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한겨레 지면에 실린 염무웅 칼럼입니다. 문학나눔 사업과 관련한 염무웅 문학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학과 문학의 자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길 바랍니다.
(중략) 오늘 문학이 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할지 생각하면서 민영 시인을 떠올린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지난 8일 ‘문학나눔사업’의 존치를 주장하는 문인들의 성명 발표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조금 설명한다면, 그동안 연간 40억원 정도의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시·소설·수필·아동도서·희곡·평론 등 여러 분야의 우수한 문학도서를 구입하여 전국의 어린이도서관, 마을문고, 복지시설 등에 보내온 것이 이 사업이다. 과거 유신시대에 만들어진 관변기구로서의 문예진흥원이 예술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던 시기에 이 사업이 생겨났다는 것도 그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든 이 사업은 상업성이 낮은 순수문학 작품의 출판에 큰 도움을 주었고, 어느 출판인의 증언대로 “문학출판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노릇을 일부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학술·교양도서 선정’ 사업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의 설명인즉, 비슷한 성격의 사업을 합쳐야 더 효율적이고 지원금 총액은 오히려 늘어나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은 지난 10월30일 국제펜 한국본부와 한국작가회의 공동성명의 주장처럼 “문학이 한 나라의 문화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가령, 한국연구재단(NRF)에 속한 학술진흥사업을 떼내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학술도서 선정’ 사업에 통합하겠다고 하면 누가 이를 수긍하겠는가.
앞서 성명 발표 자리에서 민영 시인은 자신의 1년 원고료 수입이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55년째 한 가지 일에 종사해온 사람의 1년 수입을 고백하는 그의 언성에는 그러나 떳떳한 기운이 넘쳤다는 사실을 나는 전하고자 한다. 요컨대 문학인이 요구하는 것은 몇 푼 돈이 아니다. 해당 사업 주관처의 전신이 ‘간행물윤리위원회’인 데서 드러나듯 지원금을 미끼로 문학을 다시 사실상의 검열과 이념적 통제 아래 두려는 저의를 우리는 의심하는 것이다. 그것은 유신의 망령을 불러들이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렇다면 민영 시인이 소리 높이 외친 대로 문학인은 다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
_한겨레 11월 18일 염무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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