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에 해당되는 글 321건

  1. 2018.04.23 잠든 부산을 깨우는 이야기 소리! ::『거기서, 도란도란』 (책 소개)
  2. 2018.04.05 지금 시대에 논어가 유효한 이유:: 『논어, 그 일상의 정치』(정천구 지음)
  3. 2018.03.28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꿈꾼 이상적인 정치 ::『공자와 소크라테스』(책 소개)
  4. 2018.03.22 어느 날 아이들이 엄마를 관리하게 된다면? ::『엄마 사용 설명서』 (책 소개) (2)
  5. 2018.03.08 지리산둘레길 10주년 기념 그림 이야기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 (책 소개)
  6. 2018.03.02 진보로 가는 새로운 도전 ::『선택』 (책 소개) (2)
  7. 2018.02.28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도시녀, 초록 눈 아나키스트와 함께 한 산골살이::『산골에서 혁명을』(박호연 지음) (1)
  8. 2018.02.23 가장자리에서 약자를 위해 활동한 사람::『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박영미 지음)
  9. 2018.02.22 열 살 소녀의 영어 일기, 한 권의 책이 되다::『THE WONDERFUL STORY CLUB』(책소개)
  10. 2018.02.01 격동의 시대와 치열하게 맞선 젊은 사상가의 지적유산::중국근현대사상총서07『류스페이 사상선집』(책소개)
  11. 2018.01.16 다시 쓰는 소설 속 부산 이야기 :: 『이야기를 걷다』 개정판 (책 소개)
  12. 2018.01.12 그들이 찾아 헤맨 인생의 어떤 단서 :: 황은덕 소설집 『우리들, 킴』(책 소개)
  13. 2018.01.10 외롭고 쓸쓸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 『구텐탁, 동백아가씨』 (책 소개)
  14. 2017.12.29 격동과 혼란의 시기에 피어난 중국의 근대불교학 ::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책 소개)
  15. 2017.12.29 영화속 패션을 알면 영화는 더 재미있어진다::『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책소개)
  16. 2017.12.15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책 소개)
  17. 2017.12.04 사찰문화재,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풀어 보다! ::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책 소개)
  18. 2017.11.22 행복을 꿈꾸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이야기 ::『명랑한 외출』(책 소개)
  19. 2017.11.21 일상 속 여행을 떠나다:『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책소개)
  20. 2017.11.17 끝없이 갈등하는 현실, 그 속의 우리 ::『봄 꿈』(책 소개)
  21. 2017.11.06 타이베이의 도시사를 따라가는 다크 투어리즘 ::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책 소개)
  22. 2017.10.31 조선통신사 변박, 버드나무 아래 말을 그리다 :: 소설 『유마도』(책소개)
  23. 2017.10.26 뭇 생명의 삶과 쉼터 ::『지리산 아! 사람아』(책 소개)
  24. 2017.10.26 [중국근현대사상총서 006] 『천두슈 사상선집』 (책 소개)
  25. 2017.10.13 '사랑'과 '투쟁'의 시집 : 신간 『붉은 폐허』(김일석 지음) 소개

 

 

부산 구석구석, 이상섭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

 

 

 

 

▶ 부산을 발견하는 새로운 글쓰기, 이상섭 팩션집

 

 소설은 허구라는 상식은 여전히 유효할까? 최근 독특한 글쓰기로 부산의 장소를 다루기 시작한 작가 이상섭의 작업들은 소설의 정의를 확장시킨다. 이번에 출간되는 『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의 장소성을 ‘팩션’이라는 장르로 녹여냈다. 해운대, 사직종합운동장, 대저 적산가옥, 정과정공원 등 부산의 역사가 깃든 몇몇 장소들은 작가가 그려낸 ‘허구’의 서사를 통해 16편의 이야기 속에서 재탄생했다.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작가의 말」중에서)의 일환으로 창작된 ‘팩션집’의 출간에서 주목할 점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 천착하며 본격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허구’의 글쓰기를 시도하는 작가의 작업은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 시공을 가로지르는 복원의 드라마, 열여섯 편의 부산 소묘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이상섭 작가는 부산의 몇몇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과 사건을 도입하여 말 그대로 ‘팩트-사실’로서의 공간에 ‘픽션-허구’로서의 서사를 덧입혀 16편의 ‘팩션들’을 선보인다. 소설과 같은 듯 다른 미묘한 팩션이라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가 스며든 상징화된 부산의 장소를 서사의 배경으로 삼았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서사 속의 서사라는 이중 구조를 통해 역사 ․ 문화적으로 고유명사화된 장소의 내력을 하나둘씩 들춰내 보여주는 것이 팩션의 묘미라고 할 때, 이상섭 작가의 이번 팩션집은 근현대의 시공간이 가로놓인 부산이라는 상징화된 장소가 품은 역사적 이력에 대한 흥미로운 주석으로 읽힐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팩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상상력의 산물로서 드러나는 소설 속 장소와는 달리, 팩션 속 장소는 실재 공간과 사건이 진행되는 허구 속 공간이 이중으로 겹쳐져 환상성이 가미된 현실적 공간으로 모호하게 드러난다. 16편의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역사를 품은 부산의 장소들은 작가 이상섭이 버무려낸 허구의 기술을 통해 다채롭게 감각된다.

 

 

 

 

▶ 물결 따라, 바람 따라, 사람 따라

흘러가는 삶의 실감을 포착하는 기록의 힘

 

 이 책의 1부에서 다루고 있는 ‘오륙도’, ‘해운대’, ‘일광과 기장’에서부터 ‘우암동’, ‘용호동’, ‘영도구의 동삼동’ 등의 장소가 드러나는 방식에 먼저 주목해보자. 작가는 부산에 실재하는 상징적 공간들을 배경으로 인물과 사건을 도입함으로써 한 편씩의 고유한 서사들을 만들어낸다. 인물들의 만남을 통해 빚어지는 사건은 배경이 되는 특정 공간에 시대의 감각을 덧입혀 화려하고 북적이는 천편일률적인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단편 소설을 접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했던 만큼 잊혀지기 쉬웠던 부산 속 삶의 장소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허구 속 인물의 일상과 더불어 그들이 발붙인 장소에 스며든 기억과 정서들이 이곳 나의 일상과 겹쳐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3부로 구성된 16편의 이야기 속에는 동시대의 현실과 더불어 근현대의 시공간이 두루두루 배치되어 있어 팩션을 읽는 묘미는 배가된다. 캐나다 참전용사 허시형제 이야기를 통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감각되는 6․25의 참상(「영원히 함께」), 일제강점기의 상징적 공간인 대저동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재구성해낸 여성의 지난한 삶(「마지막 숨바꼭질」)에서부터, 유적지 정과정 공원을 배경으로 문학적 지식을 곁들여 고전시가 <정과정곡>의 내력을 풀어낸 이야기(「아리아리 아라리」)까지 부산을 기점으로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나가며 ‘기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작가의 고백이 고스란히 옮아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팩선집을 통해 선보이는 이상섭 작가의 허구적 글쓰기는 상징적 장소에 정박된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역사적 실체로 놓여 있는 부산의 ‘장소’들에 기억과 정서를 간직한 ‘인물’이 들어가 그려내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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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상섭 李相燮
 199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슬픔의 두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바닷가 그집에서, 이틀』 『챔피언』이 있으며, 르포집 『굳세어라 국제시장』『을숙도, 갈대숲을 거닐다』를 썼다. 2010년 백신애문학상, 2013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해운대관광고교 국어 교사로 근무 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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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지음 | 240| 14,000원 2018년 4월 16일 출간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창작된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천착하며 아직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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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운펭귄

 

고전오디세이 09으로 논어, 그 일상의 정치

 

 

 

 

 

아름다운 순우리말 번역, 정확한 주석, 새로운 해석으로 만든 또 하나의 <논어> 주석서

 

시대를 뛰어넘어 삶의 지혜를 전하는 동양철학의 고전 <논어>.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이 책은 지치지도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재생산되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수천 년을 관통해서 인간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그 어떤 사상과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논어>에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논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정작 그 책을 읽어본 사람 또한 드문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 서점에 논어를 검색해보면 수백 종의 책이 화면에 뜬다. 지금도 <논어> 관련 책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책들이 자구 해석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많은 책들 가운데 또 하나의 <논어> 주석서를 추가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20편에 이르는 논어 전편을 순우리말로 해석하고, 주석을 달아 한자 하나하나의 속뜻과 말맛까지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구 해석만으로는 알 수 없는 행간의 숨은 뜻은 어짊을 통해 일상에서 정치를 행하려 했던 공자의 실천사상을 중심축으로 일관되게 해설하고 있다.

 

 

 

공자가 일상에서 정치를 행하려고 한 까닭은

 

<논어>는 공자의 언행, 그 가운데서도 주로 말하기나 문답을 기록한 책이다.

우리는 <논어>를 통해서 공자가 사유한 단상들을 엿볼 수 있는데, 그것을 한마디로 줄여 말한다면 바로 일상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이 바로 정치의 시작이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정치의 끝이다. 내가 먹고 자듯이 부모와 형제도 먹고 자고 남들도 먹고 잔다. 모든 사람이 잘 먹고 잘 살도록 이끄는 것이 선비의 일이다. 그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어짊의 실천이다. 정치란 한 나라를 유지하고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들이다. 나라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지만 그 가운데 핵심은 사람이다. 정치를 행하는 것도 사람이고, 정치로 말미암아 억눌리거나 혜택을 받는 것 모두 사람이다. 사람은 일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위정자의 일상이 정치라면, 농부의 일상은 농사이다. 일상을 벗어나서 생활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도 바로 그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일 수밖에 없다.

 

 

지금 시대에 <논어>가 유효한 이유

 

공자는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세상에 쓰고자 하였다. 세상을 외면하지 못하였고, 외면할 수도 없었다. 도가처럼 세상을 떠나서 은둔하지 않았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수많은 제후들이 부국강병을 통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면서도 힘없는 백성들의 안위와 삶을 돌아보지 않았던 시대이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은 세상을 제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려 날뛰었고, 자신을 완성하고 천하 사람들을 위하겠다는 덕 있는 자들은 밀려나고 버림받았던 시대이다. 덕 있는 자들은 아예 쓰이기가 어려웠던 시대이다. 그로 말미암아 백성들은 고통을 당하고 불행했다. 공자의 인()은 바로 그런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우려에서 나왔다. , 즉 어짊은 공자 사상의 고갱이다. 어짊은 나를 바로 세우고 남과 더불어 살려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은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자라야 비로소 그 맛을 볼 수 있다. 그 맛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사람들의 삶이 내 삶처럼 보인다. 그래서 누구에게든지 지극하게 대한다. 바로 그 지극함, 한결같은 지극함이 바로 어짊이다. 공자의 사상을 알려주는 <논어>가 바로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이유다.

 

 

 

<논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이란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주고받는 것인데, 그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논어>에는 그런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번역문으로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이 책은 주석과 풀이를 통해 이를 보충하였다. 나아가 사족을 두어서 번역문에 숨겨진 의미를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번역, 주석, 풀이라는 세 가지 구성을 통해 공자가 일상에서 정치를 행하려고 한 까닭은 이치를 체득하고 실현하려는 데에 있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원문에 내재한 율격까지 살린 순우리말 번역

 

<논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적실한 번역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번역본은 대체로 그 정확성과 적실성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널리 쓰고 있는 한자어라도 그 뜻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고, 또 우리말로 정확하게 옮길 수 있는 한자어라면 찾아서 써야 함에도 기존의 번역본들에서는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미 널리 쓰인다는 판단에서 굳이 번역하려고 하지 않는데, 문제는 본래의 뜻을 명확하게 이해시켜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원문을 읽어야 비로소 이해되는 번역문도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최소한 다잡을 필요가 있어서 번역을 시도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한자어를 거의 쓰지 않고 그에 걸맞은 순우리말을 찾아서 풀어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사투리, 고어, 북한말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끌어와 썼다. 또 주석에서는 번역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밝혀 놓았으며 각 한자어의 뜻과 문장의 의미를 더 명확하게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주석 자체가 하나의 작은 논어 사전과 같은 구실을 한다. 또한 번역 문장은 원문의 율격에 맞도록 하였다. 소리글자인 우리말과 뜻글자인 한문은 애초부터 성격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율격을 부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원문에 내재한 율격을 번역 문장에서 살림으로써 읽는 이들이 좀 더 원문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라는 축을 중심으로 한 일관된 해석

 

<논어>에는 100여 종이 훨씬 넘는 번역본이 있으나, 번역본마다 번역의 기준이나 해석의 관점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이다. 대개는 주희의 집주를 바탕으로 하는데, 주희의 해석 또한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조건 그 해석을 믿고 따르는 풍조가 있기 때문이다. 주희의 해석에는 송대의 관점이 들어가 있는데, <논어>는 한대 이전의 문헌이므로 단순하게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논어>를 춘추전국 시대의 역사적 상황이나 배경 안에서 이해하고 번역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주희의 집주를 따르지 않고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번역을 시도한다. <논어>의 문답에서 빠져 있는 부분을 해설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다른 번역본들처럼 기존의 번역이나 해석을 거론하면서 단순하게 부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바로 <논어>에 숨겨져 있는 ()’라는 축을 중심으로 번역과 해석을 일관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하기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풀이될 수 있으나, 그러면서도 도 또는 이치라는 측면에서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번역본에서 간과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주석서가 될 수 있다.

 

 

 

글쓴이 :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 등을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 밖에서 바까데미아(바깥+아카데미아)’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서로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맹자독설,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중용, 어울림의 길등이 있고, 역서로 차의 책, 동양의 이상,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원형석서, 일본영이기, 삼교지귀등이 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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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그 일상의 정치』

 

정천구 지음| 640쪽| 35000원 |2018년4월2일 출간

 

말이란 말하는 이와 듣는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주고받는 것인데, 그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온전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논어>에는 그런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번역문으로는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이 책은 주석과 풀이를 통해 이를 보충하였다. 나아가 사족을 두어서 번역문에 숨겨진 의미를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번역, 주석, 풀이라는 세 가지 구성을 통해 공자가 일상에서 정치를 행하려고 한 까닭은 이치를 체득하고 실현하려는 데에 있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논어, 그 일상의 정치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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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그늘12

동서 정치사상의 기원 

공자와 소크라테스


이병훈 지음

 

 

 

 

▶ 바람직한 국가란 무엇인가?

