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와서 모여 함께 하나가 되자

물가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게……

 

 

안녕하세요! 인턴 우파jw입니다!

제가 저번 주 첫 출근을 하였을 때, 『2016 산지니 도서목록』을 제일 먼저 받아보았었는데요, 2016년까지 산지니 출판사에서 발행해 낸 책들이 나열되어있던 책자였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도서 목록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훑어보며 저는 제 나름대로 ‘어, 이거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을 수첩에 따로 써 두었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김춘복 선생님의 장편 소설 『칼춤』입니다. 그래서 『칼춤』을 읽고 서평을 써 보고 싶다고 대리님께 부탁을 드렸답니다!

 

 

 

 

김춘복 선생님의 장편 소설『칼춤』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된 준규와 밀양 검무 기생 운심의 환생인 은미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두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국면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두 주인공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시대의 대립이 완화되길 바라며 장장 10여 년에 걸쳐 소설을 집필하였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칼춤』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사회와 사랑을 알아가는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춘 성장소설로써, 1970년대 유신 체제를 겪던 시절부터 2000년대 초 현재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앞의 책 설명에서 보시다시피 이 책의 배경은 우리나라 혼란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의 서울은 데모로 날이 밝고 데모로 날이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신체제 철폐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비롯된 민주화운동의 방향은 급기야 사회주의 혁명노선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NL 측과 PD 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계파 간의 각축전 또한 극에 달해 있었다. (p.226)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S대 문창과 박준규와 그의 연인 최은미라는, 개인 간의 사랑 이야기로 엮어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밀양 검무’와 그 밀양 검무의 대가이자 창시자인 기생 ‘운심’입니다. 운심을 통해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고, 더 나아가 그들과 사회상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저도 운심이라는 인물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요, 본문에서 운심에 대한 설명을 가져와 보았습니다.

 

 

운심은 조선조 숙종~경종~영조 연간에 생존했던 밀양 출신 관기로서, 특히 검무에 능하여 선상기로 뽑혀 한양에까지 진출하였으며, 당시에 검무를 춘 한양기생의 거의 대다수가 그의 제자들이었다. (중략) 그녀가 밀양 관기로 있을 때, 마음속으로 깊이 흠모한 한 관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탄하며 한양으로 갔다가 나이 들어 고향에 돌아와 보니 그 관원은 이미 고향을 떠난 지 오래인지라 소식을 알 길이 없었다. 병이 들어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운심은 한평생 잊지 못하는 그 관원을 그리워한 나머지, 측근들에게 내가 죽거든 관속들이 자주 왕래하는 역원 근처 길가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p.114~115)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번에는 몸집이 보다 큰 하얀 기생나비 한 마리가 봉분 위로 나풀나풀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좀 전의 그 녀석과는 달리, 술잔과 오징어포에다가 번갈아가며 한 차례씩 입을 대고는 날렵하게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봉분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면서 한자리에 정지했다가 쏜살처럼 달아나기도 하고, 달아났다가는 되돌아오고, 잠시 내려앉을 듯하다가는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치곤 하는 기생나비의 현란한 몸짓을 따라잡으면서, 나는 마치 무덤에서 나와 칼춤을 추고 있는 운심의 혼령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p.63~64)

 

 

조개가 진주를 보호하듯 나무들이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터의 봉분 위를 춤추듯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가 연상되지 않나요?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나비의 날개는 칼을 놀리는 운심의 양 팔이, 나비의 날갯짓은 운심의 칼춤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운심, 그 하얀 기생나비, 검무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죠. 실제 운심의 묘는 쓸려 내려가 아주 약간의 형태만이 남아있다고는 합니다만, 책의 묘사가 모양이 변하기 전의 그 웅장한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운심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놓기도 했지만, 박종규와 최은미의 이야기, 그리고 그 당시 현실의 이야기를 날카롭게 꿰뚫고 있기도 합니다.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주화운동과 항쟁인데요.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데에는 민주화를 위해 들고 일어나 싸우던 당시의 사람들, 대학 학생들의 희생을 빼고는 논할 수 없겠죠. 모진 고문과 압박에도 그들이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너무 답이 뻔히 보이는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것과 한 번 더 상기시키는 것은 그 효과가 엄밀히 다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는 아리고 따갑던 동공이 갑자기 뜨거워지며 씻은 듯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치약의 효험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눈물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보다 뜨거운 진짜 눈물이 최루가스에 의해 쏟아져 내리는 가짜 눈물을 말끔히 정화시켜 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눈물을 씻어 주는 눈물!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뜻으로 뭉쳐 엄청난 힘을 분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오르는 거야. 그 뜨거운 눈물이 최루가스 눈물을 말끔히 씻어내는 거 있지.” (p.192~193)

