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에 해당되는 글 157건

  1. 2017.01.24 부산의 이색 서점 겸 카페, <마들렌 책방> (인터뷰) (3)
  2. 2017.01.18 산지니를 통해 알아보는 출판! - 강수걸 대표님 강의 (1)
  3. 2017.01.16 『가을의 유머』의 박정선 작가님과의 인터뷰. (1)
  4. 2017.01.11 나의 겨울의 시작과 함께 한 소설, 『가을의 유머』서평 (8)
  5. 2016.08.26 [저자인터뷰]『역사의 블랙박스, 왜성 재발견』- 김영동 기자님 (3)
  6. 2016.08.26 어중씨 이야기 가사집을 통해 본『어중씨 이야기』 (3)
  7. 2016.08.25 61년 전통 부산의 향토 서점, 문우당 서점 (5)
  8. 2016.08.25 온천천거리의 작은 인디서점, 책방숲 (4)
  9. 2016.08.25 [저자인터뷰]『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오영이 작가와의 만남 (3)
  10. 2016.08.23 『감천문화마을 산책』을 들고 감천문화마을로 산책을 떠나요(인턴 미르, 밀키의 탐방일기) (4)
  11. 2016.08.23 처서,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4)
  12. 2016.08.08 지금, 당신의 눈 앞에 누군가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서평 (2)
  13. 2016.08.05 임진왜란에 대한 새로운 시선 - 『역사의 블랙박스, 왜성 재발견』서평 (2)
  14. 2016.07.29 책맥 한 잔 어때요? - '산북도로 북살롱' (3)
  15. 2016.07.28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서평 (2)
  16. 2016.07.27 10년 지역출판 생존기 -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3)
  17. 2016.07.27 『사람이 희망이다』서평 - 오아시스를 만나다 (2)
  18. 2016.07.26 [저자인터뷰]『모녀5세대』, 이기숙 작가와의 만남 (8)
  19. 2016.07.26 [저자인터뷰] 『토스쿠』, 정광모 작가와의 만남 (6)
  20. 2016.07.14 안타까움 한 스푼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4)
  21. 2016.07.14 '직업을 JOB아라' - 출판기획, 산지니 출판사. (7)
  22. 2016.07.11 또 다른 나와의 만남 -『토스쿠』서평 (6)
  23. 2016.07.08 『모녀5세대』 서평 (8)
  24. 2016.02.29 시장 안의 인디 서점, 아스트로 북스 (6)
  25. 2016.02.23 불안을 다듬는 끌질, 이병순 소설집 『끌』 (2)

시간 많은 날, 햇살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을 후딱 읽는 걸 상상해보세요. 생각만 해도 여유롭지 않나요? 오늘 이런 상상과 딱 맞아 떨어지는 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서점이지만 카페도 겸하고 있는 <마들렌 책방>입니다. 

 

 

마들렌 책방에는 다양한 책들이 있습니다. 주로 문학 서적들이 많고, 문학 외에도 인문서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도 많고요. 다양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는데, 처음 보는 책도 많아서 꺼내 읽어 보고 싶었던 걸 겨우 참았습니다. 시간만 아니었다면...

 

 

이색 서점의 좋은 점은 이런 것 같아요. 서점 주인의 취향에 맞게 선별된 책들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애정도가 남다르다는 것이요. 이 책처럼 서점 주인분의 짧은 코멘트가 적힌 책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어떤 책인지 누군가가 알려준다면 그 책에 대해 관심이 더욱 가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저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서점 구경을 짧게 한 뒤,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Q. 마들렌 책방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 책방은 보시다시피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입니다. 동네 슈퍼처럼 오다가다 편하게 들러서 책도 사고 커피도 마시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또 그렇게 운영하고 있고요. 부담 없이요.

 

 

Q. 요즘 다양한 이색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북카페는 어느정도 있지만 서점을 겸해서 하는 카페는 생소한 것 같습니다. 북카페가 아닌 책방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만들려고 한 게 책카페가 아니라 카페 겸 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람들이 잘 모를 수가 있잖아요. 카페에 있는 책들이 상품이 아니라 카페에 구비된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에 책방이라고 넣음으로써 서점인 걸 알려드리고자 했어요.

 

 

Q. 책이 다양해서 카페보다는 말 그대로 작은 서점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마들렌 책방이라는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마들렌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뜻이 있나요?

 

 

A. 처음에 생각할 때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단어를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책방이라는 단어에 마들렌이라는 어감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붙였습니다. 또, 책 중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마들렌을 먹고 기억을 다 찾는 그런 장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 의미로 마들렌 책방이라고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Q. 여러 종류의 책들이 서점에 있는데요. 이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마들렌 책방에 들어오게 되나요? 책을 선별하는 기준을 알려주세요.

 

A. 책을 만드는 분들께서 열심히 만드셨기 때문에 모든 책이 좋은 책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오래 되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책을 위주로 고르려고 해요. 그런 책 중에는 고전도 있고, 시집이나 소설도 있구요. 베스트셀러도 들여올 때가 있는데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모두 들여오진 않고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오래 읽어질 수 있는 책을 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Q. 다른 인디서점들이 독립출판물에 주력하는 데 반면 마들렌 책방은 중고서적도 취급하고 있는데요. 중고서적도 겸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들로부터 중고서적을 매입을 해요. 그 중고서적을 다른분들께 보여드리고 구입하실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했어요. 회원분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중고서적을 파는 분이 추천서 같은 것을 적어주시면 그 책에 적어서 다른 분들이 볼 수 있게 하고, 구입도 하실 수 있게 해요. 아무래도 책만 읽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읽고 감상평을 남겨 주시면 더 관심을 가지게 되니까요.

 

 

 

 

Q.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이벤트가 되게 특이한데,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이름 그대로 블라인드예요. 책 겉을 싸서 어떤 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표지에 적힌 힌트만으로 사는 거예요. 책을 고를 때 표지가 예쁜 책을 위주로 고르시는 분들도 있고, 자신만의 뚜렷한 선택 기준으로 사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이런 선택지를 없애고 느낌만으로, 어떤 책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사게 하는 거죠. 그래서 좋은 반응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알기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서점들이 많이 없어서, 손님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Q. 그럼 어떤 기준으로 ‘블라인드 데이트’의 책을 선별하시나요?

 

A. 일단 모르는 상태로 구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호불호가 갈리는 책들은 피하려고 합니다. 또 제가 읽어보고 좋은 책들도 넣고, 혹은 주위로부터 추천 받은 책들도 넣고요.

 

 

Q.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Q. 윤고은이라는 소설가를 좋아해요. 그래서 작게 코너를 만들어서 작가 소개도 놓고, 저서들을 모아놓았어요. 그 중에서도 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이벤트나, 혹은 하고 싶은 이벤트가 있으신가요?

 

A. 아직 회원 수가 많이 없어서, 회원 수가 늘어나게 되면 회원 중에서 다독왕을 뽑는다거나, 추천을 많이 해주시는 분들은 추천왕으로 뽑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뽑아서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또 워크샵 같은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이건 회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른 분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마들렌 책방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처음 질문에 말했던 것처럼, 동네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동네에 사시는 분들이나 놀러 오신 분들이 오다가다 가볍게 들러서 책도 보는 거예요. 진짜 슈퍼처럼요. 말 그대로 ‘그냥’ 들릴 수 있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택가가 있는 골목에 조용하게 위치하고 있는 곳이어서 책 읽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이 곳이 마음에 들 거예요. 한가로운 주말, 이 곳을 찾아보는 것 어떨까요? 이상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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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추위가 좀 가신 1월 17일의 낮, 강수걸 대표님은 동아대에서 예정된 강의를 위해 바삐 움직이셨습니다. 역시 해운대에서 하단까지는 매우 멀었어요. (ㅠㅠ) 그래도 추위가 덜했던 덕분에 칼바람을 맞으며 걷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17일, 대표님이 하시게 된 강의 주제는 출판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었습니다. 강수걸 대표님은 부산에서 12년동안 출판을 하고 있는 우리 산지니 출판사를 모델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출판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과거 책은 권력자나 지식인만 접근이 가능한 소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성서의 활발한 보급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때, 독일의 구텐베르크라는 인물이 금속 활자를 만들어 출판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출판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판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출판과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자유가 보장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1987년 이전에는 출판이 허가제였거든요. 87년 6월 항쟁을 거친 뒤 10월 헌법 개정을 통해 출판은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이후 출판업계가 급격히 성장을 보인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현재 출판사의 70%는 수도권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서울과 파주에서 이루어지죠. 우리나라에서 수도권 집중화는 매우 일반적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출판업계입니다. 부산의 경우는 어떨까요? 부산의 인구는 대한민국의 5%를 차지하는데, 서점은 전체 중 8%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출판은 2%에 불과합니다. 이웃 도시인 대구는 부산을 제친 3%입니다. 대구는 6년 전부터 출판사업을 지원하면서 출판단지를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면에서는 언제나 대한민국 제2의 수도라는 평을 받는 부산이 출판 쪽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네요.

 

  출판 업계는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하지만 차츰 이것도 해소되지 않을까요? 우선 수도권은 지방에 비해서 물가가 비싸고,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서울에서만 이뤄져야만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세계에서 국경의 장벽이 소멸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IT기술과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지방 출판은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지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서 출판하는 것이 매우 어렵지만 12년동안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산지니의 모토와도 같은 것이죠. 산지니는 지속적인 출판을 이념으로 삼으며, 특색 있는 도시인 부산에서 그 특색을 살리며 출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열심히 출판을 이어간 결과, 산지니는 한류의 관심도가 높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저작권 수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영화도시이면서 대한민국 대표 항구도시인 부산의 특색을 살려 지역 문화 콘텐츠를 담은 도서를 출간하기도 하는 등, 지역 출판의 장점을 살렸습니다. 그러면서 지역에 있는 여러 작가 선생님들과 저자님들과의 인연으로 400종이 넘는 다양한 책들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는 출간 목록으로 말한다. 강수걸 대표님은 출간 목록을 강조하셨는데요.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내왔고, 어떤 책을 낼 것인지 말하는 것이 바로 출간 목록이며, 출판사의 지향점과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모두 여기에 담겨있다고 하셨습니다. 출간 목록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고 출판사마다 가지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출간 목록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해 이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산지니는 출간 목록이 있습니다. 출간 도서 목록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주소를 눌러주세요.

 

 

   한국에서는 10년이 넘은 출판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얼마 전 송인서적의 부도로 인해 산지니를 포함한 여러 출판사들이 2차 피해를 입어 더욱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산지니는 그래도 책을 냅니다. 책을 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산지니에게 여러 과제가 남았는데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기획능력의 보강. 원고를 받아 책을 출판하는 것에서 끝이 아닌, 책을 어떻게 만들 것이고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기획을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겠죠. 둘째, 다품종 소량 출판. 산지니는 여러 품종의 책을 소량만 찍어내어 다양한 책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꾸준한 출판을 이어갈 것입니다. 셋째, 틈새시장 공략. 산지니는 여느 출판사들과는 다르게 지역 출판이라는 특색 있는 출판사입니다. 이 점을 살려 지역 출판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지역 콘텐츠의 수준이 낮다는 인식을 없애고, 지역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는 모험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강의가 부디 출판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이상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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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완두입니다. 두 번째 글을 올리게 됐네요. 춥지만 화창한 어느 겨울, 박정선 작가님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탁 트인 송정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요. 겨울 바다를 등 뒤로 하고 진행된 인터뷰는 매우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볕이 잘 드는 창가는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해줬는데요. 그 인터뷰,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Q. 다양한 글쓰기를 하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가님은 시조로 등단을 하신 뒤 소설도 쓰시고, 시나 수필, 평론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시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요. 각 장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마디로 요약해서, 문학은 하나로 통한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국계 프랑스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 젠이 있어요. 가오싱 젠이 다섯 장르를 했어요. 그분 말이 참 재밌어요. “문학은 결국은 한 정점에서, 다 모여든 정점에서 소설로 집약된다.” 제가 시조를 맨 먼저 했어요. 제가 처음 문학정신에서 시조로 등단한 뒤에 아무 것도 안 하고 15년 동안 시조만 했어요. 근데 시조는 정형시이다 보니까, 정형의 리듬을 가지는 것은 습관화되면 벗어나기 힘들어요. 나는 처음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래 쓰다 보니까, 다른 수필이나 소설을 쓰려고 하면 시조를 쓰고 있더라고요. 심각하죠. 근데 그게 잘못됐다라는 거라기보다, 습관화된 리듬성이라는 거죠. 그거를 뛰어넘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한 쪽으로 굳어진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힘들잖아요. 근데 그게 극복이 되니까 전 장르를 넘어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소설 쓰다가도 시조 쓰고, 시도 쓰고. 그러다 다시 소설도 쓰고 그래요.

장르 구분이 서양에는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특별히 장르 구분이 있어요. 소설가면 소설만 써야한다 생각해요. 사람들은 나보고 "장르를 넘나들지 말고, 한우물만 파야지." 이런식으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해요. 하지만 한우물이라는 말과 장르라는 것에서는 상당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각각의 장점들을 서로 교류할 수 있고, 시의 장점을 소설에 가져올 수 있어요. 예를 들면 가수가 배우가 됐다고 생각해봐요. 드라마에서 가수 역할을 한다든지 할 때 아주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죠. 이것처럼 문학도 마찬가지로 소설을 쓰면서 시적인 언어의 조탁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또 소설도 리듬이 있어요. 이 문장을 얼마나 세련되게 할 것인가는 쓰면 쓸수록 고민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시조와 자유시는 리듬이 달라요. 자유시는 개인적 리듬이고 시조는 정형된, 그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정형된 리듬을 가지고 있지요. 이것들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아주 아름다운 문장이 나와요. 그러니까 이것들을 다 소설로 적용시키는 거죠. 수필은 산문이니까 소설과 통하죠. 시와 소설이 가장 특징적인 경계니까 앞에서 시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장르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좀 문학을 한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게 한 우물 파는 거와는 상당히 다른 거예요.

 

하고 싶은 바를 표현하고자 할 때, 형식은 형식일 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여러 장점들만 모이게 되는 거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겨울 느낌이 물씬 나네요.)

 

 

Q. 소설에서 꽃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석환을 보기로 한 아침 승연이 자신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개한 장미로 비유한 것처럼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비유를 탁월하게 하셨는데, 이처럼 꽃을 소설의 주요 소재로 삼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가장 여성을 나타내기 좋은 소재로 꽃을 삼은 거예요. 꽃은 자연과 연결되고 여성성의 상징성이 가장 강하잖아요. 그래서 꽃을 파는 근로 여성, 노동하는 여성에서 꽃꽂이 작가로 신분 상승을 시킨 것으로 미적인 효과를 가장 많이 낼 수 있겠다 생각했죠. 그리고 작품 세계를 표현할 때도 여성이 가지고 있는 심적 표현에 대해서 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Q. 석환과 남편의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예를 들면 목소리가 좋고, 과묵한 편이지요. 하지만 석환은 목소리와 어울리지만 남편은 어울리지 않고, 과묵도 남편은 자신의 삶에 순응적이지만 석환은 카리스마가 있는 편이라는 것처럼요. 두 남자의 성격을 이렇게 설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안타깝게도, 능력을 가졌는데 그걸 발휘되지 못한 것이 불행하더라.’ 난 그걸 보여주고 싶었죠. 남편은 아나운서나 성악가가 되면 좋았을텐데 승연이 볼 때는 그건 어떻게 보면 안타까움이에요. 석환은 연구자니까 남 앞에서 브리핑이나 발표를 해야하고, 그랬을 때 좋은 목소리는 설득력이 있어요. 아나운서나 정치가도 좋은 목소리의 덕을 많이 보는 것처럼요. 석환은 자신의 능력을 잘 살린 거죠. 그러니까, 자기가 가진 능력은 거기에 알맞게 직업을 가질 때 최상이 된다, 그런 이야기가 되겠죠.

 

아, 그 뜻이 석환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았는데 남편은 그러지 못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화원을 하는 것으로 표현된 건가요?

 

그렇죠. 그래서 전혀 빛이 나지 않고. 그래서 인간은 석환처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그래서 더 프리미엄을 받는 거죠. 그렇게 되어야 해요. 남편의 목소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인간이 지닌 능력들이 자기가 무얼 어떻게, 그리고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빨리 개발을 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숨어져있겠죠. 이렇게 이 소설은 여러 의미를 다 가지고 있어요. 묘한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죠.

 

Q. 소설 속에 아이러니의 유머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남편은 매우 무뚝뚝하고 무드 없는 사람인데, 로맨틱함의 대명사인 꽃을 파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마지막에는 에이런과 알라존을 언급하며 직접적으로 아이러니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이처럼 아이러니의 반복을 통해서 재치를 보여주는데, 아이러니라는 상황을 통해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우리 인간은 나르시시즘에 자꾸 사로잡혀요. 자기 도취에, 자기 세계에 만족해버리는. 어떻게 보면 매너리즘이에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퇴보하게 되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승연이라는 인물이 남편이라는 존재를 상당히 무능한 사람으로 보고, 자기가 완벽하게 속였다고 알고 있죠. 그러나 나중에 보면 그게 아니죠. 이처럼 인간은 자기 스스로에게 자기가 자기를 속이면서 살고 있다는 거죠. 그거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정말 인간은 삶에서 성공할 수 없어요. 현재 정부, 정치인들도 그런 나르시시즘에 젖어있어요. 나르키소스가 어떻게 죽었습니까? 우물에 빠져 죽었잖아요. 자기의 나르시시즘 때문에, 자기가 자기에게 함몰되는 거예요. 이 작품도 그런 걸 상징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이걸 우리가 깨닫는다는 것은 자기를 벗어나려는 사고 없이는 힘들어요. 자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럼, 승연은 석환을 통해 자기 감정이 깨어났고 그 감정으로 인한 자기 도취에 빠져있다가 마지막의 친구의 전화를 받고 그 도취에서 깨어났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그런 것 보단, 승연은 석환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자기 발견을 하죠. 여성으로서 자기 발견이란 것은 미적 차원, 예술적 차원이라고 보시면 좋을 거예요. 승연은 꽃꽂이 작가인데, 주변에서 무시하면서 얘기하죠. 꽃을 뭘 꽂냐고. 그게 뭐 대수냐고. 하지만 승연은 꽃 자체는 자연이고, 그걸 재료로 하나의 다른 세계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인물입니다. 꽃은 자연이지만 꽃꽂이는 예술인 거예요. 자연과 예술을 구분을 못하는 타인들과는 다르죠. 자연 상태의 승연이라는 존재에서 석환이라는 바람이라는 존재를 만나서 한 여성이 변화되는 것을 그리고 싶었어요.

 

바람이라는 게 이중적인 의미네요.

 

 

그렇죠. 새로운 자기로 태어나는.

 

 

Q. 소설의 주인공이 중년 여성이어서 용기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사회는 중년 여성의 가정 외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승연을 통해 이런 사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다면요?

 

제가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간통죄라는 것이 있었죠. 간통죄는 남자 때문에 만들어진 거죠.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했을 때, 최고 징역형이 8개월인가 살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를 징역을 살게 하려면 이혼을 해야 해요. 그래서 보통은 간통죄를 합의를 하더라고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든지, 그런 식으로 약속을 하고요저는 배우자를 혼내가면서 같이 산다는 건 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이면 모를까 어떻게 남편을 혼내가면서 같이 살게 하느냐는 거죠. 이미 가족의 교유가 끊어진 상태니까요.

가정의 민감한 문젠데 이게, 유럽에서도 매일 문제였죠. 미래학자 조르주 바타이유는 금기를 위반한 성적 행위가 창작을 유도할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성적 에로티시즘은 몸이 아니라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어요. 이게 놀라운 이야긴데, 여성과 남성의 결합은 정신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부부 사이에서도 남성의 원할 때는 언제든지 부인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방적인 관계가 80%래요. 이거 참 기가 막힌 이야기예요. 우리 사회가 조선시대 때부터 여성을 완전히 지배하는, 지배구조였죠. 가부장제니까. 남성이 가문을 잇고, 남성혈통주의로 여성은 순종해야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소속된 소유물이었죠.

 

하지만 인간은 평등해요.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성은 민주주의 밖이어야 하는 거죠? 성도 민주주의 안으로 들어와야죠. 간통죄가 없어진 것은 여성의 인권 상승이에요. 법에게 나를 지켜 달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된 거죠. 과거엔 남성이 경제권을 모두 쥐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여성이 직업을 갖고,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평준화됐잖아요. 그럼 자연히 성적 문제도 평준화되겠죠. 여성은 남자가 요구할 때, 아내니까 응해줘야 하는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의사 결정에 따라 당당해질 수 있는. 나는 성적 민주주의를 말하고 싶었어요.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비유하자면, 성적 유리천장을 깬다?

 

 

그렇죠, 그렇게 볼 수 있죠. 우리는 아직도 지배구조 하에 있어요. 승연이처럼 자아 발견을 했을 때 자신을 만들어가려고 하죠. 가시적인 몸부터 지적 수준까지 만들려고 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여성들도 나이에 한정되어서 멈춰있지 말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려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여성다운 면이 있기 전에 인간이잖아요. 여성은 아름다운 곡선과 부드러움을 갖고 있어요. 이것을 여성의 특성으로, 순수한 미로 봐야지 남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되죠.

 

여성은 존재하기에 존재할 뿐, 남성을 위한 유흥적 감상 대상이 아니란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어떤 학자도 그랬어요. 여성은 남성을 위해 존재한다고. 이게 얼마나 여성에게 모욕적인 언사에요? 그러니까 여성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적 표현이나 직업 같은, 자신의 표현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에 의해서가 아니라요. 남편은 동반자일 뿐이니까요. 여성 스스로가 이 제도에 묶이지 말자. 그런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남성은 여성편력이 심해도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 여자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사회가 오지 않겠나. 오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이죠.

 

 

결혼 제도라는 게 참, 여성을 남성 아래로 복속시키려는 장치로써 작용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호주제도 폐지 됐지만 그랬었고. 인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조명 받지 못하는 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죠. 제도라는 게 참 그러네요.

 

 

 

 

Q. 애국적인 삶을 살다 간 이회영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나, 독도를 향한 서사시를 쓰시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품을 많이 쓰셨는데요. 이번 작품은 불륜이라는 민감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이야기 주제로 삼아서 작품을 쓰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나 논란이 되는 소재니까요. 이런 소재를 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혹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어려움보다는 걱정스러움이 있었죠. 불륜을 미화하려한다는 오해를 하지 않을까. 동기는 작가의 말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느 여성이 나를 찾아왔는데, 내 동의를 구하려고 왔다가 내가 동의를 해주지 않자 나를 가르치고 가죠. 나는 처음에 굉장히 화가 났었어요. 그런데 그 분이 나는 화장실을 갈 때도 휴대폰을 가지고 간다.’라고 말했었어요. 전화가 그 사이에 올까봐. 간절한 기다림이죠. 그 간절한 기다림에 내가 감동했어요. 이 기다림과 떨림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이걸 그냥 흘려보내면 아깝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런 세계를 파헤쳐보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Q. 13일자 국제신문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작가님은 중년의 사랑을 다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 욕망에 관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욕망이 없으면 사회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며, 근본적 본질인 욕망을 제거하면 인간은 사물화 될 것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곧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한 제도·질서와,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한 솔직대담한 욕망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사회에서 사라지면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사회의 질서와 인간의 욕망, 이 두 가지 중 작가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회적 질서와 인간의 욕망, 이 둘은 밥과 찬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밥이고 뭐가 찬이라고 할 수 없어요. 밥만 먹으면서 살아갈 순 있어요. 하지만 영양을 생각하면 하나만 먹을 순 없죠. 어느 게 더 주가 되어야 한다, 이런 거라기 보단 조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한 것은 제도를 강력하게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정책을 실현시켰기 때문에 인간이 사물화 되고 표현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유가 너무나 느슨하게 되면 방임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할 능력을 갖추게 해야죠. 욕망은 중요한 거예요. 욕망은 씨앗이 땅을 헤치고 나오려는 에너지로 비유할 수 있어요. 땅을 밟으면 싹은 죽어버리겠죠. 이게 반복되면 땅 위는 삭막하게 될 거예요. 인간의 욕망을 제재하고 막아버린다면 사회는 발전할 수 없어요. 욕망으로 인해서 무언가를 이루니까요. 욕망 속에서는 물론 좋지 않은 것도 있어요. 세상은 부정과 긍정이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부정이 있기 때문에 이 부정을 누르기 위해 긍정이 발전하잖아요.

 

헤겔의 변증법처럼요? 정반합과 비슷하네요.

 

 

그렇죠. 헤겔의 변증법처럼요. 서로 발전시키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와 욕망의 조화가 필요하죠.