    공자와 소크라테스, 그들의 정치사상 속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회와 국가란 무엇인가?

 

 두 논제는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에서 빠뜨릴 수 없는 내용이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에 대해 연구를 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질문이 이어진다. 공동체인 ‘사회’나 ‘국가’에서 개인은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동서 정치사상의 기원이 되는 공자와 소크라테스. 이들의 삶을 통해 이상적 국가와 정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이자 법학자 이병훈 교수는 한문과 유학 경전을 공부하면서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삶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익힌 진리를 정치와 연결하여 바람직한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공자, 개인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가 도덕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크라테스. 이러한 행적을 지나칠 수 없었던 사회과학도로서, 저자는 공자와 소크라테스를 정치학의 시선으로 연구했고 오랜 시간 끝에 ‘국가와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두 인물의 정치사상에 대해 말한다.

 

 동서양 철학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두 인물의 삶으로부터 저자가 읽어낸 정치사상은 과연 무엇일까? 그 방향성은 오늘날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저자는 1부에서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소개하며 그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이상적인 국가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2부에서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생애를 다룬 평전을 통해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삶과 사상을 이야기한다.

 

 

 


▶ 인간의 타고난 본성, ‘인(仁)’ 도덕적 인간을 만드는 ‘대화’

   인간 중심의 국가 건설을 이야기하다

 

 

번지라는 제자가 인(仁)에 대하여 묻자,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고 했다. (…)

인이 개인의 본성으로부터 사회윤리적 규범으로 발전되고

더 나아가서 천하 구원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공자는 이상으로 삼았다.

 

(p.25)

 


 1부에서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토대로 공통의 정치사상을 찾아낸다. 저자는 먼저 공자의 사상을 소개하며 인간이 타고난 애타적 본성인 ‘인’에 대해 강조한다. 인이 사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공자가 설계했던 바람직한 국가상이 결국 인간 중심의 사회였음을 역설한다. 사회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 정책의 바탕에 인이 깔려 있어야 함을 강조했던 공자의 사상을 토대로, 저자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공자의 정치사상을 찾아낸다.

 

  

 대화는 개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인간의 문제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 대화를 통해서 진리와 정의, 공동선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것이 바로 학문이고 철학이라고 생각했다.

 

(p.209~211)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어땠을까? 저자는 소크라테스가 ‘도덕적 인간이 모여 도덕적 국가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크라테스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을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탐구했고, 그 해답을 ‘대화’에서 찾았다.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합리적인 생각과 성찰을 배운 개인이 곧 도덕적 존재가 된다고 여긴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평생 시도했던 끊임없는 문답은 곧 대화를 여는 열쇠였다. 저자는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가 인간 혹은 인간 행동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했다는 점을 지목한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탐구했고, 두 사람 모두 생각의 중심에 ‘사람’을 놓고 있었다. 저자는 여기에서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공통적인 정치사상이 ‘사람을 위한 국가 건설’임을 도출한다.

 

 

 


▶ 동양철학의 아버지, 공자 · 거리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진리를 실천한 그들의 삶에 대하여


 2부에서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평전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공자는 자신이 터득한 진리를 통해 이상적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14년 동안 떠돌아 다녔음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고, 정치적 이상 또한 거의 실현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러한 공자의 삶을 등용문을 넘지 못한 실패의 시간으로 보는 대신, 끊임없는 자기수련과 학습을 통해 인품을 도야한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인을 강조했던 공자는 그의 사상에 따라 반성하고 단련하는 삶을 살아갔다. 저자는 그런 공자를 두고 ‘근본적으로 자기 성찰적 인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자가 오늘날까지 동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사상과 삶의 일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어떠한가? 도덕적 인간과 도덕적 국가의 관계에 대해 탐구했던 그는 아테네의 시민들을 도덕으로 이끄는 일을 평생 시도했다. 시장, 광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끊임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했던 소크라테스. 저자는 그의 철학적 시도가 아테네의 민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평한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사회와 시민들을 사랑하였고, 그곳에서 도덕적 인간의 완성과 도덕적 국가의 실현을 도모하였다. 비록 권력 다툼에 휘말려 사형 판결을 받게 되지만, 소크라테스는 판결을 내린 아테네 시민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포용했다. 국외로 도피하는 일은 없었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인으로 죽음을 맞았다. 비록 평생 꿈꾸었던 도덕적 국가의 실현에는 실패했지만, 저자는 시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수평의 대화를 시도했던 소크라테스의 삶에 그의 사상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 공자와 소크라테스, 오늘의 정치를 말하다


 저자는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삶과 사상을 통해, 그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정치는 곧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비록 두 철학자 사이에는 동양의 군주정과 서양의 민주정이라는 정치배경적 차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삶과 정치의 상호영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공자와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삶이 정당하게 영위되기 위한 조건으로 ‘정의’와 ‘도덕’을 세웠다. 저자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올바른 정치가 그 정의와 도덕을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역사는 이러한 정치의식이 진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 입을 연다. 우리의 정치의식은 얼마나 올바른 형태로 진화했는가. 저자는 ‘거짓과 위선’만 남은 정치로 고통받는 국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사상에서 드러나는 올바른 삶의 방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의 마침표를 찍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한다.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남긴 정치사상은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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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병훈

 저자 이병훈은 헌법학자로서 전주대학교에서 헌법학을 강의했으며, 지금은 동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헌법: 이론과 사례』 『문화적 관점에서 본 법의 이해』 『의회주의란 무엇인가』가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적 관점에서 본 법철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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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소크라테스

이병훈 지음 | 354쪽 | 25,000원 2018년 3월 20일 출간

 

자신이 익힌 진리를 정치와 연결하여 바람직한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공자, 개인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가 도덕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크라테스. 이러한 행적을 지나칠 수 없었던 저자는 공자와 소크라테스를 정치학의 시선으로 연구했고 오랜 시간 끝에 '국가와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두 인물의 정치사상에 대해 입을 연다.

 

 

 

 

 

 

공자와 소크라테스 - 10점
이병훈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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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운펭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엄마 사용법이 나왔다!

 

 

“A Must for Moms(and Kids!) everywhere!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필수품!)”-아마존 독자 VLM

 

 

뉴욕타임즈 아동분야 베스트셀러,

『엄마 사용 설명서』

 

도린 크로닌 글 | 로라 코넬 그림 | 강도희 옮김

 

 

 

 

 놀라지 마세요! 여러분은 이제부터 엄마를 직접 관리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엄마의 건강이나 기분은 여러분이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엄마 사용 설명서』는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인 도린 크로닌(Doreen Cronin)의 작품으로, 미국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 어린이책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마존 독자 평점 4.1점(5점 만점)을 받은 이 책은 독자들로부터 “흥미롭고 재미있다.”, “모든 엄마들이 한 권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이야기다.”와 같은 반응을 얻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그림책은 엄마와 아이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엄마들은 육아의 고충, 외모나 건강에 대한 욕구 등 다양한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낸 내용에 감동을 받고, 아이들은 ‘엄마와 외출한 상황’이나 ‘엄마를 화나게 한 상황’ 등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재미난 그림으로 표현된 것을 보며 즐거워한다. 책을 읽는 엄마와 아이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다.

 

 

 

 

▶ “엄마를 잘 돌보세요. 그럼 엄마도 여러분을 잘 돌봐줄 거예요!”

지쳐버린 엄마들을 위해 아이들이 펼치는 따뜻한 사용 설명서

 

 엄마들의 아침은 누구보다 빨리 시작된다. 아침을 차리고 아이를 깨워 밥을 먹인 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워킹맘’이라면 이후 잠깐 쉴 틈도 없이 회사로 출근한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집안일의 연속이다. ‘나’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엄마들. 가족을 챙기느라 바쁜 엄마들에게 스스로를 가꾸거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키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가꾸고 단장하기는커녕 건강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 도린 크로닌 역시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육아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저자 소개에서 ‘아침에 서두르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학교 갈 때 입을 옷을 미리 입히고 재우기도’ 한다는 대목이 재미있다. 아이를 직접 키운 엄마의 시선으로 쓰였기에, 『엄마 사용 설명서』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엄마’라는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육아에 대한 엄마의 이야기를 전한다. 엄마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아이들의 천진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설명서 형식을 취해 엄마를 어떻게 대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잘 돌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에 대한 아이들의 따뜻한 사랑이 담긴 사용 설명서를 펼쳐보자.

 

 

 

 

▶ 편안하게 밥 먹을 짬도 없이 좌충우돌하는 엄마들을 위로하는

도린 크로닌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육아 이야기

 

 『엄마 사용 설명서』는 육아의 현실에서 엄마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아이들이 저지르는 말썽들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차 안에서 소변이 급하다는 아이, 버스나 기차에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 립스틱으로 낙서를 하는 아이. 엄마들은 상상만 해도 한숨이 나올 이런 상황들도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표현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묘사를 넘어, 육아로 고충을 겪는 엄마들을 공감하게 하고 편안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선물한다.

 

 

 

 

 저자가 펼치는 유쾌한 표현이나 문장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화난 엄마를 ‘작동불량 엄마’라고 하거나, 휴식 중인 엄마는 ‘전원 꺼진 엄마’, 화가 풀린 엄마는 ‘리셋된 엄마’라고 표현한 부분들은 이 책을 실제 물건 사용 설명서에 더욱 가깝게 느껴지도록 한다. 또 잘못을 저지르거나 말썽을 부려 엄마가 화가 났을 때 아이들이 기억해야 할 ‘대처법’과 ‘주의사항’을 설명하며 흥미를 끌어내기도 한다. 나무 위로 올라가서 화난 엄마를 피하기, 엄마의 화가 풀릴 때까지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기, 옷으로 위장하거나 가구를 이용하여 숨기, 비상식량을 챙겨 형제와 함께 대피소로 도망치기, 노래와 율동으로 엄마의 화를 풀어주기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표현들이 돋보인다. 이렇듯 도린 크로닌이 건네는 유쾌한 육아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엄마’를 이해하고 잘 다루는 비결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엄마에 대해 이해한 아이들은 엄마들의 지친 일상에 웃음과 사랑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엄마 사용 설명서』 북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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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 설명서

 

도린 크로닌 글 | 로라 코넬 그림 | 강도희 옮김 | 56쪽 | 16,800원 | 2018년 3월 20일 출간

 

『엄마 사용 설명서』는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인 도린 크로닌(Doreen Cronin)의 작품으로,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 어린이책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아마존 독자 평점 4.1점(5점 만점)을 받은 이 책은 독자들로부터 “모든 엄마들이 한 권씩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이야기다.” 와 같은 반응을 얻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엄마 사용 설명서 - 10점
도린 크로닌 지음, 로라 코넬 그림, 강도희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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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운펭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려보고, 몸으로 만나는

수묵 편지 속 지리산의 풍경과 사람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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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둘레길 10주년을 기념하며

지리산 품에 안긴 두 명의 순례자, 그 동행의 기록

 

지리산둘레길은 제주올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숲길이자, 걷기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순례길이다. 2008년 ‘생명평화’와 ‘동서화합’이라는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기반으로 지리산 주변 3개 도 5개 시군 120여 개 마을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조성된 지리산둘레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는 십 년 넘게 지리산 자락에서 신명나게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 지킴이들의 생생한 ‘지리산 그림 이야기’이다. “발로 그리고 발로 쓴 지리산 이야기”(도법 실상사 회주), “이런저런 시류나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지리산 자락에서 한 세상을 살아내며 아름다움을 가꿔온 사람들 이야기”(박두규 시인), “우직한 신명이 빚어낸 둘레길 예찬 이야기”(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길 위의 화가’ 이호신 화백의 풍부한 지리산 실경 산수와 ‘둘레길 지킴이’ 이상윤 이사의 성찰이 빚어낸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는 ‘생명’과 ‘평화’라는 화두로 자연과 사람이 만나기를 소망하는 지리산살이에 공감하는 뜻 깊은 기록이기도 하다. 이 화백의 지리산 절경과 둘레길 지킴이의 성찰이 어우러진 한 권의 책 속에서 지리산의 빼어난 풍경과 더불어 그 속에 새겨진 삶의 현장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 지리산 예찬을 넘어서,

스물한 통의 수묵 편지에 담긴 풍경과 사람

 

24개월 동안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을 직접 걸으며 써내려간 스물한 통의 수묵 편지 안에는 지리산 예찬을 넘어선 지리산의 풍경과 삶의 체험이 공존한다. 지리산을 순례길 삼아 삶을 돌아보는 것은 순간의 감탄으로 지리산 절경을 감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리산 주변을 감싸며 만들어진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계곡길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림으로 새기고 글로 쓴 이 책에는, 둘레길의 사계절뿐만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일구어낸 삶의 터전이 담긴다. 둘레길의 풍경과 호흡하며 내딛는 두 순례자의 걸음은 풍경 속 사람살이의 장면들을 함께 포착해낸다. 걷는 이의 삶과 걷는 이가 바라보는 삶이 이어지는 매 순간마다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의 이야기는 예찬을 넘어선 성찰의 걷기로 가득 채워진다.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려보는 지리산둘레길 21구간

지리산이 품은 역사의 흔적과 세상살이 속으로

 

두 사람의 걸음이 빚어낸 지리산둘레길 위에는 자연의 순리, 역사의 흔적, 지리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각 구간마다 흔히 등장하는 마을의 ‘당산나무’. 지리산을 둘러싼 고을에는 마을의 수호신이 깃들어 있다는 당산나무가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수백 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당산나무 아래를 지나는 두 사람은 나무 아래 길을 멈춘다. 이 화백은 화첩을 꺼내 스케치를 하고 동행한 둘레길 숲지기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쉼 속에는 수백 년 세월을 견뎠을 당산나무의 내력과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옛사람들의 삶과 그 삶을 이어가는 현재의 삶이 공존한다. 지리산 자락에 지어진 사찰을 지나며 역사적 부침을 생각하고 우리네 자화상을 떠올리는 것은, 둘레길을 걸으며 나를 성찰하는 일인 동시에 시대와 단절되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빼어난 지리산 산천을 바라보며 감탄하다가도 그곳에 계획된 댐 건설 사업에 가슴 아픈 우려를 표하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행여 글로 담기지 못할까 우려하는 마음이 화첩으로 옮겨오기도 한다.

