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성 (출처 : 부산일보)
부산 경남에서 활약한 빨치산의 역사를 구술한 서적 두 권이 잇따라 나왔다. 하나는 지난 4월에 나온 '신불산'이고, 다른 하나는 이달 출간된 '나의 아버지 박판수'다.
두 책은 부산 출판사(산지니)에 의해 출간됐지만 정작 저자는 지역과 인연이 없는 작가, 안재성(51) 씨다. 지역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한 빨치산 구술서를 경기도 이천에서 농사 짓던 그가 애써 펴낸 까닭이 뭘까?
"노동운동사에 줄곧 관심을 뒀습니다. 특히 일제시대 노동운동을 오래 탐구했는데, 노동자들이 해방 후 심하게 탄압 받는 과정에서 빨치산이 된 경우가 많더군요."
그의 지적 호기심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구술 작업은 경기도∼부산의 거리감부터 좁혀야 했다. "고속철도 덕택에 반나절 거리가 됐다고 하지만 수시로 부산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요."
'신불산'의 주인공인 구연철 선생으로부터는 하루 2∼3시간씩 10여 차례 구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올 초에는 아예 한 달을 부산에서 보냈다. 현장 확인을 위해 구 선생을 따라 신불산을 찾은 것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그래도 구 선생 작업은 수월했습니다. 발품만 팔면 됐으니까요." 문제는 '나의 아버지 박판수'의 박판수 선생이었다. "지난 1992년 작고하셨어요. 그의 아내인 하태연 선생도 치매에 걸려 구술을 받기가 불가능했습니다." 다행히 큰딸(현희)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딸의 기억만으로 책을 완성할 수는 없었다.
"대전의 국가기록원을 수시로 들락거렸습니다." 하지만 빨치산 기록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가족이 아니면 열람이 불가능했다. 가족을 대동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자료가 많지 않았어요. 빨치산 재판기록은 아예 남아 있지 않고, 그나마 수감 중 탈옥한 직후의 재판기록이 있었지요."
처음에는 4명을 선정했다. 그러나 작업이 너무 힘들어 두 명은 지금 포기한 상태라고 했다. "혹 여력이 된다면 지역에서 관심을 가져 주세요."
그는 빨치산 구술이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는 차원과는 다르다고 했다. 이념 때문에 온전하지 못한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데 이들의 육성이 어느 정도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일생을 바친 현대사의 증인들 입니다. 지역사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고요." 그는 생존한 빨치산이 전국적으로 30여 명에 불과한 것도 구술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잘 팔리는'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쓴 10여 권 중 어떤 책도 절판된 것은 아직 없다. 그만큼 주제가 무겁고 오랫동안 곱씹을 책이라는 얘기다. 사실 노동을 주제로 그처럼 일관된 글쓰기를 해 온 작가도 드물다. 소설 '파업'(1989), '경성 트로이카'(2004), '한국노동운동사 1, 2'(2008), '이현상 평전'(2007), '박헌영 평전'(2009) 등이 죄다 그랬다.
"빨치산을 미화하려는, 그들의 사상에 동조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무엇인가를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그는 다음 주제로 한진중공업의 전 노조위원장인 고 박창수를 다룰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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