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서면 뒷골목은 여느 때보다 고기 굽는 연기로 자욱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얼굴들을 보느라 그럴 테지요. 영광독서토론회가 열린 서점 앞도 북적거립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을 고르게 될까요? 우리 안의 크고 작은 ‘빈틈’을 채워줄 한 권의 책이 절실해지는 때입니다.
영광도서 앞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부산 시민들
제138회 독서토론회의 대상도서였던 <테하차피의 달>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기 좋은, 우리 안의 ‘빈틈’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아내를 두고’라는 소설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나름대로 단단하게 쌓았다고 믿는 삶의 제방을 언제든 무너뜨릴 수도 있는 크고 작은 빈틈을 눈여겨보지 않고, 그간 살아오며 체득한 지혜와 습관대로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52쪽)
이날 지정 토론자로 참석하신 오영이 선생님께서 무거운 질문 하나를 던지시더군요. 이 소설을 쓰신 조갑상 교수님이 느끼시는 인생의 빈틈은 어떤 것이냐고. 교수님께서 생각을 모으시는 동안, 사회를 담당하셨던 김하기 선생님이 그 틈을 메우셨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이혼하면 아이들은 당신이 데려가라” 하기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어서 토론을 맡으셨던 오영이 선생님은 몇해 전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마취로 의식을 잃기 전, “왜 내가 예쁜 옷 입지 않고 허름한 추리닝이나 입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시더랍니다.
조갑상 교수님의 ‘빈틈’에 대해서는 끝끝내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빈틈’이란 벌어지고 나서야 느끼게 되는 것이고, 충격을 주는 사건을 동반하는 만큼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조갑상 - 김하기- 오영이 선생님
커다란 빈틈이야 각자의 몫이겠지만, 작은 빈틈들은 호의와 정, 선물들로 채워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진지하고 때로는 곤혹스런 질문들로 채워졌던 <영광독서토론회>는 ‘추첨권 뽑기’ 시간에 이르러 활기를 띠었습니다. 상품이 넉넉한 만큼 호명되는 번호는 길게 이어졌고, 그때마다 반가운 웃음꽃들이 피어났습니다.
138회 영광독서토론회는 <테하차피의 달>과 더불어 크고 작은 빈틈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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