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82 지금의 오사카를 만든 것들에 대하여_『오사카: 도시의 기억을 발굴하다』 서평 코로나 이후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그리고 엔저 현상과 함께 한국 여행객들의 일본 방문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인이 즐겨 찾는 도시 중 한 곳이 오사카일 것이다. 오사카를 방문해 본 적 없는 나에게 오사카에 대한 이미지는 한신 타이거스와 빵! 하면 으악! 하는 반응을 보이는 재미있는 사람들, 그리고 도톤보리(의 글리콜 상)가 전부였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오사카, 베네치아, 방콕, 제주와 같이 대중에게 주로 관광지로 인식되는 도시들, 주로 미디어를 통해 그 이미지가 소비되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를 어떻게 감각할까? 외부로부터 소비되는 이미지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살아내며 경험한 도시 인식에는 어떤 간극이 존재할까. 하나의 도시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이루게 될까.『오사카: 도시.. 2025. 1. 21. 글과 행동으로 민주주의와 균형을 찾으려 했던 ‘풀빛’ 나는 사람_『나병식 평전』 서평 2021년,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제34회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 나병식 선생께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학생운동과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민중항쟁의 진실을 기록하고 출판하는 민주화운동을 전개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나병식 평전』은 이러한 나병식 선생의 삶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의 구술과 자료들로 나병식 선생이 걸어온 길을 되살린다. 민주화운동가, 출판인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책에서는 그보다 더 다양한 나병식 선생의 정체성을 만날 수 있었다. 1. 운동가 나병식나병식의 동생 나병순에 따르면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나병식은 법대에 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국민들을 괴롭히던 판검사 같은 .. 2024. 10. 10. 금서읽기주간에 금서 읽기! 근대전환기에 제갈량을 다시 소환한다면? :: <제갈량과 20세기 동양적 혁명을 논하다> 서평 안녕하세요, 편집자 여울입니다 !여러분은 삼국지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삼국지를 ...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도 삼국지의 대표적인 인물인 유비, 조조, 제갈량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나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좋아한답니다! 산지니 출판사에는 제갈량과 관련한 책, 과 가 있습니다. 그중 2015년에 출판된 라는 책의 '제갈량'이라는 키워드가, '20세기'라는 키워드가! '동양'이라는 키워드가!! 너무나도 구미를 당기게 해서 펼쳐보게 되었습니다!여러분, 매년 9월 첫째주는 '금서읽기주간'* 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마침 에서 다루고 있는 은 과거 일제강점기 대표 금서로 지정되었던 도서인데요, 시기적절하게 '금서읽기주간'을 앞두고 여러분에게 이런 뜻깊은 책.. 2024. 8. 28. [서평] 명성황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_『물의 시간』 (정영선 장편소설) 명성황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 『물의 시간』 -정영선 장편소설 온갖 문물이 혼재된 개항기 조선에서 밤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물시계가 멈췄다. 왕후가 죽은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정영선 작가의 장편소설 『물의 시간』은, 조선의 마지막 국모이자 일제의 손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시간’이라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사건을 중심으로, 물과 같이 흘러가 버린 옛 역사를 새롭게 그려 낸다. 『물의 시간』이라는 제목처럼, 흐르기에 유연할 수 있었고 흐르기에 때로는 정해진 수로를 통해 갈 수밖에 없었던 유약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시간’ 속에서 여리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여자’라는 이유로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남길 수 있는 것이라곤 누각의 소금뿐이었던 한 여.. 2024. 4. 3. 얽혀 있는 것과 변하는 사람들_ 정영선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 서평 흔히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일정한 형태로 고정되어 있거나, 무관심으로 인해 인상조차 흐릿한 경우가 많다. 탈북민 인권에 대해 논의할 것을 외치는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은 정보나 자료의 차원이 아닌, 여러 이야기와 상황이 겹친 존재로서의 북한이탈주민을 말한다. 또한, 이들과 사건이나 관계로 엮인 남한 출신 인물들을 통해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결코 기존 남한 주민과 무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어쩐지 그물에 걸린 물고기 같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새 같기도 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주홍글.. 2024. 4. 1. 희생자의 존엄성 회복을 향한 과정_『그림 슬리퍼』 서평 사우스 센트럴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흑인 거주 지역이다. 의 기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틴 펠리섹은 우연히 1980년대에 발생한 미해결 연쇄살인사건의 정보를 입수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가 얻은 피해자 리스트 속 사람들은 흑인 여성이었고 매춘과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펠리섹은 이들의 삶을 깊이 조사하고 피해자의 가족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묻는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펠리섹의 추적이 흡인력 있는 문체와 함께 전달된다. 처음으로 발견된 희생자는 1985년 가슴에 총을 맞은 채 발견된 29살의 데브라 잭슨이다. 뒤이어 다섯 아이의 엄마인 헨리에타 라이트, 20대 초반의 바바라, 유일한 생존자 에니트라 워싱턴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피해와 죽음은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데.. 2023. 3. 7.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