 

 

Q.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들이 등장합니다. 철학서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지식이었는데요. 욕망에 대해서 매우 깊게 탐구하신 것 같은데, 이를 보면 작가님이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깊이 말씀하시고 싶으신 바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혀졌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나무 뿌리가 200m 아래로 물을 찾기 위해 바위를 뚫고 내려가는 힘, 그런 진지함. '이런 정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살려고 애썼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저는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욕망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상적인 욕망을 꿈꾸면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해요. 근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많이 없을 거예요. 사물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획일화되어 있잖아요. 자기 안에 모두 갇혀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깨고 나오려는, 일종의 부화적인 의미를 지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을의 유머라는 작품의 제목을 짓기 전에 '부화'라는 제목을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Q. 다음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친일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친일을 어쩌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자. 미래에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사고를 청산하자. 이걸 제대로 정립해서 남기자. 이런 의미에서 쓰는 겁니다. 여기에는 위안부 문제도 있고요. 크게 두 축으로 쓰고 있어요. 독립 운동가의 가문은 가난이 대물림되고, 친일파의 가문은 권력이 세습되는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나오면 두 갈래로 반응이 나뉠 것 같아요. 또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있어요.

 

 

Q. 최상의 작품을 쓸 것이라고 작가의 말을 마무리하셨는데, 최상의 작품이라면 어떤 작품일까요?

 

 

O. 헨리의 작품 마지막 잎새를 보면 노화가 베어맨이 아픈 소녀를 위해 매일 담장에 잎을 그리죠. 베어맨의 인생 최고의 작품인 거잖아요. 한 생명을 살렸으니까. 저도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은 하죠. 작가의 말 마지막에 보면, “최상의 작품을 창작하리라는 욕망이 나를 이끌어 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는데, ‘이 욕망으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그런 말이에요. 저는 그렇습니다. 작품을 끝내고 나면, “, 오늘도 실패했다.” 이 실패가 나를 채근해요. “빨리 제대로 해 봐.” “진짜 잘 해봐, 한 번.” 이런 채찍이 힘이 되더라고요. 실패가 채근하는 새로운 시작을 향해 다시 바다로 항해를 떠난다. 이런 말을 자주 하죠.

 

욕망처럼 이루고 나면 최상의 대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처럼요?

 

 

. 그것과 비슷하죠.

 


 

구체적이고 학문적인 대답이 두 시간 가량 이어져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미흡한 질문에도 매우 성실히 답변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었어요. 함께 오신 작가 선생님도 매우 친절하셔서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인터뷰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신 작가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가을의 유머 표지/누르면 링크 이동)

 

이런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품을 읽으면 더욱 흥미롭고, 생각할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번 주에는 가을의 유머 정독이 어떨까요? 그럼 이만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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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첫 서평을 올리게 됐습니다. 2017년 1월 한 달 인턴으로 산지니에 출근하고 있는 완두라고 합니다. 사실 완두라는 이름은 임시로 붙인 거였는데 수정이 안 되어서 그냥 완두가 되었네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완두콩을 좋아하니까요!

오늘 처음으로 책 소개를 하게 됐는데요. 오늘 제가 이야기할 책은 박정선 작가님의 장편소설, 가을의 유머인데요. 제가 단숨에 읽었던 만큼 여러분들도 흥미롭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가을의 유머 표지/누르면 링크 이동)

 

 

한국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년 여성입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다수의 중년 여성은 여성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성도 아닙니다. 어머니입니다. 아이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비로움을 베풀어야 함과 동시에 남편의 뒷바라지와 시어머니의 만족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역할론이 강조되면서 그렇게 중년 여성은 주체이지만 주체의 모습을 잃고, 또 다른 주체의 부속물로 살게 됩니다. 이는 곧 중년 여성의 욕망을 이야기하는 것을 제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슬로써 작용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중년 여성이 자신이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욕망이나 성적 욕구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커다란 도전임과 동시에 반항입니다. 가을의 유머는 그런 의미에서, 용기 있는 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3세 여성 승연의 가슴 떨리고도 저릿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요.

 

두 여자는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언제나 배설하는 사람이고 나는 받아내어 주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 남편은 가정의 가장이니까, 아정이 아빠니까, 나는 인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반가웠다. (p. 60)

 

 

승연은 무뚝뚝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권태를 느끼고 있는 43세 여성입니다. 남편은 승연에게 무관심하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고, 또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승연은 어느 날 석환이라는 남자를 만납니다. 석환은 남편과는 다른 매력을 지녔습니다. 표현에 인색하지 않는, 승연의 남편과는 다른 종류의 남자입니다. 승연은 그런 석환에게 서서히 빠져들고, 어느새 그녀의 하루의 중심은 석환이 됩니다.

 

 

승연은 석환을 기다리며 자신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됩니다. 보통 날과 다르지 않을 며칠의 시간이 더디고도 더디게 가는 것, 그를 만난다는 사실 하나로도 세상 모든 일이 특별하게 보이는 것! 그 모든 것이 석환을 만나고 난 뒤 승연이 알게 된 새로운 것들입니다. 그녀는 석환을 기다리는 자신을 보며 만개한 장미를 떠올립니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장미가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과거엔 거울을 보는 것도 두려워했던 그녀가 석환으로 인해 완전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꽃에 물을 주면 꽃이 피어나듯, 매우 자연스럽게요.

 

 

거실을 수십 번 돌고 난 다음 쇠붙이가 자석을 찾아가듯 거울 앞으로 다가가 나를 비춰 본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한 것은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라고 감탄한다. 거울 속의 내 얼굴에 이제 막 물을 올려 준 장미처럼 싱싱하고 따뜻한 피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꽃잎을 피우기 시작한 장미가 후끈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와도 같다. 꽃이 개화하는 순간을 아세요?’라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p. 27)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이라는 소재입니다. 승연은 과거에는 남편과 함께 꽃집을 하다 꽃꽂이 작가로 전향을 했는데, 그녀의 직업 덕분에 꽃이라는 소재에 빗대어 비유를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저는 꽃을 잘 알지 못하지만, 생생한 묘사 덕분에 그들의 감정선과 여러 상황들이 꽃으로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이를 위해 작가님이 얼마나 꼼꼼하게 꽃과 나무에 대해 조사하셨을지, 읽으면서 꼼꼼한 지식에 감탄했습니다.

 

한 가지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소설 속에 철학이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논의되는 문제입니다. 욕망은 어디에서 오고, 왜 자꾸만 생겨나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욕망이란 소재를 이 소설은 자연스럽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에 쓰인 소재가 바로 차나무 뿌리입니다.

 

 

 

차나무 뿌리는 물을 찾아 땅속 깊이 내려가면서 층층이 물을 만나지만 자기가 원하는 물을 만날 때까지는 결코 다른 물에 입을 대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의 모든 뿌리들은 처음에 벌레들이 사는 흙을 지나 다시 모래가 섞인 흙을 지나면서부터 물을 만나게 되고 대부분 뿌리들은 그쯤에서 입을 대고 물을 빨며 안주하고 말았다. 차나무 뿌리는 줄기차게 계속 내려갔다.

(……중략.)

 

자갈을 지나면 주먹보다 큰 돌들이 나오면서 물은 더욱 많아지고 차나무 뿌리는 더 많은 유혹을 받게 되지만 차나무 뿌리가 만나야 할 물은 그 물도 아니었다. 그런 돌들을 지나면 넓적한 암반 같은 바위들이 나오고 거기서부터 물과의 만남을 위해 차나무는 뿌리를 정결하게 다듬기 시작했다. 뿌리는 점점 가늘어지면서 색깔도 표백하듯 하얗게 변했다. 하얀 전깃줄처럼 가늘어지고 투명해진 뿌리가 암반을 바로 뚫거나 암반과 암반 사이를 뚫고 물을 향해 내려갔다. 거기에 자기가 원하는 물이 감춰져 있었다. 그쯤에서 서늘한 물이 뿌리를 끌어당겼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처럼 드디어 차나무 뿌리와 물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평생,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갑니다. 누구나 욕망의 대상은 다를 테지만 그 대상을 원하는 마음은 비슷할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상을 성취하면 다른 대상을 원하게 되고, 그 대상을 성취하면 또 다른 대상을 욕망하게 됩니다. 차나무 뿌리가 물을 찾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원하는 물이 아니면 입을 대지 않고 묵묵히 뿌리를 내리던 차나무 뿌리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물을 찾았지만, 다음번에는 처음 원했던 물이 아닌 또 다른 물을 찾아 저 아래까지 뿌리를 내리겠죠. 이처럼 욕망은 성취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닌 끝없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내용은 불륜입니다. 기혼자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불륜이라는 자극적이고도 도덕적이지 못한 소재를 미화하려는, 옹호하려는 소설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던 그들은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는 40대의 여성에게도 사랑의 욕망이 존재함을, ‘사랑이라는 기본적인 감정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님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망, 그 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욕망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인간은 언제나 최상의 욕망을 추구하고, 최상의 대상을 찾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유머는 이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욕망에 대해서 한 번 깊이 탐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궁금증은 제목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가을의 유머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저처럼 이런 호기심이 드는 분들도 있으리라 보는데요. 제목의 의미를 알고 싶으신 분들도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이상, 차디찬 겨울 속에서 만난 가을의 유머에 대한 서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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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인턴 미르입니다. 요즘 자주 뵙게 되네요.

다행히 날씨가 좀 시원해진 것 같네요.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올 수도 있다는데 더위도 식히고 가뭄든 땅도 좀 적셔줬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여러분들께 『왜성 재발견 - 역사의 블랙박스』의 세 저자분 중 한 분인 김영동 기자님과의 인터뷰를 들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기자님께서 많이 바쁘신지라 불가피하게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신 기자님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순천왜성 천수각에서. 왼쪽부터 김영동 기자, 신동명 기자, 최상원 기자

 

 

Q. 저도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왜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쳐들어온 왜군들이 기존 읍성 등을 빼앗아 사용한 줄로만 알았는데, 왜성을 쌓았다는 사실이 새로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왜성이란 생소한 존재일 것 같은데, 이것을 소재로 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평소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도 왜성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왜성 취재 기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제일 먼저 한 것이 결재 라인에 있는 간부들에게 왜성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왜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더 왜성을 취재해서 보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성은 우리 땅에 있는 우리 것입니다. 물론 왜성은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에 쳐들어온 왜군이 쌓은 성입니다. 그걸 우리 조상이 전리품으로 확보한 것이죠. 그럼에도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면서, 우리 것이 아닌 일본 것으로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스스로 마음으로부터 멀리한 것이죠.

이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왜성을 취재했습니다.

취재를 할수록 왜성은 왜군이 임진왜란에서 조명 연합군에 밀려 본국으로 퇴각하려고 구축한 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성은 왜군이 임진왜란에서 조명연합군에 밀리기 시작한 1593년 이후 집중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땅에 남아 있는 왜성은 임진왜란에서 패전한 왜군한테서 우리가 뺏은 전리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왜성을 소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관점이었습니다. 대게 임진왜란을 다루게 되면 이순신과 조선 중심의 민족주의, 영웅주의적 시각에 빠지기 쉬운데요, 여기서 벗어나 왜군들의 시각과 상황을 함께 살펴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왜성을 전혀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일본 학자들은 대부분 왜성을 건축학적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왜성을 ‘전리품’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습니다. 전리품은 전쟁의 산물이죠. 전쟁은 일방이 아닌 쌍방에 의해 진행됩니다. 임진왜란의 경우 일본과 조선은 물론 명까지 관련된 동북아 3국의 국제전이었습니다. 왜성은 이 국제전의 산물인 만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게 해야 한국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의 전문가들도 인정하겠죠.

<왜성 재발견>은 국내 언론 사상 처음으로 모든 왜성을 소개한 시리즈이고, 이를 묶어 책으로 낸 것 역시 국내 첫 왜성 관련 단행본입니다. 사실상 왜성을 소개하는 입문서인 셈입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왜성에 대한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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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5년에 창원에서는 하멜보다 60년이나 앞서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 세스페데스를 기려 세스페데스 공원을 개장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는 왜군을 상대로 사목 활동을 벌이던 신부이며, 기념비는 웅천왜성 방문 기념비라는 점이 아이러니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왜성을 바라보시는 관점도 이와 관련이 있으신가요?

 

A.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 발을 디딘 첫 가톨릭 신부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 즉 ‘팩트’입니다. 그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비를 세우고, 더 나아가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에 왔던 목적과 이 땅에 머물 동안 행적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사실상 왜군의 ‘종군신부’였습니다. 기념비를 세우고, 기념공원을 만든다면, 세스페데스 신부의 조선 방문 목적과 행적에 대해서도 명확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기념비와 기념공원에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기록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Q. 왜성에 얽힌 사건을 다루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에 기록된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측 장면에 대해서도 자세한 묘사와 설명이 있었는데, 어떤 사료들을 참조하셨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A. 임진왜란 때 조선에 쳐들어왔던 왜군 장수들 중 여럿은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견줄 만큼은 아니지만, 참고자료로 쓰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지요. 또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일본 본국으로부터 받은 주인장이라고 하는 명령서도 남아있습니다. 세스페데스 신부와 게이넨 승려 등 종군신부나 종군승려로 참전했던 이들이 남긴 기록도 있습니다. 이런 1차 기록 외에, 일제강점기 일본 군부와 학자들의 연구 자료도 제법 있습니다. 임진왜란을 다룬 소설이나 시가집 등 문학작품도 많습니다. 가능한 이런 자료들을 많이 참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임진왜란 최초의 왜성인 증산왜성은 부산포의 역사를 간직한 좌천역사마을과 인접해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왜성을 청소년 역사 교육의 교재나 국제적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는데, 이와 관련해 탐방하기 좋은 왜성을 추천해주시겠습니까?

 

A. 왜성은 우리 조상이 자손들에게 물려준 전리품입니다. 자랑스러운 유산이죠.

대부분 왜성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부산에선 증산왜성, 자성대왜성, 구포왜성 등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왜성입니다. 동래왜성도 버스나 지하철로 갈 수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가지 않으면 흔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기장군이나 강서구 가덕도에 있는 왜성들은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울산에선 울산왜성이 도심 공원으로 가꿔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서생포왜성은 모든 왜성 가운데 보존상태가 가장 뛰어나고 웅장하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경남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왜성은 마산왜성, 고성왜성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두 왜성은 보존상태가 별로입니다. 승용차를 이용해서 간다면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웅천·안골·명동 등 3개 왜성, 거제도에 있는 영등포·송진포·장문포·견내량 등 4개 왜성, 사천시에 있는 사천왜성 등을 권할만합니다.

전남 순천시의 순천왜성은 역시 순천에 있는 낙안읍성과 함께 둘러본다면 우리 전통 성과 왜성의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Q. 책에 등장하는 31곳의 왜성 중 저는 동래왜성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수안역 건설현장에서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유골이 발견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래읍성의 돌을 동래왜성을 짓는 데 사용하고, 또 새로운 동래읍성을 지을 때 동래왜성의 돌을 사용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왜성이 무엇인가요?

 

A.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 있는 해발 377m의 작약산 산등성 끝자락 구릉 정상에 있는 마사왜성입니다. 해발 80m짜리 구릉이죠. 왜성 서쪽 아래에는 낙동강이 흐르는데, 강 건너편에는 밀양시 하남읍이 보입니다. 2015년 9월 19일 마사왜성 현장 답사를 갔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구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다가 낙동강 쪽으로 내려가다가 제가 미끄러져 4~5m가량 굴렀습니다. 당시 앞에 있던 최상원 선배가 깜짝 놀라 절 잡아주셨습니다. 산비탈에서 미끄러져 낙동강이 눈앞으로 다가오니 무섭더군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취재 중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성벽을 발견하셨다고 하셨는데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있는 가덕왜성 지성 인근에서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성벽을 발견했습니다.

왜성 취재를 갈 때는 기존 학계에서 만든 성벽 등 성 흔적을 정확히 표시한 지도를 항상 가져갑니다. 상당수 왜성의 성벽은 허물어진 상태로 흙이나 밀림 같은 풀숲에 파묻혀있기 때문입니다. 지도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일본과 한국 학자들이 조사를 통해 확인한 모든 성의 위치와 구조가 정확히 표시돼 있는데, 이 지도가 없으면 현장에 가서도 성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덕왜성 지성을 취재하던 도중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성벽을 발견했습니다. 총 길이 750여m, 높이 2~3m, 너비 3m가량 됐습니다. 직사각형 돌로 옆줄을 맞춰 쌓은 형태였는데, 흙과 돌을 섞어 만든 구간도 있었습니다. 비스듬히 쌓은 왜성과 달리 전형적인 우리 전통 성벽 축성 방식이었습니다.

2주일 뒤 다시 현장을 찾아보다 자세하게 재취재했습니다. 왜성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인 나동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장을 통해 이 성벽 유적이 국내 학계에 전혀 보고되지 않은 것이라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Q. 생소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힘드셨던 순간도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역사서와 성 관련 전문 지식을 공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병행해야 하니 더 힘들었습니다. 전설과 역사적 사실을 구분해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힘든 부분은 전문 용어 등을 최대한 쉽게 풀어서 글로 옮기기였습니다. 왜성 전문 용어들은 대부분 일본식 한자로 정리돼 있습니다. 우리 학계에서도 대부분 이런 일본식 한자로 용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전문용어를 이해하고 한글로 풀어내면 어색한 문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름 용어 정리를 통일해 글로 옮겼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분야에 대해 취재할 계획이 있으신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혹시 후속으로 또 다른 문화재를 소재로 삼으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여름엔 수풀이 우거져 성곽의 흔적을 찾기 어렵습니다. 현재로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경상 좌우수영을 살펴보는 기획 등을 구상만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시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불편한 역사라고 해도 잊으려고 한다면, 그 민족은 도태될 것입니다. 성찰에 이은 발전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왜성'이라는 임진왜란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가 우리 곁에 아직은 남아 있습니다. 왜군의 침략 역사이며, 조선의 승전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역사적 증거를 보존해야 합니다. 남아 있는 왜성은 역사교육의 장소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이 책이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비록 직접 만나뵙지는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답변을 꼼꼼하게 작성해주신 덕분에 궁금했던 점들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신 김영동 기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역사의 블랙박스, 왜성 재발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독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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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밀키입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할 책은 최영철 작가님의 성장 소설 『어중씨 이야기』인데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울러 최영철 작가님과 같이 도요마을에 살고 계시는 이가영 작가님의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들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어중씨 이야기』는 저번달 7월 22~23일 극단 걸판의 음악극 <어중씨 이야기> 로 새롭게 각색되어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었고요. 이번달 초 6일~7일 2016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또한 공연되었습니다. 이 음악극 <어중씨 이야기>의 포스터를 뒤집어보면 짜잔-! 가사집이 나옵니다.

 

 

 

 

이 가사집은 음악극 <어중씨 이야기>에 나오는 노래를 적어 놓은 것인데요. 극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가사가 얼마나 재미나던지요. 최현미 작사가님이 쓰신 곡과 최영철 작가님의 시에 박기태 작곡가님이 곡을 붙여 만든 노래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노래와 같이 『어중씨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줄거리만 줄줄~읊는 것보다 재미난 가사를 함께 보면 더 기억에 오래 남겠죠?

 

 

엉뚱한 매력을 가진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왔다. 도시에 살던 어중씨가 시골 도야마을로 이사와 마을 사람들과 좌충우돌을 겪다 어느 날 마님의 심부름으로 장터에 가게 된다. 그러나 평소 어중씨 성격대로 여유를 부리다 그만 장터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만다. 외진 시골 마을이라 버스를 타고 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기에 어중씨는 결국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도야마을에서 장터까지 가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님이 부탁한 물건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길에서 학생들, 강아지 길동이, 목사, 순례자 등을 만나며 그 어느 때보다 기묘한 하루가 어중씨에게 펼쳐진다.

 

 

『어중씨 이야기』는 어중씨가 마님의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의 이야기가 중심적입니다. 마님, 그러니까 마누라님이요. 어중씨는 아내를 마누라님이라 부르고 아내는 어중씨를 서님, 그러니까 서방님이라고 부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의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은 가사집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데요. '서님, 마님' 이라는 제목의 가사입니다.

 

서님, 마님

 

우리 서방님 줄여서 서님 우리 서님 별명은

 

“어중씨에요. 어중씨. 어중간하다고 어중씨!”

 

어중간하게 준비를 하다가

어중간하게 달려가다가

어중간하게 길을 멈춰 서서

어중간하게 버스 놓치고 말지요.

 

어중간하게 길을 걷다보면

어중간한 시간이 되지요.

어중간한 시간에 집에 와서

어중간하게 우리 마님 부르죠.

 

“마님, 우리 마님~~”

“우리 마누라님, 줄여서 마님. 우리 서님은 날 마님이라 불려요. 우리 서님은 시간도 내게 물어 알지요.”

 

마님, 몇 분이에요?

마님, 몇 시에요?

마님, 몇 일이에요?

마님, 몇 월이에요?

 

꽃이 피었네. (개나리 꽃이 폈네)

언제 봄이 왔을까. (함박눈이 날리네)

눈이 날리네 또 언제 겨울이 왔나?

 

봄이 왔으니

우리 마님 원피스 사와야지.

겨울 왔으니

우리 마님 예쁜 털신 사와야겠네.

 

 

하루동안 어중씨가 겪은 일들이 적혀 있는 것이죠. 어중씨는 지구 밖 소혹성 B612호에서 온 어린왕자같기도 합니다. 변화에 발 맞추어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휴대폰도 필요없다 하고, 이걸 생각하다가 저걸 까먹고, 도시는 시끄럽고 복잡해서 싫다 합니다. 선생님 시절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어중씨를 '보바샘','바보샘'으로 부르기도 하고요.어떻게든 느리게 살아보려다 계속 어중간해지는 어중씨입니다.

 

어중씨의 이런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은 가사집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어중어중어중씨'와 '어중씨 이야기'의 가사를 보실까요?

 

어중어중어중씨

 

어중씨 어중씨 어중어중 어중씨 어중간한 어중씨 어수룩한 옷차림으로 얼기설기 걸어오는 저기 저 어중씨

어기적 어기적 어기적 어슬렁 슬렁 슬렁 슬렁 슬렁슬렁 오늘도 어중간한 어중씨

 

어중씨 이야기

 

어중간한 어중씨가,

술에 취해 길을 나섰대.

 

어중간하게 비틀대다가

어중간하게 발을 헛디뎌서

어중간하게 굴러 떨어져서

어중간하게 다쳤대.

 

어중간하게 비틀댄 어중씨

어중간하게 헛디딘 어중씨

어중간하게 떨어진 어중씨

어중간하게 다친 어중씨

 

어중간하게 병원에 누워

어중간한 치료를 받았대.

어중간한 어느 날 퇴원을 했는데

몸이 전 같지 않았대.

 

머리를 다쳤는지, 다리를 다쳤는지

걸음도 행동도 생각도 말도 느려졌대.

 

어중간한 어중씨는 더욱더 어중간해졌대

어중씨는 정말 좋았대.

 

 

걸음도 행동도 생각도 말도 느려졌는데 어중씨는 그저 좋기만 합니다. 어중씨는 자신의 건망증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많아서 수시로 생각들이 들락날락거려서 기억의 창고에 구멍이 났기 때문에 건망증이 생긴거라고요. 그래서 어중씨는 이러한 생각으로 자신의 건망증을 극복합니다. 참 대단한 어중씨입니다.

 

 

 

어중씨는 도야마을로 가는 고개를 넘다가 깜박 잠이 들기도 합니다. 완만하게 구부러진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숲 사이 오솔길을 선택하다가 잠시 쉬어간다는 게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깬 어중씨는 천 살이 넘었다는 세 명의 아저씨들을 만납니다. 백 살도 아니고, 천 살이 넘었다니? 아저씨들은 도깨비인걸까요? 귀신인걸까요? 아저씨들은 어중씨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 조르고 어중씨는 스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가사집에도 스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바보스님 이야기

 

누더기를 몸에 걸친 스님이

한 집에 들어가 먹을 것을 구했대.

 

불쌍하게 여긴 주인이 부엌으로 간 사이

집오리가 옥구슬을 삼켰대.

 

먹을 걸 가져온 집주인은

옥구슬 없어진 걸 알고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하며

스님을 광에다가 가두었대.

 

주인이 재차 닦달해도

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대.

구슬을 내놓지 않으면

스님의 배를 갈라서 확인한대도

스님은 아무 말도 않았대.

 

집오리는 밤새 배를 앓았대.

스님은 밤새 오리 밸 어루만졌지

다음날 오리는 똥을 누었고

거기에서 옥구슬이 나왔대.

