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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장미화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2. 14.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장미화분》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무슨 함의가 담겨 있을까. 과연 소설이 킬링타임용이 아닌, 한 독자에게 있어 어떤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책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고는 있는 걸까. 편집자로 일하면서 소설 원고를 받을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었다. 소설의 주요한 가치는 ‘재미’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재밌는 원고를 나름 출판하였음에도 사실 독자들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다른 교양도서에 관심 있는 게 통계에서도 드러난 사실이니까. 그렇게 문학작품에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 무렵, 『장미화분』 원고를 접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캄보디아에서 맨몸으로 시집와 고난의 한국생활을 겪는 이주여성의 삶이 담긴 표제작 「장미화분」은 그 무렵의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담당편집자로서 초고를 읽으며 소설의 재미를 따지기 전에 이 원고의 가치를 찾기부터 바빴던 것 같다. 김현 작가가 보여주려 하는 바는 실로 뚜렷했다. ‘이주여성’, ‘노인’, ‘제주 해녀’, ‘5·18 가해자’ 등 사회의 어두운 속살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인문서가 아닌 문학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학이 갖는 의미란 이러한 사회상을 비추어내는 그 본연의 사실에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실제로도 김현 작가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취재의 방식으로 다가섰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주여성이나 노인 문제, 해녀의 목소리들이 제각기 다름에도 우리의 ‘아픈 이웃’이라는 어떤 한 목소리로 나올 수 있었던 구심점에는 김현 작가의 부단한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편집자로서 주인공의 삶을 전해 듣기 위해 이주여성을 직접 만났을 소설가의 삶을 짐작해보았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또 그 사람의 인생과 그 사람 주변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했을 소설가의 또 다른 삶을 상상하게 된다.


「장미화분」 속 캄보디아 이주여성만이 아니다. 김현 작가는 작품 「연장」 속에 등장하는 가야금의 이야기를 보다 진실하게 전하기 위해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과 교류하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소설집 속 개개인의 목소리는 각 개인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소설의 이름을 가장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먹먹한 감정을 겪어보았으리라 짐작한다. 소설을 편집하며 출간하기까지 이 소설집에 방점을 두었던 것은 소설의 ‘현재성’에 대한 가치이다. 김현 작가는 그런 점에서 이 사회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소설 속에 지금 ‘현재’를 담아낸 관찰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금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아닐까. 소설을 읽으며 이주여성에 대해 주위를 환기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주위의 시선을 타인에게 돌린다면 우리는 좀 더 건강한 사회를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 도서 『88만원 세대』 속 도입부가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의 인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훗날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킬 때 소설이란 장르가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양아름 산지니 편집부

**출판저널 2월호 <편집자 출간기>에 게재되었습니다.




장미화분 - 10점
김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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