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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다섯 세대 여성들의 따뜻한 일상 :: 『모녀 5세대』 저자강연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0. 1.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동안 블로그에서 잠수타다가 이제서야 인사 드리는 잠홍 편집자입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요 믿어주세요 ;_;)

추석은 모두 잘 보내셨나요?

'명절'하면 먼저 그때만 먹을 수 있는 온갖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지만

동시에 그 많은 음식을 하고 뒷정리까지 떠맡게 되는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희 산지니에서는 추석 직전,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바로 『모녀 5세대』 이기숙 저자의 강연회였습니다.


행사장 입구에 멋지게 전시된 <모녀 5세대>!


오늘처럼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었지만 

행사장 안의 분위기는 행사 시작 전부터 이미 화기애애했습니다.


밝은 웃음은 이기숙 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죠 :)

강연에 앞서 이날 행사는 대담으로 시작되었는데요,

부산 여성사회교육원의 박해숙 원장님께서 대담자로 참석해주셨습니다.

박해숙 원장님과 이기숙 선생님은 부산의 여러 여성 활동을 함께해오셨고,  

이기숙 선생님은 박해숙 원장님의 은사이시기도 합니다 ^^ 


두 분의 미소가 왠지 닮으신 것 같아요.


박해숙 원장님께서 짚어주신 『모녀 5세대』의 '미덕'은 

"일상에서 100년에 걸친 다섯 여성의 삶을 구성"한다는 점입니다.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담고 있지만 읽기 좋게 구어체로 쓰여져 있고,

또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책인 만큼 다양한 독자들에게 읽을거리를 줍니다. 

독자 저마다 재미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저마다의 이야기에 비춰 읽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는데요.

박해숙 원장님께서는 이기숙 선생님의 어머니와 할머니 이야기 부분을 읽으시면서 본인의 할머니,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찡했는데, 

책에 등장하는 이기숙 선생님의 손녀 채림 양은 역시 자신이 나오는 장이 가장 재미 있어서 책을 거꾸로 읽었다고 합니다 ㅎㅎ


『모녀 5세대』의 또 다른 매력은 저자의 기억이 설명이 아닌 묘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방울방울 떠오르는 기억들을 그대로 그려냈기에, 책 속에 담긴 

관계들의 '따뜻함'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인생이 어떻게 '따뜻함' 뿐일까요. 

긍정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이 책에 대해 저도 여쭙고 싶던 질문을 박 원장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대체 선생님의 삶을 이렇게 따뜻하게 만든 요인이 뭔가요?"

"자식들이 부모를 닮아 머리가 좋고, 남편을 잘 만났고, 천성이 긍정적이어서다...라고 말하시면 우리는 절망하겠죠 ^^ 다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라고 덧붙이시자 이기숙 선생님은

"답을 다 말하셨는데요."라며 독자들을 약올리셨어요 ;0;

그러나 이어지는 답에서는 몇 가지 힌트를 주셨습니다.



생활 속에서, 그리고 가족과 여성에 대해 무려 40년간 공부하시면서 얻은 깨달음이지요.

"내려놓거나, 책임감을 가지고 받아들이기"

이기숙 선생님은 어떤 관계가 너무 힘든데, 이 관계를 내려놓아도 나에게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냥 관계를 끊는 데 주저하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걸어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신다는데요. 

어쩌면 뻔한 답이라 할 수 있지만 

'도망'이 아닌 '내려놓기', 또 '무리하면서 떠안는' 것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받아들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기숙 선생님은 교수로서 여러 학술서를 내셨지만, 이 책 이전에 이미 수필집을 내신 바 있는 등단 작가(!)이시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글쓰기에 욕심을 내셨냐는 질문에는 

대학 시절 학보사에 글을 실었던 경험에서, 

몇년 전말 해도 가족이나 여성에 대한 공부를 하는 이들이 드물어 5월 가정의 달에 많은 청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모녀 5세대>를 위한 글들은 2011년부터 띄엄띄엄 쓰셨으니 총 4년간 모아온 원고가 올해 세상에 나온 것이죠. 

퇴임하신 후 계속 글쓰기와 공부를 이어나가시면서, 

지금은 부산일보에 <죽음을 배우다>라는 칼럼을 연재중이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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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 경청하고 계신 많은 관객 분들!

이어진 저자 강연에서는 선생님께서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 지난 40여 년간 걸어오신 길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가족과 여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할 때부터 이 주제를 깊이 파고드시면서

고부관계나 가족 내 성차별적 요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법률에 필요한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연구와 또 이와 관련된 사회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연구자로서의 관심은 최근 노인, 그리고 죽음까지 확장되었는데요.

은퇴했지만 아직 '젊은 노인'으로서 어떻게 어렵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북돋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시다고 합니다.


"호기심을 놓지 않는 것"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하신 이기숙 선생님.

은퇴하시기까지 진보적 사회활동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해 오셨죠.

그래서 질의 응답 시간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습니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활동을 하셨나요?"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후배들이 부르면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몇십년간 저녁 12시 이전에 주무신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와... 20대인 저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체력의 소유자이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들에게 전하고픈 말로는 '협력'을 드셨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졌든 아니든, 혼자 사는 것은 인생이 아니기에

저 사람이 있어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있어 저이가 행복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내가 먼저 양보하는 협력의 관계를 만들기를 권하셨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사람들, 또는 친구나 동료, 스승에 이르기까지-

내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적추적 비 오는 날 강연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고 있지만, 산지니 독자 여러분들께 

올 가을이 따스하고 풍성한 계절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모녀 5세대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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