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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 세계를 탐구-『무한한 하나』(책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2. 21.

김대성 평론집

무한한 하나


 

 


▶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 세계를 탐구

독점의 하나가 아닌 평등한 이들의 이름, 무한한 하나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대성 평론가의 첫 번째 평론집. 평론집은 노동, 지역, 공동체, 공생 등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김대성 평론가는 글쓰기를 ‘한 사람’을 무한하게 만나기 위한 시도로서 모든 ‘하나’가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속성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는 지배와 독점을 근간으로 ‘군림하는 하나’가 아닌 미미하지만 평등한 이들의 이름, ‘무한한 하나’를 뜻한다.

 

이 책에 묶인 다양한 평문은 글 쓴 평론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문학과 글쓰기, 평론과 삶이 어떻게 하면 공존할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백무산 시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용접공으로서 고단하게 살아온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정태규 소설가의 서평 글에서는 지난날 처음 만난 정태규 소설가에게 부탁받은 소설집 발제문을 가혹할 정도로 비판했던 치기 어린 자신을 반성한다. 이처럼 김대성 평론가는 자신과 비평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수행의 발판을 삼으며 공동적인 것을 향한 실천의 의지를”(구모룡 문학평론가) 놓지 않고 있다.

 

그의 비평은 타자와 자기를 포개고 섞으면서 살아있는 문장을 생성하려는 아슬한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무한으로 나아가는 존재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이반과 탈주, 소외와 공생, 고통과 죽음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글에는 타자와 세계를 읽는 비평가의 비애가 묻어난다. 그리고 다른 곳을 사유하는 비평가적 신체가 문장의 배면으로부터 은근하게 드러난다._구모룡(문학평론가)

 



 

        

 

 

▶ 주변부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

 

1부는 주변부를 탐색한 글로 묶었다. 백무산, 박완서, 김중혁 등의 글로 연약한 존재들이 자신의 힘으로 깊이와 무게를 더해가는 고투의 이력을 탐색했다. 2부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로 묶었다.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멈추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문학을 통해 공동체 안과 밖을 탐구한다. 처음 청탁받아 쓴 「고통의 공동체」와 몇 년 후에 쓴 「불가능한 공동체」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3부는 정익진, 김이듬, 송재학 시인 등의 시적 세계를 탐문하며 시인과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읽을 수 있다.


 

▶ 비평한다는 것과 지역적인 것

 

4부에 수록된 글은 지역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요산 김정한, 조명숙, 정영선 등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면서, 지역이란 개념과 ‘지역 작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했다. 지역을 단일화로 환원하지 말고 특색을 지닌 개별적인 곳으로 바라보길 당부한다. 5부는 서평 형식의 글로 진은영, 정태규, 정형남, 김영민 등의 문학 세계를 분석했다.

 

‘지방’이 아닌 ‘지역’이라고 명명한다고 해서 중앙과 주변의 이분법적 도식이 손쉽게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라는 프레임 안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 작가’라는 명명 속에도 이미 ‘위계화’에 의한 차별과 소외라는 핸디캡을 안고 작업을 하는 ‘핍박받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_「부산스러운, 하나가 아닌 여럿인」 277쪽

 

 

▶ 비평가로서 글쓰기

 

이 책에서는 김대성 평론가가 비평가로서 가지는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촘촘한 연결망에서 외부와 소통하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고, 일상적 글쓰기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쓰기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비평가로서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생산성과 실천성을 보일 수 있는지 되물으며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발견한다

 

첫 평론집은 독자에게도 평론가에게도 드물고 귀한 기록이다. 날이 잔뜩 선 첫 평론집의 세계는 안주하지 않는, 아니 안주할 영토를 찾지 않는 비판의 공간이 가장 무한하게 펼쳐진 자리이다. 그 무한한 자리가 전율과 공포로 아로새겨져 있는 것은 필연이다. 영원히 침묵하는 무한한 공간 앞에서, 전율과 공포 속에서도, 헛되이 사라질 말의 조각을 던지는 일, 그것이야말로 ‘쓰기’의 존재 이유이다. 『무한한 하나: 몫 없는 이들의 문서고』는 그런 ‘쓰기’의 존재 이유를 묻는 책이다._권명아(비평가)



【책 속으로&밑줄긋기】


P.8: 비평은 자유롭게 숨 쉬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필드(field)였다. 그저 부지런히 달리는 것으로 텅 빈 운동장을 경기장으로 바꿀 순 없었지만 무언가를 읽고 쓰는 일을 지속하는 것은, 다시 말해 내 힘으로 트랙을 달리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P.15: 내 아버지는 용접공이었다. 결혼을 한 이듬해 고향이었던 강원도 삼척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다 어깨너머로 배운 용접 작업으로 한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용접 자격증 따위는 없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팀을 꾸려 언제, 어디라도 불러만 주면 달려갔다. 야무지고 기술이 좋다는 입소문 덕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새벽에도, 휴일에도,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일거리가 생기면 달려 나가 용접을 했다. 식사 시간을 뚝 떼어내고, 잠자리를 뚝 떼어내서 철골들을 이어 붙이고 무수한 구멍과 빈틈들을 때웠다.


P.34: 문학은 현실의 불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행위이기에 그곳은 ‘말을 둘러싼 투쟁’의 현장일 수밖에 없다. 금지되어 있는 ‘말’을 전유하려는 의지와 ‘몫 없는 이’들의 ‘몫의 재분배’ 혹은 ‘자리바꿈’을 향한 쟁투는 동궤를 이루는 것이리라.



글쓴이 : 김대성

1980년 부산 출생.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9년∼2013년까지 연구모임 <aff-com>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현재 생활예술모임 <곳간>의 공동대표이자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목 없는 이들의 문서고

 

무한한 하나

 

 

김대성 지음 | 380쪽 신국판 | 25,000원 | 978-89-6545-384-0 03810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대성 평론가의 첫 번째 평론집. 

평론집은 노동, 지역, 공동체, 공생 등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무한한 하나 - 10점
김대성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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