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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부산일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6. 2.

삶 팍팍해도… 세상 보는 눈 매섭네






'더 굶주려야 한다, 배고파야 산다//…//배가 부르면 다 죽는다.'('화염') 
 
1991년 등단한 뒤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꾸준히 만나 온 서규정(67) 시인.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등 치열한 삶을 담아낸 시 72편을 모아 3년 만에 펴낸 시집 '다다'(산지니·사진)에서 그는 곤궁한 처지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다.


서규정, 시집 '다다' 발간 
'치열한 삶' 다룬 詩 72편 
 
13평 임대아파트 생활 등 
곤궁한 처지 시원히 풀어 

"아름다운 세상은  
꿈꾼다고 될 일은 아냐"
 

시를 통해 13평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서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은 꿈꾼다고만 될 일이 아니다. 이 나이에 숨길 게 뭐가 있겠느냐"며 "전라도 사투리로 '끝을 보자'라는 의미의 시집 제목처럼, 방바닥을 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삶은 힘겹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놀랍도록 매섭다. "거칠고 투박하다는 것도 살고 싶다는 삶의 포즈"라는 시인의 말처럼, 시는 거칠고 투박하며 때론 노골적이다. 

'이 자유라는 책임은 결박이 된 지 이미 오래/…/국가라는 틀 속에 갇혀, 우리 모두는 새 됐다'('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라거나 '불통에 불통 새마을운동보다 더욱 발전적인 숨쉬기 운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하시고 이내 목마를 타고 떠날 여왕의 무표정을 언제까지 기억해야 되나요'('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 '참 공교로워라, 분단 육십 오년은 이쪽이나 저쪽이나/1%의 로열패밀리를 위해 99%가 목숨 줄을 매달고 있단 말인가'('1%/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며 통탄해한다. ☞ 6월11일~12일 웨딩박람회 
 
시인에게, 비판의 대상은 야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군부가 밀려난 의자엔 투사들이 앉고, 국가를 위하는 척 결국은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 진흙탕 개싸움을 마다않는 수구꼴통이나 진보짝퉁의 끝은 왜 국회 아니면 청와대냐고'('드디어 의자엔 앉을 것이 앉았다')뿐 아니라 '우리나라엔 대체 운동과 혁명들이 그리 많은지/독립운동부터, 산업화혁명, 노동귀족이 되는 노조활동/삼십 년이면 세대가 바뀌는 것도 모르고/노동자와 학생들이 민주화 투쟁을 하다 줄 잘 서면, 국회로도 가'('미행'), '돈 한 푼 안 먹었다고 버티던 민주투사 출신 정치인에게/묻는다, 지금이 암흑의 시대인가'('백합부대') 등 논란도 자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우리가 나누며 사는 숨, 그리고 비린내/태초에 비린내는 사람이 만들었다/신을 처음으로 이긴 순간이다'('매료') 등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람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기에 공감을 얻는다.  

'내 비록 스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공이 있는 아티스트야 그리고 나는 납품 따윈 안 해'('한림 兄')라며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드러내는 시인은 외친다. '어쩌다 들어선 여성 대통령 몰아내자는 그런 쩨쩨한 촛불이 아니라/촛농에 눈이 하얗게 익어버리도록 대오와 각성의 촛불을 높이 들자'('투혼'), '대권 반열에 오른 정치인과/복지지원 신청을 한 변두리 예술인이/스스럼없는 소통이 가능하다면/어디 피를 한번 바꿔봐라'('피막')고. 

시인의 외침,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윤여진 기자 onlypen@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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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 10점
서규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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