아시아론이 안은 민족적 과제 내부에서 평화와 안정이라는 세계사적 과제를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공동으로 검토하고, 각국의 사상과제를 공동의 문제로 공유하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살아가는 인민들의 시민적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루쉰은 바로 이와 같은 사상적 과제를 학술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사유의 거점으로서 소환된다. 루쉰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상화된 작가’(리어우판), ‘일의적인 문학가’(첸리췬), ‘혁명가사상가문학가 삼위일체로서의 루쉰’(마오쩌둥), ‘저항정신’(리영희)의 본령 등으로 호명되었다. 저자는 서구 근대작가와는 다른 전통의 세계 인식을 보여준 루쉰의 사상가로서의 면모에 주목하, 그의 근대 경험을 열린 공간으로서의 동아시아를 말하기 위한 사유의 격전지로 삼았다.

 

 

 

 

루쉰학, 사상적 관점에서 정리한 루쉰 연구사

 

근대 동아시아 역사 즉, 동아시아 100여 년의 경험을 어떻게 사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이어 1부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성립된 루쉰 수용사를 다룬다. 저자가 사상의 번역이라고 재차 강조하듯, 동아시아 지역학에서 루쉰은 문학과 집필 이력을 통한 연구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근대적 비판 지성의 전형으로서 근현대를 관통하는 사상 자원으로 호출된다. 전전(戰前), 전후(戰後)를 기점으로 동아시아 지식인들에 의해 사상사적 차원에서 전유된 루쉰은 각국에서 이루어진 학문의 성립과 교류 현장, 동아시아 역내 학적 구도와 성과를 가늠하는 준거점으로 작용한다.

 

1부의 전반부에서는 전전 시기 중국, 일본, 식민지 조선, 타이완 내에서의 루쉰 수용사가 펼쳐진다. 중국에서는 국민국가 건설 시기와 대중적 출판 시장의 형성이라는 시대상이, 동아시아 역내에서는 전통적인 학문 체계에서 근대지로의 전환이라는 지적 체계의 지각 변동이 루쉰 수용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루쉰 수용을 정점으로 활기를 띠었던 1920, 30년대 동아시아 지식인 교류 현장에 주목하여, 번역 행위를 통해 수용된 루쉰의 비판 정신이 문화 혁명과 세계 혁명, 약소 민족의 해방이라는 가치로 공유됨으로써 이후 수용사의 초석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이어 냉전체제로 대변되는 전후 동아시아 내 루쉰 수용사를 다루는데, 여기서 저자는 특별히 각 장을 할애하여 다케우치 요시미와 마오쩌둥에 의해 해석된 루쉰을 자세히 언급한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현대 중국 연구와 사회주의 중국 내 마오쩌둥의 루쉰 평가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서구의 근대와 대면한 동아시아 근대를 사유하는 계기로 루쉰을 발견한 논자들의 선구성을 이끌어내는 대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루쉰의 문학, 번역 그리고 시민-되기,

루쉰의 사상적 삶에 배태된 동아시아 시민형성의 길

 

  2부에서는 루쉰이 생전에 보여준 사상적 행보를 순차적으로 따라감으로써 그의 문학과 사상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일본유학시절을 포함한 루쉰의 청년기에서부터 잡문의 형식으로 글쓰기를 의식화했던 말년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루쉰 사상의 원형을 들여다볼 수 있는인간의 역사」「과학사교편(科學史敎扁)」「문화편향론(文化偏至論)」「마라시력설(摩羅詩力說)」「파악성론(破惡聲論)등의 초기 저작에서부터 논쟁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했던 후기의 잡문들을 적극 인용하고 해석하여 악성 타파로 정식화된 루쉰의 국민국가 비판’, ‘문명 비판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번역가문학가로서 루쉰이 보여준 이례성에 주목하여 시기별 번역 활동과 문론(文論)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루쉰의 삶과 글쓰기에 배태된 동아시아 근대 사상사의 기원을 확인하고, 그 사상의 원점을 글쓰기라는 문예 행위에서 발견해나가는 2부는 오랫동안 루쉰의 충실한 독자이자 번역자였던 저자의 날카로운 루쉰 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20세기 동아시아 루쉰학의 계보를 계승하되 루쉰의 사상을 거울 삼아 학술 작업을 개진하는 동시대 연구자의 성찰의 무게이다. ‘주체적 개인이 모인 동아시아 시민학정립을 재차 도달 목표로 다짐하고 그 과정에서 끝내 루쉰의 아Q를 소환한다. 저자가 다다른 결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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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26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

서광덕 지음 | 376| 28,000| 2018628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자국의 역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기했던 지식인들의 루쉰 수용사를 정리한다. 후반부에서는 루쉰의 집필.번역 활동 이력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동시대 동아시아 사유의 유산으로서 루쉰의 근대 경험을 도출해낸다.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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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소개합니다:)