 

어딘가 어중씨를 닮지 않았나요? 바보스님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들은 스님을 바보스님 혹은 대단한 아저씨 등으로 칭하며 옥신각신합니다. 어중씨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구요. 그리고 오래된 아저씨들과 친구가 됩니다. 

 

 

아저씨들과 헤어지고 나서 어중씨는 헤어진 자리에서 마님과 길동이를 만나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읍내 장에서 산 털신과 오공본드와 갈대 빗자루, 강아지 길동이, 그리고 마님과 도야마을로 향하는 어중씨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잘 가. 오래된 친구들.

  어중씨가 보름달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길동이를 쓰다듬으며 오공본드과 갈대빗자루, 털신을 마님에게 건넵니다.

   (중략)

  촘촘히 보석을 박아 놓은 듯 밤하늘의 별이 반짝입니다. 별들이 모두 일어나 어중씨 부부와 길동이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p.176

 

최영철 작가님의 자전적인 성장소설인만큼 시에서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어중씨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요.

 

무위_최영철

 

그냥 하는 거 좋다. 고갯마루까지 가보는 거.

누가 오나 안 오나 살피는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그냥 하는 거 좋다. 마을 어귀까지 가보는 거.

점심 먹은 거 소화시키는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강물은 좀 불어났나. 건넛마을 소들은 잘 있나.

그런 것들 살피는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주머니 손 찔러 넣고 건들건들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주머니 손 찔러 넣고 건들건들', '그냥 나갔다 오는 거'라는 구절만 봐도 버스를 놓치고 휴대폰을 물에 빠트리고, 뚜벅뚜벅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어중씨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나요? 더운 여름, 바쁜 일은 잠깐 내려놓고 꼬불꼬불 모르는 길들을 어중씨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중씨 이야기 - 10점
최영철 지음, 이가영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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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인턴 미르입니다.

 

아침저녁으론 제법 더위가 가셨다곤 하는데 낮에는 여전히 햇살이 뜨겁네요. 겨울이 되면 또 더운 여름을 찾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여름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시원한 지하철을 나와 문우당 서점까지 잠깐 걷는 거리도 엄청 뜨거웠거든요.

 

부산에서 사신 분들이라면 책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문우당 서점은 한번 이상 들어보셨을 거예요. 올해로 61년차, 연세 지긋하신 부산 토박이 서점이니까요. '문우당 서점'이라는 버스 정류장까지 있을 정도니, 상징성은 말 안해도 다 아시겠죠?

 

문우당 서점은 저처럼 남포역 1번출구로 나와 뜨거운 햇빛 맞으며 걸어오시지 마시고, 남포지하쇼핑센터 11번 출구로 나오시면 편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뒤편에는 부산의 3대 빵집 중 하나인 비엔씨 본점도 있네요.

 

 

 

 

2층에 있는 서점이라 규모가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자마자 가장 눈에 띤 건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지도였습니다.  먼저 하던 일을 마치신 대표님께서는 사과맛 요구르트를 주시며 인터뷰에 앞서 오히려 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요. 알고보니 저희 학교 동문이셨습니다. 그래서 교지를 가져와 대표님께서 나오신 부분을 펼쳐 보여주셨습니다.

 

 

1988년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문우당의 역사를 함께 이어가고 계시다고 합니다. 반세기를 보낸 문우당 서점을 100년까지 기약하신다고 하시는데요. 많은 지역 서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에도 어떻게 서점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Q. 문우당 서점이라는 이름이 정겨웠습니다. 이름의 의미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글월 문(文)에 벗 우(友)자 잖아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모임 정도라고 하는데, 전 대표님께서 지으신 거라. (웃음) 옛날에 무슨 당 하고 이름을 많이 지었잖아요. 고려당 빵집처럼. 옛날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다보니, 저희 전 대표님께서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그런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리, 그런 뜻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Q. 문우당 서점의 역사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문우당 서점은 1955년도에 전 대표님께서 다섯 평으로 시작하셨어요. 55년도 같으면 6.25 전쟁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대잖아요. 그러다보니 종이라는 것이 굉장히 귀했어요. 새 책, 헌 책이 불분명할 정도로 그냥 책이 있다 하면 판매가 되던 그런 시대였어요. 당시 범내골에 혜화물리학원이 있었는데, 그 근방에서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 뒤 자리를 한번 더 옮겼다가 70년대에 남포동으로 이사를 왔죠. 그 당시에도 열 평 정도로 시작하셨어요. 그 후로도 장사가 되면 조금씩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며 120평까지 확장을 했어요. 그러다 2010년도에 길 건너편(옛 문우당 서점 위치)으로 옮겨갔어요. 그 당시에는 저희가 지하부터 5층까지, 총 6개층을 서점을 했어요. 400평 정도 됐을 거예요. 그때가 아마 서점으로서는 최정점을 찍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부터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면서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되고, 할인판매 등으로 경쟁이 힘들어졌죠. 그래서 2010년 말, 시월에 매장을 축소하고 제가 대표가 되었어요. 2011년에 지금 있는 자리로 매장을 줄여서 오게 됐습니다.

 

 

Q. 폐업 결정이 난 서점을 승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당시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음, 좀 전에 매장을 축소했다고 하지만 사실 폐업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그 당시 가장 핫이슈가 한 달 전, 동보서적이 문을 닫게 된 것이었어요. 한 달 만에 저희 서점이 문을 닫는다고 하자 부산에서 문화 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죠. 물론 저희 직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직원들로선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어요.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까요. 그 시점이 됐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더 이상 무리라고 생각했었고. 내부적으론 그랬지만 외부적으로는 55년 된 문우당 서점이 없어진다는 것에 아쉬움이 굉장히 컸었죠. 서점이 하나 없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서점이 아니라 문화의 공간, 추억의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됐죠. 전 대표님께서 안 하기로 하시면서 ‘누가 한 번 해 볼래?’ 라는 말이 나왔어요. 사실 그 말이 나왔을 때 선뜻 나서기는 힘들었어요. 장사가 안 되서 문을 닫는 건데, 그나마 있는 그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줄여서 해야 하는데. 큰 것도 안 되는데 작은 게 될 것이냐. 그렇다하면 문우당 서점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네임벨류, 문화적인 추억,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도와 해양 도서를 보유한 대표적 매장에서 어떻게 잘 운영해보면 되지 않을까. 이런 계산을 하고 시작을 하게 됐죠. 그래서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승계 받게 됐죠.

 

 

 

Q. 정말 어려운 결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들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특별한 전략이 있나요?

 

A. 전략이라는 건…… 제가 시작한 동기와 똑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기에 일반 서점을 냈다면 1년을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처음에 시작했던 해양 도서나 지도를 특화시켜서, 예전보다 30%정도 더 많이 구비를 했어요. 지금도 꾸준하게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고. 그런 전문성을 가지다보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지도나 해양도서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점에서도 없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분명이 큰 장점이지 않을까. 이때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5년 넘게 잘 버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나요?

 

A. 사실 일반 분들을 그렇게 많이 안 오세요. (웃음) 아무래도 해양에 관련되신 분, 선박 회사에 종사하시는 분, 해운 쪽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죠. 또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하신 분들도 많이 오시죠. 오셨다가 일반 도서도 있네, 해서 구매해 가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 외 옛날 문우당 서점에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가끔 오시기도 해요.

 

 

 

Q. 오래된 서점인만큼 지역 사람들이 문우당 서점에 관한 많은 추억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출판사와 책, 그리고 손님들이 거쳐 갔을 텐데, 서점과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저희가 매장을 옮기고 나서 많은 분들이 오시는데,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이 ‘왜 이리 작아졌어?’. (웃음) 저도 그래요. (웃음) 그러시면서 ‘내가 옛날에 단골이었는데.’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저희들이 문 닫기 직전에 기억에 남는 분들이 몇 분 계시죠. 오셔서 일부러 사진도 많이 찍어가셨고, 당시 책갈피를 나눠드렸는데 책갈피를 모아서 가시는 분들고 계셨고, 저희 직원 손잡고 눈물을 흘리던 분도 계셨어요. 젊은 남자분이셨는데 울먹이면서 자기가 군대에 가 있어서 못 와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하셨어요. 그분이 가장 기억에 크게 남아요. 이 쪽으로 건너오고 나서는 부민동에 사시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분이 매달 잡지 두 권 사러 일부러 오세요. 그 외에도 옆에 큰 서점이 있지만 저희 서점에 추억을 가지고 계셔서 일부러 책 사러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지하상가에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장님 한 분께서도 없는 책은 미리 주문해서 받아 가시기도 해요. 고마운 분들이죠.

 

Q. 홈페이지 하단에 보니 해광출판사가 쓰여 있었습니다. 해사 수험서 전문 출판사인 것 같던데, 혹시 관련이 있으신가요?

 

A. 네, 저희 서점 자회사죠. 옛날에 전 대표님께서 해문출판사를 운영하시다가 다른 분께 인계를 해드렸어요. 원래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문우당 서점에서만 팔았었어요. 그리고 제가 대표가 된 후로 사업적으로 새로운 부분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해광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내고, 그 책을 전국적으로 유통을 시키죠. 인터넷 서점이나 어디든 간에 저희가 만든 책이 판매가 될 수 있게. 저희가 아무래도 해양 쪽으로 전문적이다보니, 해양·수산 쪽으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관련 독자층이나 저자분들과 연계가 되어 있으니까요.

 

(찾아보니 수험서 위주긴 한데 시집을 한 권 내셨던데요.)

 

(웃음) 저희가 수험서가 많이 나가서 그렇지 해양 전문 서적도 내요. 하지만 해양 전문 서적은 판매가 좀 덜 되요. 수험서가 판매가 잘 되다보니 노출이 많이 됐을 거예요. 시집을 왜 낸거냐 하면, 사실 문학을 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자 구하기도 쉽지 않았죠. 그 시집을 낸 사람은 선장님이세요. (웃음) 저도 문학을 내고 싶었고, 선장님께서도 시집을 내고자 하시면서 또 해양에 종사하시는 분이니 잘 맞았죠. 하지만 많이 못 팔았어요. (웃음) 저희 출판사 뿐만 아니라 어느 출판사에 가던 시집은 잘 안 팔릴 거예요. 하지만 좋은 경험은 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또 내고 싶어요. 잘 되면 책 한 권 내세요. (웃음)

 

 

 

 

Q. 부산의 책 코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코너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A. 사실 단순해요. 서점이나 출판 사업은 문화 사업이잖아요. 문화나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은 생각을 좀 다르게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대전제가 있고요. 또 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서울의 3대 메이저 서점이 부산에 다 내려와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 지역의 서점으로서 부산다운 걸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매장을 옮길 때 이미 이 코너를 생각을 했었어요. 부산 작가들, 부산 출판사의 책들을 모아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부산 시민들에게. 손님들이 사고 안 사고는 그 다음 문제다. 문제는 손님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을 했죠. 인터넷 서점에는 당연히 이런 공간이 없고, 서울에서 내려온 서점들은 관심이 없죠. 그래서 부산에서 서점을 한다고 하면, 문화적인 무언가를 다지고 간다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사실 크게 판매가 되지는 않지만,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사회환원사업에도 많이 참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A. 저희가 매출의 1%를 기부를 합니다. 수익의 1%가 아니라.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저희가 매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큰 돈도 아닙니다. (웃음) 하지만 제 입장으로서 적은 돈은 아니죠. 제가 하는 이유는 딱 하나뿐입니다. 부산 문화에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죠. 부산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작으나마 분명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희가 불우시설에 매월 일정하게 지원을 하고, 부산 문화 쪽에 관련된 단체에도 지원을 하구요. 학교에도 지원을 합니다. 또 1년에 한 번씩 연극 제작과 후원에도 참여합니다. 불우시설은 어려우니까 지원하고, 문화단체는 저희가 문화 사업을 하니까 도와주고, 학교는 학생들이 있으니까 지원하고요. 연극을 왜 하냐 하면은 서점보다 더 열악한 곳이 연극쪽이에요. 그래서 같은 문화 사업 하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해서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협력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어서 작년부터 방법을 바꾸었어요. 저희 서점으로 책을 두 권 가져오면 연극을 할인해서 볼 수 있도록. 그 책들이 모이면 서점에서도 같은 수량을 함께 모아 시설에 기부하는 거죠. 작년에도 했었고, 올해도 지난주에 했었는데 모은 책을 조만간 기부를 할 거예요. 사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문화라는 것이 꾸준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Q. 전국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지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색 있는 지도나 지도 관련 책 하나 추천해 주시겠습니까?

 

A. 저희가 국내 지도도 많지만 수입 지도도 많아요. 사실 수입 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요. 언제 팔릴지도 모르고, 반품도 안 되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안하면 할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또 국가에서 나오는 지형도 같으면 별로 남지도 않아서 이 자리에 차라리 책을 가져다 놨으면 더 많이 팔 수가 있는데 하는 고민이 있긴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철수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부산에서 이 지도를 파는 곳이 여기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다면 시민들이 3100원짜리 지도 한 장 사기 위해서 서울에 주문을 해야 하고, 또 지도라는 특성이 있어서 안 보고 사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사실 지도는 봉사에요. (웃음) 지금까지 문우당 서점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한 봉사에요.

저희 지도 중에서 특색 있는 지도는 거꾸로 된 지도가 있어요.

 

-대표님께서 지도를 직접 보여 주셨습니다.

 

일반적인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앞을 육지가 막고 있는 느낌이죠. 하지만 이 지도를 보면 바다가 앞으로 보여요. 폐쇄적이기 보다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는 지도에요. 이것이 뭐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달리 해보자는 거죠. 이렇게 보니까 바다가 굉장히 넓어 보이잖아요. 그 외에

 

-일반 세계지도를 보여주십니다.

 

이건 저희가 만든 건 아니지만, 국기가 모두 들어가 있고 또 좌표가 있어요. 예를 들어 앤티가바부다(카리브해의 섬나라)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단 말이에요. 하지만 이 X5라는 좌표를 찾아가면 쉽게 찾을 수 있죠. 또 국가와 수도명이 한글과 영문으로 들어가 있어요. 학습용으로 괜찮은 지도인 것 같아요.

 

 

Q. 해양문학이나 여행 관련 서적도 많이 취급하시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추천해주실 만한 해양 관련 책이 있을까요?

 

A. 사실 해양이라는 자체가 어렵습니다. 해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배거든요. 배는 과학입니다. 기계부속품들이 모여서 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렵고, 배를 탄다는 자체도 힘들죠. 그래서 쉬운 책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해양에 관련된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쉬운 책들이 몇 권 있긴 있죠.

 

-또 직접 보여주시러 가십니다.

 

      

 

 

산지니에서 나온 이런 책 (『날짜변경선』, 소설, 유연희 저) 괜찮잖아요. (웃음) 저는 이 책, 『마도로스가 쓴 77가지 배 이야기』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분이 지금은 공무원이 되셨는데 배에 관해서 굉장히 쉽게 쓴 책이에요. 상당히 잘 만들어졌어요. 다음에 제가 책을 만든다면 이런 책을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아, 난 이거 물어볼 때 제일 난감한데. (웃음) 어쨌든 간에 예전처럼 매장이 큰 것도 아니고 많이 줄어들었는데, 옛날 문우당 서점을 생각하고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지금 오시는 분들께 옛날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할 거고, 또 지역에서 무언가를 하시는 사람들, 서점이든 출판사든, 이런 분들께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옛날보다 크기도 작아지고 2층이라 접근성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여러 손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선박, 조선에 관련된 전문 서적을 찾으시는 분, 지도를 사러 오신 분, 아이와 함께 책을 사러 오신 분. 이 분들 외에도 여러 손님들이 다녀가셨고, 개중에는 젊은 손님들도 생각보다 종종 계셨습니다.

 

바쁘신 것 같아서 어서 자리를 비켜드리려고 하자, 제게 세계 지도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키가 제 허리만한 커다란 지도라 아직 펼치지는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자리를 만들어서 펼쳐놓아야 겠습니다.

 

원하는 책이 없다면 주문해서라도 구비해놓으시니

남포동에 갈 일이 있다면 추억의 정취를 느끼러

문우당에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터넷 문우당 서점

http://www.munbook.co.kr/shop/main/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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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남포동4가 2-4 | 문우당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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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밀키입니다. 저는 어제 오후 독립출판물 서점 책방숲을 찾았습니다.

 

‘독립 출판’은 소규모 출판, 1인 출판 등으로 불리며, 개인, 혹은 소규모의 인원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기획부터 제작, 유통 전반을 스스로 진행하는 과정의 결과물을 말합니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제작·출판하는 독립출판물은 출판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부산에서도 이러한 독립출판물서점이 몇 군데 있는데요. 그 중에서 올해 문을 연 책방숲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책방숲을 찾기까지 조금 헤멨지만 예쁜 간판과 가득한 책들을 보고 이곳이 책방숲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책들과 식물들이 더위에 지친 저를 반겨주는 것 같았어요!

 

 

 

 

책방숲을 밖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책방숲은 온천천거리에 있는 작은 서점인데요. 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를 겸하면서 디자인서적, 예술서적위주에 소규모 독립출판물들을 파는 서점입니다.

 

 

 

 

각종 잡지와 책들이 보이시나요? 직접 제작한 에코백이나 책방숲 프로젝트 <그 문장으로부터>의 결과물들을 팔기도 합니다. 또한, 소소하게 여러 가지 프로젝트와 이벤트들도 열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기도 하고,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인터뷰는 두 분의 공동대표님께서 응해주셨습니다.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책방숲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책방숲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숲이 운영하는 소규모 서점입니다. 온천천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디자인서적 예술서적 그리고 독립출판물 위주의 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Q2. 독립출판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방숲을 운영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부터 서점을 열 계획은 없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뭔가 작업실로 쓸 공간을 찾아다녔죠.

독립출판물의 매력은 판에 박힌 형태와 내용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운영하고 있는 저희 두 사람 모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인쇄매체를 자주 접하다 보니 종이라는 물성과 책의 내용을 대변하는 외형으로서의 책 제작에 관심이 늘 있었습니다. 우리가 참고할 서적들의 구매가 잦았기에 결국 참고할 서적들도 구비할 겸, 작업실을 우리의 서재 겸 서점으로 꾸며보자 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산에는 독립출판서점들이 많이 없었고 디자인과 예술서적들을 다루는 소규모 서점은 더더욱 없었죠. 그런 아쉬움을 우리 스스로가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Q3. 책방숲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그 문장으로부터>가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참여자 각자 한 문장을 선택하여 책, 다이어리 등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에피소드나 힘들었던 점이 있으신가요?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자책의 시대에 종이책의 삶이 지속되려면 어떤 식의 방식일까? 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종이를 사랑하며 종이책을 판매하는 소규모 서점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책의 여러 방향성에 대한 고민들과 그를 위한 실험은 저희가 앞으로도 주되게 다루어야 할 것들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속적인 종이책의 실험을 위한 콘텐츠의 생산도 하나의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드러내고자 하는 텍스트가 있고 그 텍스트의 맥을 명확히 인지하여야 적합한 외형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하여 작업자 스스로가 다른 이의 의견도 듣고 또 다른 리서치를 통해서 새로운 콘텍스트를 전개 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차에 부산아트북페어-프롬더메이커즈가 진행되어 결과물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기간이 한 주 정도 앞 당겨졌지만 참여자 5명의 결과물로 책4가지와 다이어리 1가지가 나왔습니다. 이것으로 1기가 막을 내렸고 내년에 2기도 모집할 계획입니다. 1기의 결과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저희 책방숲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블로그 링크: http://blog.naver.com/forest_books

 

Q4. 독립출판물만의 매력과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담을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큰 것은 그 다양성에 있다고 봅니다. 기성 출판물과는 많이 다르지요.

 

Q5. 디자인서적, 기행서, 인문예술잡지, 건축 잡지 등 책방숲에서는 다양한 책이 판매되고 있는데요. 입고하실 때 책을 선별하시는 특별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저희의 관심사인 디자인서적, 아트서적위주 그리고 소규모 독립출판물들 위주로 선별하고 있고, 그 외에도 저희가 구비하고 싶은 대형 출판사의 서적들도 구비하고 있습니다. 2016년 3월에 서점을 열어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선별기준은 조금 더 지나봐야 명확해 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6. 2016 부산아트북 페어 프롬더메이커즈(FROM THE MAKERS)에 책방숲도 참여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독립출판 시장이었는데요. 참여하신 소감과 후기를 듣고 싶습니다.

 

-부산에서 처음 하는 행사에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저희가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항상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지내다가 이런 행사에 판매자로 참여하게 되는 경험이 낯설면서도 즐거웠고요. 또 타 지역에 계셨던 분들과는 늘 이메일만 주고받았었는데 직접만나 교류하는 경험도 좋았고 다른 분들의 작업을 보며 에너지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의 취향도 확인할 수 있었던지라 얻은 것이 많습니다.

 

 

(△2016 부산아트북 페어에 참가한 책방숲의 모습.)

 

Q7. 책방숲에서는 독립 출판물 서적만 판매하지 않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북클럽, 아티스트 토크, 공연 등 여러 가지 이벤트를 다양하게 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송진희씨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삶과 젠더폭력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고 들었는데 그 반응과 후기가 궁금합니다. 또 다음 이벤트의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주기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것은 책방숲[아티스트 토크]입니다. 다른 이벤트들은 명확한 계획은 없습니다.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저희의 작은 공간에서 참여 작가의 이야기를 가깝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느낄 수 있는 예술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경험이 되길 바라며 또 한편으로는 디자이너들과 또 다른 창작자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송진희 작가님의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사회에서 공론화되기 어려워 인권의 영역에서는 가장 외곽에 있을 수밖에 없는 성매매이슈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성매매 집결지인 미아리의<더 텍사스 프로젝트>에서 작업을 하고 오신 송진희 작가는 여러 성매매 집결지의 이미지들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상업화된 도시공간과 늘 함께 존재하지만 의식하지 않는 이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는 그 유령 같은 장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이는 우리사회에서 가볍다면 가볍게 무겁다면 또 무겁게 일어나는 젠더 폭력들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토크를 들으러 오셨던 분들의 반응도 뜨거웠고 저희 책방숲 운영진들도 매우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차 후 진행될 아티스트 토크의 작가는 미정이지만 10월 안에 한번 또 계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지역의 작가들 그리고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입니다.

 

Q8. 특히 추천하고 싶으신 독립출판물이 있으신가요?

 

-<섞어짜기—나만의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실용서는 많이 없어서 늘 목말라 있던 분야의 책이라 추천합니다. 현업에서의 활발히 활동하는 다섯 디자이너의 생각과 방법을 담은 책이라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섞어짜기—나만의 타이포그래피> 문장현, 정재완, 심우진, 이경수, 최성민 / 디자인 : 심우진 / 활자공간 /20,000원

 


 

<글꼬라지0호> 이 서적도 마찬가지 서체,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책입니다. 젊은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서체 실험과 생각들이 담겨진 매거진입니다. 1호도 곧 발간될 예정입니다.

노을, PRS, 최정미, 윤만세, R, S, 정영훈 / 글꼬라지 / 6,000원

 

 

 

<전환극장> 여성주의 작가인 정은영작가의 2015년도 전시<전환극장>의 동명의 책입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여년에 걸친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종합하고 정리한 것입니다. 최근 책방에서 있었던 송진희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와 맥을 함께하는 부분이 있어 추천합니다.

정은영 외 5인 | 포럼에이 |25,000원

 

 

 

Q9. 독립출판서점을 운영하시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이 있으신가요?

 

-힘들었던 점은 재정적인 부분입니다. 저희는 스튜디오를 병행하고 있어서 그나마 좀 다행이지만 책을 판매하는 수익만으로 살아남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장점은 저희가 필요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들을 나의 의도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Q10. 다른 독립출판서점과는 다른 책방숲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저희는 그저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매력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일 것 같네요.

 

Q11. 앞으로 꿈꾸시는 책방숲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취업난이 심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많이 나가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저희 서점이 그러한 현상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확히 규정된 일자리가 꼭 행복을 주진 않습니다.

 

 

Q12.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책방 놀러오세요!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책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규모가 작음에도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열된 책들을 둘러보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미술, 디자인 관련 책들과,

 

 

 

시집, 소설책, 만화책, 영어동화도 보이고요.

 

 

 

 

 

건축, 영화, 미술 관련 잡지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책이 많아서 그런지 무척 재미있었어요.

 

편하게 있다가 가시라며 이런저런 책 이야기도 나누고, 카탈로그와 차까지 대접해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다시 방문하고 싶네요.

인터뷰에 열심히 응해주신 책방숲, 감사드립니다.

