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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따스한 일상과 온기를 지닌 소설들_『아이 캔 두 이모』북토크 후기

by 2raon 2024. 2. 29.

 

제목만 보아도 눈길이 가는 소설집 『아이 캔 두 이모』. 이 소설집은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 작은 것들에 주목했습니다.

스스로 한글을 배우며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이모의 삶을 담은 「아이 캔 두 이모」.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불식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수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해 뜰 날」.

어느 날 개 열 마리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온 막내며느리와의 화해 과정을 담은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판보다 융화를 배우는 「모니터링하는 시간」 까지 모두 네편의 소설이 담겨 있습니다.

2월 28일 저녁, 산지니X공간에서 『아이 캔 두 이모』의 김우남 소설가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따뜻하고 훈훈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현장을 공개합니다! 

Q. 표제작 「아이 캔 두 이모」는 이모가 남긴 소지품을 보며 이모를 회상하는 소설입니다. 단편소설임에도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이모가 실존하는 사람처럼 다가왔어요. 이런 에피소드는 어떻게 구상하시나요. 모두 상상인가요, 아니면 주변의 이야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꺼내 쓰나요?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아이 캔 두 이모」에 나오는 이모가 실존인물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서울문학광장』이라는 잡지에 「아이 캔 두 이모」가 실렸을 때도  작가분들께서 보시고 이런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그럴 때 저는 "그거 소설인데요."라고 답합니다.  『뻐꾸기 날리다』라는 책이 나왔을 때도 지인이 "언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편지며 인터뷰 자료를 찾았어요?"하고 물었었죠. 그때도 제가 답했어요. "그거 소설이야."

소설은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저는 누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느냐에 중점을 둡니다. 또 상상과 직접 맛보고 냄새 맡아서 아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자료도 수집하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저는 이모가 없습니다. 「아이 캔 두 이모」 의 이모는 친정 어머니와 고모님들 이야기를 융합해 형상화한 이모입니다.

 

Q. 소설을 읽고 작가의 말을 읽는 걸 좋아하는데요, 이 책의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 글을 배워서 읽고 쓸 수 있는 환경이 쉽게 주어졌으니 그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것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나의 안온함 배움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특히 요즘은 영어로만 된 간판과 메뉴판이 많아서 그분들께 이 소설과 작가의 말을 추천하고 싶었어요. <-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에서도 영어 간판에 대한 비슷한 대목이 나오고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오셨나요?

친정 어머니가 하동에 계시는 데요. 글 쓰고 계신 걸 보여주신 적이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삐뚤빼뚤하고 맞춤법은 맞지 않지만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때 뒤늦게 한글이며 숫자며 그리고 영어 알파벳마저도 스스로 터득해내셨단 걸 깨달았습니다. 어머니의 글에 대한 사랑과 애정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을 위해 고민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최근에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글을 못 읽기 때문에 늘 먹던 요구르트인 줄 알고 독극물을 드셨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쉽게 얻었다고 생각한 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이름이나 영어 간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고요. 그렇다고 순 한글만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해 뜰 날」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수의직 공무원이라는, 문학에서 낯선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추천사에서 소설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과 이를 소설로 풀어내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요. 소설 집필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질문 하나 드릴게요. 공무원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세요? 과거 저는 철밥통 등 부정적인 단어가 먼저 떠올랐는데요. 그건 제가 공무원을 별로 안 좋게 봤다는 거겠죠? 그러다 추천사를 쓰신 분과 만났을 때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방역하기 위해 애쓰시는 공무원분들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계기로 현장에 가서 인터뷰도 하고 직접 만나뵙게 되었죠.

책의 주승민 의사의 실제 인물이자 현장에서 가축 방역관을 하고 계신 조철민 수의사님의 사무실을 가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방 한쪽이 완전 캠핑장이더군요. 간이침대, 일회용 컵라면, 버너 등등. 집에도 가지 못하시고 몇 날 며칠을 고생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죄송한 생각을 제가 공무원들에게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글로써 보답하고 위로를 드리고자 이 소설을 시작했습니다.

 

Q. <해 뜰 날>의 서술자는 연극배우입니다. 수의사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근처에 있는 인물 대신 연극배우를 선택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프리카 돼지 열병처럼 전문용어가 많이 나올 만한 이야기를 전하기는 사실 좀 어렵습니다. 논문이나 리포트가 아닌 소설로 쓰려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하고요. 좀 쉽게 쓰기 위해서는 젊은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의 껄렁껄렁함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구요. 또 현장을 목격하고 경험한 후에 '내 문제는 별거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기를 바랐습니다. 

 

 

Q. 「아이 캔 두 이모」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소설의 주제와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쓸 때 제목을 먼저 정하고 쓰시나요? 아니면 이야기를 다 쓰고 제목을 후에 붙이나요? 

「아이 캔 두 이모」라는 이름을 생각했을 때 딸에게 전화를 했어요. 제목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콩글리시긴 한데 재밌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확정했습니다. '재밌으면 됐어!' 하면서요. 사실 원래 제목은 '나의 이모'였는데요.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감명 깊게 봤었거든요. 그런데 또 드는 생각이 단편으로는 '나의 이모'라는 이름이 괜찮지만 소설집으로는 좀 약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뭔가 해내려 하고 잘 해내는 그런 이모기에 「아이 캔 두 이모」 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집자도 좋게 봐줬구요. 저는 처음에는 가제로 출발해서 소설을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북토크 중간중간 김우남 소설가의 낭독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을 읽어주셨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의 내용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책 속 인물이 직접 얘기하는 것처럼 실감나게 읽어 주셨거든요.

「연(緣)-누런 뱀과 매우 단단한 똥」과, 소설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북토크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은데요. 하이라이트인 만큼! 이 부분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아래의 유튜브 링크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live/tpeCHo3WKdw?si=xEGNQ-o8ONsZvZc-

모르고 지나쳐 왔던 일상 속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이 소설집처럼, 김우남 소설가는 따스한 온기를 지닌 분 같았습니다. 세상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경청해주시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북토크 영상을 통해 여러분도 『아이 캔 두 이모』 와 김우남 소설가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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