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총서 14
중국 영화의
열광적 황금기
★ 어느 영화 소년의 80년대 중국영화 회고론 ★
이와나미쇼텐에서 출간된 『중국영화의 열광적 황금기』와 번역되어 산지니에서 출간된 『중국영화의 열광적 황금기』.
1980년대 중국영화, 그 영광의 의미를 논하다
아시아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 중국영화는 자장커, 로예, 루추안 같은 제6세대 감독들이 가져온 충격이 크다. 문화혁명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영화를 논한 책 『중국영화의 열광적 황금기』는 오늘날의 중국 영화를 있게 한 중국 내의 제도적 측면, 관중들의 수용, 스타 시스템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당시의 신문, 잡지, 평론, 단행본, 인터뷰 등 현지 자료를 통한 철저한 고증과 더불어 영화팬으로서 저자의 개인적 애정이 녹아들어 있는 책이다. 1967년생인 저자 류원빙은 개혁개방 이후 10대를 보냈고 그 시절의 영화관을 ‘파라다이스’로 기억하고 있다. 책은 영화의 호시절을 누린 저자가 기억하는 중국영화는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상세하게 다룬다. 더군다나 이 책은 단순히 영화론에만 그치지 않고, 영화 제작을 뒷받침한 중국 제도와 대중문화를 함께 짚어보고 있어 현대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국의 ‘1980년대’는 이미 지나간 과거이다. 따라서 이제 그 시절과 같은 중국의 ‘열광적 황금기’는 아마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이에 1980년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영화 장르를 통해 중국의 사회상 전반을 살펴보는 작업은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 보다 의미가 깊을 것이다.
영화로 만나는 문화대혁명의 상흔
문화대혁명의 종결부터 고도성장기 개막에 걸친 10년, 특히 1980년대는 중국 영화의 황금기였다. 격동하는 시대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영화 미디어가 위안과 평온을 선사한 것이다. 이 시기에는 텔레비전이 아직 보급되지 않아, 저자의 말대로 “영화관은 파라다이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흔 영화(傷痕電影)’라 불리는 방대한 작품군에 더해 코미디나 연애 영화, 액션 영화 등 오락 영화도 다수 제작되기 시작했다. 문화대혁명 시기 억압되었던 중국영화가 한 달에 15편가량 제작·상영되었고 외국영화도 미국과 서유럽, 소련과 더불어 제3세계 영화들이 다양하게 공개되었다. 이 책은 문혁에 걸쳐진 여러 기억들이 ‘가련한 피해자로서의 나’라는 공공적 기억에 수렴되는 과정과, 이에 ‘이야기’로 쓰이는 문혁이 공동체의 ‘역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개혁개방 이후 문화 번역(cultural translation)
휴일이 되면, 젊은 여공들은 작업복을 벗어 던지고 예쁜 스커트로 갈아입고는 ‘잔췬’으로 유명한 지점으로 향했다. 최신 유행 패션을 몸에 걸치고 주위의 시선을 끌겠다는 듯 낭창낭창 걸어다니는 여성들과 기타를 치면서 그녀들을 힐끔거리는 청년들로 늘 분주하던 공원 일각이 그 지점이 되었다. 공원에 도착하면, 다소 긴장한 기미의 여공들은 우두머리격의 여성이 내리는 ‘가자’라는 지령을 따라, 횡렬대를 이루어 인파를 헤치고 당당히 행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곳에 자연스레 ‘통로’가 생겨났다. 여공들이 ‘통로’의 막다른 끝에 다다라 안도의 숨을 내쉬면, 우두머리격 여성이 이 ‘행렬 동기’들에게 ‘되돌아서 한 번 더 하자’며 다음 지령을 내렸다. 빨간 스커트를 입은 이 행렬 동기들은 주위의 선망어린 시선 속에서 통로를 되짚어 갔다. ‘제일 예쁘다’ ‘최고다’라는 관중들의 함성에 둘러싸여, 여공들은 서로 얼싸안고 대승리를 기뻐했다. _「제2장 ‘외부’로 향하는 시선」, 108~109쪽.
저자는 개혁개방 이래 서양 문화가 중국에 수용되는 과정을 ‘문화 번역’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다. 외국 영화를 매개로 대중에게 수용된 디스코 댄스나 브레이크 댄스를 열심히 흉내 내며 ‘자본주의적 신체’와 동일화하려는 중국의 젊은이들, 그리고 프랑스의 영화 비평가 앙드레 바쟁(André Bazin)의 언설을 내세우며 영화 기법의 혁신을 시도한 중국 영화감독들의 문화 수용을 고찰하였다. 〈빨간 스커트의 유행街上流行紅裙子〉(치싱자齊興家, 1985)에서 자본주의의 경쟁 원리가 모종의 유토피아적인 것으로 제시된다던가,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속일 수밖에 없을 만큼 고뇌하던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스크린 안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댄스스포츠의 일종인 폭스트롯(fox-trot)이 중국문화에 도입되면서 ‘베이징핑쓰北京平四(베이징 폭스트롯)’라는 스텝으로 변형된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 문화가 새로이 중국 문화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 작용이 생겨나고 있다고 저자 류원빙은 말한다.