 

 

 

 

▶ 계절의 순환을 따라

지리산이 품은 생명의 흐름과 세상살이 속으로

 

역사와 세월이 흐르는 지리산둘레길 위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흐름이 더해진다. 바람과 빛의 흐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색을 품는 산과 강을 보며 걷는 길 위에서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로 호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리산둘레길의 풍경을 화첩에 담은 이 화백과 그를 안내한 동행인이 가장 자주 바라본 곳은 ‘섬진강’에 뛰어든 ‘지리산’의 물빛이다. “산수를 그리는 화가로서 나는 언제나 현장의 아름다움을 증언하고 싶기에 소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 화백의 붓 끝에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의 물빛이 있고 그 속에 뛰어든 지리산의 풍경이 있다. 동행인은 성찰의 길 위에서 그 겨울을 함께 겪으며 “생각을 명징하게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날”이라고 낮게 감탄하기도 한다. 몸소 지리산 순례자가 된 두 사람이 그리고 써낸 지리산둘레길 그림 이야기 속에는 지리산이 품은 자연의 흔적과 그 속에 깃든 삶의 체험이 공명한다. 지리산둘레길의 새로운 동행자가 되는 첫걸음, 이 화백의 화첩 속 풍경으로, 그 풍경과 어우러진 성찰의 기록으로 무심히 빠져드는 일일 것이다.

 

 

 

 

그린이 : 이호신

 

화가 이호신(玄石, 검돌)은 이 땅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재발견하고 오늘의 삶을 ‘생활산수화’로 발표해왔다. 지리산자락(산청)에 귀촌하여 지리산권의 자연과 인문기행을 통한 그림순례를 지속하고 있다. 1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길에서 쓴 그림일기』『숲을 그리는 마음』『우리 마을 그림순례』『산청에서 띄우는 그림 편지』『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지리산진경』『화가의 시골편지』『근원의 땅, 원주 그림순례』등을 내었다. 주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이화여대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글쓴이 : 이상윤 

 

사단법인 <숲길> 상임이사로 ‘지리산둘레길’을 운영관리하고 있으며 ‘한국걷는길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시절 그려왔던 지리산으로 귀농하게 되면서 생명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에 참여, 시민활동가로 살고 있으나 언제나 소박한 농사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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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 - 10점
이상윤 지음, 이호신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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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로샤

선 택

진보로 부산을 새롭게 디자인하자

 

 

 

▶ 부산의 사회운동가 현정길, 그의 새로운 도전!

이 책은 부산 지역 사회운동가 현정길의 삶과 그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저자 현정길은 1980년대 노동운동을 위해 부산 동국제강에 취업한 이래 부산을 기반으로 노동운동, 시민운동, 교육운동을 두루 거친 사회운동가이다. 2014년에는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김석준 현 부산교육감의 당선을 도왔고 이후 3년 4개월 동안 부산시교육청 정책관리팀장으로 근무하였다.

그런데 교육청 공무원으로서 남들이 말하는 ‘꽃길’을 마다하고 그는 시교육청을 나와 진보정치라는 ‘자갈길’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진보정치야말로 촛불 민심에 가장 부합하는 길이며 진보정치를 성장시키는 것이 불평등과 불공정으로 고통받는 한국사회를 가장 확실하게 개혁하는 지름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본격 정치인으로 첫 발을 뗀 현정길의 도전 선언문이자, 사회운동 30여년의 노하우가 담긴 진보정당의 미래, 나아가 새 부산 발전을 위한 제언이다.

 

 

▶ 흔들리는 부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시민사회와 노동계, 교육 전반에 대해 진단한다. 현정길은 부산의 시민운동이 20여 년의 역사를 꿋꿋이 이어 왔지만, 여전히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다 논쟁 없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노동계도 그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면서 정작 비정규직과 연대하지 않는 노조, 줄어드는 일자리, 정치권의 줏대 없는 일처리는 노동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아이들은 고층아파트에 가려 그늘진 학교에서 ‘일베’ 문화와 교육격차를 몸으로 배우고 있는데 정부는 학교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인 전문상담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의무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 시민사회와 노동, 교육의 혁신이 부산의 살길이다

저자는 시민사회, 노동, 교육 분야가 가진 문제점에 대하여 ‘공동체’의 재생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지역공동체의 재생을 통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을 이끌어낼 수 있고, 노동자생협과 같은 공동체를 통해서는 집행부의 단선적 의사결정이 아닌 노동자들의 연대로서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교육에서는 부산시교육청의 사업으로 시행 1년을 맞이한 부산마을교육공동체를 소개하며, 교육격차 해소와 다양성의 존중 측면에서 마을교육공동체가 보여준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공동체의 재생과 활성화야말로 바로 혁신으로 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 부산이여, 이제 진보를 선택하라

시민운동, 노동계, 교육계가 아니더라도 부산이 처한 당면 과제들은 너무나도 많다. 저자는 20여 년간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논평과 성명을 발표해왔다. 이 책에는 그중 부산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시절 발표한 논평과 성명들이 실려 있다. 이미 5년이나 지난 사안이라 낡은 논평들이 아닌가 싶지만, 막상 펼쳐 본 독자들은 5년 전과 지금의 부산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부산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 ‘진보 정치’를 선택하여 부산의 진보를 도모할 때라고, 이 책은 강력하게 주장한다.

 

 

저자 소개

현정길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부산에서 다녔다. 1981년 한양대학교 법정대 입학 이후 탈춤 동아리를 통해 세상을 바로 알게 되면서 학생운동에 매진하였고 1983년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수감되었다. 1986년 남구 용호동 소재 동국제강에 입사하여 5년간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였고, 이후 노동자를 위한 연대, 자동차 연맹, 금속산업 연맹,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거치면서 약 20여 년간 노동운동에 몰입했다. 체계적인 노동운동을 위해 다시 경제학을 공부했고 부경대와 가톨릭대에서 경제학과 노사관계, 노동법 등을 강의하였다.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과 부산참여자치연대 정책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시민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으며, 부산의 정치 지형을 바꾸고자 2010년 「부산을 바꾸는 시민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야권 단일후보 운동을 펼쳤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석준 교육감을 도와 승리한 후 부산시교육청에서 3년 4개월 교육혁신을 위해 노력하였고, 촛불시민혁명 이후 부산의 정치지형을 바꾸고자 교육청을 사직하고 다시 진보정당으로 복귀, 정의당 부산시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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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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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초록 눈 아나키스트와 꿈꾸는 자유영혼 '나'

 

산골에서 혁명을』(박호연 지음)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도시녀, 초록 눈의 아나키스트 남편과 무주 덕유산 자락 골짜기에 들어가다

 

기존 삶의 방식을 의심하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혁명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고 지칭하는 남자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여자는 새로운 삶을 찾아 산골짜기로 들어갔다. 제도가 만들어놓은 패턴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방식으로 살아보기엔 도시보다 산골이 더 좋을 것 같아서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여자는 캐나다인 남자를 만나 무주 덕유산 자락에 신혼집을 차렸다. 그리고 어느덧 아이 넷을 낳아 기르며, 요상한(?) 손님들을 맞으며 좌충우돌 살아가는 그 여자 박호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혁명이란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

 

글쓰기에 열정을 품고 있으며, 단편 소설 산청으로 가는 길로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자는 도시를 한 번 떠나 보자고 산골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10년의 시간을 이 책에 담았다. 제목에 혁명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넣었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멋을 부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혁명이란 반복되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고, ‘누구나 살면서 이루어나갈 수 있는 사건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혁명의 기록이다.

 초여름 밤에 울려 퍼지는 소쩍새 소리, 장마로 불어난 계곡의 용솟음, 결실이 주렁주렁 달리는 작물, 계절이 기척 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곁에서 지켜보며 밀려왔던 기쁨과 충만함. 이 모든 것이 저자에게는 바로 혁명인 것이다.

 

 

 

 

모든 것이 생경한 겨울 길목의 산골, 새롭게 이식된 땅에 잔뿌리를 내린다

 

책은 1산골살이, 2손님 열전, 3낳고 키우고, 4책과 영화 속으로, 5산 아래 세상에서로 짜여 있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 살아보자!’고 결심한 것이 혁명의 시작이다. 눈 쌓인 산골에 고립되어 있다가 오랜만에 장 보러 나온 가족은 내친 김에 통영으로 가서 짧은 자유를 누린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뱀과 무심하게 지내는 여유도 갖게 되었지만 토막 난 뱀을 대하는 것은 여전히 마음 불편하다. 소쩍새 노래하는 광대정 골짜기를 방문하는 별스런 손님들의 이야기 2장도 흥미롭다. 3장에는 산골짜기에서 4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끼는 기쁨과 어려움 등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4장과 5장에서는 세상과 연결된 이야기들이 책과 영화를 통한 사회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그 어디에 살든 삶은 공평하게 희로애락으로 채워진다

 

자급자족을 삶의 방향으로 정하고 산골살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저자의 다양한 경험들이 범상치만은 않다. 예를 들면 산업적인 고기를 거부하는 남편의 야생고기(로드킬 당한 고라니 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도시 생활에서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선택으로 들어간 산골의 삶이지만, 오랫동안 비어 있던 산골의 흙집에서 맞이한 삶이 어찌 기쁨만으로 다가왔을까. 처음 겪는 많은 일들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나고, 만들어 가고, 익숙해져 간다. 산골에서 나고 자란 네 아이들은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하고 자유롭게 커간다. 또한 사는 곳이 어디든 경험하게 되는 이웃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산 아래 세상과 연결된 이야기들

 

산골에 살아도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한가지다. 저자는 지난 탄핵 정국 때 서울과 전주의 촛불 광장에서 겪은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결국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나는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사회 전면에 목소리를 내는 용감한 여성들과 페미니즘의 거센 물결을 환영한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특정 젠더를 혐오하지도 억압하지도 않을 사회적 뿌리를 심는 일이라 생각한다. (중략) 젠더와 인종, 나이와 지역, 경제적 계급을 초월한 여성주의 연대를 기대해본다. 쉽지 않겠다. 어쨌든 편협함은 페미니즘과 어울리지 않는다. -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중에서

 

캐나다인 시부모님이 한국으로 여행을 올 거라는 소식을 전해온다. 아나키스트인 남편과 달리 시부모는 경제적으로 넉넉해 토론토-인천 간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값과 돌아갈 때 이용하게 될 요코하마-벤쿠버 간 크루즈 여행경비는 산골 가족의 1년 생활비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은 그들의 인생, 우리는 우리의 인생. 단지, 부모 자식 간에도 빈부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쿨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두 분의 별거 여행이 될 거라는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한다. 먼 타국에 사는 아들에게 언제나 좋은 소식을 전하던 아버지가 사실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으며 이번 여행을 끝으로 요양원에 입소하고 어머니는 실버타운으로 가게 될 거란다. 저자는 늙어버린 몸에 담긴 노년의 정신은 대체 어떤 모습인지,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심정이란어떠할지 염려한다. 이런 염려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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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혁명을 - 10점
박호연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그늘12

가장자리에서 약자를 위해 활동해온 박영미,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부산여성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박영미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그간의 활동과 글을 정리한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를 펴냈다. 1980년대 부산여성노동자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10년간 부산여성회 회장을 역임한 박영미 대표는 2005년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되어 활동 반경을 넓혔으며, 특유의 친화력과 적극적인 자세로 전국적인 신망을 얻고 있다. 늘 현장에서 어려운 사람들은 만나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다 보니 박 대표의 관심은 여성노동자, 장애인, 한부모, 미혼모 등으로 끊임없이 그 범위가 넓어졌으며, 현재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로서 미혼모들의 권익과 자립에 힘쓰고 있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온 30여 년의 활동을 정리하다

 

1사람 속에서박영미라는 사람이 살아온 역사이자 그 활동의 이력을 인터뷰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어떻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를 말해준다. 2죄 없는 자, 미혼모에게 돌을 던져라는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약자 중에서도 약자인, 미혼모 문제에 깊이 관여하며 활동한 내용을 담고 있다. 3길을 찾다는 언론에 쓴 글들 중 여전히 유효한 담론들 중 일부를 실었다.

 

가장자리에서 여성을 위해, 시민을 위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쏟으며

사회변화를 만들어 온 사람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추천사에서 언급한 대로,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꾸준한 노력을 해온 박영미 대표는 구로공단에서 공장 노동자로 시작한 활동이 곧 삶이었고, 삶 속에서 활동의 내용을 찾았다. 박 대표는 자신이 만난 많은 억울한사람들 속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접하고 그것을 위해 활동을 해왔다. 공장의 노동자들, IMF시기 여성 실업자들을 만나 조직하고, 한부모들, 미혼모들 속에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서 뛰었다. 지역 여성단체가 앞장서 여성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갖고 활동한 결과 호주제 폐지 등 여러 결실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 열심히 했던 일이 미혼모가족 인권 향상입니다. 미혼모는 가족들조차 숨기고 싶어 하는 가장 낮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행복한 사회인가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이분들이 행복하다, 살 만하다고 말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책을 펴내며중에서

 

 

 

 

풀뿌리는 힘이 세다

 

촛불혁명으로 인해 새로운 민주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청산,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고 우기는 모습, 법보다 자본권력이 우위에 있는 현상을 접하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음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시민의 자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당사자가 자각하여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 문제는 해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박 대표는 경험했다. 가장자리의 삶에서 마을로 이어진 박영미 대표의 활동은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며 사회적인 공동체 붕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힘을 이끌어내고, 그 힘을 경험하게 되었다. 필요와 요구가 있는 곳에 풀뿌리 운동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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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9      1995년에는 성폭력특별법이 만들어져서 성폭력상담소가 많이 만들어지던 땐데, 우리는 여성가족상담실을 만들었어요. 다른 데서 성폭력상담소를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회원들의 생활 속에서 요구가 많은 가족상담실을 만드는 게 낫겠다고 뜻을 모았죠. 일단 이야기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질 높은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상담원들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P.110    입양특례법 이전의 입양 중심 정책은 미혼모의 자녀와 미혼모를 우리 사회에서 지우고 흔적 없이 만들어버리며 그분들의 인권을 짓밟는 정책이었죠. 그런데 입양특례법은 아동 이익 최우선과 원가정 우선 보호라는 두 가지 원칙을 확립하고, 그게 도저히 안 되는 조건의 아동은 아동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입양을 시키라는 방향을 정립한 거예요. 그게 입양특례법의 큰 의의예요.