 

 

 

 

 

 

 

 

 

책방숲(Forestbook & Studio)

 

 

예술 서점/독립출판물 서점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천로 431번길 25-1 (안락동)

 

화-금 11:00-20:00

토 13:00-20:00(일-월 휴무)

 

070-8869-5690

www.inaforest.org

www.facebook.com/forestbooks431

www.instagram.com/forestbooks_studio

http://blog.naver.com/forest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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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인턴 밀키입니다. 지난 8월 23일, 산지니 출판사에서 오영이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핑크색을 좋아하고 키티가 가진 유치한 분홍색을 좋아해서 키티매니아라고 소개하시며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진지하고 유쾌하게 진행했던 인터뷰였습니다. 질문지를 보시고는 마음에 든다고 보내달라고까지 하셔서 인터뷰하는 저도 기분이 업 되었답니다.

 

 

 

2011년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소설집에 이어서 올해 칠월에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이 출간되었는데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된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황혼의 엘레지」, 「마왕」, 「핑크로드」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며 소외된 약자들과 사회의 현실을 특유의 문체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주로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의 소설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었습니다.

 

 

Q1.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에서는 프라이팬은 한국에 와서 세 가지 사건을 겪게 되고 공터에 버려지게 됩니다.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잡은 사람들은 불화가 생기고, 다리를 잃고, 동반자살을 하는 등 비극적인 상황을 겪습니다. 프라이팬은 ‘내 손잡이를 잡으며 온화한 미소를 짓던 사람들 중에 행복한 사람을 아무도 없었다.’고 회상하는데요. 작품 속 주인공인 프라이팬에게 불행한 운명을 안겨준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독일이라는 공간을 염두에 둔 이유는 우리나라가 개발 붐이 일기 전, 60년대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대거 파견 보냈죠. 사회적 맥락에서 보자면 차관을 끌어오기 위한 인적 담보였어요. 독일 입장에서도 자국민들이 하기 힘든 열악한 일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맡기기 위함이었어요.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간 이유는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한강의 기적을 이룬 그들, 그러나 그들은 과연 행복한가? 라는 생각에서 이 소설이 출발했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한국사회는 행복해요?

 

(행복하다고 딱 집어 말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 보자면 빈약한 정신성, 영혼. 이것에서 오는 괴리감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고 느꼈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광산 출신의 후라이팬이, 이후에 한국에 가서 과연 행복한가를 보고 싶었죠. 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청년층도, 중년층도, 노년층도 후라이팬 눈엔 행복하지 않았어요.

 

Q2. 「마왕」에서는 모차르트의 곡 <마왕>이, 「핑크로드」에서는 비더버그 감독의 영화이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인 <엘비라 마디간>이 나오는데요. 작가님은 소설을 쓰실 때 영화, 음악, 역사 등에서 영감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저도 음악도, 미술도 몰라요. 단지 지금까지 해온 건 읽거나 쓰는 것 외엔 없어요. 음악에 대한 상식도, 지식도 없지만 제 나름의 벼리어진 감성이 있달까, 음악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원초적인 감성으로 제가 작품으로 연결하는 거에요. 예를 들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같은 경우도 영화의 서사에 집중해서 봤지만 갑자기 음악이 들리더라구요. 제가 멜로디에 매료가 된 거겠죠. 그리고 늘 따라다니며 이것을 소설로 쓰고싶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한 장면. <출처: 구글 이미지>)

 

「마왕」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워낙 좋아해요. 한때는 제가 자식만 아니었으면 충무로에 가서 조명드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생각할 만큼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할 때도 영화를 텍스트로 많이 사용해요. <엘비라 마디간>은 집에서 비디오로 봤습니다. 애들 재워놓고 봤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에요.

역사와 서사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 장르가 제게는 영감을 주는 거죠.

 

Q3. 작가님의 소설을 보면 제도적 억압, 사회적 통념, 강자의 폭력 등 벽에 부딪힌 사람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시는데요. 그리고 인물들은 견디고 절망하고 좌절하면서 끝을 맺게 됩니다. 때론 갈등이 풀리지 못한 채로 소설이 끝나기도 하고요. 이렇게 갈등의 해결을 보여주기보다 인물이 처한 현실과 갈등상황을 보여주시는 방식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소설가의 역할이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소설가의 역할은 내 일이 아니니까 넘어가버리기 쉬운, 하지만 직시해야 할 사건을 표면화시키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내 일이 아니지만 사회의 사각지대에 숨겨지거나 누군가가 은폐한 일을 드러내려고 하죠.

저는 나이를 물으면 스물아홉이라고 대답하죠. (웃음) 20년 전에 스물아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물아홉이라고 하면서 청년은 아니지만 청년의 실업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느끼려고 하고 노년은 아니지만 단지 늙음으로부터 오는 박탈감이 아닌, 경제력과 건강의 상실, 정서적인 위기감을 드러내고 싶었고요. 그 다음에 위기청소년문제, 원조교제라던지 벼랑으로 몰려있는 학교 밖 아이들 얘기를 표면화시키면서 같이 공감하고자 하는 것이 제 소설의 주된 목표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회적인 공범의식이에요. 벼랑으로 몰려있는 아이들의 문제가 과연 이 아이들만의 문제인가. 그것을 방관하거나 벼랑으로 몰아넣고 있는 기성세대들은 공범이 아닌가 이런 걸 좀 강하게 묻고 싶었죠.

해결점을 제시하기보다는 문제를 표면화시키는 면에서 그치는 것이 소설적인 완성도를 높이면서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결말을 보였습니다..

 

Q4.「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의 성여사와 아들간의 에피소드를 보면 오늘날의 교육현실이 생각 나 안타까웠습니다. 학벌사회,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시대에 성여사는 아들의 교육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고 아들은 자신의 개성도 잃은 채 기계적으로 공부를 합니다. 작가님의 이전 소설집의「잉글리시 존」에서는 ‘지섭’이라는 인물을 통해 철저히 위계화 되어 있는 교육현실을 보여주셨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런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입장,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위기감과 회의감을 느끼고 있어요. 말하자면 저는 위기청소년의 엄마에요. 큰아이는 전과 4범이고, 작은아이는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셋이 모이면 그런 얘기를 해요. 큰아이는 문제아, 작은아이는 장애아, 엄마는 이혼녀. 우리 셋이 모이면 진짜 잘 놀고 있다 이런 말을 해요.

개인적으로 결함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회적인 잣대로 볼 때 커다란 결함이라는 것을 갖고 있는 게 우리 가족사이다 보니 그 가족사는 교육현실과 결부돼요.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 대한 편견, 그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서 위기로 몰리는 교육 현실. 이런 것들을 강하게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저수지에 사는 고래」,「잉글리시존」「터널」에서 나왔듯이 한번 발을 잘못 디뎠더니 돌아올 수 없는 위기로 가고 있는 청소년 얘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걸 기성세대들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범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벼랑으로 밀어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현실, 사회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누구나 그런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죠..

 

Q5.「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을 읽으면서 프라이팬의 관점에서 관조적으로 볼 수도 있었고,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된 프라이팬의 슬픔을 보면서 같이 동화될 수도 있었습니다. ‘프라이팬’이라는 사물의 관점으로 글을 쓰게 되신 계기와 프라이팬의 수많은 종류 중 독일 베른데스사의 삼중바닥 프라이팬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일 처음 염두에 둔 것은 테팔이었어요. 그 제품이 되게 비싼 걸로 차별화됩니다. 굳이 비싼 걸 하게 된 건 거품, 허영 이런 것들을 프라이팬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허영을 드러내고 싶었고요. 싼 프라이팬과 비싼 프라이팬은 분명 차이가 있지만 가격이 그만큼 차이날 만큼 성능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비싼 것을 구매하는 이유는 허영 때문이겠죠. 주부로서의 정체감을 상실한 사람들은 주방기구에 돈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허영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고요.

비싼 프라이팬에 대한 자료수집을 하다보니 베른데스사의 베른데스라는 이름이 눈에 포착됐어요. 나치즘과 2차대전과 관련있는 사람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었지만 소설이므로 성씨에서 집안 내력을 가져오면 상징성을 부여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자료를 찾아서 쓸 때는 기본적으로 정확해야 하고,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가져와야 합니다. 비싸다는 이유로 테팔을 쓰기보다는 베른데스는 비하인드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프라이팬이라는 사물의 관점에서 쓴 이유는 일단은 차별화 되고 싶었어요. 사물의 눈을 통해 서사를 전개해 가는 방법도 낯선 방법도 아닐 거예요. 익숙한 방법도 아니지만 전혀 새로운 방법도 아닐 거에요. 사물의 입장을 쓸 때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객관적인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정확하게 보기에는 사물이 적합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의 표지)

 

Q6. 작가님께서는 블로그에서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제목으로 김용대, 신홍직, 구명본, 류승선, 네 화가들의 소소한 일상을 연재하셨는데요. 소설가이신 작가님이 화가 분들의 일상을 그려내는 것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작가님은 여러 분야에 폭넓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계시는 만큼 작가님의 행보를 기대하는 독자도 많으리라 예상됩니다. 연재나 작품 등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신가요?

 

-우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작가로서의 계획은 작품을 열심히 쓰는 거지요. 좀 두루뭉수리하게 말하자면, 밥벌이에 투자하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작품 쓰는 시간을 벌겠다는 거지만 현실이 그걸 허락하지는 않을 것 같고... 저는 장편을 쓰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 작품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편은 누구나 평생 한 편은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인생이 소설 아닌 사람이 없으니 말이죠.

그러나 단편의 압축과 절제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는 작업은 작가가 아니면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장편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작가로서의 장기계획이고 3년 안에 또 한 권의 소설집을 내겠다는 것이 단기계획입니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사실 돈을 벌려고 시작했지만, 돈보다는 그림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유럽에 3주 동안 가 있었는데 한 거라고는 베를린 한국문화원 원장 만나서 책을 주는 것과 보훔대학 교수 만나는 것 뿐이었어요. 독일어도 서툴렀고, 하우스 매니저도 영어도 못했어요. 원하면 돌아다닐 수도 있었지만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하루 파리 루브르에 가서 하루종일 있었어요. 또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하루종일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니까 ‘아가씨와 건달들’을 연재하면서 그림과 화집을 보게 되었더라구요. 그러면서 모네 작가에 빨려드는 계기가 되었고 얼른 미술관에 가서 모네를 봐야지 하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수련이 있는 풍경속에 있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그린 그림이 주는 위압감과 함께 직접 보고 있는 느낌 때문에 그 앞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보다 오히려 오르세 미술관의 모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보냈네요.

 

Q7.「황혼의 엘레지」에서는 사회적 빈민 계층 문제, 노인들의 성 문제, 노인 복지의 취약성 문제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잘 드러나는 작품인데요. 노인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소설을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노년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원에서예요. 저는 17년동안 살림만 살다가 마흔 한 살에 대학원 국문과에 갔어요. 이혼을 하고 나니 나에게 가족도, 직장도, 연금도, 돈도 없고 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내 딴엔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객관적으로 내가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구나, 객관적인 스펙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위를 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위를 받으면 객관적 인정을 받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대학원에 갔어요.

남들이 가지 않는 선구적 입장을 좋아하는데, 그때 노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노년은 사회적으로 힘있는 노년이 될 텐데 그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헀어요.

그러다보니 논문 뿐만 아니라 소설로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존재이유는 아픈 사람들, 발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하고 기쁜 이야기는 굳이 소설로 안 써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건강하고 힘 가진 노인이 아닌 변방으로 몰려 있는 노인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 박카스 아줌마가 가장 절박한 노인이 아닐까 생각해서 썼습니다. 그것이 노인복지에 반영됐으면 하는 차원도 있었구요.

 

Q8. 매일 대부업자의 협박과 대출금 독촉 전화에 쫓기고, 자신을 위해 돈을 마련하다 혼수상태에 빠진 애인을 보면서도 신상치마와 가방을 사는 것을 멈추지 않는데요. 저는「마왕」에서 그런 여자의 행동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애정이 갔습니다. 화려함을 원하고 주위의 집중을 받고 싶으면서도 칙칙한 색을 고르면서 그것을 거부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제 자신과 닮아있다고 느껴져서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작가님과 닮아있거나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제일 잘 썼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마왕」입니다. 가장 자기화한 인물도 마왕의 여자주인공이구요. 사실 전 명품에 대한 욕구는 없어요. 선물받은 것이 있지만 밖에 들고 나가지도 않고요. 하지만 전 강한 면을 내세우려고 노력하는데 그 기저에 허약한 게 있어요. 학위로 저를 치장하려는 것이 자신을 명품으로 치장하려는 여자의 마음과 똑같았을 거예요.

마왕에 등장하는 여자가 갖고 있는 결핍감은 제가 바로 투영이 된 것입니다. 저는 「마왕」의 여주인공처럼 버림받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강한 억압을 받으며 자랐어요. 엄마가 너무 강한 모성을 지녀 내 의지를 발현하지 못했어요. 고3때까지 젓가락질도 못해서 포크만 쓸 정도였어요. 엄마가 젓가락질을 다 해줬거든요.

그래서 제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됐을 때는 억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바라는 엄마가 어쩌면 간섭하지 않는 엄마였을 것이고, 또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심리기저에는 남편이 없으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사실은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모성으로부터 받는 억압, 그게 「마왕」에서 버리고 간 엄마로 묘사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유년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이 동시에 저이기도 할 거예요.

 

(이 여자가 저랑도 좀 닮은 것 같았어요.)

 

그랬나요? 누구나에게 이런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저는 가끔 화려함이나 허세를 내세우면서도 정말 많이 슬퍼요. “나는 자신이 있어요.”, “나는 당당해요.”라고 말하지만 내 결핍을 덮기 위해서가 아닐까 느껴요. 내 빈 곳을, 더 강하게 느끼죠.

 

 

 (△열심히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오영이 작가님.)

 

Q9.「황혼 엘레지」의 안동댁 을 보면서 이전 소설집의「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의 ‘나’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에게 노트북을 사주기 위해 모르는 섬의 티켓다방으로 떠나게 됩니다. 「황혼 엘레지」의 안동댁 또한 자식의 빈 자리를 대신해 손자 태주의 도시락을 싸주기 위해 노인들에게 손을 타며 박카스를 팝니다. 가족해체의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눈물겹고 안타깝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특별히 이러한 캐릭터를 그리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황혼의 엘레지는 노년의 부박함을 써봐야지 그런 철저한 기획하에 썼구요. 제가 취재는 치열하게 했죠. 작품을 쓰기 위해서 취재는 정말 열심히 합니다.「마왕」을 쓸때도 저는 백화점 좋아하지도 않고 물건을 사지도 않지만 눈만 뜨면 열흘 정도 신세계 백화점 하루종일 살았었고요. 문 열때와 문 닫을 때 냄새나 소리가 달라요. 조그만 거 하나 탁 떨어트렸을 때 그 반향이 돌아오는 소리도 다르구요. 사람들이 막 휘젓고 지나간 다음과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을 때의 백화점 직원의 표정도 달라요. 전 그런 걸 관찰하면서 하루종일 백화점에 있었구요. 거기서 묘사되는 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저는 취재를 열심히 합니다.

 

(「황혼의 엘레지」도 인터뷰 하셨어요?)

 

「황혼의 엘레지」도 성지공원에 가서 노인들을 계속 취재를 했어요. 할머니들이 거기 나온 목적이 돈이 궁해서 왔으니까 박카스 한 병 마시면서 아줌마도, 여사님도 한 병 드세요 하면서 2만원 주면서 하니까 저와 이야기를 피하지는 않죠. 그래서 이런저런 박카스 아줌마를 암남 공원에 있을 때, 용두산 공원에 있을 때 만난 아저씨들 얘기, 할아버지들 얘기도 듣으면서 제가 취재를 했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 사실 다 가족이에요. 아마 여러분도 가족을 떠나서 본인을 생각하기가 힘들거에요. 가족을 이끌어가야할 가장의 위치가 아니더라도 1인 가족도 가족이니까 내 스스로 나를 돌보는 건 또 달라지죠. 그랬을 때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모든 소설이 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만 작가론적인 차원에서 결부시켜 이야기를 하자면 전과 4범과 장애 가진 아이를 혼자서 키우면서 부부가 나누어서 맡아서야 할 일을 혼자서 했으니까 자연히 이게 작품으로 드러났을 것이고 피해갈 수 없었겠죠. 이렇게 그리는 이유는 제가 희생을 통해 오십년을 살았으니 이런 걸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Q10.「핑크 로드」를 보면, 주인공과 외사촌 사이의 금기시되는 격정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주인공은 사촌의 사기행각으로 인해 회사의 뇌물 수수에 배임, 횡령사건에 휘말리지만 끝까지 그녀를 변호합니다. 그러나 사촌은 그의 사랑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라고 하면서 거리를 보이는데요. 이러한 인물 간의 관계와 상황을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까 가장 닮아있는 인물이 마왕에서의 여주인공이었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주인공이 「핑크 로드」의 ‘나’에요. 계속 나이자랑이지만, 오십 년을 살면서 사랑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겠어요? 스무 살부터 그 이후의 인생에 있어서는 사랑이라는 건 피해갈 수 없는 가장 빈번한 사건 중 하나일 거예요.

주위에서 "네 소설은 너무 읽기가 힘들고 불편해. 너도 연애소설 한 번 써보지?"라는 말을 들었어요. '나라고 못 쓸 일이 있나. 내가 한 두 번 연애해 본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에서 순수한 연애에 관한 소설을 써봐야지 하고 시작한게 「핑크 로드」에요.

근데 별로 연애가 없었죠?(웃음) 흔히 하는 말로 '캐릭터를 창조해 놓으면 그 뒤를 밟아가는 게 작가의 역할이다.'라는 말이 있죠. 식상하게 들렸지만 「핑크 로드」를 쓰면서 제가 그랬어요. 처음에는 순수한 사랑, 사랑의 위대함을 쓰고 싶었어요. 사랑 때문에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핑크녀(여주인공 별명)의 캐릭터가 너무 강하고, 그녀의 과거에 집착을 하다보니 '이 여자가 사랑으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을 배신하고 이용해야 겠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남자가 더 부각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가장 강렬한 계기는 오페라 <카르멘>이에요. 한 여자를 사랑함으로서 현실적으로 끝없이 몰락해가는 호세를 보면서 '이런 사랑 이야기 한 번 써봐야지.' 했어요.

핑크녀는 사랑을 하지 못하고, 남자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 여자를 사랑했지만 결국 해줄 수 있는 게 없더라구요. 한마디로 사랑이 얼마나 무능한가,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작용하지 못하는가, 인생에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이런 얘기가 되어버리더라구요.

사실 저는 열 살 연하의 남자와도 연애를 해봤고, 저보다 스물 세 살 많은 남자와도 연애를 해봤어요. 그런 사랑에서도 엄청난 열정을 불태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내게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그런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저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그런 건조한 사람이 되어버렸고,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도 사랑은 무능한 것이다. 그런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웃음)

 

Q11.「마왕」에서 화사한 오렌지색 스커트가 오래 시선을 끈다는 이유로 검정색의 꽃무늬 스커트를 샀던 여자가 마지막 부분에서 오렌지색 스커트를 움켜쥐고 계산대로 향하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여자를 둘러싼 상황이 극적으로 치달으면서 여자의 마음도 절박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는데요. 작가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자를 둘러싼 상황이 극적으로 치달으면서 여자의 마음도 절박해졌다기보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절박했어요. 그런데 주인공이 모른 척 하고 있었죠. 처음이나 끝이나 남자가 결국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쓰리잡을 해서 쓰러졌다는 게 소설에서 절정을 이루지만 그런 상황은 처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변화라고 하기보다는 깨달음이라고 해야겠죠. 상황에 대한 정확한 깨달음.

여기서는 이런 걸 말하고 싶었어요. 마왕의 인물론적 차원이 아닌 마왕의 주제론적인 차원에서 지금 우리가 얼마나 거품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이 거품이 여러 사람을 불행하고 있게 하지 않는가. 제 경우는 그게 지적 허영으로 나타나서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는 안 줍니다. 학위 딴다고 해서 제가 다른 사람의 학위를 뺏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간혹 이런 거품이나 허영이 살인으로 이어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내가 허영 때문에 이런 건 아닐까?’ 돌아보자는 차원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효용론적인 가치관으로 보면 주제도 그런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여자의 마음이 변하고 더 절박해진 건 작가로서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Q12.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소설가를 꿈꾸는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작가’ 이러면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꿨어요 하는데 막상 작가가 됐을 때 작가도 레벨 차가 많지만 작가가 됐을 때 작가로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좋은 작가가 되었을 때는 자기 자부심으로 살 수는 있겠죠.

어느 날. 저는 교도관으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날마다 교도소에서 살인한 사람들만 봤는데 그래도 희망을 느낍니다’ 라고요. 오년 전이라 잘 생각이 안 나는데 희망을 느낀다고 말을 하게 된 게 뭐냐면「오래된 삼층집」에서 ‘불을 켠다는 건 이런게 아니던가요’ 이런 비슷한 문장에 꽂혀서 희망을 갖게 돼었고,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등불이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런 말을 해주던데 저한테도 엄청 고무되었죠. 한 명의 독자라도 이런 생각을 해준다면 소설가를 꿈꿀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소설을 쓰면 소설가가 되죠. 좋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소설을 쓸 수도 있고 소설가가 돼서 유명해질 수도 있지만 좋은 소설을 쓴다는 건 단지 소설가가 된다는 것과도 다른 문제이고, 끝없이 누군가의 입이 대신 되어줘야겠다는 의식, 사회를 읽어내는 문제 의식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설가가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소설을 쓰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바쁘게 가시는 작가님을 배웅했습니다. 바쁘신데도 사진과 싸인 요청에도 웃으면서 응해주셨습니다. 언제 한 번 강의에 놀러오라고도 하셨구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가님과 함께 책에 대해서 더 깊이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영이

*소설가

*경성대학교 . 동서대학교 외래교수

*문학치료사/문학심리상담사/동화구연가 /스토리텔러 / 칼럼리스트

*2009년 계간지 <문예운동> 소설신인상 수상 후 등단

*2010년 <토지문학제>토론자상 수상

*2013년 <한국소설>신인상 수상

*2015년 <동리목월>신인상 수상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2011년 소설집 출간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 해성출판, 2011.

*2016년 소설집 출간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산지니, 2016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 10점
오영이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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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밀키입니다. 이번에 산지니 출판사에서 『감천문화마을 산책』이라는 책이 새로나왔는데요. 감천 마을의 역사, 감천 마을에서 감천 문화마을이 되기까지의 프로젝트 과정, 감천 문화마을의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 등을 소개한 아주 알찬 책입니다.

 

 지난주, 저는 인턴 미르, 미르의 친구인 가이드 겸 주민 S군과 그리고 이 책과 함께 감천문화마을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재생은 부활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것이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곳이 감천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자긍심’이었다. 내가 살아온 곳에 대한 자긍심 말이다.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 대한 자긍심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46

 

 

 

 

▶ 감천문화마을입구- 학생들이 직접 참여한 벽화 ‘우리가 가꾸는 꽃길’ ,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

 

 

감천문화마을 예술 감독을 맡고 계시는 진영섭 작가의 말처럼 감천 문화마을은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날씨는 찌는 듯이 덥고 각국, 각지역에서 온 관광객도 무척 많았지만, 한때 재개발로 인해 위기에 처했던 마을이 활기있게 북적거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럼 저희와 같이 감천 문화마을을 즐기러 떠나 보실까요?

 

마을 버스를 타고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내렸습니다. 걸어가면서 감정초등학교의 벽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가꾸는 꽃길’ 벽화에는 예쁜 세라믹 꽃들이 가득했고,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 벽화에는 아이들의 꿈을 적은 풍선들이 감천문화마을로 가는 길을 더 즐겁게 했습니다. ‘가을 여행’에서는 잠자리들이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는 듯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처음 본 풍경은 이렇듯 색다르고 즐겁게 다가왔습니다.

 

 

 

△벽화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

 

 

 

벽화 ‘우리가 가꾸는 꽃길’

 

 

우리가 가꾸는 꽃길 - 하영주

차도를 따라 형성된 옹벽에 심어 놓은 세라믹 꽃은 날씨에 따라 그 빛이 달라진다. 햇살이 빛나는 날에는 화사하게 피어나고, 촉촉하게 비 내리는 날에는 꽃잎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반짝거린다. 세라믹 꽃은 도로 위에서 만나는 행복이다.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 꽃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예쁘다고. p.142

 

 

감정초등학교를 지나 제 1안내소에 도착했습니다. 여름휴가기간이라 그런지 관람을 온 외국인관광객, 학생단체관광객 등으로 매우 붐볐는데요. 덥고 붐비는 중에도 안내소의 주민분들께서는 친절하셨습니다. 버스노선과 관광지를 지도를 보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내소에서 감천문화마을 지도도 샀답니다.

