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담에 버무린 시간의 흐름과 깨달음
성선경 시인 8번째 시집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삶의 모습 풍자·해학 담아
평범한 일상에서 진실을 찾는 시를 적었다.
성선경(57) 시인이 8번째 시집으로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씨>를 냈다. 명태는 '명예퇴직'과 유사한 발음에서 착안했다. 명예퇴직자이기도 한 시인은 푸석한 삶의 모습을 풍자, 해학 등으로 나타냈다.
이번 시집은 속담을 시 속에 녹여낸 부분이 두드러진다.
성 시인은 "올해 2월, 30여 년간 교사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삶의 패턴을 갖고자 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이 변화했다"며 "이번 시집은 압축과 상징의 형식이 가장 잘 살아있는 속담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시 제목에서부터 그런 경향은 잘 드러난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와 들어가노',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새가 날자 날이 저물고', '앵두밭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고', '녹피에 가로 왈' 등의 제목이 그렇다. 속담에 맞게 구어체로 해학적인 시를 썼다.
동음을 이용한 표현들도 인상적이다. '밥벌(罰)'이라는 제목의 시는 밥벌이를 '밥벌'로 표현했다. "밥벌이는 밥의 벌(罰)이다./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중략)/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밥벌이는 내 밥의 벌이다.//"
나이 듦에 대한 고뇌도 시에 담겼다. 시 '하산'에서는 "이젠 나도 내리막길인데 아직 내 눈엔/꽃은커녕 한눈파는 것도 쉽지 않다/어쩜 한눈파는 것이 정말 삶이고 인생인데/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경사가 져/…(중략)/내겐 내려가는 길도 예삿일이 아닌데/나도 혹시 하고 잠시 발을 멈추어 본다.//"고 적고 있다. '만추'에서는 "세월은 늘 감추고 싶어 하는 아내의 새치 같은 것/그보다 더 깊은 주름살 같은 것/내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차릴 때/우수 뒤의 목련같이 우리는 늙는다//"고 표현했다.
성선경 시인. /우귀화 기자 |
김경복(경남대 교수) 문학평론가는 "이번 성선경 시인의 시집에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늙음의 문제는 시집 전반을 아우르는 현실적 고민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성 시인은 자신의 존재성의 변화에 따른 현실적 감각을 통해 바로 이 존재의 본질적 질료와 형식으로 주어진 시간의 문제를 아프게 이번 시집에 각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인은 일상의 소중함을 표현하며, 삶의 깨달음을 전한다. '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기' 시다. "세상에서 제일 큰 소리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지만/세상에서 제일 사소한 일은 화분에 물 주기/…(중략)/물 조루를 들고 해봤자 표 나지 않는 일에/진지하게 시간을 내는 일 화분에 물 주는 일/아들과 함께 화분에 물 주는 일/세상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일.//"
168쪽, 산지니, 1만 원.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ㅣ경남도민일보ㅣ2016-06-08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 성선경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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