 

P.124      저도 흰여울마을의 주민들이 바라는 대로 주거권도 보장되고 아름다운 경관도 보존되는 지역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라는데, 불하를 받지 못한 주민들도 많아서 이 문제들까지 풀어가려면 구청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힘이 되어줘야 할 것 같아요.

 

P.130    청소년들이 단원도 모으고, 극작도 하고, 연습시켜서 공연 올리는 것까지다 하는 뮤지컬 팀을 만들자고 하는 거죠. 꿈다락 뮤지컬 수업을 도왔던 청년이 결합하고, 청소년들 해서 4명이 시작했습니다. 올해 1월까지 정기공연을 다섯 번 했습니다. 어떤 해는 정기공연을 두 번이나 했어요.

 

 

 

 

저자 소개

박영미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6월항쟁 이후 고향 부산에서 지금껏 주부,여성노동자, 미혼모, 한부모, 취업준비여성, 여성실업자 조직화에 앞장섰다. ‘부산여성운동의 대모로 자연스레 불린다. 한국여연 공동대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전국적인 풀뿌리 여성운동, 한부모운동, 미혼모인군운동을 개척하며 모성권 보장, 한부모가족지원법, 호주제 폐지,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촉진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개정을 이뤄냈다.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주민운동교육원, 부산건강도시사업단, 풀뿌리여성센터 바람, 영도희망21등 많은 조직들을 통하여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다함께 행복한 세상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땀과 노력을 바쳤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통해 키워진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한 공감능력이 그의 밑천이다.

촛불항쟁은 새로운 변곡점이 되었다. 부산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 당산을 위해 뛰었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튼튼한 기둥 하나를 세운다는 결심으로 아름다운 섬 영도에서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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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                  

                                                                         

 

  박영미 지음| 신국판 | 224쪽 |15000원

  978-89-6545-486-1

 

정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의제를 만들어내고 현실을 바꾸어내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박영미대표의 삶은 정치의 여정이었습니다. 가장자리에서 여성을 위해, 시민을 위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쏟으며 사회변화를 만들어 온 사람이니까요. 박영미 대표의 정치 여정과 앞으로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충격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추천사 중에서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 - 10점
박영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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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그늘12

THE WONDERFUL

STORY CLUB

 

by. ShinJi Park

 

 

 

일기란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은 개인적인 기록물이다. 일기를 쓰는 습관은 하루 일과를 마감하며 자신의 오늘을 돌아볼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되기도 하고, 내일의 자신을 만들어갈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어린 시절 쓴 일기는 당시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때 묻지 않은 상상력과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다.

 
  『The Wonderful Story Club』는 저자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2000년~2002년에 작성한 영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 살.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런던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꾸밈없는 순수한 필체와 생각들을 통해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그녀가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자신의 의견과 이야기를 나누는 스토리 클럽에 가입하면서 시작된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쓰며 그녀가 키워온 이야기들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저자가 런던 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친구들과의 해프닝, 학교생활, 휴일에 떠난 여행 등 어린 날의 추억들을 찬찬히 풀어놓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어린 소녀의 유학 이야기를 전해들을 뿐만 아니라 당시 저자가 느꼈던 생각이나 느낌과도 교감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쉬운 영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초등학교 5~6학년, 중학생, 영어 공부를 시작한 성인 등의 교육용 에세이로도 사용할 만하다.

 

 

▶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느 평범한 소녀의 에세이

이 책의 저자는 전문 작가가 아니다. 다만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일기 및 다양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즉, 활자와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일상적으로 글을 썼고, 책을 읽었다. 이런 습관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고, 어린 시절 기록한 평범한 일기는 특별한 에세이가 되었다.


ShinJi Park은 199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인 2000년, 그녀는 가족들과 영국으로 넘어가 2여 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그녀의 유년시절에 대한 찬란한 기록이다. 또한 한국과는 조금 다른 영국에서의 생활을 기록하며 어린 소녀가 느꼈을 사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숨어 있다. 책을 사랑했던 어느 평범한 소녀가 즐겁게 써내려간 어린 시절의 추억. 이 책이 가진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의 삶에 숨어 있는 원더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ShinJi Park

Shin Ji Park was born in 1991 in Busan, South Korea. She entered Nam-Cheon Primary School in 1998. While she stayed with her family in UK for two years(2000~2002), she attended at Christ Church C. of E. Junior School(New Malden, London) and St. Mary's Catholic Primary school(Leek, Staffordshire). While studying, she received an excellent essay award. After she returned Korea with her family, she attended at Busan International Middle School(2004~2006) and Busan International High School(2007~2009) each. Also she an excellent student at Korea University Department of 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2010~2013). Since childhood, she loved reading books and writing essays and she received several awards for writing essays. She wrote these marvellous stories in this book while she stayed in UK for two years(2000~2002). When she created these stories with her heartful imagination, she was between eleven and twelve years old only. So, the background of this book is from 2000 to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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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NDERFUL STORY CLUB』

ShinJi Park 지음 | 150쪽| 13,000 | 2018년 2월 12일 출간

『The Wonderful Story Club』는 저자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2000년~2002년에 작성한 영어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 살.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마주하는 런던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꾸밈없는 순수한 필체와 생각들을 통해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The Wonderful Story Club - 10점
박신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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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디SJ

산지니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일곱 번째 류스페이 사상선집』이 출간되었다.

 

 

 

 

 

산지니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일곱 번째 책 류스페이 사상선집출간

 

 

  이 책은 세계 정치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근현대 사상가들의 삶과 그들의 사상이 현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고자 기획한 산지니의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일곱 번째 책이다. 그간 산지니는 2016년에 담사동의 인학,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 신중국미래기, 20세기 초 중국 사상계를 흔든 논쟁 과학과 인생관4권을 동시 출간하였고, 2017년에는 격변의 시대에 지식의 힘을 강조한 장지동의 권학편, 중국오사운동의 총사령관이면서 중국공산당을 창당하고 초대 당총서기를 맡아 20세기 중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천두슈의 천두슈 사상선집등을 출간한 바 있다.

 

 

 

격동의 시대와 치열하게 맞선 젊은 사상가의 지적 유산

 

 

  류스페이는 지금부터 꼭 100년 전에 중국에서 활동했던 저명한 국학자이자 사상가이다. 류스페이 사상선집은 류스페이가 중국 사상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1903년부터 1908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학술과 혁명에 관련된 20편을 뽑아서 우리말로 옮겨 묶은 책이다. 이 무렵의 류스페이는 반청혁명에 투신하고 배만민족주의를 거쳐 세계혁명을 외치는 아나키스트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량치차오(梁啓超)배만혁명의 정당성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필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중국의 근대 격동기, 세계혁명을 외치다

 

 

  청소년기까지 고향 양주에서 전통적인 교육을 받으며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류스페이는 1903년 과거에 낙방한 뒤 상해에 들어가 반청혁명에 투신하였다. 류스페이는 혁명 강령으로 네 가지 사항을 주장했다. 첫째, 국가를 폐지하고 정부를 설립하지 않는다. 둘째, 국경과 인종의 경계를 제거한다. 셋째, ‘인류의 노동균등설[人類均力說]’을 실행함으로써 인류의 공통과 즐거움을 고르게 한다. 넷째 남녀 사이에 절대적인 평등을 실행한다. 류스페이는 무정부주의 혁명을 통하여 인류의 완전한 평등과 최대 행복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시아의 약소민족은 대동단결하고, 서구의 사회주의자·아나키스트와 연대하여 세계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외쳤다.

 

 

 

 

 혁명시대의 독서종자(讀書種子)

 

 

 

중국 혁명원로이자 대()국학자로 추앙받던 장빙린(章炳麟, 1869~1936)은 혁명의 급박한 상황에서 중국 학계의 앞날과 류스페이의 안위를 걱정하며 한 사람을 죽여보아야 중국에 무익하나 학문[文學]은 이로부터 소멸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은 류를 명초의 숙유 방효유에 비견되는 독서종자(讀書種子)’로 평가하며 호소한 덕분에 류스페이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오늘날 문화가 쇠퇴하고 학식이 높은 선비들이 사라졌으니 한둘에 불과한 통박한 인재인 류광한(劉光漢, 류스페이)과 같은 무리들이 비록 자잘한 하자가 있더라도 깊이 논죄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만약 당파적 편견에 얽매여서 예전의 원수를 갚고자 한다면, 한 사람을 죽여 보아야 중국에 무익하나 학문[文學]은 이로부터 소멸될 것이다. (그 결과로) 중국이 오랑캐의 후예로 전락하게 된다면 누구의 책임이겠는가?_장빙린

 

 

 

 

 

드라마틱한 인생과 사상 전향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라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정말 맞는 것일까? 류스페이는 1908년 말에 혁명운동에 등을 돌리고 침몰하는 청 정부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다가 신해혁명이 터지자 혁명군에 사로잡힌 그는 장빙린의 구명활동으로 겨우 살아남아 5·4운동의 폭풍이 막 지나간 1919년 말 36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도중만 목원대 교수는 류스페이의 생애와 학문이 은하계의 신성(新星, nova)’을 닮았다고 설명한다. 갑자기 강렬한 빛을 뿜기 시작하여 환히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다시 흐려지는 별처럼,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성기에 이루어진 류스페이의 지적 활동은 근대 중국의 사상계에 찬란한 신성처럼 빛났기 때문이다.

 

 

 

국내의 류스페이 연구

 

 

우리나라에서 류스페이의 학술과 사상을 연구하기 시작한 시기는 30년 전쯤이다. 1988년 처음으로 조광수가 류스페이의 무정부주의 평등관을 소개하였고, 그 이후 본서를 번역한 도중만 교수 외에 여러 학자들에 의해 연구는 넓고 깊어졌으나 류스페이의 논저를 직접 번역하여 소개한 책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류스페이의 저작이 이미 동아시아의 근대 경전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늦은 감이 있다. 여기에는 번역의 어려움도 한몫하였을 것이다. 특히 악필로 유명한 류스페이 덕분에 저본 자체가 오탈자투성이인 것을 번역자 도중만 교수는 일일이 여러 저본을 대조하여 판독하고 교주 처리하였다. 류스페이의 사상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것들만 가려 뽑은 이 책 류스페이 사상선집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20세기의 문턱에서 중국의 한 청년 지식인이 먼저 통찰했던 지나간 미래의 명암은 고된 번역 작업을 통해 온전히 우리 독자에게 되살려 줄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으로 / 밑줄 긋기

 

p.48 지금 도의적으로 그런 평등을 달성하려면, 최선은 주인과 노복의 명칭을 없애고 세상의 빈곤층에게 전부 자유노동의 제도를 시행하여 사회에서 생존을 쟁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령 과거 천민에 속하는 자들도 일반 백성과 일체화시켜 평등의 권리를 함께 누리게 한다면, 곧 계급제도는 소멸되어 없어지고 중국의 백성은 모두 자유라는 행복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이 어찌 좋지 않겠는가!

 

p.215 요약해 말하자면, 지금 보황(保皇)과 입헌을 주장하는 자들은 만주의 군주 세습을 보호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제창하는 취지는 만주의 군주 세습을 폐지하는 데 있다. 지금 종족혁명만을 주장하는 자들은 만주 정부를 전복시키고 한족 정부로 대체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제창하는 취지는 만주 정부를 전복시킨 뒤에 다시는 정부를 설립하지 않는 데 있다.

 

p.259 내가 아시아의 약소민족에게 바라는 사항이 아직 두 가지가 더 있다. 첫째는 동시에 독립하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를 설립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혁명한 뒤에도 변함없이 정부를 설립한다면, 비록 공화정치 체제를 채택하더라도 프랑스와 미국의 전철을 밟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폭정으로써 폭정을 교체하는 경우나 마찬가지이다.

 

p.297 오늘날의 상황에서 일체의 혁명은 모두 경제 혁명으로부터 일어나고, 경제 혁명은 다시 노동자 단체로부터 발생한다. 이는 필연적인 추세이다. 그러므로 우리 동지들은 중국에 대해 우선 노동자의 혁명을 바란다.

 

 

저자 류스페이(劉師培, 1884~1919)

 

 

 

 

근대 중국의 사상가. 청조가 망해가던 1884년에 학문의 중심지인 양주(揚州)의 유명한 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약관인 1903년부터 적극적으로 반청혁명운동에 투신하여 날카로운 필치로 배만민족주의(排滿民族主義)를 고취하였다. 1905년에 혁명 진영의 젊은 지식인들과 국학보존회를 세우고 국수학보(國粹學報)를 펴내면서 일약 국수파의 이론적 대변자로 사상계에 두각을 드러냈다. 1907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중국혁명동맹회에 가입하였다. 동시에 무정부주의에 경도되어 사회주의강습회를 열고 천의(天義)형보(衡報)를 창간하여 선전 매체로 삼았다. 또 아주화친회(亞洲和親會)를 결성하여 아시아 식민지의 독립지사들과 연대하였다. 이듬 해 갑자기 혁명운동에 등을 돌리고 귀국하여 침몰하는 청 정부에 몸을 실었다. 신해혁명 뒤에는 위안스카이 국민정부의 공부자의(公府諮議)가 되었다. 1915년에 위안의 제제운동(帝制運動)을 지지하며 주안회(籌安會)를 발기하고 이사직에 취임하였다. 1917년에 북경대학의 초빙을 받아 중국문학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 무렵 북경대학 교수들이 주도하는 신문화운동에 합류하지 못하고, 도리어 그 대척점에 섰다. 5·4 운동의 폭풍이 막 지나간 1919년 말에 지병인 폐병이 도져서 세상을 떠났다.

