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안 이쁘지만 젊은 여자가 오라면 가도 되나? -『미완의 아름다움』 181p
이상금 지음, 국판, 10,000원
이 글을 쓰신 분은 부산대 독어교육과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이시다. 교수님이라면 보통 점잖고 무게만 잡을 것 같은데 이상금 교수님(이 글의 저자)은 문학적이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이시다. 『미완의 아름다움』은 교수님이 20여 년간 틈틈이 써온 글을 정리한 산문집인데 가벼운 신변잡기가 아닌 전문성이 묻어나는 산문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봤을 것 같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세계도 들여다볼 수 있고,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인 영어올인교육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 과연 이러한 열기가 바람직한 사회현상지 물으며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또 교수님은 등산과 마라톤도 거의 중독 수준이시다. 이 책에도 산을 타면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산행의 힘듦을 이야기하면서도 또다시 산에 갈 수밖에 없는 산행의 즐거움을 잔잔히 풀어놓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음만은 자주 산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늘 꿈만 꾼다. 추워서, 아이가 어려서……. 날씨가 조금 풀리면 이번에는 기필코 갈 것이다. 아자!!! 이 책을 편집하면서 비록 몸은 답답한 사무실에 있지만 마음만은 20대 펄펄 날아다니던 그때를 느껴볼 수 있었다.
교수님은 책 출간 이후에도 이것저것 바쁘신 것 같다. 요즘 부산일보에 발트3국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셨는데 나에게도 꼬리글을 달아달라고 은근히 압박하신다.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의 시내 전경. 다우가바 강을 사이로 신·구 시가지가 나뉘어져 있다. 오른쪽의 구 시가지에 불쑥 솟아오른 것이 1989년 '발트의 길' 인간띠 혁명 당시 종소리를 울렸던 성 베드로 성당이다.
참! 교수님은 발트3국에 대한 전문가이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발트3국은 발트해 남동 해안에 위치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말한다.
얀 크로스와 함께한 인터뷰
이 책은 발트3국을 오가며 겪은 에피소드와 보고 느낀 점들을 일지 형식으로 담고 있다. 근 700년 동안이나 그들이 겪었던 역사적 애환과 자유를 향한 집념을 중심으로 우리에겐 낯선 발트3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도 교수님의 귀여움(?)을 엿볼 수 있다. 여행 도중 낯선 이들을 만났을 때 위기 대처방법을 잠깐 살펴보자.
1) 그 젊은이들에게 역을 배경으로 디카로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그들을 사진 촬영해주는 것으로 안면을 익힌다. 그들의 이메일을 받아 사진은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한다. 무척 좋아하며, 자신들도 일본 마쯔다 자동차를 갖고 있는데 기능이 제일 좋다는 제스처를 한다. 동양인이면 우선 일본인으로 보는 건 여기서도 같구나.
2) 역무경찰이 보이므로 역시 안면을 익혀놓는 것이 만일을 대비하는 자세라고 보고, 환전 가능성 여부와 폴란드행 기차 정차 지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물어본다.
3) 표 파는 창구 직원에게 안내되어 있는 몇 편의 기차와 내가 소지하고 있는 티켓에 대해 확인을 한다. - 『미완의 아름다움』 230p
중간중간 교수님이 혼자 터득하신 에스토니아어도 자랑하신다.
우리도 몇 개 배워 사용해보자.
안녕이라는 인사는 테레 Tere!
고맙다는 테난 Tanan
부탁은 팔룬 Palun
미안하다 또는 실례합니다는 바반두스트 Vabandust
물건 사고 값 묻는 데는 미스 세 막사브 Mis see maksav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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