 

안내소를 지나면서 각종 조형물들을 볼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집,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 사람 그리고 새, 포도가 있는 풍경,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등을 보았습니다.

 

 

▶ 과거의 추억이 서려있는 작은박물관

 

안내소를 지나 도착한 곳은 작은박물관이었는데요. 『감천문화마을 산책』의 표지사진이기도 한 작은박물관은 과거감천의 모습과 옛날영화포스터, 지폐, 공중전화카드, 전화기 등을 볼 수 있었는데요.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은박물관에서는 이름처럼 작은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 의미는 무엇보다 깊었습니다, 과거의 추억 하나하나가 서려 있는 것이니까요. 작은 박물관의 벽에는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한 전미경 작가님의 벽화 ‘감천아리랑’이 있었습니다.

 

 


 


 


 

 

감천 아리랑 - 전미경

감천문화마을의 작은 박물관 벽에 그려진 ‘감천아리랑은 이곳의 지형과 특징을 살린 벽화다. 집과 집이 서로를 가리지 않는 것은 다른 산동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집들 사이에 형성된 작은 골목길 역시 큰길과 이어져 있어 하나로 통한다. 그러니까 감천문화마을은 배려와 소통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배려와 소통이라는 특성을 형상화한 벽화 ’감천아리랑‘은 감천문화마을 초입에 위치해 있어 동네를 안내해 주는 안내서 같은 느낌을 준다. P.110

 

 

하늘마루전망대

 

하늘마루전망대로 오르는 길 옆에는 감내카페와 어둠의 집, 그리고 ‘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조형물이 보였습니다. 특히 나이테를 닮은 조형물 ‘나무’가 참 예쁘고 자연과 닮아있었는데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관광객들에게 힘을 불러일으켜 주는 요소였습니다. 감내카페 바깥에는 벽화와 조형물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소소한 즐길거리였습니다. 어둠의 집은 온통 캄캄한 공간안에 전구 하나를 달아놓아 바깥과 대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두운 것이 뭔가 으스스하고 무섭게 느껴지지만, 전구가 있음으로써 안심이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늘마루전망대 꼭대기에서 보는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계단 옆에는 여름꽃들이 만개해있고요. 전망대에서 엽서와 스탬프를 받고 마을기업인 감내맛집으로 향했습니다.

 

 

감내맛집

 

감내맛집은 단체손님을 받으시느라 겨우 저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요. 감내맛집에서 저희는 여름계절메뉴인 콩국수와 돈까스를 시켰습니다. 콩국수는 날씨가 더웠던 만큼 차고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고, 돈까스는 튀김옷이 바삭바삭해 잘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감내맛집을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너무 바빠보이셔서 아쉽게 인터뷰하지 못하였습니다.

 

 

 

마을기업 ‘감내맛집’

감천문화마을 주님협의회가 위탁 운영하는 감내맛집은 감내분식과 감내비빔밥이 운영 중이며, 좀 있으면 어묵집도 문을 열 것이라고 한다. 맛집의 수익금은 마을발전을 위해 사용되며 주민들의 고용창출 효과도 거두고 있다. ... 배가 불룩 올라오도록 맛난 밥을 먹고 창을 바라보니 천국이 여긴가 싶다. P.155

 

 

한지마을

 

길을 걷다가 한지마을이라는 가게도 들러보았는데요. 다채로운 색깔과 동양적인 무늬를 가진 부채와 한지 꽃신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운 여름에 예쁜 한지부채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싶었어요.

 

 

 

 

▶ 예술가의 집(독락의 탑)

 

한지 마을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예술가의 집이었습니다. 승효상작가의 독락의 탑이라는 이름이었는데요. 계단이 좁고 천장이 낮아서 올라갈 때 머리를 조심해야했습니다. 머리를 꽝 부딪히고 나서야 조심문구를 봤지 뭐에요.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조형물로 인한 그늘이 있고 전망이 좋았습니다. 여러분들도 감천문화마을을 가실 때 꼭 예술가의 집을 둘러보세요. 단, 머리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 감천문화마을의 마스코트, 어린왕자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감천문화마을과 그 너머에 펼쳐져 있는 바다다. 지구 여행자인 어린왕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물어보고 싶지만 쉽게 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상념에 젖은 얼굴이 사뭇 진지해 보여 쉬 말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P.122

 

어느새 어린왕자는 감천문화마을의 마스코트가 되었는지 어느 곳을 가던 방문자들을 반겨주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곳의 마스코트가 된 이유는 단연 이 포토존 때문일 겁니다. 어린왕자는 대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우리와 마주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고함을 풍기며 등만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경은 바다와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지만, 한편으론 이곳 사람들의 고단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천덕수우물

 

옛 모습의 흔적들을 맛볼수 있었습니다. 천덕수라는 우물의 이름은 옛날 ‘소원 우물 이야기’에서부터 비롯되는데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우물을 파던 청년의 염원을 담아 ‘천덕수(天德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순간이 청년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우물을 ‘소원 우물’이라고도 부른단다. 간절한 바람으로 우물에다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지나가는 걸음에 들러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P.160

 

천덕수우물은 지금 말라버리고 우물만 남아있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수동우물펌프를 이용해 물을 길어올리는 것을 체험해보았습니다. 옛날시대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답니다.

 

 

 

 

향수

 

시를 이렇게 입체적으로 표현하다니 놀라웠습니다. 정지용은 참신한 이미지의 시어를 많이 사용했던 시인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명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를 이렇게 조형물로 보다니 새로웠습니다.

 

 

향수 - 박은생

설치 작품 ‘향수’는 강물 같다. 글자들이 줄지어 헤엄치는 강물 말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지용의 시 「향수」처럼 감천문화마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른다. 날씨에 따라 ‘향수’에 담시는 빛이 달라진다. 어둡고 힘든 기억도 시간이 흘러 윤색되듯 감천문화마을의 기억도 추억이 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향수’. 글자가 모여 강물이 되었듯, 감천문화마을의 삶이 모여 소중한 문화가 되었다. P.126

 

 

벽 장식 - 물고기, 집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과 물고기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작은 물고기들 하나하나가 커다란 물고기를 만들고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집들이 감천문화마을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나하나 개성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말이죠.

 

 

 

우리 동네 감천 - 진영섭 p.126

옹벽에 매달려 있는 집들은 감천문화마을의 집과 닮았다. ‘우리 동네 감천’은 이 마을의 별명인 ‘기차마을’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옛날엔 집들이 기차처럼 이어진 것을 보고 싶다면 감천으로 가라고 했단다.

 

 

병 장식-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벽 장식을 지나 주민참여작품인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조형물을 구경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동그랗고 네모난 것은 다 유리병의 뒷면이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과 시멘트, 그리고 유리병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병이 마을을 지켜주는 무지개 같았습니다.

 

 

문병탁 -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부드러운 선이 해를 받아 반짝인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새롭다. 차가운 금속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예쁘게 굽은 무지개는 하늘을 향해 춤을 춘다. 감천문화마을을 크게 휘감아 도는 곡각지에 위치한 조형물은 마을의 꼭지점이 되어 이정표 역할을 한다. 무지개가 하늘로 올라가듯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가파른 길의 마지막 지접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P.128

 

 

감내골행복발전소

 

더운 날에 걷느라 지친 저희는 감내골행복발전소에서 숨을 골랐습니다. 1층에 들어서자 감천문화마을을 축소해서 미니어처로 만든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저희 앞에 있었던 귀여운 외국인 여자아이가 그걸 보고 매우 좋아했어요. 지붕 색깔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것이 많아 산토리니를 연상시키기도 했고요. 어린왕자와 여우 조형물을 지나 청춘카페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다음 코스를 정리했습니다. 청춘카페에서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관련된 관광상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에코백, 엽서, 고등어 열쇠고리 등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다 개성적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

 

감천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아름다움이 변하는 마을이다. 그러니까 늘 깨어 있고 변화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P.55

 

감천문화마을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진영섭 작가의 말처럼 감천은 늘 같은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마을의 허리 즈음에 해당하는 미로미로 골목은 그 뜻대로 아름다운 길, 미혹적인 길입니다. 한,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다란 길을 지나다 보면 큰 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담벼락 옆으로 앞집 지붕이 보이는 길.

feat. 앞서가는 가이드 겸 주민 S군과 뒤따라가는 밀키.

 

 

feat. 식사중인 주민2. 

등대 포토존 옆의 머그컵 모양 건물 뒷모습. 미로미로 골목에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골목을 걷다보면 계단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언덕에 지어진 마을이라 경사가 급한 곳에는 계단이 필수였을 것입니다. 그 중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계단이 있었는데, 그 이름도 ‘별 보러 가는 계단’입니다. 계단이 어찌나 높고 가파른지 오르다보면 눈앞에 별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아래로 목욕탕이었던 감내어울터가 보이네요. 주민들은 목욕바구니와 빨랫감을 들고 끝이 아득한 이 계단을 오르내렸을 것입니다.

 

 

 

 

 

바람의 집

 

바람의 집은 바람을 볼 수 있는 조형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었는데요. 바람을 연두색 와이어로 형상화하고 바람을 보는 자신을 거울로 볼 수 있어서 바람의 보이지 않는 자유로운 속성을 잘 나타낸 것 같았습니다.

 

바람의 집 - 박태홍

바람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거기다 그 바람을 보는 자신도 볼 수 있다. 연두색 와이어가 주는 느낌은 신선하다. 사시사철 봄바람이 일렁일 것 같다. 바람의 각도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거울 속에도 바람이 있고, 바람을 보는 내가 있고 나를 보는 내가 있다. P.130

 

  

 

 

추억의 게임기

 

다음 코스로 향하려던 중, 저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추억의 게임기였습니다. 하고 싶어서 바로 옆의 집에 계시는 아저씨께 여쭈어서 동전을 메달로 교환했습니다. 메달을 삼키고 뱅뱅 잘 돌아가는 옛날 게임기가 너무 신기했어요. 처음 게임기는 추억의 가위바위보 게임기였습니다. 게임기에서 가위, 바위, 보가 계속 돌아가는데 사용자가 가위바위보 중 하나의 버튼을 눌러서 이기면 메달을 받고 지면 메달을 잃고 비기면 게임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질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메달을 많이 땄습니다. 두 번째 게임기는 신랑각시게임기였는데요. 게임기안에서 신랑각시인형이 등을 마주대고 뱅뱅 돌아가는데 사용자가 버튼을 눌러 어느 쪽이 앞에 있을지 누르면 됩니다. 그게 어렵다면 나중에 표정이 웃는 표정인지 아닌지 맞추는 거였는데 은근히 어려웠답니다. 발랄한 음악이 재미있었는데 번번이 져서 승부욕 때문에 게임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아저씨께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저희가 게임하는 걸 웃으면서 지켜보셨어요.

 

 

 

 

 

빛의집

 

다음으로 간 곳은 빛의 집(집에서)였습니다. 처음엔 까맣고 하얀 솜뭉치들이 얼룩소나 달마시안인 줄 알았는데 솜뭉치들이 빛과 어둠을 표현한 거라고 하자 그제야 이해가 갔습니다. 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영화에 나오는 얼굴 없는 요괴 ‘가오나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지도에 첨부된 작품 설명을 보니 공간을 삶과 빛으로 나타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안방은 사람들이 태어나는 곳, 거실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 다락방은 꿈을 얻는 곳이라고요. 공간이 왜 이렇게 분리되어 있지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네요. 귀여운 솜뭉치를 보고 삶과 빛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빛의 집(집에서) - 노현주

작은 창으로 보이는 감천문화마을의 빛 역시 이곳의 빛과 하나가 된다. 빈집을 활용한 예술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담게 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빛 덩어리들은 손으로 만지면 뽀송한 소리를 낼 것 같다. P.134

 

 

 

▶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곳, 감내 어울터

 

낙후된 동네일수록 목욕탕이 많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도 시설과 난방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는 무허가 건물에서 몸을 씻고 피로를 풀기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먼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낸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피로를 풀 수 있었던 목욕탕이야말로 옛날 이곳 사람들의 안락한 휴식처였을 것이다. P.145

 

 

 

 

낮 최고기온 32.5도. 옛날 이곳 주민들은 추운 겨울날 뜨거운 물이 나오는 목욕탕에서 몸을 녹이고 빨래를 했겠지만, 우리는 더위를 피해 감내 어울터로 들어갔습니다.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졸고 있는 이모 한 분이 우리를 반겨주네요. 목욕탕 안은 전시실로 바뀌어 있었지만 할아버지 한 분만은 여전히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냉탕에 발이라도 담그면 더위가 좀 가실 것 같았지만, 이제는 물이 끊겨린 목욕탕을 나와 입구에 있는 카페로 갔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카페 안은 방문객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래도 운 좋게 창가쪽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멋있었습니다.

 

 

하늘마루와 감내어울터에서 받은 감천문화마을 엽서. 안내소에서 지도를 구매하면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받을 수 있어요.

p.s. 스탬프는 모두 찍었지만 앞 두 곳은 스탬프가 너무 연해서 티가 안 나네요.

 

▶ 다음에는 꼭 먹어볼 고등어 추어탕이 있는 감천2동 시장

 

감천2동 시장 입구. 시장 벽에도 그림은 빠지지 않는다.

feat. 가이드겸 주민 S군과 이상하게 찍힌 미르. 

 정감이 묻어나는 아지매 밥집.


 

감천문화마을에서 조금 내려오면 태극도 사원과 함께 감천2동 시장이 있습니다. 골목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시장인데다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합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지매 밥집의 '고등어 추어탕'을 먹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추어탕은 당연히 미꾸라지로 끓이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과 함께 이 생소한 메뉴의 맛이 궁금했습니다. 또 그것을 먹으면은 감천 사람들의 지난 이야기를 새록새록 들려줄 것만 같았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추어탕을 끓일 때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를 넣었다. 지금이야 미꾸라지를 쉽게 구할 수 있다지만, 한 끼를 때우기도 힘들었던 시절 미꾸라지는 언감생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자갈치나 충무동 새벽시장에 가면 널린 것이 고등어였을 테니 고등어를 푹 고아 으깨고 시래기를 넣어 끓여 먹었을 것이다. P.166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감천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맛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작고 한적한 시장이라 그런지 아지매 밥집은 저녁 6시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그 시간을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오거든 점심이나 이른 저녁으로 꼭 들려보고 싶은 곳입니다.

 

아쉬움을 안고 나오려는데 근처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지매 밥집 옆집 노래교실에서 주민들이 노래를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감천문화마을에는 분명 사람이 살고 있었다. 모두가 찾아오고 싶어 하는 마을. 그리고 각자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방문객만이 추억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영원히 살고 싶은 곳, 살아가는 동안 쌓인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P.43

 

다시 한 번 이곳이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곳'임을 깨달았습니다.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에서 화두로 삼은 '보존'과 '재생'. 단순히 보존에서 그쳤다면 이곳은 정말 관광지만 남았겠지만, '재생'이라는 이름 하에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마을과 시장에는 기관이 아닌 마을 자체에서 운영하는 가게나 공방들이 종종 보였습니다. 외부인에 의한 재생 뿐만 아니라 마을이 '자생'해가는 과정이자 결과인 것입니다.

 

감천문화마을은 주민들에게도, 이곳에 작품을 전시했거나 현재 거주하며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들에게도, 이곳을 찾는 방문자들에게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민들이 계속 살고 싶은 곳, 작가들이 마음껏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방문객들이 또 찾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천문화마을 산책

임회숙 지음 | 신국판 | 184쪽 | 13,800원

2016년 7월 30일 출간 | ISBN : 978-89-98079-17-8 03980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의 진짜 모습을 담은 『감천문화마을 산책』이 출간됐다. 감천문화마을은 공동체 마을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저자 임회숙 소설가는 직접 감천문화마을을 탐방하고, 이 마을을 지키고 가꿔온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감천마을이 오늘날 감천‘문화’마을로 변화하게 된 진정한 원동력을 알아본다.

 

 

감천문화마을 산책 - 10점
임회숙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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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인턴 미르입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인턴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인턴 마지막 주에 들어섰네요.

이번 8월 한달 정말 더웠는데

모두들 몸조리 잘하고 계신가요?

 

 

                                      

 

 

그나저나 매년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해도

2016년의 여름은 정말 기록적으로 덥네요.

어른들은 제가 태어난 94년도 이래로

가장 덥다고 하시네요.

 

 

그래도 오늘은 다른 날 보다는 좀 덜 덥지 않나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하지만 오늘은 양력 8월 23일 처서!

처서는 태양이 황경 150도에 달한 시점으로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도 더우시다고요?

입추가 지나면서 열대야는 좀 사라진 것 같은데

과연 오늘이 지나면 이 더위도 좀 가실까요?

처서와 관련된 속담 중에

'처서 밑에는 까마귀 대머리가 벗어진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서 직전이 가장 덥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제발 오늘이 지나면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네요.

 

 

 

 

가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역시 패션계겠죠?

지금 저런 옷들을 입었다간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것 같은데

신상이 예쁜 건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가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당연히 독서 아닐까요?

사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매년 가을마다

무슨 책을 읽어야 잘 읽었다는 소문이 날까

하며 고민만 하다가 겨울을 맞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네요.

 

 

그런 여러분을 위해 산지니가

가을에 읽으면 좋은 책 몇 권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하여-

 

김옥현 지음 │ 신국판 292쪽 │ 환경 │ 20,000원

 

 

 

 

자연, 인간, 사회가 모두 얽혀 복합적이면서 글로벌한 성격을 띠는 기후변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융합적인 관점이 필수이다. 전문적인 개별 분야와 자연과학적 측면에 집중하는 기존의 기후변화 관련서와 달리, 이 책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전달한다. 사회발전론을 연구해온 저자 김옥현 교수는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행동과 함께 전 지구적인 사회계약을 통한 변화를 제안한다.

 

 

여름이 갈수록 더워지고, 또 길어지고 있죠.

이게 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 아닐까요?

이렇게 이상 기후가 계속된다면

우리 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계속 힘들어질 것 같아요.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사회, 각국의 정부, 국제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 힘써야 한다고 해요.

전문가가 아닌 우리도 어떻게 하면

과도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해볼까요?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시내버스 타기, 친환경 여행의 가치를 일깨우다-

 

김훤주 지음 │ 크라운판 컬러 352쪽 │ 여행 │ 20,000원

 

 

 

 

총 49개의 여행지를 통해 경남의 사계를 풀어내고 있는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는 「경남도민일보」기자로 활동하면서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저자의 흔적이 돋보이는 생생한 여행수기이다. 경남 지역의 여행을 떠나면서 부족한 예산과 얕은 정보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차편과 차비 정보, 음식점에 관한 정보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누렇게 익은 벼가 농부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네요.

사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이유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옛날 농업이 주요 산업이던 때는

가을에 추수를 하고 나면 한동안은 식량 걱정 없이

여유를 가질 수 있었겠죠.

가을은 몸과 마음이 여유를 갖는 계절이 아닐까요?

 

 

 

혹시 아직 휴가를 못 가신 분이라면

운동화 신고 책 한 권 들고

시내버스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감꽃 떨어질 때

-역사의 광풍에 내몰린 소박한 민초의 삶-

 

정형남 지음 │ 46판 320쪽 │ 소설 │ 14,000원

 

 

 

 

장편 『삼겹살』이후 2년 만에 중견 소설가 정형남이 새 장편 『감꽃 떨어질 때』를 세상에 내놓았다.시골마을의 소박한 정취를 배경으로 한 이웃마을 사람들의 구수한 입담과, 역사와 개인이라는 보다 깊어진 주제의식, 그리고 민초들의 소소한 삶을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결코 운명이랄 수 없는 비극적 시대를 살았던 한 가족의 한스러운 삶을 그리고 있다. 일흔셋의 한 할머니가 옛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전개는 역사의 비극으로 생이별한 아버지에 대한 딸의 그리움을 담았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아버지를 향해 매년 감꽃 떨어질 때 기제사를 지내는 이의 비극적인 인생을, 작가의 끈끈한 애정을 담아 결코 무겁지만은 않게 서술한다.

 

 

가을 하면 생각나는 과일 중 감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그 감은 앙증맞은 감꽃이 떨어진 후에 열리죠.

꽃도 잎사귀도 떨어지는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전체 역사에 있어서 가을같은 부분이 아닐까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부채의 운치

-교양으로 읽는 중국생활문화 1-

 

저우위치 지음 │ 박승미 옮김 │ 크라운판 컬러 양장 288쪽 │ 인문 │ 25,000원

 

 

 

 

 

중국 문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부채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부채의 연원부터 시작하여 예술품으로서의 부채, 문학작품 속에 부채가 어떻게 녹아들어가 있는지, 혼례·장례 등 생활 속에서 부채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명하였다. 또한 부채의 모양을 본뜬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소개하기도 하는 등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여름 필수품 중 하나였던 부채,

조금 더 있으면 서랍 한 켠으로 잠재워둘 수 있겠죠?

요즘은 각종 캐릭터 모양의 부채가 많이 보이는데

전통 부채도 정말 운치있고 예쁘지 않나요?

 

 

한 손에는 예쁜 부채 하나 펼쳐 들고

다른 손에는 책을 잡고 앉아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아보는 건 어떨까요? 

 

 

 

차의 향기

-교양으로 읽는 중국생활문화 2-

 

리우이링 지음 │이은미 옮김 │ 크라운판 컬러 양장 256쪽 │ 인문 │ 25,000원

 

 

 

 

오천 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중국 차문화의 모든 것.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있다는 차관에서부터 차에 얽힌 신화와 전설, 차 이름의 변천사, 차의 성인 육우에 이르기까지 중국 차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풍부한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올 여름을 보내는 동안

아이스 아메리카노 많이들 드시지 않았나요?

저는 커피보다는 시원하게 우린

냉녹차를 더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커피든 녹차든, 또 다른 차든

중국에서 시작한 차 문화는

이제 전 세계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죠.

이번 가을에는 가을의 꽃, 국화꽃을 넣은

뜨거운 국화차 한 잔 하지 않으시겠어요?

 

 

 

 

 

어서 빨리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올 가을엔 무슨 책 읽지 고민하지 마시고

가을과 어울리는 책들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세요.

 

 

저도 인턴 일이 끝나더라도

항상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기후변화와 신사회계약 - 10점
김옥현 지음/산지니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 10점
김훤주 지음, 경남도민일보 엮음/산지니

 

감꽃 떨어질 때 - 10점
정형남 지음/산지니

 

부채의 운치 - 10점
저우위치 지음, 박승미 옮김/산지니

 

차의 향기 - 10점
리우이링 지음, 이은미 옮김/산지니

 

 

p.s.

요리의 향연 - 10점
야오웨이 쥔 지음, 김남이 옮김/산지니

 

교양으로 읽는 중국 생활 문화 시리즈인 요리의 향연도 함께 보시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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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 팔월 한 달 동안 산지니 인턴으로 일하게 된 밀키입니다. 닉네임은 편집자님께서 추천해주셨어요. 제가 점심시간마다 밀키스를 사와서 먹는데 '밀키스'가 어떠냐고 추천해주셨습니다. 밀키스를 줄여서 밀키라고 닉네임을 정했답니다. 제가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오영이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입니다.


지금, 당신의 눈 앞에 누군가 놓고 간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읽으실건가요?

 

 

지금, 당신의 눈 앞에 누군가 버린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독일의 국민 프라이팬으로 유명한 '베른데스'사에서 만들었지만 손잡이는 휘어져 있고 바닥 가운데 한쪽은 솟아올라 있고, 알루미늄 마감재는 심하게 스크래치가 나 있습니다. 아, 백화점 진열대에 누워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제품과는 다릅니다. 이 프라이팬도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누군가의 손을거쳐 어떤 이의 집으로 가 음식을 익히는 일을 하다가 다시 여기 버려진 것이죠. 그저 쓰레기일수도 있고, 몸체를 분리해 재활용을 할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 음식을 덮힐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네? 프라이팬으로써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고요? 수명이 다한 프라이팬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걸까요? 당신의 말대로 수명이 다한 프라이팬은 청소부의 눈에도 띄지 않아 쓸쓸히 여기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물을게요. 주으실건가요?