주요 저작으로 양서(攘書), 중국 민족지, 중국 중고문학사 강의황제기년론(黃帝紀年論), 중국의 계급제도를 논함, 무정부주의의 평등관등이 있다. 대부분의 논저는 류선수선생유서(劉申叔先生遺書)류선수유서보유(劉申叔遺書補遺)에 수록되었다.

 

 

역자 도중만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대만사범대학 역사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북경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의 상임연구원을 지낸 뒤, 현재 목원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서로 중국의 전족(纏足) 이야기(공역)를 출간하였다. 논문은 주로 중국 사상 전통의 근대적 변모에 관련한 국수와 서학, 학전(學戰번역과 계몽, 역사·언어와 혁명등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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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근현대사상총서07 류스페이 사상선집

      

 

류스페이 지음/ 도중만 옮김

|신국판양장본|370쪽|32000원|978-89-6545-483-0

 

 

류스페이는 격동의 시대에 반청혁명을 외친 국수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 돌연 제제운동(帝制運動)을 외친 극우주의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중국 사상가다.

특히 그의 전성기에 왕성한 활동과 저술을 통해 이룩한 중국 아나키즘은 중국의 전통적 사상과 서구의 근대문명이 혼재되어 근대전환기의 중국 사회에서 형성되었다. 이 책 류스페이 사상선집 류스페이가 전성기(1903년부터 1908년까지) 때 발표한 논문 가운데 학술과 혁명에 관련된 20편을 뽑아서 우리말로 옮겨 묶은 책이다. 이 무렵의 류스페이는 중국의 격동기를 통해서 세계혁명을 외치는 아나키스트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류스페이 사상선집 - 10점
류스페이 지음, 도중만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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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그늘12

이야기를 걷다

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

 

▶ 『이야기를 걷다』, 그 후 11년

다시 쓰는 소설 속 부산 이야기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부산을 재조명한 에세이집 『이야기를 걷다』 개정판이 출간됐다. 2006년 9월, 처음 출간된 이후 11년 만에 만나는 개정판이다. 초판 출간 당시 ‘문학공간학’ 및 문학작품의 현장답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서울 외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다룬 에세이로서 특별한 형식을 빌려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설을 향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이야기를 걷다』 개정판은 10여 년 동안 변한 부산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작가 조갑상은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각 장소를 일일이 다시 찾아다니며 또 한 번 취재를 감행했다. 그리고 초판보다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소설들을 추가했다.

▶ 어제의 부산, 오늘의 부산

『이야기를 걷다』 개정판에는 초판에서 만났던 장소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구포에서 시작된 저자의 발걸음은 중앙동과 완월동을 지나 을숙도와 남해에서 멈춘다. 초판과 개정판 사이의 11년, 그 사이 흘러가 버린 줄 알았던 풍경과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은 그곳에 켜켜이 쌓여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갑상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머물고 거닐었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기록했다.

우리가 사는 곳을 제대로 읽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책의 <곰삭은 부산, 동래와 온천장> 편에서 말해본 대로, 누구에게는 구석진 시골에 지나지 않는 곳도 그 땅에서 나고 사는 누구에게는 세계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개정판을 내며」 중에서

소설의 공간은 곧 현실의 공간을 재현한 것이므로, 작품을 통해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파악하는 것은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문학공간을 답사하는 일이 작품 이해는 물론 지역을 탐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소설 속에서 ‘부산’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 공간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저자가 하나하나 되짚으며 글을 다시 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역의 역사와 사회상의 변화를 빼놓고는 지역의 발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 을숙도에서 남해까지, 요산 김정한 소설의 현장을 따라

책의 마지막 장은 부산이 낳은 민족문학의 큰 기둥,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을 따라 걷는 문학답사기 형태를 띠고 있다. 부산 문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정한의 소설 속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겪었던 근현대사가 녹아 있다. 「모래톱 이야기」는 산업사회 당시 개발의 한가운데 놓였던 을숙도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로, 터전을 빼앗기고 내몰린 우리 이웃의 한이 담겨 있다. 「사하촌」과 「옥심이」에는 부유한 절의 횡포에 시달리는 가난한 민중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정한의 생가 근처에 있던 범어사가 이 작품들의 배경이 되었다. 김정한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와 권력 앞에 무너지는 평범하고 힘없는 이들이다. 을숙도와 낙동강, 양산 메깃들과 삼랑진, 남해 등을 배경으로 민중의 이야기를 그린 김정한 작가는 이곳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조갑상 작가는 작품의 배경을 걸으며 김정한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71. 동경유학생 이인화가 중앙동 일대를 걸었던 때가 1918년 겨울이니 지금부터 꼭 99년 전이다. 부산이 개항도시로 시작되었음을 상기한다면 북항의 변모는 곧 부산의 변모이기도 하다.

p.128. 「갯마을」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지만 일제 말의 시대적 어둠과 갯마을 사람들의 가난하고 고달픈 삶을 생활의 힘으로 이겨내는 긍정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남편을 바다에서 잃은 젊은 해녀 해순이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상수라는 남자를 따라 산골로 시집을 가지만 그마저 징용을 간 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다가 보고 싶어(작품에서는 매구 혼이 들었다는 말을 듣는다고 되어 있다) 되돌아온다. 보재기의 딸로 태어나 물질을 하며 살았던 그녀에게 갯내음은 그리움 이상의 본성인 것이다.

p.173. 영화 <변호인>으로 유명세를 탄 흰여울마을을 두고 다시 도로를 따라 이송도 삼거리로 내려온다. 경사가 심한 언덕길에 교차로가 있어 버스정류소도 기울어져 서 있다. 노선버스들이 다니는 길은 산복도로이고 그 길 위의 좀 더 좁은 도로를 중복도로라고 하니 영도는 어쩔 수 없이 봉래산의 허리를 이리 파헤치고 저리 둘러 길을 내고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땅이다.

p.250. 구름다리를 건너 보림극장을 왼쪽으로 보며 육교를 건넌다. 옛 교통부, 범곡사거리다. 그러니까 출발지에 다시 왔다. 망양로, 산복도로를 밤에 가보고 싶은 것이다. 부산항의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동구 고지대 아니겠는가. 이곳 사람들은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보고 일어나 일하고 항구의 불빛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잠이 든다.

p.283.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 나루를 건너 삼랑진읍에서 대처로 나갔을 터이니 한적한 풍경을 하고 앉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숱한 사연이 서린 곳인 것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때에는 “강 건너 동산·백상·명례·오산 등지의 순한 백성들과 그들의 아들 딸들이 징용이다, 혹은 실상은 왜군의 위안부인 여자 정신대(挺身隊)다 해서” 이곳을 건너갔으니 어찌 눈물의 나루터가 아니겠는가.

저자 소개

조갑상(曺甲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김정한소설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부산여자전문대학과 경성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부산과 관련된 책으로는 『소설로 읽는 부산』 『한국소설에 나타난 부산의 의미』가 있으며,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 『길에서 형님을 잃다』 『테하차피의 달』 『병산읍지편찬약사』, 장편소설 『누구나 평행선 너머의 사랑을 꿈꾼다』 『밤의 눈』을 냈다. 요산문학상과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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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

이야기를 걷다

조갑상 지음 | 신국판 | 304쪽 | 16,000원 

| 978-89-6545-463-2 03810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부산을 재조명한 에세이집 『이야기를 걷다』 가 11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개정판에서는 10여 년 동안 변한 부산의 모습과 함께 훨씬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로운 소설들이 추가되었다. 문학작품을 공간의 의미로 재해석하는 특별한 접근법을 만나볼 수 있다.

 

 

이야기를 걷다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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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혜자야, 정식아, 수진아, 자,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

 

비정한 지구에 내던져진 유기된 생명체
그들이 찾아 헤맨 인생의 어떤 단서

황은덕 소설집 『우리들, 킴

 

 

 

이 세상의 습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잘못한 걸까?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제10회 부산작가상,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황은덕 작가의 소설집 『우리들, 킴』이 출간됐다. 황은덕 작가는 2009년에 출간된 『한국어 수업』을 통해 입양, 이민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입양의 상처를 초점화한 전작과는 달리 입양을 결과하는 사회구조와 남성권력을 겨냥하는 동시에 당사자들의 능동성과 연대성을 부각시킨다. 


인구가 줄어든다며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입양은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 소설집 『우리들, 킴』은 총 일곱 편의 작품 중 네 편이 입양에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세 편은 불륜과 미혼모 등의 치정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또한 입양서사와 포함관계를 이룬다. 표제작 「우리들, 킴」을 비롯해 「엄마들」, 「해변의 여인」 등의 작품을 통해서 입양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끊어진 관계를 둘러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2006년 미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글로리아」, 흐트러져 버린 가족 관계의 조각들을 수습하는 덕순의 이야기 「열한 번째 아이」, 불안한 사회적 위치와 불완전한 관계를 통해 오늘날의 고독을 엿볼 수 있는 「불안은 영혼을,」, 사는 게 힘들었던 어느 청춘의 아픈 고백 「환대」 등 여성과 사회, 불안과 고독, 삶과 고통에 대한 가녀린 이야기들이 자리한다.

 

 

“이 세상에는 킴이 너무 많아.”
전 세계로 흩어진 '킴'들에 대하여

 

‘우리는 브뤼셀 외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들, 킴」의 도입부는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니다. 황은덕 작가는 실제로 벨기에 입양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아닌 벨기에를 배경으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일 터. 황 작가는 소설 속 내용처럼 벨기에 입양인들의 ‘친부모찾기’를 도와주며 입양인들이 겪어야 하는 소수자로서의 삶과 버려진 기억에 대한 상처 등을 더듬어나갔다. 2016년 기준 880명의 아이들이 국내외로 입양됐고, 입양 아동의 발생 유형의 약 90%(국내-88.1%, 국외-97.9%)가 미혼모 아동이다. 전 세계 각국으로 흩어진 ‘킴’들과 그들의 엄마인 미혼모들의 이야기. 그들은 왜 입양인, 미혼모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속에 새겨야만 했을까.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우리들, 킴」은 벨기에 입양인 킴이 한국에 있는 엄마를 찾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벨기에 한인 입양인회에서 만난 스물세 명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과 문화를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쿨하다. 버려진 기억에 대한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1970년대,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거추장스러웠다는 것쯤은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버림받았다는 상처에 고착되지 않고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친부모의 상황과 맥락을 짐직하고 수용함으로써 입양아라는 낙인을 넘어 자신의 서사를 구성해나간다.

 

소설 「우리들, 킴」이 현재 성인된 입양아들의 이야기라면, 소설 「엄마들」은 2017년 현재, 입양을 보내야 하는 어린 엄마들의 이야기들 담고 있다. 미혼모는 많지만, 왜 미혼부는 없을까? 미혼모는 왜 아이를 보내야 할까? 미혼모 가정은 정상적인 가정이 아닌가? 소설 「엄마들」에 나오는 미혼모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통해 아이를 버리기 전, 남자와 사회, 그리고 그 외 모든 환경으로부터 버림받은 엄마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수근거림을 견딜 수 없어 미혼모가 된 딸의 엄마가 가출해버린 경우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남자로부터 외면당한 여성은 자신과 남자의 가족으로부터 한 번 더 외면당한다. 또한 미혼모 가정이 사회의 문제처럼 치부되는 오늘날, 이 소설은 뾰족한 답이 없는 사회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불완전한 관계, 불안한 상황, 흐트러진 일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사회의 기반이 된다는 말이 있다. 소설집 『우리들, 킴』은 이 말에 몇 가지 딴지를 건다. 가정을 이뤄야만 사회에 기반이 되는가, 여기서 말하는 가정이란 무엇인가, 혹 제단되어진 정상이라는 범주 속의 가정만이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황은덕 작가는 소설집 『우리들, 킴』을 통해 남성권력과 가족주의로 짙게 물든 사회적 통념에 개인의 삶과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소설 「글로리아」는 입양여성 글로리아를 주인공으로 한다. 입양아 개인의 자격으로 세상과 맞서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 서사의 이 소설은 입양제도의 대한 고발로도 읽힐 수 있다. 미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중 갑자기 아들이 사라지고, 글로리아는 세상의 편견 속에서 혐의를 뒤집어쓴다. 계속되는 언론의 공격과 사람들의 시선에 그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데…. 글로리아가 죽은 뒤, 그녀를 향한 모든 오해는 풀릴 수 있을까?
소설 「해변의 여인」과 「열한 번째 아이」는 흔들리고 불안한 상황 속에 놓인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남편의 외도로 생긴 아이를 입양 보낸 적 있는 노점상 할머니, 사라진 손자며느리 대신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를 등장시켜 그들의 고단한 일상을 따라간다.
그렇다면 가정 밖으로 나온 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비정규직 시간강사와 삶에 염증을 느끼는 대학교수 간의 불안한 관계와 집착을 그린 「불안을 영혼을,」,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세상의 습속을 힘겹게 걸어 나가야 하는 청춘의 이야기 「환대」까지, 힘들고 지친 삶이 책 곳곳에 베여 있다. 이 두 작품에서 입양은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가정이 있는 남자와의 사랑이 에피소드로 제시되며 이들의 불륜이 정확하게 일부이처제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은 남성지배의 사회구조, 가부장적 가족구조에서 보여주는 입양의 문제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여성의 취약함과 불안은 미혼모의 서사와도 겹친다.

 

 

여성과 소수자의 삶, 보다 깊어지고 유연해진 황은덕 소설

 

소설집 『우리들, 킴』에 수록된 7편의 작품은 모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타자화된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아졌지만, 황은덕 작가는 그보다 먼저 여성과 소수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2000년, 그녀는 문단에 얼굴을 알리며 여성의 시각으로 소외되고 상처 입은 타자들의 삶을 전했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한층 깊어지고 유연해졌다. 그동안 모든 희생을 강요하는 모성의 허구성과 그로 인해 분열하는 여성적 주체에 집중했다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이를 강요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접근, 취재를 통해 완성된 입양인들의 현실적인 삶, 음울한 상황과 고독 속에서도 이어지는 행복에 대한 옅은 희망 등을 만날 수 있다. 입양의 서사를 미혼모 그리고 사랑의 서사와 연속시킴으로써 모성을 분할하는 제도 권력과 사랑이라는 이름의 남성권력을 심문하고 이에 대한 입양아‘들’의 연대와 가능성을 드러낸다.


