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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사 속 개인들이 지나온 자리를 이야기하다_ 조갑상 소설집 『도항』이 국제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by nineteen26 2025. 7. 28.

보통 사람들의 생활세계를 조밀하게 관찰하는 조갑상 작가의 새 작품집『도항』이 국제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도항'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계신가요? 도항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넘'이라는 뜻으로, 국제신문 조봉권 기자는 "상징이든 실제 도항이든, 건너가는 배에는 진한 사연 많은 곡절이 함께 실리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게 하는 소설집『도항』의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읽으러 가 보시죠! 

 


나직나직 들려주는 개인사에 귀기울이다, 현대사의 큰 강 만났다

 

- 만해문학상과 요산문학상 수상
- 부산문단 지켜온 조용하고 큰 작가
- 등단 45년 맞아 소설집 ‘도항’ 내

- 우키시마 폭침 등 현대사 주요사건
- 온몸으로 겪어낸 개인의 인생 다뤄

놀랍게도, 담담하고 어딘지 쓸쓸하고 좀체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며 수채화 같은 색감마저 지닌 짧은 이야기를 시대 순으로 느슨하게 모아 놓은 이 소설집은 ‘한민족 현대사’가 되었다.

 

조갑상 작가가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새 소설집 ‘도항’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등단 45년을 맞은 작가 조갑상이 새 소설집을 냈다. 제목은 ‘도항’(산지니 펴냄·사진)이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넘. 도항(渡航)의 뜻이다. ‘도항’은 수록 작품 7편 가운데 제일 앞에 배치한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배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는 도항 이미지는 수록 작품 곳곳에 나온다. 상징이든 실제 도항이든, 건너가는 배에는 진한 사연 많은 곡절이 함께 실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건너가거나, 건너기를 꿈꾸거나, 건너가는 데 성공하거나, 건너는 데 실패한 개인과 가족의 사연에 사회현실과 역사는 끼어든다. 가까이서 보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 사람과 그 집안의 우여곡절인데, 멀리서 보니 그게 모여 한민족 현대사라는 총체로 나타난다. 소설집 ‘도항’은 각각 작품만 보면 조용조용 나직나직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모아 놓고 한 발 떨어져서 보니 아주 그림이 크다.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부산 문단을 지키며 만해문학상 요산문학상 등을 받은 조용하고 큰 작가 조갑상이 그려낼 수 있는 그림으로 다가온다.

표제작 ‘도항’은 우키시마호 폭침사건을 담았다. 군국주의 일본 패망 직후 일본에 있던 강제징용 조선인 등 재일조선인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간다고 돼 있던 일본 배 우키시마호가 1945년 8월 24일 폭발과 함께 침몰해 조선인 수천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우키시마호 비극과 연관이 이래저래 깊은 지역인 부산의 작가가 이 사건을 형상화한 일이 뜻깊다. 그런데 작가는 사건 진실 파헤치기나 역사 측면에서 접근하지는 않는다. 재일조선인 김상구 가족의 도항이 좌절되는 과정과 사연을 곱다시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이 좌절이 갖는 다양한 종류의 깊은 슬픔을 독자가 곱씹어보도록 한다.

‘그해 봄을 돌이키는 방법에 대해’는 깊은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구모룡은 이 책에 실은 해설에서 이 단편을 “가장 주목되는 작품”으로 꼽았다. 팬데믹과 방역 수칙이 엄중하던 시절,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이 1971년 박정희-김대중 대통령 선거를 담은 영화를 보며 푸르고 진지하고 치열하고 미숙했던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린다. 거기에는 그때 그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사랑 이야기도 포함된다. 소설 끝 대목은 이렇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작도 까마득히 잊고 살고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쓰고 있는 마스크에 눈물이 스미고 있었다. 엔딩 자막이 빠르게 올랐다. 숱한 이름과 명칭이 오르고 사라졌다. 나는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다시 울었다….“

‘1927년의 교육’은 월남전에 자원했다가 파병이 중단돼 ‘도항’하지 못하는 젊은이 이야기를, ‘이름 석 자로 불리던 날’은 1980년대 독재시절 집단 수용시설의 비극 한복판을 담담하고 생생하게 담는다. ‘여러 가지 노래가 섞여서’는 고려인 동포의 아픔을 현재 한국 시점에서 곱씹는 깊고 넓은 시선이 돋보이는 중요한 작품이다. 재미동포 여성과 탈북 여성의 엇갈리는 삶을 통해 다양성을 품는 ‘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는 품이 넓다.

 

인상 깊은 작품 ‘현수의 하루’는 소설집의 대미를 장식한다. 크게 발전한 초현대 사회이면서 동시에 욕망과 전근대가 뒤얽힌 어정쩡한 오늘의 한국을, 한 가정을 잘 일군 큰 어른이면서도 아이처럼 과자에 집착하는 노인은 상징한다. 그 노인의 아들로 어정쩡하게 슬프게 늙어 가는 한 남자의 ‘도항’은 가능할까.

 

출처: 2025년 7월 27일, 조봉권 기자, 국제신문

 

나직나직 들려주는 개인사에 귀기울이다, 현대사의 큰 강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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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항 | 조갑상 - 교보문고

도항 | 1945년 해방부터 2020년대 팬데믹까지, 한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소설로 엮어내다▶ 역사와 부산을 서사화하는 소설가 조갑상의 다섯 번째 단편집 『도항』 역사와 부산을 서사화하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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