 

 

 

오영이 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을 읽으면서 스스로 내내 생각했던 질문이었습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버려진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이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에 의해 스크래치가 나고 버려지고 주워지고 다시 버려지고 주워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프라이팬 말입니다. 그것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분노를 생겨나게도하고, 들뜨는 마음이나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이 나 자신의 모습이면서 동시에 알 수 없는 타인들의 모습이며 아름다우면서 잔인한 세계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소설집은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황혼의 엘레지」, 「마왕」, 핑크로드」 총 네 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요. 첫 번째 소설집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에서 볼 수 있었던 소외된 약자들의 현실, 폭력적인 세계로부터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이 소설은 공터에 버려져 있는 프라이팬의 독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지금 공터에 버려져 있다. 손잡이는 휘어져 있고 주철로 처리된 바닥 가운데는 한쪽이 솟아올라 있다. 삼중의 주철 위에 벌집무늬를 넣고 그 위에 다시 다이아몬드 코팅을 한 몸체가 계속해서 욱신거린다. (…) 나는 순간 움찔한다. 프라이팬에게 기억이라니. 하지만 내겐 기억이 있다. 매순간을 고스란히 다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기억이 있고, 내가 기억하는 사건들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p.9-p.10

 

     프라이팬이지만 분명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과거를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요. 그것은 상처이지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채굴된 고급주철은 주방기기를 만드는 공장 현재, 독일의 국민프라이팬으로 유명한 회사 베른데스사에서 '삼중바닥 프라이팬'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기억하나. 성여사와 아들

첫번째 기억은 백화점에서 성여사가 자신을 사서 집으로 데려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성여사는 프라이팬에 장어를 구우며 아들이 의대에 합격하기만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아들은 예능 프로그램도 보지 않고 엄마의 말대로 예의바르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아들은 이제 공부를 그만 둘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하게 되고 엄마는 아들의 뺨을 때리는 비극까지 일어납니다.

 

"이거 먹고 힘내! 비싼 거야."

순간, 아들은 성여사의 손을 홱 뿌리친다. 그 바람에 장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성 여사는 입을 앙다물고 숨을 고르며 다시 장어를 집어 아들에게 내밀었다. 아들이 다시 한 번 뿌리치는 것과 성 여사의 손이 아들의 뺨을 향해 날아간 것은 동시였다. p.18    

 

  프라이팬에 올려져 있던 장어토막은 이러저리 나뒹굴고 프라이팬은 성여사의 손에 의해 17층 아파트 밖으로 화단 위로 버려지게 됩니다.

 

 기억둘. J와 Y

J와 Y는 캠퍼스커플입니다. 캠퍼스 사람들이 닭살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이 넘치는 사이죠. 하지만 그들에게도 장벽이 있습니다. 경제적 격차라고 해야 할까요, 계급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예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J는 성악을 전공하며 돈이 많고 TV드라마와 뷰티에 빠져사는 여대생입니다. 그에 비해 Y는 학점도 낮고 자격등도 없고 돈이 없어서 등록금도 내지 못할 처지입니다. 그리고 곧 군대에 가게 됩니다.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만큼 둘은 더욱더 멀어지게 됩니다. 휴가를 나온 Y와 J가 발견한 것이 바로 버려진 프라이팬입니다. 하지만 J가 복학생 선배와 사귀고 있고, 마음이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자 Y는 프라이팬으로 왼쪽다리를 내리칩니다.

 

  다이다몬드로 코팅된 삼중바닥의 내 몸체가 Y의 무릎을 내려칠 떄 나는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내지 못하면서도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붙잡는다 해서 잡히는 게 아니란 것도 Y는 모른다. Y가 붙잡아야 할 건 여자의 마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모른다. p.33

 

 끔찍한 비극입니다. 프라이팬은 다시 화단에 버려지게 됩니다.

 

     기억셋. 일어나지 않는 남편을 돌보는 할멈

 

프라이팬은 화단에서 어느 늙은 할멈에게 주워지게 됩니다. 할멈의 신랑은 이십년이 다 되도록

반신불수로 늙은 할멈은 신랑을 돌보고 생활하기 위해 파지를 주으러 다닙니다. 열악한 위생상태, 비참한 식사, 더러운 싱크대, 악취와 냉기가 올라오는 집에서 프라이팬은 지내게 됩니다.

 

어쩌면 저렇게도 고단한 삶이 있는걸까. 나도 밤새 노부부를 따라 울었다. p.39

이 지옥 같은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내 모든 기억을 뒤져 행복했었던 순간만 생각한다. p.40

 

 

프라이팬이 따라 우는 장면과 행복했던 순간만 생각하는 장면이 슬프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모르는 곳의 누군가는 늙은 할멈처럼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요. 늙은 할멈을 마지막으로 계란 프라이를 반찬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한 후 가스 호스를 절단하게 됩니다. 프라이팬은 불행한 일을 겪고 또 공터에 버려지게 되지요.

 

자신의 손잡이를 잡으며 행복한 사람을 아무도 없었다고 기억하는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누군가 잡으면서 소설이 끝나게 됩니다. 스크래치가 나고 휘어진 프라이팬, 불행한 비극만 일어났지만 누군가에게 행복과 위안, 따뜻함을 주었으니 이 정도면 훌륭한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이 아닌가요?

 

 

 

황혼의 엘레지

    

 노인들에게 몸을 만지게 해주는 것의 대가로 박카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안동댁의 이야기입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손자 태주의 도시락에 햄치즈스틱 몇 개라도 넣어주려면 노인들의 손을 탈 수 밖에 없습니다.  박카스를 사러 가는 약국에서 동네사람들이 안동댁의 흉을 보지만 안동댁은 태주를 위해서라면 꿋꿋합니다.

 

안동댁은 짐짓 못 들은 척 약국을 나온다. 하지만 속으로는 독한 말 한마디를 뱉아 낸다. 네 새끼는 안 처먹고도 크더냐. p.60

 

그러던 중 노인들에게 아양을 떨며 쌍화차를 파는 '여우 같은 년'을 만나게 됩니다. 안동댁은 자신이 좋아했던 황 대령이 '여우 같은 년'에게 넘어가고, 공원의 노인들에게 수작을 걸자 머리채를 낚아채며 싸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김노인이 119에 실려가고 '여우 같은 년'이 자신의 박카스가방을 지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안동댁과 여자는 공원에서 같이 담배를 피면서 하늘을 보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처음에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지만 안동댁도 여자도 비슷한 처지라는 걸 알고 싸움이 해소되고, 공원에서 같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선 어쩐지 눈언저리가 시큰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왕」

 

그날 처음 그와 함께 간 커피숍에는 슈베르트의 '마왕'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음악 소리를 피해 자꾸만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는 내게 한때 성악가를 꿈꾸었다는 그가 말했다. 바람을 무서워하는 군요. p.107

 

 

마왕의 화자는 네일아티스트입니다. 그녀는 신상을 무척 좋아하고 조명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남의 시선을 오래 받고 싶어하지 않아 칙칙한 치마색을 고르는 여자이죠. 한때 네일숍 배달원으로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해줬던 애인은 혼수상태이고, 여자는 계속 카드와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남자는 그녀를 위해 신장까지 팔았고, 무리해서 일을 하다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죠. 엄마에게 버림받고 초콜릿으로 얼룩진 치마를 닦던 기억, 남자의 치마가 잘 어울린다는 목소리, 돌이킬 수 없다는 의사의 말소리가 마왕이 되어 여자를 쫓아옵니다. 끝내 여자는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마왕의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산대로 향하게 됩니다.

 

 

핑크로드

 

'그녀는 분홍의 화신 같았다.' 그에게 그녀는 분홍색 솜사탕처럼 달고 아늑하고 푹신한 온 몸과 마음을 휘감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촌'이라는 들어서는 안 될 길이었음에도 그는 그녀가 있는 핑크로드를 걷기 시작합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서커스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소녀를 사랑했던 영국장교가 소녀와 함께 끝없이 사랑의 도피를 하던 영화 <알비라 마디건>의 배경음악. (…)

서로 몸을 기대거나 무릎을 베고 누워 행복하게 오후를 보내고 나서 이어지던 갑작스러운 두 발의 총성. 그들이 들어간 숲을 오래 보여주다 영화는 끝이 났다. 나는 지금 그녀가 말하는 음악이 그 영화의 주제곡이었다는 걸 기어이 말하지 않는다. 그런 새드 엔딩의 영화는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 그랬어? 하며 무심한 척 잔을 부딪힐 뿐이다p.157-p.158

 

장교 식스틴은 이미 결혼한 사람이에요. 그는 줄 타는 소녀 엘비라 마디간과 만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집니다. 숲에서 동반 자살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만큼 우울하지만 그 속에는 둘 만의 비밀스런 행복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때 그와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는 그녀때문에 아내를 속이고, 회사의 뇌물 수수에 배임, 횡령사건에 휘말리지만 끝까지 그녀를 변호합니다. 내 사랑이 진심이라고 하는 그와 사랑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라고 하는 그녀와의 거리는 사하라 사막의 길이보다 더 멀지 않을까요.

 

이상으로 밀키의 서평이었습니다. ^ㅁ^ 잘 읽으셨나요? 인턴 첫 날 선택했던 한 권의 책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제목만큼이나 제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오영이 작가님의 다른 책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도 사서 읽어보았는데요. 청소년인 주인공이 많아서 그런지 주제가 더 묵직하게 다가오면서도 잘 읽혔습니다. 한 주의 시작을 오영이 작가님의 두 권의 소설집으로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 지금, 당신의 눈 앞에 누군가 놓고 간 두 권의 책이 있습니다. 읽으시겠습니까?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 10점
오영이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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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8월의 시작과 함께 산지니 인턴이 된 미르라고 합니다.

 

 

절친이었던 침대와 잠시 이별하고, 잠과 싸우며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자님은 저의 옛 절친이었던 책들을 소개시켜주었는데요, 따끈따끈한 신작들 중에 가장 먼저 저에게 악수를 청한 건 『역사의 블랙박스, 왜성 재발견』였습니다.

 

왜성? 금정산성, 동래읍성은 들어봤지만 왜성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겠죠? 새로운 친구는 답답해하며 자신에 대해 소개합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왜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한국 남해안 일대에 조선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왜군이 그들의 근거지를 확보하기 위해 쌓은 일본식 성을 말합니다. 임진왜란은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서에서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유형(有形)한 역사적 증거로서는 왜성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일제강점기까지 겪으며 왜성은 '왜군이 조선을 침략해 쌓은 민족 치욕의 상징물'로 전락했고, 문화재 가치 등급 또한 격하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역사상에는 기쁨과 슬픔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는 개인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며 이러한 사실이 날줄과 씨줄이 되어 현재의 역사가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서 어두운 부분만을 들어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함꼐해야 하는 것이 과거의 역사이며, 단절의 역사, 망각의 역사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희망의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추천사 中

 

이에  <한겨레>신문의 신동명, 최상원, 김영동 세 기자분들은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31개 왜성 전체를 소개하는 시리즈 기사를 2015년 하반기 <한겨레> 지면과 인터넷(http://www.hani.co.kr)에 게재하였습니다.  『왜성 재발견 - 역사의 블랙박스』는 이 기사들을 재정리해 묶은 것으로, 16세기 후반에 일어난 한ㆍ중ㆍ일 국제전쟁인 임진왜란과 이 전쟁 과정에서 탄생한 왜성을 통해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를 21세기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것입니다.

 

 

우리는 왜성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직접 겪을 수 없는 역사를 증명하는 자료는 기록, 유형ㆍ무형 문화재가 있습니다. 임진왜란에 대해서는 주로 기록물을 통해 그 사실을 증명하지요. 하지만 여기에 유형 문화재인 왜성이 보태진다면 역사적 사실은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알려질 수 있습니다. 

 

2005년 4월, 부산 동래구 수안동 부산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건설현장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조선시대 동래읍성 주위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성곽 방어시설 '해자(垓字)가 발견된 것이다.

경남문화재연구원은 곧바로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성곽을 따라 땅을 길게 판 해자에선 철판을 이어 만든 갑옷과 투구, 환도, 창, 화살촉 등 전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놀라운 것은 전쟁의 처참한 흔적이 남아 있는 사람뼈였다. 해자 밑바닥에선 남자 59명, 여자 21명, 어린이 1명 등 모두 81명의 뼈가 발굴됐다. 이 가운데 8명의 두개골에선 칼에 베이거나, 활이나 총, 둔기 등에 맞은 흔적이 드러났다.

 

-본문 33페이지

 

 

송상현 부사가 격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동래읍성에서 동쪽으로 700여m 떨어진 구릉 꼭대기에는 왜장 깃카와 히로이에가 쌓았던 동래왜성이 있었습니다. 왜군은 동래왜성을 쌓으며 동래읍성을 파괴해 석재를 조달했는데요, 이후 조선은 새 동래읍성을 쌓으며 이 동래왜성의 돌을 또다시 재활용합니다. 현재 동래읍성을 이루고 있는 돌이 들려줄 이야기는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왜성은 조선의 읍성과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조선의 읍성은 백성을 보호하기 위한 행적 목적의 성이었습니다. 때문에 마을 중심부를 하나의 성곽으로만 둘러싼 모습입니다. 그에 비해 왜성은 산꼭대기나 산허리를 깎아 가장 높은 곳에 전투지휘소인 천수각을 세워 주위에 본성곽을 구축하고, 그 아래쪽으로 여러 단계의 성곽을 겹겹이 두른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전쟁이 끝난 뒤 조선과 일본 양 측 모두에게 축성 기법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남한산성ㆍ수원화성 등 전쟁 이후 건설한 성의 성벽 각도는 예전 읍성처럼 수직이 아니라 왜성처럼 비스듬하게 지어집니다. 수직보다 튼튼하며 방어하기에도 좋기 때문이죠. 성벽 모서리 부분도 왜성처럼 돌의 길고 짧은 면을 엇갈리게 쌓아 올리고, 본성 바깥에 외성(外城)을 둘러 방어력을 높였습니다. 방어전략도 읍성 중심 수비체제에서 산성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일본의 성에는 조선 읍성처럼 성벽에 치(稚)와 같은 네모난 모양의 돌출 구조물이 들어섭니다. 성벽의 돌출 구조물은 성벽에 달라붙은 적들을 양쪽에서 협공할 수 있어 성의 방어력을 높이는 구실을 합니다. 또 전쟁 뒤 일본을 지배하게 된 에도막부 시대에 축성된 성 부근엔 행정 관청이 들어섰는데, 이는 수성(守成)과 전투원 보호 목적으로만 건설됐던 이전 성에 백성을 보호하는 행정 목적의 조선 읍성의 특징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조선 중심의, 승전 위주의 역사만이 아닌 당대 일본의 상황을 살펴보고 패전의 아픈 역사까지 함께 다루어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역사학계는 기존의 민족주의, 국수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선의 상황 뿐만 아니라 일본, 명 등 동아시아 전체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나동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장님께서는 추천사에 "이것(왜성)을 잘 보존하여 과거 역사의 증거물로서 귀감을 삼는 동시에 역사교육의 장소로서 활용하고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고 써주셨습니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사회탐구 교과목에 '동아시아사'라는 과목이 추가된 만큼 현 역사교육의 흐름과도 잘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동안 우리는 기(己)에만 집착해왔었는데, 이제는 피(彼)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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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오늘도 밖은 나가기 무서울 정도로 후덥지근하네요. 정말 에어컨 빵빵한 방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날입니다. 저는 지난 27일, 수요일 쨍쨍한 햇볕을 받으며 회사가 아닌 보수동에서 오후를 맞이했는데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처음 찾았던 책방골목이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정말 추운 날이었는데, 책 냄새에 취해서 추위도 몰랐었던 적이 있었어요. 오랜만에 찾은 보수동 책방골목은 여전히 책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수많은 책 사이를 걷다 저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제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궁금하시죠?

 

 

 

 

 계단을 올라갈 생각에 앞이 막막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올라가니 그렇게 멀진 않았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예쁜 색을 입은 벽이 저를 반겨주네요. 그리고 저는 이 계단의 끝에서 쉼터를 만났습니다. 바고 그곳은! 보수동에 위치한 '산복도로 북살롱'이었습니다.

 

 북카페는 많이 들어보셨어도 북살롱은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곳 '산복도로 북살롱'은 가볍게 맥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대표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곳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보시면서 '북살롱'에 빠져 보시죠.

 

 

 

 

 

 

 

 Q. '산복도로 북살롱'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A. 맘 편하게 들려서 책 한 권,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서점이에요. 

그리고 서점이라고 되어는 있지만, 살롱이라는 이름에서 보다시피

책 판매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 소통을 하는 공간이에요.

 

 

Q. '산복도로 북살롱'이라고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A. 처음에 제가 살롱을 한다고 하니까, 학원 학생들이 저보고

"선생님, 헤어살롱도 아니고 그게 뭐예요?" 라고 한 게 기억이 나네요.

 

제가 부산 토박이지만 산복도로 쪽은 차 타고 지나갈 때 말고는

온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서울에 아는 분이 산복도로의 야경을 보시고는

너무 예쁘다고, 부산의 숨은 진주 같은 곳이라고 말씀해주셔서

한 번 돌아봤는데, 밤에 야경이 정말 좋더라구요.

그래서 이곳에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이름에 산복도로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살롱은 제가 찾아보니까 유럽 쪽이나 영국 쪽에서는

다들 모여서 하는 문화 예술 활동을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제목에도 북살롱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Q. 사실 부산에서 '북살롱'처음인 만큼 생소한 테마인데요.

어떻게 북살롱을 하시게 되었나요?

 

A. 저도 사실 서점에 술을 넣는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제 저도 머리가 굳어가는 세대이니까요.

서점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을 올라갔는데,

그곳은 이미 술과 책을 접목해서 하고 있는 곳이 있더라구요.

찾아볼수록 '아, 나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하게 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사람들과 모여서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술 한 잔 마시고 서로 간에 편해지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북살롱'을 하게 되었어요.

 

 

Q. '북살롱'을 준비하시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7월에 오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사를 일찍 시작하게 되어서

5월과 6월에 주말에만 잠깐씩 문을 열었었거든요.

책도 그냥 천천히 넣고 있었구요.

 

그런데 제가 이곳에 나오고 공간을 쓰면서 조금 불편한 점들이 있어서

추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게 되었어요.

사실 공사 기간이 긴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볼 때는 문이 닫혀 있고 공사만 하고 있으니까

이상해 보였나봐요.

 

저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시다가 인테리어 기사님한테

할머니분들이 "요는 장사 안 하고 맨날 공사만 하고 있냐" 면서 그러셨다더라구요.

또 어떤 분은 어디 지원 받아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생각하셨데요.

 

 

 

 

 

 

 

 

 

Q. 책장의 꽂힌 책들을 보면 책들이 내용이 어렵지 않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책 위주로 되어있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지금 꽂힌 책들은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에요.

저는 너무 무거운 책보다는 가볍게 그냥 읽을 수 있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듯해지는 책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책장도

서점 주인의 책장보다는 저의 책장처럼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변화를 줄 생각이에요.

유명한 책이나 저도 읽고 싶거나 아니면 읽었던 책들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에서 구입을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특징이 있는 책들로

좀 바꾸려고 노력 중이구요.

 

 

 

 

 

 

 

Q. 독서를 꾸준히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 최근에 읽으신 책 중에 추천하시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아무래도 최근에 읽었던 책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남해의 봄날에서 나온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

얼마 전 북콘서트를 했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님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가장 기억에 남아서 추천하고 싶어요.  

 

 

Q. '북살롱'인 만큼 대표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맥주와 가장 어울리는 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한동안 빠져있었던 책이 추리소설이었어요.

맥주는 이런 책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정유정씨 『종의 기원』『28』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 책들이라면 맥주 한 박스는 먹어도 되겠더라구요.

 

제가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기는 한데 한 번은 책을 읽고

죽도로 울었던 적이 있었어요. 울고 나니까 부끄러웠는데,

그때 생각해보니까 책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더라구요.

술이 한 잔 되어서 경계심이 풀어지거나 이럴 때는

다른 사람 얘기 들으면 더 공감하게 되잖아요.

책도 조금 경계심이 풀어지고 이런 상태에서 읽으니까

이 사람의 이야기가 내 친구 이야기 같고 해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구나 생각이 되었어요.

 

술 마실 것 같으면 술집을 가야 하지만,

책을 읽고 싶은데 조금 여유롭게 읽고 싶으면

여기서 한 잔 정도 하면서 읽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Q. '산지니'의 SNS를 통해 '산복도로 북살롱'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종종 '좋아요'를 눌러주시기도 하고, 댓글도 남겨주신 것도 보았습니다.

'산지니'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 듯 보였는데요.

 

A. 제가 이걸 준비하면서 서울을 2번 정도 다녀왔는데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서점을 부산에서 할 건데,

잘 맞지도 않은 서울에서 서점을 보고 있으니

자존심도 좀 상하고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부산에도 이러한 출판사나 서점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이 되었지만, 제가 찾을 줄을 몰랐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부산, 경남지역 출판사가 모여서 모임을 했다는 걸 봤어요.

그래서 전화를 통해서 알아보다가 '산지니'를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 혼자 '산지니' 책을 넣어야지,

나중에 인지도가 생기면 뭘 해야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북페어'를 통해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고,

짧은 시간인데도 강수걸 대표님께서 깨알 정보도 주시고 하셨었어요.

 

'감천문화마을'책도 안 팔리더라도 서점에 가지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 달 동안 부산사람보다는 외지 사람이 더 많이 찾아와 주셨거든요.

그래서 관광객분들은 감천마을은 다 아시니까

제가 가지고만 있어도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표지 선택에도 댓글을 남기고 했었어요.

 

 

 

 

 

 

 

 

Q. 이번 달 초 '수안동 아줌마들의 독서모임'이 진행된 것을 보았습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진행하셨던데, 결론이 나지 않은 채로 끝이 나지 않음을 보고

굉장히 열정적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A. 저희 애들 친구 엄마들, 학부모 엄마들이

어떻게 하다가 단톡방이 만들어졌었어요.

그리고 제가 행사할 때마다 정신 못 차리고 있으면

와서 도와주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여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독서모임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냥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독서모임을 만들자구요.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읽자 하고 시작했는데,

저도 사실 놀라웠어요.

 

저희가 관심을 가지니까 자연스레 남편들도 책을 읽고,

직장 동료들도 저희의 독서모임을 부러워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서점이니까 문화행사도 다양해야 하지만

책 읽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를 시작으로 독서모임이 희지부지 되지 않게

지속해 나가려고 생각 중이에요.

특히나 서점이라는 공간이 있으니 좋더라구요.

 

 

 

Q. 지금까지 북콘서트에 포크 음악인 김일두, 가수 겸 작사가 조동희,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바이맘 대표 김민욱 대표까지 자리를 빛내주셨는데요.

섭외는 어떻게 하나요?

 

A. 정말 섭외하기 힘들었어요. 거절도 당했구요.

그런데 사실 섭외부터 지금까지 제 힘으로 된 건 별로 없어요.

준비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엮여있었는지 몰라요.

학원을 할 때는 절대로 못 느꼈던 것들을 느꼈어요.

 

오마이 뉴스 대표님도 정말 딸 덕분에 어떻게 하다가 강연을 듣고

따로 연락도 드리고 했었거든요.

대표님께 제가 작은 서점을 열었으니 번개미팅도 괜찮으시다면

지나가시는 길에 들려서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드렸는데,

그 날 바로 연락이 왔었어요.

다음 날 진주에 가실 일이 있었는데 일정을 바꿔서 와주셨더라구요.

그래서 덕분에 번개만남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좋은 의미의 인맥이 필요하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으세요?

 

A. 저는 제 나름대로 문화행사의 키워드를 정해놨거든요.

요즘 젊은 사람들, 청년들 사이에 핫한 게 취업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이번에는 취업, 사회적 기업, 창업 등 창업 키워드를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NGO 웰던 프로젝트나 태국의 '리수족'의 기부 관련한 행사나

아니면 일본 쪽으로 '술'에 대한 행사같이

'세계 속의 부산'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것 같아요.

 

그리고 나중에 인지도가 조금 생기고 나면 금요일에 '심야책방'도 해보고 싶어요.

한 새벽 2시까지로 해서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만약 한다면 그때 놀러 오세요.

 

 

 

 

 

 

 

Q. '책이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사람과 끈이 되는 북살롱'이라는 말이

저는 인상 깊었습니다. '산복도로 북살롱'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우리끼리 이야기하자면 '술'이지 않을까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도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여기서 일을 해보니까

옛날부터 묵묵하게 문화 예술을 지키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감히 문화 소통까지는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와서 편하게 그냥 책 들고 읽고 가시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굳이 맥주를 안 마셔도 되니까요.

밤에 여기 앉아 있으면 굳이 말 한마디 안 해도 한 시간은 버틸 수 있거든요.

이런 게 자랑이지 않을까요.

 

 

 

Q. 문을 여신지도 3달 정도가 지났는데,

앞으로 어떤 수식어를 담은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궁금합니다.

 

A. 여러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큰 그림이 있다면,

사람들이 이곳을 나갈 때, 마음이 후련해지고 눈이 빨개지는?

