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깊게 보는 법
『이야기를 걷다 - 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를 읽고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에서 1월 한 달을 알차게 채워 주신 인턴 '으나' 씨에 이어 2월 한 달 동안 산지니 인턴 활동을 하게 된 '봉선2' 라고 합니다. 2월 1일, 첫 출근과 함께 처음 만나게 된 책은 조갑상 소설가의 에세이집 『이야기를 걷다』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부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화려한 해운대? 아니면, 돼지국밥이 떠오르시나요?
그게 무엇이든, '부산'이라는 도시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 임에 틀림없습니다.
기억할 공간이 없다면 지나간 시간도 무화된다.
우리 인간이 기억함으로써 존재한다는 걸 믿는다면 공간과 같이 시간이 사라지는 모습은 안타까움 이상의 마음을 갖게 한다.
- <책 머리에> 중에서
부산을 소개하는 수없이 많은 책이 있습니다. 가까운 서점에 들러 여행 서가 앞에서 '부산'에 관한 책을 찾아 읽어 보면, 맛집부터 여행 코스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SNS나 유튜브를 활용해서도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죠. 하지만! 조갑상 소설가의 기행 산문집이라 불릴 만한 이 책은 단순히 부산을 소개하는 책과는 그 결이 많이 다릅니다. 산지니 책들이 가득 꽂힌 사무실에 앉아 제가 읽어 본 <이야기를 걷다>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할까요?
(사진출처 :국제신문)
조갑상 작가님은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아대 대학원에서 「김정한 소설연구」로 문학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혼자웃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부산을 기점으로 글을 쓰며 활동하시기에 부산과 관련된 책을 많이 써 주셨는데요.
『소설로 읽는 부산』(1998), 『한국소설에 나타난 부산의 의미』(2000), 공저 『춘향이 살던 집에서 구보씨 걷던 길까지』(2005) 등 조갑상 작가님은 부산에 관해서 누구보다 많이 읽고, 쓰고, 걸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이야기를 걷다』는 염상섭의 「만세전」,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 김동리의 「밀다원시대」등의 소설 속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산'의 모습을 작가의 시선을 따라 걸어보는 에세이입니다. 또한 단순한 에세이라기 보다는 '기행 문학'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2006년에 산지니에서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부산'이라는 장소와 이야기는 새로워지고 두터워지기 마련이니, 지금과 달라진 장소의 결들을 담아 11년 후, 지난 해 2017년 12월 29일에 개정판으로 새로이 출간되기도 했죠.
우측이 개정판입니다. 한눈에 봐도 두툼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 이야기인 양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부산의 옛 장소 속 숨은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따라가며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살았던 당대를 정확하게 읽어내려는 소설가 염상섭의 묘사정신이 무섭기도 하지만 시간을 붙들어 매고 있는 장소가 참 힘이 세다 싶다.
-73p
역시 국제시장도 재래시장의 한 곳일 뿐이다.
세월 앞에 무엇이 온전할 것인가.
특히나 돈이 움직이는 시장바닥일 바에야.
-89p
나혜석은 시집살이를 복천동에서 했다.
그녀의 눈에 산골에 지나지 않게 보이던 동래가
그래도 이곳에서 태어난 이들에게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139p
책을 읽으며 조갑상 소설가와 함께 부산의 구석구석을 여행했습니다. 저는 특히 '금강원'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이곳은 어릴 적부터 소풍 장소 1 순위로 꼽히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생 대회, 가족 행사에도 빠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기억 속 유년 시절을 함께한 뜻깊은 곳이기도 하네요.
책 속에 나온 김정한의 작품 「굴살이」나 이주홍의 「선도원일지」를 통해 지금은 쇠퇴해버린 금강원의 옛 영광을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억 너머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쓸쓸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요. 특히 작가님이 말씀하신 '시간은 흘러도 공간은 남는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작가의 관점과 시선을 따라가는 기행 에세이 『이야기를 걷다』를 통해,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알 수 없었을 '부산'이라는 장소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조갑상 작가의 또 다른 책들, 특히 픽션이지만 당대 현실을 자세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소설들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변천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당신! 근대문학에서 현대문학까지 소설에서 드러난 '부산의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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