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란 시집1 쓴맛이 사는 맛 / 최정란(대구일보) 쓴맛이 사는 맛 / 최정란 통이 비었다 쓰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이따금 큰 숟갈로 썼구나/ 시간이 없는데 식탁을 차려야할 때/ 급한 불을 끄듯 설탕을 더한다// 그때마다 요리를 망친다/ 손쉬운 달콤함에 기댄 대가다// 마음이 허전하고 다급할 때/ 각설탕 껍질을 벗기듯/ 손쉬운 위로의 말을 찾는다// 내가 나를 망치는 줄도 모르고/ 임시방편의 달콤함에 귀가 썩는 줄도 모르고// 생의 시간을 털어가는 달콤한 약속들은/ 내 안이 텅 비어/ 무언가 기댈 것이 필요할 때/ 정확히 도착한다// 내 안에 달콤함을 삼키는 블랙홀이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언젠가 생을 통째로 삼킬 것이다. - 시집 『사슴목발 애인』 (산지니, 2016) ‘쓴맛이 사는 맛’ 경남 양산의 기숙형 자율학교인 효암고등학교 앞 큰 돌에 새겨져 .. 2016. 1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