그런 건데요.

제일 처음 북콘서트에서 김일두씨가 공연하면서

'내일 살아갈 위로를 얻어갈 수 있는 서점, 공간' 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하구요.

뭐, 엄마 밥상 같은 서점 그런 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Q. 앞으로 '산복도로 북살롱'에 찾아주실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A. 찾아만 와주시면 감사하죠.

예전에 오신 분 중에 한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저 내년에 올 때 없어지면 안 돼요.'

자기가 봐도 장사가 안되게 생겼거든요. 그 손님의 말이 떠오르네요.

열심히 자리 지키고 있을 테니까

여기에 오신 분들이 내년에도 또 오시고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안 없어지고 버티고 있겠습니다.

 

 

 

 

 

 

 

 

 

아담한 곳이었지만, 그 어느 곳보다 푸근한 곳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여러분들도 이곳에서 책맥 한 잔 어때요?  

 

 

 

 

 

 

 

'산복도로 북살롱' 블로그

http://sanboksalon.blog.me/

 

'산복도로 북살롱'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산복도로북살롱-581515342017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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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중구 보수동 | 산복도로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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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인턴으로 근무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처음 근무하던 그날을 떠올리자니, 상투적이고 진부한 말이지만,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제 기억으로 근무 첫 주는 일주일 내내 날이 흐렸던 것 같은데요.

저도 모르게 앞으로의 한 달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쏴- 하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가 오락가락해서였을까요.

 

한 달을 맞고 있는 지금 제가 마주하는 산지니는 또 다르게 다가옵니다.

일도. 사람도. 날씨도.

 


 

 


 


 

   ▲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표지(좌),  저자 소개(우)

 

 

 

 

 

부산에 자리한 산지니가

지난 10년간 지역출판사로서

명맥을 이어온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실려 있었는데요.

출판사 문을 열고 『반송 사람들』을 출간했던 그 시작의 순간부터

많은 저자들과의 소중한 추억들,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이

생생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출판사에서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그 감동이 더한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

 

 

PART1. 산지니가 펼치는 새로운 책의 미래

 

산지니는 우리말로 산속에서 자라 오래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새라고 하니 출판사의 지향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셈.      

                                                                                               - 본문 19쪽 

 

 

산지니가 지역출판사로서 부산에 자리 잡기까지의 첫 시작을 들여다볼 수가 있었습니다. 『반송 사람들』을 비롯해 『부채의 운치』, 『요리의 향연』, 『차의 향기』와 같은 번역서, 그리고 『부산을 맛보다』, 『금정산을 보냈다』등을 출간하면서 발판을 다져왔을 산지니의 여정을 떠올리며 인턴으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PART2 편집일기

 

책이 제작되어 나오는 순간까지 온갖 감정에 흔들렸다. ‘자책과 걱정을 채우며 한 번 한 번 이렇게 흔들리다 보면 튼튼한 뿌리를 가진 편집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하고 어줍은 자위를 해본다.

그리고 다음 원고와 마주하자마자 나는 다시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랐다.

                                                                                                - 본문 61쪽

 

<PART2 편집일기>는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어요. 출판사 인턴을 하겠다고 와서 길다면 길었던, 짧다면 짧았던 시간 속에서 그동안 배운 편집자의 길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한 권의 책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산지니 직원들의 땀과 눈물, 웃음을 그리고 있는 데에서 다시 한 번 배웁니다.

내 젊은 날, 직장에서 땀 흘리고 마주하는 결과물이 책이라는 점은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국문과에다가 인턴으로 와 있다고 입에 발린 말을 늘어놓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PART3 콘텐츠의 확장은 인연을 통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10년이라는 시간동안 300여 권의 책을 출간한 산지니는, 얼마나 많은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맺어왔을까요. 한 명의 저자라도 그가 또 다른 책을 낼 때 그 사람은 다른 저자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편집자로 산다는 것』에서 접했는데 말이에요. 편집자(출판사)와 저자를 잇는 매개가 ‘책’이라는 점이, 우리가 만나는 숱한 인연보다 더욱 값지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PART4 좌충우돌,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

 

 

실습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출판사 사무실에서 영화촬영이 가능할런지요?

                                                                                         

                                                                                              - 본문 138쪽

 

 

노가다 업무를 하는가 하면, 구글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책들에 대하여 저작권 화해를 신청해 오고, 베트남에서 주문서가 날아오고, 재생지로 책을 만들고, 사무실이 촬영지가 되기도 하고, 일본 독자로부터 편지가 오고, 도서전에도 다녀오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산지니 출판사에서의 모습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PART5 독자들과 만난다는 것

 

산지니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역에 있는 인문학 카페에서 매달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전 직원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인 블로그 활동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만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략)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SNS 활동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본문 197쪽

 

 

출판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할 테지만, 이를 위해서는 독자들의 ‘니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트랜드를 잘 알고 독자들의 목소리를 포착해야 출판업으로서 당당히 설 수가 있을 것이니까요.

지난 한 달간 제가 만난 산지니는 결코 독단적이지 않았습니다. 책을 내는 일에도 물론 ‘열심’이었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데에도, 세상과 공존하는 데에도 열심이었어요. 그래야만 지역출판사로서도 어깨를 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잘 간파하고 있는 것 같아 많이 배웠답니다.

 

 


 

 

 

 

지역에서 출판업을 한다함이 어쩌면 힘들 법도 했을 텐데

지역, 그리고 전국을 너머 세계로까지 시각을 넓힌 산지니의 그간의 발자취에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많은 이들이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접하고

산지니가 앞으로도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D

 

 

서툴고 부족한 데가 많았을 저를 다독여준 산지니 식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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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벌써 7월의 마지막 주도 반이 지나가고 있네요. 이번 달은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책 한 권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향했습니다. 바로 지역출판의 이야기를 담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인데요. 처음 출근하는 날 대표님께 받은 책을 이제서야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깁니다. 그러면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서 보이는 '산지니'에 대해 함께 보실까요?

 

 


 

 

 

'10년 지역출판 생존기' -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는 지역출판사인 '산지니'의 창업부터 다사다난했던 운영과정, 그리고 지금의 모습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각종 이야기와 편집자들의 편집일기 등 산지니의 10년의 역사가 이 한 권에 담겨 있었는데요.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어 딱딱함보다는 친숙함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읽는 동안 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책,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 대해 좀 더 깊게 이야기해 볼까요?

 

 

 

 

      'PART 01. 산지니가 펼치는 새로운 책의 미래'

 

올해는 산지니 출판사가 설립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변방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당신의 활동이 책이 될 수 있다"고 말을 건네는 출판사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 본문 中 23p -

 

 '산지니'라는 이름에서 출판사의 지향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산지니'는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매를 말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출판사 '산지니'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 부산의 이 자리에 기둥 내리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이름에서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파트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출판사 '산지니'가 가지고 있는 지역에 대한 사랑에 놀랐습니다. 도서목록을 보아도 꾸준하게 부산과 관련된 저서들이 나올 만큼 대표님의 사랑은 깊었는데요. 이 책에서도 여실히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꾸준한 관심이 지역출판사의 특색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들었겠지요?

 

      'PART 02. 편집일기'

 

순진했던 걸까? 멍청했던 걸까? 독자로서 마주한 책과 편집자로서 마주하는 책은 비슷한 듯하지만, 엄연히 다른 세계다. 나는 왜 첫 원고를 받아 든 후에야 그 사실을 생각하게 됐을까?     - 본문 中 60p -

 

  '산지니'의 대표님부터 일하고 계시는 편집자님, 디자이너님까지 '산지니' 식구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첫 순간의 이야기 그리고 맡은 일에 대한 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마치 '산지니'식구들을 훔쳐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파트는 에피소드와 함께 진행되고 있어서, 출판업 쪽으로 꿈꾸고 있는 친구들에게 출판사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저에게도 가슴에 남는 말들이 있었거든요.

 

      'PART 03. 콘텐츠의 확장은 인연을 통해'

 

 저자를 섭외하는 데 딱히 어떤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는 다만 지역신문이나 지역인사들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면서 그들을 '책'을 매개로 이어주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지역 저자들을 연결해주기 쉽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산지니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 본문 中 109p -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만난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소설가 조갑상, 시인 최영철과 소설가 조명숙 부부, 철학자 권서용, 교수 강수돌까지. 인연들과 함께 책을 내기까지의 이야기들이 나열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2015 원북원부산'에 선정된 최영철 시인과, 반대 운동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강수돌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의 저자 강수돌 교수의 이야기는 짧았지만 인상 깊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출판사는 '책'을 통해 인연을 쌓는 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만남이 다음을 기약하거나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인연이 글에서 '출판사'만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PART 04. 좌충우돌, 지역에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

 

 나, 어울리는 사람인가 하고 혼자 심각해진다. 어쩌면 평생 고민해야 할지 몰라, 무언가가 된다는 건. 그래도 근사한 일이야,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나 자신이 조금 우스워진다. 꿈을 찾아 산지니를 방문한 소녀들이, 가장 자신답게, 좋아하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길 바랐다.      - 본문 中 162p -  

 

 일명 노가다 작업, 재생지로 만든 도서, 단편영화 촬영지, EBS 휴먼다큐, 도서전, 학술대회 등 출판사 내에서 일어났던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산지니'가 소통을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독자에게는 저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그리고 '산지니'를 찾아주는 분들에게 우연한 만남과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책처럼 딱딱함보다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ART 05. 독자들과 만난다는 것'

 

 산지니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역에 있는 인문학 카페에서 매달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전 직원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인 블로그 활동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만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략) 최근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SNS 활동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 본문 中 197p -

 

 '저자와의 만남'의 인터뷰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비록 그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마치 제가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자와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만큼 독자와 책이 자세하게 만나는 순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자와의 만남은 좋은 소통의 자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덕분에 저는 이 파트를 통해 자연스레 저자도 만나고 다른 책과의 만남도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지 못했던 '산지니'에 대해 알기도 하고, 앞으로의 '산지니'에 대해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야기들이 평범한 내용이나 에피소드들을 통해 진행되어 읽는 동안 웃음을 지으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주간 산지니!!)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지역출판사로서 '산지니'가 밟아온 걸음들을 느낄 수 있었고, 중간중간 보이는 지역 사랑을 통해 '산지니'가 지역출판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시대에 발맞추어 걷다 보면 '산지니'의 목표처럼 향후 10년 후에는 아시아 10대 출판사의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요. 인턴으로의 마지막 주를 이 책과 함께할 수 있어 더 '산지니'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읽어보시고 또 앞으로 걸어나갈 '산지니'의 행보에 함께하세요~~

 

 

 

지역에서 책을 펴내고 팔기까지-『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책소개)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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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덥고 경제는 어려워지고 취업은 안 되고…

눈 앞이 까마득하고 무언가 보이지 않을 때가 이따금씩 찾아오지는 않으신가요?

 

이러고 있으니까 제가 마치 전도사라도 된 것 같은데요 ;;

마르크스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 이야기했다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무언가에

기대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게 어쩌면 종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종교는 결코 아니지만 종교가 갖는 그 마력의 힘을 닮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사람이 희망이다』

이 책이 우리에게 아편이 아닌, 오아시스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D

 


 

 

 

- 책 겉표지 

- 책 뒷면



유명인부터 일반인까지

‘사람’에 초점을 두고 그들의 일상을 취재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인상적인 인물 몇 사람을 담아볼까 합니다.

 

 

 

 

40세까지 전업주부로 살다가 문득 자동차 부품 연마재 생산업체를 창업한 경성산업 김경조 대표. 초창기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편견도, 부당한 처우도 받았다고 토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에 승부를 걸어 청업을 시작한 지 20년 만에 업계 강소기업으로 키울 수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종가집 종부인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누구 엄마, 누구 아내가 아닌 제 이름 석 자로 사회활동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내 존재 가치가 확인되는 거지요. (중략) 젊은 여성들도 보다 더 프로근성을 갖고 세상에 도전하면 좋겠어요. 여성이란 이름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경쟁해 성공하길 기대합니다.” 라고요.

 

 

 

 

 

사진학과를 전공하고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몸담고 있는 박희진 교수는 20여 년간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는 일을 말이죠. 1년에 500만원 가량 나가니까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하고 있더군요.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였을까요. 친구들과 격주로 봉사활동을 가자고 약속을 한 것이, 두어 번 가고는 흐지부지 되어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언덕 위에 위치한 요양원이었는데, 처음에 가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저희를 낯설어 하시더라구요. 저희에게 정을 주지 않는 것 같아 보였어요. 아무래도 학생들이다보니 오래 있지 않고 갈 것이라고 으레 짐작하신 듯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날이 덥다, 장소가 너무 멀다, 공부해야 한다는 등의 핑계를 늘어놓으면서 봉사활동과는 멀어져 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우려가 들어맞게 된 셈이죠...;; 

 

저는 이틀 나가고 그만 둔 것을 박희진 교수는 20년을 해오고 있었으니, 돈의 차원을 떠나서 오랜 기간 타인의 삶을 돌아보며 살아왔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뜨고 50년 이상 자갈치시장에서 노점을 꾸려 ‘5남매의 엄마’로 악착같이 살아왔다는 한순지 씨. 남편의 죽음과 함께 그의 직업인 중매인의 역할까지 도맡게 된 그녀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가장이 되어야 했습니다.

 

“요즘은 오전1시께 가게로 나옵니다. 경매는 4시 30분 시작하는데 그전에 2~3일 해감 시킨 패류를 저울질해서 박스에 넣어 전국 각지로 납품시키지요. (중략) 자갈치시장은 내 삶의 터전이고 고향 같은 곳입니다. 5남매를 먹여살린 곳이지요. 생각하면 너무 고마운 곳입니다. (중략)”

“큰 딸이 아홉 살 때 오빠하고 화살 같은 것을 만들어 놀다가 눈에 꽂힌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돌볼 사람이 없어 애들을 집에 놔두고 장사하러 나왔다가 점심 때 되면 잠시 집에 가서 챙겨 주고 그랬는데 사고가 난 거지요.”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이야 오늘날에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만, 남편을 잃고 의지가지없이 홀로 5남매를 키워야 하는 이의 심정을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이유 없는 삶은 없을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서로 반목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생각과 행동 양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  이념과 생각은 달라도 대부분 겸손했다. 가슴에 꿈을 품고 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역경과 고난을 격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견뎌 냈기에, 혹 견뎌 내고 있는 중이기에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눈물 속에 핀 꽃처럼, 꽃이라면 슬픔도 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서문」중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을까요.

다들 저마다의 시련이 있고 아픔이 있을 테지요. 

그럴때면 무언가를 그리며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오늘 하루 조금 아팠다고 털썩 주저앉은 나를 돌아볼게 될 거예요. 

 그러고는 "오아시스를 만났구나!" 하며 조용히 미소지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D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나를 위해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나만 위하는 인생을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것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무엇도 내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이, 그 가운데서도 내가, 희망입니다.  

 

 

 

사람이 희망이다 - 10점
손정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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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하늘이 쨍쨍하니 날이 맑더니

지난 월요일은 비가 내리려는지 하늘이 흐려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마음 따뜻하게 읽어내려간  『모녀5세대』의 저자

이기숙 작가님을 뵈러 가는 제 마음만은 '날씨 맑음'이었답니다.

비가 내리면 더위가 조금은 누그러지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말이죠 ^-^

 

서면에 위치한 영광도서 내 카페에서 이기숙 작가님과의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Q1. 책 제목이 『모녀5세대』인 만큼 '여성과 가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우선 여성이라는 소재를 살펴볼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운동에 참여하셨더라구요. 선생님의 관심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았는데요. 여성을 소재로 글을 쓰신 배경이 이와 관련 있을 거라 봅니다만, 기존의 역사서들과는 그 대상을 달리 하신 점이 궁금합니다.

 

- 네, 아무래도 제가 강단에 서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경험들이 바탕이 되었다고 봐야겠죠. 예전에 ‘가족과 페미니즘’이라는 강의를 했었는데요. 가족이라는 구조 속에서 여성의 지위를 살펴볼 때 여성을 더 크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가부장제도가 주를 이루었다고 봐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엄마가 큰소리치기도 하고 과거에 비해 여권의 신장이 이루어진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본질이 아니에요. 가족 안에서의 많은 여성들은 노예적이고 차별적인 삶을 살아왔어요. 호주제가 폐지되어 더 이상의 법적인 용어는 없지만, 가족의 주인은 남성이고 가장이라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남아 있죠. 즉, 가정이라는 것은 ‘남자의 것’으로 소유의 대상이 되어 왔던 거예요. 남성의 권위 아래서 가족이 유지‧존속되기 위해서는 자녀를 출산해야 하는 여성이 ‘필요’했던 거죠. 이 속에서 많은 성차별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여성은 자신의 희생을 하나의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것이고요.

  가족과 관련된 강의를 여러 차례 해오면서 그 이데올로기를 의심해보게 되었어요. 여전히 가부장제는 남아 있고, 남성의 권위에 의해서 가족이라는 것이 포장되어 있기도 한 거죠. 그 제도 자체를 우리가 깨부수기 위해 노력을 해야 돼요.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남성의 성(姓)을 잇는 그런 외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에서 여성으로 이어지는 연대적인 삶도 존재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무시되고 있으니,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소중했어요. 김 씨면 어떻고, 박 씨면 어때요? ‘성이 다른 다섯 여자’에서 말하고 있듯이 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는 연대와 사랑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가족의 외연은 남성이 지배하고 있지만, 가족의 안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연대가 있고 그것을 한번 그려보고 싶었던 거예요. 단순히 외할머니부터 손녀까지의 추억을 적어가는 것이지만, 가족 내에서의 형식보다는 내용, 알맹이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Q2. 모녀 5세대, 장장 10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는데, 이들 사이에 하나로 통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하는 물음을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들의 삶을 관통할 키워드 혹은 주제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외할머니는 온정, 엄마는 희생, 나는 변화, 딸은 도전, 손녀 세대는 나눔이라고, 각자의 삶을 특색 있는 키워드로 보았는데요. 각자의 삶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까 외할머니부터 손녀까지 다섯 세대 여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랑과 책임, 그리고 헌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사실 이것이 인생에 있어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단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삶 속에서도 적용되는 중요한 주제어라고 생각해요.

 

 

Q3. 선생님의 외할머님께서는 부친이 서당선생이었는데도 그 당시 남아선호사상이라는 만연한 분위기 아래 무학으로 생을 살아오셨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 한 인간의 존재를 가로막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 세상에 나오셨는데, 큰 어려움 없이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셨다고는 했지만, 무엇엔가 부딪히게 되는 그 시대(한국전쟁)만의 난관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 저는 경상도에서 자라 피난의 경험이 없어요.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만난 내 또래의 많은 여성들 중에는 피난 내려온 여성들이 많더라구요.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중학교 때 만난 친구 가운데 피난 내려온 이가 하나 있었어요. 그때는 그 친구의 특별한 가정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내가 만나는 동년배 여성들이 피난민들이었던 거예요.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는 참 많이 다르더라구요. 철길 가에 판잣집을 얻으며 참 힘들게 살아가던 묘한 추억들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참 내가 복이 많죠(웃음).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랄까, 삶에 대한 애착이랄까 하는 것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제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죠.

  대학시절에 읽은 책 가운데 『지상에서 숟가락 하나』라는 것이 있어요. 제주 4.3항쟁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전쟁의 참상이라는 것이 내 한 세대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그때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죠. 전쟁이라는 것의 상처의 크기를, 책에서나 배웠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몸으로 크게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어요.

 

 

Q4. 선생님께서는 유년시절의 많은 부분을 외갓댁에서 보냈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저도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고 계셔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의 추억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할머니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공감을 얻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선생님께서 유독 애착이 가는 대상이 있을 듯합니다. 혹시 그 대상도 외할머니이신가요?

 

-  네, 그런 것 같아요. 유독 애착이 가는 대상도 역시 외할머니예요. 그때 당시에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장애를 가진 큰 이모가 계셨는데 그들 가족이 외갓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았어요. 작은 이모는 결혼을 하고는 나가 살았죠. 그리고 그 사이에 외삼촌도 계시고 했지만,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외할머니하고 장애가 있는 큰 이모인 것 같아요. 그래서 늘그막에 외할머니하고 큰이모하고 엄마하고 이 세분이 주로 큰 이모집에 참 자주 모였어요. 그러면 그 사이에서 저는 점심도 사드리고 모셔다드리고 그랬죠.

  외할머니는 가만히 집에 못 계셨어요. 여러 자식들 집을 오가며 한 일주일쯤을 머물다 가시곤 했죠. 지팡이를 집고도 당신의 손녀딸인 우리 집에도 자주 오셔서 농 정리도 해주시고 서로 한 살 차이인 내 시어머님하고 말벗도 해 드리고, 내 남편에게 당신의 사위(내 아버지) 흉도 보고 그런 분이셨어요. 참 부지런하고 따뜻한 분이었죠.

 

 

Q5. 외할머니와의 차이도 있지만, 선생님과 따님, 그리고 손녀분 사이에 세대차이 역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전의 시대보다 풍족하게 누리면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출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말입니다. 따님이나 손녀분의 삶에서 부러움을 느꼈던 순간은 없으신가요?

 

-  “시부모에게 잘해라, 잘해라”하고 딸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면, 우리 딸은 “저한테는 친정하고, 시댁하고, 자신하고는 정삼각형처럼 동등한 관계예요.” 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 ‘좋은 며느리, 나쁜 며느리’가 있다면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좋은 며느리가 시댁의 의견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라면 저는 좋은 며느리 못 하겠어요.” 라고 허더라구요. 내가 키운 딸이지만 참 놀랐어요(웃음). 여성으로서 시댁이나 가사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 하더라구요. 딸의 이런 자주적인 모습이, 이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기쁘게 받아들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딸이 가사에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하기를 바라요.

 

 

Q6. 선생님의 외할머님, 어머님, 그리고 선생님 본인의 세대와 비교해본다면 오늘날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향상된 것으로 보이는데, 선생님께서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  외할머니, 어머니 세대와 견주어 본다면 여성의 신장이 많이 향상되기는 했죠.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딸이 공대 나와서 직장을 다니면서 받는 성차별에 대한 글을 쓴 게 있어요. 거기서도 “우리 엄마 세대에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가야할 길은 멀다”라고도 써 놓았더라구요.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나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내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성이 설 기반이 완전히 다져지지는 못 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Q7. 다음은 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작품 안에서 인물들을 대체적으로 따뜻하게 그리고 계신데, 에필로그에서 ‘같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 역시도 사춘기 시절에 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막냇동생과 아버지는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선생님께서도 가족이 따뜻하게만 다가오지는 않을 수도 있으실 텐데, 어느 때,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 그럴 때는 전혀 없어요, 사실. 하지만 가끔 딸이나 아들, 사위 며느리가 나하고 생각이 다르고 그러면 행동이 다를 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해요. 이럴 때 그 다름을 내가 지적해서 언쟁, 논의하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 다름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두 가지가 있는데 저는 갈들이 생길 때 대체로 후자를 택하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참 좋은 이웃이다, 내 제자다’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ㅎㅎㅎ 내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는 딸하고도 며느리하고도 같이 살아봤는데 그 사이가 너무 가깝다보면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그냥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해요. 직접적으로 내 마음을 드러내면 싸움으로 번지기밖에 더하겠어요?

  우리 사위 같은 경우는 말이 없는 편이에요. 살갑거나 자상한 맛이 없어서 내가 안타까워했는데, 사위의 식구들이 다들 그런 걸 보면 그가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그런 것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더라구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 남편하고 나는 사실 동네에서 소문난 잉꼬부부예요.ㅎㅎ 그렇지만 그 사람과의 ‘다름’을 느껴본 일은 있지요.

 

Q8. 가족이란 어쩌면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광호 저자의 『가 족의 두얼굴』에서 보이고 있듯이 말이죠. “가족이니까, 가족이니까…” 이러면서 모든 것이 묵인되고 용서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선생님께서 쓰신 『모녀5세대』가 가족을 따뜻하게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쩌면 이것도 가족이데올로기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하는 어리 석은 자의 섣부른 의구심이 조심스레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가족 안에서는 갈등이나 싸움 같은 요소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가 있어요. 가족은 갈등을 통해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해 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방법도 있어요.

  그런데 갈등을 헤집어내어서 인물들이 성장하는 것은, 소설에서 더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다른 이의 삶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저는 이런 책을 통해서 내 딸이 내 손녀가, 이 시대의 여성들이 더 훌륭한 인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내가 쓰려고 했던 것이 소설이 아닌, 나를 기반으로 하는 수필이었기 때문에, 내 삶 속에 얽혀있는 갈등을 소설적으로(객관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죠. 이 갈등을 파헤치다보면 그것을 모두 수용하고 승화시켜서 우리가 성장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더군다나 에세이라는 갈래를 통해서는 더욱 그렇죠.

