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쿠.' 영혼의 문 혹은 이승의 문. 경계 너머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지만, 선택된 사람들만 열 수 있는 곳.
정광모(54)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토스쿠'(산지니·사진)는 토스쿠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로 촘촘하게 엮여 있다.
정광모 소설가
첫 장편소설 '토스쿠'
필리핀 보라카이 배경
'영혼의 문' 찾는 과정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
보라카이를 비롯해 필리핀 바다 곳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엔 개성 강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필리핀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요트사업에까지 진출한 남 사장의 부탁을 받고 혈혈단신 필리핀에 와 요트 사업을 돕는 손태성, 그리고 손태성이 선장인 요트를 타고 항해에 나서는 손님들.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며 앞만 보고 달리다가 해외 유학 떠난 아들과 뒷바라지에 나선 아내를 모두 잃게 된 박순익, 스폰서와의 혹독한 계약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면서 배우 생명도 끝장 난 성주연, 싱크홀에 빠진 뒤 폐쇄공포증을 겪는 오장욱이 그들이다. 이들 셋은 로봇공학자 '장 박사'의 목공심리치료소에서 상처를 치유한 공통점이 있고, 장 박사를 찾으려고 요트 투어에 나섰다. 토스쿠를 과학적으로 풀어보겠다던 장 박사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사 메뉴를 고르는 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자유지요. 우리가 자유롭다고 하지만 그건 착각이 아닐까요. 태어나서 죽음까지 철로처럼 한 방향의 길을 걸어가면서 고정된 길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해요"라는 책 속 구절처럼, 정해진 듯한 이들의 여정은 무관심에 신음하는 자연 환경을 건드리면서도 신비로움을 더한다. 할머니 주술사를 만나기도 하고, 유독성 폐기물을 실은 채 어떤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유랑하는 배를 지키고 있는 선장으로부터 환대를 받기도 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에 들어가 쓰레기 구조물에서 생을 다한 주인 곁을 지키던 개를 구조하기도 한다.
장 박사의 귀환을 권유한다는 핑계로 다시 찾아 나서게 되는 토스쿠. 사실 작가가 지어낸 말이다. 작가는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 또 다른 나는 살인자이거나 독재자일 수도 있고 광신도이거나 예술가일 수도 있다. 현실에 사는 나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해서 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그중 하나의 삶을 산다. 그럼 내가 씨앗으로 품었던 수많은 삶을 살아가는 다른 방식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런 가능성을 개화시켜 또 다른 세상에서 살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어쩌면 토스쿠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각자의 '자아'일 수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또 다른 '가능성'이 떠오를지 모른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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