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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휴가특집 포스팅 ③> TV를 꺼라, 새로운 여름이 온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8. 14.

물건은 쓰면 쓸 수록 닳는데 책은 신기하게도 읽으면 읽을수록 늘어나는 느낌이다. 바캉스 준비로 다시 읽은 책 속 문장들이 나의 어느 곳을 늘려준 느낌이다.

어디든 상관없지 않을까. 낯선 곳이라도 혹은 낯익은 내 방이라도. 

책을 읽으면서 자신 어딘가에 늘어난 부분을 찾아가는 여름 휴가이길. 

마음의 여유이거나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이라던가. 

어느덧 새로운 여름이 올 것이다. 혹은 가을?


















  에어콘 바람에 지쳤다면  


이십억 광년의 고독, 다니카와 슌타로 시선집 

김응교 옮김, 문학과 지성사


다니카와 슌타로 시를 읽고 있으면 자꾸 어디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제목처럼 고독하지만 참신한 시로 우주인인 나를 달랜다. 낮 동안 에어콘 바람에 지쳤다면, 여름밤에 샤워하고 잠들기 전 야금야금 읽으면 좋은 시집이다. 이 시는 시인이 ‘노인 홈’에서 치매 걸린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쓴 시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시가 제일 좋더라.


하얀 개가 이 집을 지키고 있다

끊이지 않고 떨어지는 수돗물 소리가 이 집을 헹구고 있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이 집을 축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어떤 단어도 건방진 소리다


(중략)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는 여든네 살이 있다

투덜투덜 계속 떠드는 여든여덟 살이 있다

노인들은 이제 인생을 묻지 않는다

다만, 거기 있는 것으로 인생에 답하고 있다

그 답이 되돌아온다

당신에게 우리들은 중요합니까라고


「하얀개가 있는 집-노인 홈 요리아에서 177쪽






  도심을 떠나고 싶다면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옮김, 이레


자신의 삶이 자신이 쓰고 싶은 ‘시’였다고 말하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호숫가에서 2년 넘게 숲 속에서 산 원조 자연인이며 삶의 철학을 실천한 혁명가다. 작가와 함께 계절마다 달라지는 월든 호수와 숲속을 거닐며 도심을 잠깐 떠나보는 건 어떨까.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이 있기를 원한다. 여름날 아침에는 간혹, 이제는 습관이 된 멱을 감은 다음, 해가 잘 드는 문지방에 앉아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한없이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런 나의 주위에는 소나무, 호두나무와 옻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정적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맺은 말 어느 쪽






  뜨거워 지고 싶다면  


나는나, 가네코 후미코, 조정민 옮김, 산지니 


출판목록에서 ‘나는 나’를 보자마자 박열과 연애 이야기를 말하며 흥분했던 내 친구에게 나는 ‘나는 나’를 선물했다. 휴가기간 읽으면 좋겠다며 콧노래를 부르더니 며칠 후 답장을 보내왔다. ‘후미짱, 눈물 철철 흘리면서 읽었다’ 아무래도 친구와 만나면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산 가네코 후미코를 이야기하며 뜨거워져야겠다. 나도 몇 소절 스티커를 붙였다. 질 수 없으니. 


할머니가 무적자라고 가네코 후미코를 구박하는 대목에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가 알고 있는 곳이라곤 나 자신이 태어났고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태어나 살아있음을 분명 느끼고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나는 태어나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조선 」 99쪽





 마음이 심심하다면  


마음사전, 김소연, 마음산책 

말 그대로 마음사전이다. 한 구절씩 씹어 먹으면 헛헛한 마음이 조금 괜찮아진다. 심심하지만 여행을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해질 녘이 되어도 한가롭게 날기나 하는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탕진했지. 

그 재미는 눈물 나게 좋은 거더라.    여행은 어땠니 294 







TV 끄고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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