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는 이번 주 월요일에 휴가를 보냈습니다.
혼자 극장에서 <앙>이라는 선택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기로 했어요.
일본어로 앙꼬가 단팥 소라죠?
너무 예쁜 제목과 포스터에 끌려서 보게 된, 영화 <앙>.
일본의 국민배우 키키 키린이 주연을 맡아
한센병 환자의 애환과 환자사회의 소외를 슬프게, 하지만 아름답게 그려냈어요.
영화 보는 내내 영화가 주는 울림과, 슬픔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최근 정일근 시인의 『소금 성자』라는 시집을 편집했는데,
시집에 나오는 시인의 「죽은 친구에게 편지가 왔다」라는 시가
영화를 보는 내내 오버랩되었습니다.
*죽은 친구에게 편지가 왔다
죽은 친구에게 편지가 왔다. 국민학교 졸업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시를 읽었다. 먼저 죽은 친구들 이름 차례차례 호명하여 가엾은 영혼들 부를 때 나는 그 친구 이름 불렀다. 그리고 오래 잊혔는데 죽은 친구가 편지를 보냈다. 국가가 약으로 병든 국민을 강제 구금해 치료하는 기관에서 온 편지였다. 그건 누런 갱지에 가득 쓴 해독 불가한 난수표였다. 다른 별에서 온 편지였다. 시로 사망선고를 내린 나에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보낸 항소의 불빛이었다. 보내온 주소 어렵게 읽어낼 수 있었지만 답장 보내지 못했다. 세상이 이구동성으로 사망 선고한 그 친구, 그 소외의 오래고 단단한 붉은 벽 부수고 부활시킬 판결문 나는 쓸 수 없었다. 두려웠다. 아니다. 나는 비겁자였다.
시편 속의 이 '죽은 친구'가
한센병을 앓아 수용소에 갇혔을지도, 또는 결핵환자일지도 그 무엇도 암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영화 <앙>의 할머니처럼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죽은 친구' 취급당하며 산 쓸쓸한 인생이 그려져 안타까웠습니다.
교정을 보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날 뻔 했지 뭐예요..^^;
하지만 제가 처음 이 시집의 원고를 펼쳐들고 눈물이 먹먹했던 건,
'한센병', '나병', '결핵', '호환'과 같은 무서운 병의 이름이 주는 낯섦보다
'소외의 오래고 단단한 붉은 벽'이 지금을 살고 있는 저에게도, 우리들에게도
너무나 친근했기 때문이죠.
살아 있으되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환자수용소에 살아가며 사회 속에서 노동하며 행복을 쌓고, 추억을 만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할머니에게는 어떻게 비춰졌을까요?
<앙>에서는 키키 키린(할머니) 외에도 남주인공 도리야키 사장님이 나오는데요,
그는 병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당한 채 버려진 할머니처럼
범죄와 빚으로 스스로 사회와 연을 끊고 고독을 택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
소금 성자 - 정일근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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