 

 

“우파와 좌파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경쟁적 동반자이지, 결코 적대적 관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고 어느 한쪽이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 다 똑같이 중요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은 것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서로 협력하여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야지, 그렇지 않고 제각기 한쪽 방향만 고집한다면 결국 그 수레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 뿐입니다.” (p.266)

 

 

저는 특히 이 부분이 감명 깊었습니다. 비록 몇십 년 전 과거에 염두를 두며 쓴 말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도 전혀 무관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는 저번 학기 중 한 수업에서 '기억'이라는 주제를 '역사'와 관련지어서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예시로 들었던 것이 국정화 교과서였습니다. 그러면서 발표 중 했던 말이 '보수와 진보. 이런 식으로 프레임에 갇힌 채 편 가르기 할 것이 아니라 양쪽이 서로 협력하고 연구하여야 한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책 구절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즉, 이 말은 그때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의 사람들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과거의 일을 통해 현 시국의 우리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칼춤 - 10점
김춘복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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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복 17년만에 장편소설 '칼춤', 밀양검무·현대사 아픔 등 담아


- "사회 대통합 갈망하며 집필"



소설가 김춘복(78) 선생이 실로 오랜만에 펴낸 장편소설 '칼춤'(산지니출판사·사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밀양검무의 원형부터 감상해 보자. 김춘복 작가가 '칼춤' 속에서 인용한 박제가(1750~1805)의 '검무기' 중 한 대목이다.

"두 기생이 칼춤을 춘다. 융복 입고 전립 쓴 채 잠깐 절하고 돌아서 마주 본다. 천천히 일어나는데, 귀밑머리는 이미 거두어 올렸고 옷매무새는 단정하다. 버선발 가만히 들어 치마를 툭 차고는 소매를 치켜든다. 칼이 앞에 놓였건만 알은척도 하지 않고, 길고 유연하게…"(256쪽)

김춘복 소설가는 밀양에 산다.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중, 부산고를 나왔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59년 '현대문학'에 처음으로 추천됐으나, 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76년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연재하면서부터다. 고향 밀양을 지키며 살아온 그에게 '칼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전화를 드렸다. 그의 전화기 컬러링 음악은? 그렇다! '밀양아리랑'이었다.

그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꽃바람 꽃샘바람' '쌈짓골' '계절풍' 등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집 '벽' 등을 내면서 활발하게 쓰면서 독자와 만났다. 그 뒤로는 좀 뜸했다. '칼춤'은 '꽃바람 꽃샘바람'을 낸 뒤로 17년 만에 펴내는 장편소설이다.

   

"우리 사회의 '대통합'을 갈망하면서 쓴 소설이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탈고와 출간까지 10년 정도 걸렸군요." '칼춤'은 언뜻 조선시대 밀양 출신의 이름 난 기생 운심과 밀양검무에 관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운심은 예술기량이 탁월해 밀양에서 한양으로 불려올라가 활동하는데 연암 박지원과 초정 박제가의 글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했다. 운심의 장기가 밀양검무였다.