가장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사회의 문제와 개인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황은덕 소설집 『우리들, 킴』, 삶의 모난 부분까지 따뜻하게 끌어안는 이야기를 통해 나와 내 주변의 누군가의 삶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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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황은덕 소설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서울과 미국에서 각각 방송작가와 시간강사로 일하며 생활했다.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한국어 수업』, 역서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펴냈다. 제10회 부산작가상,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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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엄마들
우리들, 킴
글로리아
해변의 여인
열한 번째 아이
불안은 영혼을,
환대

해설: 입양서사와 젠더의 복화술_이경(한국국제대 교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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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덕 소설집 『우리들, 킴』

황은덕 지음 | 240쪽| 13,000

제10회 부산작가상,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황은덕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황은덕 작가는 2009년에 출간된 『한국어 수업』을 통해 입양, 이민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입양의 상처를 초점화한 전작과는 달리 입양을 결과하는 사회구조와 남성권력을 겨냥하는 동시에 당사자들의 능동성과 연대성을 부각시킨다.    

 

우리들, 킴 - 10점
황은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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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디SJ

구텐탁, 동백아가씨

정우련 산문집

 

▶ “젊은 날의 내 앞에는 언제나 힘든 일상이 떡 버티고 있었다.”

외롭고 쓸쓸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인생과 문학, 예술에 대한 깊은 단상을 새긴 산문집 『구텐탁, 동백아가씨』가 출간됐다. 정우련 작가에게 부산작가상을 안겨준 소설집『빈집』(2003)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책이다. 저자는 전작에 꼭꼭 눌러 새겼던 고독을 갈무리하여 이번 산문집에서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공황 당시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였을 한 떠돌이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노랫말이 가슴을 아릿하게 파고든다. 어린 날의 그 집을 떠난 이후, 또는 그 어딘가로부터 돌아갈 수 없이 멀리 와버렸구나, 하는 그런 아련한 느낌. -「500마일즈보다 멀리」 중에서

짧은 노랫말로 입을 연 저자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왔던 이야기들을 독자 앞에 꺼내 보인다. 인생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아름다움을 읽는 저자의 모습은 곧 우리들의 모습이다. 저자는 글을 통해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떠나 와버린 ‘어딘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억에만 남은 그리운 ‘누군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 말한다. 가난과 외로움이 언제나 따라 붙던 유년의 기억부터 결코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던 여성으로서의 삶, 지금도 이어지는 예술가로서의 길까지.

▶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만져지는 이곳에서

나는 또 한동안 지친 날개를 쉬고 싶다.”

낡은 둥지에 새겨진 유년의 아픔과

굴곡진 삶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말하다

정우련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 가운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간다.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유년기, 가족들도 그리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했다. 고등학교 등록금 청구서 앞에서 등을 보이던 아버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어머니의 뒷모습. 작가는 이렇듯 빈자리가 훨씬 컸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유년시절의 나는 늘 슬펐다. 할머니가 누룩을 빚어 만든 술 익는 냄새도 슬펐고, 검은 천이 덮여 있던 콩나물 시루에서 콩나물이 자라는 것도 슬펐다. (…) 엄마를 떠나오면서, 나는 말 없는 아이가 되었다. 내 안에서는 들끓는 언어가 소용돌이치는데 한 마디도 뱉어낼 수 없었다. -「송정 연가」 중에서

돌이켜보면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그 아픔마저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겨진 옛 동네를 다시 걸으며 미소를 띨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며, 힘들었던 기억을 글로 쓰고 다독일 수 있을 만큼 마음도 차분해졌다. 오래 묵은 기억은 아픔인 동시에 선물이었다.

저자는 유년의 슬픔이 자신을 문학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비록 가슴에 남은 수많은 기억들로 ‘시도 때도 없이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안고 살게 되었지만, 저자는 그 기억에 감사한다. 기억 속에는 슬픔이 가득하지만, 이제는 청승스럽다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저자는 슬픔의 시간을 ‘가장 순수하고 진실해지는 순간’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예술의 기반이 된 그 오래된 감정을 모두 끌어안는다.

▶ “길을 떠나는 누구나가 길 끝에서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만나게 되기를 기원하는 것처럼.”

도서관의 문학소녀, 작가가 되다

이 책에는 문학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착과 열정이 드러난다. 저자 자신의 본질이 소설에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냉담해서, 저자는 ‘돈 안 되는 소설’ 말고 드라마 대본을 써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민달팽이가 간다」). 첫 장편의 완성을 코앞에 두고 ‘다시는 소설 같은 거 쓰지 않을 거’라며 괴로움을 토로하는 동료 작가와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토지문화관에서 보낸 한 철」). 한 줄 한 줄 쓰는 글이 독자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면서.

5년째 장편을 만지고 있는 소설가도 있었다.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작가로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고. 그저 아무렇게나 소설 써서는 독자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제 한 달만 주무르면 던져도 될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그 웃음은 일상의 온갖 핑곗거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죽비 같았다. -「토지문화관에서 보낸 한 철」 중에서

학창시절 육성회비를 낼 돈으로 덜컥 세계문학전집을 사고,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갔던 문학소녀는 이제 작가가 되어 현실을 마주한다. ‘참담한 심정’으로 겪었던 신경숙 표절 사태 이후, 저자는 독자 앞에 내밀어도 부끄럽지 않을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록작「표절 유감」을 통해 저자는 창작자 스스로가 갖춰야 할 정직성과, 표절의 유혹을 과감하게 잘라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21. 문학이 주는 힐링은 느리게 오는 것이다. 문학은 어떤 스님의 즉문즉설처럼 그 자리에서 묻고 곧바로 답을 주진 않는다. 온갖 불행한 인간들의 삶 속에 스스로 발을 담그고, 그 속에서 사랑하고 고뇌하고 갈등하면서 달팽이처럼 천천히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문학이 주는 놀라운 힘이요, 느린 힐링이다.

pp.56~57. 선생이 남기고 가신 육필원고며 필기구, 저작들, 젊은 날의 사진, 반짇고리, 밭농사 기구들까지. 그것들 앞에 가만히 다가서면 선생이 그럴 수 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토지』를 끝내고 나니 늙은이가 되어 있더라는 선생의 탄식이 들리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p.108. 대평동이 내게 마냥 행복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태생적 명랑함으로 내게도 유년은 유쾌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성장통이란 어떤 아이에게도 피해 갈 수 없는 통과의례인 법. 내성적인 아이였던 내게 그것은 좀 더 지독했다.

p.151. 콜비츠의 <집 없는 도시인>(1926)에는 구걸할 힘조차 없어 보이는 한 가족이 등장하지요. 남편을 잃은 여인과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 더 이상 굴러떨어질 곳 없는 도시의 최하층민으로 전락한 한 가족의 절망적인 순간 말입니다. 배가 고파 울다 지쳐 잠든 큰아이와 나오지 않는 젖을 빨며 엄마 품을 파고드는 갓난아이를 안고, 어떻게 하면 이 자식들을 먹여서 살려낼까 하는 고뇌에 찬 어머니의 비참한 모습.

pp.216~217. 조선 최초의 서양화가로 1910년대의 뛰어난 문필가로, 여성운동가로 활동한 그녀의 이혼 후의 삶은 참혹했다. 이혼한 여성에게 주어진 조선의 불합리한 가족제도와 공권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남성 중심의 권력 앞에서 그네는 무기력했다. 그네의 분노는 심신을 병들게 했다. 한때 왕성한 예술활동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그네는 끝내 52세의 나이에 행려병자로 죽어간다. 동시대 여성들에 비해 100년을 앞서 산 선각의 삶은 그토록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저자 소개

정우련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여대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16년 동안 여러 대학에 출강하였다.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2000년 부산소설문학상을, 2004년에는 소설집 『빈집』으로 부산작가상을 수상하였다. 부산일보에 「그림에세이」, 「미술기행」 등을 연재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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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련 산문집

구텐탁, 동백아가씨

정우련 지음 | 국판 | 260쪽 | 13,000원 

| 978-89-6545-462-5 03810

인생과 문학, 예술에 대한 깊은 단상을 새긴 산문집. 인생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아름다움을 읽는 저자의 모습은 곧 우리들의 모습이다. 저자는 글을 통해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떠나 와버린 ‘어딘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억에만 남은 그리운 ‘누군가’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인생에 대해 말한다.

 

구텐탁, 동백아가씨 - 10점
정우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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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25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문헌학 역사학 철학으로 접근한 중국의 근대불교학

▶ 격동과 혼란의 시기에 피어난 중국의 근대불교학
    문헌학, 역사학, 철학으로 그 거대한 흐름을 들여다보다!

산지니 아시아총서 스물다섯 번째 작품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이 출간됐다. 이 책은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에 재직 중인 저자 김영진 교수가 십수 년 간 학술사와 사상사 맥락에서 중국 근대불교학의 형성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중국 근대 시기, 서양의 학문 방법론이 유입되면서 중국의 많은 불교학자들은 부조화를 경험했다. 그들은 처음 접한 서양의 불교 연구법을 사용하여 전통의 일부였던 불교를 연구하고 설명해야 했다. 이 때문에 방법론상에서 어색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시선 자체가 혼란스러웠다.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중국 근대불교학이 어떻게 발생하고 성장하는지 추적한다. 저자 김영진은 문헌학, 역사학, 철학이라는 세 갈래 길을 따라 근대불교학의 잉태와 탄생을 드러낸다. 
본서에는 불교를 혁명 종교로 각색한 장타이옌(章太炎), 불교에 계몽의 옷을 입힌 량치차오(梁啓超), 백화문 연구에서 선종 연구에 도달한 후스(胡適) 등 중국의 여러 사상가와 학자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중국의 근대불교학에서 동아시아 전통 종교와 학술이 ‘근대’라는 시공을 맞아 기꺼이 감내한 자기 변혁과 동서(東西) 학술의 교차가 빚은 창조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본서는 이 분야를 다룬 국내 최초의 학술서라고 할 수 있다.

▶ 근대불교학 발견의 첫 걸음, 문헌학과 불교

동아시아에서 불교는 매우 오래된 종교이자 문화이다. 서구 제국이 아시아를 향하고, 그것이 학술 연구로 확장한 근대시기, 불교는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서구 불교학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일본과 달리 근대 초기 중국 불교학자들은 전통적인 입장과 근대적인 태도를 공유했다.  
일부 학자들은 전통적인 교감학을 통해서 불교 문헌학을 진행했고, 1920년대부터 일부 학자들은 서구의 불교 문헌학을 직접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했다. 불교 원전 연구가 불교 연구의 중요한 영역이 되었고, 문헌학 방법론이 가장 주요한 방법론으로 자리 잡는다.
근대불교학의 초석을 놓은 문헌학 방법론은 실은 불교가 근대시기 정치사상으로서 철학으로 작동하게 된 바탕을 마련했다. 그것은 불교 지식을 생산하고 가공하고 또한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서양 근대불교학과 불교문헌학이 중국에 전래된 과정, 중국 불교 지식의 확장과 유통 과정, 그리고 전통 문헌학 방법론의 불교 연구 도입까지, 불교와 문헌학이 만나 새로운 학문적 흐름을 만들어낸 과정이 제1부 「불교경학과 문헌비평」에 담겨 있다.

▶ 역사학 방법론과 불교사 연구

그렇다면 문헌학의 힘만으로 중국 근대 불교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이 책의 2부에서는 량치차오, 후스, 탕융퉁, 천인추에, 천위안 등 중국 근대 학자들의 역사학 방법론을 통한 불교사 연구를 되짚어본다.
저명한 계몽 사상가이자 학술가인 량치차오는 최초로 근대적 역사학 방법론을 불교 연구에 도입한 인물로 유명하다. 역사학을 ‘인류 진화의 현상을 서술한 것’이자 ‘사회 진화의 원리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역사 연구는 곧 인류가 활동해온 본질을 알고 나아가 현대인의 삶을 비추는 귀감이라고 파악한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 그가 택한 것은 바로 ‘고문 번역’이었다. 고문과 현대문 사이에 발생한 차이를 번역하는 ‘역고(譯古)’의 방법을 통해 불교 경전의 역사를 되짚어낸 것이다. 이후 선종의 역사를 헉슬리 식 불가지론의 입장에서 연구한 후스(胡適), 정착기의 초기 중국불교사를 사상사적으로 연구한 탕융퉁(湯用形), 비교언어학을 통해 중국불교를 정리한 천인추에(陳寅格)와 전통적 방법론으로 불교사를 비롯한 종교사 연구를 행한 천위안(陳垣)으로 이어지면서, 역사학의 방법론은 불교사를 서술하여 근대에 불교가 있어야 할 곳을 모색하는 또 하나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 불교철학의 등장과 교리논쟁

제3부 「불교철학의 출현과 교리논쟁」에서는, 서양의 철학을 만나 새롭게 눈을 뜬 중국 근대불교의 발전상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새로운 불교철학이 민중 계몽과 사회 개혁을 일으켰던 당시의 사회상을 언급하며 사실상 ‘철학’의 유입이 중국 근대불교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음을 역설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학문의 중심이자 근원은 철학이다. 근대 시기 중국으로 밀려들던 서구 학문이 불교를 접했을 때도 이를 철학의 관점에서 보려는 시도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서양철학과 불교가 만나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불교철학이 만들어졌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를 번역한 옌푸(嚴復)의 『천연론』, 유교의 대표 이념인 ‘인(仁)’을 불교와 접목시킨 탄쓰퉁(譚嗣同)의 『인학』은 불교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중국 봉건사회를 비판하는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량치차오(梁啓超)와 칸트, 장타이옌(章太炎)과 쇼펜하우어, 량수밍(梁漱冥)과 베르그손, 루쉰(魯迅)과 니체 등 동서양을 막론한 수많은 철학 이론들이 중국 불교 재해석의 열쇠가 되었다.
김영진 교수는 최종적으로 『대승기신론』 교리논쟁에 대해 설명하며 기존의 불교관과 방향을 달리하는 새로운 태도가 출현했음을 밝힌다. 근대 이전의 중국불교에서 교과서와 같은 권위를 가졌던 『대승기신론』은 1920년대에 접어들며 중국불교의 다섯 가지 폐단과 함께 도마에 오른다. 이 『대승기신론』 교리 논쟁은 중국불교의 분명한 변화를 보여줌은 물론 근대불교학이 중국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을 역설하는 사건이었다.

