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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

잠든 부산을 깨우는 이야기 소리! ::『거기서, 도란도란』 (책 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23.

 

 

부산 구석구석, 이상섭 팩션집

『거기서, 도란도란』

 

 

 

 

▶ 부산을 발견하는 새로운 글쓰기, 이상섭 팩션집

 

 소설은 허구라는 상식은 여전히 유효할까? 최근 독특한 글쓰기로 부산의 장소를 다루기 시작한 작가 이상섭의 작업들은 소설의 정의를 확장시킨다. 이번에 출간되는 『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의 장소성을 ‘팩션’이라는 장르로 녹여냈다. 해운대, 사직종합운동장, 대저 적산가옥, 정과정공원 등 부산의 역사가 깃든 몇몇 장소들은 작가가 그려낸 ‘허구’의 서사를 통해 16편의 이야기 속에서 재탄생했다.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작가의 말」중에서)의 일환으로 창작된 ‘팩션집’의 출간에서 주목할 점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 천착하며 본격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허구’의 글쓰기를 시도하는 작가의 작업은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 시공을 가로지르는 복원의 드라마, 열여섯 편의 부산 소묘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이상섭 작가는 부산의 몇몇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과 사건을 도입하여 말 그대로 ‘팩트-사실’로서의 공간에 ‘픽션-허구’로서의 서사를 덧입혀 16편의 ‘팩션들’을 선보인다. 소설과 같은 듯 다른 미묘한 팩션이라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가 스며든 상징화된 부산의 장소를 서사의 배경으로 삼았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서사 속의 서사라는 이중 구조를 통해 역사 ․ 문화적으로 고유명사화된 장소의 내력을 하나둘씩 들춰내 보여주는 것이 팩션의 묘미라고 할 때, 이상섭 작가의 이번 팩션집은 근현대의 시공간이 가로놓인 부산이라는 상징화된 장소가 품은 역사적 이력에 대한 흥미로운 주석으로 읽힐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팩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접하는 즐거움 또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상상력의 산물로서 드러나는 소설 속 장소와는 달리, 팩션 속 장소는 실재 공간과 사건이 진행되는 허구 속 공간이 이중으로 겹쳐져 환상성이 가미된 현실적 공간으로 모호하게 드러난다. 16편의 이야기 속에서 나름의 역사를 품은 부산의 장소들은 작가 이상섭이 버무려낸 허구의 기술을 통해 다채롭게 감각된다.

 

 

 

 

▶ 물결 따라, 바람 따라, 사람 따라

흘러가는 삶의 실감을 포착하는 기록의 힘

 

 이 책의 1부에서 다루고 있는 ‘오륙도’, ‘해운대’, ‘일광과 기장’에서부터 ‘우암동’, ‘용호동’, ‘영도구의 동삼동’ 등의 장소가 드러나는 방식에 먼저 주목해보자. 작가는 부산에 실재하는 상징적 공간들을 배경으로 인물과 사건을 도입함으로써 한 편씩의 고유한 서사들을 만들어낸다. 인물들의 만남을 통해 빚어지는 사건은 배경이 되는 특정 공간에 시대의 감각을 덧입혀 화려하고 북적이는 천편일률적인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단편 소설을 접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했던 만큼 잊혀지기 쉬웠던 부산 속 삶의 장소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허구 속 인물의 일상과 더불어 그들이 발붙인 장소에 스며든 기억과 정서들이 이곳 나의 일상과 겹쳐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3부로 구성된 16편의 이야기 속에는 동시대의 현실과 더불어 근현대의 시공간이 두루두루 배치되어 있어 팩션을 읽는 묘미는 배가된다. 캐나다 참전용사 허시형제 이야기를 통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감각되는 6․25의 참상(「영원히 함께」), 일제강점기의 상징적 공간인 대저동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재구성해낸 여성의 지난한 삶(「마지막 숨바꼭질」)에서부터, 유적지 정과정 공원을 배경으로 문학적 지식을 곁들여 고전시가 <정과정곡>의 내력을 풀어낸 이야기(「아리아리 아라리」)까지 부산을 기점으로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나가며 ‘기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작가의 고백이 고스란히 옮아온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팩선집을 통해 선보이는 이상섭 작가의 허구적 글쓰기는 상징적 장소에 정박된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역사적 실체로 놓여 있는 부산의 ‘장소’들에 기억과 정서를 간직한 ‘인물’이 들어가 그려내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어떤 모습일까.

 

 


책속으로 / 밑줄긋기                                              

 

 

 

저자 소개                                                        

 

 이상섭 李相燮
 199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슬픔의 두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바닷가 그집에서, 이틀』 『챔피언』이 있으며, 르포집 『굳세어라 국제시장』『을숙도, 갈대숲을 거닐다』를 썼다. 2010년 백신애문학상, 2013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해운대관광고교 국어 교사로 근무 중이다.

 

 

목차                                                                 

 

 

 

 

 

거기서, 도란도란

 

이상섭 지음 | 240| 14,000원 2018년 4월 16일 출간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으로 창작된 '팩션집'『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천착하며 아직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거기서, 도란도란 - 10점
이상섭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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