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쓴 쉰다섯 남자의 '성장 소설'
최영철 시인의 '어중씨 이야기'
시골 마을에서의 경험 녹여 내
▲ 소설에 삽입된 어중 씨 부부 삽화. 최영철 시인과 함께 도요 마을에 사는 이가영 씨 그림이다. 산지니 제공
'어중씨 이야기'(산지니)의 작가는 최영철 시인이다. 2010년 10월 김해 도요마을로 들어가 살고 있는 시인이 시골 마을에서 살아온 경험을 녹여 낸 동화 같은 소설 한 편이다.
"심심해서 쓴 시시껄렁한 이야기입니다. 시인이 엉뚱한 발상을 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상상력인데 동화 장르와 맞는 측면이 있어요."
연극인과 함께 사는 도요 마을에서 '작가'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됐다는 거다. "옛날 작가는 극작을 쓰면서 시 소설도 썼는데, 요즘은 자기 장르에만 묻혀 있다. 시인이 시도 쓰고 소설 희곡도 쓰면 문학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는 게 시인이 소설을 쓴 변이다.
소설 주인공 '어중 씨' 캐릭터가 흥미롭다. 전직 국어교사로 도시에 살다 시골 마을로 들어간 쉰다섯 남자다. 잘 잊고 행동이 굼뜬 데다 할 일을 놓치면서도 남 사정을 그냥 모른 척 지나치질 못한다. 어중 씨에게선 최 시인의 평소 모습도 얼핏 겹친다.
도시였다면 어중 씨는 경쟁에 뒤처지고 주눅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은 잘하는 게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금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봐 주곤 했습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경쟁하는 도시 사람에게 인간 본연의 심성을 깨우치고 살려 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소설이 됐습니다."
소설은 어중 씨가 아내의 심부름으로 오랜만에 읍내로 나서는 하루를 그렸다. 여유를 부리다 버스를 놓치는 등 출발부터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길에서 아이들 강아지 목사 순례자를 만나며 유쾌하면서도 기이한 모험을 하게 된다.
성장 소설이라 붙여 놓은 소설이지만 꼭 아이들 책은 아니다. 도시 사람을 격려하고 위로하려는 게 시인의 마음이다. "짧은 한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바꾸려고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두 어딘가 미흡한 인간들이고, 계속 성장 중에 있는 인간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이웃이며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산일보 김영한 기자
2014-03-2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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