▶ ‘이상한나라의헌책방’주인장의 유쾌한 이반 일리치 실천기와 
    좌충우돌 행복한 헌책방 일화를 담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주인장이 이반 일리치의 책을 읽고 자신의 삶과 책방 운영에 적용해본 흥미로운 실천기가 담겨 있다. 더불어 11년 동안 헌책방을 운명하면서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와 일본 헌책방 고수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하기 전 IT기업에서 일했는데 일상화된 야근과 개인 시간 없이 오로지 일에 매여 살아야 했다. 과도한 체중 증가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균형은 헝클어졌고, 급기야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방황하던 끝에 우연히 만난 이반 일리치의 책들을 읽고 ‘생활’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멀리 떠나지 않고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 시스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립할 수 있을지 궁리하며 자신만의 생활 리듬을 만들어 간다. 저자가 행한 이반 일리치의 사상은 일상이 파괴되고 몸의 리듬을 무시한 채 일에 매달려 사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다. ‘삶’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활을 점검하고 자립할 수 있게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 이반 일리치가 알려준 생활의 리듬과 자립

재미난 일화 중 하나는 저자가 IT회사를 그만두고 대형 헌책방에서 일할 때 이야기다. 창고를 정리하다 보니 책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밴딩머신이 버려진 채 놓여 있었다.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도구가 있으면 편할 거라고 판단해서 구매했지만 책을 묶기 위해 기계가 있는 쪽으로 책을 가져와야 했단다. 기계는 크고 무거워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었고 책을 가져오는 노동과 수고가 책을 묶는 노동보다 훨씬 더 힘들어 아무도 그 기계를 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일리치는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 만든 기계가 오히려 인간을 부려먹는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자신을 도와주는 기계에 의지하기보다 몸을 최대한 움직이며 컴퓨터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간소화하기로 했다. 일리치의 말대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삶터와 일터로 오가는 이동 시간을 줄이고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생활 영역을 좁혔다. IT기업에 다닐 때보다 헌책방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수입이 훨씬 적지만, 저자는 자신에게 맞는 생활리듬에 찾은 것에 만족한다. 생활이 건강해졌기 때문에 부족함도 느낄 수 있고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힘도 생겼다. 저자가 따른 일리치의 생활방식과 자립은 유쾌하고 즐겁다.

▶ 헌책방 운영 쉽지 않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일반 서점을 운명하기에도 힘든 시대인데, 헌책방이라니 모두가 저자에게 걱정 섞인 질문을 던진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회사를 그만둘 용기가 대단하다는 것과 헌책방 운영하면서 먹고사는 게 가능한가였다. 이뿐인가. 헌책방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해서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는 사람. 책방에 와서 막무가내로 설교하는 사람, 대중 시집을 귀중한 자료라고 비싸게 파는 사람 등 애잔하기까지 한 일화를 읽으며 편안해 보였던 헌책방 운영이 만만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도 저자는 즐겁다고 말한다. 헌책을 매입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희소가치가 높은 책을 찾아다니다가 운 좋게 발견하면 보람차고 기쁘다. 어떻게 하면 헌책방 운영으로 자립할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고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심야책방을 열어 잠 못 드는 사람들을 헌책방에 모은다. 괜찮은 디저트도 준비하고 함께 공연도 듣고 이야기도 나눈다. 최근에는 헌책방 안에 제본공방을 열어 책을 수선해주는 일도 한다. 이 책은 11년 동안 저자가 헌책방에서 벌인 재미난 실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웃다 보면 어느새 저자가 보낸 희로애락이 담긴 추억들이 따뜻하게 마음을 적신다.

▶ 일본 진보초 헌책방 거리 탐방기와 헌책방 고수들의 인터뷰

세계 최대 헌책방 거리, 일본 진보초 헌책방 축제에 다녀와 생생한 헌책방 탐방기를 전한다. 우리나라도 인천의 배다리, 서울의 청계천,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거리가 있지만 198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헌책방들이 줄고 들고 있다.

일본도 인터넷의 발달, 대형 헌책방 프랜차이즈의 등장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헌책방의 인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진보초 헌책방 거리의 상인들은 함께 모여 어려움을 헤쳐 나갈 방법을 고민했다.

저자는 헌책방 주인답게 진보초만의 헌책방 운영과 상인협회의 노력을 잘 정리했다. 일본 헌책방 전문가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일본 헌책방을 찾아 기행문을 쓰는 작가 중 ‘진보초계 라이터’라는 별명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 씨를 만나 헌책방을 거닐면서 일본 헌책방의 역사를 듣는 귀중한 시간을 가진다. 헌책방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케가야 이사오 씨를 만나 헌책방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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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지음 | 256p| 2018년 6월 20일 | 15,000원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주인장이 이반 일리치의 책을 읽고 자신의 삶과 책방 운영에 적용해본 흥미로운 실천기가 담겨 있다. 더불어 11년 동안 헌책방을 운명하면서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와 일본 헌책방 고수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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