저자 소개 

김영진
1970년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근대사상가 장타이옌(章太炎)의 불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근대사상과 불교』(2007), 『공(空)이란 무엇인가』(2009), 『근대중국의 고승』(2010), 『불교와 무(無)의 근대』(2012) 등을 썼고, 『근대중국사상사약론』(2008)과 『대당내전록』(공역, 2000)을 번역했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에서 HK연구교수로 근무했고, 현재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제3회 대원불교문화상, 2014년 제29회 불이상(不二賞)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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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25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김영진 지음 | 신국판 | 376쪽 | 25,000원 

| 978-89-6545-459-5 94220

근대 시기, 서양의 학문 방법론이 유입되면서 중국의 많은 불교학자들은 전통의 일부였던 불교를 서양의 방식으로 새로이 연구하고 설명해야 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중국 근대불교학은 어떻게 발생하고 성장했을까? 문헌학, 역사학, 철학이라는 세 갈래 길을 따라 근대불교학의 잉태와 탄생을 따라가 보자.

 

중국 근대불교학의 탄생 - 10점
김영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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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알면 영화는 훨씬 재미있어진다.

영화 속 패션, 영화를 스토리텔링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일링으로 재탄생하다.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화의상의 세계를 재미있게 안내해 주었던 진경옥 교수가 이번에는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를 출간하였다.

영화의상은 배우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효과에 공헌해야 한다.”는 프랑스 영화 감독 니콜 베드레의 말을 진경옥 교수는 영화 속 패션을 알면 영화가 훨씬 재미있어진다.”고 풀이한다.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영화 속 패션

영화의상은 배우의 특별한 역할을 위해 존재하므로 영화의 장면이 바뀔 때 관객들은 배우의 의상만으로도 스토리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10개 주제로 나누어 37편의 영화 속 의상들이 어떻게 영화의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 변화를 나타내는지 알려준다.

이를테면 <블랙 스완>에서 주인공의 의상 색상이 화이트에서 블랙으로 변하는 과정은 분열된 자아의 심리변화를 표현하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플래퍼 룩과 개츠비 룩의 스타일이나 색감은 남녀 주인공의 심리와 연결된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세 인물은 의상을 통해서 캐릭터가 확연히 구분되는데, 이러한 점을 통해 이 책은 영화의상이 영화의 스토리와 어떻게 상호조화를 이루는지 말해준다. 시대를 반영한 영화의상이 대중에게 전이되어 현대인의 패션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현상을 풀이해주기도 한다.

 

영화 속 시대 패션을 통해 시대와 영화 스토리를 연결하다.

이 책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통해 복식의 유행은 힘을 가진 계층에 의해 전파된다는 점을 짚어준다. 서구 고전 패션의 원형인 그리스 의상을 <트로이> 영화의상을 통해 고증해 낸 과정도 흥미롭다. 전쟁 의상인 갑옷을 고증하기 위해 찾은 대영박물관에서 어떤 해프닝이 일어났는지, ‘드레이프 스타일로 우아한 인체미를 추구한 그리스 복식의 특징이 도릭 키톤이오닉 키톤으로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필자의 설명과 영화 장면을 보면서 구분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레미제라블>이나 <타아타닉> 같은 시대극 영화의상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인물의 신분이나 감정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 시대 의상 복원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철저한 고증을 위해 애쓴 의상감독들의 노력과 뒷이야기도 담겨 있다.

<, >에서 청록색 치파오를 입은 막부인 역의 탕웨이, <레미제라블>의 공장 노동자인 판틴 역의 엔 헤서웨이 등은 의상을 통해 그들의 처지와 심리를 드러낸다. 신사 정장의 패셔니스타로 알려진 톰 크루즈가 <락 오브 에이지>에서 패션 역사상 가장 못난 의상시대80년대의 과장되고 엉뚱한 글램 스타일을 한 것 역시 영화의 스토리를 위한 것이었다.

  

대중 패션을 선도하는 영화의상,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 내는 영화 속 패션,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일로 자리잡는 이야기

 

다문화 가정 <완득이>와 마크 저커버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패션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유와 젊음을 상징하는 후디 복장이다. 그 시작은 실베스타 스텔론의 <록키>로 볼 수 있다. 영화 속 청소년 문화 패션, 다문화 가정 패션 등의 주제로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그것이 다시 현대인의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저자는 영화 이야기와 함께 풀어주고 있다.

영화 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은 흥행 수입만이 아니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중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킹스맨>의 로고와 라벨을 붙여 판매한 영국정장슈트 라인은 한정판으로 제작되어 고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 영향은 국내 남성복 정장 슈트 매출에도 괄목할 만한 증가를 가져왔다.

   

그리스 고전 의상부터 미래 슈퍼히어로의 LED 의상까지,

과거와 현대의 믹스와 조화로 새롭게 탄생하는 영화의상의 스타일링

 

영화의 장르가 다양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하는 시대와 주제가 다양하듯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 의상 또한 다채롭고, 스펙타클하다.

40년대 중국의 치파오, 70년대 하이패션과 현재의 힙합패션, 패션 블록버스터인 <섹스 앤더 시티2>의 다양한 의상과 액세서리, 보석을 장식한 고가의 의상과 빈티지한 의상, <쥬랜더 리턴즈>의 팝아트적 의상이나 건축학적인 의상이 나온 배경, SF영화의 특수제작한 LED 의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두루 아우르며 들려주는 영화 속 패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그러한 패션 스타일은 현대인들이 패션 트랜드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양성과 개성이 중시되면서도 트랜드를 따르게 되는 대중들의 패션 경향은 기존의 시대 패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성을 만들어가게 된다.

 

 

 

지은이 : 진경옥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학교 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경희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 전공 이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URI)에서 패션드레이핑 강의를 맡았고 ()한국패션문화협회와 한국패션조형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526<중앙일보> 전국 의상디자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2010년 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에서 작가상을 받았다. 패션디자인 개인전 6, 패션쇼와 국내외 단체전 100여 회 등으로 왕성한 패션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패션디자인 드레이핑, 그녀들은 왜 옷을 입는가, 패션 디자인의 이해, Insight Fashion Design,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가 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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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영화를 디자인하다』는 영화의 스토리텔링 역할로서 패션을 이야기했고,  『패션,영화를 스타일링하다』는 현대인의 사회적 관심사를 바탕으로 스타일링의 요람으로서의 영화와 패션의 관계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

 진경옥 지음|304쪽|19800원|2017년 12월 7일 출간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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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그늘12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수필집

 

 

 

 

 

▶‘치유와 희망의 글’
늦깎이 작가의 삶과 글, 그리고 예술

 

늦깎이 여성 작가 정문숙의 첫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출간되었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해 크고 작은 공모전과 문학상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꿈을 키워온 저자의 수필들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수필집을 ‘치유와 희망의 글’이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흘러나와 세상으로 나온 글은 이제 독자에게로 옮겨진다. 어떻게 읽히고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문제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 된다. 한 편 한 편, 읽고 난 후, 가슴에 예쁜 무늬 하나 그려지는, 다시 힘을 얻고 지금을 살아낼 수 있는 위안의 글이 되었으면 한다. -「책머리에」중에서

 

저자는 글쓰기의 과정을 ‘바둑을 복기하듯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비록 그 과정이 힘든 시절을 상기시켜 쉽지 않았음에도 글을 통해 ‘덮어버렸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마음을 치유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제 개운하게 풀린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안아줄 채비를 마친 정문숙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다.

 

 

 

▶ ‘퀴퀴한 책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어두운 골방에 천재 소녀가 있다.’
    이 땅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표제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회적 인습과 통제로 인해 문학적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여성 작가들에게 ‘매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던 버지니아 울프. ‘주디스 셰익스피어’라는 가상의 여성을 통해 당시 여류 작가들이 처했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던 울프의 글을 인용하며 저자는 오늘, 바로 이 땅의 예술가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인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정착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중략)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과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은 가난하지만 개성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독특한 예술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던 곳이다. 이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카페와 상가들이 유명해져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사람들이 몰리자, 기업형 자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임대료를 높여놓았다. 이에 수입이 적은 가난한 예술가나 기존 거주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중에서

 

외부의 압박에 의해 터전에서 밀려나는 우리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방’이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본의 사회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은 여러 형태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정문숙 작가는 과거의 여성들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의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의 방’이 절실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나와 내 곁의 모든 사람들,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듯 작가의 길에 들어서며 느낀 현실, 글 쓰는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글들은 언뜻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 수필집 전체를 꿰뚫는 주제의식은 ‘위로’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저자 본인이 겪었던 고된 시간들에서부터 나온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날도 남편은 몇 마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협력 업체의 부도로 남편의 회사가 직격탄을 맞았단다.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더미에 압사를 할 지경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빚 독촉 전화는 공포였고, 가재도구에 붙어 있는 빨간 딱지를 보는 일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두어라, 신의 뜻대로」 중에서

 

괴롭고 아픈 기억을 글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힘든 기억들을 담담하게 끄집어내는 것은, 아픔을 내보이고 토로하는 것이 하나의 치유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덮쳐온 악재도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사그라진다. 억겁의 세월을 이겨내는 동안 우리 곁에는 과연 누가 함께하고 있을까? 힘겨운 시간을 가족과 함께 견디고 일어선 저자는 이제 눈앞에 닥친 악재를 혼자 짊어지고 가는 누군가를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인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8.  닫힌 문 사이로 학생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버티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올 때 즈음 컴퓨터를 다시 켠다. 두 평 남짓한 곳, 나만의 방에서 또 다른 내일을 꿈꾸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주디스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p.77.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할 때 김을 빼버렸으니 딸의 꿈은 제대로 된 발효의 과정을 거칠 수 없었던 셈이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큰 좌절과 절망의 늪을 허우적거렸을까. 돌이켜보니 딸의 마음을 알고도 아는 체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이 명치끝으로 묵직하게 얹힌다.

 

pp.140-141. 어머니와 같이 울어주던 자귀나무 꽃이 다시 흔들린다. 간다는 작별의 말도 못하고 먼저 간 아버지와 잘 가라는 이별의 손짓도 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애끓는 조우가 자귀나무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p.190.  나를 열광케 했던 그녀가 다시 내 안에서 꿈틀댄다. 나는 이제, 문학이라는 또 다른 꿈을 찾는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려고 한다. 국어강사 생활을 하며 짬짬이 써놓았던 습작 노트를 다시 꺼내어본다. 오래 전 접어두었던 나의 꿈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한 번 상처 많은 번데기가 되어볼 작정이다.

 

p.209.  글 앞에 앉으면 자주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게 된다. 되돌아보면, 나는 글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석에 끌리듯 그 언저리를 맴돌았던 것 같다. 감았던 실타래를 풀어내듯 지나온 길을 되돌아 걸어가 본다.

 

pp.115-116. 내가 부딪히고 넘어지며 나를 깎는 동안 눈과 귀를 온통 내게 걸어놓고 지내셨을 아버지. 칼이 무뎌질세라 수시로 숫돌 앞에 앉던 아버지를 이제야 제대로 읽는다. 뒤늦은 자책이겠지만, 한때 내가 철없이 쏟아냈던 말의 칼날들이 아버지를 아프게 하지 않았기를 빌어보는 날이다.

 

 

저자 소개                                                        

정문숙
196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생초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1990년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지금은 동아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부산 시민공원 옆에 살고 있으며 미래에셋생명에서 일하고 있다.

 

수상 내역
2015년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수상 「천사가 머무는 시간」
생명문학공모전 수상 「봄, 이부탐춘을 다시 읽다」
모래톱문학상 수상 「까치발을 내려놓고」
근로자 문학제 동상 수상 「숫돌」
2016년 근로자 문학제 은상 수상 「청어의 꿈」
문향 여성문학제 장려 수상 「사랑니」
2017년 직장인 신춘문예 당선 「까치발」
제3회 주변인과 문학 신인상 수상 「나무 한 그루」
제7회 가족사랑 수기 공모전 당선 「며느리 가면」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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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숙 수필집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정문숙 지음 | 214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8-8 03810

 

일상에서의 단상, 여성으로서의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 늦깎이 작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수필집은 구성과 내용의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다소 힘에 부쳤던 과거의 일들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며 비슷한 처지이거나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 10점
정문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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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불교적으로 풀어보는 사찰문화재 해설서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

한정갑 지음

 

 

 

  사찰에 들어서면 꼭 만나게 되는 4대 천왕. 왜 그들은 무기를 들고 사찰을 지키고 있는 걸까, 대웅전의 부처님상의 손 모양은 무엇을 뜻할까, 절은 항상 산에 있어야 하는 걸까. 사찰에 가게 되면 이런저런 의문이 들지만 속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안내가 없다. 사찰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불교 사상에 바탕을 두고 조성되었고, 그것을 조성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화와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 본래의 뜻과 목적을 알 수 없다.

 

 

 

  이 책은 전통 사찰과 사찰의 각종 조형물에 대한 안내서로서,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 사찰과 조형물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전국의 전통 사찰을 답사하면서 사찰에 상징적 의미를 분석하고, 조형물에 깃든 불교의 교리를 심도 깊게 풀어간다.

 

 

사찰 배치도에 담긴 불교의 교리와 의미

 

  1부에서는 사찰의 배치도와 함께 진입해 가는 순서대로 불교 교리를 설명한다. 불교에서 수미산 정상은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곳이다. 수행자는 이곳을 통과해야 궁극적인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사찰은 그 수미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수미산에 가기 위한 여러 관문이 사찰의 구조와 배치에 담겨 있다. 저자는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면서 사찰의 배치도와 구조에 깃든 불교적, 문화적 상징에 대해 심도 깊게 설명한다.