그런데 '칼춤'은 밀양검무 자체에 집중하는 예술소설은 아니다. 소설에는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 30년 세월이 밀양 서울 부산을 오가며 실감 나게 펼쳐진다. 등장인물도 다채롭다. 주인공 준규는 밀양에 사는 소설가로 기생 운심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젊은 날, 독재에 저항하며 진지하게 고뇌하고 '데모'에도 뛰어든 그에게는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다. 서울에서 춤을 가르치며 사는 은미다. 둘은 사랑하다 서로의 집안이 이념에 얽힌 '원수'임을 알게 되고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두 사람의 사랑과 갈등은 시대의 아픔, 사회의 좌우 대립으로 확장되면서 질기게 이어진다. '칼춤'은 이토록 질기고, 알고 보면 헛된 이 원한과 갈등을 이제는 풀자는 해원(解寃)의 염원을 품었다. 이런 주제의식은 밀양 상동면 신안마을의 꿀뱅이바위에 실제로 있다는 운심이묘의 고유제 장면이 강렬하게 상징한다.

길고 긴 길을 돌아 이렇게 해원과 신생(新生)에 닿고자 노작가는 밀양검무와 운심이, 독재와 저항의 시대에 관한 기억, 겉도는 보수와 진보, 최면·빙의·전생 등 심령의 세계까지 넘나든다. 걸림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영토를 오가며 진정한 화합을 꿈꾸는 넉넉한 품, 오랜만에 작가 김춘복이 내놓은 '칼춤'의 힘이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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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 10점
김춘복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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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김춘복(79) 소설가가 중단편집 <벽>(1991년) 이후 25년 만에 <칼춤>이라는 장편소설을 냈다.

밀양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가 '밀양 검무'를 펼치는 여인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박준규는 초등학교 때 밀양에 전학 온 최은미라는 아이를 좋아하게 되지만 헤어지고, 이후 이들은 서울에서 같은 대학 문예창작과와 무용과 학생으로 다시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둘은 이념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1980년 민주화 운동이 펼쳐지는 시절 한쪽은 데모대로, 한쪽은 데모대를 막는 경찰 편에 서 있다. 한 가족은 앞서 1960년대 한일회담 반대 시위대에 섰다가, 다른 가족은 시위대를 막는 쪽에 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칼춤> 표지.

작가는 남녀 주인공이 이념 갈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날 수 있게 했다.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우파와 좌파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경쟁적 동반자이지, 결코 적대적 관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고 어느 한쪽이 덜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 다 똑같이 중요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은 것입니다. (중략) 좌파든 우파든 하루바삐 양심의 눈을 크게 떠야만 합니다."

주인공들의 연결고리는 밀양 기생 운심이다. 남자 주인공은 운심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여자 주인공은 운심이 췄던 칼춤을 펼친다. 두 명이 재결합하는 극적인 장소 역시 밀양 운심의 묘다.

조선시대 검무의 명인인 운심은 박제가의 <검무기>, 박지원의 <광문자전> 등에 등장한다. 운심은 사대부 출신의 한 관원을 깊이 사랑하지만, 신분 차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소설은 운심과 관원이 남녀주인공으로 환생해 사랑을 마침내 이루게 한다.

김 작가는 책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두 남녀 간의 숙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대통합'을 갈망하는 간절한 축원문"이라고 표현했다.


김춘복 소설가

김 작가는 경남도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칼춤>은 겉으로는 사랑 이야기지만, 이면은 정치 이야기다. 5·16부터 노무현 탄핵까지 파란만장한 반세기를 담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상생하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시대에 제일 절실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밀양 출신 기생 운심을 역사소설 차원에서 더 본격적으로 쓰고자 한다. 또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의 일대기를 쓰면서, 조선의용국, 의열단도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959년 단편 '낙인'으로 <현대문학>에 초회 추천을 받았고, 1976년 장편소설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연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계절풍>, <꽃바람 꽃샘바람>, 중단편집 <벽> 등을 썼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 밀양문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산지니, 366쪽, 1만 5000원.