중국 영화의 제작시스템: 독특한 검열 구조
〈중년이 되어〉의 스태프들은 촬영 재개 뒤에도 검열 대책으로서 이 심각한 작품에 일말의 경쾌함을 부여하고자 갖은 애를 썼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농민 환자의 입을 빌어, “같은 백내장으로 고통받던 아버지는 눈이 먼 채로 일생을 보냈는데, 나는 나을 수 있다니… 사회주의는 얼마나 훌륭한가!”라며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어필하거나, 여주인공과 남편이 사별하는 심각한 장면에서는 집에 남겨진 어린 두 아이를 이웃이 열심히 보살펴 주는 장면이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삽입되는 등의 궁리책이었다. _「제3장 제작, 유통, 검열」, 192쪽.
사회주의를 국시로 하는 중국은 독특한 검열 구조를 지닌다. 그러나 저자는 영화 검열 제도에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저촉되는 테마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 것 또한 아니라며 독특한 구조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심사위원의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검열 방식, 검열에 통과되지 못했다가 특수한 계기로 특별 허가받은 사례, 다양한 결말을 동시에 촬영하여 검열에 통과된 라스트 신으로 교체해서 유통한 사례 등으로 그 특수한 구조를 파헤치고 있다.
사회주의 아래, 여배우 소비 형태의 특수성
스타는 완벽한 상품이다. 1센티미터의 신체, 한 줄기 영혼의 섬유, 한 조각 생활의 추억 모두 시장에 내놓이기 때문이다. 스타에게는 가격이 매겨지고, 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라 규칙적으로 변화하며 수요는 티켓 시장과 ‘팬레터 부문’에 의해 정기적으로 평가된다. _「제4장 스타 탄생」, 248~249쪽.
이 책은 또한 1980년대를 빛낸 두 여배우인 류샤오칭과 조안 첸(천충)의 사례를 통해 냉전 시대에서 전 지구화 시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중국 내 상황과 함께 여배우의 자기 소외에 대해서 논했다. 특히 스타의 이미지는 스크린과 사생활에 걸쳐져 있다. 류샤오칭은 에로틱한 신체와 공격적인 성격으로 스캔들의 도마에 자주 올랐던 배우이나 자서전 『나의 길』(1983)을 써서 스스로 자신의 사생활 일부를 털어놓음으로써, 외려 스캔들을 활용하여 자기 이미지를 조종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와 비견되는 조안 첸의 사례는 8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중국 스타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를 보여준다. 조안 첸 이후 중국에서는 스타들의 출국 붐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이면에는 서방세계에 대한 중국인들의 동경과 선망이 놓여 있었다.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중국으로 돌아온 조안 첸에 중국인들은 한때 이질성을 느꼈으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중국인들과 조안 첸 사이에 오묘한 동질성이 형성된다.
중국 영화의 열광적 황금기 아시아총서 14
어느 영화 소년의 80년대 중국영화 회고론
류원빙 지음 | 홍지영 옮김 | 예술 | 신국판 | 350쪽 | 25,000원
2015년 1월 15일 출간 | ISBN : 978-89-6545-276-8 94680
문화혁명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영화를 논한 책 『중국영화의 열광적 황금기』는 오늘날의 중국 영화를 있게 한 중국 내의 제도적 측면, 관중들의 수용, 스타 시스템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당시의 신문, 잡지, 평론, 단행본, 인터뷰 등 현지 자료를 통한 철저한 고증과 더불어 영화팬으로서 저자의 개인적 애정이 녹아들어 있는 책이다. 책은 영화의 호시절을 누린 저자가 기억하는 중국영화는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실체를 상세하게 다루는 한편, 영화 제작을 뒷받침한 중국 제도와 대중문화를 함께 짚어보고 있다.
지은이 : 류원빙(劉文兵)
1967년, 중국 산둥 성에서 태어났다. 2004년,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초역문화과학 전공으로 표상 문화론 박사 과정을 수료, 학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영화전문대학원대학 객원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도쿄대학 대학원 학술연구원으로 있다. 와세다대학 등에서 강사를 역임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영화론과 표상 문화론.
저서로 『중국 항일 영화, 드라마의 세계』(쇼덴샤 신서, 2013), 『중국 영화의 열광적 황금기』(이와나미쇼텐, 2012), 『증언 일중 영화인 교류』(슈에이샤 신서, 2011), 『중국 10억인의 일본 영화 열애사』(슈에이샤 신서, 2006), 『영화 속의 상하이』(게이오기주쿠대학출판회, 2004)가 있다. 공저로 『학예의 환류―동서의 번역·사상·영상』(센슈대학 출판사, 2014), 『일본 영화는 살아 있다―경계를 넘는 다큐멘터리』(이와나미쇼텐, 2010), 『표상의 디스쿠르―미디어』(도쿄 대학 출판회, 2000)가 있다. 중국 영화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옮긴이 : 홍지영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에서 예술 전문서 편집자로 몇 년을 보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릿쿄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을 전공했다. 일본에서 중국어를 배웠고, 도쿄의 시네마테크, 도서관에서 영화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상하이의 푸단대학 중문과 연극영화학(戲劇與影視學) 석사 과정에 들어가 중국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현재 주된 관심사는 1930, 1940년대 상하이 영화와 중일 영화 교섭사, 중국의 신다큐멘터리 운동과 독립영화이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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