 

  2부에서는 지옥세계에서 완성의 세계로 이어지는 중생의 윤회세계와 우리나라에서 신봉되는 불상을 설명하였다. 사찰의 각 구조물에 보이는 중생들의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10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10세계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설명은 석가모니불, 미륵불, 불교 탱화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탑, 부도, 비문, 석등 사찰 조형물에 대해 분석

 

 

 

  3부에서는 탑과 석등에 대해 설명하고, 시대에 따라 변천한 탑의 양식에 대해 상세히 분석한다. 우리나라 탑의 재료는 주로 나무와 돌로, 특히 화강암을 많이 사용하였다. 이러한 탑과 석등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천했다. 저자는 삼국시대에 각기 달랐던 탑의 특징, 이후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를 지나면서 탑의 모양이 시대 배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현존하는 탑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4부는 목조건축물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사찰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목조 건축물에 대한 용어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돌과 흙을 쌓는 방법인 기단, 기둥 수와 모양에 따른 양식, 안과 밖을 구분하는 벽면과 창호 등 사찰을 이해하기 위한 세부적인 양식에 대해 알려준다.

 

 

 

문화재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

 

  문화재 해설이 당대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그 문화재의 관계성을 풀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나의 삶과 관계없는 신기한 구경거리에 불과할 따름이다. 문화재 해설에 스토리텔링 기법이 도입되고 인문학 개념이 더해지는 것은 문화재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담고 있는 조형물이라는 배경에 연유한다.

 

  그러므로 사찰 조형물의 불교적 해석은 그 문화재가 가진 뜻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 문화재를 조성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현재 나의 삶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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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한정갑

법명은 지유(智諭). 1961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영남불교문화의 친숙한 환경에서 성장한 후 부산 소림사 고불을 거쳐 부산대학교 불교학생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포교사단, (사)파라미타 등의 실무를 맡아 전국 사찰을 주유하였으며 한겨레문화센터, 조계종포교사단, 조계종 템플스테이사업단, 서울시 노인복지센터 문화재 답사 강사를 맡아왔다. 현재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문화재모니터링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명찰답사 33』이 있다. mytra@naver.com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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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찰 이야기

 

한정갑 지음 | 272쪽| 18,000원 | 2017년 11월 30일 출간

 

 

전통 사찰과 사찰의 각종 조형물에 대한 안내서로서,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 사찰과 조형물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전국의 전통 사찰을 답사하면서 사찰에 상징적 의미를 분석하고, 조형물에 깃든 불교의 교리를 심도 깊게 풀어간다.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 - 10점
한정갑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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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디SJ

 

명랑한 외출
김민혜 소설집

 

 

▶ “그녀는 문득 바다로 가고 싶었다.
몇 시간이고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다.”

 

부산의 정서를 품은 김민혜 작가가 그려내는
여덟 편의 외로운 이야기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의 첫 소설집 『명랑한 외출』이 출간된다. 2015년 『월간문학』에 당선된 「물속의 밤」, 『동리목월』에 당선된 「정크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한 여덟 편의 소설이 묶여 있다.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낯익은 장소들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김민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가족과의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어 외로운 기러기 아빠(「정크 퍼포먼스」), 아이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를 포기하는 미혼모(「명랑한 외출」), 모국의 품에 끝내 안기지 못한 한국계 입양아(「케이트」), 열등감과 의심 사이에서 망가져버린 부부(「아내가 잠든 밤」) 등 심리적 절벽에 이른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 “모두가 자신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표제작이기도 한 소설 「명랑한 외출」에는 한 미혼모가 나온다. 평생 애정과 관심을 갈구했던 여자가 있다. 부모에게도, 마지막 희망이었던 한 남자에게도 버림받은 그녀 옆에는 남자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아이만이 있다.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애정을 주는 아이를, 그녀는 마지막 외출에서 함께 간 동물원에 버려두고 돌아온다. 아이에 대한 미련과 죄책감을 뒤로하고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오롯이 자신을 향해 쏟아질 사랑만을 갈구하며 다시 명랑한 모습으로 외출한다.

백화점에서 습관적으로 아이 옷을 집어들 만큼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모성을 외면하고 그 손을 놓아버리는 여자의 모습을, 과연 우리는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우리의 양심은 과연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질까? 김민혜 작가는 오래된 무관심과 외면 가운데 퍼진 현대 사회의 비극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 행복을 꿈꾸던 사람들의 쓸쓸한 뒷이야기

 

작품 속의 인물들이 바란 것은 평범한 삶이었고 행복이었다. 보통의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정크 퍼포먼스」, 「마블쿠키」)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기를 바랐으며(「범어의 향기」) 남들만큼만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다(「명랑한 외출」). 또 기억에도 없는 모국을 그리워했고(「케이트」)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를 바랐다(「물속의 밤」, 「아내가 잠든 밤」, 「인터미션」). 인물들이 가진 보통의 꿈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좌절되었고, 마지막까지 그들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물들은 유리천장 너머의 행복을 바라보며 분노하거나 체념하거나 도망친다.

그런 가운데 끝내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있다. 「인터미션」의 주인공인 연극배우 ‘홍정아’다. 무대 위에서 불같이 타올랐다가 공연 종료와 함께 끝나버린 짝사랑에 괴로워하던 그녀는 룸메이트인 베트남 여인 프엉의 생활을 망상으로 좇으며 자신의 사랑도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꿈을 꾼다. 지극히 정신승리에 가까운 그녀의 행동이 ‘시련의 극복’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인물들의 지독히도 쓸쓸한 마무리 탓이리라.

 

 

▶ 현대 사회의 오래된 흉터, 짙은 그늘을 말하다

 

현대인들은 저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상처를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 가깝게는 가족이나 연인이, 그 뒤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가 입힌 오래된 상처를 모른 척 숨기는 동안 그의 자아는 끝 간 데 없이 내몰린다.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꾹꾹 눌러 숨겼던 아픔은 어떤 계기를 만나 한순간에 터져 나오게 된다. 김민혜 작가는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에 표출되는 비인간화를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담아냈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손가락질에 둘러싸여 있다. 사회는 그들을 여성 혹은 남성이라서, 아이 혹은 어른이라서, 젊거나 혹은 늙었다는 이유로 몰아세운다. 핀치에 몰린 그들은 다시 누군가를 몰아세우며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현대 사회의 짙은 그늘은 퍼지고 있다. 상처를 감추고 스스로를 속이는 동안 자아로부터 유리된 외로운 현대인들은 오늘도 그늘을 감추며 외출에 나선다, 명랑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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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20-21. 아내는 유난히 웃음이 많은 여자였다.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일에도 재미있다는 듯 목젖이 보이도록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웃고는 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아내의 웃음이 불러들이는 듯했다. (…) 그러던 아내의 웃음이 서서히 사라진 것은 아들 녀석의 성적이 아내의 기대만큼 따라 오지 못해서였다.

 

p.58.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호소한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점점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 금샘의 물고기처럼 퍼덕이며 범어사의 향기를 품었던 그녀야말로 다음 취재의 대상이 될 거였다.

 

p.70. 남부럽지 않은 가정과 실력과 미모를 갖춘 그 애가 은근히 미웠다. 청소용품이 들어 있는 창고를 뒤져 락스를 들고 왔다. 그 애가 잠들고 나자, 선반에 올려놓은 그 애의 콘텍트렌즈 케이스를 집어 들었다.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렌즈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식염수는 창문 밖으로 버렸다. 그 안에 락스를 채워놓고 렌즈를 다시 넣었다.

 

p.109. 보이지 않는 다수의 적에 홀로 대항해야 했던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과 억울함이 칼끝이 되어 온몸을 찔렀다. 케이트의 혼은 지금 어디쯤 떠돌고 있을까?

 

p.129. 그녀는 종종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왔다. 차라도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얘기나 나누자고 했다. 그녀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애절하게 들렸지만 나는 묵살해버렸다. 분노와 고독감이 밤마다 나를 삼킬 듯 덤벼들었지만 여전히 그녀를 만나는 일은 꺼려졌다.

 

pp.164-165. 아내는 오랜 시간 집 속의 버려진 물건들처럼 서서히 썩어갈 것이다. 십 년 뒤나 이십 년 뒤에 집이 삭아서 쓰러질 때 아내도 같이 땅으로 돌아갈 것이다. 차도 저 멀리에 화려한 불빛이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 불쑥 나타났다.

 

p.192. 비에 젖은 나무들이 바람에 갈기를 세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창밖으로 보였다. 사나운 짐승 울음소리를 내며 숲을 집어삼킬 듯 회오리쳤다. 왜 간호사는 자신에게 가족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여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p.212. 극단에 있을 때 가슴앓이를 한 사랑은 피지도 못하고 하릴없이 스러져버렸다. 고백조차 못한 사랑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내 삶의 막이 내려간다는 생각을 하니, 억울함과 분노가 밀려왔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다.


 

저자 소개

 

김민혜


1963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2015년 「물속의 밤」을 󰡔월간문학󰡕에, 「정크 퍼포먼스」를 󰡔동리목월󰡕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정크 퍼포먼스
범어의 향기
명랑한 외출
케이트
물속의 밤
아내가 잠든 밤
마블쿠키
인터미션

 

해설: 다양한 가능성의 탐색_송명희
작가의 말

 

 

김민혜 소설집

명랑한 외출

 

김민혜 지음 | 238쪽 국판  | 13,000원 | 978-89-6545-451-9 03810

 

제2회 금샘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민혜의 첫 소설집. 오랜 시절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부산의 정서가 작품마다 녹아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책을 읽다 보면 범어사, 해운대,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낯익은 장소들이 소설 속의 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이러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김민혜 작가는 관계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명랑한 외출 - 10점
김민혜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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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차가운 날씨에 일상 속 여행을 떠날 책을 소개한다. 

김완희 선생님의 산문집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

 

 

 

 

 "내가 살아 있음을,

아직 죽음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줄 또 한 번의 감동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

 

  김완희 산문집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은 총 46편의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가는 문학과 예술 작품을 주제 삼아 담담하게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장 매화 옛 등걸에,2장 드디어, 이니스프리에, 3장 위대했던 여름, 릴케, 가을날, 4장 그 밖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부터 릴케의 가을날까지 국내 작품과 해외 작품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다. 노년이 되어서도 시와 음악이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김완희 선생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 행복의 비결을 전하고 있다. 김완희가 전하는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과 함께 평범한 일상 속 여행을 떠나보자.

 

 

나는 이제 일어나 가야지 이니스프리로.”

이니스프리를 동경하던 여고생. 드디어 이니스프리를 가다.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_The Lake Isle of Innisfree, 예이츠.

 

긴 여정이었다. 이니스프리 섬이 내려다보이는 호숫가 언덕 위에 서서 호수 바로 옆에 조용히 누워 있는 그 섬을 바라다보았다. 갑자기 눈앞이 부옇게 흐려 왔다. _드디어 이니스프리에p.114

 

시인 예이츠(Yeats)의 고향인 아일랜드 슬라이고 근처 (Gill)’ 호수 가운데 작은 섬이 있는 지역을 이니스프리라고 한단다. 이니스프리란 게일 말로 ‘heather island’란 뜻이라는데 heather는 자줏빛 꽃으로, 낮에는 이 꽃이 호수를 온통 자줏빛으로 물들인다 한다. 작가는 언제부터, 어느 계기에 의해서 그 이름도 생소한 이니스프리라는 섬을 동경하게 되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기는 평범하지만, 어딘가 평범하지가 않다.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다. 담담하게 보고 들은 것을 서술하고 있지만, 저자의 생생한 풍경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조차도 마치 그 시간, 그 장소에 함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의 색감마저 너무 또렷해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와 그로 인해 그려지는 색감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동화책 속으로 들어온 듯도 하다.

 

 

 

그곳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서리서리 쌓여 있을까?”

 

 

저자는 로마를 여행하면서도 폐결핵이 악화되어 이탈리아에서 죽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 키이츠를 떠올린다. 금발 머리, 파란 눈동자의 가이드가 그 키이츠를 쉘리로 잘못 말하자 아니에요, 쉘리는 바다에서 죽었어요라고 지적질을 하고는 이내 자신의 경박함을 자책하면서도,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바다에 빠져 죽자고 여러 번 제의했다는 시인 쉘리를 기억한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때라 바다를 사랑해서 그 속에 빠져 죽고 싶어 했던 그의 열정과 그의 바람대로 바다가 그를 거두어 갔다는 필연에 밤새워 울고 또 울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랫동안 내 낭만적 정서를 풍요롭게 해 주었다. 이런 사실을 가이드가 알리가 없지만, 알았다면 내 경박함을 그렇게 탓하지는 않았으리라.(키이츠, 쉘리, 로마에서)

 

문학소녀 시절 동경하던 시인 예이츠와 그의 고향 이니스프리. 그 이니스프리에 다녀온 일화뿐만 아니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나 사무엘 베케트, 조이스 킬머 등의 이야기를 저자는 여행 속에서 고스란히 되살린다.

 

 

구름에 달 가듯이 우린 나그네가 되어 걸었다.

산굽이 돌면 마을이 있고, 그 어귀엔 주막이 있었다.”

 

여행이라고 하면 들뜨고 설레기 마련이다. 직접 발로 움직이는 여행이든 책을 통해 떠나는 여행이든 설레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을 떠나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는 한 명의 고고한 선비처럼 담담하기만 하다. 저자에게 여행이란 문학을 만나고, 음악을 만나고, 시를 만나고, 예술을 만나는 일이었다. 산청에 매화를 보러 가서는 조식 남명 선생을 생각하고, 대구 팔공산을 다녀오다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상화 이육사를 우연히 만난다. 벚꽃 구경 간 경주의 한 콘도 앞에서 목월의 시비를 보고 목월과 지훈의 인연을 떠올리며 저자는 그 가을의 어느 날 목월의 나그네는 퇴색한 벽지 같은 내 오랜 얘기 하나를 선명한 빛깔로 칠해 주었다.’라고 말한다. 박목월의 나그네가 저자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면, 우리에게 김완희의 이니스프리, 그 이루지 못한 꿈역시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까.

 

천천히, 유유자적하며 우리 모두가 구름에 달 가듯 한 명의 나그네가 되어 이 책 속을 그렇게 걸어보는 건 어떨까.한 장을 펼치면 여행이 있고,그 끝자락에는 문학과 예술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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