우귀화 | 경남도민일보 | 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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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 10점
김춘복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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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소설가 김춘복이 『꽃바람 꽃샘바람』 이후 1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칼춤』을 출간하였습니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된 준규와 밀양 검무기생 운심의 환생인 은미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칼춤』은 두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국면을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는 두 주인공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시대의 대립이 완화되길 바라며 장장 10여 년에 걸쳐 소설을 집필하였다고 회고하셨습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사회와 사랑을 알아가는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춘 성장소설로서, 1970년대 유신 체제를 겪던 시절부터 2000년대 초 현재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고요. 이처럼 김춘복의 장편소설 『칼춤』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역사의 진실과 흘러가버린 옛사랑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그 시대를 겪지 않았던 이들에게 서사적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기녀 운심의 발자취를 좇으며 재회하는 첫사랑의 그림자


봉분을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면서 한 자리에 정지했다가 쏜살처럼 달아나기도 하고, 달아났다가는 되돌아오고, 잠시 내려앉을 듯싶은가 하면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치곤 하는 기생나비의 현란한 몸짓을 따라잡으면서, 나는 마치 무덤에서 나와 칼춤을 추고 있는 운심이의 혼령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동시에 쌍칼을 휘두르며 연풍대를 도는 은미의 춤사위와도 겹쳐진다. _본문 65쪽.

S예전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준규는 조선시대 기생 ‘운심’의 소설 집필을 위해 운심의 묘소를 방문한다. 그는 운심의 묘소 자리를 캠코더로 촬영하다 순간 카메라 렌즈에 달라붙은 기생나비 한 마리를 발견한다. 마치 무덤에서 나와 칼춤을 추고 있는 운심의 혼령을 보고 있는 듯하며, 과거 대학 시절, 쌍칼을 휘두르며 춤사위를 보여줬던 첫사랑 은미의 이미지와 겹쳐지기도 한다. 준규는 소설 집필을 멈추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난 30여 년의 숨 가쁘던 인생사를 돌아본다.


밀양 검무기생 운심의 이야기를 차용한 맛깔스런 사건 전개


밀양시 상동면 신안마을에는 조선시대 검무의 명인인 운심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운심은 박제가의 「검무기」, 박지원의 『광문자전』 등을 통해서 인용될 정도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 시대 여인이다. 밀양의 관기로 있을 때 운심은 사대부 출신의 한 관원을 깊이 사랑했는데, 기생과 양반이라는 신분 차로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내가 죽거든 관원이 왕래하는 영남대로가 잘 보이는 고향 근처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관원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운심은, 김춘복의 소설 속에서 현대를 배경으로 새롭게 부활한다. 이 소설은 고향에 내려온 주인공이 집안 어른들의 이념 차로 이별했던 첫사랑을 되찾는 일련의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작가는 조선시대 검무기생 운심의 스토리를 연구하여 현대물에 극적으로 적용하는데, 운심이 평생토록 흠모했던 관원은 소설가 박준규로, 밀양 최고의 검무기생 운심은 밀양검무를 전수받은 최은미 무용가로 묘사하여 운심의 이야기를 소설 전개에 맛깔스럽게 되살리고 있다.


전생과 이승을 넘나드는 30여 년의 사랑을 그리다

운심의 이야기를 차용한 것과 걸맞게 소설 『칼춤』의 전개 또한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진행된다. 대학생 준규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가담하여 고된 고문을 겪고 군대에 다녀오는 사이 사랑하던 연인 은미와 생이별을 겪고, 이후 출판사 편집자가 되어 원고에서 옛 사랑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준규는 또한 운심의 무덤 앞에서 기묘한 꿈을 꾸면서 은미와의 추억을 더듬는데…. 준규가 집필하려는 소설 속 인물 운심과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라고 되뇌는 은미. 준규의 기억의 조각들은 어떻게 결합될 것인가. 김춘복의 장편소설 『칼춤』은 주인공 준규의 30여 년에 걸친 인생사를 돌아보며 전생과 현생을 넘나드는 운명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칼춤

김춘복 지음 | 문학 | 신국판 | 336쪽 | 15,000원

2016년 1월 20일 출간 | ISBN : 978-89-6545-324-6 03810

중견소설가 김춘복의 신작 장편소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가 된 준규와 밀양 검무기생 운심의 환생인 은미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세월을 그려내 역사의 진실과 흘러가버린 옛사랑에 대한 진한 그리움, 그리고 서사적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두 주인공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시대의 대립이 완화되길 바라며 장장 10여 년에 걸쳐 소설을 집필하였다.



