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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1873, 폴란드의 아픔『마르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2. 1.

 반갑습니다. 저는 산지니에서 새롭게 인턴을 시작한 414.입니다. 첫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함에 빈화면만 십분째 보고있습니다.

 흰 것은 화면이고, 까만 것은 글씨인가요?

 두서 없이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폴란드의 여성작가 엘리자 오제슈코바의 『마르타입니다. 『마르타』는 1873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 여인 '마르타'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글 속 '마르타'의 삶은 비참합니다. 따뜻함과 즐거움 속에 자란 그녀는 평생을 함께할 남자와 세상의 아픔은 전혀 모른 채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버려집니다. 다섯 살난 아이와 함께. 그녀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피아노도 잘 치지 못했고, 불어도 가르칠만큼 능숙하지 못했습니다. 그림은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었으며, 재봉틀을 다룰 줄도 몰랐습니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것은 자존심과 교양뿐이었습니다.

 자존심과 교양은 밥을 먹여주지 않습니다. '마르타'에게 교양은 빵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가장 필요로 한 것은 오늘 먹을 빵과 우유였고, 어린아이가 몸을 녹일 땔감이었습니다.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로 던져지고 난 후, 그녀는 자신의 장기인 교양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마르타는 출생으로 보나 지나온 과거로 보나 정말 교양 있는 사람들의 계층에 속에 있었다. …(중략)… 그런데 거친 운명의 손길이 마르타에게 닥쳤을 때 사회구조상 이익과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노동 시장에서 그녀는 왜 교양이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그런 선행이라든가 생계수단, 도구들과는 전혀 멀고 가장 불행한 사람들만이 있는 게 분명한 이 낮은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 (P.182)

 '마르타'는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자신을 위해 계속해서 일하기를 갈망합니다. 그녀는 가정 교사를, 잡지사의 화가를, 재봉사를, 번역가를 원했으나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하느님께 간청하지만, 그 대답은 아리고 씁쓸한 가난과 차별이었습니다.

 『마르타』는 당시 바르샤바 거리의 빈곤을 생생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남자에게 종속적인, 의지하는, 남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특출나지 않으면 일 할 수 없는, 사물. 현대로 치자면 로봇 정도로 취급되는 여자들의 삶은 '마리타'의 사념들 속에서 만연히 떠오릅니다.

 '왜 나는 안돼?' 마르타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 '그럼 왜 나는 할 수 없어? 내겐 권리가 없나? 나와 저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느 경계는 뭐지? 왜 저 사람들은 어렵게 살지 않아도 되고,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걸까?'  …(중략)… '행인들이 나를 밟아버렸으면!' 그녀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나처럼 무능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으며 비천한 존재가 더 살아봐야 무슨 소용이람.' (P.218)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차별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없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차별에 관한 이야기는 매체를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넌 여자니까 안돼.'라는 말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은연중에 차별이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불평등이 양극화됐다. 차별이 심화하고 다양해졌다. 오히려 이런 많은 정보에, 소식에, 뉴스에 감각이 느려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당연시되는 차별이, 또 무감각하게 지나치는 자신이 무섭고, 씁쓸합니다. 

 그럼에도 '마르타'는 매 순간 저 자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는 물론 남편이 죽은 것도 아니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마르타'의 막연한 기대와 헛된 자신감,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마주한 불안과 초조, 느껴지는 자신의 무능함과 같은 감정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느꼈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어떤 선택? 한족에는 불명예, 조롱, 감옥, 길고도 끝없는 고통이, 다른 한 쪽에는 죽음…… 처절한 죽음. (P.329)

 『마르타』는 우울합니다. 당대 사회의 아픔을 계속해서 건드리는 동시에 한 여인의 삶을 짓눌러 놓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읽는 타인의 공감과 우울함을 끌어냅니다.

 『마르타』는 한국어를 포함해 15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스웨덴의 여성운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이야기 속 여인의 우울함에 분노하고 아파하며 공감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글을 읽고, 그 우울함을 느끼는 것은 분명 여성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녀의 불안함, 초조함, 좌절감 등은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아픔은 주변의 많은 것들을 바꾸게 됩니다. 우리는 눈앞에 닥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생각하고, 저항합니다. 한 사람의, 한 집단의 작은 움직임은 주변을 조금씩 변화합니다. 그것이 나의 고통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 불안하지 않아도, 초조하지 않아도, 좌절하지 않아도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통해 대신 느끼고, 같이 아파합니다. 그렇게 고통은 우리를 변화합니다. 『마르타』는 그 아픔을 전달합니다. '마르타'는 1873년 폴란드의 아픔이며, 지금 우리의 슬픔이 될 것입니다.


마르타 - 10점
엘리자 오제슈코바 지음, 장정렬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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