  딸이나 손녀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통해 성장해가는 것보다는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살았으면…'하는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싶었던 거예요. 이게 훨씬 더 긍정적이라고 봐요.

 

 

 

Q9. 책을 읽다보면 100년이라는 긴긴 시간을 추억하는 모습들에서 가족을 향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는데요. 평상시에는 가족들과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  손녀가 서울에 살다가 부산으로 와서 1년을 나와 함께 살았어요. 그러다가 딸 가족이 직업 때문에 미국으로 이사를 갔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딸네가 그동안 살던 집을 사돈하고 같이 정리하면서 주말을 보내요.ㅎㅎ 손녀가 부산에 있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목욕탕도 같이 가고... 딸은 너무 바빠서 밥이나 같이 먹는 정도지요. 남편하고는 아침마다 산에 가거나 주말에는 골프를 하러 가거나 해요.

 

 

Q10. 선생님께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절대 사람은 혼자 못 살죠.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돼요. 그런데 그 ‘누군가’의 1차적인 대상을, 저는, 가족이라고 봐요. 가족이 아니라면 형제, 친구, 직장동료, 강아지 등의 유사가족이 될 수도 있고요. 그게 아니라면 평생을 혼자 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결국 인간은 혼자서는 존립할 수 없는 존재인 거죠.

  가족이란 함께 살되 죽을 때까지 같이 하는 존재인 거잖아요. 그 사이에는 이혼이나 재혼, 사별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같이 살아갈 때 절대적 혹은 무조건적 사랑이 전제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끝없이 사랑할 수 있느냐, 하는 데에는 조건 없는 사랑이 필수조건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평생을 함께 하는,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겠죠.

  말하자면, 가족이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내 아들이 범법자라고 해서 내 아들이 아닌 게 되는 건 아니니까.

 

 

Q11. 우리에게 있어서 기억이란 게 매번 좋은 것으로만 자리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상처는 끄집어내어 매만지고 재해석하여 더 이상 상처로 남아 있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대목에 공감이 갔는데요. 선생님께서도 직업상 많은 이들과 대면하는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으셨을 듯합니다. 그때마다의 상처들은 어떻게 매만지셨는지, 삶의 지혜를 들어보고 싶어요.

 

-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 상처가 되고 나를 위축시켰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것들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봅니다. 젊었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고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까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화나고 분노하는 감정들이 분명히 있지만, 나에게 닥치는 고난들을 그 자체로 본다면 사실 그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상처로 생각하면 상처인 것이고, 디딤돌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될 테니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거죠.

  제가 이렇게 생각하기까지는 ‘가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그래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이 되어주었어요.

  그리고 그 두 번째는 사람의 타고난 성품이 될 텐데, 저는 낙천적인 편이거든요. 고난을 만나도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해’가 뜨기 마련입니다. 조지 베일런트가 『행복의 조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낙천성이 삶을 바꾼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도 드러난 사실이에요. 물론 어려운 환경을 만나면 그 성품마저도 변질될 수가 있겠지만 저는 그런 과정은 겪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참 복 받은 것 같네요(웃음).

 

Q12. 끝으로, 독자들에게 『모녀5세대』를 비롯해서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  앞에서 이야기한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조건』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등도 남성을 이해하는 데 좋은 관점을 제시해 주는 책이지요. 요새는 제가 죽음 관련 강의를 많이 하는데요, 캐롤라인 스토신저가 지은 『백년의 지혜』도 읽어볼 만합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대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객체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자리매김하는 그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기숙 작가님께서는

미숙한 제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으셨는데요.

책에서 느껴지는, 다섯 명의 여성들을 향한 그 따뜻한 마음을

삶에서도 실천하며 사시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의 그 긍정에너지는 한동안 제 일상에 진한 여운을 남길 듯합니다 : )

 

 

 

모녀 5세대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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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지난 7월 19일 화요일, 『토스쿠』의 저자 정광모 작가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설렘으로 가득찼기에 발걸음은 가볍게 구서역으로 향했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설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함을 점차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근처 카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토스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소설 『토스쿠』는 컴퓨터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순익, 정밀 가공업체 사무직원이었던 장욱, 연기자였던 주연 그리고 목적지 없는 무인도 여행의 선장이 된 태성.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린 장박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여정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판도라 상자를 열며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독자분들도 자신만의 '토스쿠'를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셨는데요. 작가님과 함께 『토스쿠』에 대해 어떤 것들을 이야기 나누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와 함께 확인해보시죠.

 

 

 

 

 소설의 배경인 '필리핀'에 가보지 않고 소설을 집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네, 필리핀은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했네요. 생각하기에 여러 인물이 무리 지어 다니고, 요트와 큰 바다를 소재로 사용함에 있어서 필리핀이 적합했었어요. 한국과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도 괜찮다고 생각이 되었구요. 처음 『토스쿠』를 집필할 때는 원래 '자살'에 관한 소설이었어요. 관광지인 필리핀에 자살하기 위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었는데, 다른 작가분들과 합평을 진행하면서 '자살'이라는 소재는 줄어들고 그 반대로 '토스쿠'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토스쿠'라는 단어 자체를 작가님께서 지으셨는데,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나는 이제 아즈카반을 탈출했어."에서 감옥을 아즈카반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무엇을 상징하는 다른 단어를 만드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토스쿠'라는 단어를 만들게 되었어요. '토스쿠'는 도플갱어나 평행우주론과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요. '토스쿠'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이자 '또 다른 문'을 뜻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집합소를 로봇을 만드는 장박사의 '목공치료소'로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인생의 고비를 거치면서 집결할 장소가 필요했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장박사와 모이게 되는 고리도 필요했었구요. 그래서 그들의 집결 장소를 장박사의 집으로 정했어요. 로봇을 만드는 장박사, 첨단과학은 목공과는 거리가 있죠. 목공은 현대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러한 점 때문에 그렇게 설정을 한 것 같아요. '자연과학공부'를 하는 모임이 있는데, 이것이 현대세계의 상징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과학적이기도 하고 미신적이기도 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저는 '순익'이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아마 죽음이라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가장 자아가 흔들리고 있었던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 제가 생각했을 때, '장박사'가 가장 주인공적인 인물이면서, 가장 아쉬운 인물이에요. '장박사'라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들이 여행을 떠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장박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처음 원고에서는 인물들마다 이야기가 많았고, 장박사역시도 이야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원고를 수정하면서 장박사의 이야기가 줄어들고, 비중 역시도 작아졌어요. 그래서 그를 조금 더 부각시키지 못한 게 아쉬워요.

 

 두 번째로는 '순익'인데요. 순익이라는 인물은 과학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인물로, 미신은 믿지 않죠. 하지만 장박사를 찾는 과정에서 믿고 있던 세계관이 흔들리다가 플라스틱 바다에서 회의감을 품고 좌절을 맞이하는데요. 특히 그가 좌절하고 죽게 된 동기가 상징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순익'이라는 인물은 장박사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깊은 좌절을 느끼고, 비극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반면, 함께 온 장욱과 주연은 장박사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항해동안 자신들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들 또는 시선에 초점이 많이 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원래 초고에서는 그들도 '토스쿠'를 만납니다. 장욱은 부동산업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주연은 화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살할 마음을 접고 다시 돌아와서 사는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이 역시도 수정 과정에서 순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서 쓰다 보니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순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어요.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을 하고 있었는데요. 소설에 있어서 많은 인물들을 한 가지의 주제로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데, 작가님께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많은 인물들 때문에 힘드셨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 저는 뼈대만 가지고 바로 글을 쓰는 타입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이어나가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여러 번 다듬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부분은 없었고, 완성되고 난 뒤 아쉬움이 큽니다.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그들이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 풍부하게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워요. 장박사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도 많고, 장박사와 토스쿠, 그 후 돌아와서 이야기 등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아요. 마음 같아서는 다시 한 번 더 소설을 내고 싶네요.

 

 

 

 

글에서 눈의 맹점, 시각에 대한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믿으면 보이리라', '시신경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란 믿을 게 못 된다.'처럼 상반되는 느낌을 내포하고 있었는데요.

 

- 첫 번째로는 리얼리즘, 현실이라는 것은 꿈속일 수도 있고, 게임 속일 수도 있고, 거대한 거인의 꿈속일 수도 있고, 우리가 캐릭터일 수도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알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고,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을 규정하기 어려워요. 시대 역시도 마찬가지죠.

 

 두 번째로는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대를 선택하는 게 아니기에 알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유령적이에요. 그것을 지배하는 것이 시각이구요. 시각 매체는 우리 삶에 50%를 차지하는데, 사실 눈은 흠이 많은 감각수단이라 보이는 것을 착각하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하죠. 그래서 눈이란 것이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매한 현실을 시각, 눈을 통해 눈의 맹점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시각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니 눈으로 본다고 해서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순익이라는 인물은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것이 가짜임을 알고 있는 현실적인 인물처럼말이죠.

 

 '내가 내 마음의 작은 일부만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는 도대체 뭐란 말일까?' 라는 구절이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에 꽂혔던 문장인데요. 아마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른다고 생각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나머지는 '토스쿠'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수가 없어요. 사실, 자기를 안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각도에서 자신을 본다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은 영원한 소재이며, 영원한 숙제입니다. 사회와 교육이 일상의 다양한 측면들을 억누르는 것이 일상의 매커니즘인데 인간을 규격화시켜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에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 영원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상은 때로 현실보다 더 훨씬 현실적인 법이다.'라고 하신 말처럼 이 글도 '플라스틱 바다', '내적자아' 등의 요소들, 현실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기존의 로맨틱이나 가족의 이야기들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처럼 달달한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넓은 의미로는 작위적일 수도 있죠. 하지만 리얼리즘의 리얼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을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소설적이에요. 소설 같은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고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짓지 않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소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소설의 재미나 가치 역시도 살릴 수 있구요.

 

 소설적 사건과 현실적 사건은 달라요. 그래서 현실의 참담함이나 암담성을 상징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 속에 내포해야 독자들에게도 쉽고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절대반지가 권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죠.

 

 

 

 

 작가님께서는 굉장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님꼐서 내신 『작가의 드론 독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방학을 보내고 있는 20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지식인의 대열에서 권위를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요. 저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저 독서를 통해 제 연못의 크기를 넓혀가는 것이죠. 작가는 소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소설에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눈을 가지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문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장편을 계속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는 것도 중요해요. 독서를 통해 글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알고 있는 소설을 원작의 축소판을 읽기보다는 원작을 읽으면서 자신의 연못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연못이 말라버리면 쓸 것이 사라지니까요.

 

 일반 친구들에게는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자연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전반이 자연과학 쪽이라 반드시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끔 다양한 분야들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즐겁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토스쿠를 다 한 번씩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특히 고문실에서는 자신의 토스쿠를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말이죠. 그래서 독자분들도 토스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토스쿠를 만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같은 생각을 계속 생각하며 읽으면 더 좋겠죠.

 

 

 

 작가님의 저서인 『작화증 사내』를 선물 받았습니다. 책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저는 선물 받았는데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곧 작가님의 중편 소설이 나온다고 하니, 그 전에 『작화증 사내』를 빨리 읽고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저의 연못을 넓혀볼까 싶네요.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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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판다입니다.

 

 저번 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책이 출판사에 도착했었어요. 시선 집중시키는 표지의 색에 이끌려 자연스레 손을 뻗어 책을 집었던 것 같아요. 새 책만이 풍기는 향에 취해 따끈따끈한 이 책의 분위기에 흠뻑 도취되어 하루 만에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는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더군요.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책 표지

 

 오영이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그것들은 현실이라는 단어에 서로 엉키고 묶여있다. 어쩔 수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 끝은 무엇일까요.

 허구의 공간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 책은 읽은 독자들에게 가슴 한 켠의 먹먹함을 선물로 건네는 듯 보인다. 빠르고 쉽게 읽혀 가볍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무겁고 아픕니다.

 

 

 

 

 안동댁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평생 수절하고 지낸 년이나 평생 가랑이를 벌리고 산 년이나 늘그막에 이게 무슨 꼴인지. 저년 말대로 늙지도 젊지도 않은 이 나이에 도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가슴이 먹먹해 견딜 수가 없었다.     - 본문 中 81p

 

『황혼의 엘레지』는 안성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과, 행방불명된 며느리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손자 태주를 키우기 위해 안성댁은 오늘도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박카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박카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상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에 의해 안성댁은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여자와 갈등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안성댁은 여자와 동질감을 느끼고, 여자와의 대화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 때 '박카스 아줌마'가 이슈되면서 노인의 복지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커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황혼의 엘레지』에서도 박카스를 파는 안성댁을 캐릭터로 설정해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카스에서 가지쳐서 나온 노인의 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여섯 살의 나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치맛자락을 그러쥐고서라도 절대 울지 않는 것이 외로움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외로움을 안다는 것이 체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 본문 中 101p

 

『마왕』은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빈자리에 쓸쓸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여자는 또다시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밤마다 밖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기다렸고, 결국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치마들을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백화점 내에 있는 네일샵에 직원인 여자는 결국 사채까지 빌려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 넣습니다.

 카드를 만들면서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여자의 삶은 누군가의 빈자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충동구매와 빚이라는 자본주의인 현 상황의 결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삽입하여 악마의 속삭임을 여자의 삶에 그리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여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이상심리들이 작용하여 그녀 스스로 삶에 혼란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그녀가 만들어낸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그때 그녀는 세상의 무엇이 그토록 추웠던 걸까. 파래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난 왜 이렇게 늘 춥지, 라고 하면서 안겨 울 때 그녀의 세상이 왜 추운지를 나는 왜 물어보지 않았던 걸까.    - 본문 中 179p 

 

 『핑크로드』는 사촌 누나를 마음에 품게 된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을 살던 남자와 여자는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결과는 환영받지 못한 사랑이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파국에 치닫습니다. 이미 예상한 결과이지만, 그 끝은 그들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만남 속에는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그들에게는 본능이 먼저인 듯 보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촌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으나, 남자의 초점에 집중해서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반부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육체적인 사랑이 우선시 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향하면서 사라진 여자를 찾기 위한 남자의 심리가 드러나는데, 이때 여자의 아픔이나 외로움을 남자는 생각하고 뒤늦은 것에 대해 후회합니다. 여자를 멈추게 하지 못한 자책과 이미 늦어버려 되돌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드러납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뒤스부르크에서 만들어진 프라이팬이 한국으로 넘어와 자신을 구입하거나 주운 사람들의 모습들(입시전쟁 속의 엄마와 아들, 팍팍한 현실에 사랑을 잃은 청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부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지니고 있는 프라이팬의 시점은 사람들의 아픔을 더 가슴저리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자신이 사용되지 못함을 프라이팬은 안타까워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행했다. 나는 왜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집에 한 버내도 있어 보지 못한 건지, 왈칵 슬퍼진다    -  본문 中 40p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슴 한 켠에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은 채 그들 삶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따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다른 이들이 자신을 향해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지만 들은 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에서 소설의 강점인 현실반영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삶에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읽은 독자에게 더 진한 씁쓸함을 남겨주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들은 지금도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 10점
오영이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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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판다입니다.

 

 비가 그쳤다고 신났었는데, 쨍쨍한 햇볕이 반갑게 인사하네요. 다들 무더위는 잘 피하고 계신가요? 벌써부터 밖에는 매미들이 울면서 여름이 바투 다가왔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주네요. 다들 더위 조심하세요~~ 저는 어제 대표님과 함께 다대고등학교에 다녀왔는데요. 오랜만에 찾은 고등학교는 몇 년 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게끔 했는데요. 그렇다면 저는 왜! 그곳에 다녀왔을까요?

 


 

 

 

 

 

  어제 다대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직업을 JOB아라'라는 주제로 직업체험을 했는데요. 그곳에 저희 '산지니 출판사'도 참여를 했습니다. 안내를 받고 들어선 곳에는 출판기획을 꿈꾸는 친구들이 앉아서 교실에 들어오는 대표님을 반겨주었습니다. 직업체험은 1부,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는데요. 교단에 서신 대표님은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었을까요?

 

 

 

 

 

  1부에서는 규모가 제일 큰 출판산업을 유럽과 아시아를 비교하며 인쇄 그리고 출판기획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구텐베르크'를 시작으로, '산지니 출판사'를 실제 예로 들어 친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표님은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표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출판 역사가 약 70년의 짧은 역사이지만, 경제 발전과 더불어 고도성장을 하면서 출판의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문화산업 중에서 출판산업이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입니다." 말씀과 함께 현 출판산업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또한, '산지니'에서 출판한 번역서들과 그 과정을 이야기하시면서 국제적으로 뻗어 나가는 출판산업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출판은 마술이 아니다. 과학에 가깝다."

"세상에 질문을 던져라. 좋은 물음 속에 답이 있다."

 - 편집자 분투기 中

 

 

 1부에서 조금 딱딱한 이야기였다면, 2부는 그에 비해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산지니 블로그를 활용해 친구들에게 도서 홍보 활동, 저자와의 만남 등의 글들을 소개해주며 책이 출판된 후의 활동들을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독서와 문해력에 대한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한국은 100명 중에 2명만이 문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시면서 "책을 다양하게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롭게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서를 겁내지 마세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뒤에서부터 읽어도 되고, 읽고 싶은 부분을 읽어도 좋습니다." 말씀과 함께 편집자가 되기 위해 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시고, 도서관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편집자의 길을 네 가지를 가져야 한다.

첫째, 탐구정신을 가져라.

둘째, 지혜로워야 한다.

셋째,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넷째, 감동의 마케터가 되어라."

 

 

 제작까지의 과정과 책 장르에 따른 차이점을 궁금해하던 친구들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다대고등학교의 직업체험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정리로 친구들에게 편집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력이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글쓰기의 힘이라며 다시 한 번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점심시간 후에 진행되어 피곤도 할 텐데 열심히 경청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저는 강연 내내 웃음을 머금고 있었던 것 같네요. 강연을 끝내시는 대표님을 향해 박수쳐주던 그들의 꿈에 저는 박수를 쳐주며 다대고등학교에서의 직업체험을 끝냈습니다. 오늘은 동주여자중학교와 사하중학교에서 '직업을 JOB아라' - 출판기획을 진행하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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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새로운 인턴 판다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비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 찾아오는지 밖은 벌써 무더위가 펼쳐지고 있네요. 여러분들은 다들 어떻게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출근 5일 차, 첫 인턴일기를 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답니다. 지하철 구석에 자리 잡고 읽어 내려갔던 정광모 작가의 장편소설 『토스쿠』를 읽으며 저에게 몇 가지의 질문들을 던져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여러분께 그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컴퓨터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순익, 정밀 가공업체 사무직원이었던 장욱, 연기자였던 주연 그리고 목적지 없는 무인도 여행의 선장이 된 태성. 장공진 박사를 찾기 위한 그들의 무모한 일주일 동안의 항해가 시작됩니다.

 

『토스쿠』책 표지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모인 곳, 바로 장박사의 목공심리치료소였습니다. 그들은 장박사와 함께 나무를 만지며 자신들의 말 못 할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장박사는 보라카이로 휴가를 떠나고,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들은 사라진 장박사를 찾기 위해 뒤따라 필리핀으로 향했고, 그 여정 동안 그들도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토스쿠』는 필리핀의 바다, 보라카이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해 속에서 잔잔한 바다 뒤에 숨겨진 이면을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 경험 속에서 마음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자신만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다른 이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그들의 '토스쿠'는 무엇이었을까요?

 

 

 토스쿠는 '또 다른 문' 즉 저 세상으로 넘어가는 문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토스쿠는 또 다른 문에서 만나는 낯설면서도 친숙한 존재다. 그런데 토스쿠를 만난 사람은 아주 큰 행운이나 불운에 부닥치게 되지만 어느 쪽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 본문 中 81P

 

 

 태성은 연못 건너편, 야자수의 그림자와 달빛 그리고 연못이 만들어낸 환영을 마주하게 됩니다. 희미한 모습이었지만 그 환영은 태성을 그의 젊은 시절 어딘가로 떠나가게 만들었고, 그 종착지는 그가 보호시설을 퇴소하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멈춰서는 버스에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자신을 지나쳐 가는 버스를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순익은 결국 장박사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순익은 어린 소년에게, 키가 좀 더 자란 소년에게, 소년티를 벗은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순익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있는 성인이 된 남자에게서 질문을 받습니다. '넌 뭘 기다리니?' 순익은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트 선장인 태성은 가슴 아픈 순간의 태성을, 장박사를 찾던 순익은 목표가 사라진 순익을 마주하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친숙한 자신의 모습에 한발 다가서지만, 판도라의 상자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토스쿠는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자신인데 그가 뭘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우선은 마음을 비워야 해요."   - 본문 155P

 

 

 '토스쿠'를 만나고 로봇이 시시해져 버린 장박사는 어떻게 하든지 정체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결국 장박사는 노력 끝에 '토스쿠'를 직접 만날 수 있었고,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토스쿠'와의 만남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은 어떨까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장박사와는 달리 그가 만난 '토스쿠'는 살인자였다. 장박사 역시도 익숙한 자신의 모습이었으나 생각지 못한 모습에 '토스쿠'를 부정하게 되어버립니다.

 

『토스쿠』책 뒷면

 

 '토스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들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 스스로 가상의 존재, 환영이라 단정 지어버립니다. 그저 장박사가 '토스쿠'라는 것에 미쳐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시신경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익숙했으나 낯선 것들에 대해 그들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박사를 찾으러 갔다 우연하게 '토스쿠'를 만난 그들도, '토스쿠'와 대화까지 나눈 장박사도 모두 실제로 보았으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였습니다.

 

 

 

 

 작가는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나가 살고 있다. 또 다른 나는 살인자이거나 독재자일 수도 있고 광신도이거나 예술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토스쿠'는 인간의 내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선과 악을 전부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선함을 추구하던 자아가 악이라는 내면을 만났을 때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상당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장박사의 선택도, 선욱의 선택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해봅니다.

 

 인물들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치유해간다고 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인물들은 자신의 아픔들을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둔 체 그저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다른 이와 공유하면서 지난 일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내면인 '토스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들은 '토스쿠'를 만나기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시고 '토스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만약 '토스쿠'를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신가요?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미지의 섬에서 마주친 또 다른 나:: 장편소설 『토스쿠』

 

문학과 음악이 함께한 수요일 밤 - 정광모 장편소설 『토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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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5세대는 한국의 근현대사, 자그마치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녹아 있는 여성의 삶을 다루었다. 1900년대에 출생한 외할머니부터 2000년대생 손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혹은 살아갈 삶의 양상을 비록 달리하고는 있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외할머니와 손녀가 살아온 시대는 엄연히 다르지만 그것이 별개의 것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딱딱한 역사책이 아닌, 손녀이자 딸이자 엄마이자 외할머니이자, 그리고 자기 자신인 삶과, 가족들의 인생을 추억하는 것으로 전개되는 그것 때문에.

  그동안의 역사의 주안점은 여성보다는 남성에,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두었으며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틀 속에서 다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녀5세대는 다르다.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모계를 중심으로 한 5세대가 부산에서, 그리고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거·교육·직장생활·가족 관계 등 일상에 맞닿아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은 것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역사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가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었던 데에는 익숙한 지명이 등장하는 것, 구어체를 사용하는 것, 저자의 경험과 가족들에 대한 기억들을 추억하는 것 등을 댈 수 있겠지만 대상을 향한 저자의 사랑이 돋보이는 것, 그것이 크게 작동하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 때문에 내가 이 책에 감명 받은 것이기도 하다.

  긴긴 시간에 걸친 내 가족의 여러 세대를 마음속에 떠올리고 추억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차는 행위이다. 아니 어쩌면, 내게도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해, ‘가족은 내 삶의 안식처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족을 나와는 또 다른 객체로 본다면, 대상을 향한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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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바깥 세상에 갔다 온 414.입니다.

 지난 목요일, 저는 장전에 있는 아스트로 북스에 방문했습니다.





 아스트로 북스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에 있는 작은 서점입니다. 선간판도 없고,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찾았을 때 희열감을 준다는 '아스트로 북스 블로그'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입구 왼쪽 사진의 입구로 들어가 서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오른쪽 입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길 찾기는 나름 자신 있는 분야였는데. 매력을 하나 잃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왕 못 찾는 김에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나유타 카페





 B-SHOP





 개인의 취함




 그리고 아스트로 북스입니다.




 눈앞에 있었습니다. 








 서점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깔끔했습니다. 중간 탁자 위에는 귤과 문구 용품, 여러 책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서서 인사를 드리자, 아스트로 북스에선 제게 차와 귤을 권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