지은이 : 김춘복

1938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중·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고교 등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959년 단편 「낙인」으로 『현대문학』에 초회 추천을 받은 이래, 오랜 침묵을 지키다가 1976년 장편 『쌈짓골』을 『창작과비평』에 연재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쌈짓골』·『계절풍』·『꽃바람 꽃샘바람』, 중단편집 『벽』, 향토탐구영상물 〈미리벌 이야기〉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경남작가회의·밀양문학회 고문으로, 향리인 밀양 얼음골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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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복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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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출신 원로 소설가 김춘복(78)씨가 '꽃바람 꽃샘바람' 이후 17년 만에 낸 새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주인공 준규가 집안 어른들의 이념 차이 때문에 이별한 첫사랑을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준규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가담해 고된 고문을 겪고 군대에 다녀오는 사이 연인 은미와 이별한다.

30여 년이 흘러 소설가가 된 준규는 조선시대 검무 기생 운심에 관한 소설을 쓰려 운심의 묘소를 찾았다가 기묘한 꿈을 꾸고, 꿈을 계기로 첫사랑 은미와의 추억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준규와 은미의 이야기는 1956년 대통령 선거부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장장 50년에 걸쳐 이어진다.

작가는 조선시대 기생 운심과 운심이 사랑한 관원의 이야기를 은미와 준규의 삶에 적용했다. 마치 관원이 준규로, 운심이 은미로 환생한 듯 꾸며간 작품은 전생과 현생을 넘나든다.

작가는 "작품에는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대통합을 이루자는 의미를 담았다"며 "정치적인 것을 그대로 내놓지 않으려고 작품을 고치고 고치다 보니 완성하는 데 13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산지니. 366쪽. 1만5천원.

한혜원 | 연합뉴스 | 20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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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복 소설가 10년의 산고 끝에 출간


경남 밀양출신 관기로서 조선시대 최고의 검무기로 일세를 풍미했던 운심이 한 소설가의 끈질긴 집념 끝에 드디어 한 권의 책속에서 환생했다.

 이 책은 밀양이 낳은 작가 김춘복 소설가의 10년의 산고 끝에 칼춤이란 제목으로 책으로 나왔다.

 소설 칼춤은 운심과 그녀가 평생토록 흠모했던 관원이 현세에 환생해 장래를 맹세하지만 좌우이념의 장벽이 그들의 사랑을 가로 막는다.

 두 남녀간의 숙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의 대통합을 갈망하는 간절한 축원문이다

 지난 2004년부터 김춘복 소설가는 여러 문헌들을 참고하고 구전을 통해 전해오는 이야기를 따라 운심의 묘를 찾았다.

 18세기 조선을 검무에 빠져들게 만든 당대 최고의 춤꾼 운심은 밀양출신의 기녀로 스무살 정도에 한양으로 뽑혀 올라가 장안에 숱한 감동을 주며 명성을 떨쳤다.

 그동안 검무의 효시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최근 들어 운심의 유적지를 복원하고 문화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발 벚고 나섰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한권의 책으로 운심의 일대기와 그녀의 예술혼이 다시 빛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소설 칼춤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김춘복 소설가는 오는 20일 오후 6시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작가 김춘복선생은 1938년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중, 고를 거쳐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편을 잡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웅장한 제악산 자락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1959년 현대문학 낙인으로 천료돼 등단했다. 쌈짓골(창작과비평 1976),계절풍(한길사 1979년), 통일천하, 벽, 꽃바람꽃샘바람, 소원수리등의 작품이 있다.

 특히 쌈짓골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삶을 잘 그려낸 작품으로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손임규 | 아시아뉴스통신 | 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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